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권력을 가진 여인
대호가 그녀의 술잔에 아낌없이 술을 따라 주었고 자연은 그에게서 술을 받아
마셨다.자연의 시선이 문득 밖으로 향하는가 싶더니 밖에 있던 자가 들어와 보
고했다.노예중에 한명으로 보였다.
"해신정의 호연님입니다."
"들어오라고 해라."
하민은 노골적으로 싫은 얼굴을 했지만 참는 듯 입을 다물었고 애진은 조금 불
편해졌다.애진은 자연이 이들을 맞이하여 이렇게 성찬을 베푸는 이유에 대해 조
금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이들이 흥미로운 인물들이긴 하지만 제후들의 사
자를 멀리하고 만날 중요인물들은 아니었기때문이었다.
대호가 진짜 마음에 든 것은 아닐텐데 하고 그녀가 생각하고 있을 즈음 세현이
갑자기 물었다.
"원하는 게 뭡니까?"
하민은 그를 바라보았고 세현이 조금 진지하게 굳은 얼굴로 하민과 자연을 번갈
아 보고 있었다.
대호가 흥이 깨진 듯이 그를 노려보았다.
"넌 성질이 왜그리 급하냐? 뭐가 어때서 그래?
"우리는 빨리 가야해요,사형,사형은 지금 이 상황에 웃음이 나와요?"
"조급해 봐야 소용없잖아? 게다가 스승님이 마음을 바꾸시지않는한 가도 소용없
고."
대호가 천연덕스레 말하곤 정훈에게 다시 술을 따랐다.
"허나..우릴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보시죠!"
세현이 다시 말했고 정훈과 대호는 모른척 했다.세현이 혀를 찰 무렵 애진이 한
마디 했다.
"무슨 일인지 제가 알면 안되요?"
세현이 입이 딱 다물어지고 정훈과 대호의 입도 다물어 졌다.
애진은 그들을 바라보면서 조용히 말했다.
"제가 끼어들어서 좋을 것은 없겠지만...뭐 혹시 아나요? 도움이 될 수 있을 지
도."
하림이 막 뭐라 할 무렵 정훈이 뜻밖에 입을 열었다.
"좋아요.아가씨,애진이라고 했지?"
"네."
"이 애들을 도와주어서 고맙소.이 애들은 천방지축이라 다루기 힘들었을 거요."
자연이 소리내어 웃었고 대호는 정훈을 찡그리며 바라보았다.
"나는 선계에서 왔소."
정훈은 잘라 말했다.
하민도 세현도 놀라 눈을 크게 떴다.정말 정훈이 말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이 자리에 있는 이 마법사는 드문 재주를 가진 자이지.그는 선계인을 알아보았
소.그리고 그 자신역시 선골이오."
하민을 보고 다들 다시 돌아보았다.하민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나는 이 마법사를 데리고 다니고 싶소.다시 말해 제자로 삼고 싶단 말이오."
하민의 얼굴이 흥분으로 달아올랐고 그는 믿어지지않는다는 듯이 정훈을 바라보
았다.
"그래서 말해 두는 거요.여기 있는 대호와 세현의 모습은 본 모습이 아니오.이
들은 내 제자로서 이미 오백년간 도를 닦은 놈들이오.선계인이지."
애진이 벙벙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세현은 못마땅한 표정을 짓다말고 입을 다물었다.
"나는 이 녀석들의 검선생이오.이들을 거둔 건 백년전이오.이놈들이외에도 내
제자는 세명이 더 있소.그러나 이들처럼 말이 많고 시끄러운 놈들은 선계에서도
드물지."
정훈은 하하 웃었다.
"그런데 선계인은 대체 뭐가 다른 거요? 내가 보기엔 뭐 큰 차이가 없어보이는
데."
자연이 느긋하게 말했다.그녀는 별 감흥이 없는 얼굴이었다.
"음...글쎄..선계인과 인계의 보통 인간을 비교해 본다면....여기 있는 세현 혼
자서 약 천여명을 상대할 수 있다고 하면...조금 이해가 갈 거요."
자연의 눈이 커졌고 애진의 입은 적 벌어졌다.
