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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二首 요광애사(瑤光哀死) (74/113)

第二首  요광애사(瑤光哀死)

-다시 요광을 만나다.

죽음으로 사랑을 전하나, 음모(陰謀)는 쉼이 없다.

 날씨는 험악했다.

 어둠 속에서 폭우가 쏟아지고 바람까지 불었다.

 "학학……."

 참으려 해도 가쁜 숨은 참을 수 없도록 입을 박차고 흘러나온다. 하지만 참지 않으면 안 될 일이었다.

 요광성주는 잠시 그 자리에 묵묵히 서서 숨을 가다듬었다.

 바로 뒤, 조금만 힘을 풀면 등을 기댈 수 있는 나무와 바위들이 늘어서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감히 거기에 몸을 기댈 수 없었다. 그랬다가는 추적자들에게 흔적이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갑자기 돌변한 악천후가 그나마 그녀를 돕고 있었다.

 그런 마당에 흔적을 남기는 행동은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녀의 형상은 참혹했다.

 전신이 피투성이였다. 엉망으로 찢겨진 옷자락은 피로 얼룩져 쏟아지는 빗줄기에 씻겨 내린다. 머리카락도 제멋대로 흩어졌다. 늘 쓰고 다니던, 얼굴을 가린 복면도 쓰지 않았다. 그렇게 드러난 그녀의 얼굴은 창백을 넘어 바싹 말라 있어 다른 사람을 보는 것만 같았다.

 '피…….'

 눈을 감고 숨을 가다듬던 그녀는 급격히 뛰던 호흡이 조금 가라앉자 눈을 뜨다가 자신의 발 아래로 흘러내리는 핏줄기를 보고는 안색이 달라졌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긴 것이다.

 그들은 어떤 악천후에서도 흔적을 찾아낼 것이 분명했다.

 "후우……."

 요광성주는 길게 숨을 들이켰다.

 동시에 그녀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훌쩍 떠올랐다.

 이 장여 허공으로 떠오른 그녀는 곁에 있던 나뭇가지를 살짝 밟았다. 청정점수의 일식으로 몇 개의 나뭇가지를 밟고서 그 반동으로 십여 장을 날아간 그녀는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물살이 급해진 작은 시내 위에 내려섰다.

 금세 물을 따라 핏물이 번져 갔다.

 물 위에서 한번 호흡을 가다듬은 그녀는 물을 차면서 몸을 날렸다.

 사방으로 물방울이 파도처럼 튀었다.

 평소라면 물을 튀길 리 없는 그녀였지만 지금은 달랐다. 거의 몸을 추스르기도 힘든 상태이니 물을 차면서 몸을 날리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한 가지 소망이 없었다면 이렇게 움직일 수조차 없었을 것이었다.

 눈앞이 희미해졌다.

 그러나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악천후가 그녀의 종적을 지워주니 어쩌면 그를 만날 수 있을런지도 몰랐다.

 이대로 쓰러질 수는 없었다.

 그녀는 물을 밟으면서 계속해서 앞으로 내달렸다.

 그를 만나야 해!

 그녀의 뇌리에서 끊임없는 외침이 흘러나왔다.

 어둠 속에서 대충 방향만 잡고 달렸다. 목적지까지는 그리 먼 것 같지 않았지만 얼마나 더 가야 할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채 십여 장을 가지 못해 소리도 없이 검이 날아들었다.

 "흥!"

 그녀는 코웃음 치면서 손을 뒤집었다.

 번개 같은 손놀림.

 그녀의 신형이 버들가지처럼 휘어지는 가운데 그녀를 공격했던 자의 눈에서 놀람의 빛이 떠올랐다. 요광성주가 달려오던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달려들었던 것이다. 그가 채 다음 행동을 취하기도 전에 요광의 손이 번뜩였고 그의 입에서는 '욱!' 신음이 터져 나왔다.

 단 일수로 그의 사혈을 친 요광은 뒤집은 손으로 그의 손에 들렸던 검을 빼앗아 옆으로 휘둘렀다.

 쨍!

 날카로운 음향이 터져 나오며 신음이 흘렀다.

 휘청이는 요광.

 그녀의 앞에는 흑의인 하나가 어깨를 움켜쥐고서 놀란 빛으로 멈칫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그녀를 공격했던 것은 둘이었던 것이다.

 '공력이 따르질 못해…….'

 그녀가 입술을 물었다.

 평소의 그녀라면 이 한 수로 이미 둘을 처리했었어야 했다.

 그러나 적의 심장을 찔렀어야 할 검은 빗나가 어깨를 치고 말았다.

 하나 신호를 보내게 할 수는 없는 일.

 그녀는 물러나는 자에게 뺏은 검을 던져 버렸다.

 "크윽!"

 그 일련의 동작은 너무도 빨라 일검에 어깨를 찔리고 물러나던 자는 채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가슴을 꿰뚫은 검을 움켜잡으며 눈을 부릅떴다. 그 다음 그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으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검이 그의 등을 뚫고 솟아 나왔다.

 "웩……."

 요광성주가 선혈을 토해냈다. 억지로 공력을 끌어올린 바람에 눌러두었던 내상이 발작을 한 것이다.

 "학학……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야……."

 그녀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옆에 있던 나무를 짚으며 신형을 가누었다. 마음과는 달리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기 힘들었다.

 바로 그때 차가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힘이 남았나 했더니…… 그게 단가?"

 마치 한겨울에 찬물을 뒤집어쓴 느낌.

 요광성주는 정신이 번쩍 들어서 고개를 들었다.

 한 사람이 등을 나뭇등걸에 기댄 채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복면 속의 눈은 차갑게 웃음을 짓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옥형…….'

 그녀의 눈에 절망의 빛이 어렸다.

 그가 얼마나 사갈(蛇蝎)과 같은 심사를 가진 자인지를 잘 아는 까닭이다.

 "몸이 많이 망가졌을 텐데도 아직 그처럼 힘을 낼 수 있다니, 네가 평소에 무공을 숨기고 있었던 게로구나?"

 말과 함께 그의 손에서 번갯불 같은 검빛이 일었다.

 "악!"

 참지 못하고 요광성주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옥형성주가 전광무영검을 펼쳐 번개처럼 그녀의 양쪽 어깨를 찔러 버렸던 것이다.

 "여전히…… 잔인하군요……."

