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방제국기전-31화 (31/54)

23. 성 안

"들어라! 창룡전의 놈들을 숨겨준 자들은 다 죽는다!"

햇살이 눈부시게 비추이고 있었다.

아만의 성문은 보기  흉하게 모두 열려져 마치  누군가가 들쑤시고 지나간 듯이

헐랑해 보였다.그리고 그 성문마다  곳곳에 시체가 널려 있었고 이제 점차 따스

해 지는 공기로 인해서 그 시체가 썩어가기 시작하고 있었다.

원래 서패후진영의 유목민족들 대부분이 시체를 그냥 내버려두는 관습을 가지고

있었기때문에 시체들은 그냥 방치되어 개들에게 뜯어먹히거나 벌레들의 밥이되

고 있었다.도시 곳곳에서 시체들은 끊임없이 악취를 풍겨댔고 해자의 넘치는 검

은 물 위로 내내 시체들이  떠다니며 부푼 시체의 살냄새를 사방에 풍기고 있었

다.

서패후는 이신과 더불어 성주의 거처인 아만의 꼭대기 천각에 있었다.

그의 얼굴은 찌푸려져 있었고 이신의 얼굴은 오히려 슬픔에 가득찬 듯한 얼굴이

되어 있었다.그들의 뒤에서 시중을 드는 염아는 찻잔에 차를 따르면서 호화로운

이 성안을 흘긋거리고 바라보고 있었다.

성주인 탁천공은 바짝 마른 입술을 덜덜 떨며 구석에 서있었다.

그 얼굴을 바라보고 있던 헌목이 고개를 돌려 창가에서서 아만성을 굽어보고 있

는 서패후의 등에 대고 말했다.

"저는 극뢰의 상처를 알아보러 가겠습니다."

"극뢰를 덮친 그..검선이란 녀석은 발견했는가?"

"아직 못했습니다만.."

"자연도 놓쳤고? 용회랑의 상천이나 애진도 놓쳤단 말이지!"

서패후가 격렬한 분노로 들고 있던 찻잔을 집어던졌다.

파삭 하고 찻잔이 산산히  흩어져 깨어져 버렸다.염아가 숨을 멈추며 이신의 뒤

로 물러서는 순간 헌목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서패후는 주먹을 쥔채 헌목을 노려보았다.

"대체 무슨 일들을 그렇게 하는 거냐! 그러고도 일을 했다고 할 수가 있어?"

헌목이 고개를 숙였고 탁천은 새파랗게 질린 대로 덜덜 떨고 있었다.

그때 문이 열리고 호연이 기세 등등하게 들어섰다.

"패공!"

호연이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자연을 놓친 것은 패공의 탓이오!"

"뭣이!"

서패후가 격노로 그를 바라보자 호연이 외쳤다.

"무엇때문에 내가 그녀를 죽이려 했다고 보시오? 당신은 아직도 그년이 어떤 년

인지 모르고 있소! 그년은  절대로 패공의 휘하가 되지못하오!그년은 당신의 머

리를 쥐어잡지 않고선 견딜 수 없는 년이지!"

그는 거칠게 말하고 귀공자다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년은 금린어를 잡아 끓여먹었소!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단 말이오!"

그는 이신과 서패후를 번갈아 보았다.

서패후는 그의 거친 언동에 화가  나서 당장에 검을 휘두르려 하고 있었는데 그

손을 이신이 조용히 잡았기에 그는 순간적으로 화를 억눌렀다.

헌목이 그의 무례때문에  화가 나서 노려보고 있는  동안 호연이 음산하게 말했

다.

"나에게 말한 것을 지키시오!  패공,나는 그년의 목숨을 원하고 있고 그대는 내

힘을 바라게 될 거요!"

이신은 그 귀공자의 얼굴을 한 야수를 바라보았다.

그에게 호감을 가질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그는 강한 욕망을 가지고 있었고 야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건 일반 사내들이  가진 야망보다도 커서 어쩌면  서패후가 가진 것과도 같은

동질의 것일지도 몰랐다.권력에의 야망과 일그러진 복수심과 질투가 그 안에 섞

여 검붉은 감정을 쏟아 내고 있었다.

