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중 간 계
==========추풍낙월이라니..어디서 이런 말이 나왔을까..아마도 추풍낙엽
에서나왔을지도..나를 용서하여라,전대 검선각주 추후낭월....--;;;;========
"오랜만에 와 보는군.."
대호는 겨드랑이에 돋아난 날개를 추스리면서 중얼거렸다.
구유계의 계왕을 만나본 것은 그가 아직 어렸을 때였다.그러나 이 중간계
에는 계왕도 없고 이 지키는자 들도 없다.
"여..여기가 어디죠?"
왕년 보다 다소 얌전해진 극뢰가 그의 허리춤에 끼어서 중얼거리며 물었
다.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검푸른 하늘과 누런 땅이 아닌,보랏빛이 도는 하늘에는 해가 네 개 떠 있
었다.그 광경을 보고 극뢰가 기절초풍하지않은 것은 오로지 그의 관대한
포용력 덕분이었다.그동안 대호를 보고 쌓여온 그의 탄력적이고도 광활한
포용력이 그의 사고에 도움을 주고있었다.대호를 상대하다 보면 한두번 놀
라고 당황하는 것은 류도 아니란 사실을 세현이 가르쳐 주었기때문이었다.
"중간계야."
"그거 어디죠?"
"음..어디라고 할까나..여긴 구유계와 인간계의 중간이야."
"모르겠군요."
"응.사람이 죽어서 구유계로 가야할 때 안가고 버틴 놈들이 오는 곳이야."
"네?"
"선법을 쌓은 놈들이 죽지않고 오는 곳이란 말이야."
"그럼..지..진짜 선법을 익힌 자라면 죽지않는 겁니까?"
"아냐.죽긴 죽어.하지만 그건 육체 뿐이야.하지만 선법을 익힌 놈들 중에는
가끔 금강불괴도 나와."
"무슨 뜻인지 더 못알아듣겠는데요."
그 말을 듣기도 전에 대호는 날개를 좌악 펴고 지상을 향해 내리 꽂히고
있었다.그 때문에 놀란 극뢰는 비명을 집어 삼켰다.
엄청난 속도로 아래로 내리꽂히는 그들의 몸은 대호의 날개가 좌악 지상
에서 몇 장 안남은 상태로 펴지는 바람에 간신히 정지했다.대호는 흰 날개
를 퍼덕이면서 지상으로 발을 디뎠고 극뢰는 하마터면 졸도할 뻔했다.
"...에..스..스승님!"
그가 간신히 목소리를 내뱉을 때 대호는 이미 걸으면서 옆구리에 낀 그를
바닥에 내동댕이 치고 있었다.극뢰가 아픈 허리를 쥐어 잡으며 비슬 일어
나 설 때 그는 눈앞에 선 사람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이 되었다.
"어?"
"여어,도사.찾았다는 검은?"
"...여전히 난폭한 등장이군요."
쓴웃음을 짓는 선풍도골의 청년도사를 보면서 극뢰는 얼른 일어섰다.이런
꼴을 보이는 것은 수치였다.
"이쪽은 대체 누굽니까? 아직 인계의 때도 벗지않은 인간인데..."
일현은 흥미진진한 듯이 극뢰를 바라보았다.극뢰는 이 도사가 인간인지 신
선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에 입을 다물고 있었다.
"아아,내 새로운 제자야."
대호는 별로 관심없는 어조로 그렇게 대꾸하고는 일현의 손에있는 두 개의
검을 빼앗듯이 받아들었다.
극뢰가 사방을 돌아보니 주변은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였다.약간 기묘한 기
분이 든 그가 다시 일현에게 고개를 돌리니 일현은 점잖은 자세로 소매에
손을 넣은 채로 허리에 맨 검을 흔들며 대호와 떠들고 있었다.
보랏빛 하늘과 네 개의 태양,그리고 황무지.
여기가 대체 어디란 말이냐 하고 그가 머리를 쥐어 싸맬 때 일현이 친절하
게 돌아보았다.
"여기는 중간계지.이미 각주께서 설명을 하셨을 텐데."
극뢰는 뿌루퉁하게 되쏘았다.
"그정도 설명을 가지고 다 안다면 난 절세기재지."
대호는 일현에게서 검을 들여다 보고 있는 중이었다.
두 개의 칼은 모두 기형검이었다.
파란 빛을 내뿜고 있는 두 개의 날을 가진 기형도는 가지치기를 한 것처럼
뭉툭하고 각진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그리고 그 칼에 기를 불어넣자 금새
푸른 빛이 청량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헤에.."
"만청월도입니다.근사하죠? 청옥덩어리에 박혀있던 겁니다.아마 전대의 대
거마나 이름 모를 유선이 썼을 듯 합니다."
옆에서 일현이 덧붙이자 대호는 그 것을 손으로 어루만지면서 중얼거렸다.
"피를 상당히 본 물건이군.선계에 들어오기 보단 마계로 갈 거 같아."
"그렇게 보입니다.마전대라면 군침을 삼킬 겁니다."
그것을 도로 검집에 넣고 두 번째 검을 보니 이 것은 휘황한 오색으로 물
들어진 화려한 세검이었다.세공도 그렇고 가느다란 검신도 아무래도 보통
화려한 것이 아니었다.
"이건.."
"네,틀림없이 자웅쌍검중에 자검일 겁니다.웅검은 어디있는지 모릅니다만
그 웅검도 틀림없이 검선광을 받았을 거에요."
대호는 그 오색광채에 물든 세검을 바라보았다.세검은 고작해야 두 손가
락마디정도의 굵기였다.가볍기도 무척 가벼워서 보는 것만으로도 그 무게
를 짐작하고 남음이 있었다.
"이거..여자에게 선물하기 좋은데."
대호가 만지작거리면서 중얼거리자 일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쏘아보
았다.
"아,알았어,알았어.농담이라구. 내가 여자가 어딨겠어?"
쳇 하고 대호가 중얼거리는 동안 극뢰가 물었다.
"이 중간계란 곳이 어떤 곳이야?"
일현은 대호를 흘긋 보았다.대호는 모른 척하고 두 개의 검을 가늠하고만
있었다.그것을 보다 질린 일현이 설명하듯이 입을 열었다.
"중간계란 인간계와 선계,혹은 마계의 중간 지대에 해당하는 거지.이곳에는
그 중간쯤 되는 자들이 바글 바글 해."
"무슨 뜻이야? 아까 스승의 말로는 귀신들이 바글거린다고했는데."
"뭐 틀린 건 아니야.예를 든다면...일반적인 귀신들이 되지않는 선법이나 무
공을 익힌 자들이 신선이 되지 못할 경우에 이 곳에 온다는 거지."
극뢰는 머리를 갸웃했다.
"그럼?"
"그래.이 곳에는 엄청난 능력을 가진 반인반선,혹은 반인반마가 바글 바글
끓고 있다는 거지."
