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검무안-60화 (60/160)

# 60

[도검무안 60화]

第十章 너! (2)

독고금을 구하라고 했으니 도련으로 가기는 한다. 하지만 그녀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 머리 좋다는 모용아도 속수무책, 하루 종일 머리만 굴리고 있다.

헌데 이게 머리를 굴린다고 해결될 일인가.

기가 막힌 것은 도련의 련주를 죽이겠다고 공언한 놈은 천하 무사태평이라는 거다.

놈은 잔다. 먹는다. 걷는다. 그리고 또 잔다.

하루 종일 이것밖에 하지 않는다.

놈이 인상을 찡그리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투덜거리는 소리도 들어보지 못했다. 힘들다, 어렵다, 죽겠다 하는 말들은 아예 배우지 못한 것 같다.

드르렁! 쿨!

해가 이제 막 떨어졌는데 놈은 벌써 잠들었다.

코고는 소리가 들려온다. 크게 골지는 않고 아주 약하게…… 귀엽게 곤다.

“에라, 모르겠다.”

“모르겠지? 우리도 잠이나 자자.”

“잠자는 건 좋은데, 지금 자면 새벽에 깨니 탈이지.”

“억지로 누워있어.”

“허리가 배겨서 누워있을 수가 없다고.”

두 노화자가 두런두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한 눈에 반한다는 말이 있는데, 믿어?”

모용아가 이미 잠든 듯 코까지 골고 있는 야뇌슬에게 말했다.

“아니.”

야뇌슬이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방금 전까지 코를 골던 사람인데…… 그새 잠이 깼나? 아니면 처음부터 자지 않았나?

이게 야뇌슬이다.

그는 잠을 잔다. 하지만 방원 일 장 안으로 사람이 들어서면 즉시 잠에서 깬다. 아무리 깊은 잠에 들었다가도 누가 들어서기만 하면 숨소리가 뚝 멎는다.

지금도 그랬다.

그는 자고 있었다. 허나 그녀가 걸어오자 즉시 잠에서 깼다. 그리고 그녀의 말을 똑똑히 들었다. 비몽사몽간에 정신없이 들은 것이 아니다. 맑은 정신으로 들었다.

“노모보…… 그 사람, 독고금이라는 여자에게 반했을 거야. 한 눈에. 그녀는 그런 여자거든. 어느 사내든 그 여자만 보면 정신을 못 차려. 젊은 사람이나 늙은 사람이나. 같은 여자로써 샘나긴 하는데…… 워낙 예쁘니까 할 수 없지 뭐.”

“그 여자, 구해야 하나?”

“알고 있었어?”

“저 늙은이들이 하루 종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떠들어대는데 어떻게 모르냐!”

마록타가 툭 끼어들었다.

“호호호! 알고 있었다면 다행이고…… 내 일, 도와준다고 했지?”

“도와준다.”

“어떻게 구해야 할지 생각이 안 나. 너무 엄청난 사람들이라. 좋은 생각 있어?”

“……”

“넌 그 사람들하고 같이 산 적이 있잖아. 그러니까 혹시 무슨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고.”

“추여룡에 대해서 말해봐.”

“좌우지간 뜬금없기는…… 난 지금 독고금 구출 방책을 말하고 있단 말이야.”

“대화금장의 금지옥엽이라고 했나?”

“아!”

모용아는 어떤 생각이 떠오른 듯 눈을 번쩍 떴다.

추여룡, 대화금장의 금지옥엽.

이 두 가지를 하나로 엮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추여룡과 독고금이 머리를 맞대고 숙의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자신의 죽음을 사전에 알고 있는 몇몇 무인들이 그녀를 호위한다. 그리고 추여룡이 배웅한다.

이런 광경들이 문득 떠올랐다.

“추여룡이 어떤 인물이야?”

야뇌슬이 재차 물어왔다.

“추여룡은 당금 중원 무림을 하나로 모은 대책사(大策士)야. 그 사람은 모르는 게 없대.”

모용아가 추여룡에 대해서 알고 있는 대로 설명했다.

설명을 다 듣고 난 후, 야뇌슬이 말했다.

“그녀를 구하라는 명령……”

“취화선개에게 내린 명령 말이야?”

모용아도 눈치 챘다. 취화선개에게 그녀를 구하라고 내린 명령서…… 취화선개는 어떤 놈이 이런 명령을 내렸냐고 길길이 날뛰었지만. 실상 그 명령을 내린 사람은 추여룡이다.

야뇌슬이 말했다.

“그 명령…… 나란 존재를 알고 난 다음에 내린 거겠지? 날짜 계산을 해봐.”

남해에 도귀 한 놈이 나타나서 도귀들을 공격한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 즉시 생각난 것이 놈을 잘 구슬리면 도련의 무공에 대해서 알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자신이 그런 판단을 내릴 때, 추여룡은 독고금과 머리를 맞댔다.

그녀가 야뇌슬을 만나기 위해 남행(南行)할 때, 독고금은 강서성으로 향했다.

야뇌슬이 창암도와 싸울 때, 그녀가 납치된다.

그리고…… 그녀를 구하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아! 추여룡…… 널 두고 내린 명령이었어. 두 장로님과 난 네 보조역할……”

“다음 생각은 내일 하자. 이제 그만 자.”

야뇌슬이 몸을 모로 뉘였다.

***

추여룡은 무서운 자다.

빈세백은 사람을 읽으라고 했다. 모든 병법의 기본은 사람을 읽는 데서부터 시작한다고 했다.

