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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143화 (143/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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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 143화]

第二十三章 주개(走開)! (2)

“흥!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들어와! 낯짝이 있으면 그런 짓을 어떻게 해!”

왕군의 투덜거림이 멀리서도 들려왔다.

사남일녀는 객잔으로 안내되었다.

그것도 별채가 아니라 허름한 객잔 이층이다.

“불편하더라도 여기서 지내거라. 지금은 모두들 신경이 예민해져 있으니 섭섭해 하지 말고.”

“괜찮아요. 여기도 좋네요.”

미와빙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긴 이야기는 하지 않으마. 이게 내가 마련해 줄 수 있는 최선이다. 너희도 알다시피 여기는 물자가 풍부한 곳이 아냐.”

“아저씨, 고마워요.”

미와빙이 웃음을 잃지 않았다.

백랑도가 위치한 백철소는 인구 백호(百戶)의 마을이다.

크다고 할 수 없는 마을이지만 산악지대인 점을 감안하면 적다고도 할 수 없다.

백철소는 중원 무림으로 따지면 마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시장도 있고, 점포들도 있지만 물자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한 눈에 봐도 굉장히 궁벽한 곳임을 알 수 있다.

허름한 이층 객잔? 그렇다고 투정도 부리지 못한다. 온 마을에 객잔이라고는 이것 하나 밖에 없다.

"안에 들이지도 않는 겁니까?“

왕청이 누누히 말했어도 노염백은 섭섭함을 풀지 못했다.

“너희는 적암도에서 잊힌 존재다.”

왕청이 차분하게 말했다.

왕청은 극단을 추구하지 않는다. 성품이 온화하고, 평화를 사랑한다.

그는 섬사람들에게 마음씨 좋은 아저씨로 통했었다.

그는 사남일녀를 측은한 눈으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휴우! 너희가 제 자리를 찾으려면……”

“아저씨, 알아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미와빙이 왕청의 말을 막았다.

왕청은 고개를 끄덕였다.

“술을 마시고 싶으면 실컷 마시거라. 음식을 먹고 싶으면 마음껏 먹고, 여자를 취하고 싶으면 데려오라고 해라. 어쨌든…… 너희는 적암도의 핏줄이다. 적암도 사람은 최고야. 최고의 대우를 누려야지. 적암도 사람이 뭐라고 하면 예의로 대하고, 외지 사람이 뭐라고 하면 창으로 대하거라.”

왕청이 노염백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치잇! 안에서 대접해 주지 않는데 밖에선들 대접 받을까.”

노염백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

“그놈들은?”

“객사에 데려다 놨습니다.”

“숨죽이고 있으라고 해.”

“반대로 말했습니다. 기죽지 말고 흥청거리고 마음껏 즐기라고요. 그래도 적암도의 핏줄이 아닙니까.”

“쓸데없는 짓을 했군.”

왕군이 눈꼬리를 추켜떴다.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왕린이 노모보 때문에 죽은 게 아니다.

그는 무공이 약해서 죽었다. 야뇌슬 같은 놈에게 죽었든, 천한 비렁뱅이에게 돌팔매질을 당해서 죽었든 약해서 죽었다는 데는 변함이 없다.

무공이 약한 자는 도태된다.

이건 무림의 철칙이 아니다. 적암도의 철칙이라고 해야 한다. 적암도 사람들이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되는 지상 최대의 율법이다.

강한 자는 약한 자 위에 군림한다.

약자는 바다에 나갈 수 없다. 거친 파도는, 드넓은 바다는 거친 사내만을 원한다. 순하디 순한 순둥이는 섬에서 가축이나 돌보고 농사나 지어야 한다.

이런 세월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이니 왕린의 죽음에 애달파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그의 죽음은 뜻밖이지만 이해할 수 있다.

왕군이 분노한 점은 왕린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도 노모보가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노모보는 시교혈랑대의 임무에 매달렸다.

왕린과 우염비가 죽었다는 데도 그까짓 시교혈랑대의 임무에 매달려서 어떠한 행동도 일으키지 않았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당장 적암도로 달려갔어야 되지 않나!

야뇌슬이 중원 땅을 밟지 못하도록 단단히 조처를 취했어야 하지 않나.

이런 점들이 그를 무시하게 만든 것이다.

그를 집안에 들이지 말라고 화가 나서 말했지만 어느 정도 대우는 해줘야 한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그래도 련주의 자식인데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놈들에게 가서 야뇌슬 이야기 좀 캐내와. 야뇌슬이 사천성까지 왔다고 하는데…… 그럼 곧 내려올 거 아냐.”

왕군이 미간을 찡그리면서 말했다.

“사천까지 들어온 것을 보았답니다.”

“그래?”

“곧 내려올 겁니다.”

“후후! 그렇겠지. 놈의 무공은 어떻대?”

“파악하지 못한 듯 합니다.”

“후후후! 하하하하!”

왕군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크게 웃었다.

놈의 무공을 판단하는 건 매우 쉽다. 어느 누구든 놈에게 일전을 청하면 된다. 그러면 아주 간단하게 놈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수 있다.

노모보는 그 일도 하지 못했다.

