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14장 승부(勝負) (38/87)

제14장 승부(勝負) 

두 사나이. 

장천린과 낙수범이 본 것은 이 시대 삶의 가장 처절한 단면인지도 모른다. 

하루 전만 해도 금월산은 그 수려한 풍치로 인해 개봉부의 서생들과 풍류객들이 즐 

겨 찾던 명소였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시산혈하(屍山血河)였다. 눈에 띄는 모든 것은 처참하게 찢겨지고 부서졌으며, 불타 

버린 끔찍한 시체들 뿐이었다. 

두 사람이 본 시체는 수를 헤아릴 수도 없이 많았다. 

그들은 조화성과 신산의 수하들이었다. 한데 엉킨 채 불에 타서 숯이 되 버린 시신 

들이 즐비하게 발에 밟혔다. 무엇을 위해 이토록 고귀한 생명을 내던졌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장천린은 탄식을 금치 못했다. 너무도 처참한 광경에 몇 번이고 고개를 흔들어야만 

했다. 

어느덧 태양은 눈부시게 떠올라 폐허의 산야를 비추고 있었다. 

그는 회의를 느꼈다.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에는 천적(天敵)이 있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천적이 

없다. 천적이 있다면 바로 인간 자신이다. 그들은 아득한 옛날부터 자신의 야망을 

위해 서로를 무수히 희생시켜 왔다.' 

장천린은 결코 성인(聖人)이 아니었다. 그도 하나의 인간이었고 또 상인일 뿐이다. 

그는 고뇌에 부딪쳤다. 무언지 몰라도 이 세상에는 모순이 있다. 그 모순을 알면서 

도 오류를 범해야만 한다는 사실이 그를 착잡하게 했다. 

살기 위해서는 타인을 죽여야 하는 논리(論理)- 그것은 이미 논리가 아니다. 

인간은 이제 생존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욕망과 야심을 위해 범위를 넓혀가며 수많 

은 동족을 희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 

태양은 금빛이었다. 금빛 광휘가 구름 걷힌 하늘을 통해 장천린의 얼굴에 떨어진다. 

그의 얼굴은 초췌해져 있었다. 그러나 깊은 고뇌에 빠져있는 눈빛은 어딘가 모르게 

숭엄한 느낌을 주었다. 

곁에 있던 낙수범의 눈에는 그가 신비한 존재로 비쳤다. 

'이 사람은 범인과는 다른 그 무엇이 있다. 나로서는 짐작도 못할 큰 이상(理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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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에게는 있는 것 같다.' 

낙수범은 약간 뒤로 처져 걸었다. 앞서 가는 장천린의 훤칠한 뒷모습이 그를 압도하 

고 있었다. 

문득 그는 중대한 결심이 가슴속에 서는 것을 느꼈다. 

이때 장천린이 걸음을 멈추며 그를 돌아보았다. 

"이제 산을 다 내려온 것 같소, 낙형." 

"그렇군요." 

낙수범은 장천린의 눈이 태양 빛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 시선을 떨구고 말았다. 

"갑시다, 낙형." 

"예." 

낙수범의 말투는 언제부터인가 존칭으로 바뀌어 있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산기슭을 

내려갔다. 

얼마쯤 갔을까? 

한 그루의 나무 밑을 지나칠 때였다. 

번쩍! 

느닷없이 금빛 광채가 나뭇가지 위에서 전광석화처럼 뻗어왔다. 그것은 낙수범의 목 

을 노리고 있었다. 

낙수범의 반응은 빨랐다. 비록 방심하고 있다하나 본능적으로 상반신을 틀어 피해낸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금빛 광채, 아니 황금줄처럼 보이는 기형(奇形)의 병기가 갑자기 

고무줄처럼 쭉 늘어나더니 그의 손목을 감아버리는 것이 아닌가? 

'아니!' 

낙수범은 경악했다. 이런 놀라운 변화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것이었다. 

"놈!" 

허공에서 컬컬한 음성과 함께 인영이 떨어져 내리며 그의 정수리를 공격했다. 낙수 

범의 눈썹이 꿈틀했다. 그는 한쪽 손을 수도처럼 세워 아래서 위로 쳐 올렸다. 

