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대호가 혼자 여행을 시작하게 된 이유
"맛있어?"
문득 정훈이 물었다.
그는 턱을 괴고 앉아서 세현을 바라보았는데 세현의 앞에는 지금 막 김이 오르
는 잉어탕이 있었다.
세현은 그것을 보고서 망설이고 있었다.먹을 것인가 말 것인가.
일단 먹으려한다면 이정도로는 간에 기별도 가지않는다.
왜 그렇게 많이 먹게 되는가.
그건 물론 선계의 음식으로 배를 채워 버릇한 그의 고귀한(?) 식성탓이었다.
그의 모친인 금산신모는 궁선각의주인으로 궁선중에 한명이다.그리고 그녀는
언제나 그를 어릴 때 안고는 금화원으로 놀러가곤 했었다.금화선제 화선풍은 대
호의 모친으로 세현과 대호는 어릴때 부터 친형제처럼 지냈다.
금화원에 가면 언제든 맛있는 열매를 맛 볼수가 있었던 세현은 어린 나이에 무
진장 널린 금화원의 선과들을 걸신들린 듯 먹어치우곤 했었다.
대호는 어릴 때 부터 혹은 모친의 태내에 있을 때 부터니까 상관이 없었지만 세
현은 선과로 배를 채우는 버릇이 든 이래로 다른 것을 먹어봐야 배가 부른 것을
거의 못 느꼈다.게다가 그가먹어치우는 것에 대해서 금산신모가 기겁을 하자
통이 큰 금화선제는 언제나 그가 와서 먹을 수 있도록 금화원을 개방했다.
덕분에 대호와 세현은 어릴 때 부터 같이 자라면서 먹어댄 형편이었다.대호는
그 덕분에 요리가 취미중에 하나가 되었다.
"스승님이 드시죠.전,,,차라리 아래 층에 내려가서 사슴이라도 한마리 잡아 먹
는 편이 낫겠어요.사슴을 한마리 먹고 나면 ...술을 한동이 얻어 먹고...그리고
나선,.과일을 조금 먹도록 하죠..."
세현이 배를 만지면서 말하자 정훈은 고개를 저었다.
"아냐.난 비린내 나는 건 먹지않아.게다가 금린어라니.쳇.그건 싫어,"
"스승님도 꽤나 까다로우시군요.대사형도 아무거나 먹지않아서 아주 귀찮게 구
는데.."
세현이 타박을 하자 정훈이 쳇하고 말했다.
"그래도 너같이 먹는 걸로 고민하지는 않아."
세현은 음 하고 입을 다물고 밖으로 나갔다.
밖에는 사람들이 일제히 모여서 술잔치를 벌이고 있는 차였다.
자연은 전포를 무릎위에 놓은 채 정말로 잉어탕-금린어탕을 먹고 있었다.대호는
자랑스레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고 하민은 조금 허탕한 표정,막 싸움터에서 돌아
와 선 기민은 잉어탕을먹으면서 기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맛있어?"
"음..솜씨가 있구나."
자연이 고개를 그덕였다.대호는 그녀의 목에 팔을 걸고 뺨에 입을 맞추면서 물
었다.
"그대를 위해 잡은 거야,많이 먹으라구."
자연의 옆에 있던 아랑이 어처구니 없는 표정으로 술을 따랐다.
기민은 대호를 멀거니 바라보면서 잉어탕을 먹고 있었다.그는 지금 수많은 병사
들이 기를 쓰고 잡으려 했던,그리고 극뢰나 진명같은 고수들이 치를 떨며 며칠
이나 밤을 새며 찾아헤메던 금린어를 먹는 중이었다.
먹는다..금린어를?
기민은 갑자기 그 생각이 들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
그가 발작적으로 웃음을 터뜨리자 자연과 대호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를 바라
보았다.기민은 배를 잡고 대굴거리듯이 웃음을 터뜨리고는 자신의 부관이자 오
른팔인 도균을 바라보았다.도균은 붕대를 매고는 멀건히 그를 바라보고 있었는
데 그도 금린어탕을 한 그릇 들고 있었다.
이 금린어가 무척이나 커서 한 솥정도의 분량이 나왔던 것이다.
