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문무공-124화 (124/149)

제  목: [연재] 독문무공(124)

“일이 이상하게 변하고 말았습니다.”

무당의 태명도장(泰明道場)은 봉문이 되면서 장문인으로 선임된 자이다.

태명도장에게 있어서 장문인이 되지 만 오년이 지난 지금은 봉문이 해제되었기에 문파가 강호에 출도하여 다시 예전의 성세를 회복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있는 해인 것이다.

아미의 복상대사(福祥大師), 청성의 운송도장(雲松道場), 종남의 광명도장(廣明道場)등 모두 새로운 인물이었다.

그런 장문인들이 처음으로 무당산으로 모여들었다.

그리하여 그간의 봉문으로 인하여 위축된 외형을 회복하는 방안을 논의키로 하였다.

“그러합니다. 봉문을 풀고 나오는 시점에 터진 천지문과 만상문의 일로 인하여 우리들에게 가장 큰 걸림돌인 천하문을 위한 도구가 되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아미의 복상대사는 침통한 얼굴로 그들의 곤혹스러운 상황을 말하였다.

“그렇다고 그것이 싫다고 이일에 대하여 외면하기에는 상황이 너무나도 좋지 않습니다.”

태명도장은 복상대사의 말을 이해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할 상황이라고 말을 하였다.

“분하지만 그 일에는 따라야 하겠지요.”

종남의 광명도장이 그렇게 말하여 자신의 곤혹스러운 처지를 말하였다.

종남은 지금 봉문이 풀렸지만 떳떳하게 활동할 처지가 아니었다.

정해도장이 무림맹에 난입하여 문제를 일으키고 무림맹의 뇌옥에 갇혀 있는 상황에서 봉문이 풀렸다고 하여 대명천지에 활보하기에는 적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다른 문파는 봉문이 풀려 활기가 있지만 종남은 그드로가 달리 보이지 않는 제약으로 인하여 위축되어 있었다.

그일에 대한 논의가 아직 무림맹에서 끝이 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자칫 무림맹에서 문제를 삼는다면 또다시 봉문에 들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위험도 있었다.

물론 정해도장을 오년전에 파문 하였지만 그 것만으로 정해도장이 한 일과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무림맹의 일에 소극적인 대응을 하다가 그 문제가 크게 부각되어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져드는 것을 피하고 싶은 것이다.

“우리로서는 몇 가지 일을 논의해 봅시다. 이 문제부터 시작하여 우리가 앞으로 강호행도를 어떻게 할 것이고 구체적으로 천하문의 압박을 어떻게 돌파할 지에 대하여 말해보도록 합시다.”

태명도장이 말을 하자 다른 세 사람은 고개만을 끄덕였다. 워낙 사안이 엄중하기에 아무도 배석하는 사람이 없이 네 사람만 모였다. 그 만큼 기밀을 요하는 일이라는 것이었다.

“본도의 생각에는 이번 일에 우리의 역량을 시험해보는 자리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였으면 합니다.”

태명도장의 말에 그들은 고개를 갸웃하며 태명도장을 보았다.

“우리는 그간 봉문을 하면서 제자들의 무공 수련을 독려하였습니다. 하나 모두가 강호를 출입하지 않아 강호무림의 동향이나 모든 것에 생소한 지경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이번 일은 우리들에게 강호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고 우리의 힘을 대외에 과시할 좋은 기회일 수가 있습니다.”

태명도장이 말하는 바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임하자는 의외의 말이라 누구도 선뜻 동의를 못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본 무당은 원래 이백의 인원을 파견하여 달라고 하였지만 정예로 오백을 파견할 생각이오.”

태명도장의 말에 그들의 얼굴은 의외의 조치에 놀라 말을 하지 못하였다.

“그럼 우리 아미도 그렇게 하겠네.”

복상대사도 동의를 하였다.

“또한 원래 그들의 생각을 되짚어보면 다소 문제가 있네. 만명이 훨씬 넘는 그들을 고작 삼천으로 토벌하려고 하는 것은 무정선사가 아무리 고강한 고수라고 하여도 큰 문제가 있는 일이네. 그 속에는 무림맹과 천하문의 계략이 숨어 있는 것 같으니 우리들이 그 것을 미연에 방지할 필요도 있네.”

