제 목: [연재] 독문무공(69)
21. 파탄
지성룡은 황영지의 말로 인하여 괜한 일을 경솔히 처리하여 일을 키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일단은 천하문과 사황성이 원만하게 협상을 하였다는 소식을 들을 수가 있었다.
그렇게 일이 진행되는 것과는 별도로 황영지의 태도에 내내 불안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승천검황이 알게 되었을 때의 일을 생각하자 아득하였다. 차라리 모든 것을 처음에 말하는 것이 차라리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상화에서 말을 하여 다가올 일을 생각하자 앞이 깜깜 하였다.
이런 일은 대놓고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뒤로 음모를 꾸몄다는 것이다. 결국 자신이 엄청난 배신을 한 것이었다.
이런 사실을 말하기가 두려웠다.
그러나 차라리 이번 기회에 일을 수습하여야 했다. 이미 황영지가 동의를 하지 않은 이상 털어놓고 용서를 받아야 했다.
지성룡은 암담한 마음으로 그래도 가장 믿음이 가는 증조부를 찾아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증조부에게 상의를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지성룡의 말에 지일광은 방에서 명상을 하다가 눈을 떴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니 무엇이냐?”
지성룡은 막상 말을 하려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제가 사황성의 소성주를 수하로 받아들였습니다.”
지성룡이 전음으로 말을 하자 잘 알아듣지 못하여 한동안 그 말의 의미를 생각하고서야 말의 뜻을 알고 눈에 놀람의 빛이 떠올랐다. 전음으로 말할 만큼 중대한 내용이었다.
“수하라니? 설마 소성주도 취하였느냐?”
“취하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수하로 받아들였습니다.”
지일광은 믿어 지지가 않았다.
“검황 어르신도 알고 계시느냐?”
지성룡은 결국 자초지종(自初至終)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일을 몰래 저지르다니 실로 무서운 아이로다. 어떻게 할 생각이냐?”
지일광으로서는 지성룡이 또다시 일을 저지르자 지성룡을 다시 볼 수밖에 없었다. 순하던 아이로 생각하였던 것이 혼란이 오기 시작하였다. 독선적인 성격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너를 엄하게 다루지 않았더니 종내 이런 일이 벌어 졌다. 일단은 지금 즉시 같이 가서 검황 어르신에게 말씀을 드리고 용서를 구하여야 하겠다.”
지일광은 이런 어처구니 없는 짓을 한 지성룡이 어이가 없어 책망을 하였지만 지성룡을 닥달하여 사죄를 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둘이 영빈관으로 가자 승천검황은 뜰을 산책중이었다.
“어르신에게 말씀 드릴 것이 있사옵니다.”
지일광은 승천검황에게 말을 건네었다.
중한 이야기로 짐작을 한 승천검황은 고개를 끄덕이고 자신의 처소로 들었다.
“말씀드리거라.”
지성룡은 말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말을 해야 했다.
“제가 생각이 짧아 사황성의 소성주와 밀약을 하고 수하로 받아들이고 말았습니다.”
승천검황은 그 말을 듣다가 허탈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었다.
이미 지성룡의 낌새가 이상하여 내내 마음에 걸렸던 것인데 이 말을 듣자 그 모든 것이 확연해 졌다.
“저녁을 먹으러 가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
다시 자초지종을 말하였고 하나하나 이야기를 듣던 승천검황은 영소혜가 스스로 굴복하였다는 말에서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벌써 기세로 사람을 굴복시키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자 더욱더 지성룡에 대한 일을 용서할 마음이 없었다. 화를 내려던 것을 삭였다.
이일을 키운다면 문제는 심각해질 것이었다.
그렇다고 하여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 만일 이일을 그대로 둔다면 천하에 화근덩어리가 될 소지가 있었다. 결국 태을자 같은 효웅이 되어 천하를 어지럽힐 존재가 되어 버릴 수가 있었다.
