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방제국기전-43화 (43/54)

8. 검선각주 추후낭월정훈의 생각

도착한 종화선인은 입을 저억 벌리고 선 다른 선인들을 헤치고 금화원으로 달려

갔다.그는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알만 했으므로 뇌전각으로 가서 아직도 기다

리고 있는 화선들에게로 다가갔다.

"금화선제!"

"아아..오셨군."

휘날리는 꽃잎속에선 금화선제는 과연 절세의 가인이라 불리기에 거리낌없는 환

상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었다.그녀는 금발을 하고 있기에 금화선제라 불

리우는데 금빛 머리칼과 검은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한동안 종화선인도 이 아름

다운 선인에게 마음이 동하지않은 것은 아니지만 금화선제자신이 높은 선인이기

에 함부로 손을 뻗을 수 있는 작자가 있을 리가 없다.

'그런데 대체 대호는 어떤 자의 소생인건가? 혹여 그녀자신이 홀로 낳은 아이인

가?'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한동안 하던 종화는 일단 검기가 거두어지는 전각을 바라

보면서 그녀에게 물었다.

"결계는 친거요?"

승아가 대신 답했다.

"네,늦긴 했지만.지금 세현이  검선각의 문인들을 데리고 나가서 결계를 펼쳤어

요.그렇지만 조금,..늦은 감이 있습니다."

종화는 가볍게 이를 갈았다.

"저 지겨운 늙은이 칠성대제가 틀림없이 우리보고 인계에 나가서 검을 거두어오

라고 명령할 거야!"

"에?"

하고 금화선제가 돌아보자 종화가 가볍게 설명했다.

"저 검선각주녀석은 진신이 검이니까 그 검기를 인계의 검들이 받아들여 명검으

로 화한다는 이야기지."

금화선제가 얼굴을 찌푸렸다.

"그럼 그때문에 또 인계가 어지러워진다고..?"

"당연하지.명검이 두어개만 되어도  복잡해지는 인계야.그런데 이렇게 검선광을

뿌려대니 분명 최소 열댓개는생겨났을 거요."

종화는 얼굴을 찌푸렸다.

"이런 뒷수습을 하는게 누구겠어? 검선각이나 궁선각..그리고 아마 손이 모자르

다면서 나보고 하라고 할걸!"

금화선제는 까르르 웃어버렸다.

종화선인이 못마땅한 듯  바라보고 있자 그녀는 두  손을 들어서 화선을 흔들어

보였다.

"알게 뭐에요! 저는 연약한 화선인걸."

종화는 그녀를 흘겨보았다.

"그런 소릴 영산회에서 좀 해보시지."

그녀는 눈부신 금발머리를 흔들면서  종화가 재미있는 농담이라도 한 듯 웃어보

였고 옆에선 승아는 약간 조바심을 내면서 물었다.

"저기..만약에 개정대법이 끝난다면..대체 무슨 일이 어떻게 될까요?"

"뭐..아마도 검선각주는 두  선군에게 끌려갈 테고...대호는 영산회주가 되지않

을까?"

"정말 그리 생각하세요? 대호가 영산회주가 될거라 생각하시나요?"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고  말고.대호의 검재는 비상한 것인데다가 만약에 개정

대법이 완성되면 그는  아마도 태청옥허검법을 완성시킬 거야.그렇게 되면 선계

제일검이란 말이 무색해지겠지."

"하지만 저는 그애가 아직 어려서 영산회주가 되어 나서는 것은.."

"내 생각이지만 그녀석은 어린게 문제가 아니라.."

종화는 고개를 저었다.

"성격이 문제가 아닐까?"

그 순간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검선광이 스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의 뒤로 두 선군,진묘선군과 명도진군이 나타나서 그 광경을 바라보

며 외치고 있었다.

"금화선제! 대체 저게 어떻게 된 거요!"

"저도 모릅니다.그저 갑자기  검선각주가 들이닥치더니만 우리들 연약한 화선들

을 제치고 개정대법을 다짜고짜 펼쳐버렸으니까요!"

금화선제가 느긋하게 대꾸했다.

성백은 눈을 부릅뜨고  검선광이 사라져가는 뇌전각을 바라보았다.뇌전각에서는

이제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천안을 가진 성백은 그들의 얼굴도 똑바

로 볼 수가 있었기에 당장에 고함을 지르면서 전각 안으로 들어섰다.

