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8
[도검무안 108화]
第十七章 역습(逆襲) (6)
하지만 아버지는 안심해도 좋다. 그러니 이제는 이들을 잡는다. 열여덟 명의 밀승원 무승이라면 제 아무리 적암도 살귀들이라고 해도 쉽게 쳐오지 못한다.
츠츠츠츳!
무승들이 철장을 들어올렸다.
어떤 자는 중단을 겨눈다. 어떤 자는 가슴을 환히 드러내고 천중좌(天中左)를 가리킨다. 어떤 자는 선장 끝이 땅에 닿을 정도로 지면을 향해 늘어트렸다.
최강의 십팔나한진이 발동되었다.
‘휴우!“
모용아는 한숨을 토해냈다.
독고금은 호승심이 굉장히 강하다.
추여룡이 그녀에게 군사를 맡기지 않고 모용아에게 맡긴 것도 그녀의 호승심 때문이다.
병법적인 측면에서는 그녀가 훨씬 뛰어나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사람들을 상대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계략을 꿰뚫어보는 안목을 길러왔다.
사람을 알면 병법은 무척 다양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사라는 직책은 수행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원모(遠謀)는 모용아가, 근책(近策)은 독고금이.
세상에 이런 군사, 이런 참모가 어디 있는가. 병법에 원모와 근책이 따로 구분되던가?
여기에는 추여룡의 고육책이 숨겨져 있다.
독고금에게 군사를 주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지닌 병법을 사장시키지도 않으려는 고뇌가 담겨있다.
그녀는 사람을 읽는다. 사람을 보기만 해도 강약을 판단할 수 있다. 무공으로 찾을 수 없는 허점을 찾아낸다. 무공으로 쓰러트릴 수 없는 사람도 인간적인 약점으로 무너트린다.
이런 병법은 많은 무인들을 당황케 할 것이다.
모용아는 밀승원 무승들과 시교혈랑대의 싸움을 지켜보기로 했다.
추여룡의 판단을, 그 실험을 해보는 거다. 이번 싸움에서 독고금의 역량도 확인해 본다.
밀승원 무승들은 이번 무려 삼십 년 이상, 오직 무공 수련에만 매진해왔다.
그들은 비무를 모른다. 명예 같은 것도 관심 없다. 세상에 사마가 들끓어도 무관심하다. 그들이 무공을 수련하는 목적은 오로지 불도에 있다.
무공 수련에서 부처의 가르침을 찾는다.
무공을 수련하는 목적이 일반 무인들과 다르기 때문에 삼십 년이라는 세월 동안 산문 밖을 나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
방장은 그들을 초빙했다.
그렇다. 초빙이다. 명령으로 일을 시킨 것 아니다. 시교혈랑대를 설명하고, 그들의 무공을 말해주고, 도움을 청했다.
무승들은 방장의 지휠르 받지만 그만한 대접도 받는다.
저들은 쉽게 당하지 않는다.
그보다…… 모용아는 급히 할 일이 있다.
그녀는 소령당주에게 말했다.
“네 명이에요. 남은 사람은 미와빙 한 명. 하지만 야뇌슬이 위험하다고 했으니까 위험할 거예요. 이 말을 가볍게 흘리면 안 돼요. 그 사람이 위험하다고 하면 반드시 위험한 거예요. 지금 즉시 통보해 주어야 해요.”
“현천(玄泉)은 비각보(飛脚步)를 수련했죠. 굉장히 빠릅니다. 저희 소림사에서 최고로 빠른 발이에요. 아마도 내일 아침쯤이면 장주에게 도착할 겁니다. 너무 걱정 마세요.”
“미와빙을 조심하라고 일러주세요. 그리고 가능하면 한시바삐 장으로 돌아가시라고 부탁도 드리고요.”
“그리 전하라고 하겠습니다.”
소령당주는 푸른 깃털을 지닌 새에게 입맞춤을 하며 말했다.
까앙! 깡! 까앙!
좀처럼 승부가 나지 않는다.
무승들의 무공은 비범하다. 거기에 십팔나한진의 묘법도 가미되었다. 무공도 뛰어난 자들의 자신의 무공을 고집하지 않고 집단적으로 움직인다. 그러니 좀처럼 틈이 생기지 않는다.
네 무인은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
이들을 쓰러트릴 수 있다. 절초를 쓰면 단번에 꼬꾸라트릴 수 있다. 하지만 진형이 너무 잘 돌아간다. 절기를 쓰려고 하면 어느 새 상대가 바뀌어있다.
절기를 쓸만한 기회가 포착되지 않는다.
“흠!”
노모보는 신음을 흘렸다.
괜히 시간만 끌고 있지 않은가. 벌써 승부가 났어야 하는데, 이리저리 시간만 끌고 있다.
그는 흘깃 소림사 산문 쪽을 쳐다봤다.
다행히도 저들은 아직 기습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몰라? 천만에! 안다. 소림사가 누군데 모르겠는가. 인근에서 기침만 터트려도 알고 달려오는 사람들이다.
저들은 알면서도 모른 척 하다.
이들로써 충분하다는 뜻일 게다.
“이놈들…… 누군가…… 소림사에 이런 놈들이 있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는데. 정말 밀승원 무승들이란 말인가.”
산 넘어 산, 강 건너 강이다.
이들 조차도 쉽게 제거하지 못하는 판에 백팔나한들이라도 쏟아져 나오면 낭패다.