"이녀석은 생긴 것은 이래도 후생선계인 들 중에서는 상당한 실력자요.그는 아
직 검선의 반열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가능하지,한 백년 내에는..."
대호가 히죽이 웃어보였는데 그 얼굴만으로는 도저히 그가 검선으로 불릴수 있
을 지 알 수 없었다.
"여기 잔소리가 심한 세현역시 마찬가지요.이 둘은 내 제자들 중에서 가장 실력
이 있는 놈들이오.이 두 녀석은..내 뒤를 이을만 하지."
그말을 하면서 정훈은 술을 기울였다.우울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세현이 낮게 사양하듯 말했다.
"그럴리가 없습니다.아직 스승님의 검을 따라올 자는 없으니까요."
정훈이 낮게 웃었다.그는 세현을 바라보면서 모처럼 부드러운 안색으로 말했다.
"그런 말로 날 유혹해 봐야 소용없다.나는 이미 이름따윈 신경쓰지않아."
"그렇지만..때로는 생각지 않을 수 없습니다.스승님...저희들은 .."
세현이 숙연해질 때 문이 열리면서 호연이 들어섰다.
그는 좌중안에 앉은 대호들을 훑어보고는 자연을 바라보고 다음으로 애진을 바
라보았다.그리곤 만면에 웃음을 띄고 자리에 와 앉았다.
"이거..내가 불청객인가요?"
"글쎄.네 하기 나름이지."
자연은 이복동생을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면서 곰방대에 다시 불을 붙였다.
"애진님은 나날이 아름다와 지시는 군요."
호연이 애진에게 시선을 던졌다.
애진은 세현을 신경써서 모처럼 머리를 곱게 늘어뜨리고 있었다.그녀가 입은 옷
은 자주 입지않는 장복이었는데 남장한 미녀같이 보여서 고혹적인 아름다움이
엿보이고 있었다.
애진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인사했다.
하민이 정훈에게 다시 시선을 돌릴 즈음 호연이 활발하게 물었다.
"소개시켜주지않을 셈입니까, 누님?"
자연은 곰방대를 입에서 떼고 말했다.
"여기 계신 이 경국지색의 미남자양반이 정훈님이고 저기 앉은 미남이 세현님.
그리고 이쪽 내옆에 앉은 잘생긴 젊은친구가 대호야."
그 말에 대호가 껄껄 웃었다.
"적절한 설명이었어,자연."
자연이 곰방대로 대호의 머리통을 가볍게 때렸다.
"시끄럽게 웃지마."
하민은 호연이 등장하자 거북해지는 상황을 느꼈다.그는 어쩌나 하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문득 자연이 일어서서 호연에게 말했다.
"너는 애진을 조금 상대해 주어라.나는 이 정훈이란 분과 이야길 좀 해야 겠으
니 말이야."
호연이 눈을 크게 뜨고 그녀를 보았다.
그리고 그는 조금 음탕한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새애인이시오? 누님?"
자연의 얼굴에 불쾌함이 서렸지만 그녀는 흥 하고 웃었다.
대호가 화를 내기 직전 자연은 대호의 어깨에 손을 얹고 몸을 돌리며 말했다.
"요망 사항이지."
대호는 정훈의 안색을 바라보았는데 화를 내는 얼굴이 아니었다.대호가 자연을
보자 자연은 대호의 팔을 잡고 마치 길안내를 하고 부축하라는 듯이 끌고 가고
있었기때문에 화가 풀렸다. 그 뒤를 급히 세현이 따랐다.
애진은 그들과 같이 자리를 뜨고 싶었지만 별수 없어 그 자리에 엉거주춤 앉아
있었고 호연은 이때다 하고 그녀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요?"
정훈이 자연에게 말했고 자연은 곰방대를 가볍게 휘두르면서 대호의 어깨에 팔
을 둘렀다.그녀와 대호의 키가 그다지 차이가 없어서인지 자연스러워 보였다.
그들은 막 회랑을 건너서 조금 큰 방에 도착해 있었다.
자연이 자연스럽게 그들을 이끌고 그 자리로 간 것이다.
세현은 불안한 안색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방,괜찮아?"
그녀는 그렇게 묻고는 한바퀴 둘러보았다.