"대체 이 무슨 일이야!"

그의 뒤를 따라서 다른 선인들이 들어서자 마자 그들은 멀뚱거리고 있는 대호와

파리한 얼굴의 정훈을 발견했다.

정훈은 의자에 기대어 앉아 허덕이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 언제나 감돌던 옥빛의 기운이 사라지고 그저 평범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그는 파리한 얼굴로 두  선군을 바라보았는데 그 얼굴은 모든 것을 각오

한 듯한 그런 얼굴이었다.대호는 어리둥절하고 있다가 금화선제가 그의 몸을 끌

어안고 회복을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자 모친을 끌어안고 히죽이 웃어보였다.

종화는 재빨리 대호의  맥을 짚어 보고 그의  전신에 얼마만한 소득이 있었는가

부터 측정해 보았다.대호는 그가 어릴때 부터 귀여워한 조카뻘인 녀석으로 언제

나 애정을 쏟아왔던 것이다.

"호오.."

진기가 충만한 것은  금방 알아낼수 있었고 그의  얼굴에 감도는 옥빛과 금빛이

전과는 판이했다.대호가 눈을  번뜩이자 금빛 안광이 금화원안을 꿰뚫고 지나갔

다.

"천안을 얻었군."

종화가 놀라며 말하자 대호는 눈을 대굴대굴 굴리면서 그를 바라보았다.

"천안이라뇨?"

"나중에 알게 될거지만.."

종화는 웃음을 지었다.

"천안은 흔히들 천리안이면서 천광안이라고도 부르지."

"천리안이라면 알지만 천광안을 몰라요."

대호가 흥미진진하게 바라보자 종화는 웃음을 참을 수 없는 기분이 되어서 뒤에

서 자신의 말을 진지하게 듣고 있는 성백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천광안이란 상대를 박살낼수 있는 힘이다."

대호는 어리둥절했다.그러나  그는 어차피 상관없으므로  히죽히죽 웃고는 물었

다.

"그러니까 강한 힘을 가졌다라고 말하려는 거죠?"

"그래."

종화는 흘긋 성백을 바라보았다.

여지껏 선계안에서 천광안을  가진 것은 성백 뿐이었다.명도진군 성백은 선계인

가운데에서 가장 도력이 높은 자로서 지금 칠백년동안 선군의 위치에 있었다.좌

장군인 그는 우장군인 진묘선군승훈보다 한단계 위의 인물로서 인정받고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새파란 어린 후배 대호가 천광안을 가졌다는 것은 적지않은 파란

을 뜻하는 것이었다.성백의 안색이 바뀌는 것만 봐도 잘 알수 있는 것이었다.

대호는 스승을 바라보았다.

"스승님?"

정훈은파리한 얼굴로 제자를 바라보았다.

이제 제자는 자신보다 높은 힘을  가지게 되었고 천년이래 그는 이 제자를 감히

넘보지 못할 것이다.그는 시원섭섭한 기분이 되었지만 결코 후회하지는 않았다.

이 선계란 지긋지긋한 굴레를  벗어던지는 하나의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고 그는

생각했다.

"이야기좀 합시다.검선각주!"

성백이 날카롭게 외쳤다.

"이제 검선각주는  대호입니다.뇌락선풍대호가 검선각주의  자리에 오를 것이고

저는 물러납니다."

"어디로 물러날 셈이요? 지금 당신이 무슨 짓을 벌였는지 알고나 하는 소리요!"

성백이 주먹을 쥐고 그를 쏘아보았다.

정훈은 천광안을 가진 상대를 똑바로 바라보는 우를 범하진 않았다.그는 고개를

약간 떨구고 조용히 말했다.

"저는 아마도..유선이 되겠지요."

"대체 내가 누워있는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멀건히 대호가 세현을 향해 물었다.

세현은 침울한 얼굴로 그 말에 대답해 주었다.

현재 정훈은 검선각의 자신의 방에 갇혀있었다.아니 갇혀있다기 보단 완전히 쳐

박혀있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그는  천년간 수련해야 얻을 수 있는 선기를 전

부 대호에게 쏟아부었다.지금  정훈이 갖고 있는 것은 하급선인정도의 수준으로

왕년 대호가 만난 백사정도밖에는 안될 것이다.