 요광은 지독한 고통에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로 이를 갈았다. 비에 젖어 독기를 드러낸 미녀의 얼굴에는 한이 서려 있었다. 옥형성주는 단순히 그녀의 어깨를 찌른 것이 아니었다. 검기를 발출하여 아예 그녀의 어깻죽지 근육을 잘라 버렸던 것이다. 그것은 그녀가 다시는 손을 쓸 수 없을런지도 모른다는 의미였다.

 "잔인이라고?"

 한 수로 그녀를 무력화시킨 옥형성주는 차가운 웃음을 흘리며 그녀에게로 다가왔다.

 요광성주는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멈추어야 했다.

 그녀의 등 뒤에 딱딱한 바위가 버티고 서서 그녀를 막았기 때문이다.

 "오 사형, 나를…… 나를 보내줘요. 그간의 정리를 봐서……."

 "보내달라?"

 옥형성주가 미간을 찡그렸다.

 "그래요. 제발……."

 "교를 배신해 갇혔다가 탈출까지 한 너를 보내달란 말이냐? 그랬다가 그 책임을 누가 지라고?"

 "사형……!"

 말을 하려던 요광성주가 말을 멈추었다.

 옥형성주가 다시 손을 썼던 것이다.

 섬광과도 같은 빛줄기가 요광성주의 눈앞에서 작렬했다.

 선뜻한 느낌, 그러나 고통이 뒤따르지 않자 요광성주는 괴이한 빛으로 눈앞의 옥형성주를 바라보았다.

 그녀를 바라보면서 옥형성주가 기이한 웃음을 떠올렸다.

 "난 늘 궁금했었다."

 "……?"

 "네년의 그 도도한 얼굴 뒤에 감추어진 몸뚱이가 어떨지……."

 "무, 무슨……."

 그녀의 말은 채 이어지지 못했다.

 그의 눈초리가 음산한 빛으로 번들거리면서 자신의 가슴을 훑고 있음을 경각했기 때문이다.

 "악!"

 그녀의 얼굴이 참혹하게 일그러졌다.

 그녀의 옷이 마치 가위로 도려낸 듯이 밑으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방금 그가 쳐낸 일검은 전광무영검의 정수(精髓)로서 피부는 다치지 않고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을 모두 잘라 버린 것이다.

 옷자락은 그녀의 무릎까지 흘러내렸고, 그녀의 나신이 빗속에 그대로 드러났다.

 옥형성주는 서슴없이 손을 내밀어 요광성주의 앞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리곤 씨익 웃음.

 "제법 고생을 심하게 했을 텐데…… 그러고도 쓸 만하군?"

 사정없는 손짓에 요광성주는 고통에 겨운 신음을 흘려냈다. 이미 혈도가 점혈되어 움직일 수가 없어 몸을 가릴 수도 없었다.

 "가, 감히 네가……."

 "네가? 하하……!"

 짝!

 "앗!"

 요광성주는 눈앞에 별똥이 번쩍임을 느끼곤 비명을 질렀다. 공력을 쓸 수 없는 그녀는 보통 여인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었다. 옥형과 맞서기에 그녀의 몸은 이미 너무 피폐한 상태였다.

 사정없이 그녀의 따귀를 후려갈긴 옥형성주는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치켜 올렸다.

 그녀의 입에서는 핏줄기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직도 모르겠나? 넌…… 이제 아무것도 아니야. 그저 맨살을 드러낸 한낱 계집일 뿐이란 걸?"

 그는 쿡쿡 웃으며 손가락으로 그녀의 젖꼭지를 희롱했다.

 요광성주의 얼굴이 참혹하게 일그러졌다.

 "아, 안 되지…… 난 죽은 계집을 희롱하는 취미는 없어."

 옥형성주는 번쩍 요광성주의 아혈을 점했다.

 그녀가 혀를 깨물려는 것을 미리 알고 방비한 것이다.

 등을 바위에 기댄 채로 굳어진 요광성주는 피눈물을 흘렸다. 자존심 하나만은 누구보다 높던 그녀였다. 이까짓 몸뚱이가 어떻게 되는 것은 별게 아니라고 생각한 적도 많았었다. 하지만 그를 생각하면서 그 생각이 달라졌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눈물이 빗물에 씻겨 내린다.

 끔찍한 옥형성주의 손길의 움직임이 하체에서 느껴진다.

 평소부터 사갈과 같던 자였다.

 그가 자신을 곱게 놔주지 않을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그의 눈에 떠오른 저 욕정의 빛을 보라.

 '조금만 더 가면 그를 찾을 수 있었을 텐데…… 어찌 이렇듯 가혹한…….'

 입술을 깨물던 요광성주는 눈을 부릅떴다.

 하체에 느껴지는, 그녀의 가슴을 물고 있는 옥형성주의 징그러운 행태 때문만은 아니었다.

 한효월이 그녀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어둠을 뚫고서 그녀를 향해…….

 '그래…… 그가 오는군. 죽기 전에 그를 만나보고 싶어 그처럼 염원했더니 헛것이나마 그의 모습이 보이네…….'

 요광성주는 그를 향해 웃어 보이고자 했다.

 뭔가 말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말을 할 수 없는 처지에 어떻게 소리가 날 것인가?

 그때 그녀의 귀에 소리가 들려왔다.

 "하, 한효월……!"

 경악과 불신에 가득 찬 옥형성주의 음성이었다.

 요광성주는 눈을 깜박거렸다. 희미하게 가라앉던 눈이 밝아졌다.

 그리고 만면에 분노의 빛을 머금은 한효월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방금 전에 희미하게 보이던 그 모습이 아니라 뚜렷한 모습으로.

 그는 멀리 있지 않았다.

 바로 요광성주의 앞에 있었고 방금까지도 그녀를 희롱하던 옥형성주는 낭패한 빛으로 두어 장 밖에 처박혀 있었다.

 헛것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한효월은 향적사를 떠나 옥면무영 호일랑에게로 돌아가던 중, 묘한 소리를 들었다.

 그간의 경험으로 그는 그것이 제천교의 신호임을 알고 그 소리를 쫓았다.

 그리고 요광성주를 능멸하고 있는 옥형성주를 보게 된 것이다.

 다른 무엇이 필요할 것인가?

 그는 사정없이 일격을 가해 옥형성주를 날려 보냈다.

