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방제국기전-20화 (20/54)

12. 선용과의 비검

준하는 바람이 부는 쪽을 향해서 고개를 돌렸다.

그가 아까부터  듣고 있는 이 파공성은  보통의 것이 아니었다.그건 바람소리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그곳만 폭풍이 일 리도 없다.

다른 사형제들은 애써 무심해 하고 있는 기색이지만 준하는 궁금하기 짝이 없었

다.그는 대호가 어떤 검은  옷의 사내와 같이 사라지는 것을 보았기때문이었다.

만약 그의 생각이 맞다면 그 검은 옷의 사내도 역시 선인으로서 대호는그와 무

엇을 하고 있을까 하고 흥분으로 몸을 떨었다.

이 파공성.

이 것은 분명히 검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였다.

그러나 어떤 사람도 이렇게  커다란 소리를 내지는 못한다.이건 마치 폭풍과 같

은 파공성이었다.

"준하사제,쉬는 게 어때?"

그의 추레한 모습을 측은하게 바라보고 있던 현각이 그에게 말했다.그는 준하의

네번째 사형으로 그의 검법은 경악할 만한 것이라고 다들 말하고 있었다.그러나

한편으로는 그가 선골이 아니라는 소문도 널리 퍼져있었다.

즉 선재는 아니되 검재라 일현이 받아들였다는 소문이었다.

그 역시 산적떼에게 부모를 모두 잃은 고아였다.그래서 준하가 가족을 잃었다는

소문을 듣자 조금 마음이 움직인 듯했다.

"아뇨,지금 저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을 전 구경해야만 하겠어요."

"무어?"

아까부터 현각 역시 뭔가 신경이 쓰이던 참이었다.

그 파공성은 그들의 전각으로 부터  한참 위에 보이는 바위만이 있는 봉우리 대

천에서 들리고 있었다.대천봉은 풀한포기 자라지않는 바위만의 봉우리로 올라가

긴 어렵지 않지만 올라가 봐야 아무 것도 없는 산이기도 했다.

"저 위.제 생각이 틀리지않다면 현각사형,저위에서 무서운 비무가 벌어지고 있

을 겁니다!"

그가 정색을 하고 말하자 현각의 가슴도 뛰기 시작했다.

아까부터 선인이 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진짜 선인의 검법을 본다는 것

은 하늘의 별따기 중에 별따기였다.그런 것을 볼 수 있다면!

현각이 상상하면서 흥분하는 동안 준하가 재빨리 그의 소매를 잡아 끌었다.

"가요!"

바람이 그들의 옷자락을 흐트러뜨리고 있었다.

새까만 검은 도복과  푸른 장삼을 걸친 두 사람은  서로 마주 서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그들의 눈이 파랗게 빛나고  있는 것은 모두 힘을 끌어모으기 위해 기를

천지에서 빨아들이고 있기때문이었다.

원래 속성이 물인 선용은 두 손을 모아서 검을 쥐고 있었는데 그의 검은 용왕보

검으로 용들이 흔히 가지고 다니는 검이다.검자루의 끝에는 푸른 여의주가 박혀

있었는데 그의 속성대로 물을 다스리는 힘을 가진 구슬이었다.

그의 도복이 펄럭이면서  바람을 받아 흔들리고 있는  동안 대호역시 검을 들어

그를 가리키고 있었다.그의 검은  선계 최고의 검선 정훈이 바다도 가른다고 절

찬한 거검이었고 이 거검을 위해 금화선제가 쏟아놓은 노력은 말할 나위도 없는

보검이었다.

선용이 얼굴을 찡그렸다.

그의 등줄기가 뻣뻣해지고 있었다.

저 성질 급한  놈이 검만 쥐면 성질이 바뀌는  이유는 뭘까 하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월영!"

선용이 먼저 움직였다.그의 검이 무수한 환영을 만들면서 대호의 전신을 덮쳐갔

다.

대호는 그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움직임없이  진중하게 거검을 들어올린

채 변화가 없었다.선용이 이를 악무는 순간 챙 하고 소리가 퍼져나갔다.

선용이 내리친 검을 대호가 가볍게 막아냈다.

환영검법 따위론 안된단 말인가.

선용은 이를 악물었다.대호라는  이녀석은 태어나면서 부터 검안을 지녔다고 종

화가 말한 것이 기억났다.그러나 그따위 것 나는 안 믿는다 하고 선용이 속으로

외치는 순간 그의 검이 허공을 가르면서 다시 은빛 선을 그려냈다.

"회선검!"

