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천산검파
천산.
천산이라 불리우는 성스런 산은 단 하나.
곤륜산맥의 줄기를 타고 내려오는 쌍하의 발원지가 되는 산 뿐이다.
천산은 대륙 전체를 통 털어 가장 높은 산으로 그 봉우리는 일년 내내 운무로
쌓여있어 아무도 그 진면목을 보지못했다고 전해지는데 일설에 의하면 천산의
정상으로는 선계와 통하는 결계가 있다고도 한다.
천산에는 천산검파라 불리우는 도사들이 모여산다.
그 도사들은 매일 엄격한 수련으로 우화등선할 날을 기다리는데 그들은 이미 반
선반인의 경지에 올라있다고들 말한다.
대저 선인이라는 자가 되기위해선 선천적인 것이 가장 우선된다.
첫째가 선골이오 둘째가 재질,그리고 마지막이 바로 노력이다.선인이 될 수있는
자들은 인간세상에서 한 줌 밖에 안되고 이들조차 자신에게 선인의 기질이 있다
는 것 조차 모르고 생을 끝마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그러나 일단 우수한 선인
이나 도사의 눈에 들어 선계의 도를 닦게 되면 승천이 가능하며 오랜수련을
거쳐 선계에 반입하게 된다.그리고 그 선계에 들어가고자 노력하는 자들이 바로
도사들인 것이다.
그 유명한 천산의 기슭은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천산에 무수한 자들이 선도지망을 하며 올라오기 때문인데 올라와도 선골이 아
니고는 받아들여지지 않아 도로 쫑겨 내려간다.그러나 조금 끈질긴 자들은 만약
선도를 익힐 수 없다면 최소한 검법이라도 배우겠다고 버티어 가끔 제자로 들어
가는 경우도 생기기에 천산으로 올라가는 자들은 언제나 범상치않게 들끓고 있
었다.
그런 사람들 사이로 눈에 띄는 일행이 있었다.
세명의 용병임에 분명한 무사와 어쩐지 거북할 정도로 큰 검을 등에 지고 있는
사내,그리고 소년과 노인,그리고 아무리보아도 문사로밖에는 보이지않는 청년등
이었다.노인은 병약한 듯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기에 부축을 받고 산기슭을
오르고 있었다.청년은 그런 노인을 부축하면서 불안한 듯한 시선을 여기저기에
돌리고 있다.
소년은 해맑은 미소년으로 어딘가 추레한 차림새에 어울리지않는 기품과 여유가
보여서 집안좋은 귀공자로 보였다.그의 옆에 선 어깨가 넓은 사내는 거대한 검
을 약간은덜렁거리며 걷고 있었다.
"정말 천산파에서 받아줄까?"
청년,포일이 불안한 듯이 준하를 돌아보았고 준하는 그를 흘긋 보고는 나직하게
말했다.
"괜찮을 거에요.일단 사부님께 말씀드려서 숙부님의 몸을 좀 돌보게 한 뒤에 앞
으로의 일을 생각해 보지요."
왕수는 그들의 말을 들으면서 마치 준하가 더 윗사람인 듯한 기분이 되어 준하
를 다시 보았다.이 해사한 얼굴을 한 소년은 그런 끔직한 변을 당했는데도 당당
하고 여유로워보인다.역시 뭔가 천산검파의 제자로서 수양이 잘 된 것인가 하고
왕수가 생각할 무렵 준하가 낮게 말을 걸었다.
"그런데 종우,정우 두분은 정말로 떠나실 참입니까?"
종우가 그를 흘긋 보았다.
"우리들은 이미 청한 계약자들이 있기때문에 가봐야 하오."
어딘가 종우도 준하에게 함부로 말할 수없는 기분이 되어 있었다.
"그렇군요.저는 조금 부탁드릴까 했었습니다."
"뭘 말입니까?"
정우가 정에 이끌리는 듯이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왕수도 그를 주의깊게 바라보
았다.
"두분은 다른 곳도 아닌 천하의 대 용회랑,용병결맹의 분들이고...왕수란 분은
다른 곳도 아닌 창룡전의 분 아닙니까? 세 분의 힘을 얻을 수만 있다면 좋겠다
고 생각했습니다."
음?
하고 왕수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이거 이거..보통 내기가 아니구만 하고 그가 생각할 때 정우가 급히 물었다.
"그럼...그럼..공자는 복수를 생각하시고?"
"당연한 일이 겠지요."
준하가 냉정한 어조로 그러나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그는 자신을 넋을 잃고 바라보는 포일공 부자를 바라보면서 낮게 말했다.
"우리집안이 발야에서 살아온 나날은 자그마치 4백년입니다.그 사백년의 세월을
단지 한 순간에 일어난 소금장수에게 빼앗기고 잠자코 물러난다면 조상님 뵐 면
목도 없는 셈입니다."
그는 낮게 말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그들을 돌아보았다.
종우와 정우는 입을 다물었고 왕수는 그들의 눈치를 조금 살폈다.뒤에 선 포일
공부자는 그를 바라보면서 불안한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단지 ..제가 힘이 없고 연약하기 때문에 이렇게 당하고만 있는 것입니다만...
인간사는 돌고 도는 것...제가 발야를 되찾으려 일어난다면.. 세 분은 도와주시
겠는지요?"