이신은 가벼운 숨을 내어 쉬면서  쌍방이 모두 화를 억누르고 있는 그 대전에서

입을 열었다.

"그럼..호연공이 부하들을  이끌고 자연의  종적을 수색하시면 좋겠군요,당신은

이곳의 지리에 능숙하니 그것이 가장 좋을 것입니다."

호연이 이신을 보았고 서패후는 고개를 그덕였다.

"그렇게 하라."

호연은 기세등등한 얼굴로 홱 돌려 인사도 없이 나가버렸다.

헌목이 그의 태도에 화를 내면서 이신에게 항의하려는 순간 이신이 조용히 말했

다.

"헌목공.그대는 지금 극뢰공의 침전으로 갈 것이지요?"

"그..그렇소만."

"지금 극뢰공의 휘하 이후등은 매우 피에 굶주려 있는 듯하더군요.아마.."

이신은 가볍게 한 숨을 쉬었다.

"그들을 데리고 약간의 병력을 보태어 호연공의 배후를 도와주면 좋겠군요."

"도와요? 저런,..자를?"

헌목이 항의하듯 외칠 때 이신이 후우 하고 다시 한숨을 쉬었다.

"저로서도 호연공의  재능은 높이 사긴 하지만  아무래도 그분의 재능은 우리와

어울리기 힘들 거 같아서 말입니다."

서패후는 이신을 보았고 이신과 눈이 마주치자 씨익 웃었다.

두 주종은 마주 보며 가벼운 웃음을 보였는데 그건 다른 자들.특히 탁천공이 보

기엔 섬뜩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헌목은 조금 어리둥절하다가 곧 서패후의 시선이 자신에게 오자 곧 사태를 깨달

았다.

"네.아무래도군사의..고견이 옳으신듯."

헌목은 고개를 급히 숙이고 나가면서 얇은 미소를 입에 베어 물었다.

그는 오만한 호연이 정말 싫었던 것이다.

호연은 해신정의 이백을 이끌고 준비를 시작하였다.

그는 썩어가는 아만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얼굴을 찌푸렸다.그의 휘하에 있는 자

들은 말이 없었다.때로는 그들 중에는 입을 다물게 하기 위해 혀를 자른 자들도

있었다.

사람들이 해신정을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중 하나인 잔혹함은 그들의 명예와도

같은 것이었다. 호연이 무슨 말을 하든 모두들 그대로 따른다.

정주의 권위는 엄청난 것으로 방만한 창룡전과는 다르다.

해신정의 정주는 모든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있었고 그의 말을 따르기만 하면 돈

은 정말 아낌없이 주었다.정주는  모든 자들과 동등한 배분을 가진다.그래서 부

에는 차별이 전혀 없었다.일하는 데로 돈이 쥐어진다.

그래서 어쩌면 엄밀한  의미에서 진짜 용병이라고도 할  수 있을 지도 모르지만

이 해신정을 좋게 보는 자들은 아무도 없었다.

호연이 무슨 짓을 하든 그들은 그대로 따르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 마음속에 무엇이 있든지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갑니다.이 곳으로."

"어떻게 할 건데?"

"저 이민족놈들 몇을 죽이고 그 옷을 끼어입고 나가면 알게 뭐야?"

"하지만 저놈들도 눈치는 있을 텐데?"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지금 현재 남문을 지키는 것은  이루족이라구,저

단순무식한 놈들."

칼자국의 사내- 칼가는 차수라고 이름을 밝힌 사내가 설명했다.

애진등 도견등은 모두 어쩔수 없이 그 방법을 쓰기로 했다.

대개 그들 유목민족들은 모자를 깊숙히 쓰고 가죽옷을 입고 다니니까 여잔지 남

잔지 혹은 어떻게 생겼는지 감이 잡히지않는 경우가 많다.물론 그들은 자신들을

알아보긴 하겠지만 다른 이민족들은 알아보기 어렵다.

일행들은 전부 가죽옷과  가죽신을 신고 마치 이루족인양 변장하고 있었다.남문

을 통해 나가려다가  그 쪽에서 진짜 이루족과  마주치면 곤란해서 그들은 지금

막 북문으로 가고 있었다.