게다가 대호의 요리솜씨는 매우 좋았다.
"왜 그래?"
자연이 묻자 기민은 소리를 억누르고는 대꾸했다.
"극뢰나...진명...하하하...그놈들 전부기가 막힐 겁니다.우리들이 이 금린어
를 먹고 있으니..."
그 말을 듣자 잉어탕을 한그릇 씩 들고 있던 자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맞아,.맞아."
다들 웃고 발을 구르고 있을 무렵 대호가 거검을 땅에 놓고 몸을 기대면서 그들
에게 물었다.
"그런데 정말 궁금한 게 있어.대체 그들은...말야,이 금린어를 잡아서 뭘 할 작
정이었어? 먹지않으면 말이야."
자연은 자신의 앞에 놓인 탕을 마시면서 대꾸해 주었다.
"어탁이라도 뜨고 싶었나보지."
"푸하하..."
다들 발작적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다들 배를 잡고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독하디 독한 화주가 한 순배 돌았다.
하민은 그런 그들을 보고 쓴 웃음을 지으면서 한잔을 받아 들면서 물었다.
"금린어는 많은 제후들이 바라던 것이었습니다...아마 연못에 기르려 했을 겁니
다."
"그 사나운 놈을?"
파 하고 대호가 웃었다.
"그건 말이야.물고기 중에서도 난폭한 놈이야.수신도 쩔쩔매는 놈을 연못에 길
러? 아서! 그런 놈은 그저 먹어치우는 것 이외엔 그다지 방법이 없어."
"하지만..금린어를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제왕의 자리가 보인다면?"
하민이 뭐라 하려는 순간 자연이 낮게 말했다.
"물고기하나로 제왕의 자리가 결정된다? 그건 어불성설이다."
다들 그녀를 흘긋 바라보며 입을 다물었다.
좌중이 조용해지자 진지한 음성이 된 하민이 말했다.
"모든 신복들이 그것을 점 쳤습니다.전주님."
자연은 취기가 오른 눈을 들어서 하민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아랑에게 곰방대에 불을 붙이게 했다.그리고는 하민에게랄 것없이 천천
히 입을 열어서 말했다.
"진짜 제왕이 될 자라면 물고기하나로 좌우되지는 않을 것이다.그리고 ..."
그녀는 연기를 한 모금 내뿜었다.
사방이 조용해져 있었다.
"나는 진짜의 제왕이라면 인심을 모을 수 있는 자가 진짜 제왕감이라고 생각하
고 있다."
하민이 침을 꿀걱 삼키면서 그녀를 보았다.
다들 조용해서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이 대전에는 적어도 백여명 가까운 자들이 모여서 술을 퍼마시고 있었는데 어느
샌지 모르게 바늘 하나 떨어져도 소리가 날 만큼 모두들 입을 다물고 있었다.
"사람을 움직이는 것이다.군사도 사람으로 ..백성도 사람으로.그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자라면 제왕이 되겠지.그리고 나는 아직까지 그런 매력적인 인간은 본
적이 없다."
자연은 피식 웃고는 연기를 내 뿜었다.
하민이 갑자기 진지하게 외치듯이 말했다.
"저는 보았습니다! 그건 전주입니다!"
자연은 하민을 바라보았다.하민은 정색을 하고 말했다.
"전주께서 절 구해 주신 이래,저는 내내 그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당신이 제
왕이 되어야 한다구요! 다른 자들은 알 바가 아닙니다!"
기민이 그 말을 듣고 얼굴을 붉혔다.
흥분이 되어 그가 입을 열어 맞장구를 치려는 순간 자연이 피식 웃었다.
"하민,흥분하지 마라."
그녀는 곰방대를 쥐고 연기를 내뿜었다.
그 자리에 있던 자들이 다들 흥분하여 그들의 말을 귀기울여 듣고 있었다.
휘하 약 일만이나 되는 창룡전이 일어선다면 그건 보통일은 아니었다.
아만의 주민들은 모두 창룡전을 지지하고 있다.게다가 다들 창룡전의 피붙이기
도 하다.길거리의 거지로 부터 사창가의 창녀까지,모두 창룡전과 인연이 있었
다.그런 자들이 지지할 것은 당연한 것 아닐까 하고 다들 기대심을 가지고 그녀
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2년 기다릴 거야."