방은 대호나 세현이 묵는 방보다 조금 컸고 조금 더 깨끗했다.
침상도 넓었고 의자와 탁자도 있었다.아마 귀빈이 묵는 방이었던 모양인데 이
방역시 다른 방들 처럼 약간은 쇠락한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어쩌면 새로 수리
를 전혀 하지않았기때문인지도 모른다.게다가 새 가구라곤 하나도 없었다.
창문을 열면 멀리 기린성까지 보이는 이 삼층방은 자연이 앉아있던 방으로 부터
상당히 먼 곳이었고 그 동안 그녀는 설명 한 마디 하지않았다.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대호가 다시 물으려 하는데 자연은 곰방대를 창밖으로 내밀어 탁탁 털면서 말했
다.
"내가 말하고 싶은게 있는게 아니라 그대들이 있겠지,그럼 조용히 이야길 해보
시게.이제 배는 부르겠지? 대식가 양반?"
세현이 약간 얼굴을 붉힐 즈음 자연은 유유히 곰방대를 흔들면서 밖으로 나가
버렸다.
대호가 그녀를 막 뒤쫑으려 할 때 정훈이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그만 두고 앉아."
세현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정훈은 검자루를 탁자위에 놓았다.그리곤 약간은 피로한 듯한 얼굴로 그들을 바
라보았다.
"고생했겠군,여기까지 오는데."
"그렇지는 않아요.우리들..뭐,재미있었죠."
대호가 하하 웃고는 의자에 털썩 앉았다.
"멋진 여자죠?"
"선골은 아니다만..."
정훈이 살짝 웃었다.
"그러나 멋져요!"
대호가 고개를 저었다.
"저런 여자가 늙고 병들어 죽어갈 것을 생각하면 소름이 끼쳐요!"
"그녀는 늙어서도 멋질 걸."
정훈이 미소를 짓고는 턱을 괴고 세현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돌아가지않겠다고 말했었지.세현."
"그러나 돌아가시지않으면 대체 영산회는 어찌되죠?"
"알바가 아니지.난 할 만큼 했어."
"영산회에서 마룡을 쓰러뜨려야 할 자는 ...스승님이세요."
"난 700년간이나 그 짓을 해왔어.지겨워."
정훈이 대꾸했다.
"그러니까 나는 대호에게 태청옥허검법을 전수하려 했지만 그가 실패했지."
대호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금기를 깨서 말이죠."
"누가 멍청히 태청옥허검법을 익히는 데 술을 퍼먹을 줄이야 알았겠나."
대호의 얼굴이 이젠 창백해졌다.
정훈은 대호를 흘긋 보고는 말했다.
"그러니까 이것도 운명인지도 모르지.일단 영산회에서 다른 검선이 마룡을 쓰러
뜨리게 되면 되는 거 아냐?"
"스승님 말고 누구요?"
세현이 애원하듯 말했다.
"그대의 어머니인 금산신모가 그렇게 완고하더니 너도 못지않구나 세현."
정훈이 한숨을 쉬듯이 말했다.세현은 입을 내밀고는 스승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빨리 늘질 않지.머리는 좋은데 검이 늘지않는 거다."
정훈은 고개를 저었다.
"검을빨리 배우는 데엔 머리는 필요없어.대호정도면 충분해."
대호가 발끈했다.
"그건 무슨 뜻이에요?"
"뭐,..어찌되었거나 다른 사람을 알아보라고 선계에 알리렴.나는 정말 내가 선
언한대로 영산회에는 안나갈 거고 대호가 나가든 누가 나가든 뭐..좋겠지."
"종화선인께서 ..가만히 계실리가 없죠.당장에 쫑아 내려오실 겁니다."
세현이 그를 위협하듯 말했따.
"알게 뭐야.그놈."
정훈은 제멋대로 지껄이곤 창밖을 바라보았다.
밖은 정말로 아직까지도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전쟁의 와중에 이렇게 느긋히누워 잘 수 있는 것이 기묘하게 느껴졌다.
"인간계는 정말 이상하지않은가?"
"그렇다고 생각합니다.그러나..."
세현은 망설였다.