그렇게 정면으로 묻자 세 사람은 잠시 말을 잊었다.
사실 그들은 용병이었다.용병가에서 자란 자들이고 용병으로 잔뼈가 굵었다.
그런 자들에게 아무런 댓가 없이 그런 것을 요구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
다.그런 것을 알기나 하나 하고 왕수는 조금 경멸했다.
그러나 정열에 불타는 눈동자를 하고는 정우가 급히 대답했다.
"도와 드리고 말고요! 저는 기언공을 익히 존경하던 차입니다! 도와드립니다.공
자! 불러만 주세요!"
왕수가 쯧쯧 혀를 차면서 놀랄 때 종우도 난데없는 아우의 흥분에 조금 당황했
다.그러나 준하가 빤히 쳐다보고 있자 그는 고개만 가볍게 숙여보였다.
어찌되었든 그 역시 이 공자에게는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보다 서너살은 많은 포일공자를 압도하는 기품과 위엄을 가지고 있다는 것
은 확실했기때문에 종우는 조금은 감복하던 차였다.
그러나 왕수는 잘라 말했다.이러다간 끌려가고야 말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음...만약 똑같은 액수를 놓고 공자와 다른 자들이 나를 청한다면..나야 당연
공자를 택하지요."
그의 용병다운 말에 준하는 미소를 지었다.
"맞습니다.왕수는 용병이시죠.그건 당연한 말씀.어찌되었든 경험많은 분들이 저
를 도와주시겠다고 하니 마음은 든든합니다."
은근히 쐐기를 박는 구나 하고 왕수가 뭐라 한 마디 하려 할때 갑자기 입을 다
물고 있던 대호가 한 마디 했다.
"저거..저게 천산각이냐?"
준하가 급히 고개를 들어 구름이 끼어 은은히 가려진 전각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지금 천산검파의 입구에 이르러 있었다.
그 입구는 대인석이라 불리우는 결계석이 놓여있고 이 위로는 속인들의 걸음을
제지하는 진법이 놓여져 있었다.그 진법에 함부로 들어서면 미로에 쌓인 양 사
람들이 헤메이게 되어 천산검파의 사람들이 구출하러 올 때 까지 그 자리를 맴
돌게 된다.
그 대인석은 검고 푸른 반질거리는 바위로 이루어져있었는데그 크기가 사람의
열아름은 될 듯 거대한 모습이었다.그 거대한 바위 옆에는 약 십수명의 사람들
이 서성이고 있었는데 그들 모두가 검법을 배우려하는 자들이거나 선도에 들어
보려는 마음으로 온 자들이었다.
몇몇은 이미 도복을 입고 좌정한 채 주문을 외우는 자들도 있고 초조한 듯이 돗
자리를 펴놓고 아예 고개를 숙여 절하고 있는 자들도 있었다.그렇게 자신의 정
성을 검파문인들에게 알리려는 것이다.
"많군."
종우가 중얼거릴 때 대호는 멀리 운무 속에 조금 엿보이는 아름다운 누각의 지
붕들을 바라보았다.낯이 익은 것을 보니 온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그러나
인세 쪽으로 내려와 본 일이 없기때문이 이런 대인석따위가 있는 것은 알지 못
했었다.
준하는 앞으로 나서더니 대인석으로 다가갔다.
사람들이 그들의 모습을 문득 주시하는 동안 준하가 낮게 말했다.
"정우님은 숙부님을 좀 업어주시죠."
"네."
정우는 늙은 포일공을 들쳐없었고 준하는 재빨리 포일공자의 손을 잡았다.
"이제부터 내 뒤만을 따라오는 겁니다.다른 곳을 보면 헤메일 테니 절대로 다른
곳을 보지 말고 내 뒤만 일제히 따라오시는 겁니다."
"알았소이다."
왕수는 호기심에 사로잡혀 대답했다.
그가 아는 사람들 중에는 천산에 올랐다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다.그래서 진짜
천산에 오른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종우나 정우형제도 마찬가지였
다.
준하는 대호를 힐긋 보았다.
얼마 전 부터 그는 침울한 듯 말이 없었다.요괴를 물리치고 난 뒤에 기분이 매
우 나쁜 듯이 보였다.그가 입을 다물고 말이 없자 준하는 조금 불안해졌지만 지
금은 천산이다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자,갑시다."
그가 말하고 대인석의 결계너머로 발을 디디자 사람들이 우르르 일어나 그들에
게로 달려들었다.
"도사님!도사님! 우리도 데려가 주세요!"
"우리도 데려가요!"
사람들이 손을 내밀어 그들의 옷자락을 쥐어뜯었고 놀란 종우와 정우는 급히 달
리다 시피하여 결계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사람들이 손을 뻗고 고함을 지르면서 욕설을 퍼붓고 한편으로는 간절하게 애원
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일행들은 모른 척할 수밖에 없었다.
"대단하군.."
종우가 중얼거릴 때 준하가 날카롭게 외쳤다.
"정신을 차리고 따라오세요!"
웃 하고 정우와 종우가 사방을 바라보니 이미 준하의 몸은 손에 잡히지도 않을
만큼 상당히 떨어져있었다.그들은 급히 준하의 뒤를 따랐고 왕수는 바짝 달라붙
듯이 걸었다.
사방은 안개가 쌓인 것도 아닌 데도 뿌옇게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
다.