"네?"
하민이 그녀의 의외의 대답에 놀라 그녀를 바라보았다.
연기를 내뿜으면서 자연이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리곤 옆에 앉은 대호의 뺨을 가볍게 만지면서 말했다.
"2년 안에 나를 매혹시키는 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 때는 내가 일어난다."
"들었어요?"
세현이 팔짱을 끼고 정훈을 돌아보았다.
대호는 흥분해서 자연의 옆에 앉아 꼬리치는 강아지처럼 그녀의 모습을 넋을 잃
고 바라보고 있었다.
정훈은 탁자위에 놓인 찻잔에 차를 따라 마시면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창가에 놓인 화초들이 싱싱하게 피어오르는 것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대호는 저래뵈도 금화선제의 아들이다.
금화선제는 화선풍이라 불리우는 꽃중 제왕이었다.그녀가 다스리는 금화원은 선
계나 인계의 모든 꽃들을 관장하고 있었다.그 꽃들은...
그는 가볍게 미소지었다.
지금 이 창가의 화초들이 싱싱한 화기를 띄우고 있는 것은 얼렁한 대호 덕분이
었다.어찌되었든 대호는 생기에 넘치는 존재였다.
정훈은 조금 부러움을 느끼면서 자연의 일행에 섞여서 떠들고 있는 대호를 바라
보았다.
저 놈이라면 아마 마계의 마전군들과도 잘 지내겠군 하고 그는 실소했다.
세현은 정훈을 돌아보면서 말하고 있었다.
"저 여자는..,보통이 아니에요.그렇게 생각하지않으세요?"
"아아,,.그래.여중지걸.인중용봉이라 할 수있지."
정훈이 성의없게 대답하는 것을 깨닫고 세현은 그를 돌아보았다.
"어쩌실 참입니까?"
"뭐가?"
"정말로 저 마법사를 제자로 들이실 참입니까?"
"그래."
"왜죠?"
"그의 ...인계에서의 생명이 얼마 남지않았기때문이다."
세현은 눈을 크게 떴다.
정훈은 마시던 찻잔을 내려놓고는 흥분하여 눈이 빛나고 있는 하민을 바라보았
다.그의 눈에 연민이 스쳤다.
"그는 선계와 인연이 있어.그리고..인계와는 별로 인연이 없다.그의 몸이 약한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인 듯한데.."
"그러나 그는 저 여인을 사랑하는데요."
"그래.아마 그래서 약한 몸을 추스리고 있는 것이다."
정훈은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세현을 바라보았다.
"넌 어쩔거냐? 정말 안돌아갈 거야?"
"스승님이 돌아가시지 않는 한..저는 돌아갈 수가 없습니다."
세현이 단호하게 말하자 정훈은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내가 유선(떠도는 신선)이 되겠다고 하면 어쩔거냐?"
세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농담하십니까? 선계에서도 일급의 각주이신 분이...! 그건 말도 안되요!"
"선계는 답답하고 난...이곳에 있고 싶다.이 곳은 생기에 넘치고 있어.선계는
너무나 따분해."
"그런..어처구니없는 말을 하시지마세요.스승님이나 대사형의 뒷바라지를 언제
까지 제가 하고 있어야 합니까?"
세현은 화를 내다 못해 눈물을 글썽거렸다.
"영산회에서 마룡을 쓰러뜨려야 할 의무를 가지신 스승님이 당장 그만두겠다고
해서 파문이 생긴 그 와중에...태청옥허검법을 익히고 있던..대사형까지 주계를
어기고,..게다가 스승님은 일언반구도 없이 이렇게 인계에 내려와 버리시고.."
세현은 한숨을 몰아쉬었다.
"검선각을 운영하는 건 제가 아니고 원래는 스승님이라구요! 스승님이나 대사형
이나 조금이나마 의식이 있으시다면..대체 왜 제가 다 해야하느냐구요!"
세현은 발칵 화를 냈다.
정훈이 머슥해 그를 바라보고있는 동안 세현이 그를 향해 울분을 쏟아내기 시작
했다.