펑! 

두 개의 육장이 부딪치는 순간 폭음이 일어났다. 

낙수범은 손이 시큰함을 느꼈다. 

'대단한 고수다!' 

이때 괴인영은 허공에서 빙글 회전하며 장천린과 낙수범 사이에 내려섰다. 

뜻밖에도 그는 단위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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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점에서 금월산의 대화재를 보고 달려온 그는 이곳저곳을 헤매다 장천린을 발견하 

게 된 것이었다. 

"단도독!" 

장천린은 그를 발견하고 기쁨의 탄성을 발했다. 

얼마 만인가? 

해남도 이후에 북경에서 헤어지고 처음 만난 것이다. 단위제도 활짝 웃으며 너털웃 

음을 터뜨렸다. 

"으허허헛! 용대인, 오랜만입니다." 

그는 빙글 돌아서며 말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이 조화성의 개놈을 해치운 후 이야기하겠소이다." 

장천린은 비로소 그가 낙수범을 공격한 이유를 알았다. 낙수범이 입고 있는 옷은 조 

화성의 복장이었던 것이다. 

"단도독, 오해하지 마시오. 저 분은 날 도와준 분이오." 

"......?" 

단위제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장천린은 그간 일어났던 일들을 이야기해 주었다. 단위제는 입맛을 쩍쩍 다시며 아 

직도 낙수범의 한 손을 감고 있는 황금포승을 풀어주었다. 

본래 그의 성격은 능글맞으면서 쾌활했다. 그는 낙수범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미안하오, 젊은 친구." 

낙수범은 빨갛게 흠집이 잡힌 손목을 주무르며 고소 지었다. 

"괜찮소이다." 

단위제는 느닷없이 껄껄 웃었다. 

"허허헛! 젊은 친구는 이 단위제의 생명의 은인인 셈이오." 

뜻밖의 말에 낙수범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만일 젊은 친구가 내 손바닥에 머리가 납작해져서 저승으로 갔다면 나는 용대인의 

은인을 잘못 죽인 셈이 아니오? 그런 내가 어찌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겠소? 헛헛! 

한데 젊은 친구가 멋지게 내 공격을 막았으니 그대는 동시에 두 명의 생명을 구한 

셈이오." 

낙수범은 그만 어이가 없었다. 그는 쓰게 웃으며 내심 중얼거렸다. 

'정말 대단한 입심의 늙은이로군." 

이때 단위제는 장천린의 아래위를 살펴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대체 어떤 일을 겪으셨기에 대인의 그 화려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이 꼴이 되셨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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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 

아닌게 아니라 장천린의 꼴은 말이 아니었다. 웃은 걸레가 되다시피 했고, 말라붙은 

피와 황토 흙이 묻어 있었으며 머리카락과 눈썹이 그을러 있기까지 했다. 

"말도 마시오. 이번에 겪은 일에 비한다면 해남도는 천국의 유람일 것이오." 

장천린의 엄살(?)에 단위제는 눈을 크게 떴다. 

"대체 어떤 일을 겪으셨기에?" 

장천린은 씁쓸한 표정으로 그간에 일어났던 일들을 설명했다. 비록 하룻밤에 일어난 

일이었으나 너무나 파란만장하여 요점만 얘기했을 뿐인데도 꽤 시간이 걸려야 했다 

단위제는 시종은 입을 벌렸다. 장천린의 얘기가 끝나자 그는 침중하게 말했다. 

"으음! 정말 대단한 놈들이군요. 개봉부를 코앞에 두고 이런 큰 싸움을 벌이다니." 

그의 눈에서는 은은한 노기가 서렸다. 

"난세가 되니 왕법이 무용지물이 됐군!" 

단위제는 관인이었다. 그는 평생 법을 신봉했다. 따라서 법도를 지키지 않는 자라면 

일반인이건 무림인이건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용납할 수 없었다. 

장천린은 그의 심중을 십분 이해하고 있었으므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일행은 어느덧 금월산 아래에 닿고 있었다. 

두두두두두! 

갑자기 지축을 울리는 요란한 말발굽소리와 함께 수백 기의 기마병들이 달려오는 것 

이 보였다. 개봉부 쪽으로부터 달려온 것이었다. 