대체로 선계의 계급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중 가장 낮은 것은 지령,이는 땅

위의 생물이 어떤 계기로 자아를  가지게 되어 선도를 닦아 기초적인 선력을 가

진 것을  말하며,그 다음이 지선으로 그  지선이란 지령다음 단계로서 선인이라

불릴 만한 힘을 가지게 된 것을 말한다.그리고 그 다음이 염선과 마선으로 나뉘

는데 염선과 마선은 어느정도 자신의 제자를 거느릴 만한 수준에 오른 선인들을

가리킨다.이 정도 되면 선계에서 내리는 직급이 있으며 대체적으로 선계에 이름

이 올라있다.대체적으로  이 염선이나 마선정도가  되면 인계에서는 수호선인이

된다.그리고 수호선인으로서 일을  오래맡을 수록 그 공덕이 높아지므로 수호선

인이 되는 것 자체가 상당한 노력을 요하는 일인 것이다.

선계의 모든 일을 관장하는 부서인 명도진군 성백의 선부서는 천안을 가진 성백

이 이끌며 그가 모든 세계의  선인들에게 직급과 그 선과를 책정하는 일을 맡는

다.그가 관장하는 것은 물론 염선이고 마선은 마계의 부서에서 담당하게 된다.

그리고 수호선인이상이 되는 자가 선계인이다.

선계는 수호선인이 공덕을 높이 쌓아서 오르는 단계로 맨 밑바닥인 인계에서 부

터 중간계를 거쳐 승천하는 것이 바로 이 단계인 것이다.선계인들은 수호선인보

다 다 급수가 높으며  당연 도력이나 선력도 강하다.이들 한사람 한사람이 가진

힘은 인간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에 그들 스스로도 규제에 의해 묶여

있었다.

그리고 선계의 영산회의 수뇌들은  더이상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높은 자들이다.

그들은 각기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봉에 달해있고 나중에 더이상 오를 곳이 없을

경우 스스로 선력을 가지고 윤회의 업을 벗어던지고 은거하는데 이 경우 은거가

아니라 우주에의 동화로  스스로 자아를 우주의 힘에 동화시키는 것이다.이정도

의 단계가 되면 신과 동격이 되며 이들 신들은 자연계와 전 우주에 동화되어 인

간이나 선인따위의 안목으로 논할 수 없는 위치에 속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신격이 된 자들은 선계에서도 많지않다는 것이 바로 아직 선인들이 완벽

하지않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그럼..지금..스승님은 재판을 받으신단 거야?"

"그럴지도 몰라,스승님이 개정대법을 아무런 상의나 문의도 없이 곧장 해버리셨

기에 문제가  있었던 것인데,더 큰 문제는  사형에게 개정대법을 행할때 결계를

펼치지않았기에 인계에 명검이 너무 많이 탄생할 거란 것이야."

"그럼.."

대호는 눈앞이 깜깜해져서 세현을 바라보았다.

"일단 대사형은 태청옥허검법을 익히기 위해 은거를 하도록 하고.스승님의 경우

는 조금 기다려 봐야  할 거같아. 무엇보다 선계의 질서를 어지럽혔다고 명도진

군께서 너무나 노하셔서 진묘선군께서  아무리 감싸주셔도 한계가 있을 것 같다

고 종화사백께서 말씀하셨으니까."

세현은 애써 침착하게 말했다.

그는 자꾸만 일부러 일을 크게  만들어 버린 정훈의 의도를 눈치챌수 있을 듯한

기분이 되었다.그는 틀림없이 인계에 내려가려는 의도였다.

그가 인계에 왜 그런 집착을  하게 되었는지 세현으로선 짐작할 수 없는 것이었

지만 인계에 명검이 늘어났다는 것으로 정훈은 인계에 당당하게 내려갈 수 있는

이유가 생겼다.게다가 그는 스스로  유선이 되겠다고 했기에 더이상 할 말이 없

는 지경이었다.

유선이란 무엇인가.

수호선인도 아니면서 직급을 가지지않은 선인을 말한다.