그저 충실하게 준하의 등을 바라보고 걷는 것 이외에 방법은 없을 거 같았다.조
금 초조해진 정우가 형에게 말을 걸었다.
"형,..정말 신기하잖수?"
"조용히,걷기나 해라."
종우가 핀잔을 주었고 정우는 다시 앞서서 걷고 있는 대호에게 말을 걸었다.
"이봐,대호,상당히 저기압이군."
대호는 대꾸도 하지않았다.
"그렇게입을 다물지 말고 그 요괴를 어떻게 없앴는지 말 좀 해봐."
대호는 울화가 치밀어 홱 돌아보면서 으르렁거렸다.
"조용히 하지않으면 한 대 쳐주마."
정우가 욱 할 때 준하가 다시 주의를 주었다.
"정우님! 길을 잃고 싶어요?"
정우가 찔금했고 다시 사방은 침묵으로 휩싸였다.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정적감이 돌았고 이 진안에서는 감각도 이상하게 둔해지
는지 발바닥에 감촉이 거의 느껴지지않는다.왕수가 이상하여 발을 몇번 굴렀지
만 기이한 감촉만이 느껴졌다.
"마치 구름을 밟는 것 같은 기분이군.."
그가 중얼거리면서 대호를 흘긋 보았다.
대호는 준하의 뒤를 따라가는 건지 아니면 제멋대로 걷는 건지 알수 없었다.그
는 그저 일직선으로 걷기만 하고 있었는데 정말 우울한 얼굴이었다.
요괴를 잡으러 가기전에는 조금 멍하긴 했지만 활달하고 명랑했던 거 같은데 하
고 왕수가 생각할 때 준하가 낮게 말했다.
"이제 곧 입니다."
하는 순간 일행들은 갑자기 눈앞이 환해지는 듯한 기분을 맛보았다.
맑은 푸른 하늘이 갑자기 드러났고 주변의 경관이 이젠 확실히 보이기 시작했
다.푸른 숲과 기암괴석들이 줄지어져있는 아름다운계곡이 그들의 눈앞에 드러
난 것이었다.
옆으로 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있었고 고개를 들어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하늘은
구름 한 점없이 맑은데 그 괴이할 정도로 깎아지른 듯한 검푸른 절벽 사이사이
에 정교하고도 화려한 전각들이 늘어서 있었다.
"오오."
낮게 정우가 경탄성을 터뜨리는 순간 흰 도복을 입은 두 남녀가 갑자기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사형!"
준하가 말했고 두 남녀는 그를 반가운 표정으로 손을 내밀어 반겼다.
"정말..고생많았지?"
"사형! 제가 오는 것을 아셨군요!"
"스승님이 아셨지.이미 네가 올 것을 아시고 마중하러 나가라 하셨지."
준하와 손을 맞잡은 소녀가 정답게 말하고 있을 때, 약 이십여세 된 아름다운
선풍도골의 청년이 대호를 보고는 고개를 깊숙히 숙여보였다.
"오르시지요."
대호는 묵묵히 걸었다.
청년은 공손히 서서 앞서 걸었고 준하는 소녀와 손을 맞잡고 돌로 만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왕수와 종우형제들은 포일공 부자를 부축하며 바삐 그 뒤를 따
랐다.
일행이 몇 겹의 구름다리를 건너고 몇 백개의 돌계단을 올라 가장 큰 푸른 빛
을 띈 지붕의 전각에 다다르자 그 자리에는 한 사십여세의 중년도사가 앉아 있
었다.그는 푸른 도복차림새였는데 다른 곳과 달리 구렛나룻만이 흰 빛을 띄고
있어 검은 머리칼과는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점잖게 앉아있던 그는 앞에 놓인
탁자를 밀치고 그들을 맞이했다.
그런 그의 뒤 쪽에는 푸른 옥으로 만들어진 주렴이 있었는데 안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어렴풋이 두 명의 그림자가 보였다.
"스승님!"
준하가 제일 먼저 달려가 중년의 도사에게 고개를 숙이며 무릎을 꿇었다.중년의
도사는 한숨을 내쉬면서 그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조용한 음성으로 말했다.
"고생했다."
준하는 울음을 억누르고 그에게 인사를 한 뒤에 고개를 돌려서 왕수와 자신의
숙부 포일공부자와 종우,정우형제를 소개했다.
중년도사는 낮게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일현이외다."
왕수는 이 깨끗하게 생긴 중년도인을 조금 의외라고 생각하면서 인사했고 종우
와 정우 형제는 적지않게 감격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들도 이 일현의 나이가 세수 백여세라는 이야기를 들었기때문에 그의 젊은 모
습을 보고 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눈 앞에 있는 중년의 도사가 바로 천산검파의 총 검주,그리고 지상위인간세의
최고 검법의 소유자인 것이다.반인반선,검선의 경지에 올랐다고 다른 사람들이
추앙해 마지않지만 아무도 그 진면목을 본 일이 없었다.그런 그를 이들이 만난
것이다.
하여간 그들이 감격해서 인사를 하고 있을 때 대호는 털썩 자리에 주저앉아서
일현과 마주보았다.
그는 입을 꾹 다문채로 다리를 죽 뻗고 앉아서 여지쩟 말없이 그를 주시하고 있
는 주렴 뒤의 두사람을 바라보았다.
