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다시 선계로
"스승님!"
세현이 급히 정훈에게 달려들었고 정훈은 그를 빤히 보고 왜 하고 물었다.
"이것을 보십시오."
정훈에게 그가 편지를 내밀자 정훈은 그 편지를 받아들자 마자 중얼거렸다.
"일현이 왜?"
그가 편지를 펼치는 동안 준하와 현각은 처음으로 자연을 보았다.
자연은 정훈이 편지를 읽고 있고 세현이 창백한 얼굴이 된 것을 보았다.
그녀는 지금 느긋하게 반쯤 누워서 탕제를 들이키고 있었고 시중을 드는 의원이
그녀의 상처를 맨 붕대를 갈아주고 있었던 차였다.
자연은 들어서서 벙벙한 표정으로 선 두 소년에게 낮게 물었다.
"누구냐?"
"아..저기.."
현각이 망설일 때 준하가 가볍게 예를 취하며 말했다.
"저희들은 천산검파의 제자인 현각과 준하라고 합니다.지금 세현님을 뵈러 심부
름을 온 차입니다."
"그래? 천산검파?"
호기심이 생긴 자연이 그들을 자세히 보고 있을 때 정훈이 몸을 일으켰고 자연
은 그가 몸을 일으키자 놀라 돌아보았다.
준하와 현각은 놀랄 만큼 아름답게 생긴 이 검은 장포의 사나이를 보고 숨을 삼
켰다.살벌할 정도의 검기가 감도는 것을 그들도 알수 있었던 것이다.
"자연."
"에?"
자연이 그를 돌아보자 정훈이 눈쌀을 찌푸리며 말했다.
"대호가 아프다는 군,"
"대호가?"
자연은 눈을 크게 떴다.
그녀가 세현을 보자 세현이 고개를 그덕였다.
"아프다니? 그는 선인이잖아? 그가 아프다니?"
"선인이라고 완전히 모든 것에 초연한 것은 아니지.지금 그가 아프다고 하니 올
라가 봐야겠어."
"그래,올라가 봐.얼마나 어떻게 아픈 거지?"
세현은 자연에게 가볍게 말했다.
"아직은 알수 없지만 보통 일은 아니거 같은데.."
자연은 눈을 가늘게 뜨고 세현을 똑바로 바라보았다.그녀의 얼굴에 의외로 떠오
른 걱정스런 표정에 세현은 조금 놀랐다.
그리고 그녀가 한 말에 그는 더 놀랐다.
"이젠 더이상 사람들을 잃기 싫은데...그가..곧 낫길 바란다고 전해줘.."
그녀는 세현을 똑바로 바라보고 낮게 말했다.세현이 입을 다물고 있자 정훈쪽을
다시 본 자연이 물었다.
"돌아올 건가?"
정훈은 무심코 자연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알 수 없었다.
그가 망설이는 동안 세현이 확실히 말했다.
"돌아올거에요.당신이 잘못되면 대사형이 무척 화를 낼 테니까."
그 말에 자연은 활짝 웃고는 쿡쿡 웃었다.
"그래,그래,.대호는 내 애인이니까 말이야."
그녀는 안심한 듯이 웃어 보였고 세현은 그녀의 약한 모습을 본 것이이상하게
마음이 불편해졌다.정훈은 그녀를 뚫어지도록 바라보더니 다시 물었다.
"정말 그가 당신의 애인인가?"
자연은 그의 질문을 뜻밖이라는 듯이 듣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글쎄,잘은 모르겠지만 최소한 나에게 잉어탕을 끓어준 남자니까."
그녀는 씩 웃고는 곰방대를 탁탁 털어보였고 정훈은 침묵했다.
갑자기 세현이 현각과 준하의 존재를 발견하고는 그들을 돌아보았다.
"이들을 부탁해요,이들은 천산검파의 제자들이니까 짐이 되진 않겠죠.편의를 봐
줘요."
"음.,물론 고명하신 천산검파의 제자분들이라면 당연히 그래야지."
그녀는 곰방대를 털어내곤 새로운 담배를 서툰 동작으로 준비했다.
그 동작은 상당히 불편했는데 그건 그녀가 부상중이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그걸 보고 있던 준하가 다친 그녀의 부상부위를 슬적 바라보면서 곰방대에 담
배를 넣어주었다.자연은 이 소년의 호의를 기꺼이 받아들이면서 담배에 불까지
붙여주는 소년에게 감사의 미소를 지어 보이곤 연기를 내뿜었다.
