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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111화 (111/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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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 111화]

第十八章 슬픈 해후(邂逅) (2)

야뇌슬은 대화금장의 손님이다. 그러니 말썽 피우지 마라.

매검에게 던지는 무언의 말이었다.

석전검사가 시신을 정리한다.

장주의 시신을 제일 먼저, 가장 정중하게 정리한다.

야뇌슬은 그 광경을 보지 않았다. 그는 푸른 하늘에 눈길을 주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제 독고금의 안위는 걱정하지 않는다.

장주의 죽음은 당장 소림사에 전해질 것이다. 실제로 발 빠른 현천스님이 비보를 안고 돌아가는 중이다. 이번에도 올 때와 마찬가지로 최대한 빨리 달린다.

장주의 죽음이 전해진다.

노모보는 무모하지만 그렇다고 머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니, 그의 머리는 오히려 비상할 정도로 똑똑하다. 야망에 관한한 거의 동물적인 감각을 지녔다.

야뇌슬은 노모보가 독고금에게서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꿰뚫어봤다. 더군다나 그녀의 미모는 천하일색이다. 결코 놓칠 수 없는 여자인 것이다.

이제는 독고금을 납치해봤자 아무 소득도 없다. 장주의 죽음으로 대화금장은 물 건너갔다.

그럼 그는 어떻게 할까? 미와빙을 만난다. 장주를 죽인 자가 미와빙임을 알면서도 다시 만난다.

그는 미와빙이 장주를 어떻게 죽였는지 짐작할 것이다.

음도의 존재를 눈치 챈다는 뜻이다.

미와빙의 음도와 노모보의 혈우마검이 하나로 어울린다.

지금까지 혈우마검과 천왕구참도가 한데 섞인 적은 없었다. 검의 상징과 도의 상징으로 대별되는 무공이라서 서로 자존심 싸움을 할망정 섞이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합치게 된다.

혈우마검은 양검이다. 음유구검은 음도다.

음양이 서로 교류하면서 지금까지는 존재한 적이 없었던 음양검도가 탄생한다.

그 무공은 완벽할 것이다. 아주 강할 것이다.

화악!

심등이 밝혀졌다.

음도와 혈우마검이 합쳐지는 상상만 했는데도 심등이 밝혀진다. 진기가 저절로 끓어오르고, 가슴 속에 심등을 피워냈다.

굉장히 경계해야할 무공이란 뜻이다.

‘둘이 서로 만나기 전에 처리해여 돼. 한쪽을 끊어내야 해.’

야뇌슬의 눈가에 어둠이 덮였다.

***

“아버지께서!”

청천벽력! 마른하늘에 날벼락!

노리는 자가 한 명이기에 안심해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기어이 사단이 일어나고 말았다.

“정말이야? 정말 아버님이 당하셨어?”

그녀가 못 믿겠다는 듯 되물었다.

모용아는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두 번, 세 번 입으로 할 말이 아닌 것 같아서 말을 못하겠다. 대신 미안한 표정을 띄우면서 다른 말을 물었다.

“강에서 당하셨는데…… 장주님이 맞아요?”

대화금장 장주가 죽었는데, 장주가 맞느냐고?

독고금은 처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믿고 싶지 않지만 이번에는 아버님이 맞다. 당한 장소가 다른 곳도 아니고 소면강(小綿江)이라면 틀림없이 아버님이다.

아버님은 소면강에서 낚시를 십 년 이상 해왔다.

낚시는 밤낚시가 최고라도 하셨다. 검은 강물 속에서 툭 뛰어오르는 은어를 몹시 좋아하셨다.

이 장소는 대화금장 내에서도 몇 사람 밖에 모르는 비밀 중에 비밀이다. 소면강은 비밀이 아니지만 장주가 낚시를 즐기는 장소는 특급 비밀로 분류되어서 관리되어왔다.

대화금장 사람들은 그곳에 천소(天沼)라는 이름을 붙였다.

늪이 아닌 강인데도 늪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비밀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천소는 절진으로 휘감겨 있다.

천소 입구에서부터 천소까지 삼 리에 걸친 길은 그야말로 죽음의 함정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기관이 쉰두 개, 함정이 스물한 개다. 상류에서 내려오는 강줄기에 열아홉 개의 함정이 있고, 하류 쪽으로도 가시 박힌 쇠그물이 열두 개나 깔려있다.

천소의 기관을 모르는 사람이 아무 흔적도 없이 천소까지 스며들 수는 없다.

이런 사실은 장주를 호위하는 육매검조차도 모른다.

위험하다는 사실 정도는 말해주었겠지만, 어떤 함정인지 세부적인 것은 절대 말해주지 않았을 게다.

천소는 장주 외에 다른 사람에게는 죽음의 장소다.

대화금장 장주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인 것이다.

현천 스님이 들고 온 소식처럼 결코 아무 방비도 하지 않고 낚시질만 한 게 아니다. 철두철미,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곳에서 많은 무인들의 보호를 받으면서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한 순간을 즐겼던 것이다.

그러니…… 아버지가 맞다.

독고금은 모용아가 물어온 말뜻도 안다.

장주가 맞느냐?

듣기에 따라서는 묘한 물음이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가장 유효적절한 질문이다.

장주는 가인(假人)을 종종 쓴다.

장주뿐만이 아니라 다른 대상인들도 가인을 흔히 쓴다.