왕수는 그의 불손한 태도에 놀라서 뭐라 한마디 던지려 했다.그러나 먼저 일현
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
"오랜만입니다.대호님."
대호는 어깨만 으슥했고 시선은 여지껏 말없이 앉아있는 두 사람에게로 향해 있
었다.두 사람의 존재를 그제서야 인식한 왕수가 그들을 보려 했지만 주렴에 가
려서 잘 보이질 않는다.그러나 은은한 향기가 느껴지는 것을 보아 귀인인듯했
다.
'허긴 이 일현도사와 나란히 앉을 정도라면 보통 인간은 아니겠지.'
왕수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준하가 말했다.
"대호님이 절 살려주셨습니다."
"오오.알고 있다.대호님의 뇌락검이 이곳까지 느껴졌으니까."
일현은 온화한 안색으로 말하곤 일행에게 권했다.
"조금 쉬고 뭐라도 드시는 게 좋겠군요."
그러자 안내해 왔던 두 남녀가 그들에게 안내를 자청하면서 아래로 내려갈 것을
종용했다.왕수는 내려가려다 말고 대호를 흘긋 다시 보았다.
"대호? 안갈건가?"
"나중에.먼저 가."
대호가 그를 돌아보지도 않고 말했고 왕수는 기이한 느낌을 받으면서 자꾸 뒤돌
아보며 두 남녀를 따라갔다.종우와 정우형제도 이상한 기분이 되어 대호를 자꾸
돌아보며 걸었다.
준하는 그렇다 치지만 대체 대호가 뭐길래 저런 반선반인들과 어울릴 수가 있나
하고 그들은 미심쩍은 태도로 미적거리며 걸어갔다.
"대호님."
일현이 말을 걸었다.
"이제 좀 쉬시는 게 어떻습니까? 그다지 편안하신 모습은 아니군요."
일현이 온후하게 말했다.
"술 줘."
대호가 낮게 말했고 일현은 눈을 크게 떴다.
"대호님.지금 ..금주령을 받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일현...지금 내가 너에게 두 번 말해야 되나?"
일현은 쯧쯧 혀를 찼다.
대호는 사나운 눈매로 그를 바라보았고 준하는 그런 그의 모습을 처음보았기에
당황했다.그는 대호의 살기에 찰 정도로 화난 얼굴을 보고는 공포감을 느꼈는데
그건 그만이 아니고 일현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그 때 주렴뒤에 있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적당히 해 두지 못하겠냐?"
준하가 눈을 크게 뜰 때 주렴을 헤치면서 한 사내가 나타났다.
푸른 옷과 흰 비단띠를 두른 사내는 겉으로 보기에는 서른이 채 되지않는 청년
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길게 뻗은 검미와 눈부실 정도로 흰 안색이 마치 깎아놓
은 조각상 같은 미청년이었다.그러나 그 눈썹아래엔 위엄이 있고 강인한 위압감
이 있어서 검을 차고 있는 것은 일반 검사의 모습과 다르지않았지만 그 존재감
은 숨이 막힐 정도였다.
그는 흰 손을 들어서 주렴을 헤치고 나섰다.그리곤 대호의 앞에 서서 그를 내려
다보았다.그의 눈에 약간의 경멸감과 같은 비슷한 것이 스쳐지나갔는데 또 한편
으로는 기이한 실망감과 안타까움 같은 것도 있었다.
"이렇게 무모하게 인계에 내려와서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구나!"
대호는 그를 보자 입을 다물어 버렸다.마치 심통난 어린애같은 얼굴이 되어있었
다.청년은 혀를 쯧쯧 차더니 일현을 돌아보았다.
"일현,술을 내오게,그래,이 녀석이 바라는 대로 술을 퍼먹여 주지."
"하하...각주님..그러시면 곤란하죠."
일현이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어보였다.
준하는 스승이 존대하는 그를 넋을 잃고 바라보았는데 일현은 준하의 머리를 가
볍게 쓰다듬고는 그에게 말했다.
"너도 돌아가서 사형제들과 있거라."
준하는 궁금증을 풀고 싶었지만 망설인 끝에 하는 수없이 일어섰다.
그가 사라지자 그의 뒷 모습을 흘긋 보고 있던 청년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저 놈도 상당한 살성아닌가.."
일현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 살기를 피하려고 제자로 들였지만 ..운명성이란 쉽게 변하는 게 아닌게지
요."
못마땅한 듯이 눈쌀을 가볍게 찌푸리던 청년은 대호의 앞에 털석 앉더니 물었
다.
"자,이제 갈 자들은 다 갔으니 말좀 해보시게.꽃의 황자님,어이해서 이런 몰골
로 인간세를 돌아다니고 있나?"
그가 윽박지르듯이 묻자 뒤에 있던 여인이 주렴을 걷고 모습을 들어냈다.
"종화오라버니.그렇게 다그치시는 게 아닙니다."
나타난 여인은 마치 구름처럼 머리를 틀어올린 절세의 가인이었다.
그녀는 눈부시게 흰 도복에 은빛으로 빛나는 검을 차고 있었는데 그녀가 움직이
자 마자 은은한 향기가 전각안으로 퍼져나갔다.
대호는 그녀를 보자 마자 갑자기 욱 하고는 손을 뻗어 그녀의 옷자락을 쥐었다.