복상대사는 미묘한 말로 장내의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맞는 말이오. 무림맹의 조치는 석연치 않는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오. 결국 이 것은 실패를 하게 만들어 전 무림을 천지문과 만상문과의 전쟁으로 휘말려들게 하려는 것 같네.”

여태까지 조용히 있던 청성의 운송도장이 한마디를 거들었다.

“이런 얕은 수를 쓰지만 누구 한 사람 그들에게 잘못을 지적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일이 실패한다면 무정도 체면이 깎일 것인데 소림에서도 침묵하고 있는 것이 이상합니다.”

“소림에서 그 것을 알면서도 방치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무정선사가 체면이 깎여도 크게 손해가 없기 때문입니다. 실패를 하여도 크게 문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즉 전무림의 실패이고 다시 사람을 모아서 재차 싸움을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각기 자신이 분석한 것을 한마디씩 하였다.

“그렇다면 모두 오백씩 파견하는 것으로 합시다. 우리가 그렇게 파견을 한다면 나머지 오대문파나 각 세가들도 두배 가까이 파견하거나 정예를 선발하여 파견할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자칫 약한 자들을 파견하여 그들이 몰살을 당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결국 체면때문에도 나중에 더 많은 제자를 파견해야 한다는 것을 알 것이기 때문입니다.”

태명도장의 말에 모두는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하였다.

“또한 이와는 별도로 제자들을 오백여명 파견하여 후방에서 제자들의 안위를 지켜보고 만일에 위급하다 싶으면 즉시 구조하도록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자연스럽게 출도를 할 생각입니다.”

태명도장의 말은 이번 일을 기회로 강호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는 말이었다.

내심으로 이번일에 마지못해 참여하기 보다는 이번 활동을 통하여 무당이 건재함을 천하에 알리고 천하문에 오히려 시위를 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었다.

그 말 속에 들어 있는 의미를 모를 리 없기에 세 장문인들은 탄복하고 있었다.

“그렇게 합시다. 그럼 무림정의군 활동과는 별도로 사파(四派)에서 이천의 예비병력을 움직이도록 합시다. 물론 본산의 전력(戰力) 중에서 절반정도가 움직이는 것이지만 충분히 가치있는 일입니다.”

아미의 복상대사가 찬성을 하였다. 그러자 두 사람 마저 적극적으로 동의를 하였다.

“오늘 이 자리에서 과거에 우리들이 천하문에 행한 것에 대하여 반성을 한다는 뜻의 공표를 하면 천하문을 비롯한 무림맹은 우리의 의도를 알면서도 어떠한 반대를 못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태명도장이 선언하듯 말하였다.

“참으로 절묘한 계책입니다. 우리가 어떤 동맹을 하지 않고서도 자연스럽게 사파의 결속을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오.”

복상대사의 말은 같이 행동할 길이 마련되자 다시 한번 찬성을 하였다.

사파의 선언은 곧바로 천하에 전해지게 되었다.

예상을 뛰어 넘는 인원 파견은 천하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곧 그들의 속내가 무엇인가에 대하여 의견이 분분하였다.

그들의 속내가 뻔히 보이나 그 것으로 이들 사파를 비난할 수만은 없었다.

발표된 내용은 오직 오백을 파견하는 것과 그 것이 예전에 천하문에게 행한 그들의 과오를 보상한다는 말뿐이었지만 그 말로 모든 것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이 소식은 곧바로 무림맹에서는 사인의 회의를 열게 만들었다.

“이 일은 실로 그들의 교묘한 선택과 방해입니다.”

인자기가 맨 먼저 말을 하였다.

“제 생각에도 그러합니다. 한데 이렇게 되면 우리가 예상한 인원에 비하여 엄청난 대 군세가 성립될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제갈휘미가 약간은 걱정스러운 어투로 말하였다.

그 말속에는 그만큼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였다.

“이렇게 되면 이차의 원정군은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면도 있으니 그리 염려할 바는 아니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겠군.”

제갈중명은 그렇게 말하였다.

“맞는 말이나 이렇게 본다면 육천이 넘는 대 군세가 형성되고 오히려 그들이 향후 우리들에게 반하는 세력으로 형성될 위험이 있습니다.”

지장룡은 그런 강한 군세가 형성되는 것이 염려되어 말하였다.

“향후에 이들이 연합할 여지가 형성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각 세력의 수뇌부들이 참여를 한다면 자연스럽게 그들 간에 교통이 이루어지고 그렇게 된다면 전쟁이 끝난 이후에 커다란 불씨를 남길 수가 있습니다.”