장사를 하다보면 위험이 따른다. 산적과 거래를 할 때도 있고, 위험한 물품을 다룰 때도 있다. 그런 곳에 자신을 대신해서 자신을 꼭 빼다박은 가인을 보낸다.

가인은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

위험한 일에, 위험한 거래에 투입되기 때문에 배포도 남달라야 한다.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 장주의 행세를 행해야 하기 때문에 품위가 위엄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만한 가인을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대화금장의 재력이라면 무엇이든 만들어 낸다. 그런 가인은 한두 명이 아니라 수십 명이라도 만든다. 또 실제로도 많이 사용해왔다.

과거에도 장주를 노린 사람은 많다.

그들이 장주를 죽이지 못한 것은 광탑천왕이나 일도살쾌이 묵ㅇ이 강해서가 아니다.

그들은 장주를 죽인다.

가인이 아니라고 분명히 확신하고 공격을 한다. 헌데 가인이다.

그 후에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반격을 받는다. 아예 뿌리가 뽑힐 정도로 완전히 박살을 내버린다.

대화금장이 보복에 나서면 그 누구도 견디지 못한다.

이번에도 그런 식이 아니냐고 묻는 것이다.

아니다. 이번에는 아버지가 맞다. 천소에서 당했으니…… 가인을 쓰지 않는 유일한 장소에서 당했으니…… 아버지가 한낱 필부의 칼에 맞아 돌아가셨다.

미와빙!

그녀의 능력을 너무 몰랐다. 이 세상에서 그 어떤 살수보다도 실력이 뛰어나다는 걸 알지 못했다.

그 실수가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모용아와 독고금은 서로를 쳐다보기만 했다.

독고금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져 나왔다. 마치 마른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눈에 물통을 달아놓은 것처럼 줄줄줄 흘러내렸다.

“흐륵!”

그녀는 기어이 설움에 겨운 눈물을 쏟아냈다.

그녀가 두 번째로 소림사를 떠난다.

첫 번째 출행에서는 밀승원 무승 두 명이 살상당했다.

다른 열네 명의 무승들은 도반이 죽는 모습을 보면서도 시교혈랑대를 제지하지 못했다. 도반이 죽는 것을 막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물러서는 것도 제지하지 못했다.

노모보의 무공은 탁월하다.

설마 밀승원 무승들이 그들 정도 제지하지 못할까 생각했는데, 자만이었다.

십팔나한진이 아니었으면 버티지 못했다.

신의 묘용으로 버티는 건 가능했지만, 그들을 제압할 정도는 되지 않았다.

그들을 잡으려면 절정고수가 필요하다.

십팔나한진으로 그들의 발목을 잡아놓을 수는 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승부를 내기 위해서는 다른 방도가 필요하다.

그 싸움에서는 그런 차이만 명확하게 인식했다.

이번에 또 출행한다.

이번에는 싸움이 목적이 아니다. 시교혈랑대를 잡으려는 것도 아니다. 이번에는 정말로 소림사를 빠져나가려고 한다.

마차 두 대가 준비되었다.

한대는 독고금이 탄다. 다른 한 대는 모용아가 탄다.

대화금장의 장례에 무림 군사가 조의를 표한다는 뜻이 담겨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더욱 긴밀한 협조를 청하기 위해서, 대화금장의 지원을 얻기 위해서 동반한다.

호위는 밀승원 무승들이 책임진다.

그들의 수는 서른 명으로 늘었다.

밀승원 무승들은 도반의 죽음에 충격을 받았다. 속세에 연연하지 않고 무공만 수련하는 그들이지만, 그래도 같은 도반의 죽음까지 간과할 수는 없었다.

그들은 분연히 자리를 떨치고 일어났다.

백팔무승도 동참했다.

그들의 임무는 숭산 입구까지만 호위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위용은 대단했다.

두 대의 마차는 소림승려들이 빼하게 밀집 호위를 한다.

다른 무인들도 따른다. 군사의 호우ㅢ로 내정된 삼청도인이 따른다. 모용세가 사람들도 마차 곁에 섰다.

마차 두 대가 이동하는데 동원된 무인만 무려 이백여 명이다.

또 있다. 개방 걸개 삼십여 명.

그들은 동행이 아니다. 같이 길을 가기는 하지만 동행 형식을 취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움직이면서 부지런히 새로운 소식을 물어다준다.

다각! 덜컹! 다각! 덜컹! 다각 덜컹!

마차가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독고금은 통곡을 하지 않았다. 대신 진한 슬픔을 가느다란 눈물로 표현했다.

딸을 만나러 오셨다가 돌아가신 길.

그 만남이, 길에서 잠시 대화를 나눈 것이 아버지를 뵙는 마지막 만남이었다.

독고금이 출행을 한다.

“또 나가? 며칠 정도 있다가 나갈 줄 알았는데……”

“응? 저건!”

절벽 위에서 소림사 산문을 지켜보던 탁태자가 눈을 부릅떴다.

마차에 조기가 걸렸다.

마차도 화려함을 숨겼다. 하얀 천으로 주위를 둘둘 감아서 채색(彩色)을 감췄다.

누가 봐도 사람이 죽었다.

“뭐야? 독고금이 조기를 걸었다면…… 설마!”

불길한 예감이 확 치솟는다.

“한 놈 잡아와. 아무나.”

어느 새 노모보다 등 뒤로 다가와서 하얀 마차를 보고 있었다.

그의 입술이 비틀리도록 악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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