잠시 후 그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펄럭이는 깃발과 복장으로 미루어 보아 관군(官軍

)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완전무장한 개봉부중 소속의 관병이었다. 

그들은 일행을 발견하자 그대로 포위했다. 

"움직이지 마라! 움직이면 그 즉시 참수하겠다!" 

우렁찬 음성이 들렸다. 기마대의 선두에서 번쩍이는 갑주를 입은 장수가 외친 것이 

다. 

단위제의 눈썹이 꿈틀했다. 

'명색이 관부에 있다는 놈들이 일이 터진 지가 언젠데 이제서야 출동한단 말인가? 

정말 한심한 일이구나.' 

이때 장수가 위엄 있게 자신을 소개했다. 

"본인은 하남행성(河南行省) 도사(都司)의 장군 곽추경(郭秋鏡)이다! 그대들을 체포 

하겠다." 

그는 일행에게 말할 틈도 주지 않고 관병들을 향해 우렁차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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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항하면 모두 참수해라!" 

이 갑작스런 사태에 낙수범은 주먹을 불끈 움켜쥐고 장천린을 바라보았다. 그는 눈 

살을 찌푸렸다. 

장천린이 너무나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던 것이다. 

단위제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매우 용맹스러운 친구군. 금월산에 화재가 난 것은 어젯밤 자시경이다. 그런데 이 

제사 출동하여 큰소리치느냐?" 

곽추경 장군은 눈썹을 곤두세웠다. 

"네놈들의 모습을 보니 금월산에 불을 낸 범인이 틀림없으렷다!" 

그는 손을 번쩍 들며 외쳤다. 

"뭣들 하느냐? 당장 체포하라!" 

단위제는 안색을 싸늘하게 굳히며 말했다. 

"곽추경! 함부로 입을 벌리지 마라. 너 따위와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내 당장 하 

남행성 도지휘사 자문격(玆文格)을 찾아가 따지겠다." 

"......!" 

곽추경은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도지휘사 자문격이 누군가? 

정이품(正二品)의 극고한 신분으로 하남행성의 병권을 한 손에 움켜쥐고 있는 막강 

한 인물이 아닌가? 그라면 개봉부의 지부대인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고관이었다. 

그런데 눈앞의 떨거지 같은 늙은이가 그의 이름을 아무렇지도 않게 올린 것이다. 곽 

추경은 모호한 표정을 짓다가 문득 노기를 떠올렸다. 

"이제 보니 네놈은 미친......." 

그는 급히 입을 다물었다. 단위제가 소매로부터 사각의 영패 하나를 꺼내 내밀었던 

것이다. 

"......!" 

곽추경의 위풍당당하던 얼굴이 무참히 일그러졌다. 그는 안색이 백짓장이 되더니 황 

망히 말에서 뛰어내렸다. 그는 황토바닥에 오체투지한 채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소장 곽추경... 동창의 대영반(大領盤)을 뵈옵니다!" 

단위제는 조소하듯 말했다. 

"곽추경. 방금 전의 위세를 다시 한번 부려봐라." 

곽추경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소... 소장... 죽...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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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전신을 와들와들 떨어댔다. 

동창(東廠)은 금의위(錦衣衛)와 더불어 황제직속으로 분류된 특무기관이다. 

명(明)의 건국초기부터 관리들에게 있어 동창은 공포의 상징이었다. 모반(謀叛)을 

꾀하는 자나 황실에 반감을 품은 자들을 색출, 체포, 고문 등의 권한을 맡고 있어 

그들의 권력은 가히 무소불위(無所不爲)였다. 

이런 동창의 위력은 고관대작 뿐 아니라 황족까지도 전전긍긍할 정도였으니 지방의 

관리들에게 있어서는 말할 필요조차 없는 것이었다. 

동창에 대항한다는 것은 곧 황제에 반역하는 것이었고, 그 대가는 삼족, 구족이 멸 

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 무시무시한 동창, 그것도 대영반이 나타난 것이다. 

곽추경의 모습은 딱하다 못해 애처롭기까지 했다. 오체투지하고 있는 그는 전신을 

벌벌 떨고 있었다. 