다행히 모든 것을 말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을 보면 아직 개전(改悛)의 여지는 있어 보였다.
“지원주는 가서 이기와 영지를 불러오게. 너는 네방에 가서 근신하고 있어라.”
지성룡은 차라리 털어놓고 나니 마음이 후련하였다.
“지원주, 성룡이가 한일에 대하여 말해보게.”
지일광은 결국 지성룡이 한일에 대하여 말을 하였다. 이기는 놀라서 말을 못했고 이미 알고 있는 황영지는 아무 말도 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마치 자기 책임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어떻게 수습하여야 하는가?”
승천검황이 이기에게 물었다. 이런 짓을 용납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하여 죽일 수도 없었다.
“일단은 엄히 징치를 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이일을 밖에 드러낼 수는 없는 일이오니 조용히 수습하여야 할 것입니다.”
“어떻게 말인가?”
승천검황은 무적철검에게 물었다. 아직 큰 일은 벌이지 않았기에 문제는 조기에 수습이 가능한 일이었다.
“제 소견으로는 아직 인덕의 수양이 안된 아이가 너무 강한 무공을 익히다 보니 생긴 것 같습니다. 마치 어린아이에게 날카로운 칼을 주었기 때문에 생긴 일로 사료됩니다. 일단은 천하문으로 돌려보내어 이백일 정도의 금언금족령을 내리고 심신수양에 도움이 되는 천서(千書)를 읽도록 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무적철검은 가장 효율적인 방안을 생각해 내었다. 약한듯 하지만 이런 정도의 벌은 받아야 했다. 마음 같아서는 더 강한 벌을 주장하고 싶지만 황영지가 있기에 인정을 베풀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하세. 그리고 지금 이대로 가서 사황성의 소성주를 불러오너라.”
황영지에게 영소혜를 불러오라고 지시를 하였다.
“이일에 대하여는 여기 있는 사람만 알도록 함구를 하게.”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황영지는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
“일은 잘 마무리 되었습니까?”
화왕이 대전으로 들어오자 천하문과의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여 물었다.
“네, 지시하신대로 아무런 이견 없이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이렇게 하여 당분간 천지문이 본성을 범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풍운대는 이제 다 떠났습니까?”
“예, 다 떠났고 가까운 곳은 벌써 도착하여 주둔을 할 장소를 물색하여 터를 잡고 있는 것으로 보고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외단에서 상당히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영소혜는 이미 예상을 한 일이기에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이미 예상한 일입니다. 그들이 대놓고는 불만을 당분간 표하지 못할 것이니 일단 지단주들에게 직속 수하를 빨리 구축하라고 명을 내리십시오.”
“그럼 바로 그 일은 조치를 취하겠소이다.”
그때 황영지가 찾아왔다고 하는 전갈에 영소혜는 화왕을 밖으로 내보내었다.
“무슨 일이옵니까?”
아침에 찾아오고 또 찾아오자 영소혜는 긴장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검황어르신이 청합니다.”
황영지는 차갑게 말하였다. 감정을 갖지 않으려고 하였지만 그래도 질투가 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영소혜는 가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이미 검황 어르신께서 알고 있으니 사실대로 말을 하세요. 그리고 그 분이 아신 것은 상공이 말한 것이니 제가 말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황영지는 말을 하고서도 자신이 왜 이 말을 하였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같이 가겠어요.”
황영지가 돌아서자 영소혜는 자리에서 일어나 따라갔다.
혼자 나중에 가기에는 두려웠다.
영소혜는 지성룡은 보이지 않고 이기와 지일광이 같이 있자 일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 가는 것을 알았다.
모든 것이 밝혀진 것이다. 영소혜는 자신이 죄인이 된 느낌이었다.
“이야기는 모두 들었네. 소성주는 위협에 굴복하여 동조한 것이지만 지금도 그 약속을 지킬 것이오?”
승천검황은 장내의 누구도 이해할 수가 없는 질문을 하였다.