"종화라면 익히 그 악룡을 물리칠 수 있을 거야.그라면 질리지않고 700년이든
천년이든 마룡을 물리치겠지."
"그렇지만 종화선인께선 아무래도 한 수 아래세요.스승님보단."
정훈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말을 종화앞에서 해봐라.아마 그 성질에 당장에 네 목을 베어버리려 할 거
다."
대호는 거검을 풀어서 탁자위에 놓으면서 그 답지 않게 조용히 물었다.
"제가 다시 태청옥허검법을 수련하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정훈과 세현이 동시에 그를 바라보았다.
"다시? 쌓아놓은 모든 것을 잃고나서 다시라구?"
흐 하고 정훈이 웃더니 야멸차게 말했다.
"그럴려면 너는 100년은 다시 수련해야해.그런데 영산회는 고작해야 삼백일 밖
에 남지않았다.불가능한 일이지."
"요지의 도화공주께 천년옥수를 부탁드리면 가능할 지도 모릅니다."
옆에서 세현이 재빨리 말했고 정훈은 그를 쏘아보았다.
"스승님께서 ....직접 도화공주께 부탁드리면 가능할 겁니다.스승님.그렇지요?"
"웃기지마."
"아니요..실은 도화공주께서 그렇게 화가 나신 것도 무리는 아니잖습니까? 이번
일은 분명히 스승님이 잘못하신 겁니다."
"일방적으로 정해진 약혼이야.난 허락한다고는 하지않았어."
"하지만..상제께서 직접 명하신 바이고 ..약혼기간은 무려 150년간이나 계속되
었어요.도화공주께서나 요지성모께서 화가 나신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정훈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봐라.세현,너는 네가 바라지도않는 여자와 결혼한다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
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만 나는 싫다."
그는 한숨을 내 쉬었다.
"상제께선 대체 무슨 생각을 하시는 지는 몰라도 나와 도화공주와의 혼약은 잘
못된 일이었어."
"왜요? 도화공주는 스승님을 좋아합니다.스승님이 다른 여선을 사랑하는게 아니
라면 뭐가 어때서요?"
대호가 끼어들어 급히 물었다.
정훈은 입술을 가볍게 깨물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묻는 대호가 어딘가 얄미웠던 것이다.
세현은 눈치를 채고 낮게 물었다.
"선자는 뵈셨어요?"
정훈은 세현을 힐긋 바라보곤 고개를 젓고 창밖을 다시 바라보았다.
"구천선자는 매우...완고하신 분이다.남자는 아마 아무도 안만날 거다."
정훈은 가볍게 말하곤 입을 다물어버렸다.
"금린어는 누가 차지했어?"
"아무도요."
자연은 하하 웃었다.
그녀는 호연이 있는 연회장으로 다시 돌아온 참이었다.
그들 세사람끼리-아니 세 선인끼리 있을 자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
던 것이다.하민은 눈을 반작이며 뭔가 기대에 가득차 있었다.
"하민,.적당히 해둬라."
자연은 하민이 바라는 것이 천하.
즉 창룡전의 자연이 여제가 되어 천하를 가지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연의 나이는 올해로 스물 여덟이 된다.그녀는 창룡전을 15살때 물려받았다.그
리고 그녀가 20세가 되던 해에 하민을 주웠다.
주웠다고 말하는 것은 좀 묘한 말이었지만 그녀는 말 그대로 하민을 주웠다.
하민은 그때 다 죽어가는 몸으로 길바닥에 쓰러져 있었으며 자신을 마법사라고
말했다가 다른 자들에게 몰매를 맞고 난 뒤였었다.
이유는 알지못했지만 하민은 당시 마법을 전혀 쓰지못했고 마법은 커녕 보통 인
간보다도 약해서 젓가락하나를 간신히 들어올릴 정도로 약해빠졌었다.
그런 그를 주워서 약 한달을 정양시킨 것은 물론 자연이었다.다른 자들이 뭐하
러 그런 일을 하느냐고 했을 때 자연이 말했었다.
"이 자는 자신이 마법사라고 말했고 그게 어떤 마법사이든 간에 난 마법사가 필
요해."
하민은 감격했다.