"다른 제선들의 차제자는 다들 편히 놀러다니는데 저는 한시도 편안한 일이 없
었다구요! 허구헌날 스승님은 물구경한다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리시지,대사형은
대사형대로 주선들과 어울린답시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리지! 남은 제자들을 단도
리하고 방문하는 손님들을 맞이하고..그걸 다 누가 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세현은 분하다는 듯이 탁자를 내리치고는 정훈에게 원망의 시선을 던졌다.
"왜 제가 다 해야하느냐구요! 대제자도 아닌 차제자인 제가! 게다가 각주도 아
닌 제가 왜 해야 합니까!"
정훈은 멀건히 그가 울분을 터뜨리는 것을 보다가 입을 다물었다.
할말이 없어진 탓이다.
세현이 그렇게 울분을 토하고 있을 때 정훈은 음 하고 턱을 고이곤 그를 다시
바라보았다.
"그럼 네가 각주하련?"
세현은 울화가 치밀어서 그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그걸 말이라고 하세요! 나도 이젠 지긋지긋합니다! 저야 말로 유선이 될랍니
다!"
그는 몸을 홱 돌려서 밖으로뛰쳐나가듯이 나가버렸다.
세현은 소리치니 다시 배가 고파졌다.
생각해 보면 이렇게 대식가가 된 것도 대호나 스승의 탓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
다.그들이 그에게 일을 다 시키고는 자신들은 도망가 버리니 이렇게 애간장이
타녹아 배가 매일 허전할 밖에.
그가 밖으로 나가자 대호가 히죽히죽 웃으면서 세현에게 물었다.
"한그릇 더 줘?"
"술이나 내놔!"
그는 난폭하게 말하고 누군가가 마시고 있던 술동이를 빼앗아서 단숨에 비웠다.
그의 엄청난 속도와 주량에 오옷 하고 다른 자들이 입을 벌렸다.
누군가가 돼지구이를 안주로 가지고 왔는데 세현은 그것에 손을 대자마자 뼈를
발리듯이 다 먹어 치웠고 그 다음으로는 음식상에 산처럼 쌓인 음식을 먹어치우
기 시작했다.
"우어!"
다들 그의 식성에 입을 적적 벌렸다.
게다가 그 무지막지한 식성에도 불구하고 그의 우아한(?) 태도는 변함이 없는
것이다.모두 멍청히 바라 볼 때 세현이 선언하듯이 대호를 쏘아 보면서 말했다.
"대사형!"
"으응?"
대호가 뭔가 찔려서 그를 바라보자 세현이 손가락을 들어서 분명히 말했다.
"대사형이 사모하고도 사모하는 저 자연님은 제가 옆에서 도울 테니 요지로 가
요!"
"에?"
대호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자 세현이 외치듯이 말했다.
"내가 여기 남을 테니까 대사형은 당장 요지로 가서 손이 발이 되도록 빌든 스
승님의 이름을 팔아 넘기든 상관하지 말고 가서 천년옥수를 얻어오라구요!"
"뭐?"
대호는 그의 거친 태도에 찔금해서 우물거렸다.
"스승님은 안움직이실 테니까 방법은 단 하나 ,대사형이 태청옥허검법을 십성까
지 익히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어요! 그리고 그걸 익히려면 금주금색해야 하는
데 대사형은 그게 불가능하니 방법은 단 한가지!"
세현은 엄숙하게 닭다리를 들고 말했다.
"천년옥지를 복용하여 공력을 얻는 것 이외에 방법이 없어요! 알아 들어요?"
"으,..으음..그러나..그걸 어떻게 얻어?"
"공주에게 가서 스승님이 그걸 주면 마음을 바꾼다고 말해요."
"엑?!"
대호가 입을 벌리고 자신들을 보고 있는 정훈의 얼굴을 발견하면서 불안한 얼굴
로 세현을 바라보았다.
세현은 무지막지하게 말했다.
"공주에게 그걸 약혼예물로 달라고 하고 영산회가 끝나고 나면 혼인한다고 스승
님이 말했다고 알려요!"
"그걸..말이라고 해!"
대호가 혼비백산했다.