추여룡은 그 원칙에 충실하다.

그는 모용아라는 여인을 읽었다. 단황신개와 취화선개도 읽었다. 기분 나쁠 정도로 속속들이 읽었다. 무공을 읽은 게 아니다. 그들의 성정을 읽었다.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외톨이 늑대!

추여룡에게 자신은 꼭 그처럼 보였을 것이다. 또 사실이 그렇다. 외톨이 늑대는 수준을 너무 높이 봐준 것이다. 기껏해야 외톨이 생쥐 쯤 밖에 안 된다.

그런 자는 마음이 편한 자에게 끌린다.

취화선개가 그런 사람이다.

모용아와 단황신개는 선에 선, 악에 악인 사람들이다. 선이라고 판단하면 허울 없이 반긴다.

이 두 사람은 자의에 의해서 자신을 만나러 왔다고 생각하겠지만…… 자신의 존재가 이들 귀에 들어간 것은 추여룡이 조작했기 때문일 게다.

추여룡이 이 두 사람이 자신을 만나기 위해 남행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정말 무서운 사람이다.

도련이 퍼트린 소문도 이해된다.

도련에는 빈산릉이 있다. 빈세백의 후손이며, 적암도의 반란을 암중 기획한 인물이다.

그 자는 사실을 읽는다.

사람의 마음은 변한다. 사람의 능력 또한 변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로 나타난 상황보다 더 정확한 것은 없다. 모든 것을 현실에 기초하되, 사실보다 한 푼 깎아서 고려한다.

낙관 쪽보다 비관 쪽으로 치우쳐서 일을 진행시킨다.

그러다보면 약간 과하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지만, 방심하다가 일을 그르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이것이 빈산릉의 머리다.

소문은 사실이며, 또한 미끼다.

내버려두면 소문대로 진행될 것이고, 끼어들면 잠복해 있던 자들에게 덜미를 잡힌다.

남산은 쥐새끼 한 마리 잠입하지 못한다.

지금에 와서는 추여룡이라고 해도 어찌할 방법이 없다.

빈산릉은 이런 강점을 안고 있기에 과감하게 소문을 퍼트린 것이다.

그럼 추여룡은 무엇을 믿고 자신에게 그녀를 구해달라고 했나?

만나면 물어봐야겠다.

일면식도 없는 자를 어떻게 믿고 이토록 중대한 일을 추진한 것일까? 자신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한 사람이…… 겨우 개방의 전서 한 통만 받아본 상황에서.

‘날 보고 있었다.’

그렇다. 그는 적암도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예전에는 몰랐을 게다. 하지만 련주가 중원 땅을 밟은 이후에는 알게 되었다.

그는 우염비와 왕린이 죽은 것을 안다.

적암도에 사람을 보내지는 않았다. 그랬다면 자신에게 발각되지 않을 수 없다.

도련에 간자(間者)가 있을 게다. 간자를 통해서 이런저런 사연들을 전해 들었을 것이다. 간자는 도련 심층부에 있을 것이며, 도련 수뇌부들이 전해 듣는 고급 정보를 흘릴 것이다.

추여룡…… 그는 자신이 어느 정도의 무인인지 안다.

“저곳이에요.”

모용아가 암울한 눈으로 촌락을 굽어봤다.

산 아래 굽어보이는 촌락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마을이다. 수백 년 전부터 살아왔을 사람들이 일군 논과 밭이 주변에 널려 있다.

지금은 일하는 사람이 없어서 잡초만 무성하지만…… 한 때는 많은 곡물을 만들어냈을 게다.

그곳에 수라도가 있다.

수라도 사주 휘하의 무인 사백 명이 포진해 있다.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길을 쓸고, 우물을 긷고, 빨래를 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허나 이들은 모두 도련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추종세력이다.

처음에는 일이나 해주고 돈이나 받자는 심산이었을 것이다. 허나 사람의 정이라는 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얼굴을 맞대고 지내다보면 미웠던 사람도 좋아진다.

이들은 수라도 무인들과 허물없는 사이가 되었다.

이제는 중원 무림이 지쳐 내려와도 그리 반갑지 않다. 지금 이 선에서 평화가 고착되기를 바란다.

야뇌슬은 평화로운 모습을 말없이 지켜봤다.

“어떻게 할 거예요?”

“……”

“뚫고 들어갈 곳이 없어요. 마을로 잠입하는 것은 꿈도 못 꾸고…… 마을을 우회하면 될 것 같은데, 모두 걸려요. 중간에 감시초소가 있는 게 틀림없어요. 저곳에 대해서 알아낸 거 없어요?”

모용아가 단황신개에게 물었다.

“아직까지는. 저긴 거지들 출입금지 지역이야. 옷에서 구린내만 나도 쫓겨나. 아주 빌어먹을 놈들이라니까.”

단황신개가 투덜거렸다.

개방이 뚫고 들어가지 못한 금역.

걸개뿐만이 아니라 승려와 도인도 출입은 금한다. 상인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근본적으로 마을로 들어서려면 사주들의 관문을 통과해야만 한다.

모용아는 야뇌슬을 쳐다봤다.

야뇌슬은 아예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마을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점심 먹자. 연기를 피우면 안 될 것 같아서 생살을 뜯어왔다. 가슴살이니 야들야들해. 먹어봐.”

마록타가 꿩 고기를 내놨다.

야뇌슬은 마을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꿩고기를 먹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