 고양이가 쥐를 놀리듯 요광성주를 놀리고 있던 옥형성주는 쏟아지는 빗소리에 한효월의 출현을 미처 알지 못했었다.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았을 때는 이미 한효월의 일장이 그를 치고 있어 그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휴지 조각처럼 땅바닥에 처박힌 그는 고개를 들고서야 나타난 사람이 한효월임을 알아보고는 가슴이 철렁했다.

 유난히 한효월과 많이 마주친 사람이 그였다. 그의 능력이 어떤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 혼비백산함도 무리가 아니었다.

 더구나 요광성주의 모습을 일별한 한효월이 무서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자 그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쳐, 쳐라!"

 그가 소리치는 순간에 한효월이 그를 향해 다가왔다.

 옥형성주는 개구리가 튀듯 펄쩍 뒤로 뒹굴어 물러났다.

 그리고는 좌우에서 흑의인 대여섯 명이 한효월을 향해 달려들었다. 늘 그의 곁을 떠나지 않는 수신호위들.

 "흥!"

 한효월은 망설이지 않고 손을 썼다.

 그의 양손이 떨쳐지는 가운데 처절한 비명이 그들에게서 터져 나왔다.

 "으악!"

 "으아악-!"

 비명이 합창하듯 이어지는 가운데 그들 모두는 거의 일거수에 모조리 피를 뿜어내면서 튕겨져 나갔다.

 겨우 몸을 일으키던 옥형성주는 그 광경을 보고 놀라 간담이 서늘해졌다.

 머리끝이 곤두선 그는 벼락같이 신형을 돌려 숲 속으로 몸을 날렸다.

 "너를 돌려보낸다면 내 어찌 강호에 나온 보람이 있으리!"

 한효월의 차가운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그리고 그는 손을 쫙 뻗었다.

 옥형성주의 수하가 떨어뜨린 검이 그의 손으로 쭈욱 빨려들었다.

 그리곤 그 검은 가공할 섬광으로 화해서 옥형성주를 향해 날아갔다.

 쏴아앙!

 '이게 무슨 소리……?'

 심상치 않음을 느낀 옥형성주는 번쩍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곤 그를 덮치는 섬광을 보곤 대경실색해 비명을 질렀다.

 순간적으로 몸을 옆으로 날리면서 검을 휘둘렀다. 어떻게든 저 가공할 일격을 피해볼 요량이었다.

 보는 순간에 단순한 탈수비검(脫手飛劒), 검을 던진 것이 아니라 공포의 이기어검술이 발휘된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으악!"

 처절한 비명이 그의 입을 비집고 튀어나왔다.

 검은 사정없이 그를 꿰어찬 채로 날았다. 그리고는 그를 일 장여 앞에 있는 바위에다 못 박아버렸다.

 피가 튀면서 잡아 올린 생선처럼 떨리던 그의 몸이 떨구어진 목과 함께 모든 움직임을 멎은 것은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놀라운 신위로서 찰나간에 모든 것을 마무리한 한효월은 몸을 돌렸다.

 거기에 쭈그리고 앉은 요광성주가 있었다. 빗줄기 속에 드러난 어깨의 선은 아직도 아름답기만 하다.

 웅크린 몸짓으로 가슴을 싸안은 그녀는 떨리는 시선으로 한효월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일어설 수 있겠소?"

 한효월이 그녀의 나신을 보고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

 요광성주는 미미하게 고개를 저었다.

 답을 듣지 않아도 그녀의 몸짓에서 그 느낌을 느낀 한효월은 미간을 찡그렸다.

 그녀의 나신을 자신이 어떻게 할 수야 없지 않은가. 그는 자신이 걸친 단삼(單衫)을 벗어 그녀의 몸 위에 걸쳐 주었다.

 "우선 이 자리를 벗어나서 치료를 하도록 합시다."

 "그럴 시간이…… 없어요."

 요광성주가 앉은 채로 힘겹게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요? 상처야 치료를 하면 될 것이고 당신을 모욕한 자는 이미 내가……."

 "난…… 이미 기름이 다한 등잔과 같아요……."

 그녀의 음성이 심상치 않음을 깨달은 한효월은 급히 그녀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나신이 되어 제대로 보지 않았더니 그녀의 모습은 분명히 이상했다.

 혈도를 풀어주었음에도 자신의 몸조차 제대로 가리지 않았다.

 서기는커녕, 그 자리에 무너지듯 쭈그리고 앉아 있는 것도 이상했다.

 아무리 호되게 당했다고 할지라도 그녀의 능력이라면 이 정도로 힘들어할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효월은 급히 그녀의 맥을 짚어보고는 안색이 돌변했다.

 "대체 어떻게 이런? 안 되겠소! 어서 이곳을 벗어나서 치료를……."

 "그만."

 요광성주가 머리를 저었다.

 그녀의 얼굴에 쓸쓸한 미소가 떠오르는 듯했다.

 "당신의…… 능력이라면 내 몸이 어떤지 이미 알았겠죠. 다른 곳으로 옮길 때까지…… 난 버틸 수 없을 거예요…… 그렇죠?"

 그녀가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말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오?"

 한효월이 미간을 굳힌 채로 물었다.

 그녀의 상태는 뜻밖에도 심각했던 것이다. 본신의 내력은 이미 바닥났고 그도 모자라 아예 진원지기조차 흩어졌다.

 본래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던 것으로 보였고 계속해서 무리를 해 지금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화산에서…… 당신과 만났던 것이 발각되어…… 하아……."

 그녀의 입에서 가쁜 숨이 흘러나왔다. 빗물이 세차게 그녀의 얼굴을 두드렸다. 그녀는 눈조차 뜨기 힘들었다.

 한효월이 소매를 들었다.

 강기의 막이 무형 중에 형성되면서 그녀의 주변에서 빗물이 튕겨 나가기 시작했다.

 "그럼 그들에게 잡혔었더란 말이오?"

 "그래요. 심한 고문을…… 받다가…… 끝까지 부인하자…… 석방이……."

 "그런데 왜 또 이렇게 쫓기고 있는 것이오?"

 "우연히 당신에 관한…… 음모를 알게 되어…… 그, 그대로 있으면 당신…… 당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한효월의 얼굴이 달라졌다.

 "나 때문에? 나 때문에 이런 무리를 했단 말이오?"

 묘한 웃음이 그녀의 얼굴 위로 환하게 스쳐 갔다.

 "죽어도…… 당신을 위해서라면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어요."

 "왜 그런!"

 한효월은 말이 막혔다.

 그는 그녀를 좋아한 적이 없었다. 그저 필요에 따라 그녀와의 관계를 유지했었을 따름인 것이다.