둥근 원안에서 대호는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보고 있는 극뢰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대체 뭘 하고 있는 것인가 하고 주시
하고 있는 중이었다.본인이 그린 원위에서 뭘 이리 뛰고 저리뛰고 하는 거
냐 하고 보고 있는 중인데 대호의 손바닥위로 삼십육방위가 떠올랐다.
그도 그래도 명색이 선인이다.아무리 못해도 선력은 확실히 넘칠 만큼 있
었다.그것을 정교히 쓸 꼼꼼함이 없을 뿐이었다.
붉은 주사빛이 그의 손바닥위로 한 번 휘이 돌고 곧이어 대호의 손바닥에
서 바람과도 같은 기운이 일어나 그의 전신을 휘감았다.그러자 갑자기 벼
락같은 빛이하늘에서 내려뻗히고 곧이어 콰릉 하는 소리와 함께 홀연히
왠 노인이 나타났다.노인은 장포자락을 휘두르면서 대호가 그린 사방진 안
에 등장했다.
"사방지축수호지신 두방괴 인사드립니다! 검선인!"
노인이 위풍당당하게 고개를 숙였다.
누런 장포를 입은 노인은 키가 무척 커서 대호보다도 컸고 체구는 당당하
기 그지 없었는데 손에는 왠 갈퀴같은 것을 쥐고 있었다.
대호는 팔짱을 낀 채로 노인의 인사를 받더니 평소의 행동과 전혀 틀린 어
조로 말했다.
"나는 지금 선계의 검선광을 받은 검들을 회수하고 있는 중이다.중간계에
는 네 개의 검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나머지 두 개를 찾고 있다."
일현은 자신이 고생고생하면서 두 개를 얻은 사실에 대해서 조금 허망함을
느끼고 있었다.허긴 그렇다.품계가 높은 선인이라면 당장 지신을 불러서 물
어보면 일은 간단한 것을 그는 일일이 돌아다니며 알아내었으니.
"그런데 나머지 수호지신은 어딨나?"
대호가 눈쌀을 찌푸리자 갑자기 당당하게 말하던 두방괴의 얼굴이 참혹해
졌다.그는 침통하게 대호에게 고했다.
"사방수호지신중에서 살아남은 것은 저 혼자 이올시다.선인."
"뭐라?"
"지금 강한 자들이 너무 많이 들어와 얼마전 동방수호지신이 죽임을 당했
고..그 전에는 서방수호지신도 죽음을 당했습니다.모두 진신을 드러내어 .."
일현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동안 이 당당한 수호지신이 침통히 말했
다.
"먹혔습니다."
"먹혀?"
극뢰가 놀라서 일현을 돌아보았다.
일현은 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지신의 대부분은 ..뱀이나 너구리,혹은 두더지나 늑대,곰같은 뭐 그런 짐승
이거든.진신이."
그가 말하자 극뢰는 입을 저억 벌리면서 다시 두방괴를 바라보았다.
대호는 팔짱을 끼고 침통한 얼굴의 두방괴를 쏘아보았다.
"뭐야!"
"진신을 먹혀?"
"네..살아남은 것은 저 혼자,요즘 중간계에 강한 자들이 너무 많이 들어왔
습니다."
대호는 기가 막혔다.
아무리 이곳 중간계가 약육강식의 살벌한 곳이라곤 하지만 수호지신이 잡
아 먹힐 정도라니.
"알았다.어느 놈이 먹었는지부터 말해라!"
대호는 노한 나머지 발을 구르며 외쳐 물었다.
"화선이자 지신들의 우두머리인 금화선제의 이름으로 그 죄를 묻겠다!"
그가 쩌렁 쩌렁하게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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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용어 설명이 부족했던 듯...
일종의 사전입니다.^^;;
*사방수호지신 :동서남북의 땅을 지키는 지신.
일개 지방의 지신보다 훨씬 품계가 높다.
이들은 각자 지방의 지신을 거느린다.
*眞身,혹은 原身: 생물이나 무생물이 선도를 닦아 그 모습을 변화한 것을
仙身 이라 말하고 그 본디의 모습을 진신,혹은 원신이라고 한다.
*유선: 품계를 안받고,혹은 못받고 떠돌아 다니는 신선
이런 자가 의외로 나중에 수호선인이 되기도 한다.
*선인품계 (마계,선계 통털어서)
지령-->지선-->염선,마선-->수호선인-->선계인
대개 유선이란 지선과 염선, 마선의 중간정도 한다.수호선인은 도력을 닦
아 선 계인으로 승급한다.
*영산회는 대체 뭐하는 건가
:영산회는 마계와 선계의 우위권 다툼이다.
마계인의 대표인 마전장군의 우두머리 마룡이 이기면 모든 패권과 운영권
은 모 두 마계의 우두머리인 마현대제의 손아귀에 들어간다.반대로 선계
인의 대표자 인 검선인이 이기면 모든 권한은 역시 선계의 우두머리 칠
성대제의 손아귀에 들어간다.만약 칠성대제가 패권을 잡으면 4계가 모
두 평안한 상태로 아무런 변 화가 없는 상태에 들어가고,마현대제가 패
권을 잡으면 4계가 모두 혼란의 상태 로 들어가 급격한 변화를 요하게
된다.어느쪽이 옳고 그른가 따위는 없다.
모든 것은 자연스런 유지와 변화어느 쪽이 우선인가를 말하는 것이다.
인간계의 선악 개념따윈 없다.
*四界란?
선계: 말 그대로 선계.
마계: 말 그대로 마계.
인간계: 말 그대로 인간계.
구유계: 간단히 말해 사후의 세계. 모든 자들은 윤회의 단계를 거쳐 자연스
레 영혼의 변화를 거친다.영들의 세계이다.인간계로 들어가기 전의 단계.
중간계는 구유계에 속한다.
*중간계: 원래 이 곳은 존재하는 곳이 아니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선력과 도력,혹은 마력을 쌓은 자들이 모여들어 구유계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게 됨으로서 중간지대로서 이 곳이
만들어졌다.이 곳을 관장하는 것은 원래 구유계왕이지만 그는 이곳까지 감
당할 여력이 없다.이곳에 있는 자들은 윤회의 틀에서 벗어날 정도로 강력
한 힘을 가진 자들이라 구유계를 거부해 여기서 있다.이들은 모든 선인과
마인들을 우습게 알고 있기 때문에 자칫 약한 자들이 중간계로 갔다가 죽
임,혹은 소멸을 당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가끔 선계나 마계에서도
추방자를 이 곳으로 보내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劍仙光,혹은 劍仙氣: 검선들이 수백 수천년간 수련한 기운을 말한다.
검선들은 대개 검신합일이상의 경지이므로 이들이 뿌리는 이 기운은 일반
적인 검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다.하지만 제법 괜찮은 명검정도라면
이 기운을 받아들여 신검이나 마검이 되는 일이 종종 있다.이 기운을 받아
들여 신기를 발하는 것이다.혹은 검이 자아를 갖는 경우도 발생한다.
마검이든 명검이든 하여간 나타나면 인세를 어지럽히기 때문에 선계인들은
마검이든 명검이든 나타나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반대로 마계인들은 이들
의 출현을 반긴다.