지장룡의 주장은 당연한 것이었다. 모두가 그 것이 가장 염려가 되는 일이었다.

“그런 일이 아니더라도 그런 위험은 언제라도 있는 것이니 꼭 이일만으로 그렇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오. 한데 사파가 이렇게 나오게 된다면 문제는 그들의 역공인데……”

인자기가 걱정스러운 어조로 말하였다.

“저도 그 것이 걱정이 됩니다. 어찌 보면 그들에게 봉문이 해제되었으나 강호에 출도할 명분이 없었는데 이일로 그들에게 명분을 만들어 준 것 같아 불안합니다. 그들이 자연스럽게 사파동맹을 결성하여 활동할 여지를 주게 되어 버렸습니다.”

제갈휘미가 인자기의 말을 받았다.

“그렇지만 뭐 그들이 원래 그런 존재이니 이 또한 없던 것이 나타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우려할 만한 것이 아닐 것이오. 단지 문제는 그들이 이런 활동을 통하여 그 대결시기를 너무나 앞당기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 문제이지만….”

제갈중명은 이 것도 이미 예상한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문제는 사파와 다른 세력과 연대가 너무 급속히 이루어지게 되어 이 전쟁이 끝나자 그런 국면으로 급속도로 재편될까 걱정이지만 이 또한 적절하게 대응해 나간다면 될 것이니 오히려 잘된일이오.”

제갈중명은 그렇게 말하여 충분히 검토하였음을 표하였다.

“문제는 일단 전비에 대한 검토를 다시 하여 천하문에 통보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배가 넘는 인원이 참가한다면 일시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것이니 철저하게 검토를 하여야 할 것이다.”

제갈중명은 제갈휘미에게 전비에 대하여 말을 하였다.

“당초의 예상과 빗나가게 되었지만 제가 세운 계획 중에 이차 전비가 포함되어 있으니 천하문이나 여타세력에서 부담하는 비용은 오히려 줄어들 것입니다.”

제갈휘미는 그렇게 말하여 이 문제도 문제가 없다고 하였다.

“일단 문제는 이 사실로 인하여 사대문파에서 다시 강호활동을 시작하였다는 점을 중시하고 그들에게 사소한 실수라도 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여야 할 것입니다.”

인자기는 마지막으로 그렇게 정리하였다.

‘사대문파에서 무슨 속셈으로 이런 일을 한다는 것인가?’

무정선사는 사대문파에서 한 일을 듣자 액면 그대로 파악할 수만은 없었다.

강호무림의 일이 표면에 내세우는 명분과 실제로 행하는 목적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깨달아 가고 있었다.

‘이들이 내세우는 명분은 그런 이유이나 명분은 명분이고 그들은 강호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것을 만천하에 보이고 자신들의 역량을 천하에 과시함으로써 결코 그들이 죽지 않았음을 보이는 기회로 삼으려고 하고 있다. 이들은 마지못해 참가한다는 것을 거꾸로 이렇게 대규모로 참여함으로써 자신들이 천하문의 일에 어쩔 수 없이 참가한다는 의미를 지어버린 것이다.’

무정선사는 현실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게 되자 그 본질을 더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제 토벌이 아니라 토벌이후의 문제로 바뀌게 되었다. 일차, 이차로 나뉘어 할 생각이었는데 일차에서 확연히 승부가 갈리게 되었다. 천하문이나 영웅성 등도 이번 원정에 결국 육천정도를 동원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무정선사는 그렇게 예측을 하고 혼자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이렇게 된다면 전쟁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고 천하문에서 구상하는 것에 차질이 생기게 되어 이후의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무정선사는 처음과 달리 하나하나 일들 속에 담긴 의미를 파악할 수가 있었다.

‘문제는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이 전쟁은 무려 팔십여년만에 일어나는 무림대전이다. 전쟁이 끝나면 결국 전쟁에 참가한 자들은 호전적이 될 것이다. 그들이 무림을 활보하기 시작하면 실로 무림은 지금과 다른 시대가 열릴 것이다. 피를 본 무림인들은 예전과 다른 무림인들이 되어 버린다. 그 전쟁에 참여한 크고 작은 전쟁 영웅들이 강호무에서 활약한다면 강호무림은 바람잘 날 없는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무정선사의 예측은 항몽전쟁이후의 강호무림의 형세와 닮을 것이라는 생각에 기인하고 있었다. 무림은 전쟁 같은 큰 일이 있고 나면 새로운 무림질서가 형성되고 그 전쟁에서 탄생한 영웅들이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이 전쟁에서 총수는 나이고 나도 이후의 무림질서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이다. 내가 참룡검객에 대하여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 다시 선택을 해야 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무정선사는 수많은 경우의 수가 머리 속에서 전개되고 있었다.