 그런데 자신을 위해서라면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었다니!

 요광성주는 머리를 저었다.

 "나도…… 몰라요.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그 일을 알게 되자, 내 머리 속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었어요.

 어떤 일이 있어도 당신에게 달려가야 한다는 생각뿐, 다른 아무것도……."

 그렇게 그녀는 연금된 곳에서 탈출했고 마침내 그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 대가는 실로 작지 않았다.

 가쁜 숨을 내쉬던 요광성주가 힘겹게 말을 이었다.

 "비가…… 비가 그쳤나 보죠? 빗소리가 들리지 않는군요. 조용해졌어요. 빗물도…… 떨어지지 않고……."

 말소리가 잦아든다.

 눈에서 빛이 흐려진다. 눈을 뜨기 힘든 모습이다.

 "성주!"

 한효월은 황급히 그녀를 감싸듯 안으며 명문혈에다 손을 대었다. 뜨거운 진원지기가 그녀의 명문으로 흘러들자 그녀의 눈에 빛이 돌아왔다.

 "향적사…… 알죠?"

 그녀의 말에 한효월은 놀란 빛을 드러냈다.

 "그걸 어떻게?"

 "역시…… 가면 안 돼요. 그곳은 함정이에요……."

 "나도 알고 있소."

 일순, 그녀의 눈이 커졌다.

 "알고…… 있다구요?"

 "그렇소. 하지만 교주가 온다면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서 여기에 온 것이오."

 "너, 너무 무모하군요. 당신은 늘……."

 "……."

 한효월은 그녀에게 미미하게 웃어 보일 따름이다.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나의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시간이 얼마 남아 있지 않아서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모험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을 할 수야 없기 때문이다.

 "향적사에는 봉신지비를 풀 수 있는 물건이…… 있대요. 그것을 찾아 서역에서 법왕(法王)이 오고 있고……."

 "법왕? 천하십왕 중 한 사람인 서역법왕(西域法王)이란 말이오?"

 "아마도……. 그는 봉신지비를 찾으러 중원으로 들어왔고…… 조만간 향적사에 당도할 거라는군요."

 한효월의 뇌리에 방금 라마들에게서 들은 내일…… 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들이 기다리는 사람이 바로 서역법왕이었단 말인가?

 "교주는…… 향적사에서 당신과 서역법왕을 충돌시킬 작정이었다고 해요. 그런데, 오는 도중에 뜻밖에 개방과 충돌하여 차질이 생겨서 교중의 고수를 파견하고 교주는 수습이 되는 대로 올 거라고……."

 그 말에 한효월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옥면무영은 개방의 방주가 정체불명인 자들과 충돌했다고 했다.

 그런데 그 정체불명인 자가 바로 제천교의 교주라니, 만약 그렇다면 옥면무영은 왜 자신에게 그것을 숨긴 것일까?

 "비밀을…… 먼저 알아낸 사람은 서역법왕이라고…… 그에 앞서서 물건을 찾아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물건은…… 거기……."

 요광성주는 신음을 흘렸다.

 가슴이 답답한지 손으로 가슴을 쓸어낸다. 그 바람에 그녀의 가슴을 가렸던 한효월의 단삼이 흩어지면서 그녀의 풍요한 가슴이 드러났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그것을 감안할 상태가 아니었다. 쿨럭이는 가운데 입에서 핏물이 올라왔던 것이다. 붉은 피가 그녀의 입에서 뭉클뭉클 쏟아져 나왔다.

 "그만, 그만 말하시오."

 한효월이 보다 못해서 그녀를 말렸다.

 쓸쓸한 웃음이 그녀의 눈에 떠올랐다.

 "어차피 난…… 오래…… 쉬게 되겠죠……."

 한효월은 암중에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상태는 누구도 되돌릴 수가 없었다. 그가 끊임없이 주입하고 있는 순양진기가 아니라면 그녀는 이미 숨을 거두었을 것임을 누구보다 그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

 요광성주는 물끄러미 한효월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그리던, 그 고통 속에서도 그처럼 그리던 그의 얼굴이 바로 손에 잡힐 듯 그렇게 눈앞에 있었다. 왜 그의 얼굴이 갑자기 그처럼 미치도록 그리웠던 것인지 그녀는 지금도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잡혀 들어가 고문을 받게 되면서 그녀는 알게 되었었다.

 그처럼 그를 깊고 깊게 자신의 가슴속에다 담아두고 있었음을.

 한효월의 눈빛이 출렁 흔들렸다.

 요광성주가 피에 젖은 손을 뻗어 차갑게 식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뺨을 더듬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한효월의 얼굴을 어루만지면서 웃었다.

 "그렇군요…… 당신…… 내 앞에 있군요……."

 의미를 알기 힘든 소리였지만 그 마음은 절절하게 한효월의 가슴을 파고들고 남음이 있었다.

 "한 가지…… 하나만 부탁을 해도 되겠어요?"

 "뭐든."

 "나를…… 나를 한 번만 안아주세요……."

 창백한 그녀의 얼굴에 미미한 홍조가 떠올랐다.

 한효월은 암중에 길게 숨을 내쉬고는 조용히 그녀를 안았다.

 차가운 여체가 그의 품에 안겨들었다.

 …….

 쏟아지는 빗소리조차 숨을 죽였다.

 어느 순간이다.

 그녀가 한효월의 목을 감싸 안았다.

 그리고는 격렬하게 그의 입술을 빨았다.

 격정(激情)!

 그녀의 혀가 그의 입을 비집고 들어왔다.

 격렬하고 긴 듯한, 그러나 실제로는 짧았던 입맞춤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끝이 났다.

 그녀는 환한 얼굴로 눈을 감고 있었다.

 더 이상 숨을 쉬지 않으면서.

 "후우……."

 한효월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자신을 위해서 목숨을 내놓았다.

 하지만 자신은 그녀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

 그녀를 이 빗속에서 보듬어 안아줄 수밖에는 없었다.

 가슴을, 저 가슴 깊은 곳을 치는 아픔이 그를 괴롭게 했다.

 찝찔한 마지막 입맞춤의 여운이 더욱 그러했다. 피를 토하던 그녀와 입맞춤을 했으니 핏물이 그의 입 안에서 도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것이 꺼려지는 것이 아니라 그 처절한 마지막의 몸짓이 절규가 되어 가슴을 두드리는 것만 같아서 더 괴롭기만 하다.

