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7
[도검무안 137화]
第二十二章 마을 사람들을 향해서 (3)
그동안 단 한례도 검이 닿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가 공격했고, 그가 이겼다.
사실 그 비무는 야뇌슬 자신에게도 상당히 흥밋거리였다.
일섬착혼에게 신뢰삼검의 빠름을 보여주려는 마음도 있었지만, 오제의 무공을 경시하지 말하는 경고도 깃들었지만…… 그보다는 자신이 한 겨울동안 수련했던 심등이 어떤 효능을 발휘하는지 아는 계기가 되었다.
이는 매우 중요하다.
도련주와 싸우기 위해서는 자신의 상태를 알아야 한다. 헌데 그것을 아는 방법은 비무 밖에 없다.
욕심이지만 일섬착혼보다 좀 더 강한 무인이 나서주었으면 좋을 뻔했다.
하지만 사자오신은 나서지 않는다.
그들은 여전히 명예를 생각한다. 자신들이 형편없이 대했어도 위신을 먼저 생각한다.
그런 상태로는 상당이 고전할 게다.
결국 동에서 치는 일은 상당히 버겨울 것이다.
모용아가 천여 명이나 되는 인원으로 밀어붙이지만 곧 한계에 부딪칠 것이라는 말이다.
도련은 용장이다. 맹장이다. 지장이다. 각종 화기가 고루 갖춘 정예병들이다.
그런 사람들을 상대로 오합지졸이 달려가는 것과 같다.
자존심이라는 마음 하나가 이런 차이를 만든다.
물론 이들에게도 철갑이 있다. 명검이 있다. 이들이 수련한 무공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적암도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초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모른다.
명예를 내려놓아야 한다.
솔직히 말해보자.
두 사람이 싸운다고 하자. 적암도 사람들은 언제 누가 어떻게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들도 지금은 부귀영화에 푹 젖어 있지만 그래도 중원인들만큼은 아니다.
반면에 중원 무인들은 잃을 게 너무 많다.
자신만 잃으면 다행이다. 자신의 문파, 가족,…… 그들은 생각하는 게 너무 많다.
그 모든 걸 떨쳐버릴 때 진정한 승부가 이루어질 게다.
모용아도 이런 점을 알고 있다.
그녀는 무가 출신이다. 누구보다도 이런 점에 대해서 잘 안다.
그녀가 이들을 이끄는 이상, 이들이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질 일은 없다.
두 사람은 밤하늘을 가로지르며 나아갔다.
하남에서 사천까지!
두 사람이 가는 길은 짧은 길이 아니다. 길게는 근 반 년이 소요되는 아주 먼 길이다.
두 사람은 하남성(河南省)을 벗어나자마자 걸음을 멈췄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낯선 자가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마록타는 야뇌슬을 흘끔 쳐다봤다.
‘제 뭐야?’
마록타가 눈으로 묻는다.
야뇌슬은 잠시 미간을 찡그렸다.
두 사람이 장원을 빠져나온 것은 아무도 모른다. 한 밤중에 아무 예고도 던지지 않고 남몰래 빠져나왔다.
모용아라면 그들이 떠난 것을 알게 될 게다. 하지만 그녀도 자신의 경로를 명확하게 알지는 못한다.
그들이 장원을 벗어난 걸 안다. 행동경로를 정확하게 파악했다. 그리고 사람을 보내왔다. 자신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빤히 지켜봤다는 뜻이다.
장원에서 그럴 수 있는 사람은 독고금뿐이다.
“사천으로 가는 마차인가?”
야뇌슬이 커다란 마차를 쳐다보며 말했다.
“사천을 원하신다면 사천까지. 남해를 원하신다면 남해까지. 원하시는 곳이 어디이든 가장 편하게, 조금도 불편함이 없이 모시라는 분부이십니다.”
“그럴 필요 없는데……”
“물론 두 분이 달리시는 게 마차보다 빠를 것이라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편히 모시고자 하는 장주님의 바람입니다. 거절하지 말아 주십시오.”
사내는 상당히 정중하게 말했다.
“타지 뭐. 거기까지 걸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다리가 아파왔는데, 잘 됐지. 안 그래?”
마록타가 덥석 마차에 올라탔다.
사실은 마차 안에서 풍기는 술 냄새에 벌써부터 회가 동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구나. 독고금은 사람을 읽을 수 있구나. 그 사실을 깜빡깜빡 잊어버리는구나.
그녀가 무엇인가를 하고자 할 때, 반드시 덫을 놓는다., 그리고 그녀가 놓은 덫은 웬만해서는 빠져나갈 수 없다. 사람을 읽고 거절할 수 없는 조건으로 쳐놓은 덫이기 때문에 알면서도 웃으면서 걸려들게 되어 있다.
독고금도 이런 면에서는 모용아 못지않은 지략가다.
그녀는 야뇌슬을 마차에 태우기 위해서는 마록타를 먼저 움직이는 게 낫다고 봤다. 또 마록타를 움직이기는 아주 쉽다. 그를 움직이는 방법은 열 명 중 아홉 명이 안다.
장원에서 먹던 술 몇 독!
그녀가 대화금장 장주 역할을 충실히 해낼 수 있는 데는 사람을 읽고 활용하는 능력이 한 몫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적어도 그녀를 상대하려는 사람이라면.
‘후후! 이것도 좋지.’
야뇌슬은 마차에 올라탔다.
두두두두두……!
마차가 질주한다.