그리고는 대성통곡하듯이 울기 시작했다.
"현정선고.."
그 것을 보던 종화선인,월궁각주 당천일기린종화선인은 화를 냈다.
"대체 또 뭐하는 수작인가? 대호,이 녀석! 매일 울면서 얼렁뚱땅 넘어가고! 그
재질이 아깝다! 아까와!"
그는 혀를 쯧쯧 차고는 그의 울먹이는 등을 노려보았는데 대호의 우는 어깨를
안고 있던 월광천녀 현정선인은 그런 그를 향해 가볍게 얼굴을 찌푸렸다.
"그만하세요."
"그만하긴 뭘 그만해! 내가 말했었지? 그런 제멋대로의 옹고집에게 제자로 들여
보내는 게 아니라고 몇번이나 화선풍에게 말했건만 들은 체도 않더니만! 저 꼴
좀 보라니까! 선계에서도 높은 항렬의 저 놈이 하고 다니는 꼴 좀 봐!이건 정말
눈 뜨고는 못 봐줄 꼴이잖아!"
그가 화를 내자 대호는 울먹이다 말고 그를 돌아보았다.
"그러는게 아네요! 종화대숙.."
"뭐가 아니야! 내가 전부터 말했던 거 아니냐고! 왜 하필이면 그 놈이야! 왜 하
필 그놈의 추후낭월인지 추풍낙엽인지 하는 놈에게 가냐고! 그런 제멋대로의 기
품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녀석에게!"
그가 열을 내다 말고 입을 다물자 온후한 안색을 한 현정선인이 미소를지었다.
"그만해요,오라버니,대호를 정훈님에게 빼앗긴 게 그렇게 분하셨어요?"
종화선인은 약간 붉어진 얼굴을 하곤 주먹을 쥐어 보였다.
"내가 전에도 말했었잖아? 내가 가르쳤으면 지금 대호가 이렇게 인간세의 풍진
을 다 묻히고 돌아다녔겠느냐구!"
현정선인은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보였다.
"음..자아,대호.어찌된 건지 이야기좀 들어보자."
대호는 고개를 들고는 눈가를 주억거리며 닦아내더니 옹골차게 고개를 저었다.
"종화대숙이 있는 한 말 안해요!"
"너 어린애냐!"
종화가 다시 펄쩍 뛸 즈음에 현정이 고개를 저으며 그를 만류했다.
"자아.그래.되었어.그럼 우리끼리만 이야길 하자꾸나.대호."
『북별궁의 집필실-환상의 노트북(작가연재란) (go FNNINAPA)』 80번
제 목:동방제국기전 21
올린이:ahinshar(박창준 ) 99/05/30 21:17 읽음:119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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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호 : 7097
게시자 : 이수영 (ninapa )
등록일 : 1997-11-13 00:38
제 목 : 동방제국기전 21
동방제국기전 21
10.월궁각의 각주
대호는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현정의 앞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신이 깐죽거리며 요괴를 없애겠다고 나선 때 부터 시작해서 백사인 수신이 그
렇게 원령들에게 원신을 먹여 공양하여 승천시켰다는 이야기와,그 자신은 무력
하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까지 전부 다 했다.
현정은 두 손을 무릎 위에 얹은 채 묵묵히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정말..훌륭한 행위군요."
그녀는 고요한 음성으로 그의 말에 동의했다.
"그 정도 행위라면...그 수신은 선인의 반열에 오르고도 남을 일...원신이 남지
않았다는 것이 정말로 안타깝군요.만일 원신을 되살릴 수가 있다면 그녀의 항렬
은 낮지않을 거에요."
그녀는 맑은 눈으로 대호를 바라보면서 조용히 말했다.
대호는 입을 꾹 다물고는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그런 말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싶었다.이미 그녀의 원신은 원령이 모조리
먹어치우고 남아있지않은데.
현정은 현기를 띄운 미소를 지으면서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마음이 아팠군요.대호."
"네...아무 것도 못한 제 자신이 너무나 화가 나서.."
대호가 낮게 말하자 현정은 미소를 띄운 채 그를 바라보았다.
이 현정은 월궁각주 당천일기린 종화선인의 속세의 누이였고 선계에서도 나란히
남매로 통했다.그녀는 종화선인의 막내 누이로 실제로 연령은 거의 20여세 차이
가 나지만 그건 선계에선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불노불사인 그들로서는 속세의
인연이 이어진 것이 더 놀라운 일이다.
두 사람의 급수는 거의 비등했는데 굳이 말한다면 종화보다 현정이 더 높았다.
그녀는 선계에 들어올 당시 완벽한 동정지체였으며 선도를 닦은 것은 그녀가 겨
우 7세 때 부터였기때문이다.그러나 그녀는 월궁각주의 자리를 종화에게 양보하
고 있었다.그 때문에 그녀는 선계의 항렬이 한 차원 더 높아진 셈이기도 했다.
대호가 우울해 하고 있는 동안 현정은 그를 뚫어지도록 바라보더니 갑자기 미소
지었다.
"대호.웃옷을 벗어봐요."
"네?"
"옷을 벗어서 날 줘봐요."
"이 더러운 옷을 어쩌려구요?"