 단속적인 말이었지만 그녀는 그녀가 본 것을 모두 전했다.

 어떻게 그 일을 알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되, 한효월의 짐작대로 제천교주는 함정을 파고 그를 기다리고자 했었던 것이 분명하였다. 하지만 그 일은 개방과의 충돌로 인해 차질이 발생한 것 같았다.

 여기서의 의문은 개방의 능력이다.

 그간 보여준 개방의 능력은 단독으로 제천교의 교주를 저지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개방이 제천교의 교주 일행을 저지할 만한, 그들과 자웅을 겨루고도 버틸 만한 그런 엄청난 힘이었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간 개방은 자신의 능력을 다 보이지 않았다는 것일까?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졌다.

 개방주 황엽의 성품은 대인(大人)의 것이었다.

 그런데 자신에게 숨기는 것이 있었다는 말인가!

 그랬다는 건가?

 '알 수 없군!'

 한효월은 깊게 미간을 찡그렸다.

 그리고 그는 깊은 숨을 내쉬고는 그녀를 안은 채 빗속으로 사라져 갔다.

 쏴아아…….

 쏟아지는 빗소리만이 그 자리에 남았다.

 그 정적 속에 잠시 시간이 흐른 뒤, 한 사람이 어둠 속에서 몸을 일으켰다. 한효월이 있던 곳에서 십여 장이나 떨어진 곳이었다.

 전신을 검은빛으로 둘러쓴 그는 무표정한 눈빛으로 한효월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다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가서 보고해. 모든 게 계획대로 되었다고."

 그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이 기척 하나가 조용히 그의 뒤에서 사라졌다.

 그는 십여 리 떨어진 접선 지점에서 보고를 하게 될 것이고 그 보고는 접점을 통해 한 시진 이내에 삼백 리 밖으로 전달될 것이었다.

 그가 사라진 후, 명을 내렸던 검은빛 그림자[黑影]의 모습도 사라졌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의 움직인 곳은 한효월 쪽이라는 것.

*   *   *

 배 한 척이 폭우를 뚫고서 움직이고 있었다.

 강에서는 보기 힘든 엄청나게 큰 범선이었다. 이런 폭우 속에서도 그 범선이 움직이는 것은 놀랍도록 빨랐다.

 하지만 그 범선은 모습을 드러낸 후, 이내 움직임을 멈추었다.

 호변을 서너 장 남겨놓고 멈춘 범선.

 그 범선이 정박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뭍에서 사람들이 날아들었다. 폭우가 쏟아지고 바람까지 몰아쳐 눈앞을 분간하기도 힘든 악천후였지만 그들은 바람처럼 빗속을 뚫고 범선 위로 날아올랐다.

 방갓과 도롱이로 무장한 그들 중 한 사람이 선창 안으로 들어갔다. 나머지 두 사람은 시선을 돌려 방금 그들이 날아온 곳 주위를 쓸어본다. 그 폭우 속에서 마치 석상이 되어버린 듯 움직이지 않았다. 절도있는 그 움직임은 그들이 평범한 훈련을 거친 사람들이 아님을 알게 하기에 충분했다.

 쏴아아-

 빗소리는 여전히 요란하다.

 배 어디에도 불빛은 보이지 않았다. 마치 버려진 유령선처럼. 하지만 선창의 내부는 그렇지 않았다. 대낮처럼 환했다. 불빛이 새 나가지 않도록 두터운 휘장을 치고 있어서다.

 뚝뚝 빗물이 떨어지는 도롱이를 걸친 채 선실로 들어선 그는 방갓을 벗고는 앞을 향해 한쪽 무릎을 꿇었다. 방금까지 보여주던 당당한 모습과는 또 다른 움직임이다.

 앞에서 낮은 음성이 들려왔다.

 "찾았나?"

 "아직……."

 그가 고개를 숙였다.

 "아직이라니, 그러고도 당세를 주름잡는 금의위의 천호라 할 수 있나!"

 앞에서 질타가 터져 나왔다.

 고개를 숙였던 그가 머리를 들었다.

 눈에 익은 얼굴이었다. 화산에 나타났던 금의위 천호인 공자기의 얼굴.

 "백방으로 수소문을 하고 있었습니다만, 뜻하지 않은 사태가 발생하여…… 죄송합니다."

 "뜻하지 않은 사태라니?"

 그의 앞, 태사의에 버티고 앉은 사람이 물었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금의위 천호를 압도하고 있는 그는 바로 정화였다. 한효월의 뒤미처 떠난 그가 드디어 이곳에 당도한 것이다.

 "개방이 제천교와 충돌했습니다."

 "그 일과 이 일이 무슨 상관이 있나?"

 "개방과 충돌한 제천교의 세력이 교주 일행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로 인해 그자들이 퇴각하고 그 바람에 우리가 예측했던 진로를 벗어나 종적을 놓쳐 버렸습니다. 하지만 지금 전력을 다해 수색을……."

 "개방이 제천교주를 격퇴했단 말이냐?"

 무슨 소리냐는 듯 정화가 되물었다.

 "지금까지의 정황을 종합해 보면 그런 듯합니다."

 "개방이 무슨 힘으로? 제천교주가 움직이고 있었다면 교중의 고수들이 동행하고 있었을 것이고, 그자의 수신호위만 하더라도 현재 개방의 전력으로는 건드릴 수 없었을 텐데? 설마…… 개방 전체가 달려들기라도 했더란 말이냐?"

 "황엽 혼자 움직인 것으로 들었습니다."

 "황엽 혼자라고?"

 어이없는 듯 정화가 입을 벌렸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나? 황엽이 무슨 힘으로 제천교주는 물론이고 그 수행고수들까지 격퇴할 수 있단 말이냐!"

 "그걸 조사하고 있습니다."

 공자기는 굳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으로는 황엽과 수신고수들이 움직이다가 우연히 제천교주와 부딪쳤는데, 그때 정체를 알지 못할 고수들이 끼어들어서 제천교주 일행이 패퇴하고 말았다고 합니다."

 "그럼 개방이 아니지 않나!"

 "그런데…… 그 정체 모를 자들이 개방의 일원이라고 합니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게냐?"

 "죄송합니다. 지금은 그것밖에는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전력을 기울이고 있으니 곧 내용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바람에 제천교주도 놀라서 후퇴한 모양입니다."

 "으음……."

 정화가 신음을 흘렸다.