그러나 세현은 그 것을 보고 준하에 대해 조금 정나미가 떨어지는 기분이 되었
다.
'이건 너무 매끌거리는 군.천산검파 제자치고는 말이야.'
정훈은 자연의 모습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가 몸을 돌려서 밖으로 나갔다.세현이
급히 그 뒤를 따르는 동안 애진이 막 나가려는 세현을 보고 물었다.
"어딜 가요?"
"선계에 돌아가려고.대사형이 아파요."
세현이 진지하게 말하자 애진은 당혹해서 그를 바라보았다.
"도,..돌아가요?"
"네,.돌아가요,"
그는 진지하게 대꾸하고는 반듯하게 그녀에게 고개를 숙여보였다.
"자아.그동안 감사했어요,애진님,.그럼 나중에.."
"자,.잠깐만! 그렇게 그냥..그냥 가요?"
그녀가 너무 놀라서 그의 소매를 잡아 채자 세현은그녀의 얼굴을 바라보곤 난
처한 표정이 되었다.애진의 얼굴은 당황과 슬픔으로 곧 물들었고 세현은 난감해
졌다.
뒤에 있던 정훈이 차갑게 말했다.
"아무데나 정을 뿌리는 게 아니라고 말했지!"
그 차가운 말에 세현도 애진도 흠칫했다.
세현은 결심한 듯이 그녀에게 고개를 그덕여 보이곤 간단히 이별의 인사를 건넸
다.
"건강히,저는 가야 되요.애진님."
"세..세현님.."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넘쳐났고 세현은 그녀의 얼굴을 보며 난처한 웃음을 흘렸
다.
"그동안 정말 고마왔어요,.애진님,"
"아니.아니..저야 말로 목숨을 구해주셨는데.."
애진이 더 할 말이 없는가 하고 주저하고 그의 소매를 놓지않는 동안 세현은 그
녀의 손가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자신의 옷자락을 쥔 그녀의 손가락은 너무
힘을 준 나머지 하얗게 변해있었다.
"그럼.."
세현은 단호하게 말하고 몸을 돌렸다.
애진이 그를 잡고 말고 할 것도 없이 그의 몸이 정훈의 옆으로 다가가자 마자
순간 그들 두 사람이 발을 가볍게 차오르는가 했더니 파앗 하고 빛이 뿜어져 나
왔으며 그들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애진은 눈이 부신 푸른 하늘로 그들이 날아올라가는 것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
다.
파란 하늘아래 그들의 등에서는 흰 날개가 솟구쳐 나왔다. 곧 그들의 몸에서 흰
빛이 뿜어져 나왔고 그리고 순식간에 그들의 몸은 보이지않게 되었다.
『북별궁의 집필실-환상의 노트북(작가연재란) (go FNNINAPA)』 102번
제 목:동방제국기전 39
올린이:ahinshar(박창준 ) 99/05/30 21:34 읽음:108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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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호 : 7250
게시자 : 이수영 (ninapa )
등록일 : 1997-12-02 01:17
제 목 : 동방제국기전 39
동방제국기전 39
28.용병연합군
"여기에 남아서 좋죠?"
준하는 무심코 물었다.
그들은 자연의 막하에 남아있었다.그와 그의 사형 현각은 천산파의 제자라는 것
을 인정받아 기꺼이 환영받았던 것이다.
현각은 얼굴을 살짝 붉혔다.
그는 조금 이 사제를 어렵게 생각했다.준하는 그보다 나이는 네살이나 어렸지만
그 보다는 훨씬 어른 스러워 보였고 생각하는 것도 다른 자들과는 틀렸다.
난세의 공자라는 것 때문일 지도 모르고 어쩌면 천품 탓일수도 있다.그러나 현
각으로선 이 준하란 소년이 그 자신의 사제라서가 아니라 그 지모와 태도에 대
해 상당히 자랑 스러워 하고 있었다.
그는 검을 차고 밖에 나가면 금새 사람들과 친해지는 준하에 조금 감명받고 있
었다.여기 도착한지 하루 이틀 만에 준하는 벌서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다니면서
용병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가슴을 펴고 마치 자신의 가신을 대하는 것처럼,혹은 자신의 신변호위를 대하는
것처럼 기묘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종우나 정우라는 용병들은 그냥 용병이라기 보단 휘하에 수십정도 거느리고 있
는 것같았는데 준하에게는 꼬박 경칭을 붙여주고 있었다.공자 공자 하고 부르는
것을 보면 그들과는 본디 인연이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에 비하면 현각은 자연스레 말을 걸거나 혹은 다른 사람들이 물어와도 만족
스레 대답을 하지못하고 음.아니오,네 그렇습니다 정도만을 했을 뿐이었다.