정훈이 벌떡 일어나서 세현에게로 달려올 때 세현은 아랑곳 하지않고 말했따.
"알게 뭐야! 영산회가 끝나면 이젠 더이상 스승님과 도화공주 사이의 애정 다툼
에는 끼이고 싶지않다구!"
대호는 이 대담한 발언에 놀라 그를 멍청히 바라보았다.
정훈은 어처구니 없어서..그리고 반쯤은 찔려서 그를 바라보았다.
"알아들어! 이젠 더이상 나도 사형이나 스승님의 뒷바라지는 질색이야! 다른 차
제자들 처럼 놀고 싶어!"
대호가 입을 벌리고 창백해진 정훈을 멍청히 바라볼 때 세현이 냉정하게 말했
다.
"스승님이고 사형이고 내가 뭐 이런 잔소릴 좋아해서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
는 모양인데 천만의 말씀! 나도 놀고 싶다구! 다른 차제자들은 듬직한 스승과
사형밑에서 신나게 노는데 나는 이게 뭐야!"
그는 닭을 다 먹어 치웠다.
대호는 입을 적 벌리고 있었는데 세현이 그런 그를 자악 노려보았다.
"당장 안갈 거야! 당장에 요지로 가라구!"
"그,...러나.."
"이걸 신물로 가져가!"
세현이 뭔가 품안에서 부스럭거리고 꺼내어 그에게 휙 집어 던졌고 대호는 어벙
벙하게 그것을 받아들였다.받아들이고 보니....그건 다름 아닌 검선각의 인장이
아닌가.천연온옥으로 만들어져서 따끈따근한 온기가 돋는 그런 물건이었다.
[검선각주추후낭월정훈선원]
"이...이걸?"
세현이 태연자약하게 말했다.
"그것을 요지로 가서 신물로 내보이고 스승님 심부름으로 왔다고 해,그리고 나
서 천년옥수를 얻으면 될 걸.설마하니 도화공주가 그것을 봤는데 사형을 요지로
못 들어오게 할 리는 없어."
"너어..그러나.."
"원한다면 편지도 써주지.그럴까나?"
"너..."
대호가 말을 못이을 즈음 세현이 정훈을 노려보았다.
"그동안 스승님을 대신 대필해 온 서류가 하도 많아서 누구든 내가 썼다곤 생각
지도 못할 겁니다.안그래요? 스승님?"
정훈은 묵묵히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리고 천년옥수를 얻으면 그 자리에서 직접 수련에 들어가라고.나중에 발각되
더라도 뭐,흐응,금화선제의 아드님이고 태청옥허검법의 계승자이며 검선각의 차
기각주이고 ..영산회의 우승자인 대사형에게 어쩌겠어? "
세현은 오리의 머릴 잡으면서 말했다.그는 살을 깨끗이 발라서 입안으로 넣으면
서 다 먹은 뼈들을 그릇에 남기고 있었다.
"하는 수없는 거지뭐.게다가 그때 쯤엔 천년옥수도 이미 사형의 체내안에 완전
히 흡수되어 도로꺼낼수도 없는 노릇이고."
대호는 정훈의 눈치를 보면서 슬그머니 물었다.
"만일 ...파문되면 어쩔려고?"
"파문되면 그뿐이지뭐! 유선으로 살아가면 될거 아냐!"
팩 하고 세현이 대꾸했다.
사방이 고요해졌다.
다들 무슨 소린 지는 모르겠지만 세현이 마구 화가 나서 제멋대로 굴고 있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아서 모두 침묵하고 있었다.
하민은 세현의 말을 잘 귀기울여 듣고 있었지만 대체 무슨 소린지 모르고 있었
다. 사실 세현도 이렇게 마구 지껄인 까닭은 아무도 못 알아들을 것이란 것을
알고 있었기때문이었다.
대호가 눈치를 보면서 슬금 슬금 말했다.
"어찌되었든...요지에 가보지,어찌되던 모르겠지만..천년옥수를 구하도록 해볼
께..."
"흥!"
세현은 술동이를 벌컥벌컥 들이키고 있었다.
정훈은 침묵한 채 말이 없었다.
"이걸 가져가."