 보고대로라면 정말 괴이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개방의 힘이 지난날보다 강해진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힘이 제천교, 더구나 그 신비로 점철된 제천교의 교주를 압도하여 그를 패퇴시킬 정도가 아님은 이미 알려진 바였다. 개방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너무 거대하고 강력한 힘이 바로 제천교였다.

 그런데 그런 제천교를 개방이 홀로?

 '이해하기 어렵군…….'

 정화는 미간을 찡그렸다.

 "모든 병력을 풀어라. 그리고 지원을 요청해. 여기에 걸린 것은 간단하지 않으니 한 치의 실수라도 저지른다면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존명(尊命)!"

 공자기가 복창했다.

 '뭔가가 시작되고 있다. 자칫하면 제국에 문제가 생길는지도 모를 어떤 것이……. 우리가 의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공자기가 나간 후, 정화는 잠시 눈을 감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공주마마의 행적은?"

 어디선가 음성이 들려왔다.

 "계속해서 따님의 행방을 쫓고 있는 듯합니다."

 "큰일이군……."

 정화가 미간을 찡그렸다.

 그녀의 비중은 작은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 와중에 다른 곳에다 시간을 뺏겨야 하다니…….

 정화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직까지 그 일로 인해서 어떤 사태가 발생할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   *   *

 동정호는 드넓다.

 그 바다와 같은 호수의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그러니 주변 곳곳에는 여기저기에 어촌이 자생했다. 사조촌(飼鳥村) 또한 그런 곳 중 하나였다.

 서른 호 정도의 어촌인 사조촌은 유난히 물새들이 많은 곳이다. 오죽하면 새를 키우는 곳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그 사조촌 외곽에는 두어 채가량의 초가집이 있는데 앞으로는 촌을 두고 뒤로는 숲을 등져 한적한 곳이었다.

 널린 어구(漁具)와 그것을 손보고 있는 촌노. 겉보기로는 다른 집과 전혀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그 집에는 고기잡이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자리하고 있었다.

 옥면무영 호일랑.

 그가 거기에 있었다.

 그의 앞에는 괴이한 생김의 사내 한 사람이 있다.

 나무 의자에 앉은 그는 외눈이다. 팔도 하나밖에 없어 외팔이였다. 머리는 봉두난발. 하지만 덩치는 커서 앉아 있음에도 옥면무영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커 보였다. 그런 그의 등에는 커다란 칼[大刀] 하나가 메어져 있다. 얼핏 보기에는 막 산속에 뛰쳐나온 산적과 같았다.

 하지만 그 외눈에서 쏟아지고 있는 무지막지할 만큼 강렬한 안광은 그가 평범한 산적이 아님을 웅변하고 남았다.

 "놈들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반드시 알아내야만 하오."

 그가 말했다.

 "조사하고 있습니다."

 호일랑이 마주 앉은 사내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사내가 몸을 일으켰다.

 "가시겠습니까?"

 사내는 말없이 뒷문으로 향했다.

 "방주께서는?"

 "내가 말할 성질의 물음이 아니오."

 말과 함께 사내는 문밖으로 사라졌다.

 '과연 지옥도(地獄島)에서 나온 사람답군. 화인지 복인지 알 순 없지만…… 이 난국에서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

 호일랑은 닫힌 문을 바라보면서 내심 중얼거렸다.

 외눈의 사내는 문득 미간을 찡그렸다.

 옥면무영 호일랑이 있던 곳에서 백여 장가량을 벗어난 지점이었다. 그는 옥면무영 호일랑이 있던 장소를 떠나자마자 전력으로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무엇인가가 느껴진 것이다.

 "……."

 그의 앞으로 내딛던 발이 흠칫했다.

 갑자기 주위가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그의 눈빛이 침잠하게 가라앉았다.

 자연스럽게 들리던 숲의 소리가 사라졌다.

 쏟아지는 빗줄기로 인해서 평소 들리던 새들의 울음소리, 벌레들의 움직임 등은 듣기 힘들지만 그래도 숲에서 느껴지는 것은 또 있는 법이다. 그것이 자연이기에. 고수라면 느낄 수 있는 그 소리들이, 느낌들이 삽시간에 사라져 버린 듯했기에 그의 신경이 곤두선 것이다.

 하지만 발끝을 멈칫했을 뿐, 그대로 걸음을 옮기는 듯하던 그는 나무 하나를 휘도는 순간에 폭발하듯 사오 장 뒤로 되짚어 날았다.

 그리고는 섬광이 번쩍였다.

 철컥!

 그의 손이 등에 멘 대도에서 천천히 떨어졌다.

 찰나간의 순간에 이미 대도를 뽑아 휘두르고 등에 멘 도갑에다 대도를 갈무리하고 있는 것이다.

 손을 떼는 듯 마는 듯 대도의 손잡이에 댄 그의 눈은 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보다 더 날카로운 듯했다.

 "……."

 하지만 아무런 기척도 들리지 않고 보이는 것도 없다.

 잠시 사나운 눈으로 주위를 살피던 그는 갑자기 땅을 박차고 날아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쿠쿠쿠…….

 그가 사라짐과 함께 방원 사오 장 내에 있던 아름드리 나무들이 모조리 비명을 지르며 넘어지기 시작했다. 단 일 수로 주변 나무들의 밑동을 모조리 잘라 버렸던 것이다.

 흙먼지가 하늘을 가리며 피어 오른다.

 그 장관을 한 사람이 숲 속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 눈에 떠오른 것은 놀람.

 '생각보다 더 무서운 도법이군. 저 정도면 사문의 무공에 못지 않은 것인데, 그가 개방의 사람이란 말인가?'

 그는 미간을 찡그렸다.

 한효월은 깊은 생각에 빠졌다.

 독안사내가 시전한 무공은 감천형에 비견할 만했다. 그런 고수가 개방에 있었다는 것인가? 문제는 그런 고수가 있다 없다가 아니라, 그런 고수가 과연 개방의 중심 인물인가 아닌가 하는 점이었다.

 독안사내가 한효월의 기척을 느끼고 일도를 뿜어냈던 것은 한효월의 의도된 계산이었다. 일부러 살기를 끌어내어 상대에게 그를 느끼게 했던 것이고, 생각대로 독안사내는 한효월을 공격했다.