그는 거의 1년간 아무런 일도 하지못하는 병자였다.지금도 그다지 건강하지는
못하지만 걸어다닐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해 지자 마자 그는 힘을 가졌다.
그는 자연의 뜻에 부응하여 몸을 추스리자 마자 마법을 보여주기 시작했는데 그
건 다른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
대저 마법사들이 흔히 하는 마법이란 부적을 사용하여 주위 사물을 옮기거나 혹
은 유령을 부리거나 하는 정도였는데 이 하민은 번개를 내렸고 비를 내리게 할
정도의 마법을 구사했다.
가뭄이 들었을 때 그는 머리를 풀어헤치고 연단에 올라가 삼일 기도를 했고 그
러면 어김없이 비가 내렸다.그의 이름은 이미 아만에서는 전설이 되어있었다.
그의 단 하나의 소망은 자신을 거둔 이 자연이 다른 패후들을 누르고 여제가 되
는 것이었다.
그런 그에게 지금 선인이 셋이나 나타난 것이었다.
그는 선인을 알아볼 수있었고 그 선인의 힘도 알고 있다.그러니까 그는 당장에
이 선인이 자연에게 호감을 가지고 그녀에게 힘을 빌려주길 바라고 있는 것이
다.
"때때로 지나치는 것은 모자람만 못해.이봐,하민,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나?"
하민은 자연을 바라보면서 대답대신 고개만 숙여보였다.
그녀를 여제로 만드는 것은 꿈은 아니다.
그녀에게는 힘이 있었고 그 힘은 이미 이 아만을 덮고 있었다.그녀의 힘이 서패
후나 동패후보다는 조금 떨어지는 일이 있다고 해도 그건 얼마든지 감당해 낼
자신이 있었다.자신이 모시는 이 주군을 위해서 그는 아낌없이 힘을 다할 작정
이었다.그러자면 저 선인들의 힘이 필요했다.
저들이 자연에게 힘을 보태줄 수있다면...
『북별궁의 집필실-환상의 노트북(작가연재란) (go FNNINAPA)』 68번
제 목:동방제국기전 9
올린이:ahinshar(박창준 ) 99/05/30 21:11 읽음:130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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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호 : 7008
게시자 : 이수영 (ninapa )
등록일 : 1997-11-02 23:57
제 목 : 동방제국기전 9
동방제국기전 9
4.금린어
대호는 한밤중에 일어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일어난 게 아니고 자지도 않았다.
그는 벌떡 일어서서 창문을 열고 밖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호수에서는 금린어를 잡기위한 자들의 아우성이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
다.낮에 보았던 수많은 배들이 생각나자 그는 조금 초조해졌다.
"금린어라..그게 맛이 있었던가?"
그는 그렇게 조금 중얼거렸다.알게 뭐냐하고 그는 생각하길 멈춘 뒤에 밖으로
뛰어 나갔다.등에 매단 거검이 그의 움직임을 따라서 흔들거렸다.
그는 애진의 거처로 가고 싶었지만 그녀가 어디서 머무는 지 모른다는 가장 기
초적인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그리고 사제 세현을 불러낼까 하고도 생각을 했지
만 그가 잔소리를 해댈 것이 틀림없었기때문에 단념했다.
"그래.혼자 해보지뭐."
그는 정원을 가로질러 걸어 밖으로 나갔다.
이 괴이한 형태의 대 저택 창룡전을 나가면 크고 작은 골목들이 연달아 있기때
문에 길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
그러나 지금 이 밤중에 대호의 움직임을 주의깊게 바라보는 사람들은 없다.
달도 구름속에 가린 컴컴한 밤인데다가 낮의 형투전으로 사람들은 모두 일찍 귀
가했고 살벌하게 돌아다니는 자들은 대부분이 다 창룡전이나 용병길드에 속한
자들이 였다.그들이 순찰을 도는 것을 바라보던 대호는 창룡전의 낯익은 젊은이
하나를 불러냈다.
"이봐."
젊은이는,들고 가던 대야를 놓고 대호를 돌아보았다.
"이 밤중에 왜 돌아다니시는 거죠?"
젊은이가 그를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대호는 이 젊은이가 자연의 재떨이 담당이라는 것을 기억해 내고 다시 물었다.