떠돌아다니면서 인간들에게  숭배를 받기도 하고  공격을 받기도 한다.선계에선

이 유선을 매우 싫어하면서  어떻게든 정리하려는 입장이지만 쉽게 되지는 않는

다.언제 지선에서 마선이나 염선의 위치로 오를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기에 상당

수의 선인들이 유선으로 한동안을 떠돌게 되는 것이다.그러나 물론 일부러 유선

이 되는 자들도 있긴 했다.그건 대개는 죄를 지어 추방당한 자들인 것이다.

정훈은 가부좌를 틀고 조용히 앉아있었다.

팔백년전 그가 선계에 오를 때처럼 그의 몸은 약했다.

진신이 드러날 정도는 아니지만 그  자신이 이렇게 약해져 본 적은 아주 까마득

한 옛날일이었기에 그는 대단히 기묘한 기분에 휩싸여져있었다.

그의 검법을 반도 발휘하지 못할 것이고 그 자신 앞으로 지선이나 지령,혹은 염

선이나 마선들을 부리기도  힘들 것이다.아마도 자신의 위치는 정말 지선정도밖

에는 안될 것이다.

그는 갑자기 자신이 태어났을 때를 생각했다.

그의 부친이자 창조자인 영환공은  자신을 몇번이고 내리치면서 불꽃과 함께 자

신의 진기를  나누어주었다.그 자신은 불꽃 속에서  몇번이나 타오르면서, 붉게

투명하게 달아오르면서 자신의 창조자에 대한 연민과 애정을 느끼고 있었다.

"너를 쥘 자가 누구냐? 콜록 콜록.."

"너를 가질 자가 누구냐?"

영환공이 외치면서 망치를 두들겼다.

"내 사랑하는 아들아! 널 쥘 자는 천하의 영웅이 아니면 안되느니..천하를 다스

릴 최고의 영웅이 너를 안기를 바란다!"

그의 눈물이 달아오른 채 열기를  뿜어내고 있는 검신 위로 쏟아져 내려 순식간

에 흰 수증기로 화해 공중으로 사라지곤 했다.

"내 사랑하는 아들아! 내 피로 너를 식히고.."

그의 눈에서 피눈물이 흘렀다.

"내 사랑하는 아들아! 내 눈물로 너를 다듬고.."

그는 흐느끼며 각혈을 거듭했다.

"내 사랑하는 아들아! 내 생명으로 너를 만드느니.."

영환공은 아직 이름도 없는,  검자루조차 없는 벌건 검신을 바라보며 말을 걸었

다.그의 눈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검신으로 그의 피가  흘러내려 또 한번 흰  수증기를 내면서 공기중으로 치솟아

올랐다.그러나 이번에는 연기와 함께 무언가를 검신에 남겼다.

검은 가볍게 울었다.

아직 이름도 지어지지않았지만 창조자의  슬픔과 한에 대응하여 가늘게 떨어 울

었다.영환공은 그런 것은 즐겁게 바라보았다.

"오.이 애비가 우는 것이싫더란 말이냐.위로해 주는 것이냐."

그는 미소하고 검신을 닦기  위해서 차가운 물속으로 달아오른 검신을 집어넣어

었다.치이익 하고 수증기가 치솟아 영환공의 주름진 얼굴에 덤벼들었다.그는 아

직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내면서 조용히 중얼거렸다.

"내 아들은..착하기도 하지.."

"내 아들 정훈은 착하기도 하지.."

정훈은 눈을 크게 떴다.

그는 멀리 자신의 전생을 떠올리면서 묵묵히 가부좌를 풀고 일어나 섰다.

검이란 무기이다.그 속성은 피를 물들이면서 즐거워 하는 것.

그는 자신이 손떨리는 긴장과 살육을 아직 맛보지 못했음을 알고 있었다.그리고

이곳 선계엔 그런 것이 없었다.

그런 것이 있는 곳은 인계였다.

『북별궁의 집필실-환상의 노트북(작가연재란) (go FNNINAPA)』 112번

제  목:동방제국기전 2부 9

올린이:ahinshar(박창준  )    99/05/31 17:47    읽음:104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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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호 : 8095

게시자 : 이수영   (ninapa  )

등록일 : 1998-03-10 15:25

제  목 : 동방제국기전 2부 9

동방제국기전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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