대호가 어리둥절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자신의 모친인 금화선제와 동렬의 인물로 선계급수는 당연 높다.그런 그
녀가 설마하니 자신에게 옷을 벗으라고 하다니하고 그는 황당해졌다.
현정은 호호하고 낮게 웃고는 손목에 걸린 금방울을 짤랑 흔들어 보였다.
그러자 사방으로 맑은 방울소리가 퍼져나갔다.
대호가 응 하고 고개를 들자 검은 옷을 입은 사내가 나타났다.
검은 옷을 입은 사내는 그녀의 앞에서 고갤 숙여 절을 하더니 대호에게도 가볍
게 절을 했다.
"선용.오랜만인데."
대호가 눈을 크게 떴다.
선용은 그를 보고 가볍게 인사를 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중한 것은 아니
었다.그의 항렬은 대호보다 아래지만 그 자신은 종화의 제자이자 시동이니 대호
보다 못할 거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덕에 눈초리가 언제나 곱지못하다.
현정은 그런 그를 쯧쯧하고 바라보더니 고운 소리로 말했다.
"옥유를 조금 가지고 오너라."
"네,선자."
고개를 숙이고 선용이 홱 사라졌다.
흑룡의 아들로 태어난 선용은 언제나 말이 없고 약간 거친 편이라 처음 보는 사
람들은 왜 그를 선동으로 삼았느냐고 종화에게 불만을 털어놓곤 했다.
"취미도 이상하군.대체적으로 선동이라면 명랑하고 귀여운 녀석들이 좋잖아?"
"난 그렇게 애릿 애릿하게 구는 녀석들이 싫어!"
종화가 그런 자들에게 잘라 대답한 대목이 이렇다.
어찌되었든 그의 제자이자 선동인 자로는 선용이외에도 명월이 있는데 그녀
는 선용과 나란히 월궁각의 쌍검선으로 불리울 정도로 검명이 높았다.
현정의 제자이자 시녀는 항아와 연화 두 소녀로서 현정의 시중을 들고 있
다.
오늘 그녀들이 안보이는 것을 보니 이번에 따라온 것은 저 선용이라고 하는
거친 용족의 도련님이구만 하고 대호는 입맛을 다시며 생각했다.
선용은 세현과는 사이가 좋은 편이지만 대호와는 사이가 나쁘다.게다가 세
현은 명월과도 사이가 좋지만 대호는 역시 나쁘다.그러나 대호는 항아와 연
화와는 사이가 좋은 편이었다.
"옷을 벗으라고 했지요? 대호?"
현정이 다시 재촉했고 대호는 꺼름한 기분으로 옷을 벗었다.
그동안 여기저기 뒹굴어서 상당히 더러워진 옷이었는데 대호가 문득 생각해
보니 이렇게 더러운 옷을 입은 것은 처음이었다.게다가 세현이 언제나 옆에
서 자신의 의복을 챙겨주기도 했었던 사실을 기억해 내자 그는 왠지 세현이
그리워졌다.
선용이 그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그가 웃옷을 벗어 바닥에 내려놓던 참이었
다.선용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대호! 아무리 네가 방자하다지만 지금 감히 선자앞에서 뭘 하는 거냐? 감
히 옷을 벗다니!"
대호는 그에게 질책을 받자 당황해서 벗던 옷을 쥐고 엉거주춤 섰다.
"그만,그런게 아니라 내가 벗으라고 한 거란다!"
현정이 칼을 뽑아들려는 선용을 만류했다.
"선자.."
선용이 당황해서 그녀를 보자 현정은 손수 몸을 일으켜서 그에게서 옥유가 담긴
옥병을 받아들었다.
옥유는 희고 아름다운 색깔을 가진 우윳빛의 액체로서 다른 말로는 생명수,혹은
신약이라고도 부른다.이 옥유를 마시면 죽은 사람에게서도 새살이 돌고 새 피가
돌고 뼈도 이어진다고 하는 영약으로 선계에서도 높은 자들만이 소유할 수가 있
었다.
대호가 벙벙한 얼굴이 되자 현정은 대호가 벗어놓은 옷가지위에 옥유를 뿌렸다.
"앗!"
대호가 입을 쩍 벌렸다.
옥유는 하릴없이 그의 더러운 옷으로 떨어져내렸고 대호는 혼비백산해서 외쳤
다.
"선고! 그 귀한 걸 왜 거기다 뿌려요?"
그가 외치는 순간 현정이 그를 만류했다.
"기다려요!"
선용은 난데없는 그녀의 행동에 뭐라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그는 쓸데없이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일에 참견하는 가벼운 성격은 아니었다.
그런 그에게 현정이 조용히 명령했다.
"가서 옷 두벌을 얻어 오되,한 벌은 대호의 것이고 한벌은 여성의 것으로 얻어
오너라."
"에?"
선용은 난데없는 그녀의 말에 놀랐지만 더이상 토를 달지않았다.
그녀는 선계에서도 지혜롭기로 이름높은 선인이었다.그런 그녀가 말할 때에는
이유가 있으리라.
선용이 사라진 뒤에 대호는 멍하니 그녀를 보다가 이상한 기척에 고개를 돌려
자신이 벗어놓은 옷가지를 보았다.
그리고 그 옷가지 사이에 뭔가가 꿈틀거리는 것을 보고 놀라 눈을 부릅떴다.
