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3
[도검무안 153화]
第二十四章 가소(可笑) (6)
그럼 자신은 어떻게 피했을까? 십이묘환법? 환시? 아니다. 미리 알고 피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화살이 날아오기 전에 미리 안다. 날아오는 속도와 방향을 짐작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가장 유효적절한 파해법을 상기시킨다. 순간적으로 퍼뜩 떠오른다.
저들이 화살을 날린 것과 그가 몸을 피한 것은 거의 동시에 이루어진다.
부동묘보보다 두 배 이상 빠르다.
심등은 무공의 신기원이다.
무림에 온갖 신공, 심공이 존재하지만 심등만한 것은 없다. 비교조차도 불가하다.
심등이 밝히고자 하는 것은 무림이 아니라 온 세상이기 때문이다.
온 세상, 온 우주…… 만물이 하나로 엮어 있는 세상을 밝힌다.
“여긴 반심도(拌心島)라고 부르더라.”
마록타가 말을 툭 던졌다.
“반심도.”
야뇌슬이 중얼거렸다.
백랑도, 암혼도에 이어서 절혼도(絶魂島)를 깼다. 그리고 이제 네 번째 반심도에 이른다.
도련의 희생은 막대하다.
남무림 전역에 걸쳐서 적암도 무인이라고 해봐야 겨우 이백여 명에 불과하다. 그 중 육십여 명이 죽었다. 도주 열 명 중에서 세 명이 죽었다.
이대로 가면 도련이 반 토막 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귀주성을 빼앗기고 말고 하는 문제가 아니라 도련 자체의 생존이 문제가 된다.
당장 무림이 요동치고 있다.
순식간에 귀주무림이 폭삭 주저앉자, 무림 전역에서 검을 들고 일어서는 무인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그들이 대화금장으로 몰려든다.
모용아에게 지금 당장 도련을 들이치자고 압박한다. 뭐하느냐. 어서 빨리 치자!
“저놈들도 물러설 생각은 없는 것 같아.”
“그렇겠지.”
“언제까지 죽일래?”
“왜? 뭐 마음에 걸리는 거라도 있어?”
“내가 잠깐 눈치를 보고 왔는데, 이번에는 이십 명이 아냐.”
“……?”
“모두가 검을 들었더라.”
“모두?”
“일가붙이 모두. 네가 피하고자 하는 아녀자, 어린아이까지 모두.”
“반심도주가 그걸 허락했다고?”
“허락했으니까 그렇겠지.”
“반심도주가 누구야?”
야뇌슬이 기가 막혀서 물었다.
모두들 이번 싸움에서 가족만은 제외시켰다. 부인은 물론이고, 딸, 노부모…… 이십사 무동을 칠성 출관하지 않은 사람은 모두 물러서게 했다.
검을 들 자격이 있는 사람만 싸운다.
헌데 반심도는 그렇지 않다. 이십사 무동을 출관한 사람만이 검을 든다는 도련의 규칙을 위배했다. 모든 사람에게 검을 들게 했고, 싸우게 한다.
“탁노권(卓爐勸)”
마록타가 짤막하게 말했다.
“탁노권……”
야뇌슬은 그 이름을 되뇌였다.
부도주를 제외하고는 혈우마검 탁발천의 진전을 가장 잘 흡수했다는 무인이다. 그는 또 무공만큼이나 야심이 크다. 부도주가 도주를 쳤으니 자신도 련주를 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도련에는 하극상(下剋上)이라는 말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닌다.
그러나 무공이나 야심보다도 더욱 무서운 것은 바로 잔혹한 심성이다.
그는 잘못한 사람을 용서한 적이 없다.
그에게 검을 든 사람을 살려준 적도 없다.
그에게 이 세상 사람은 딱 두 부류밖에 없다.
자신에게 굴종하는 자와 죽일 자!
“귀주 무인들은?”
“모두 안에 있지. 처자식까지 내세웠는데 그들이라고 예외겠어? 모두 죽을 맛일 거야.”
역시 생각한 대답이 나왔다.
“탁태자…… 이렇게까지 잔혹한 분은 아니었는데.”
“아냐. 그렇게 생각했다면 속은 거야. 그 자식, 얼마나 야비한 놈인 줄 알아? 크크크! 이런 말까지 하면 그렇지만 적암도에 있을 적에도 여자만 보면 입에 게기름을 흘리던 놈이라고. 크크크!”
“후후! 무인도 아니군.”
야뇌슬의 눈가에 살기가 번뜩였다.
“이번에는 내가 먼저 하는 게 낫겠지?”
마록타도 웃었다.
***
반심도는 도련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반심도가 무너지면 귀주성이 무주공산(無主空山)이 된다. 도련 무인들의 세상에서 귀주 무인들의 세상으로 돌아간다.
그 마지막 버팀목이 반심도다.
야뇌슬은 며칠을 기다렸다.
도련이 반심도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대로 버릴 것인가, 아니면 구원군을 파견할 것인가.
두 사람은 반심도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하루해를 맞이했다.
“오늘도 무소식인데?”
“버리네.”
“후후! 그놈들이 그렇지 뭐. 그리고…… 난 도련주의 생각을 알 것 같아. 키키키! 도주라는 직책을 내려줬으니 거기에 맞는 행동을 하라는 거잖아.”
“……”
야뇌슬은 침묵했다.
그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도련주는 아주 강직한 무인이다. 무공에서만큼은 한 치도 양보하지 않는 절정무인이다. 성격은 세심하다. 일처리가 무척 꼼꼼하다.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고 움직인다.
무공만큼 호쾌하지 않다.
그런 사람은 조직 하나라도 괜히 버리지 않는다.