그의 검이  회오리를 만들듯이 둥근 원을  그리면서 싸늘한 빛을 발했다.대호는

이번에도 미동하지않고 선용의 검이  그의 주변으로 다가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

었다.회선검이 펼쳐짐에 따라 봉우리 사방의 땅과 바위가 패어나가 흙먼지가 뽀

옇게 일어났다.그 회오리와 같은  바람의 검은 새액 새액 소리를 내면서 대호의

전신을 조여왔다.

막 회선검법이 그의 몸을  당장이라도 갈라버리겠다는 듯이 다가오는 순간 대호

는 검을 옆으로 뉘이고 직각으로 검법안으로 뛰어들었다.

그의 검은 사방 직선으로 갈라지면서 회선검의 앞으로 압도적으로 후려갈겼다.

선용은 뒤로 밀리지않기 위해  정면으로 다가서는 그를 향해 일갈하면서 덤벼들

었다.

"누워라!"

그의 검이 검기를 띄우면서  칼날이 연속적으로 튀어나왔다.

초생달같은 그의 검기는 대호의 정면으로 다가서면서 그의 상체와 하체를 동시

에 노려갔다.대호는 검을 수평으로든 자세를 바꾸지않으면서 터어 하고 기합성

을 내질렀다.

순간 그의 검이 수평으로 수직으로 검기를 내뿌렸다.

마치 흰 막과도  같은 것이 형성되었으며 선용의  검기는 그 검막을 뚫지못하고

사방으로 튕겨나갔다.

콰르릉 하고 뇌성이 멀리서 일어났고  선용은 검막을 펼치는 그를 보며 이를 갈

았다.

"자식이!"

그의 전신에도 검막이 형성되었다.

그리고 그는 신중하게 검을 세우면서 대호가 돌진하는 것을 재빨리 피해냈다.대

호는 마치 소처럼  앞만 보고 돌진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선용이 피해버리자 그

때를 노려서 검기를 흘뿌렸다.

"뇌락!"

그의 검이 푸른 빛을 띄우면서  검기가 일어나 선용의 전신을 후려갈길 듯이 튀

어 올랐다.대호는 그것을 검막으로 막아내는 틈을 타서 연속적으로 외쳤다.

"어기어검!"

그의 검에서 또하나의 검이  튀어나와 선용을 덮쳐갔고 선용의 안색이 창백해지

는 가 하더니만,

"어기어검!"

그의 검에서도 하나의 검이 또 튀어나왔다.그리고는 대호의 검을 상대해 대호의

어검을 후려갈겼다.대호의 눈이 커졌다.

"자식! 선동주제에 어기검을 써?"

"선동이라서 네가 보태준거 있냐? 이 무지막지한 놈아!"

선용이 받아쳤다.

그들의 주변은 말 그대로 풍지박산 그 자체였다.

사방의 흙과 바위는 그들이 뿌린 검기와 검법으로 긁히고 부서진 채였으며 안그

래도 바위만있는 그 봉우리가 반쯤은 낮아질 듯한 분위기였다.

어기검은 두개의 기운을 가지고 미친듯이 서로 어울려 싸우고 있었다.선용과 대

호가 같이 서로를 노려보면서 어검을  조절하고 있는 그 때 갑자기 대호가 거검

을 들어서 땅바닥을 후려갈기듯이 하더니 선용을 노려보었다.

"뇌기락!"

그 순간 그의 검에서 다른 검기가 튀어나와 선용을 덮쳐갔다.

놀란 선용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저 자식이!"

그의 앞으로 또하나의 검기가  쇄도했고 선용은 대호의 어기검와 싸우던 자신의

어기검을 도로 회수해서 다가서는 검기를 막아 쳤다.

콰콰쾅

두개의 어기검이 부딪쳐 굉음을 내며 소멸했다.

선용은 뒤로 자빠질  뻔한 몸을 간신히 도로  세웠다.그가 경악한 얼굴로 보니

대호가 생글 거리고 웃고 있다.

놀랍게도 그의 머리위에는 아직도  그가 첫번째 쏘아냈던 어기검이 멀쩡한 상태

로 빙빙 상대를 찾아 돌고 있었다.

"자식,.양의법을 진짜 익혔나?"

"하하하..내가 뭐랬어? 나는 차기 검선으로서 다양하고도 훌륭한 검법의 소유자

로 남이 범접치 못할 .."

그가 그렇게 말하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음,..대저 양의검이란..두개의 어기검을 동시에 운용할 수도 있으며 검법을 펼

치면서 동시에 운공요식도 할 수 있으며,한손으로는 검,한손으로는 창을 구사할

수도 있는 것이란다.친애하는 선동양반!"

그가 어기검을 회수하면서 잘난 척 말하자 선용은 그를 향해 이를 갈았다.

"잘난 척하고 있네! 그 돌머리로 그건 어떻게 외웠지?"