그러나 승천검황이 이런 질문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기세에 밀려 심령이 제압당한 경우에는 여하한 일이 있어도 배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것이 사실인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 사실은 누구도 몰랐기에 간과하였지만 승천검황은 이 사실에 주목하였다. 그렇기에 먼저 그런 질문을 한 것이다.
영소혜는 그 질문을 받자 갑자기 공포가 어렸다.
지성룡의 얼굴이 떠오르고 자신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 배신이라는 생각이 들자 더욱 겁에 질렸다.
그리하여 영소혜는 자신도 모르게 지성룡을 향하여 대답하는 기분으로 말을 하고 말았다.
“네, 지킬 것입니다.’
영소혜의 대답에 모두는 놀라고 말았다. 승천검황만은 예상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그 약속이 무엇이건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일단 사황성을 최대한 보호하여 줄 것이니 그만 물러가거라.”
승천검황이 그렇게 말하자 영소혜는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모두는 의아하여 승천검황을 바라보았다.
“저 아이는 성룡이에게 기세로 인하여 심령이 제압되어 버렸네.”
승천검황의 말에 모두는 믿어지지 않는 다는 표정이 되었다.
“그 것을 해제하려면 그 스스로 그 기세를 능가하는 무공을 쌓거나 아니면 그보다 더한 기세로 압박하여 충격을 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는 한 평생을 성룡이에게 속박될 것이오.”
그 말에 모두는 말로만 듣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자 믿지 못한 듯 말이 없었다.
그러나 그들도 영소혜의 표정을 보았기에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말 그대로 사황성을 지켜주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니 일단은 지켜줄 수 밖에 없을 것 같네.”
승천검황의 말에 다른 방법이 없기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천하문 일행과 사황성 일행은 남경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첫말의 행군을 마치고 객잔에 들었다.
“무엇이옵니까?”
“오군도독부에서 뭔가 수작을 부리고 있는 것 같다. 북원의 간자들이 강남으로 숨어들었다는 말과 더불어 구체적으로 암흑가에 숨어들었을 것 같으니 그들에 대한 소탕을 하여야 한다고 주청을 하였다고 하네. 아마도 곧 대대적인 소탕령이 떨어질 것 같다고 하네.”
승천검황은 무상문에서 온 서찰을 보더니 무적철검에게 말을 하였다.
“하면 결국 우려한 일이 생겼다고 할 수가 있습니다. 혹시 태을자의 종적은 발견하지 못하였다고 하옵니까?”
“그 것에 관하여 추적 중이라고 하네만 내 생각에도 태을자의 입김이 반영된 것 같다. 아울러 천지문에 오군도독부에서 밀사가 파견되었다고 하는 소식도 들어왔고, 결국 이들과 연계를 하려는 태을자의 시도로 볼 수가 있네.”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말을 조용히 듣고 있는 지성룡은 생각에 잠겼다.
아직 다른 사람에 대한 이목 때문에 지성룡은 승천검황과 동행하고 있었다.
‘차라리 잘된 일이다. 차도살인지계를 사용할 수도 있다. 물론 외단이 파괴되면 힘이 약화될 것이지만 지단을 강화하는 수로서는 오히려 좋은 일이다.결국 이일을 기화로 확실히 지단을 강화하여 다시 암흑가의 조직이 재건되는 것만 봉쇄하면 된다.’
이렇게 생각하자 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승천검황의 얼굴을 보다가 뭔가 더 걱정스러운 일이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외에 문제가 있사옵니까?”
무적철검이 승천검황이 선뜻 말을 못하자 안색을 살피며 물었다.
“나의 명호를 가지고 유림에서 문제를 삼으려 한다는 것이네.”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되어 쳐다보았다.
“승천검황이라는 명호가 황제의 위엄을 해치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 순간 지성룡은 말의 뜻을 깨달았고 실로 이일에 대한 심각성을 알 수가 있었다.