도심으로 갈 수록 그  처참한 현장은 점점 더 드러나고 있었다.세현은 썩어가는

시체의 냄새로 인해서 숨을 쉴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이게 난세란 말인가...'

그는 중얼거렸다.

'그런데 대체 스승님은 어디로 가신 걸까? 정말 자연에게 붙어있는 것일까?'

그는 두리뭉실하게 쥔 보따리를 들고 있었는데 그 안에는 하민의 시체가 들어있

었다.그는 진짜 이 하민의  시체를 자연에게 데려다 줄 생각이었다.그게 하민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도견이나 애진등 다른 자들을 펄쩍 뛰며 반대했지만 그가 자신이 지고 가겠다고

말했더니 모두들 입을 다물어 버리고 말았다.

어찌되었든 그들은 그렇게 도심을 가로질러 걸어가고 있었다.

사방에서 시체가 널려서 몇번을 걸려 넘어질 뻔 했고 여기저기서 그들을 불러댔

지만 그들은 아무말도 못알아듣는 척하고는 그들 끼리 킬킬 거리면서 이상한소

리를 내며 걸어다녔다.허긴  이민족들 십여명이 우르르 몰려다니니 그들에게 말

을 걸 자는 아무도 없었다.

"북문이다."

도견은 입술을 깨물고 두터운 모자를 눌러썼다.

이 북문에서 그의 형  도균이 죽음을 당한 것이다.도균은 배신자들에 의해 죽임

을 당했다고 한다.그는 생각할 수록 분노가 치밀어 올라 견딜 수 없을 지경이었

다.

"이봐! 너희들 뭔가?"

수문장 같이 꾸민 녀석이 외쳤다.

도견이 뭐라 외치려다  말고 킬킬 이상한 소리를  내며 얼버무리려고 하는 동안

한 녀석이  하민의 시체를 든 세현에게로  다가왔다.그러자 다른 자들이 이상한

소리를 일부러 내면서 그 앞을  가로막고는 뭔가 거친 말도 안되는 소리로 항의

를 하기 시작했다.

"아아..시끄럽군."

"에이."

"내보네,.뭔가 한몫을 잡았나봐.저 커다란 자루좀 봐.틀림없이 약탈한 물건들이

들어가 있을걸,.저 도둑떼들 같으니."

사내들이 지껄여댔다.

지껄이는 품을 봐서 애진은 그들이 성주의 부하들임을 확신했다.

그럼 역시 해신정의 호연만이  아니고 탁천도 배신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하고

그녀는 멍청해졌다.성병들은 여전히 성병들이었다.

그들은 여전히 느려터진  동작으로 오락가락 하면서 성문앞을 오가고 있었다.그

러니까 이들은 창룡전 용병들과  서패후의 무게를 저울질 하고는 서패후에게 들

러붙은 것이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면서 증오로 탁천공의 거처인 천각을 노려보았다.

저 곳에 분명히 탁천을 비롯한 서패후와 호연이 있을 것이다.

더러운 것들.

애진은 입안으로 욕설을 퍼붓고 걸음을 빨리 옮겼다.

"잠깐!"

갑자기 누군가가 제지했다.

돌아보니 눈빛이 형형한 젊은 장수였다.그의 뒤에는 역시 살기가 충천해 보이는

기병들 백여명이 도열해 있었다.

이들은저 이민족들이나  성병과는 다른 정예임을 금방 애진은 알아보았다.가슴

이 두근거렸고 불안감이 치솟기 시작했다.

"누군지 확인해 보고 내보내라!"

말한 것은 홍구였다.그는  팔짱을 끼고 기마위에서 이상한 이루족속의 무리들을

바라보았다.그는 지금 막 헌목의 명을 받아 나가려던 차였다.

"어디 부족이냐?"

그가 유창한 어조로  이민족의 말을 떠들어대자 당황하여 모두들 허둥거렸다.그

런데 그때 세현이 입을 열었다.

"이루족의 탕다들이오.우리들은 지금 막 가족들에게 돌아갈 거요."

유창한 어조로 이국어가 튀어나오자 애진은 놀라 그를 돌아보았다.

그녀만이 아니고 도견을 비롯한 자들 모두가 크게 놀랐다.