 하지만 찰나적으로 살기가 사라진 것을 깨달은 독안사내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그 자리를 벗어나 사라지고 말았다. 그것은 불안 초조하여 주위를 살피는 것보다 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만큼 냉정하고 과단성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옥면무영 호일랑은 방 안을 서성이고 있었다.

 쏴아아-

 아직 빗줄기는 가라앉지 않았다. 시원스럽다 못해 줄기차게 빗줄기는 쏟아지고 있었고 그런 빗줄기를 바라보면서 옥면무영 호일랑은 곤혹스러운 빛으로 뭔가 생각에 잠긴 채였다.

 "한, 대협……?"

 어느 순간, 그는 얼떨떨한 듯 눈을 크게 떴다.

 서성이던 그가 몸을 돌리는 순간에 한효월이 그 자리에 있음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언제? 정말 대단하군요. 신법이라면 나도 누구 못지 않다고 자부하는 사람인데 느끼지도 못했다니…… 한 대협의 무공은 정말 괄목상대라는 말로 부족하여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는군요!"

 "개방과 마주쳤다는 것이 제천교가 맞습니까?"

 불쑥, 묻는 한효월의 질문.

 옥면무영 호일랑은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힌 듯했다.

 "나에게 숨길 것이 있었습니까?"

 한효월이 다시 물었다.

 "……."

 잠시 한효월을 바라보던 옥면무영 호일랑은 길게 숨을 불어냈다.

 "무슨 소리를 들으신 모양이군요. 맞습니다. 저도 몰랐다가 얼마 전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방주 일행과 마주한 것은 제천교주의 행렬이었다고 합니다."

 "그 자리에 방금 나간 사람도 포함되어 있었던가요?"

 한효월의 물음에 호일랑은 다시 움찔했지만 이번에는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도 있었지요. 그들이 없었다면 본 방은 아마 심대한 타격을 받았을 겁니다. 저들이 워낙 막강해서……."

 "그들도 개방도입니까?"

 "맞습니다."

 다시 고개를 끄덕인 호일랑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의혹이 있으실 테니 간단히 말씀드리지요. 한 대협께서는 혹 본 방의 참사에 대해서 들으신 적이 있습니까?"

 "잘은 모릅니다만 조금."

 호일랑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본 방은 한 대협의 사형이신 독고 맹주께서 강호에 출도하시고 얼마 되지 않아 초유의 위난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

 개방의 위난(危難)!

 그것으로 인해 개방의 고수들은 모두 괴멸되다시피 했고 그로부터 20년이 지나도록 힘을 펴지 못했었다. 만에 하나, 황엽과 같은 걸출한 인물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아직도 그 상태는 계속되고 있을 터였다.

 그 일은 강호를 뒤흔들 대참사였지만 실제로 세상에 알려진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저 방중의 일을 놓고 개방고수들끼리 격전을 벌여서 그런 일이 생겼다는 소문만 무성했고, 실제 당사자인 개방에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모든 고수들이 잠적하다시피 해서 그 일은 추측에 추측만을 불러일으켰을 따름이다.

 "세상이 짐작했던 것처럼 본 방의 위난은 방중대권을 놓고 방의 고수들이 양쪽으로 갈라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개왕 어르신의 후계 문제로 갈등이 불거졌던 것이지요."

 "개왕?"

 한효월의 눈에 의아한 빛이 떠올랐다.

 "제게는 조사가 되는 분입니다. 비록 천하십왕에는 거론되지 못했지만 아마 천하십왕 누구라도 그분을 함부로 대할 순 없을 겁니다. 그분은 지난 수백 년래 본 방의 최고 고수이셨었습니다."

 호일랑은 미간을 찡그렸다.

 "그런데 개왕께서 갑자기 실종되셔서 그 후계를 놓고 갈등과 반목은 심해졌고 급기야는 서로 회의 중에 서로 고수를 모아 상잔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대로 두었었더라면 본 방의 정예는 모두 몰살하고 말았을는지도 모르지요."

 그때 나타난 것이 개왕이다.

 실종되었다던 그는 불현듯 나타났고, 벌어진 사태를 보고 아연실색 대노하여 그 사태에 참가한 고수들을 모조리 끌고 사라져 버렸었다. 누구도 감히 그의 행사에 반기를 들 수 없었다.

 그렇게 해서 개방에는 고수의 씨가 말랐다.

 황엽이 기림받는 이유는, 바로 그렇게 무너진 개방을 다듬어 오늘날의 기틀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혹시……?"

 "맞습니다. 조금 전에 제게 왔던 그분은 당년의 본 방 고수이셨던 참마도(斬魔刀) 곽 호법입니다. 세상에는 죽었던 것으로 알려졌지요. 그때의 상처로 인해 오늘날 모습이 그렇게……."

 모습이 그렇게 변했을망정 그들의 무공은 세상을 놀라게 할 만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개방은 제천교주 일행과 부딪치면서 전멸을 했을 것이었다.

 지난 세월 그들은 무서운 강자로 변해 있었다.

 "화가 복이 되었다고 하기도 그렇고……."

 호일랑이 한숨을 내쉰다.

 이유인즉슨, 당시 가담했던 사람들 중에서 고수들을 모두 끌고 간 개왕이 그들 모두를 지옥도라는 절해고도(絶海孤島)에다 가두었고, 그곳을 벗어나려면 거기 남겨둔 비전(秘傳)을 모두 익혀야 가능했다는 것이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죽은 사람이 있을 정도로 지옥도는 극악한 환경이었고 그들이 익혀야 할 무공도 지난(至難)했다.

 그곳을 벗어났을 때, 그들 모두는 피에 굶주린 악귀와 같은 형상을 하고 있었고 실제로 성정(性情)마저 크게 변해 지난날 개방도의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

 그런 그들을 위해 개왕이 마련해 둔 것이 또 하나의 개방이었다.

 개방을 지키는 비밀 세력이 나타난 것이다.

 이름하여 궁가방.

 "그럼 그 개왕께선 지금?"

 "저도 더 이상의 내용은 알지 못합니다. 방주께서 적과 부딪쳤을 때 그분들이 나타났다고 하는 걸 겨우 아는 정도라서…… 자세한 것은 방주를 만나거든 물어보시지요."

 하긴 남의 방중 일을 이 마당에 더 이상 물어보기도 힘들다. 하지만 그런 힘이 나타났다는 것은 정말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었다.

 한효월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리곤 질문.

 "방주께선 언제 도착할 수 있습니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원래대로면 내일쯤이면 오셔야 했는데 제천교주의 행적을 쫓고 계시다는 전언만 보내오셔서……."