‘이번 전쟁에서 만상문과 천지문이 제명되고 율사청과 만상문주가 사라진다면 현재 참룡검객에 대항할 세력이나 인물은 표면적으로 사라지게 된다. 오직 대항할 존재는 본승뿐이다.’

무정선사는 자신만이 그래도 지성룡에게 대항할 구심점이라는 것을 인식하였다.

‘사대문파는 그런 인물이 없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내가 반 참룡검객의 구심점이 되기를 원하여 나를 회유할 것이다.’

무정선사는 그 상황을 어렵지 않게 예측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은 필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되어 사파와 소림, 각 세가들이 나에게 합류한다면 이후 무림은 참룡검객이 표면적인 강자가 되나 그가 독주는 하지 못할 것이다. 하나 과연 그렇게 한다는 것이 가능한가?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잘하는 일인가?’

무정선사는 최근에 각성을 하고 있었다. 세속에 대하여 물들어 가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불도와 무도에 전념하던 무정선사가 세상의 권력에 대하여 알아가는 것이었다.

‘무림정의군의 절반을 내가 장악할 수만 있다면 이런 구도로 재편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사파에서 이렇게 함으로써 그 가능성은 상당히 커졌다.’

무정선사는 무공에서 지성룡을 이긴다는 생각은 이미 버렸다. 그렇기에 다른 방향에서 겨루고자 하는 것이다.

무정서사는 세상을 살아가는데 무공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 가고 있었다.

‘당분간 관망을 해보자. 사파에서 이렇게 함으로써 이제 상황은 예전에 구상하던 천하문의 계획이 어긋나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되기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강호정세는 이상한 방향으로 전개되기 시작하였다.’

왕진은 무당을 비롯한 사파가 천지문과 만상문의 토벌에 적극 가담하기로 한 것을 들었다.

‘이들 사파는 적극적인 강호활동을 위한 계기로 이일을 할 생각이다. 그렇게 본다면 천지문이나 만상문의 몰락이 생각보다 어이없게 이루어 질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자 양진충의 일을 서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였다.

‘그들이 황실에서 물러나 강호의 일에 손을 뗀다면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기로 하였다. 그러나 일을 그렇게 처리한다면 이후에 그들에게 약점을 잡혀 영원히 문제가 될 수가 있다.’

왕진이 두려워 하는 것은 그렇게 처리한 후에 일어날 역학 관계였다.

‘이대장군부는 이후에 나에 대하여 끊임없는 공세를 취할 수가 있고 균형이 무너진 상황에서 결국 몰락을 할 수도 있다.’

힘의 균형이 무너진다면 이후의 일은 불을 보듯 뻔하였다.

‘양진충이 몰락한다면 그 힘의 공백을 채울 길이 별로 없다. 있다면 무엇인가?’

양진충을 회유하여 물러나게 하여 지금의 위기를 모면하는 것은 이미 정해진 것이었다.

문제는 그 이후에 있을 불균형을 어떻게 해소하는가가 문제였다.

‘현재의 상황에서는 지청운을 이대장군부에서 분리할 수밖에 없다. 그 방안이 최선이다.’

노련한 음모가답게 그 방법을 생각해 내었다.

‘문제는 그 방법이다. 그 것을 성공시켜야 만이 이후의 일에서 이대장군부의 독주를 막을 수가 있다.’

그러나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방법은 이이제이(以夷制夷)의 방법뿐이다.’

왕진의 머리는 부산하게 회전하기 시작하였다.

‘지청운을 지금의 처지보다 더 강하게 만들어 주어 삼각 편제로 바꾸는 것이다. 천하문이 있기에 좀더 높은 위치로 올라가면 지청운은 곧 세를 형성할 수가 있다. 지청운의 성격을 보건데 이대장군부의 부당한 지시에 그리 호락호락하게 협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그 방안에 대하여 생각을 하기 시작하였다.