"..그대의 팔을 물고 피를 빨았다고하니...그대의 옷깃과 그대의 살갗에 그녀
의 타액이 남았음은 분명한 사실,이 옥유가 그녀의 신기에 반응하여 그녀의 원
신을 회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대호."
대호가 현정의 말을 귓등로 흘려들으면서 입을 적 벌리고 있는 동안 그의 옷자
락 사이에서 붉은 것이 어른거렸다.그러더니 그것이 점차 자라나며 핏빛이 돌았
다. 그리고는 작은 손가락 크기만한 작고 푸른 뱀으로 화했고 그게 잠시 뒤에
는 팔뚝만한 크기로 변하더니 몸의 푸른 색이 점차 사라져 드디어는 백옥빛처
럼 흰빛이 맴도는 큰 뱀으로 화했다.
"오오.."
대호가 넋을 잃고 있을 때 그 백사가 고개를 들고는 곧장 대호와 현정을 바라보
았다.
백사의 붉은 눈에 눈물이 맺혀 그렁해졌고 곧이어는 떨어져 내렸다.
대호는 너무 놀라고 기뻐 눈물을 글썽이면서 그런 백사를 넋을 잃고 바라보았
다.
백사는 눈물을 흘리면서 천천히 큰 대가리를 숙여 그들에게 절을 올렸다.
"이..은혜 백골난망입니다.선인님..."
대호는 한숨을 몰아쉬고는 눈물을 팔뚝에 문질려 재빨리 닦아냈다.그는 활짝 웃
고는 현정을 돌아보았는데 현정은 그런 그의 얼굴을 보고는 빙긋이 미소지어 보
였다.
"내가 한게 아니고 이 분 월궁각의 월광천녀 현정선고께서 해주신 거야.수신!"
백사는 한숨을 내어 쉬면서 그녀의 아름다운 자태를 바라보았다.
"진정..감사드립니다.월궁의 천녀시여.."
백사는 한번 몸을 틀었다.그러자 그녀의 몸이 한번 흔들리더니 흰 살결이 눈부
신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으로 다시 화했다.그녀는 알몸으로 선채 대호의 더러운
옷가지를 들어 자신의 치부를 가렸다.
대호는 왠지 얼굴이 붉어지는 기분이 되었는데 백사는 그의 옷가지를 들고는 눈
물을 글썽이며 조용히 말했다.
"감사합니다.선인님.."
"뭐,.그렇게 감..감사 할 것은 없어."
왠지 조금 창피해진 대호는 괜히 껄껄 웃고는 현정을 돌아보았다.
"과연 선계제일의 재녀이십니다.선고! 정말 감사해요!"
현정은 그런 그의 얼굴을 보며 방그레 웃었다.
"대호가 그녀를 잊지않고 옷을 갈아입지않은 탓이에요,그러니까 자신이 그녀를
생각해 주었기때문이란 사실을 기억하도록 해요,대호."
"야,그럼 내가 살린 셈인가! 하하하.."
대호는 갑자기 기고만장해져서 웃음을 터뜨렸다.
그 때 선용이 돌아와 이 난데없는 모습을 보고 놀라 옷가지를 그대로 쥐고 멍청
히 섰다.그로선 지금 상황이 상상도 가지않는 기이한 일이었다.
갑자기 천녀의 앞에 나타난 벌거벗은 여인과 울다가 웃는 대호의 몰골은 대체
어떤 상황인지 짐작도 가지않았다.
그런 선용의 모습을 본 현정은 미소를 짓고는 그에게서 옷을 받아들었다.그리곤
손수 한 벌은 대호에게 한 벌은 백사에게 건넸다.
"이리와요,수신.그대의 일은 곧 천제께서도 아실 것이고 하니 우리 월궁에서 머
물도록 해요.."
"아아..그런 황송한 일을!"
백사가 어쩔 줄을 몰라하면서 고개를 숙여보였다.그녀의 얼굴에 눈물이 방울방
울 떨어졌다.
"지금부터는 그대는 단순한 수신이 아닙니다.이제 숲의 수신은 아니니 자신을
그렇게 낮출 필요는 없어요.자아,이리와서 옷을 제대로 입읍시다."
그녀가 백사를 데려간 동안 대호는 멀건히 앉아있다가 히죽히죽 웃기 시작했다.
그는 기분이 좋았다.다시 그녀를 살려낼 수 있었다니!
그는 방방 뛰면서 선용의 주변을 뛰어다녔기 때문에 그의 신경은 무척이나 거슬
렸다.평소라면 당장에 싸움이 벌어졌겠지만 선용은 참았다.
뭔가 천녀가 저 여자를 구해낸 거 같았고 그 것으로 대호가 기뻐하고 있는 듯했
기 때문에 애써 이해하려고 했다.
그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대호에게 대신 말을 걸었다.
"그런데..이봐! 대호!"
"뭘?"
"자네의 솜씨...차기검선각의 주인감이라던데?"
대호는 가슴을 펴고 껄껄껄 웃어보였다.
"물론이지! 나는 물론.."
그가 막 대답하려고 생각하는 순간 앗 하고 떠오른 사실이 있었다.
그건..바로 요지에서 그 놈의 물건...천년옥수를 구해야한다는 일이었다.그 천
년옥수를 구하지못하면 검선각주는 커녕 모든 선계의 사람들에게 경멸받아 마땅
한 패자가 되는 것이고 또한 가장 큰 문제는 그의 경악하리만치 무서운 그의 사
제 세현에게 끝장나는 것이다.