장천린과 낙수범은 그런 곽추경의 모습에 환멸을 느껴 고개를 돌려버렸다. 

단위제는 음성을 약간 부드럽게 했다. 

"곽추경." 

"예!" 

"너는 가장 빠른 시간 내에 개봉부 지부대인에게 연락해 군사를 출동시키도록 하라. 

군병 일만을 모아 이 금월산을 포위하도록 해라." 

곽추경은 이마를 바닥에 찧었다. 

"알겠... 습니다." 

"흠, 너의 명령수행 결과로 방금 전의 무례함에 대해 판단하겠다." 

곽추경은 마치 특사라도 받은 듯 황급히 일어서더니 한 명의 소장(小將)에게 지시를 

내렸다. 지시 받은 소장은 사십여 기의 인마와 함께 즉각 오던 길로 되돌아갔다. 

단위제는 방금 전의 장난스런 모습은 간데 없고 추상같은 얼굴로 곽추경에게 몇 가 

지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장천린은 뒷짐을 진 채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반면 낙수범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저... 평범해 보이는 노인이 동창의 대영반이라니?' 

두두두두! 

폭우가 내린 관도 위는 질척거렸으나 기마대는 거침없이 질주했다. 

단위제 덕분에 장천린과 낙수범은 기마대의 호위를 받으며 개봉부로 향하고 있었다. 

"이건 추측입니다만, 조화성이 아무리 강하다해도 이런 큰 싸움을 개봉부 근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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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여 관부의 신경을 자극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장천린은 단위제의 말에 동감이었다. 

"맞소이다. 아마 개봉부의 고관과 내통하여 이번 일에 문제삼지 않도록 묵계가 이루 

어진 것 같소이다." 

이때 듣고 있던 낙수범이 이해가 가지 않다는 듯이 물었다. 

"그렇다면 지금 와서 군사를 출동시킨 이유는 무엇입니까?" 

단위제는 그를 보며 히죽 웃었다. 

"그야 간단하지. 아예 군사를 출동시키지 않으면 언제고 상부의 문책이 있을 것이네 

. 그들은 금월산의 일이 대충 마무리되었으리라 보고 뒤늦게 나선 것이지. 아니면 

처음부터 조화성과 약조하여 출동시간을 정해 놓았던가 말일세." 

"아." 

낙수범은 탄성을 발했다. 그는 자신의 짧은 식견을 자책했다.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 보면 능히 짐작할 수 있는 것을.' 

단위제는 고소를 지었다. 

"그 바람에 오히려 득을 본 사람은 신산이네. 조화성만 큰 피해를 본 셈이지. 차라 

리 일찍 군사를 출동시켰다면 신산은 어쩔 수 없이 물러났을 것이네." 

장천린은 묵묵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무림은 오래 전부터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 

해 왔다. 따라서 무림인들은 전통적으로 관부를 기피해 오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어떤가? 

암암리에 무림과 관부가 결탁되고 있었다. 그것은 상호간에 막대한 암거래가 이루어 

지고 있다는 것을 뜻했다. 

결국 세상은 철저히 썩어가고 있는 것이다. 

장천린은 고개를 돌려 하루동안 모진 고초를 겪었던 금월산을 돌아보았다. 그의 얼 

굴에 몽롱한 기운이 어리고 있었다. 

'고생은 했어도 깨달은 바가 많은 하루였다.' 

그는 탄식하며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어젯밤의 일을 생각하면 치가 떨렸다. 눈을 감아도 떠오르는 것은 피보라요, 후각을 

파고드는 것은 역겨운 피비린내였다. 

이제 마의 금월산은 안개 속으로 잠겨들고 있었다. 

승부(勝負)는 좀처럼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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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백여 초가 흘렀다. 

사문도가 휘두르는 삼첨극은 숨쉴 틈도 주지 않고 태사독을 몰아쳤다. 

태사독 또한 조화성의 이인자답게 기병인 대라쌍환(大羅雙環)으로 눈부신 광채를 뿌 

리며 수없는 포물선을 그렸다. 

카... 카캉......! 

날카로운 금속음이 귀청을 찢을 듯이 울렸다. 

삼첨극 대(對) 대라쌍환. 