다시 한 번 보자. 절기 쓸 수 있는가? 없다. 십팔나한진이 너무 잘 맞아떨어진다. 간신히 기회를 포착하면 어느새 다른 자가 다른 초식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 열여덟 명의 차륜전은 기가 막히다.
‘할 수 없군. 다음 기회에.’
그는 물러나기로 작정했다.
삽팔나한이 펼치는 십팔나한진과 이들이 펼치는 십팔나한진은 천양지차다. 이들을 쳐내고 독고금을 데려가려면 아주 길고 지루한 싸움을 해야만 한다.
물러간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서는 건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는다.
감히 시교혈랑대 앞을 가로막은 대가는 치러야 한다.
스읏!
진기를 검에 모았다.
사내가 바뀐다.
얼굴 표정이 잔혹하게 일그러진다.
‘저건!’
어린아이가 자신이 갖지 못하는 장난감을 심술로 짓뭉개 버릴 때의 표정이다.
무인이, 그것도 아주 강한 무인이 저런 표정을 짓는 건 좋지 않다.
“물러서세요!”
그녀는 버럭 고함을 질러싿.
타앗!
그는 우렁찬 고함을 내지르면서 허고으로 솟구쳤다.
신뢰삼검 중 경홍섬전!
순간, 그의 검에서 한줄기 빛이 번쩍였다.
신뢰삼검이 구성에 이르면 섬(閃)이 폭출된다. 검은 보이지 않고 오로지 투명한 빛 한 줄기만 느껴진다.
순간, 퍽퍽퍽! 퍽퍽퍽!
그의 앞을 가로막은 승려 두 명이 비틀비틀 물러섰다.
그들의 전신은 이미 피로 붉게 물들어져 있다. 처음에는 약한 분홍빛, 그러나 이내 시뻘건 붉은 빛으로 변해간다.
“가자.”
노모보는 느긋하게 돌아섰.
소림사에서 무려 백여 명에 이르는 무승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물러나야 할 때다.
독고금? 그녀는 잠시 놓아준다. 그녀가 소림사에 있는 이상…… 이곳을 벗어나지 못한 이상, 아직도 기회는 있다.
서둘 것 없다.
***
적암도 사내들은 거칠다.
그들은 비단 거칠 뿐만 아니라 선천적으로 무인의 뼈대를 타고 태어났다.
무공을 익히기에는 천부적인 자질들이다.
다른 말을 할 필요가 없다. 오제의 피를 이어받은 사람들이다. 그 이상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유전적으로 무공에 미치도록 되어 있다.
사람들은 적암도를 말할 때, 단순히 오제의 무공을 전수받은 운 좋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적암도는 오제의 무공보다도 사람이 자원이다.
그들은 오제의 무공이 아니더라도, 무공 없이 외딴 서에 던져졌어도 어떤 무공이든 수련했을 사람들이다. 그만큼 무공에 대한 오성(悟性)이 남다르다.
오제의 후손들.
그 속에서 살아남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사내들의 서열은 비교적 쉽게 결정된다.
그들은 무공을 수련하면 된다. 더 강하고, 더 빠르고, 더 기묘한 초식을 수련하면 된다.
그러면 먹이사슬의 윗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
그들은 성장하면서 이런 서열을 자연스럽게 만들어간다.
비무를 하면서, 같이 수련하면서, 어떤 때는 정말 결전을 벌이면서…… 그러면서 누가 자신보다 낫고, 누가 못하다는 것을 인식해 나간다.
그게 서열로 고착화된다.
여인은 생존전략을 달리 짜야 한다.
여인도 무공을 수련하지만, 무공으로 사내들을 앞설 수 있다고 생각하는 여인은 없다.
사내들이 타고 태어난 유적적인 자질이 너무 강해서 감히 넘볼 공간을 주지 않는다.
그러면 무공을 수련하지 말란 말인가. 아니다. 그럴수록 더 수련해야 한다.
일시탈백 장설리는 여인이었다. 그녀는 여인의 몸으로 당당히 오제의 일인이 되었다.
지금은 그녀의 절기조차도 사내들에게 전해졌지만……
이것은 삼백 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모든 무공을 사내 편향주의로 가르친 탓이 크다.
이십사 무동…… 그것은 사내들을 위한 무동이다.
여인들에게도 이십사 무동이 개방되어 있지만 들어가는 사람은 없다. 부모가, 형제가, 동생이 눈치를 준다.
여인들은 다른 방향에서 무공을 수련한다. 제각기 생존할 수 있는 무공을 선택한다.
거의 대부분은 애교 섞인 무공이다.
사내들이 보기에 귀여운 무공…… 중원 무인들이 보기에는 살벌하지만 적람도 사내들이 보기에는 박수치며 즐거워 할 정도의 무공을 수련한다.
그 정도가 질시 받지 않고 편하게 살 수 있다.
적암도 여인들은 무공으로 사내들과 겨룰 수 있다는 생각은 포기해 버렸다.
그녀는 그 선에서 만족하지 못했다.
그녀는 천왕구도를 수련했다.
일시탈백 장설리의 무공이 사내들에게 전수되었다면, 사내인 천왕구도의 무공은 여인에게 전수되는 게 마땅하지 않은가. 수련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하지만 천왕구도의 무공이야말로 사내를 위한 무공이다.
사내 중에서도 아주 뼈대가 강한 사내만이 수련할 수 있는 극강의 무공이다.
천왕구도에 필요한 기본은 강력한 양기다. 극강한 양기다.
양기를 진기로 이끌어내고 증폭시켜서 강렬한 열양의 기운을 뿜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