*마계의 마전장군에 대하여
:마전장군은 모두 열 여덟으로 알려져있지만 그들 각자의 각축전이 치열
하므로 열여덟이 못되는 경우가 허다하다.즉 서로 선두를 다투기에 죽어나
가기 일쑤이다.이들 중에서 최고 고수로 뽑히는 자가 마룡으로 칭해진다.
*飛傳義 :종종 등장하는 이 비전의는 선계인들의 일종의 전화이다.^^;;
붉은 매 모양을 하고 있으며 말한 자의 말 그대로를 상대에게 전한다.이
비전 의를 쓸 수 있는 자들은 상급선계인들이고 나머지 선계인들은 구전
으로나 혹은 선법으로 봉한 비합전서를 사용한다.실제로 살아있는 매가 아
니라 모양새가 그러하다.각기 대전각주들에게는 전용의 비전의가 있기 때
문에 누가 보낸 것인지는 보기만 해도 확연히 알수 있다.
예를 들자면 금화원의 비전의는 당랑구천이란 이름을 가진 놈으로 아홉 개
의 발을 가지고 있는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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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는 추후에...;; 주를 달기 싫어하는 게으른 자가...^^;;
ps : 성희님 감사..추풍낙엽된 불쌍한 추후낭월녀석을 기억해 주셔서..
『북별궁의 집필실-환상의 노트북(작가연재란) (go FNNINAPA)』 128번
제 목:동방제국기전 2부 25
올린이:ahinshar(박창준 ) 99/05/31 17:55 읽음:104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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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호 : 9033
게시자 : 이수영 (ninapa )
등록일 : 1998-06-16 23:24
제 목 : 동방제국기전 2부 25
동방제국기전 2부
25.4대천왕
팔짱을 낀 상태로 대호는 달리고 있었다.
그의 뒤로 일현과 극뢰가 애매한 표정으로 앞장 서서 달리고 있는 수호지
신을 바라보고 있었다.물론 극뢰는 대호의 등덜미에 반쯤 업히다시피해서
내달리고 있고 일현은 나름대로 자신의 검기를 사용해서 달리고 있었다.
'이걸 달린다고 말하는 걸까..'
대호의 목에 보기싫게 매달린 채 극뢰는 멍청히 생각하고 있었다.
대체 인간으로서 죽음을 거부할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라면어느정도 되는
것일까.그는 갑자기 몹시 스스로가 수치스러워 졌다.
세상엔 이토록 강한 자가 많은 것을 모르고 여지껏 그는 스스로 서방제일
검이란 이름을 내걸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옆에서 달리고 있는 일현의 모습만 봐도 간단히 말이 된다.
그와 백중지세로 싸웠던 꼬마는 겨우 스무여세 정도였다.그는 여기서 달리
고 있는 이 도사의 제자중 하나이고 이 스승이 지금 발을 땅에 닿지도 않
은 채 달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이 작자의 실력은 정말 대단한 것이 아닌
가..
사방의 풍경이 몹시 기괴하고 특이한 것이었지만 그는 그것을 바라보고 있
을 여유는 없었다.
광야는 아무것도 없었다.인간의 건축물이라곤 존재하지도 않는 듯했다.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극뢰는 대호의 옆얼굴을 훔쳐 보았다.
이 멀쩡하게 생긴 작자는,숨한 번 헐덕이는 법이 없었다.
그는 다시 발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대호의 발은 바닥을 밟지 않고 날고 있었다.그의 발에는 흙따위는 묻을 이
유가 없어 보인다.그 뒤에서 달리는 일현의 발아래는 검날이 있었다.역시
그의 몸도 공중에 떠서 날고 있었다.그의 안색도 평온하다.별로 힘들어 하
는 기색도 없고 숨차하거나 진기가 딸리는 것같지도 않았다.극뢰자신도 물
론 신검합일의 경지에 다다르긴 했었다.하지만 일현처럼 검날을 밟고 이렇
게 한정없이 마치 사방을 소요하는 듯이 날아오를 자신은 없었다.달리기
시작한지,아니 정확히 말해 날기 시작한지 거의 두시진이 가까워 지고 있
었는데 두 사람,아니 두 신인 모두 아무 생각없이 내달리고만 있었다.
'제기랄..'
극뢰가 욕설을 퍼붓던 말던 여전히 그들은 달렸다.
대호는 눈앞에 보이는 자그마한 언덕 아래에 펼쳐진 붉은 빛이 도는 호수
를 발견했다.
수호지신이 멈추어 서며 말했다.
"이곳에 4대 천왕이란 놈들이 있습니다.놈들이 서방수호지신을 없앴습니
다."
"놀고있네,4대천왕?"
대호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어처구니가 없군.중간계에 박혀서 꾸물럭거리고 있는 놈들이 천왕씩이나
된단 말이지? 진짜 천왕들이 알면 길길이 날뛰겠군."
그는 등에 아직도 매달려있는 극뢰를 툭툭 쳐서 떨어뜨리곤 어깨위의 거검
을 잡았다.그것을 잡고 그는 음미하듯이 슬슬 손가락으로 만지다가 도로
내렸다.
아직 검을 빼어들 단계는 아니라고 나름대로 생각한 듯 했다.
"그럼 여기서 네 부하들을 몇 불러서 이야길 좀 해봤으면 좋겠군."
"부하...네에.."
기묘한 얼굴이 된 수호지신이 그를 올려보다 말고 어깨를 떨어뜨렸다.
그는 바닥에 널부러지듯 앉은 채 흙바닥을 두들겼다.순간 둥근 두 개의 원
이 생겨나더니만 그의 몸주변을 홰홰 돌기 시작했다.그리고 오색의 빛이
돌더니 수호지신의 몸을 감쌌다.
"사방지축수호지신 남방축지선의 이름으로 말하노라! 오라! 지신!"
그러자 가벼운 떨림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가 서 있던 자리에 땅울림이 일어나더니 곧이어 와륵 하는 소리와 함께
두명의 인물이 나타났다.
정확히 말하면 인물이라고 볼수 없는 모습이었는데 하나는 개의 머리를 한
선인이고 하나는 두꺼비의 형세를 하고 있었다.보고 있던 극뢰가 뒤로 나
자빠질 찰나 두 명의 선인이 고개를 떨구면서 깊이 읍했다.
"지신 열추,사방수호지신의 명에 따라 당도했나이다!"
"지신 감오,사방수호지신의 명에 따라 당도했나이다!"
대단하다 하고 극뢰가 감탄하고 있을 찰나 대호의 얼굴은 일그러지기 시작
했다.
"농담하는 거냐! 사방수호지신이 불러들인 지신의 수가 겨우 둘!"
그가 악을 지르자 놀란 지신들이 휘청했고 수호지신은 고개를 푹 숙였다.
"송구합니다.더이상 드릴 말씀이 없나이다!"
"농담도 아니다! 수호지신이라면 최소 지신 수백을 거느리거늘,너 지금 나
랑 장난하자는 거냐! 이 넓은 땅덩이에 지신 둘?"