어찌 보면 절묘한 배합이었다. 환(環)은 비록 가벼운 병기이긴 하지만 여러 가지 묘 

용(妙用)이 있었다. 먼저 둥근 고리의 면은 구슬처럼 매끄러워 아무리 날카로운 병 

기라도 닿으면 미끄러지거나 퉁겨나가고 만다. 

중병(重兵)을 대할 때는 그 무게로 밀리는 단점이 있으나 태사독 같은 절세고수라면 

중후한 내공으로 능히 그 단점을 보완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두 사람의 싸움은 막상막하의 국면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싸우면 싸울수록 태사독은 한기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도대체 믿을 

수가 없었다. 이제 이십을 갓 넘은 일개 청년이 자신과 맞수를 이룬다는 사실을 말 

이다. 

'천하에 이런 고수가 존재하다니......!' 

한편 사문도 역시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조화성은 과연 명불허전이다. 이런 자를 수하로 거느린 염무란 자야말로 가공할 인 

물이 아닌가?' 

카카캉! 

다시 불꽃이 퉁겼다. 어느새 백 오십여 초가 지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조금도 지칠 줄을 몰랐다. 

사문도는 점차 답답함을 느꼈다. 

'이런 식으로 싸우다간 한이 없겠다. 위험하지만 모험을.' 

그는 삼첨극을 몇 바퀴 회전시키더니 허공으로 도약했다. 허공에 뜬 상태에서 삼첨 

극을 내리쳤다. 

태사독은 왼손의 환으로 막았다. 

카캉! 

불꽃과 함께 삼첨극이 퉁겨져 나갔다. 사문도는 아래로 떨어지기는 기세를 실어 이 

번에는 그의 심장을 노리고 삼첨극을 맹렬히 휘둘렀다. 

슉! 

가공할 빠르기였다. 삼첨극이 번뜩하는 순간 이미 심장에 닿고 있었다. 그런데 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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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의 입가에는 도리어 득의의 미소가 어렸다. 

'걸려들었다. 애송이 놈. 스스로 환의 범위 속으로 뛰어들다니.' 

철컥! 

괴상한 음향과 함께 삼첨극이 태사독의 환 속에 걸렸다. 고리 모양이었으나 한쪽이 

트여져 있어 그 사이로 삼첨극이 걸린 것이다. 태사독은 환을 비틀어 단단히 얽어매 

는 순간 우수의 환으로 삼첨극의 중간부분을 내리쳤다. 

캉! 

불꽃과 함께 삼첨극이 동강났다. 

삼첨극의 창 부분은 강한 쇠였으나 허리부분은 약했던 것이다. 

"흡!" 

사문도의 안색이 급변했다. 반동강난 삼첨극은 쓸모가 없었다. 그는 삼첨극을 놓아 

버리고 급급히 뒤로 물러났다. 

태사독은 고리에 낀 삼첨극을 던져버린 후 쌍환을 교차시켜 사문도의 양어깨를 강타 

했다. 

윙! 

강기가 먼저 쇄도했다. 

사문도는 다급히 뒤로 물러났다. 동시에 등에 멘 보퉁이를 꺼냈다. 일월쌍극(日月雙

戟)이 들어있는 보퉁이였다. 

그는 보퉁이를 풀지도 않고 태사독을 향해 휘둘렀다. 

"흥!" 

태사독은 냉소했다. 

그는 쌍환으로 보퉁이를 막았다. 

어찌 알았으랴? 그것이 일생일대 최고의 실수였으니!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범하고 

만 것이다. 

삼첨극을 상대할 때는 중병이므로 자연 진력을 극도로 기울였었다. 그런데 상대가 

보퉁이로 막아오자 자연 얕보는 마음에 손목의 힘이 반푼쯤 감소된 것이다. 

카... 앙......! 

보퉁이와 환이 부딪치며 날카로운 금속음이 들렸다. 그 순간 보퉁이가 갈가리 찢겨 

져 나가며 그 속에서 엉성한 모양의 일월쌍극이 드러났다. 

"윽!" 

태사독의 양손바닥이 찢어지며 피가 튀었다. 동시에 좌수의 금환이 박살나 버렸다. 