"난 천재니까! 내가 말했잖아? 나는 천재라고,"

그가 기고만장해서웃음을 터뜨리자 울분이 쌓인 선용이 이를 갈고 바닥에 주저

앉아 운공요식을 하려했다.그러나 그는 뒤를 홱 돌아보았다.

"누구냐!"

대호는 웃음을 멈추고 선용이 돌아본 곳을 바라보았다.

그 박살난 바위 뒤에서 간신히 매달려있던 두 명의 소년이 얼굴을 내밀었다.

대호는 준하를 알아보았고 눈을 크게 떴다.

"어.준하냐?"

"네에.접니다.대호님."

준하는 비시시 웃음을  터뜨리곤 일어섰다.둘 사이에서 벌어지는 비무를 봤다는

증거로서 그의 머리칼은 봉두난발이  되어 있었고 온몸은 흙먼지로 뒤덮혀서 본

래의 안색도 알아보기 어려울 지경이었다.그의 옆에서  입을 적적 벌리고 있던

소년이 몸을 일으켜 대호를 존경에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자 대호의 얼굴은 더더

욱 기고만장해졌다.

"죄송합니다.엿봐서,"

준하가 고개를 숙이자  선용이 화가 나서 한대  후려갈기려는 순간 대호가 나섰

다.

"이 앤 내가 잘 아는 애라구.흥분 마."

선용은 부끄럽기도 하거니와  화가 나서 견딜수 없었다.하필이면 이 인간꼬마들

이 이 광경을 엿보다니.나중에  소문이 퍼지면 그는 아마 선계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을 것이다.

확 죽여버릴까 하고 살기에 찬 눈빛을 머금었는데 문득 옆에 선 소년이 그를 보

고 공손히 고개를 숙여보였다.

준하의 옆에  선 소년은 준하보다 훨씬  크고 기골이 장대했다.키만으로 본다면

대호랑 비슷할 정도였는데 왠지 선용은 그가 마음에 들어 살기를 지워버렸다.

"저는 일현도사의 제자인 현각이라고 합니다.선인들의 비무를 보고 싶은 열망으

로 이런 무례한 짓을 저질렀으니 용서해 주시길바랍니다."

그는 공손히 무릎을 꿇고 절했다.

선용은 이 소년을 어쩔 까나 하고 힐긋 준하와 대호를 보았다.

그들은 이미 히히덕거리고 있었는데 준하란 녀석은 살기가 너무 짙어 호감이 가

지않았다.그녀석은 해사한 얼굴과 달리  살성을 타고 난 것임을 첫눈에 그는 알

아보았던 것이다. 종화의  제자인 그가 천기를 읽을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

다.그는 그를 보다 말고 홱 고개를 돌려서 다시 현각을 보았다.

분명히 선재는 아니지만 이 녀석의  기운은 맑고 청정해서 분명 보통 인물은 넘

는다고 판단되었다.

"현각이라구? 일현의 제자?"

"네."

선용은 턱을 조금 만지작 거렸다.

"알았다.용서해 주마."

그는 그렇게 말하고 몸을 일으켰다.설마하니 이놈들 앞에서 운기요식을 할 수는

없다.그러니까 스승이자 주인인 종화가  이 상황을 발견하기 전에 이 곳을 빨리

뜨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그는 돌아서서 아직도 히히덕 거리고 있는 대호를 향해 외쳤다.

"빨리 이곳을 벗어나는 게 좋아,.만약 주인님이 아신다면 격노할 거다."

"그렇군."

대호는 놀라 동의했다.

종화는 그가 두려워 하는  대상중에 하나였기때문에 그는 화들짝 놀라서 엉덩이

를 떼었다.그가 막  몸을 돌려 산을 내려가려다  말고 그는 가려는 선용을 불렀

다.

"이봐! 선용!"

"왜?"

신경질적으로 선용이 대답하자 대호가 히죽이 웃으면서 말했다.

"내기를 잊지않았겠지?"

"물론,"

흥,이 녀석이 바라는 것이래봐야 선주를 몇병 훔쳐달라는 것이겠지

하고 선용이 비웃을 때 갑자기 대호가 진지하게 그의 손을 덥석 잡더니 말했다.

"그럼 다 들어줄 거지?"

"그래! "

선용이 퉁명스레 말하자 대호는 기대에 찬 눈을 반짝이면서 그에게 나직하게 천

연덕스레  말했다.

"그럼 요지로 들어가 천년옥수좀 훔쳐 줘."

『북별궁의 집필실-환상의 노트북(작가연재란) (go FNNINAPA)』 84번

제  목:동방제국기전 24

올린이:ahinshar(박창준  )    99/05/30 21:21    읽음:118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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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호 : 7119

게시자 : 이수영   (ninapa  )

등록일 : 1997-11-16 00:30

제  목 : 동방제국기전 24

동방제국기전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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