대호가 거품을 무는 찰나 급히 그의 분노에 기가 죽은 지신들을 대신해서
일현이 끼어들었다.
"기다리십쇼.각주님.그렇게 수호지선인을 탓하실 일도 아니잖습니까?"
"뭐라!"
대호가 눈을 부라리며 일현을 쏘아보았지만 일현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생각해보십시오.이곳 중간계를 선계나 마계에서 제대로 통괄하지않은 게
어언 수천년에 이르고 있지않습니까? 그동안 마력이나 도력이 높은 자들이
자신들 멋대로 구역을 정하고 노닐고 있는데 그 방해가 되는 지신들을 그
냥 내버려 두었을 리가 없습니다."
일현은 자신을 보고 감격하면서도,슬픈 눈을 한 수호지신을 슬쩍 위로하듯
바라보면서 말했다.
"약한 지신들을 모조리 죽이고 말 자들 아닙니까? 무엇보다도 구유계왕께
서도 어쩌지 못한 자들인 것을 지신을 탓하셔선 안됩니다."
대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일현을 노려보다가 팔을 걷어 붙혔다.
"좋아,그동안 선계나 마계서도 해결 못했다 그거지? 오늘 이 몸께서 손수
정리를 좀 해보시겠다.오랫동안 쌈박질을 못했던 이 몸의 슬픔을 이 자리
에서 풀겠어."
그는 그렇게 말하고 빛이 형형한 천안을 들어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럼 일단은 배를 채우고 거처를 마련하도록 하자.수호지신.."
"에..네에."
그는 금새 눈치를 보며 고개를 숙였다.
얼결에 나온 지신들은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가 불안한 기색이었지만
일단 앞에 수호지신이 있었기에 입을 다물었다.
수호지신의 거처는 당연히도 지하에 있었는데 그 지하는 구유계와 친히 연
결된 지하암도와 연결되어 있었다.지하암도는 연속해서 구유계왕의 왕궁과
연결되어 있었는데 이는 수호지신의 열쇠로만 통과가 될 수 있었다.
지금 사방수호지신중 유일한 생존자인 이 남방수호지신의 거처는 남방 역
삼로에 위치하고 있었다.중간계도 일반 인간계와 다른 것은 하나도 없었지
만 다소 황폐한 느낌이 많이 든다고 극뢰는 생각하고 있었다.
일반 인간들이 먹어야 할 식량원인 농작물을 키우는 자들은 당연 아무도
없다.이 곳에서 지내는 자들이 대부분 생사를 초월한 놈들인지라 먹는 자
들도 거의 없다.이 곳에서 먹는다는 행위는 힘을 얻기위해 다른 자들의 몸
체를 먹어치우는 것일 따름이라는 것을 일현에게 듣고 극뢰는 아연해졌다.
"조심하는 게 좋아.인간인 나나 자네는 이곳에서 마귀들을 만나면 가차없
이 뜯겨질 거야."
재미있는 농담을 하듯 이 도사는 생글 생글 웃었다.
본디 성품으로는 극뢰로선 당장 이 도사의 멱살이라도 쥐어 잡아야 했지만
이 도사의 실력을 눈으로 보고 난 뒤라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어찌되었던 수호지신의 안내로 그의 거처로 가니 길다란 지하암도를 거쳐
두 개의 정자가 보이는 정원이 나타났다.이 정원은 보통 정원보단 작았지
만 아래에 물이 흐르고 있어 제법 정원처럼 보였고 무엇보다 사람사는 곳
과 다를 바 없기에 극뢰를 안심시켰다.
그렇지만 지하인지라 머리위에 있는 것은 당연 푸른 하늘이 아니고 누런
바위였고 그 바위 가운데에 여기저기 야광주가 박혀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것만 뺀다면 이곳은 별로 인간세상의 정원과 다를 바가 없는 듯해서 극
뢰는 절로 안도감이 들었던 것이다.
"오르시지요.곧 음식을 준비하겠습니다."
"구유계왕을 한 번 보러가야 할까나..."
대호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대호가 휘적거리고 수호지신의 안내로 정자로 오르려 하는 것을 보고 극뢰
가 그 뒤를 따라 걷자 갑자기 일현이 극뢰의 뒷덜미를 잡아 챘다.
"뭐야?"
극뢰가 화가 나서 그를 보자 일현은 생긋 웃어보였다.
"바닥을 보게나."
그가 바닥을 무심코 보니 대호와 수호지신은 그냥 허공을 밟고 있었고 그
정자로 가는 다리는 아예 없었다.게다가 물인줄 알았던 그 푸른 것은 물이
아니고 무언가 기묘하게 투명한 물질이었다.
"저..저게 뭐지요?"
극뢰는 그답지 않게 공손히 물었다.
"저건 천뢰하라고 하는 것일세.이곳 중간계는 인간계가 아니기에 이건 물
이 아니라네,물이 아니라 인간의 몸이 닿으면 그만 녹아버릴 거야."
"이..이런 걸 왜 정자안에 흘리는 거야!"
극뢰가 분노해서 외치자 일현이 고개를 저었다.
"당연한 말을 하지 말게,여긴 인간이 오는 곳이 아니라니까."
욱 하고 극뢰가 입을 다물자 일현은 그의 목덜미를 잡고 단숨에 그 천뢰하
라는 곳을 건너 정자로 건너왔다.
대호는 이미 방자하기 그지 없는 두다리 주욱 편 자세로 앉아서 입을 내밀
고 있었다.
당황하고 있는 수호지신과 두 지신은 안절 부절한 상태로 서 있었다.
"각주님,일단 구유계왕과 만나시는 게 어떻습니까?"
"그럴참이야."
대호는 삐딱하게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매우 기쁜 상태였다.
'헤에..드디어 한 바탕할 기회가 생겼군,그동안 진기는 넘쳐나고 내 진신기
가 무지 막지하게 늘어나긴 했는데 도무지 쓸 기회가 없었거든. 어떤 무뢰
배들이 여길 들쑤시는 지는 몰라도 이 몸이 화선의 우두머리의 아들내미인
만큼 화선이 얼마나 무서운지 좀 보여주는 게 좋아.'
극뢰는 주눅이 든 상태로 입을 다물고 있었는데 문득 수호지신이 정자 한
가운데에 있는 탁자에 턱하니 과일들을 올려놓았다.
과일들은 모두 극양지기로 이루어진 지과들이었는데 그것을 일현은 기쁘게
먹었다.순양진기를 익히고 있는 도사의 몸으로서는 그지없이 기쁜 물건이
었기때문이었다.실제로 수호지신도 이 일현에게 도움을 앞으로 많이 받을
것을 예상하고 그에게 예를 표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대호에게는 이따위
지과따위는 입에 대지도 않을 별 거 안되는 물건이지만 어찌되었든 일현은
달랐다.
"정말 고맙습니다.수호지선인,이런 귀한 것을대접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
겠습니다."
일현이 인사하자 계속 기분이 울적했던 수호지신은 기분이 좀 좋아졌다.
이 인간도사가 자신에게 경의를 표하자 조금은 자존심이 회복되던 차였다.
