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검무안-92화 (92/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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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 92화]

第十五章 애사(哀死) (2)

미와빙은 생각을 바꿨다.

‘오늘 죽인다!’

사실…… 오늘은 살행을 하는 날이 아니다.

건드리는 즉시 뱀이 움직이고, 뱀을 찾아 죽인다면 그거 어디 싱거워서 해먹겠나.

소림사는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다.

오늘은 소림사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들의 무위가 어떤지 가볍게 살펴보기만 한다.

돌아갈 날찌가 빠듯하니 오래 있을 수는 없고…… 낮에 한 번 찔러보고, 밤에 한 번 찔러본다. 이렇게 두 번만 찔러보면 대충 윤곽이 잡힌다.

아닐 수도 있다. 이런 수에 넘어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때는 또 다른 수가 있다. 애초에 생각했던 대로 두 명을 희생시킨다. 그러면 추여룡이 아니라 염라대왕도 찾아낸다.

그 두 명…… 그들이 탁태자와 미루극이다.

그들은 노모보의 왼팔, 오른팔이다.

시교혈랑대라고 해서 함께 움직이고 있지만, 모두가 노모보의 수족처럼 생각되지만, 노모보가 진심으로 마음을 주고 있는 사람들을 그들 두 명이다.

그들을 제거한다.

미루극은…… 그는 개인적으로는 사촌이다. 아주 가까운 사이이고, 자신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준다. 그는 노모보의 오른팔이지만, 자신의 오른팔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은 죽어줘야 한다.

노모보의 마음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

그래도 그는 자신을 버리지 못한다. 그러기는커녕 아마도 더욱 매달릴 게다. 그때는 정말로 독고금을 잊어버릴 지도 모른다. 그러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해낼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느꼈을 테니까 말이다.

추여룡을 찾는데 꼭 그 두 사람을 죽일 필요는 없다. 다른 사람을 대신해도 된다. 하지만 죽음만은 분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추여룡이 나서지 않는다.

그녀에게는 마지막 한 수가 준비되어 있다.

그런데 추여룡이 모습을 드러냈다.

너무도 간단하게…… 단 한 번 찔러봤을 뿐인데…… 이건 천운이다. 하늘이 시교혈랑대를 돕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그렇다면 한참 모자란 게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우연도 없다. 반드시 일어날 일만 일어난다. 필연만 일어난다.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날 경우, 누군가의 힘이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몇 번이라도 말할 수 있지만 이번 싸움은 시교혈랑대 중에서 누군가 죽어야만 끝난다. 그렇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다.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만 끝나는 싸움이다.

추여룡이 그 정도도 대비하지 못한다면 정도 무림의 구심점이라고 할 수 있나.

이게 맞다. 이래야 맞는데……

추여룡이 죽음을 재촉한다.

이걸 정말 실수로 봐야 하나? 세상에 죽음을 원하는 인간은 없을 것이고…… 추여룡…… 넌 도대체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는 것이냐. 무엇을 하는 것이냐.

그녀는 몇 번을 생각했다.

자신이 맞나? 맞다.

결론은 항상 똑같다.

추여룡이 실수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큰 실수를 했다.

이유가 무엇이든, 그가 노리는 게 무엇이든…… 일단 그를 죽인다.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으니 죽일 수 있을 때 죽인다.

의문점이 치민다. 그가 정말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인간인지 의문스럽다.

그런 건 죽이고 난 후에 생각한다.

그를 죽이지 않으면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다. 그러니 일단을 죽이고 난 후에 생각하자.

그가 곳간 문을 환히 열어놓고 있다.

안에 자신이 있으니 화살을 날려보라고 한다.

시교혈랑대 중에 천궁(天弓) 장타홀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을 것…… 그럼에도 자신의 위치를 노출시켰다.

이런 정도도 죽이지 못한다면 개망신이다.

세상 살기 싫으니 그만 죽여달라고 애원하는데, 그렇다면 소원을 들어줘야 하지 않겠나.

그녀는 결단을 내렸다.

“가서 저 두 사람을 구해줘.”

곡문권이 언월도를 꾹 움켜잡았다.

싸우라는 말에 흥분부터 한다. 하지만 선불 맞은 멧돼지로 보면 오산이다. 그는 정작 적을 칠 때는 그 누구보다도 냉정하다. 정확하게 보고 친다.

“계획이 변경된 거야?”

노모보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오늘은 치고 빠진다.

조금 있으면 장타홀이 백팔나한진을 향해 화살을 쏠게다. 그러면 안에 갇힌 두 사람은 전력을 다해서 빠져나올 것이고…… 오늘은 그 정도로 끝낸다.

그런데 가서 구하라면…… 장타홀을 쓸 데가 있다는 뜻이다.

“어서 가. 그렇지 않으면 저 사람들 당해. 저 백팔나한진…… 우습게 보지마. 지금 좀점 좁혀들고 있어. 조금 있으면 저 두 사람, 손발이 어지러워질 거야. 이미 걸려든 것 같거든.”