유림에서 명호를 문제 삼는 것은 승천검황의 강호행도를 막겠다는 것이었다.
또한 더 나아가서는 역모로까지 비화를 시켜서 천하문에까지 타격을 줄 수도 있는 일을 벌이겠다는 의도가 보였기 때문이다.
이일은 다른 어떤 일보다도 큰 일이었다.
그렇기에 모두의 얼굴이 상당히 굳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하였으면 좋겠소? 말이 나온 이상 유림에서 벌떼처럼 들고 일어날 것이 아니오?”
승천검황도 이상한 곳에서 역습을 받자 어이가 없었다.
지성룡으로서도 이일에 관하여는 어떠한 생각도 없었다. 실로 치졸한 수이지만 치명적인 공격이었다.
“실로 대단한 태을자의 반격이 아닐 수가 없네. 유림과 군부를 움직일 줄은 몰랐다. 이렇게 된다면 황궁과 싸워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움직이기가 곤란해 질 것이네.”
승천검황도 할말이 없었다.
역모로 황궁이 개입을 한다면 강호의 세력이라도 버틸 수가 없었다.
“일단 사태를 지켜보면서 대응을 해야 하겠습니다.”
“지매. 이일에 대한 대비책이 있소?”
황영지의 방으로 지성룡은 갔다. 일이 이렇게 되자 황영지가 오히려 미안해 하였다.
지성룡은 이런 일이라도 말을 나누어 다소나마 풀어주고 싶었다.
“별로 길이 없지 않아요? 그렇다고 황실과 싸울 수도 없고 황실에서 이일이 태을자의 음모라는 것을 안다고 하여도 일이 이렇게 불거진 마당에 유림의 여론을 무시할 수도 없고 말이예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 되어버리고 말았소이다. 어떻게 하여야 할지 모르겠소이다.”
“저도 이런 싸움을 해야하는 것이 두려워요. 그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음모를 동원하여 싸우는 것이 싫어요.”
이일에 대하여는 길이 없었다. 공격을 피할 뾰족한 방법이 없기에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도 두려워요. 이렇게 역모로 몰아부치는 상황에서는 검황어르신이 결국 잠적하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결국 태을자처럼 암중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니옵니까?”
“그렇소이다. 하나 시간을 벌고 생각을 해보아야 겠소이다.”
“방법이 있을까요?”
“방법은 찾아보아야 겠지요. 그가 유림을 움직인다면 우리도 그들처럼 유림이나 다른 세력을 움직이거나 소문으로 막을 수밖에 없을 것이오.”
승천검황은 방으로 들어와서 실로 자신에게 가해진 음모를 생각하자 온몸이 떨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음모는 자신이 사라지지 않으면 주변까지 불살라버리는 음모였다.
그렇다고 여기서 피한다면 그 여파는 천하문에 고스란히 넘어가게 되어 있었다. 결국은 자신이 직접 부딪쳐야 하였다. 황궁에 가서 해명을 하여야 했다.
그러면서 태을자를 찾아내어 처단하여야 했다.
그렇게 생각하자 그대로 있을 수가 없었다. 지금이라도 움직여야 했다. 다른 사람을 대동하여서는 안되고 혼자 움직여서 태을자를 찾아 요격을 하여야 했다.
‘일을 이렇게 만들어서 결국 태을자가 얻는 것이 무엇인가? 실로 천하는 안중에도 없이 오직 나 하나만을 잡겠다는 것인가?’
태을자가 하는 일은 천하를 혼란에 빠뜨리는 짓이었다. 실로 천하가 어떻게 되어도 상관이 없이 승천검황을 잡겠다는 소리였다.
실로 태을자의 음모는 빠져 나올 수 없는 함정이었다. 빠져나오려고 할수록 더 옭아맬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천하문까지도 황실과 대립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이런 함정을 피하려면 황실을 적으로 싸워 굴복을 시켜야 하는데 그런 일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결국 문제의 진원지는 제남의 오군도독부이고 태을자는 그 곳에 있을 것이었다. 그를 지금이라도 제거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천하에 해악이 될 것이었다.