엄청난 충격에 태사독은 뒤로 다섯 걸음이나 주르륵 밀려나갔다. 사문도의 음산한 

음성이 고막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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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사독, 그대는 졌다." 

위잉! 

일월쌍극이 풍차처럼 회전하며 그를 공격했다. 

캉! 

우수의 금환으로 막았으나 먼젓번의 삼첨극과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그의 금환은 

여지없이 퉁겨져 날아가 버렸다. 

"크으......." 

태사독은 술에 취한 듯 비틀거렸다. 너무나 큰 충격에 진기가 역류했으며 시야가 뿌 

예졌다. 그 순간 무엇인가가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컥!" 

그는 비명을 발하며 몸이 앞으로 꺾였다. 놀랍게도 일월쌍극의 날이 그의 심장을 관 

통해버린 것이다. 

태사독의 동공이 크게 벌어졌다. 딱 벌린 입으로부터 분수 같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 

"이... 이런... 터무니없는......." 

그는 자신의 가슴에 쑤셔 박힌 엉성한 모양의 쌍극을 내려보며 회의에 찬 표정을 지 

었다. 

사문도의 착 가라앉은 음성이 들려왔다. 

"고수의 싸움에서는 일순간의 방심이 생명을 앗아가는 법." 

츅! 

사문도는 일월쌍극을 당겨 뽑아냈다. 

태사독은 약간 앞으로 끌려오다 신형을 흔들었다. 그의 가슴에 구멍이 뻥 뚫려 피분 

수가 뿜어지고 있었다. 그는 술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렸다. 

"미... 믿을 수 없다. 나... 태사독이 한... 번도 패해본 적이 없는 내가... 내가.. 

....." 

그의 불신에 찬 자색 눈동자가 빙그르르 돌아갔다. 그는 앞이 보이지 않는지 사문도 

가 아닌 엉뚱한 방향을 향해 최후의 말을 내뱉었다. 

"졌다. 깨끗이......." 

쿠웅! 

거목이 쓰러졌다. 

조화성 제삼신마전의 전주인 천황 태사독이 쓰러진 것이다. 

영원히 쓰러질 것 같지 않던 거목이 한 순간에 꺾인 것이다. 

사문도는 냉정한 시선으로 태사독의 시신을 내려보고 있었다. 잠시 후 그는 일월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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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을 등에 둘러메며 중얼거렸다. 

"당신은 강했소. 아마 내 평생 당신 같은 고수는 몇 번 만나기 힘들 것이오. 하지만 

당신은 강한 만큼 자신을 너무 믿은 것이 실수였소." 

사문도는 바닥에 떨어진 하나 뿐인 금환을 집어들어 태사독의 가슴 위에 놓은 후 가 

볍게 목례했다. 

"당신은 위대한 고수였소, 태사독." 

침착하게 한 마디를 남긴 후 그는 타구봉 아래를 향해 걸어 내려갔다.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토록 자욱하던 안개도 태양에 밀려 서서히 엷어지고 있었다. 

태사독의 죽음. 

비록 그의 죽음을 본 사람은 없었으나 조화성의 핵심고수인 그가 최후를 맞이한 타 

구봉은 태양 아래 낙타의 등 같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햇살 아래 적나라하게 모습을 보인 타구봉 정상은 온통 혈전의 잔재로 깔려 있었다. 

여기저기 널려있는 참혹한 시신들, 흘러내리다 말라붙은 선혈의 자국들, 부러지고 

꺾인 채 흩어져 있는 병장기들.......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가져오는 지를 타구봉은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 

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욕망이야말로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 

왔다는 모순을? 

"아아악!" 

죽은 듯이 누워있던 상관수아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가슴을 움켜쥐며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 

용문전장(龍門錢莊)의 내실이었다. 

상관수아를 간호하던 시녀들은 갑작스런 사태에 어찌할 바를 몰라 우왕좌왕했다. 

"아아아... 악!" 

상관수아는 계속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입가로 검은 선혈이 흘러내리고 있 

었다. 

잠시 후 비명소리를 듣고 두 사람이 황급히 뛰어들었다. 용문전장의 장주 상관홍과 

검선생이었다. 

"수아야!" 

상관홍은 다급히 외치며 상관수아를 껴안으려 했다. 