"아니오.인간의 몸으로 그정도 수련을 하였으니 범상치 않을 것이오.곧 선
계인으로서 한 자리에 오르실 분인 듯하니 내 미리 잘 보여두어야지요."
수호지신은 은근히 그렇게 그를 칭송했다.
"이런..이런..과분하신 말씀."
둘이서 이딴 소리를 하는 동안 대호는 머리칼을 비비 꼬면서 생각에 잠겨
있었다.아무리 그가 아무생각없어도 마선과 마주쳐서 자신이 검기를 회수
하고 있다는 이야길 들으면 그가 방해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왜냐면 인
계가 불안해지는 것을 바라는 마계인이기 때문에 사방에 널린 명검들의 행
진을 그들은 즐거움으로 바라볼 것이 틀림없었다.
'골치아프단 말이야..그렇다고 다른 놈에게 따로 시켜두기도 뭐하고..'
일단 검선각에서 제자를 빼올 수가 없다.
검선각을 실제로 맡고 있는 것은 저 깐깐한 세현이었다.세현이 자신이 검
기를 찾기위해 제자 내놓으라고 한다고 해서 내놓을 인물은 결코 아니었
다.
게다가 대부분의 제자들은 세현의 말을 그 자신의 말보다 중히 여긴다.허
긴 솔직히 말한다면 몇십년 전부터 실제로 검선각을 꾸려오는 것은 당연
세현이다.자신이나 스승인 정훈은 도무지 자각이 없는 지라 내내 돌아다니
며 검기를 익히느니 혹은 헤메며 산천 구경을 하느니 마느니등등을 해왔기
에 도무지 신뢰감도 없고 존재감도 없었다.
그래서 대뜸 저 극뢰놈을 제자로 삼긴 했는데 저 놈을 쓸만하게 만들어놓
으려면 아무래도 무려 수백년은 지나야 할 것 같았다.욕설을 속으로 퍼부
우면서 대호가 머리를 긁고 있자 수호지신은불안한 기분이 되었다.
"자,그럼 이제 어쩌실 겁니까?"
일현이 시기적절하게 대호의 생각을 물었다.
대호는 일현을 슬쩍 보았다.
"넌 천산파에 안가봐도 되지?"
"안가보면 안되겠지만 일단 여기도 재밌으니까요."
일현은 히죽 웃어보였다.
"맞아,여긴 재미있어 질거야,내 장담하지."
대호는 껄걸 웃고는 사나운 눈으로 지신들을 훑었다.
"자아,이제 내가 네놈들이 할 일을 알려주지.네 놈들은 그 잘난 척하는 사
대애송이들의 위치를 내게 알려주는 거야."
지신들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그를 바라보았다.
"가장 먼저할 일은 그 사대 애송이를 데리고 와서 감히 지신을 우습게 본
결과를 알려주는 것이다.알아들어?"
"네.,.넵!"
모두 기쁘게 고개를 숙였다.
대호 자신이 벌써 지신을 괴롭히는 주제에 하고 극뢰가 생각할 무렵 대호
는 눈을 빛내면서 고개를 들었다.
"어라?"
그의 눈이 투명한 빛을 발하면서 아무것도 없는 야광주 박힌 천정을 지켜
보았다.뭔가 하고 다들 고개를 돌리는데 대호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어떤 자식이 죽을 지도 모르고 여기까지 기어왔군."
"에?"
사방수호지신은 자신의 결계를 가늠하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결계는 깨어지지않았습니다만..?"
"지금 깨어질 거야."
대호가 말하자마자 갑자기 수호지신이 웃 하고 귀를 잡았다.
찌잉 하고 갑자기 그들을 둘러싼 공기가 흔들리자 마자 수호지신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결계가 깨졌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말했잖아!"
일현이 놀라 대호에게 물었다.
"설마하니 천리안통을?"
"글쎄..뭐라 하드라..무슨 천광안이라 하더구만."
대호는 고개를 갸웃하고는 창백해진 수호지신의 머리통을 검집으로 툭툭
쳤다.
"야,수호지신,이제 입구로 나가자."
"네에.."
그는 한숨을 쉬고는 눈빛을 빛냈다.
그러자 그 순간 갑자기 그들 주변으로 둥근 원이 생겨나더니 순식간에 그
빛이 그들을 감쌌다.
극뢰가 눈을 다시 떴을 때 그들은 결계밖에 있었다.
어찌된 것이냐고 그는 물어보고 싶었지만 이미 그들은 밖에 나와 있었고
일일이 병신처럼 물어보긴 싫어서 그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들 일행이 나와 선 곳은 여전히 그 황야였다.
그렇지만 그들이 나왔을 때 그들 눈앞에 맨 먼저 보인 것은 다섯 개의 바
위가 박살난 채로 이리저리 구르고 있는 모습이었고 그 바위가 무엇인지는
극뢰도 묻지않아도 알수 있었다.아마도 결계란 것을 만드는 장치인 것이리
라.
그리고 그 앞에서 오만하게 팔짱을 낀 두명의 사내가 있었다.
두 명의 사내중 한 명은 금발을 휘날리고 있는 갑주를 입은 사내였고 한
명은 온화한 얼굴을 한 입술이 얇고도 창백한 피부를 한 사내였다.
금발을 처음 본 것은 아니지만 역시 희안한 기분이 된 극뢰가 그들을 자세
히 보려는 순간 그 금발을 입은 놈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으하하하하..! 기어나왔군! 사방수호지신!"
사방수호지신이 한 걸음 나섰다.아니 나서려고 했다.그러나 그 순간 이미
대호의 손이 수호지신의 뒷덜미를 잡아 뒤로 놓더니만 스스로 한 걸음 나
서서 큰 거검을 툭툭 치면서 그들을 쏘아보았다.
"어라!"
금발의 사내가 대호를 아래위로 보았다.
"이건 또 무슨 선인나부랭이를 불러온 거냐?"
대호의 눈썹이 아래위로 흔들렸다.
"이게 지금 내 앞에서 놀고 있군! 감히 지신을 건드려!"
대호가 긴 말없이 녀석들에게 달려들었다.
모두 체면도 없이 그가 먼저 달려들 줄은 몰랐는지라 멍청해지는데 이 금
발 사내는 흥 하고 잽싸게 몸을 틀었다.그리곤 재빨리 오른 손을 뻗혀들더
니 외쳤다.
"나와라! 금사!"
그 순간 녀석의 손바닥 한 가운데가 꿈틀 하더니만 그 안에서 금빛의 길죽
한 것이 팟하고 튀어나왔다.그리고는 그것이 일직선으로 대호에게 덮쳐갔
다.
"죽어라!"
"장난하냐!"
대호의 손이 맨손으로 금빛줄기를 잡아채갔다.
그는 검도 빼어들지않고 그 것을 턱하니 수도로 후려갈겼는데 놀랍게도 그
것은 갈라지지도 부러지지도 않은 채 홱 하고 탄력적으로 튕겨 올랐다.그
리고는 방향을 틀어서 대호의 목을 노려갔다.대호는 처음 본 물건이라 신
기한 마음에 그것을 붙잡기로 마음을 굳혔다.