‘명령 불복……’
이것이 그가 생각하는 것이다.
련주는 반심도주에게 철수명령을 내렸을 게다.
현재 적암도 무인들은 백 명 조금 넘는다. 그런 인원으로 광서, 강서, 광동, 복건, 귀주를 두루 아우르기에는 절정무인의 수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다행히도 적암도에는 무궁한 자원이 있다.
이십사 무동을 칠성출관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중원 무림과 견줄 수 있는 무인들이 있다.
적암도 사내들은 어리나 늙으나 모두 무인이다.
열 살이 갓 넘은 아이부터 죽기 직전인 노인까지 무림으로 치면 일류고수 정도의 무공을 지니고 있다.
그들로 도련을 재편하면 된다.
옛날처럼 강력하지는 않겠지만 무너진 부분을 보충하고, 다시 치고 나가기에는 부족하지 않다.
여인을 쓰는 방법도 있다.
현재 도련 무인들 중에는 여인이 없다. 여인들을 일절 활용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시교혈랑대 속에 포함된 미와빙이 있을 뿐이다.
미와빙의 무공은 도련 어느 사내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다.
그녀가 진신 무공을 선보이면 도주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본다.
그래도 그녀는 여인이기에 사내처럼 중한 대접을 받지 못한다.
그런 여인들이 꽤 있다.
적암도 여인이라고 그물코나 꿰고, 바느질만 하겠는가.. 그녀들 중에도 무공에 호기심을 가진 여인들이 많다.
이들을 모두 활용하면 무너진 조직을 보충할 수 있다.
야뇌슬의 무적행보만 저지한다면 지금 차지하고 있는 영역을 고스란히 보존할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적응하기에 따라서는 앞으로 치고 나갈 수도 있다.
도련주의 생각이 빤히 읽힌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이상은 손실은 무의미하다.
백랑도, 암혼도. 절혼도가 무너졌다.
반심도가 그들보다 월등히 강한 것도 아니고, 눈에 딱 들어오는 무인이 있는 것도 아니다. 키를 재자면 모두 고만고만하다. 도토리 키 재기다.
싸워봤자 멸절이 뻔하다.
이런 경우, 련주는 싸움을 고집하지 않는다. 당연하게 후퇴를 명한다.
백랑도와 암혼도는 불과 하루 사이에 멸절당했다.
련주가 소식을 전해들을 틈이 없었다.
절혼도는 조금 늦게 멸절되었다. 암혼도가 멸절되고 무려 십여 일이라는 시간 차이를 두었다.
련주가 소식을 전해 들었다. 하지만 명령을 내리기에는 시간이 충분히 못하다. 그가 내린 명령이 절혼도에 도착했을 때, 절혼도는 이미 무너진 후였다.
이번에는 더 많은 시간을 준다.
련주의 귀에 소식이 들어갔고, 명령이 하달되었다. 아니, 소식이 들어가지 않아도 절혼도 다음에 반심도 차례라는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
그가 어떤 명령을 내렸겠나.
반심도는 물러났어야 한다.
그런데 물러나지 않고 이런 식으로 버티는 것은 호승심이 강하거나 아니면 시류를 잘못 읽었다는 뜻이다.
반심도주는 후자다.
야뇌슬이 말했다.
“준비됐지?”
“후후후! 오랜만에 듣는 소리. 그러잖아도 몸이 근질거렸는데. 드디어 이 몸이 또 필요하신 건가?”
“이번에는 조금 달라.”
“"……?‘
“비명을 만들어 내.”
“뭐, 뭣!”
“가급적 큰 비명, 처절한 비명을 만들어 내.”
“야! 그럼 난!”
“몸이 근질거렸다면서? 그러면서 웬 엄살?”
“야! 비명을 만들면 난 어떻게 하냐고!”
“그거야 알아서 해야지, 왜 그런 것까지 나한테 물어?”
“뭐라고!”
“걱정 마. 살아있으면 그 입에 술 한 잔 넣어줄 거고, 죽었으면 무덤에 술 한 병 부어줄게.”
“뭐, 뭐, 뭐? 이런 호랑말코 같은 놈!”
“하하하!”
야뇌슬이 웃으면서 사라졌다.
제일 처음, 백랑도를 치기 시작했을 때, 야뇌슬은 마록타를 먼저 썼다. 그에게 은밀한 살행을 요구했다. 그러면 모두가 알아들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백랑도주는 알아들었다.
암혼도주는 사전에 미리 준비했고, 절혼도주 역시 사력을 다해서 싸웠다. 비록 상대가 되지 않고 어처구니없이 나가떨어졌지만 그래도 힘껏 검을 휘둘렀다.
반심도주는 처음부터 반칙을 쓴다.
그는 귀주 무인들을 볼모로 하고 있다. 자신의 처자식, 부모형제를 방패막이로 내세운다.
스스스슷!
마록타가 반심도로 잠입해 들어갔다.
그는 야뇌슬이 비명을 만들라고 말한 의미를 안다.
성동격서(聲東擊西)!
자신에게 이목을 집중시키고, 야뇌슬이 반심도의 도련 무인들을 속아낸다.
정말로 싸우는 자는 야뇌슬이다.
자신은 그가 싸우는 동안 눈가림 역할을 충실히 해줘야 한다.
‘지금쯤 반대쪽으로 잠입하고 있겠지?“
야뇌슬은 보면 볼수록 두렵다.
초대 야복은 야복의 무공으로 염왕을 제거할 수 있다고 했지만, 지금 자신이 보기에는 어림도 없다.
일심불광은 모든 걸 밝혀준다.
자신이 아무리 발걸음 소리를 죽이고 접근해도 그는 알아차린다. 한참 운기를 하다가도 슬그머니 풀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