 말끝을 흐린 호일랑은 말을 바꾸었다.

 "가셨던 일은?"

 한효월은 향적사에서의 일을 전했다.

 서역법왕이 곧 당도할 것이라는 말과 함께. 하지만 요광성주를 만났던 일은 그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녀의 죽음은 그저 그렇게 자신의 가슴속에다 묻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녀의 시신을 이곳으로 가져오지 않은 것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혼자 움직이시는 건 너무 위험합니다. 적의 세력은 너무 강합니다. 만에 하나 저들에게 포위되는 일이 생긴다면……."

 "라마들이니 아무리 은밀히 움직인다 할지라도 분명히 뭔가 움직임을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 서역법왕이 어디쯤 있는지 알아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부탁을 한 한효월은 호일랑의 만류를 뿌리치고 그 자리를 떠났다.

 따라나서겠다는 그를 버려두고서.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것은 그가 마지막에 한 말.

 사방에서 정체불명의 인물들이 계속해서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다는, 더구나 그 사람들이 향하고 있는 방향은 향적사 쪽인 듯하다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더 빨리 움직여야 하기도 했다.

 어쩌면 그중에 서역법왕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   *

 호일랑을 떠난 한효월은 바람처럼 몸을 날려 십여 리 떨어진 갈대밭으로 향했다.

 무성한 갈대는 사람의 키를 넘었고 쏟아지는 빗줄기에 흔들거리고 있었다. 일단 그 갈대밭 속으로 들어간다면 동정호도 뭍도 어느 쪽도 보이지 않을 터였다. 그저 보이는 것은 무성한 갈대뿐. 저 멀리 갈대로 지붕을 이은 어가(漁家) 하나가 보이지만 쏟아지는 빗줄기에 아스라할 뿐이다.

 갈대밭에 이르자 한효월은 강변을 둘러보았다.

 2, 3장 밖의 갈대밭이 흔들린다.

 그러더니 뜻밖에도 갈대밭 사이에서 작은 배 한 척이 모습을 드러냈다. 도롱이를 걸치고 커다란 갓을 쓴 어부 하나가 거기 앉아 있었다.

 배가 나타나자 한효월은 망설임없이 몸을 날려 그 배로 올라갔다.

 어부는 배에 오른 한효월과 잠시 뭐라고 하는 듯하더니 한효월을 태우고는 갈대밭을 스쳐 호심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쏴아아…….

 뒤를 쫓던 자의 다급함은 아랑곳없이 쏟아지는 빗줄기는 동정호 전체를 아스라한 물안개로 뒤덮는다.

 갈대밭은 정말 넓게 호변을 뒤덮었다.

 한효월은 그 호수를 가르는 작은 어선이 아니라, 방금 그가 떠났던 갈대밭 속에 있었다. 놀랍게도 키를 덮는 갈대밭 안쪽으로는 작은 배 몇 척이 정박하고 있었다. 그 배 위로는 널빤지 몇 개가 걸쳐 있으니 2, 3장가량의 공터가 만들어진 셈이다. 게다가 머리 위로는 갈대를 엮어 비 받이까지 만들어놓았다.

 갈대밭 속에 난데없이 작은 집이 나타난 것과 같았다.

 한효월은 바로 거기 의자에 앉아 있었고 그의 앞에는 감천형이 앉아 있었다.

 "아직도 놈들이 사숙의 뒤를 따릅니까? 놈은 처리를 했는데……."

 "글쎄, 조심해서 나쁠 건 없을 테니…… 잘 처리하겠지?"

 "물론입니다. 배를 몰고 있는 분이 동정어은(洞庭漁隱)이신데, 물에서라면 남해용왕 못지 않은 분입니다. 지난날 맹의 호법 중 한 분이셨고 은퇴하기 전에는 어린 저와 함께 놀아주셨던 분이셨습니다. 조금 괴팍한 면이 있으시긴 했지만 누구보다 가슴이 뜨거운 분입니다. 저를 만나자 바로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서서 이렇게 도움을 주시면서 필요하면 동정수채를 움직이겠다고 하셨습니다."

 "다행이군."

 희미한 웃음이 감천형의 얼굴에 떠올랐다.

 "조금 괴팍한 면이 있으셔서 맹을 떠나셨지만 사부님이나 저와는 정이 각별합니다. 무림 중에는 아직 그런 분들이 많습니다. 사부님은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는 분이셨으니까요."

 한효월이 정색을 했다.

 "추진하는 일은 잘 되고 있나?"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구대문파는 이번 사태로 인해 대외적으로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지. 무림맹의 기둥은 구대문파였는데 이미 그들로서는 무림의 중의(衆議)를 대변하기 힘들게 되어버렸으니 암중에 제천교를 제지할 새로운 힘이 필요한 상황, 그 일은 매우 중요하네."

 "사부께서 만드신 보구회가 있지 않습니까?"

 "글쎄…… 상황이 그렇게 간단하게 전개될 것 같지 않으니…… 대비를 해두는 게 좋겠지. 때가 되면 천무도 합류를 할 거야. 그때까지 감 사질은 모든 대비를 해둬야 해."

 "꼭 어딜 가실 분처럼 말씀을 하시는군요."

 감천형의 말에 한효월은 미미하게 웃었다.

 "그럴지도."

 길지는 않으리라.

 가까운 시일 내에 그에게 사실을 말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후사를 그에게 맡겨야만 한다. 그전에 상황을 처리하지 못한다면.

 한효월이 일어섰다.

 "벌써 가실 생각이십니까?"

 "주변은 감 사질이 지켜보고 난 성아와 같이 가지. 연락은 그 아이를 시킬 테니, 뒤는 좌 사질이 맡아주는 것으로 하고."

 "알겠습니다."

 문득 한효월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감천형은 멈칫하더니 말했다.

 "멀지 않은 농가에 맡겨두었습니다. 관을 하나 구해서 일단 안치한 상태입니다."

 "……."

 한효월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보살펴 주도록 해주게. 일단 가매장이라도……. 수상히 여기지는 않을까?"

 "겉으로야 농가지만 동정어은 조 선배의 조카 집입니다. 소문이 나지는 않을 겁니다."

 "다행이군."

 한효월이 그 자리를 떠나자 대기하고 있던 유성이 그 뒤를 따랐다. 그 뒤를 따라 다시 좌백이 수하들을 이끌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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