"선인이란 족속을은 다 이가 갈린다! 죽어버려라!"
금발을 한 놈이 그 금빛줄기를 내지르고도 부족한지 뒤이어 등뒤에 있었던
듯한 두 개의 꼬챙이 같은 쌍검을 꺼내 놓았다.그의 손짓에 따라 두 개의
쌍검은 곧장 대호에게 내달려갔다.공중에 치솟은 두 개의 쌍검은 서로 우
르릉하고 불길이 치솟더니만 그 다음에는 대호에게 그 불덩이가 튀어나갔
다.불덩이가 연속해서 열댓개나 대호의 주변을 휘몰아치며 덮쳐갔다.
보고 있던 극뢰는 악 하고 소리를 지를 뻔하였다.
사방이 불덩이로 가득차고 그 불덩이는 곧이어 살아있는 물건처럼 대호의
사방대혈을 짓눌러갔다.대호는 검도 뽑지않은 채 그것들을 보고 있었다.그
와중에도 여전히 그의 빈틈을 노리고 금빛줄기가 그를 쫓고있었다.
홱홱하고 정신없이 그것들이 돌아가는 동안 금발의 사내는 자신 만만한 얼
굴로 대호가 죽으리라 확신하고 있는 지 두 손을 결하고 있는 와중에도 미
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나 보고 있던 일현은 느긋한 자세로 말했다.
"자아,그럼 어느 분이 다음이오?"
음침한 안색의 사내가 홱 고개를 돌려 일현을 노려보았다.
일현은 느긋한 태도로 고개를 가볍게 숙이곤 그에게 물었다.
"뭐 생사를 떠나신 분들이니 분명 명호따윈 우습게 여기시겠지만 이 몸은
아직 인계를 벗어나지 못한 지라 여러분의 명호를 알고자 하외다."
그의 얼굴이 조금 실룩거렸다.
"인간?"
그는 손을 일현에게로 뻗었다.그러자 그 손이 갑작스레 좌악 하고 퍼져나
갔다.인간의 손이라기엔 너무 큰 크기로 마치 밀가루반죽을 꾸욱 눌러 늘
린듯한 모양새였다.
극뢰가 악 할 무렵 일현은 미소를 잃지않은 모습으로 손을 가볍게 허공으
로 저었다.그러자 유연하게 그의 검이 마치 살아있는 양 맴을 돌면서 튀어
나왔고그 다음에는 검자체가 수십개로 화하며 그 거대한 손바닥을 찔러갔
다.
"호오,인간주제에 천검화를 한단 말이지!"
손바닥으로 덥석 일현을 누르려던 사내는 그 손바닥에 무수히 박혀오는 검
날을 피하기 위해 손바닥을 휘휘 내저었다.그 순간 그의 손바닥은 보통 크
기로 줄어들었고 그 다음엔 그의 몸이 훌쩍 뒤로 물러서더니 이번엔 허공
으로 손을 마구 휘저어대었다.
극뢰는 말 그대로 입을 저억 벌렸다.
하늘에 가득한 수많은 장영이 일제히 일현의 몸을 덮쳐가고 있었다.그리고
일현의 천검화는 그 장영에 막혀서 장대한 불꽃을 피어올리면서 소멸되었
다.
"어떠냐! 방자한 놈아!"
"훌륭한 수법이군요!"
일현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놈이 보통놈이 아니군 하고 사내가 막 중얼거릴 때 갑자기 퍼엉하는 소
리와 함께 금발의 사내가 말 그대로 무려 수십장이나 튕겨 나갔다.
놀란 자들이 고개를 돌리자 히죽거리고 웃고 있는 대호의 모습이 나타났
다.
대호는 손에 금빛으로 꿈틀거리는 물건을 쥐고 있었다.그리고 그의 주변에
휘돌던 불덩이들은 어디 갔는지 모습도 찾을 수 없었다.
"금사천왕!"
창백한 안색의 사내가 놀란 듯 외쳤다.
금발의 사내는 멀리 나동그라졌던 모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었다.
『북별궁의 집필실-환상의 노트북(작가연재란) (go FNNINAPA)』 129번
제 목:동방제국기전 2부 26
올린이:ahinshar(박창준 ) 99/05/31 17:55 읽음:178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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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호 : 9565
게시자 : 이수영 (ninapa )
등록일 : 1998-07-29 14:37
제 목 : 동방제국기전 2부 26
26.4대 천왕 II
대호의 손에 들린 물건은 금빛으로 빛나는 금사였다.빨간 눈과 빨간 혀를
날름거리고 있는 그 것은 몹시 기괴하면서도 아름다웠다.대호는 그것을 탐
내는 얼굴로 자기 손목에 둘둘 감았는데 이 놈이 요동을 치며 대호의 살갗
을 뚫으려 대가리를 박고 이빨을 들이대었다.그러나 아무래도 대호의 몸을
뚫지 못하자 체념한 듯 그를 멀건히 바라보았다.
"그..금사천왕을!"
창백한 사내가 입을 저억 벌리고 있을 때 대호는 금사를 손가락으로 쓰다
듬으면서 히죽 히죽 웃었다.
"제법 귀엽군,내가 가져야지.이게 진신이겠지? 한 몇 천년 묵은 금사인모양
인데?"
그는 그렇게 말하곤 일현과 마주서 있던 사내를 바라보았다.
창백한 사내는 입술을 깨물고 대호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거 뭐하는 놈이지?"
대호가 묻자 급히 수호지신이 대답했다.
"바로 사대천왕이란 이름을 자칭한 놈들 중 하나인 지장왕이란 놈입니다"
"왕? 간덩이가 부었잖아! 중간계에선 단 하나의 왕뿐이다! 바로 구유계왕
이지!"
대호가 크게 외쳐 말했다.
그 순간 대호의 몸이 날아올랐다.
그 정도 위치에 있는 선인이라면 대개는 자아 먼저 하고 선수를 양보하는
것이 보통이다.그러나 대호는 양보고 뭐고 없었다.그의 손이 갑자기 희고
길게 변화하더니 곧이어 시퍼런 강기가 튀어 나왔다.
"엑!"
일현을 비롯한 모든 자들이 입을 저억 벌리는 순간 지장왕은 그의 손속을
막기위해 두 손을 공중에 들이대고는 사방에 휘둘러보였다.
그의 손이 펼쳐지자 십팔방위로 장영이 펼쳐지기 시작했다.극뢰는 눈이 핑
핑 도는 것을 느꼈다.온통 그의 손바닥으로 가득 차는 듯이 보였기에 그는
넋을 잃고 멍청히 바라보기만 했다.
"뭐..뭐..이.이런 수법이?"