‘금위위는 한 사람에게 맡길 수는 없다. 결국 그렇다면 좌영반은 내가 천거하는 자를 임용하면 된다. 양사청의 자리를 지청운에게 넘겨준다. 그를 금위위 우영반에서 물러나게 하여 그를 이대장군부와 대등한 자리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왕진은 생각을 좀더 구체적으로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문제는 양진충인데 그를 어떻게 물러나게 하는가가 관건이군.’

“우리 둘에게 보자고 하였다고.”

양사청은 양진충이 전하는 말에 의아해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왕제독이 우리를 보자고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들리는 소문에는 얼마 전에 이대장군부에서 다녀갔고 그 이후로 며칠간 고민을을 하였다고 합니다.”

양진충의 설명에 양사청은 고민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결국 만상문의 일로 인하여 문제가 되는 것 같다.”

“그렇습니다. 그 것은 이대장군부에 심어둔 간세가 전하기에 이단현이 왕제독을 방문하기 직전에 진청운이 방문하였다는 것에서 알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이대장군부에서 우리를 제거하라고 왕제독에게 압박을 가하였다고 볼 수가 있는 것입니다.”

양지충은 상황이 어렵게 변한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왕진이 우리를 제거하거나 감싸 안거나 결정하느라 고민하였다는 것이냐?”

“그러할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이일을 어떻게 처리하여야 합니까?”

“왕진은 근본적으로 내시이나 무공을 익히고 있는 자이다. 그자가 너를 높이는 평가하나 결코 두려워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우리들이 간다면 그자에게 결국 제거될 것이다.”

양사청은 왕진의 호출이 자신들을 제거하기로 마음을 굳힌 결과라고 생각하였다.

“그리하면 호출을 거절하여야 할 것이라 생각하시옵니까?”

“그렇다. 호출을 거절하고 오히려 역공을 준비하여 그자에게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게 하여야 한다.”

양사청은 둘이 간다면 살신지화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하오나 지금의 상태에서 거절을 하다가 이일을 키우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잇습니다. 그리고 그자가 우리를 죽인다면 이대장군부에 커다란 빌미를 주게 될 것인데 그리 함부로 처결은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는 하다만 만일에 우리를 역모죄로 가둔다면 당한 연후에 부정한들 길이 없지 않느냐?”

“그 것도 황제폐하의 재가를 득하여야 가능한 일입니다. 요 며칠 사이에 황제폐하를 알현한 적이 없사옵니다.”

“음, 그렇다면 우리를 불러 이 문제를 그저 협의만 한다는 것이냐?’

양사청으로는 왕진의 속을 알 수가 없어 양진충에게 다시 의문을 표하였다.

“제 생각에는 우리에게 황실에서 떠나라고 할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떠나라? 그러면 왕진 같은 자가 우리를 떠나라고 가만히 둔다는 것이냐?”

“그러할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이대장군부도 우리를 떠나게 하라고 하였을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음, 그렇다면 천하문에서 우리의 정체를 알았다는 것이냐?”

“그러합니다. 우리의 정체를 눈치채었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우리가 떠난다면 강호의 법도에 따라 제거할 것입니다. 쥐도 새도 모르게 우리를 제거할 것입니다. 현직 대신이 사라진다면 모두가 의문을 가질 것이나 우리가 사라진다면 우리가 세상을 피해 은거한 것으로 알 것이기에 증거만 없다면 무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음, 결국 우리가 관직을 내놓고 떠난다는 것은 스스로 그들의 아가리에 든다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우리가 떠나지 않는다면 이대장군부는 우리의 일을 조정의 공론화시킨다고 왕제독을 협박하였을 것입니다.”

“한데 이대장군부가 왜 그렇게 하지 않고 있느냐? 그렇게 된다면 왕진이 곤혹스러울 텐데…..”

“그 것은 왕제독을 제거하지 못했을 경우에 돌아올 역공을 겁내기 때문입니다. 황제폐하의 신임이 크기에 이런 일을 당하고도 살아 남는다면 조정의 여론은 왕진에게 유리해지기 때문입니다. 왕제독은 우리를 제거함으로써 일어날 살겁을 피하고자 이런 타협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음, 결국 우리는 그의 뜻을 따라야 하느냐?”

“그러한 실정입니다. 가서 일단 만나보아야 합니다. 그런 연후에 대처방안을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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