자연이 대호에게 무언가를 툭 던졌다.
대호가 받아보니 그건 작은 옥패였따.
"정표야?"
대호가 기뻐 묻자 자연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그건 창룡전의 신표다.다른 자들이 너 어디서 왔냐고 물으면 창룡전의
용병이라고 말하면 될 거다."
"에?"
"지금은 난세야,성문을 열어주지도 않는 자들이 흔하다.너는 신분증 하나 없이
돌아다닐 것이 뻔하니 가져가."
"고맙군."
대호가 그녀의 뺨에 입을 맞추고 난 뒤에 그는 소중히 갈무리했다.
자연은 턱을 괴고 대호에게 물었다.
"그런데 대체 어찌된 사연인 지 알수 있을까?"
대호는 그녀를 바라보며 한숨을 푹 내 쉬었다.
"말하자면 복잡해."
영산회란 무엇인가?
그건 일종의 비무대회와 비슷하다.
각 영산에 살고 있는 모든 선인들이 다 모인다.
그리고는 그들은 마전군의 대장인 마룡과 격전을 벌리는 것이다.
왜 싸우는가 하면 그건 백년마다 한번씩 있는 선계의 정권교체 때문이었다.선계
의 옥천현궁천상천제는 좌우에 칠성대제와 마현대제를 거느리고 있다.이 두 사
람이 매년 영산회에서 결전을 벌여 그 싸움에서 이긴 편이 승상위에 오른다.물
론 그렇게 되어 승상위에 오르게 되면 절대권력은 승상이 쥐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칠백년간에 걸쳐 칠성대제편이 이기게 된 것은 검선각의 각주 정훈선인
이 너무나 월등하여 아무도 그를 이기지 못했기때문이다.일곱번이나 마전군의
총수인 마룡이 그에게 목을 베이는 수모를 겪었다.
즉 다시 말해 정훈선인의 태청옥허검법을 이기는 자가 아무도 없었다는 이야기
였다.그런데 이 정훈선인이 일곱번이나 출전했으니 안한다고 선언했던 것이 몇
년 전의 일이었다.그리하야 영산회의 선인거두들이 다들 충격과 배신감을 느꼈
는데 그들이 하도 종용해서 정훈선인은 대호에게 태청옥허검법을 전수하기로 마
음을 굳혔다.
진도는 상당히 빨랐고 곧 다 완성되리라고 모두들 믿었었다.
그런데...
대호는 원래 대주선들과 어울리기를 즐겨서 한시도 가만히 있는 편이 아니었다.
그는 항상 하급신선들과 어울려다니며 풍광을 즐기고 술을 퍼먹는게 즐거움이었
었다.그런데 이 검법은 7년간 몸을 깨끗이 해야만이 익힐 수가 있어 금주금색이
당연한 과제였다.대호도 한 1년간은 몸을 깨끗이 하고 금주했다.
그러나,...정훈이 잠시 외출하고 세현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그는 놀러온 주
선들과 어울려 단 한잔 한다는 것이 석잔되고 석잔이,..서말이 되어..말 그대로
고주망태로 취하여 그동안 쌓은 공력을 모조리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정훈이 대노한 것은 말 할 것도 없고 모든 신선들이 다 들고 일어나 대호를 비
난했다.정훈은 화가 나 말 한마디 없이 그대로 인계로 직행해 버렸고 대호는 다
른 자들에게 수없이 많은 비난을 받으며 전전긍긍했다.
그것을 보다 못한 세현이 결단을 내렸다.스승을 찾아서 다시 검법을 전수받고
또 가능하다면 정훈의 마음을 바꾸어 영산회에 출전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그
리하여 그들은 인세에 내려왔다.그들이 내려온 것은 선계의 선인들은 전혀 모르
는 사항이기도 했다.
『북별궁의 집필실-환상의 노트북(작가연재란) (go FNNINAPA)』 73번
제 목:동방제국기전 14
올린이:ahinshar(박창준 ) 99/05/30 21:13 읽음:118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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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호 : 7042
게시자 : 이수영 (ninapa )
등록일 : 1997-11-06 02:28
제 목 : 동방제국기전 14
동방제국기전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