회양곡에 주둔하고 있는 용병들의 수는 점차 늘어나서 어느새 오천이 넘어있었
다.그 오천의 수가 곧 칠천이 되고 곧 만명이 넘어서게 되자 회양곡을 중심으로
한 진세가 형성되었다.
그 덕에 자연의 거처에 드나드는 사람은 더 늘어났고 자연은 상처가 다 낫지않
았음에도 불구하고 거뜬히 일어나 들어오는 사람들을 일일이 다 만나고 있었다.
현각도 그녀를 본 것은 처음이지만 준하가 그녀를 보는 눈은 색다른 것같았다.
"그녀를 쥐고 싶어요."
지나가는 어투로 준하가 그렇게 말한 것은 그들이 이 회양곡에서 심부름을 마친
이틀째 되던 날이었다.자연을 처음 보고 온 날 준하가 지나가는 어투로 말했었
다.
현각이 놀라서 그를 보자 준하가 타오르는 듯한 눈으로 자연이 앉아 다른 사람
들을 지휘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낮게말했다.
"그러나,..나따위는 그녀에게 금방 흡수되어 남첩정도 밖엔 안되겠죠."
"무,,무슨 소릴 하고 있는 거지?"
준하는 싱긋 웃어보였을 뿐 하하 웃어 넘겨 버렸다.
"하하..깊게 생각하지 마세요,별거 아니니까요."
"하지만..넌?"
"음...신경쓰지마세요.사형.아시겠죠? 나의 고향 발야는 기탁이란 놈의 수중에
들어갔고 이들은..기탁을 적으로 하고 있어요.나로선 복수를 할 기회이기도 하
지요."
준하는 가볍게 말했지만 현각은 왠지 그의 눈속에서 이글거리는 살기를 본 기분
이 되어 깜짝 놀랐다.
밝은 달빛.노골적으로 흰 피부에 드리워진 창백한 달빛에 어려서 요기 조차 띄
운 준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말했다.
"도와주실거죠?"
현각은 가슴이 뜨금했다.
"도와주실거라 믿어요.사형은.천산파 제일 검객이니까."
"노,.농담하지 말아! 나보다 쟁쟁한..사형들이 얼마나.."
"거짓말 하지말아요.사형.사형을 이리로 보낸 스승님의 의도가 뭐라 생각해요?
검재를 가지긴 했지만 선재가 없다는 것이 스승님의 말씀이었어요."
준하는 빛나는 눈을 들어서 현각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도와 주세요,.사형,내가..복수하고 내 땅을도로 찾도록 말이죠."
"하..하지만.."
"사형이 깨끗한 분이란 것은 잘 알아요.그러나 사형도 사내로 태어난 이상에 이
름을 날리고 싶지않아요? 서방제일검이란 극뢰는 처음부터 서방제일검이 아니었
어요.그는 고작해야 목동이었다구요! 그가 제일검이 된 것은 서패후휘하에서 움
직였기때문이에요!"
준하는 주먹을 가볍게 쥐어 보이면서 현각을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스승님이 사형을 여기 보낸 뜻을 가볍게 생각하지 말아요,스승님이 뭐라 했는
지 기억하시죠?"
현각은 아련하게 스승이 뭐라 했는지 기억해 냈다.
스승일현은 미소를 하면서 봉서를 건네주었고 조용히 말했었다.
"이것을 검선각의 세현선인께 올리고....그리고 나서..천천히 돌아오너라."
천천히...
현각은 멍청하니 그를 바라보았고 준하는 싱긋 웃어보였다.
"나는 천살의 기운이 있다 하셨죠.사형은 대장군의 기질이라..선재가 없다고도
했죠,.선연이 없다면 그곳으로 돌아가 봐야 무엇이 있겠어요? 사형이나 나나.."
그는 장난하듯이 웃고는 회양곡의 일부인 계곡의 전면에 보이는 깎아 지른 듯한
절벽을 가리켜 보였다.
"기억해 봐요.사형,.저 절벽을 숨한번 들이키지 않고 날아올라가던 선인들의 모
습을.사형도 나도 보았죠? 그건..인간이라곤 할 수 없어요."
준하는 절벽을 올려다보았다.하늘로 치솟은 그 절벽의 끝은 마치 도끼로 다듬어
낸 듯이 정확하게 직각을 이루고 있었다.