"크으.."
그가 욱하고 고민을 할 때 갑자기 번개같이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선용은 그를 빤히 바라보며 그가 이랬다 저랬다 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기
이하게 바라보고 있던 참이었다.
선용은 종화선인의 선동으로서 그의 검법을 이어받은 데다가 지닌 바 재질이 출
중하여 월궁의 검선으로 불리고 있다.게다가 그는 걸어온 싸움을 절대로 거절하
지않는 선동답지않은(?) 기질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
일반 선동과는 달리 그는 붉은 뺨에 고운 손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고 어린애처
럼 머리를 아이처럼 동여매지도 않았다.그는 보통의 선인들이 흔히 하듯이 검고
긴 머리를 허리까지 늘어뜨리고 이마는 검은 비단띠로 딱 둘러맨 뒤 약간 검은
얼굴을 당당하게 치켜들고 있었다.그는 언제나 흑색의 도포를 입고 다녔는데 그
모습이 매우 당당해 그가 선동에 불과하다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천계의 신장다운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 때문에 다른 선인들이 그를 선동으로 데리고 있는 종화선인에 대해 언제나
뭐라고 한마디 하곤 했다.너무 거칠다는 둥 오만하다는 둥 혹은 저런 기품있는
녀석을 선동으로 부리는 것은 지나치니 차라리 정식 제자로 들이는 게 어떠냐는
등 모두들 선용에 대해선 불만이면 불만,감탄이면 감탄등 깊은 인상을 갖고 있
었다.
대호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그도 이 선용을 볼 때면 이녀석이 정말 흔히 선계에
서 만나는 그런 선동중에 하나라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없다는 기분이 되곤 했
다.물론 정훈은 아예 선동을 키운 적이 없다.세현이 선동이라고 하긴 너무 품계
가 높고 대호가 선동이라고 하기에도 품계가 너무 높다.
대호는 그를 흘긋 흘긋 음흉한 눈초리?
『북별궁의 집필실-환상의 노트북(작가연재란) (go FNNINAPA)』 81번
제 목:동방제국기전 21-1
올린이:ahinshar(박창준 ) 99/05/30 21:18 읽음:120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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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호 : 7098
게시자 : 이수영 (ninapa )
등록일 : 1997-11-13 00:43
제 목 : 동방제국기전 21-1
================= -_- ..크으..짤림 현상이...===============
..... 앞에서 계속
동방제국기전 21-1
대호는 그를 흘긋 흘긋 음흉한 눈초리로 바라보곤 그가 현재 검을 분명히 차고
있는 지 확인했다.
그의 연검은 용의 장식을 단 채 마치 허리띠처럼 그의 허리를 칭칭 동이고 있
었고 분명히 그는 아주 좋은 상태임이 확실해 보였다.
"이봐,선용.그러고 보니 우리들 비검해 본 적이 없는 거 같은데."
그 말을 듣고 선용?귀가 번쩍 띄였다.
매번 종화가 대호가 재질이 좋은데 그 날라리같은 정훈에게 빼앗겼다고 하는 소
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터라 그도 대호만 만나면 손이 근질 근질했던 차였
다.
"그렇군,"
선용은 적당히 가늠하면서 대호의 얼굴을 보고 히죽 웃었다.
"그래서 말인데..조용한 곳에 가서 우리들..비무해보는 거 어때?"
"뭐,..좋아.바라던 바지."
선용은 기꺼이 받아들였다.실은 그도 막 대호에게 그 말을 하려던 차였다.
그 때 대호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
"그런데 말이지,...우리 내기 하나 할까?"
"내기?"
"이긴 사람의 소원을 진 사람이 들어주기 어때?"
선용은 이 대호의 말을 듣고 조금 미심쩍은 기분이 되어 그를 바라보았다.
대호는 잔재주가 없기로 약간 무식할 정도로 단순하다는 것은 선계의 사람들 대
부분이 다 아는 바이다.그러면서도 미움받지 않는 게 대호의 성품이었는데 그런
대호가 이런 말을 먼저 던지는 것은 뭔가가 있는 것이군 하고 선용은 알아차렸
다.
"호오? 그래? 넌 뭘 바라는 데?"
"그건 비검이 끝난 다음에 말하는 건 어때?"
대호가 히죽이 웃으면서 말하자 선용이 속으로 생각했다.
' 이 녀석 뭔가 꿍꿍이가 있군,나에게 뭘 시키고 싶어서 이러는 것일까?'
"질 거라고 미리부터 겁을 먹는 건 아니겠지?"
대호가 은근히 그를 찔러 격장지계를 보였다.선용은 조금 화가 치밀었지만 참았
다.
"좋아,그럼 해보지."
"그럼 우리 종화대숙이 없는 곳으로 가자!"
대호가 앞장서며 명랑하게 말했다.
『북별궁의 집필실-환상의 노트북(작가연재란) (go FNNINAPA)』 82번
제 목:동방제국기전 22
올린이:ahinshar(박창준 ) 99/05/30 21:18 읽음:120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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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호 : 7113
게시자 : 이수영 (ninapa )
등록일 : 1997-11-15 13:57
제 목 : 동방제국기전 22
동방제국기전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