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막(序幕)① 살인혈첩(殺人血帖), 파천(破天)의 겁(
劫)
[1]
한 사나이가 도저히 살아날 수 없는 죽음의 상태에서 기적적으로 재생(再生)했다.
그것은 상식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이십여 년 후인 만력(萬
歷) 사십 일 년.
그 사나이는 자신을 그토록 처절한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하늘을 상대로 엄청
난 공포의 보복조치를 단행하기 시작했으니.......
살인혈첩(殺人血帖) !
바로 그 죽음의 최명부를 전 중원에 뿌려내며 무자비한 살상을 저지르기 시작한 것
이다.
공포의 살인혈첩(殺人血帖)!
그로부터 중원무림에는 단 하루도 피가 마를 날이 없었으니.......
오호통재(嗚呼痛哉)라!
죽음의 상태에서 기적적으로 회생한 그 사나이가 뿌린 살인혈첩의 상대를 찾아 사나
이의 수하들은 마치 사신(死神)인 양 밤낮을 가리지 않고 척살(刺殺)을 벌이기 시작
했다. 그로 인해 공포의 대살행(大殺行)은 끝없이 이어졌다.
그 중에서도 가장 공포스러웠던 일은 만력 사십 이 년 늦겨울에 뿌려진 석 장의 극
비살인혈첩(極秘殺人血帖)이었다.
세 장의 혈첩!
그 세 장의 살인혈첩에 적힌 이름은 삼 인이다. 사나이의 충성스런 수하들은 그때부
터 삼 인을 죽이기 위한 처절하고 가증스런 계획을 세운다.
훗날, 세인들은 당시 세 장의 혈첩으로 발생한 그 끔찍한 사건을 일컬어 이렇게 불
렀다.
파천(破天)의 겁(劫)이라고!
[2]
<극비살인지령제일호(極秘殺人指令第一號)
집행자: 혈관음(血觀音).
집행대상자: 무영(無影) 고검령(古劍靈).
집행등급: 제 일 등급 척살(刺殺).
바로북 99 4
기타 일체는 첩지(帖紙)와 함께 보내는 자료에 의하여 참조하라.>
<극비살인지령제이호(極秘殺人指令第二號).
집행자: 독로장미(禿路薔薇).
집행대상자: 신산(神算) 제갈사(諸葛師).
집행등급: 제 일 등급 척살(刺殺).
기타 일체는 첩지(帖紙)와 함께 보내는 자료에 의하여 참조하라.>
<극비살인지령제삼호(極秘殺人指令第三號).
집행자: 천면인요(千面人妖).
집행대상자: 태진왕(太眞王) 주익적.
집행등급: 제 사 등급 회유(懷柔). 불가(不可)하면 척살(刺殺).
기타 일체는 첩지(帖紙)와 함께 보내는 자료에 의하여 참조하라.>
석 장의 살인혈첩.
이것이 내포하고 있는 엄청난 음모를 아는 자는 아무도 없다.
그러나... 아직 겉으로는 평온한 듯 보이는 만력(萬歷) 사십 이 년 가을, 파천의 겁
은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