“흠……”

노모보도 고개를 끄덕였다.

탁태자와 미루극은 절공을 펼쳐내지 못하고 있다. 쳐오는 봉을 막기에 급급하다. 여간해서 반격 기회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휘둘린다.

“혼자 하산할 수 있겠어?”

“어린애 아냐.”

“그래서 하는 말인가. 이곳이 소림사라서 하는 말이지.”

“나…… 사랑해?”

“……”

“거짓말 좀 해봐.”

“넌 사랑 이상이다.”

“씁쓸하다.”

“……?”

“이건 안 되는 구나. 독고금이 예쁘긴 예쁘지?”

“……”

노모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 여인에게 무슨 말을 하랴. 자신의 마음을 환히 읽고 있는 여자에게 무슨 말을 해. 아무 말도 할 것이 없다. 그저 듣기만 한다.

“거짓말 좀 해보라니까?”

“미안하다.”

“호호호! 됐어. 거짓말을 기대한 내가 바보지. 좋아. 독고금은 양보할게. 하지만……”

태양만은 꺼꾸러트려야 한다. 넌 태양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널 용서하지 않는다. 태양을 향해 겨눴던 음계(陰計)가 널 향해 겨눠질 거다.

미와빙의 눈에서 뜨거운 화염이 치솟았다.

노모보가 등 뒤에서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 속삭였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 내가 황제라면 넌 황후가 될 거야. 내가 널 아니 하는 말인데…… 황후가 되는데 독고금이 걸림돌이 된다면…… 치워. 그 부분만큼은 건드리지 않을 테니까.”

“약속해?”

“약속해.”

노모보는 손에 힘을 주어서 꼭 껴안았다.

쉬익! 퍼엉!

하늘 높이 회색 탄이 쏘아졌다.

“지금? 제길! 방향은 동동북(東東北)이야.”

노염백이 화륜을 꺼내들며 말했다.

오늘은 간단하게 맛만 보고 지나가나 했더니…… 기어이 한 바탕 사단이 벌어진다.

장타홀이 활을 들었다.

화탄이 말하는 곳, 동동북…… 그곳에 무엇인가가 있다.

“후우!”

숨을 골라본다.

무승이 보이고, 곳간이 보인다. 하지만 그 이상은 보이지 않는다. 누구에게 어떻게 쏘아야 하는가. 곳간 안을 쏘라는 소리 같은데…… 안에 추여룡이 있나? 저런 곳에?

이럴 경우, 곳간을 향해서 난사한다.

한 번만 거리를 잡으면 된다. 연사(連射)는 일도 아니다. 화살 열대 정도 쏘아대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리고 그만한 화살 세례면 저 정도의 곳간은 아예 초토화가 된다.

어차피 한두 대로는 승부가 나지 않을 것으로 봤다.

무승부터 처리하나? 그가 곳간 입구를 막고 있다.

보통 사람은 그렇게 한다. 하지만 그는 기다렸다. 지금은 시위를 당길 필요도 없다. 그러면 괜히 진기만 소진된다. 차분히 준비를 하고 기다린다.

곳간 문이 열려있으니 누군가 닫을 것이다.

그때 쏴도 늦지 않다. 곳간 뒤로 빠져나가는 걸 잘 살펴야 하고, 신법을 펼쳐서 빠르게 뛰쳐나오는 모습을 눈여겨 봐야 한다. 그 정도만 감안해서 살피면 틀림없이 잡는다.

걱정할 거 없다.

노염백은 가까운 주변을 노려보았다.

그들이 있는 곳으로 누군가 다가온다면…… 그런 자들은 노염백이 막아야 한다.

장타홀은 오로지 곳간만 주목한다.

기다린다…… 기다린다……

차앙! 창창창창!

산문 쪽에서 격렬한 싸움이 벌어졌다.

노모보와 곡문권이 싸움에 가세했다.

그들은 백팔나한진 안으로 파고들지 않았다. 철저하게 외곽 맴돌면서 바깥에 있는 무인들만 노린다.

백팔나한진이 그들까지 가두려고 급격한 변화를 보였지만 아주 잘 빠져나간다.

절진 안에서는 탁태자와 미루극이 절공을 펼쳐내기 시작했다.

쒜에에엑!

경홍섬전이 쏘아진다. 그리고 확 밀려들던 장봉 십여 개를 싹둑 잘라냈다.

두 사람이 여유를 찾기 시작했다. 절공을 펼칠 수 있는 시간도, 거리도 찾았다.

그들 네 명은 차분하게 자신들의 싸움을 풀어간다.

그들은 곧 물러날 게다.

노염백은 손에서 땀이 바짝바짝 났다.

저들이 있을 때 화살을 날려야 하는데. 그래야 손쉽게 자리를 뜰 수 있는데…… 만약 저들이 철수한 직후까지 화살을 쏘지 못한다면……

‘그때는 싸우는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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