일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대호의 손을 자세히 들여다 보고 있었다.대호의
몸이 곧장 사내의 앞으로 향하더니 그의 수강이 빛을 발한 모습 그대로 일
직선으로 그 사내를 찔러갔다.정확히 말하면 찔러간다기 보다는 그저 그대
로 날아갔다고 하는 것이 옳은 표현이겠지만 실제로 사내의 몸은 보이지도
않았다.오로지 보이는 것은 수많은 장영들 뿐이었지만 대호의 수강은 그대
로 장영을 뚫고 사내를 직격했다.
퍼엉 퍼엉 하고 대호의 수강이 닿는 곳 마다 장영이 터지는 소리가 나는
것을 보아 그 장영들은 허상이 아니었다.그렇지만 대호의 수강은 그 모든
것을 그대로 뚫고 해소시키고 있었다.
"마..맙소사.."
일현은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수강을 저렇게 쓰는 것은 그는 본 적이 없었다.그도 대호가 강하다는 것은
알고야 있지만 설마 그가 그 정도이리라곤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검선각
주 추후낭월의 뒤를 이어서 검선각주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대호와 정훈과
는 그 연륜도 틀리고 그 배분도 엄청난 차이가 있다.그런데 대호의 수강이
이 정도라니.
이 상태라면 제대로 선검을 써서 검강을 펼쳤을 때는 어느 정도란 말인가.
사내는 창백한 얼굴이 더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그는 다시 한번 몸을 움직여 뒤로 몇 마장이나 튀어 올랐다.그러자 대호의
손이 늘어나는 듯 좌악 그의 손에서 수강이 몇장이나 늘어나 그를 따라 왔
다.
"우왓!"
사내의 몸이 몇번이나 회전하면서 그 수강을 피했다.
그렇지만 그 집요함에 그가 몸을 떨 무렵에는 대호자신이 요리 조리 피하
는 그에게 짜증을 느끼고 손수 날아올라 양손을 펼쳐들었다.
"자식! 죽어라!"
그의 양손이 교차되는 순간 오른 손에서만 펼쳐졌던 수강이 양손으로 번져
나가더니 두 손이 밝은 빛에 휩싸였다.그리고 그대로 다시 강기가 피어 올
라 사내가 피해 선 곳을 향해 직격했다.
콰쾅 하고 굉음이 터져나갔다.
사내가 섰던 자리가 말 그대로 지진이 일어난 듯이 터져나가고 땅이 흔들
려 당장에 그 자리에 거대한 구덩이가 생겨났다.흙먼지가 온통 사방을 뒤
덮는 동안 대호가 고함을 쳤다.
"제길! 이놈 미꾸라지 아냐?"
일현과 지신들,그리고 극뢰는 귀를 틀어막고 앞으로 몸을 굽혔다.그러나 일
현이나 지신들은 상관이 없었지만 극뢰는 그 엄청난 소리에 귀를 틀어 막
고 졸도해 버렸다.그들의 몸체에도 뽀얗게 흙먼지가 쌓이는 동안 대호는
공중에 팔짱을 끼고 선 채 주변을 돌아보고 있었다.
그는 곧 몇 마장 떨어진 곳에 큰 대자로 뻗어버린 사내를 발견할 수 있었
다.
"그럼 그렇지,자식!"
그가 그리로 다가가서 사내를 내려다 보는 동안 일현은 널부러진 극뢰를
쓴웃음 삼키면서 들쳐 업었다.
널부러진 사내는 새파랗게 질려서 옷이 갈기 갈기 찢긴 채 죽은 듯이 늘어
져 있었는데 대호는 그런 그를 발끝으로 툭툭 차고는 음 하고 뒤에 선 지
신들을 돌아보았다.
"이 놈이 지신을 먹었다는 거지?"
"이 자는 금사천왕과 나란히 지장천왕이라 자칭하는 놈입니다."
두방괴가 급히 대답하는 동안 대호는 머리를 긁적였다.
"흐음.너희들도 이 놈을 먹을 테냐? "
그러자 지신들은 입맛을 다시면서 음음 하고 기쁜 얼굴을 해 보였다.일현
은 극뢰를 들쳐 업은 상태로 다가와 대호에게 극뢰의 몸을 들어보였다.
"이 친구는 어쩔까요?"
"뭐야? 왜 늘어졌어?"
"엄청난 소리였어요.일반 사람으로는 견디기 어렵지요."
"쳇.."
대호는 극뢰의 늘어진 머리를 들어보이다가 물어보았다.
"다른 놈들은 어디있어?"
지신들은 용기 백배한 얼굴로 급히 말했다.
"서쪽으로 한참 가면 유초산이라는 산이 나옵니다.그곳에 놈이 살지요.녀석
은 스스로 오괴천왕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놈은 뭐하는 놈이야?"
"..진신은 뭐가 뭔지 모르지만 어찌되었든 놈도 보통 놈은 아닙니다.여기
있는 자들보다 강하니까요."
두방괴는 욕심어린 얼굴로 쓰러진 창백한 사내-지장천왕을 가리키며 물었
다.
"먹어도 될까요?"
일현은 질겁해서 흘긋 대호를 보았다.
"먹어."
"자,잠깐! 이 자는 진신이 뭡니까?"
일현이 급히 묻자 대호는 발끝으로 늘어진 사내의 몸을 걷어차 그 엉덩이
주변을 주섬 주섬 만졌다.그러자 옷깃사이로 긴 꼬리가 튀어 나왔다.
"원숭이인데."
그 꼬리를 들어보이면서 대호가 말하자 일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인간이 진신이라면 차마 먹는 모습을 볼 수는 없었던 것이다.
"아까 그 금사천왕은 각주께서 지니실 겁니까?"
"응."
대호는 손목을 들어보였다.
손목에 칭칭 감긴 금빛의 작은 뱀은 자신의 동료가 당한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다가 그 모습을 외면했다.
겁에 질려 덜덜 떨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일현은 혀를 찼다.
"그 녀석은 네가 맡을거지?"
대호가 턱으로 늘어진 극뢰를 바라보며 일현에게 묻자 일현은 눈을 댕그랗
게 떴다.
"각주님의 제자아닙니까?"
"그러나 너와 그놈은 이 일대에서 유일한 인간이지? 그지?그러니까 너는
그놈에게 책임감을 느끼지? 그지?"
대호는 눈을 반짝이면서 일현을 뚫어지도록 바라보았다.
"그..그것은.."
"아까 보니 네가 그 놈을 끔찍히 챙기더라! 이왕이면 네가 그놈을 좀 가르
쳐 보는 건 어때? 내가 가르치기엔 놈은 너무 약하다구."
"하,하지만.."
"너는 역시 책임감이 뛰어난 인간이야.너같은 녀석을 그냥 도사로 놔두긴
어려워.내가 검선각에 한 자리 마련할 테니 너 등선하는 게 어떠냐?"
일현은 할 말을 잊었다.
"이 친구를 억지로 데려온 것은 바로 각주님이잖습니까!"
그 답지 않게 큰 소리를 내지르는 순간 대호는 눈을 반짝이면서 히죽 히죽
웃었다.의미심장한 압박감을 주며 그가 한 걸음 내딛자 일현은 입을 다물
어 버렸다.
"...알았습니다.제가 보호하죠."