인간은 도저히 오를 수 없다는 어떤 강한 의지를 가지고 절벽 자신이 솟아난 듯
이 보일 정도였다.
현각이 침묵하자 준하가 조용히 말했다.
"그러니까..우리들은 현세에서 살아가는 거에요,.그리고 난 내 땅을 되찾기로
마음먹었고 나의 집안을 몰살시킨 자들을 없애기로 이미 마음을 먹었어요."
그의 눈빛에서 살기가 이글거렸고 현각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었다.
정말 스승은 자신이 그저 현세에서 살아가라고 내보낸 것일까.
선재가 없기때문에 더이상 천산에 놔둘 마음이 없었던 것일까.
현각은 갑자기 무한한 슬픔이 밀려오는 기분이었다.
아무리 애써도 잡을 수 없는 무지개와 같은,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을 눈앞에
두고 넌 할 수 없으니 물러나라는 스승의 명령을 받은 듯했다.
그가 그런 슬픔에 빠져있는 것도 아랑곳하지않고 준하는 재빨리 말했다.
"지금쯤 창룡전주 자연은 휘하를 모아놓고 회의를 하고 있을 거에요,기탁을 공
격한다고 하면 나도 참가하게 해달라고 부탁해 놓았으니까 지금 가 볼께요."
그는 허리에 검을 차고 그것을 잘 정돈해 보였다.
그런 그의 모습이 너무나 위선적이어서 현각은 위화감을 느꼈다.
장검을 차고는 있지만 실제로 준하는 쌍단검을 쓴다.
그는 거의 검을 휘두르는 일이 없지만 그의 솜씨가 보통이 아니란 것을 현각은
잘 알고 있었다.무서우리만치 대단한 살기와 집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는
접근전에서는 다른 자들 누구도 당해내지 못했었다.
현각은 준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검을 차고 장화안쪽에 단검을 숨겨두고 있
는 것을 기묘하게 생각했다.마치 난 장검을 쓸 뿐 단검 따윈 몰라요 하는 태도
가 아닌가.
"안 갈거에요?"
나가려던 준하가 그에게 물었기때문에 현각은 부지불식간에 일어섰다.
"용회랑 군세 약 오천이백이 모였소."
"창룡전 군세 육천 칠백이 모여있습니다."
모여 앉은 사내들이 말하고 있었다.
자연은 팔짱을 끼고 앉아있었다.
그들은 거대한 대전-창룡전의 본 가 건물보단 작았지만 그런대로 넓은 -에 모여
있었다.둥근 탁자를 중심으로 탁자위에는 지도 이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앉아있는 자들은 자연과 상천,기민을 비롯해서 창룡전의 장로 형오,형수,양번,
그리고 경홍이었다.그리고 용회랑의 회원인 탁문,인보,자청이 있었고 그 외에
자유용병으로서 아만에 가족들을 두고 있는 자들을 대표해서 병세를 이끌고 참
가한 초안과 유수가 있었다.
그들 각자는 약 삼백에서 천여명을 이끌고 있는 장수급 인물들로 다른 여섯 패
후들이 기를 쓰고 모셔가고자 애쓰는 자들이었다.그런데 그들이 지금 돈도 받지
않고 이곳에 참가해 있는 것이었다.
"배신자는 죽어야 하죠."
낮은 목소리로 형오가 말했다.
그는 긴 수염을 기르고 있는 오십대 초반의 사내였다.키가 작달막하나 무척이나
장사여서 철퇴를 휘둘러 바위를 깰 정도의 신력을 가진 사내였다.지금은 온후한
인상이었지만 10여년전만 해도 그 불같은 성미를 이기지 못해 사람을 여럿 병신
으로 만들기도 했다.
"용회랑의 회주이신 고원님은 오셨소?"
자연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상천이 탁문을 보자 탁문은 고개를 가볍게 저어 보였다.
"아직 오시지않으셨소.지금 ...아시다 시피 고원님은 제도 계련에서 계약중이시
기 때문에..."
자리에 앉아있던 애진은 묵묵히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부친은 냉혹할 정도로 철저했다.
애진이 무사하면 그 이상도 그 이하의 행동도 취하지않는다.
그녀는 부친을 보지 못한지 이미 5년이란 세월이 지나있었다.지금에 와서 그녀
를 보고 그녀의 부친 고원이 그녀를 알아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도 할 것이
다.이제 와선 감상은 벗어던지긴 했지만 애진의 한구석에는 언제나 부친이 자신
을 위해 달려와 줄 것을 바라는 마음도 있긴 했다.