"그런가."

유목민족들은 뭔가 전리품을  얻으면 그 즉시 가족에게도 돌아가 버린다.그때문

에 그들을 통솔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홍구도 반은 유목민족출신인

지라 그 속성을 잘  알고도 경멸하고 있었다.특별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은 하지

만 아까부터 왠지 신경에 거슬렸기때문에 자꾸 말을 걸고 있는 것이었다.

"알았다.가라."

그가 손짓하자 세현은 안도의 숨을 삼키면서 다시 걸었다.일행들은 마치 조여지

는 듯한 기분을 맛보면서  얼른 걷기 시작했다.너무 빨리 걸으면 의심받을 까봐

그들은 더 초조했다.

그들이 그렇게 막 성문을 벗어나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할

때 홍구는 무엇이 이상했는지 그제서야 깨달았다.

"손이 희다!"

그는 비명을 지르듯이 외치면서 말옆구리를 걷어차며 말을 달리게 했다.

그는 부하들을 이끌고 세현들이 달려 도망가고 있는 들판으로 질주했다.

"쫑아라!"

"죽여라!"

홍구가 외쳤고 모든 자들이 일제히 활을 매겨 화살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웃,

한둘이 화살에 꿰뚫려 널부러졌고  세현은 이젠 더이상 곤란하다는 것을 깨닫고

하민의 시체를 등에 매단체 홱 고개를 돌렸다.

"애진님! 곧장 가시오!"

애진은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세현은 다가서는 기마대를 향해 꼿꼿이 서서 검을 빼어들었다.

"미쳤어!"

뒤에서 도견이 그를 향해 중얼거리며 미친듯이 달리고 있을 때 세현은 달려드는

화살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화살이 박살이 나서 그의 주변에 오지도 못하고 후두둑 떨어져내렸고 그 신기에

홍구의 눈이 커졌다.

애진은 걸음을 멈추고 그의 신기에  넋을 잃었고 그녀 이외에도 도견과 다른 자

들,차수역시 돌아보았다.

바람이 부는 벌판에 세현은 그다지  크지도 않은 체구로 유유히 서 있었는데 그

서있는 모습이 정말로 거대해 보였다.

홍구는 갑자기 공포감을 느꼈다.

"거...검선이라는 그놈?"

그가 중얼거리는 순간 세현은 검을 들어서 바닥을 후려갈겼다.

"진자 병자 결! 오너라! 천둥! 오너라 뇌전!"

그의 검에서 번쩍 번개가  일어나 풀도 몇포기 없는 황량한 대지를 후려갈겼다.

콰콰쾅 하고 엄청난 흙먼지와  함께 굉음이 일어났으며 기마대의 한가운데가 좌

아아악 하고 엄청난 빛의 줄기에 휩쓸려 버렸다.

"크아아"

피가 튀기고 살점이 날아갔다.뭐가  어떻게 되고 대체 무엇에 맞는 지도 모르면

서 그들의 몸뚱아리가 빛속에서 산산히 찢어져 허공으로 치솟아 날아가 버렸다.

홍구의 기마대가 비명을 올리면서  흩어져 버리는 동안 홍구는 광란상태에 빠진

애마를 주체하지 못하고 낙마할 뻔했다.

그의 기마대 반이 날아가 버렸고 사방은 온통 흙먼지로 시야를 가려버렸다.

"이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단 말인가! "

"저놈은 요괴다! 인간이 아냐!"

인마의 비명이 사방을 울리고 대혼란에 빠져있을 때 세현은 흙먼지 속에서 애진

의 손목을 다시 잡아챘다.

"가라니까 왜 그러고 있어요?"

그는 가볍게 책하면서 입을 적 벌리고 있는 도견들을 향해 외쳤다.

"뭘 그렇게 멍청히 있나! 어서 가자니까!"

『북별궁의 집필실-환상의 노트북(작가연재란) (go FNNINAPA)』 95번

제  목:동방제국기전 35

올린이:ahinshar(박창준  )    99/05/30 21:29    읽음:115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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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호 : 7174

게시자 : 이수영   (ninapa  )

등록일 : 1997-11-23 00:56

제  목 : 동방제국기전 35

동방제국기전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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