"잠깐만 기다리시오, 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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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선생이 그를 제지했다. 

"왜 그러시오? 딸아이가......." 

검선생의 안색은 심각했다. 그 바람에 상관홍은 멈칫하여 뒤로 물러났다. 검선생은 

상관수아의 눈을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상관수아의 눈은 크게 떠져 있었는데 공포의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스스로 가슴 

을 쥐어뜯으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아아아... 악! 악!" 

그녀는 침상에서 상반신만을 일으킨 채 몸을 요동쳤다. 그 바람에 가슴 옷이 찢겨져 

나가며 백옥 같은 젖가슴이 일부 드러나기까지 했다. 

검선생의 눈에서 번뜩 빛이 솟아났다. 

'저것은?' 

그는 상관수아의 젖가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유방 한가운데 손가락 굵기의 

붉은 혈흔(血痕)이 보였다. 

상관홍이 답답하다는 듯 물었다. 

"검선생, 대체 어찌해야 좋단 말이오?" 

검선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히 말했다. 

"안심하십시오. 상관소저는 곧 회복될 것입니다." 

상관홍은 어리둥절했다. 

"회복되다니? 아니... 어떻게 말이오?" 

"상관소저의 심령(心靈)을 제압하고 있던 자가 방금 전 죽었습니다. 심령이 그 자와 

연결되어 있으므로 그가 죽는 순간 상관소저는 고통을 받게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 

제 괜찮아질 것입니다." 

"......." 

상관홍은 믿어지지 않았으나 행여나 하는 마음에 기대감을 가진 채 상관수아를 바라 

보았다. 그에게 있어 딸은 인생의 모든 것이었다. 천하를 잃어도 딸을 잃을 수는 없 

었다. 

"수아야......." 

그는 안타까운 음성으로 불렀다. 

이때 상관수아의 몸이 경련했다. 그녀는 상관홍의 음성을 들은 듯했다. 

"아버... 님......." 

실로 감동스런 순간이었다. 

"오! 수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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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관홍은 와락 상관수아를 끌어안았다. 

상관수아의 흐릿하던 눈이 돌아오고 있었다. 예전의 활달하고 총기 어린 눈빛으로 

서서히 회복되어 가고 있었다. 

'이제 됐군.' 

검선생은 안심해도 좋다고 생각한 듯 돌아서 밖으로 걸어나갔다. 그러나 그의 가슴 

에는 짙은 의문이 일어나고 있었다. 

'제갈사는 분명 태사독을 만나지 못했다. 한데 어떻게 태사독이 죽을 수 있단 말인 

가?' 

검선생의 미간은 깊은 주름이 잡히고 있었다. 

'누군가가 태사독을 죽였다. 대체 그는 누구란 말인가?' 

검선생은 가슴이 써늘해졌다. 

그는 알고 있었다. 천하에서 태사독을 죽일 만한 능력을 지닌 사람은 다섯 손가락을 

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의 반쯤 센 눈썹 끝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태사독이... 죽었다고?" 

"예!" 

야우혈성의 수뇌 광무염의 보고를 접한 신산 제갈사는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럴 리가... 어떻게 죽었단 말이냐?" 

광무염도 자신이 본 사실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누군가와 격전을 치른 듯했습니다. 사인은 심장에 뚫린 구멍이었습니다. 상흔으로 

미루어볼 때 중병기에 당한 듯 했습니다." 

"심장에 구멍......? 그것도 중병기에?" 

제갈사는 회의에 찬 표정이었다. 

"대체 누가 죽였단 말이냐?" 

광무염도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속하도 짐작이 가지 않습니다. 한 가지 짐작 가는 건... 금월산에서 발견된 조화성 

의 고수 백여 명의 시신들과 모종의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점 뿐입니다." 

제갈사는 침중한 표정으로 물었다. 

"마교의 천마구예(天魔九藝)와 만자혈폭륜을 사용한 인물 말인가?" 

"그렇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제갈사의 머리는 혼란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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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의 무공과 마교의 무기를 사용하는 자가 조화성을 공격하다니?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다. 아무리 하늘의 두뇌를 지닌 신산이라 해도 그것만은 해답을 구 

할 수가 없었다. 