"너 한가해?"
"뭐,,,그런 편입니다.주인께선 지금 침수에 드셨고..."
젊은이는 조금 늦게 대답했다.
"이름뭐야?"
"아랑입니다만."
"좋아.아랑,너 나좀 따라와주었으면 한다,"
"왜요?"
"지금 내가 호수에 좀 조사해 볼게 있어서 그런데...지금 다들 순찰을 돌고 있
잖아?내가 돌아다니다가 자연의 부하들에게 상처라도 입히면...내가 그녀를 볼
낯이 있겠냐?"
아랑은 ,이 노예청년은 그를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조금 발상이 이상하군.창룡전의 용병들이 수천이나 이 근처에 깔려있는데 그 와
중에 뚫고 나가다가 다치는 게 어느쪽인지 정녕 모른다는 것인가.
아님...조금 허풍을 떠는 것인가..
아랑은 그렇게 생각하다가 이 이상한 젊은이가 자신의 주인의 손님이라는 것을
다시 깨우쳤다.그래서 정중하기로 마음먹었다.
"알았습니다."
그럼 하고 말하려는 그 순간 대호의 손이 아랑의 허리를 덥석 잡았고 그 다음에
는 그의 몸은 허공을 날고 있었다.아랑이 비명을 올리려는 자신에 놀라 입을 다
무는 동안 대호는 밤바람에 머리칼을 휘날리면서 이 지붕에서 저 지붕으로 날고
있었다.
그의 움직임은 말 그대로 독수리정도는 못되어도 호랑이정도는 되었는데 아랑까
지 끼어 안고 있는 상황에서 그는 허공을 춤추듯이 날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난다는 것은 옳은 표현은 아니다.그는 아랑의 몸을 옆에 끼고 가
볍게 뛰고 있는 것이었는데 그의 한 발이 이 지붕과 저 지붕을 연결하고 있을
뿐이었다.
아랑은 경탄성을 내질렀고 대호는 거대한 어느 집안의 지붕위에 서서 물었다.
"저리로 가면 될까?"
"네,...그..그렇습니다."
아랑이 한 방향을 가리켜 보이자 대호는 이제 마음놓고 속도를 높혔다.
그의 몸이 허공을 춤추듯이 나는 동안 아랑은 눈앞이 깜깜해서 눈을 질금 감고
있었다.마치 진짜로 하늘을 나는듯했던 것이다.
점점 속도가 붙는 그의 몸을 발견한 자들은 모두 새인가 하고 말았을 정도였다.
그들은 호숫가에 도착했다.
대호는 한걸음에 호숫가의 정자위에 올라서서는 사방을 미친듯이 훑어가고 있는
군선들을 바라보았다.
"금린어는 그다지 맛이 있진않을 텐데...그래,그 금린어를 잡아다가 관상용으로
키우기라도 할 참인가."
흥 하고 대호는 중얼거리고는 아랑의 몸을 정자의 지붕위에 올려놓았다.
아랑이 넋이 반쯤 빠져서 그를 바라보고 있을 즈음 대호는 배들이 난무하고 있
는 물가로 다가갔다.
"조심하십쇼.이근처에는 병사들이 진을 치고 있어요."
"알고 있어."
아랑의 걱정어린 외침에 대호는 웃어보이고는 물가로 발을 담그었다.
"앗,차가.수영하긴 조금 이르긴 하구만."
"배도 없이 어쩌시려구요?"
아랑이 정자위에서 속삭이듯 낮은 목소리로 외쳤다.
"헤엄칠 밖에."
대호가 낮게 외쳤다.
그리곤 그는 말 그대로 물 속으로 헤엄쳐 들어가기 시작했다.
어둠속에서 그가 물속으로 사라지자 아랑은 갑자기 공포에 사로잡혔다.
"이건..조금,.미친 짓이 아닐까?"
이 호수는 ..기린성의 호수는 그냥 호수가 아니라 하나의 바다나 마찬가지였다.
쌍하가 이루어지는 지점에 만들어진 이 호수는 전설이 아니라도 정말 넓고도 아
득한 곳으로 오죽하면 이곳에서 어업만으로도 생계를 꾸릴 정도이겠는가.