야뇌슬에게 주눅이 들어서 덤빌 생각조차 못하고 물러서기만 했다.

‘바보 같은 놈!’

입 밖으로 소리내서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의중이 얼굴이 환히 내비친다.

왕군이 물었다.

“놈을 어느 정도까지 생각해 줘야 할까?”

야뇌슬 이야기다. 그의 무공을 논하고 있다.

“지금까지 상황으로 봐서…… 일대일의 승부는 무리입니다.”

“놈을 매우 높게 치는군.”

“수라도주도 야뇌슬을 잡지 못했습니다. 그게 옛날 일이니 지금 붙으면 오히려 당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럼 우린 말할 것도 없죠.”

“그런가? 그럼 그렇게 정하지. 일대일의 승부는 불가(不可)! 모두에게 전해. 당분간 외출도 삼가하고, 같이 붙어있으라고 해. 이대일이면 되겠지.”

왕군은 왕청의 말은 비교적 순순히 받아들였다.

왕청은 냉철한 안목을 유지한다. 그래서 마음이 들뜰 때는 무조건 조카의 말에 따르는 편이다.

“야뇌슬도 함부로 내려오지는 못할 겁니다. 제 아무리 염왕의 무공을 깨쳤다고 해도 우리 모두를 상대할 수는 없죠. 그렇게 무모하지는 않을 겁니다.”

“무모하지 않아서 본단을 쳐들어갔나? 방심은 금물이야.”

“알겠습니다.”

왕청이 읍을 하며 물러났다.

야뇌슬이 사천성으로 오고 있다!

소문은 중원 무림에만 퍼진 것이 아니다. 도련 사람들에게도 널리 퍼졌다. 특히 야뇌슬과 직접적으로 충돌하게 될 도련 무인들은 그야말로 귀를 쫑긋 세우고 예의 주시했다.

야뇌슬은 도련 본진을 치고 들어갔었다.

수라도주와 휘하의 무인들이 그를 에워쌌지만 잡지 못했다. 스무 명이 한 명을 잡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련주가 직접 검을 맞댔어도 유유히 빠져나갔다.

련주가…… 련주가 놈을 놓쳤다.

그런 그가 한층 더 성장했다.

시장에서 폐인처럼 생활했던 일은 이미 전설이 되었다.

무인치고,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치고 그의 기행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또 그는 대화금장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다.

이런 점도 모르는 사람이 없다. 너무 널리 알려져서 모르는 사람이 이상하다.

알려진 것이 또 있다.

개방이 그를 보호한다. 쓰레기를 뒤지고, 한데서 새우잠을 자지만 타인에게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았다. 개방이 암암리에 보호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에게 보호라는 말이 필요한지는 몰라도, 원하던 것을 방해받지 않고 수련했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되었을 게다.

이런 사실들이 중원 십팔만 리에 두루 퍼졌는데, 어찌 모를 수 있는가.

적암도 사람들은 야뇌슬의 상태를 누구보다도 더 정확하게 꿰뚫어 본다.

멀쩡하던 사람이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그는 대화금장의 부귀영화를 놓아버렸다. 그 많은 재산 속에 푹 파묻혀도 되는데, 툴툴 털고 나왔다.

그는 무공을 내려놓았다.

개방이 암암리에 보호를 할 만큼 무방비 상태가 되어서 세상 속에 몸을 뉘였다.

어제까지는 세상을 거머쥔 왕이었는데, 오늘은 거지가 되어서 시장 바닥을 뒹군다.

빙하착(放下著)!

그는 모든 집착을 내려놓았다.

물질의 풍요함과 마음의 편안함을 모두 내려놓고 무심한 상태를 유지했다.

야뇌슬의 무공은 죽음을 염두에 두지 않는 단계에 이르렀다.

모든 집착을 내려놓는다는 빙하착 속에는 자신의 목숨도 포함되어 있다.

이제 죽어도 그만, 내일 죽어도 그만이다.

그는 많은 무공을 섭렵했다. 이십사 무동의 모든 무공이 머릿속에 들어있다. 하지만 정작 그가 쓰는 무공은 적암도 사람들이 구경조차 해본 적이 없는 염왕의 무공이다.

지상 최강의 무공!

그러니 그 다음은 생각하지 않아도 수가 빤히 보인다.

그는 염왕의 무공을 대성했다.

모두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을 때, 그는 정점을 찍었다. 단 일이 년 만에 무동을 완전 출동했을 뿐만 아니라 염왕의 무공까지 습득해냈다.

그가 죽음의 사신이 되어서 달려온다.

어느 누가 긴장하지 않겠는가.

그 최전선에 백랑도가 있다.

야뇌슬이 사천에서 내려온다면 그들과 제일 먼저 부딪친다.

백랑도는 사천 당문을 상대하기 좋게 편성되었다.

뇌전자창의 진전을 이은 후예가 도주까지 일곱 명으로 제일 많다. 도주가 왕패의 후손인지라 왕씨 문중 사람들을 많이 데려온 것은 당연하다.

현현비격술을 쓰는 자가 다섯이요, 흑조탄궁술을 쓰는 자가 셋이다.

스물한 명 중 원병(遠兵), 장병(長兵)을 사용하는 사람이 열다섯 명이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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