"그럴 줄 알았어.그러니 스승님도 언제나 천산파의 일현은 믿을만 하다고
무수히 말했지."
대호는 만족한 웃음을 지으면서 이번에는 쓰러진 지장왕을 바라보며 침을
흘리고 있는 지신들을 돌아보았다.
"이봐,이봐. 뭘 하고 있는 거야? 먹으려면 빨리 먹으라구!"
"아,이 자리에서 먹어도 될까요?"
욕심어린 표정으로 두방괴가 묻자 대호는 힘차게 고개를 그덕였다.
"당연하지,멍청아. 네가 지금 먹어 두어야 놈들과 싸울 거 아니냐?"
"그럼..먹겠습니다!"
두방괴는 재빨리 도포 사이에서 길죽한 손톱을 꺼내어 들었다.그 손톱은
네 개로 길죽한 기형 무기처럼 보일 정도로 날카로왔다.그 손톱을 꺼내자
마자 녀석의 몸통을 잡고 그 자리에서 주욱 잡아 뜯었다.아니 뜯으려고 했
지만 잘뜯어지지않는다.역시 구유계에 순순히 가지 않을 정도의 도력을
가진 놈이라 한낱 수호지신의 손톱정도로는 베어지지도 찢어지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초조해진 녀석이 몇번이고 몇번이고 후려갈겨도 손톱은 탱 탱 소리를 내면
서 튕겨나왔다.옆에 있던 지신들이 초조한 자신들의 상관을 보면서 급히
말했다.
"저기,저기, 보검을 가져오지요."
"그래,검을 가져와라!"
두방괴는 창피함으로 얼굴을 붉히고 대호들의 시선을 피했다.
대호는 그런 그의 얼굴을 보면서도 에누리 없이 말했다.
"저런,저런,세상에 갖다가 입안에 넣어줘야 되냐? 어떻게 몸뚱아리를 찢지
도 못하는 거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극뢰가 정신이 들었을 때는 다행히도 두방괴들이 지장천왕이라고 하는 녀
석의 진신을 다 먹어 치운 뒤였다.
대호는 느긋하게 앉아서 선인답게 선정을 취하고 있었는데 그런 자세는 그
에게 있어 아주 아주 드문 자세라는 것을 아는 자들은 전부 선계에 있었
다.일현은 그의 몸을 추궁과혈해주다가 정신이 든 그에게 물었다.
"기혈은 가라앉았나?"
"아아..에에."
극뢰는 사방을 돌아보았다.
물 소리가 들리고 주변은 약간 어두웠다.그래서 수호지신의 그 전각임을
깨닫기 까지는 약간 오래 걸렸다.수호지신의 집안에까지 혼절한 자신을 일
현이 데려왔다는 것을 깨닫자 그는 조금 창피해 져서 물었다.
"싸움은 어떻게 된 거요?"
"당연한 일이지.각주님께서 날려버리셨다네."
"아아..그 엄청난 강기를 본 것은 기억이 나는데...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는.."
극뢰는 아직도 지끈 지끈한 머리를 부여잡으면서 중얼거렸다.그가 슬쩍 일
현을 보자 일현은 태연자약한 얼굴로 말했다.
"어쩔 수 없다네. 선인들의 싸움을 인간의 척도로 잴 수 없는 것이거든."
'쳇....'
극뢰가 부시시 몸을 일으키고 돌아보니 천뢰하라고 불렀던 그 기이한 물살
위에 대호는 두자 가량 몸을 띄운 채 선정의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그의
머리위에 혹시 광채라도 돌고 있을까 해서 극뢰가 눈을 부릅 떠 보았지만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말 그대로 대호는 그저 공중에 둥둥 떠 있을
뿐이었다.
"지금...스승님은 운기행공 중이신 겁니까?"
대호를 보면서 은근히 극뢰가 묻자 일현은 쓴 웃음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
다.
"아냐.단지 자고 계실 뿐이라네."
"....."
허무해진극뢰가 운기행공에 들어갈 즈음 일현은 막 전각으로 들어서는 수
호지신 두방괴와 지신 열오,감추를 발견했다.
천뢰하 위에 두둥실 떠 있는 대호를 슬금 슬금 피하면서 그들은 일현에게
다가왔다.
"휴식을 좀 취하셨소이까?"
"아,네. 덕분에.열양지과를 그렇게 주셨으니 저로선 감읍할 따름이지요."
일현이 고개를 숙이자 문득 생각난 듯이 두방괴가 극뢰를 가리키며 말했
다.
"이 자에게도 지과를 복용하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극뢰는 뭔가 선과를 복용하게 해준다는 말에 기뻐서 눈을 크게 뜨고 인사
하려고 했다.그러나 일현이 고갤 저었다.
"순양지기가 아직 약해서 곤란할 것입니다.앞으로 백년 뒤에나 도움이 될
거라 생각됩니다."
"아직 안되는 모양이군요. 허,안타깝소."
두방괴가 슬쩍 극뢰를 보며 말했다.그 경멸어린 눈길을 받자 극뢰는 분기
탱천해서 주먹을 콰악 쥐었다.
"이봐! 내가 그렇게 우스워 보이는 거냐!"
일현은 쓴 웃음을 짓고 극뢰를 만류했다.
"이 수호지신께선 이 땅의 사분의 일을 다스리는 분으로 일반 선인에 비해
서도 그다지 품계가 낮지 않은 분일세.보통 인간이 이 정도의 선력을 지니
게 되려면 최저 이천년은 수련해야한다는 것을 알아두게나."
극뢰는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각주님이야 보통 분이 아니시니 그렇다치고 자넨 아직 인간의 몸도 벗어
나지 못하지 않았나? 선골이 없진 않으나 그 정도의 골격으로는 앞으로 부
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지선도 되기 어려울 걸세."
"....쳇.."
지선이 뭔지 묻고 싶었지만 묻기엔 자존심이 상해서 극뢰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건 그렇고 참으로 기운이 늘어나셨군요.감축드립니다."
일현이 문득 두방괴와 지신들을 향해 두 손을 잡아 보이자 두방괴는 흐뭇
한 표정으로 허허허 웃어보였다.
"감사하외다.이것이 모두 선장의 도움이지요.허허허허허.."
"아니 다행이군."
대호가 눈을 뜨면서 대꾸했다.
보통 상급선인들은 하지 않는 짓이지만 하급선인들은 종종 선골이나 혹은
수련한 자의 육신을 먹어 그 힘을 자기 것으로 한다.마선끼리는 흔히 일어
나는 일이지만 신선들은 자주 하지 않는다.무엇보다 자신의 힘으로 얻는
힘이 아니고 다른 자의 것을 빼앗아 자신이 취한다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당연하겠지만 지신들의 우두머리인 두방괴는 원신이 인간도 아니었
고 지신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마선과 신선의 중간 위치에 해당하므로 굳
이 그런 것에 거부감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
대호 자신도 별로 거부감이 없었다.아니 정확히 말하면 아무 생각이 없었
다.
"어느정도 기운을 확보했으면 이제 슬슬 출발할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