지금 군선들이 그물로 바닥까지 훑어내고 있는 와중이었는데도 금린어가 발견되
지않은 것을 보면 얼마나 이 곳 호수가 넓은지 가히 짐작이 갈 만했다.
그런데 지금 아무 도구도 없이, 게다가 거 거대한 검까지 등에 매달고 대호가
물속으로 뛰어들어간 것이다.
아랑은 가만히 있어선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이러다가 대호가 다른 병사들에게 발각되어 잡히기라도 하면 죽음을 당할 것은
당연지사였다.게다가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자연은 대호가 매우 마음에 든 듯했
다.게다가 그는 지금 창룡전의 손님이었다.잘못 되면 자연은 격노할 것이 틀림
없다.
아랑은 전심전력으로 정자를 반쯤 고꾸라지면서 내려왔다.
그리고는 미친듯이 다시 창룡전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대호는 물속을 헤엄치고 있었다.
조금 거북하긴 했지만 못견딜 정도는 아니었다.
그는 수인을 맺어서 외쳤다.
"수인망!"
그의 전신부터 좌악 하고 물길이 갈라지면서 그는 호수의 밑바닥을 밟고 내려섰
다.물은 그의 바로 머리위 까지만 존재하고 그 아래 그의 옷깃하나 적시지 못했
다.그는 질척대는 호수의 바닥을 엉거주춤 걸어가면서 사방을 돌아보았다.
여기저기 병사들이 쑤셔댄 흔적들이 보였다.
그건 그렇고 정말로 물고기 한마리 보이지않았다.
그렇다는 것은 정말로 물고기의 사나운 깡패 금린어가 등장한 것은 사실인 모양
이었다.
대호는 히죽이 웃었다.
"인간들은 금린어가 무슨 신수정도 되는 줄 아는 모양이지? 고작해야 물고기깡
패에 불과한데."
그는 질척한 바닥을 뭉기적거리고 걸었다.걸음이 무척 불편했다.
"이봐! 수신!"
그가 고함을 쳤다.
호수전체로 웅웅 하고 그의 외침소리가 퍼져나갔다.
소리가 잠잠해질 때 까지 대호는 기다렸다.
바위가 하나 보이길래 그는 바위위에 앉아서 거검을 풀어내어 손잡이를 잘 닦아
냈다.이 거검은 그의 모친 금화선제가 준 것이었다.대호가 어릴 때 부터 신력을
보였기때문에 그녀는 그의 힘에 맞추어 이 거검을 만들었는데 검신은 용의 뼈로
만들고 검자루는 용의 이빨을 갈아 만들었다.용의 피와 뼈,그리고 금강석으로
만들어진 이 거검을 만드는데에는 장인들 수백명이 동원되었다.그 덕분에 금화
선제의 자랑인 화선주가 무려 수백병이나 동이 나게 되기도 했지만.그 괴이한
검의 등장을 보고 웃음을 짓던 금산신모가 대호의 선물로 야광주를 준 것을 대
호는 검자루에 쑤셔박았었다.대호는 구술같은 작은 것은 잃어버리기가 일쑤였
다.그때문에 이 검자루에 쑤셔박은 것이었다.
검자루가 드러나자 순식간에 휘황하게 빛나 사방을 밝게 비추었다.
대호는 검자루를 앞으로 내밀고 사방을 훑어보았다.
"수선녀석 오질 않는군.감히 이 뇌락선풍대호선인께서 내려오셨는데 안온단 말
이지?"
그가 낮게 욕설을 퍼붓고 있는 동안 누군가가 버벅거리면서 오는 것이 느껴졌
다.그의 발 밑의 진흙이 들썩 거리면서 튀어올랐다.
그 덕분에 그의 장삼이 진흙투성이가 되었다.
"쌍! 이자식이!"
그가 고함을 치자 불쑥 진흙속에서 나타난 거대한 대가리가 눈을 꿈벅거리면서
고개를 떨구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다야! 너는 대체 수신으로서 자각이 있냐,없냐!"
대호가 고함을 질렀다.
거대한 대가리는 한숨을 몰아 쉬었다.
그의 전신이 야광주아래 드러났다.