'그가 우리의 적이라면 제 이의 염무를 맞이한 셈이다. 그렇게 되면 천하는 더욱 더 

폭풍에 휘말릴 것이다.' 

제갈사의 표정이 야릇해졌다. 

'하지만 그가 조화성의 적이라면?' 

제갈사는 무겁게 입술을 열었다. 

"무염." 

"넷!" 

"수하들과 함께 금월산 일대를 샅샅이 수색해라. 태사독을 죽인 인물을 찾아라. 그 

를 찾으면 최대한 정중히 모셔라. 절대로 실수하거나 결례하면 안 된다. 알겠느냐?" 

"예!" 

광무염은 날개를 펼치며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눈 깜짝할 사이에 작은 점이 되어 

사라져버렸다. 

제갈사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그가 조화성의 적이라면 우리 쪽으로 포섭해야 한다. 그렇게만 되면 엄청난 힘을 

얻게된다. 그 자를 통해 마교의 무공을 익힌 염무의 약점파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조화성의 절정고수들을 제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제갈사의 심중에는 벌써 계획이 세워지고 있었다. 

뜻밖의 변수로 나타난 신비인물. 마교의 무공을 쓰면서도 조화성을 대적하는 괴인물 

을 끌어들일 수 있다면... 만사는 유리하게 진행되어 갈 것이다. 

제갈사의 두뇌는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계획은 유보되어야만 했다. 백의무사 한 명이 전서구를 가져왔던 것이 

다. 

전서구의 다리에는 편지가 묶여 있었다. 그 편지를 읽는 제갈사의 표정이 변하고 있 

었다. 

<개봉부 지부대인 황보인(皇甫仁)이 군사 일만 명을 금월산으로 출동시켰습니다. 급 

히 대피 바랍니다.> 

"음." 

뜻밖의 일에 부딪친 것이다. 그는 눈을 반쯤 감은 채 생각했다. 

'태사독이 죽은 이상 이곳에 더 머물러 있을 필요는 없다. 관부와 충돌하는 것은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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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것이 하나도 없다. 태사독을 죽인 자를 찾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제갈사는 결정을 내렸다. 

"육자경." 

황성마건의 수뇌 육자경이 다가왔다. 

"철수한다. 가장 빠른 시각 내로 금월산을 뜬다. 야우혈성에게도 연락하여 수색을 

포기하라고 해라." 

"알겠습니다." 

육자경은 명을 받고 달려갔다. 

제갈사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태양은 중천에 떠올라 눈부신 빛을 뿌리고 있었다. 간밤의 악몽을 씻어 버리려는 듯 

온 산을 강렬하게 비추고 있었다. 

하룻밤 사이에 난 사상자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피아(彼我)간에 막대한 

타격을 입은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태사독의 죽음이었다. 비록 뜻밖의 죽음이 

었으나 결론적으로 보면 조화성 쪽에서 큰 손실을 본 셈이었다. 

제갈사는 시선을 돌리며 중얼거렸다. 

"조화성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이제 본격적인 혈풍이 불어올 것이다." 

혈풍(血風). 

무림이 생긴 이래 하루도 피바람 잘 날이 없었다. 일단 무림계에 발을 들여놓은 순 

간부터 잠을 편히 자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 칼날 아래 목을 댄 채 살아가는 것이 

무림인의 삶이다. 

그러나 어제의 혈풍과 오늘의 혈풍은 다르다. 

조화성의 검은 음모가 서서히 그 윤곽을 드러내면서부터 천하의 안녕까지도 흔들리 

게 될 것이 뻔했다. 

누구보다도 그 까닭을 잘 알고있는 신산 제갈사. 그래서 돌아서는 그의 마음은 무겁 

기 한량없는 것이다. 

제갈사는 찌르는 듯한 햇살 아래 눈을 질끈 감았다. 

'예고된 혈풍이다. 그리고 아직 시작조차 안됐는지도 모르지. 하지만 나도 기다리고 

만 있진 않았다. 준비된 보따리를 하나씩 끌러야 할 때다.' 

문득 까마귀소리가 울렸다. 

까악! 까아악! 

피비린내를 맡은 까마귀가 금월산을 뒤덮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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