"자아,이제 명령체계에 대해서 한 말씀 드리도록 하겠소,."
상천이 입을 열었다.
창룡전 ..총사령관 자연
부사령관 기민
선발군 양번 ..도견
좌군대장 형오
우군대장 형수..덕원,흥업
중군대장 경홍
용회랑..총사령관 상천
선발대 종우,정우
별기대 탁문
기동대 인보
후위군 자청
"일단 총지휘권을 가지신 자연님을 총수로 하고 각자의 부대는 각자가 부여하게
됩니다.초안님과 유수님은 자신의 부대를 이끌고 오셨으니 별기군에 합당하겠지
만 후위군에 합세하시거나 선발군에 합세하시오.그러나 후위군에 합세하지않겠
다면 당연 선발대의 종우와 긴밀한 협의를 거쳐 부대를 이동하시는 게 옳을 게
요."
말을 마친 상천이 말하고 나자 불만어린 얼굴이 된 유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내가 왜 종우의 명령을 듣는단 말이요? 종우는 나보다도 연하이고 게다가 이길
로는 내가 선배거늘."
"물론 그러하오.그러나 그것과 이건 별개의 문제요.우리들은 총 군세 일만 이천
의 대군으로 아만을 치려 하고 있는 중이오.게다가 지금 여기저기서 또 다른 동
도들이 우리들을 돕기 위해 오고 있소.이런 상황에 지휘권이 통일되지않는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 거라 생각하시오?"
상천이 점잖게 말했다.
그는 두 손을 가볍게 쥐어 보이면서 유수에게 말했다.
"유수님도 오랫동안 용병생활로 경험이 풍부한 분이란 것을 아오.이번 일은 단
지 창룡전이나 용회랑만의 일이 아니라 아만에 적을 둔 모든 자들의 싸움이외
다.지금 서패후의 옆에 붙어 알랑거리고 있는 저 사악한 배신자를 처벌하고,또
우리들의 가족들을 해친자들을 처단하기 위해 우리들은 이 자리에 모여있소이
다.그런 것을 감안하여 유수님도 아직 어린 종우의 휘하에 들어가 주시기 바라
오,이 늙은이가 이렇게 정성을 다해 말씀 드리오."
유수는 자신보다 이십여세는 연상인 고참이 말하자 입을 다물었다.
그도 괄괄한 성미로 무려 이십여년간 용병생활을 했고 지금은 자신의 부대 이백
오십을 거느리고 있었다.그런 그가 아직 어린 종우형제에게 머리를 굽히고 들어
가 지휘권을 맡긴다는 것은 일반 용병으로 보아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이건 싸움이 아니고 전쟁입니다."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던 경홍이 말했다.
그는 주름진 얼굴엔 한 쪽 눈이 없었다.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그를 독안자라고
말하는데 그의 용병경력은 이 중에서 가장 높았다.
그가 열 세살이 되던 해 부터 시작하여 지금 그의 나이 예순을 넘기고 있었던
것이다.그의 주먹쥔 손등엔 무수한 흉터가 주름살을 이기고 도도히 남아있었다.
"이제..우리들도 무언가 바뀌게 되었소이다."
그의 말에 모두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자연은 노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의 말에 동의하고 있었다.
역대에 어떤 용병도 이렇게 모여본 역사가 없었다.
아만이 함락되지않았다면 용병대가 이렇게 모였을 리가 없었다.
용병이란 상호이해가 얽혀있는 집단으로 돈과 재물을 매개로 계약을 맺는 집단
이었다.창룡전은 조금 이질 적이긴 하지만 기본 바탕은 돈이었다.그런데 지금
돈이 걸리지도 않았는데 용병들이 무려 만 이천이나 모여있었고 지금 또 속속들
이 도착하고 있었다.
이런 속도로 간다면 용병 이만명이 모이는 것도 꿈은 아니었다.
모든 자들이 용병을 고용하면서도 그들을 무시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결집
력이 없기때문이었다.그래서 결집력이 있는 유일한 집단인 창룡전만이 그동안
대접을 받아왔었다.여섯패후의 예물을 받는 유일한 용병집단인것이다.
그런데 지금 뭔가 양상이 바뀌어 가고 있었다.
돈을 위해 싸우던 자들이 복수심과 기이한 동지의식으로 뭉쳐지고 있었다.
때는 난세 중에 난세.
지금 뭔가 용병집단이 바꾸어 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