승천검황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그를 제거하여야 했다. 그를 제거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되지가 않는 것이었다.
‘떠나서 일을 내손으로 결말을 지어야 한다. 태을자를 제거할 능력을 가진 사람은 오직 나뿐이다. 가야한다. 더 이상 천하에 해악을 끼치기 전에 제거를 하여야 한다.’
승천검황은 방문을 열고 무적철검을 찾아서 방으로 갔다.
곧 그들은 다시 모이게 되었다.
“아무리 생각하여도 내가 직접 태을자를 추적하여야 하겠다. 아마도 그가 오군도독부가 있는 제남에 숨어 있는 것 같다.”
“안됩니다. 그가 이런 수를 쓰는 것은 할아버지를 궁지로 몰아 움직이게 하는 것으로 그가 바라는 일이옵니다.”
지성룡은 승천검황이 움직이려하자 만류를 하였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른 방법이 있느냐?”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그들에게 혼란을 주는 길 뿐이옵니다.”
지성룡은 승천검황이 움직이는 것은 태을자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법이 있느냐?”
“황실에도 사람은 있을 것입니다. 갑자기 이런 이야기가 도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그들을 움직여야 합니다. 일단은 소문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 말에 승천검황은 자신이 너무나 흥분한 것을 깨달았다.
“태을자의 죄상이 소문으로 돌고 있고 그 소문은 황실이나 조정의 대신들도 충분히 들었을 것이옵니다. 그들에게 태을자가 군부로 황실과 군부의 인근으로 숨어들어 어르신과 황실이 부딪치게 만들려고 계교를 꾸민다고 소문을 내는 것이옵니다. 그렇게 된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들은 다소 지연이 될 것이고 그 사이에 황실의 감찰조직도 움직이게 될 것입니다. 여기에 황실이 어르신과 천하문과의 다툼으로 약화되었을 때 역모를 일으키려한다는 소문을 내면 다소나마 움직이는데 제약이 걸릴 것이라 사료됩니다.”
승천검황은 실로 자신이 움직이는 것은 죄를 자인하는 것이 되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소문은 누가 내느냐?”
“만상문을 움직여 주십시오. 저도 방법을 강구해 보겠습니다.”
지성룡의 말에 승천검황은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가 북상을 한다면 황실에서도 알게되고 결국은 황군과 충돌이 일어나게 되어 완전한 함정에 걸리게 되는 것이었다.
일단 충돌이 벌어진다면 그 이후에는 수습이 안될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승천검황은 자신이 얼마나 큰 실수를 하려고 하였는가를 깨달았다.
“맞사옵니다. 이일은 힘으로 해결할 성질의 것이 아니옵니다. 참고 차분하게 대응을 해서 극복을 해야 합니다.”
무적철검도 나서서 말하였다.
“사실 이 싸움에 대하여 이러한 방법을 사용할 줄은 몰랐소이다. 이런 짓은 무림의 안위를 해치는 짓이기에 더 이상 간과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무적철검은 내내 자신도 수동적으로 임하던 자세를 버려야 할 때라고 생각하였다.
“검마각의 검마와는 인연이 조금 있습니다. 그에게 이일에 대한 협조를 구해야 하겠습니다. 만일 그가 태을자의 계교를 모른다면 휘말릴 수도 있기에 그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무적철검도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점이라는 것을 알았다.
무적철검의 말에 황영지는 자신도 가야할 것이라 생각이 들었고 지성룡과 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자 얼굴이 굳어졌다.
“일단 나와 무상도가 움직일 것이고 영지는 천하문에 가 있어라. 검마와 이야기가 잘 되지 않으면 오히려 위험해질 수도 있다.”
그렇게 승천검황이 움직이려던 계획은 취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