검은 긴 몸통과 미끌거리는 비늘,그리고 거대한 입과 세모꼴의 눈이 세개.
그 크기는 대호를 송두리채 삼키고도 남을 거대한 체구였다.그리고 정말 아찔
할정도로 거대한 입이 양옆으로 쭉 찢어진 채 대호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즉 이 호수의 수신은 오백년 이상 된 거대한 물뱀이었다.
"건방진 놈! 너,지금 내 앞에서 진신이 크다고 자랑하는 거냐?"
대호가 손가락질을 하자 한숨을 몰아쉬던 검은 뱀이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원신을 상당히 다쳐서...그래서 어쩔수가 없습니다요.."
"음?"
"그놈의 깡패가 제 호수에 들어와서 물고기를 깡그리 먹어치운데다가...그놈과
의 결투로 인해서...원신이 많이 상했답니다.으흑! 정말 분하옵니다!"
수신은 갑자기 그 거대한 대가리를 바닥에 철푸덕 내던지면서 대성통곡을 시작
했다.그 덕분에 대호는 다시 진흙을 뒤집어 썼다.
앞가슴과 머리까지 진흙을 뒤집어 쓰자 대호는 매우 괘씸해 져서 그를 쏘아보았
다.엉엉거리고 대성 통곡을 하던 수신이 고개를 살짝 들고 말했다.
"정말...분합니다요.선인.게다가...그놈의 출현을 보고난 인간들이 저마다 그물
질을 해대는 통에 정말...난리도 아닙니다.이 안에 물고기는 그렇다치고 수초하
나 제대로 남은게 있을 줄 아십니까? 정말,.원통해서,..."
"그놈은 대체 왜 나타난 거냐?"
대호가 그의 대성통곡에 화내길 단념하고 진흙을 털어내면서 물었다.
"그걸 제가 압니까! 분하고 원통하구,..으으으으.."
수신이 다시 대성통곡을 시작했다.대호는 이러다가 끝이 없을 거 같아서 말을
붙였다.
"그런데 그놈 어디있나?"
"왜요?"
수신의 눈이 갑자기 빛났다.그의 눈은 흥분과 기대로 빛나고 있었는데 대호는
계속해서 수신이 튀긴 진흙을 턱턱 떼어내면서 말을 이었다.
"음,.잡아서 먹어보려고."
"에?"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있는데 그 여자 몸보신좀 시켜 주려고 해.알다시피 금린
어녀석이 죽는다고 해서 뭐 아쉬워 할 자 하나 없으니까."
"하하!"
갑자기 수신이 의기양양 용기백배해서 고함을 질렀다.
"멋지십니다! 선인! 정말 멋지십니다! 금린어! 당연 몸보신이 되고 말고요!그놈
은 삼백년 묵은 발칙한 잉어놈이니까요! 그놈이라면 당연 몸보신이 되고도 남
죠!"
대호는 흥분해서 당장 춤이라도 출 것같은 수신을 빤히 바라보았다.
"음..상당히 좋아하는구만.너.너도 발칙하긴 마찬가지야! 감히 내게 진흙을 튀
겨!"
"죄..죄송합니다!"
대호는 험험 하고 헛기침을 조금 하면서 수신의 몸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그 놈이 어디있는지 알테지?"
"알고 말고요! 저를 따라 오십시오!"
수신이 몸을 뒤틀자 화악 하고 사방의 물이 막을 헤치고 달려들듯이 다시 밀려
들어왔다.그러나 대호의 몸 일정한 선 까지만 밀려들어오고는 멈추자 수신은 긴
몸을 꿈틀거리고는 그에게 말했다.
"제게 타시지요,선인."
대호가 그의 목위로 올라타자 수신은 합 하고 기합성을 올린 뒤에 쏜살처럼 달
려나가기 시작했다.
『북별궁의 집필실-환상의 노트북(작가연재란) (go FNNINAPA)』 69번
제 목:동방제국기전 10
올린이:ahinshar(박창준 ) 99/05/30 21:11 읽음:125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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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호 : 7009
게시자 : 이수영 (ninapa )
등록일 : 1997-11-03 00:00
제 목 : 동방제국기전 10
동방제국기전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