천하제일장원에서 내준 마차인데 빠르기인들 어련하랴. 편안함은 말해서 무엇하랴.
하루에 천 리는 못가더라도 칠팔백 리 씩은 쭉쭉 나아간다.
두 사람에게 제공되는 편의도 단연 최상급이다.
“평생 못 누려볼 호사군.”
마록타의 혼잣말이 거짓이 아니다. 고관대작들도 누릴 수 없는 호사를 마음껏 누린다.
마차는 이중 구조로 되어 있다. 그래서 자갈길을 치달릴 때도 덜컹거림이 거의 없다. 마차가 달리는 중이어도 편안히 앉아서 차를 끓여 마실 수 있다.
마차의 요동이 거의 없다.
마차 안에는 침상이 두 개나 있다.
야뇌슬 뿐만이 아니라 마록타까지 배려한 처사다.
침상에는 양털 이불이 깔려 있고, 바닥에는 호피가 포근하게 발을 감싼다.
술은 항시 떨어지지 않는다.
소흥주(紹興酒), 죽엽청주(竹葉靑酒), 오량액(五糧液), 금존청(金尊淸), 백건아(白乾兒)……
그야말로 온갖 술이 쏟어져 들어온다.
세상에 한 번이라도 모습을 드러낸 적이 있는 술이라면 모두 모습을 보인다.
식사도 원하는 대로 맞춰진다.
죽을 먹고 싶다고 하면 죽이 대령된다. 연잎 밥이 먹고 싶다고 하면 어디서 만들었는지 연잎 밥이 대령된다. 적암도 사람들이 즐겨 먹는 물회까지 준비된다.
마차는 한시도 쉬지 않는다. 내처 달린다.
마차가 멈출 때는 달리는 말을 바꿀 때나, 아니면 야뇌슬이 잠시 쉬어가자고 말할 때뿐이다.
모든 물품은 마차가 이동하는 중에 제공된다. 언제 물건을 주고받는지 모를 정도로 신속하고 정확하게 준비된다. 말을 타고 온 사람이 물건을 건네주고 떨어져 나간다.
이것이 대화금장의 힘이다.
두 사람은 나흘 동안이나 마차에 머물렀다.
마차에서 한 걸음도 나오지 않고 머물렀다. 그러나 피곤함은 느끼지 못한다. 이런 여행이라면 한 달 내리 움직여도 전혀 피곤하지 않을 것 같다.
“내가 이런 호사를 다 누리고……”
마록타가 취해서 중얼거렸다.
야뇌슬을 창밖으로 흘러가는 풍경을 구경했다.
사천으로 다가갈수록 그는 긴장했다.
전략적으로 이런 이동은 좋지 않다. 도련에도 눈이 있을 터인데, 이런 식으로 내놓고 이동하면 표적이 되기 십상이다. 표적까지는 되지 않더라도 어디로 가는지 행로가 단번에 파악된다.
야뇌슬이 사천성으로 간다!
도련은 사천성의 경계를 강화할 것이다.
도련주의 입장에서 취할 수 있는 조처를 모두 취할 것이다.
도련주가 취할 수 있는 조처라는 게 무엇인가? 사천성 접전 지역으로 무인을 집중시키는 것이다. 야뇌슬을 상대할 수 있을 정도의 무인을 배치하는 것이다.
그 전력은 지금보다 배는 강해질 게다.
그가 그들을 모두 상대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할 수 없다면 이번 이동은 오히려 독이 된다.
도련은 무인들을 집중시켜놨는데, 그들을 막을 사람이 없다?
그러잖아도 근근이 도련을 막아내고 있는 사천당문과 아미파, 청성파는 단숨에 무너진다.
지금은 평온한 상태다.
서로가 서로를 건드리지 않는 교착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먼저 도발을 하고 있는 셈이 된다. 괜히 도련의 심기만 건드리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야뇌슬이 태연하게 이동하는 이면에는 그런 중차대한 일이 숨겨져 있었다.
그래도 그는 불안하지 않았다.
심등이 흔들리지 않는다. 자신이 하는 일이 옳다고 말한다. 만일 이 일을 하다가 힘에 부쳐서 좌절되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
또한 이번 일에 대해서 자신만큼이나 확고하게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먼저 모용아가 자신을 믿는다.
현명한 그녀가 공개적인 이동 뒤에 어떠한 위험이 내포되어 있는지 모를 리 없다.
그녀는 야뇌슬이 그들을 막을 수 있다고 철저하게 믿는다.
그래서 서무림에 도련 무인들이 집중될 것을 알면서도 보완책을 전혀 쓰지 않는다.
지금처럼 그대로 놓아둔다.
아니, 그녀는 이번 기회를 오히려 역으로 이용한다.
야뇌슬이 이런 위험을 감수해 줌으로써 동쪽에서부터 밀어쳐 나갈 무림 군웅들이 한결 수월해 진다.
도련 무인들이 서무림에 집중되면 동무림이 빈다.
그녀는 솔직히 야뇌슬이 교착 상태 정도만 만들어줘도 충분하다고 생각할 게다.
야뇌슬이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사천성 쪽에 있는 도련을 밀어부칠 필요는 없다. 현 상태만 유지해 주면 된다. 더 좋은 결과가 일어나면 당연히 좋겠지만, 그러기에는 야뇌술에게 지워진 짐이 너무 무겁다.
마차는 독고금이 내줬다. 하지만 모용아의 허락이 떨어지지 않았다면 내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