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第三首 무산지회(巫山之會) (105/113)

第三首  무산지회(巫山之會)

 -군웅들 모이다

 사람들의 생각은 모두 다르다

 하늘의 푸른빛은 세월을 더한다.

 멀리 산자락에서는 운무(雲霧)가 아스라이 피어오르고 어디선가 산새들의 울음소리가 또 들려오니 보이느니 자연의 평화요, 들리느니 자연의 싱그러움이다.

 물살은 포말을 피워 올리며 흘러간다.

 조금 더 있으면 저녁 노을이 강변을 붉게 물들일 터이다.

 작은 배 한 척이 강물을 거슬러 오르다 힘겨운지 잠시 강변에 정박했다. 그 배에는 어부 한 사람이 선미에 앉아서 어깨를 두드리고 있다. 고물에 매달아둔 어망에는 겨우 몇 마리의 고기만이 담겨 있으니 오늘은 그리 재수가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세월의 주름이 얼굴을 달려간 어옹(漁翁)은 밀짚 삿갓을 눌러쓰고는 고개를 숙이고 있을 따름이다. 어깨를 두드리고 있는 손만이 그가 지금 졸고 있지 않음을 말할 뿐.

 그러나 그런 그의 귀에는 전음지성이 전해지고 있었다.

 '그들은 현재 무협(巫峽)을 지나고 있습니다. 원래의 의도는 무협을 지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었습니다만, 조금 전에 그들이 은밀히 무협에 내려 무산(巫山)으로 들어간 것 같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무산에 내렸다고?'

 '그렇다고 무산 방면에 잠복하고 있던 방중 고수들의 보고가 경영전식(鏡影傳息)을 통해서 방금 전달되었습니다. 자세한 것은 전서구가 와봐야 알겠습니다만…….'

 '다 내렸느냐? 아니면…….'

 '남해용왕이 가장 나중에 내린 것 같습니다. 그가 배에 타고서 배를 몰고 있었기 때문에 하마터면 속을 뻔했다는 전언(傳言)이었습니다.'

 어옹은 밀짚 삿갓 아래의 눈살을 찡그렸다.

 '교활한 놈이긴 하지만 그런 정도로 쫓는 눈을 속여넘길 수 없을 건 잘 알 텐데 왜 그런 짓을 한 게지? 잠시라도 시간을 벌어야 할 만한 이유라도 있는 겐가?'

 잠시 생각을 굴리던 그가 다시 전음지성으로 물었다.

 '한효월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어옹은 다시 생각에 잠겼다. 그의 얼굴빛은 매우 복잡했다.

 '하지만 황 방주에게 감천형이 전해온 소식에 따르면 근일 중 당도할 것이라고 했다니 이미 움직인 것 같습니다.'

 '감천형이 알고 있는 소식을 엽아가 모른단 말이냐?'

 '감천형의 정의맹은 뜻밖에도 이미 상당한 조직과 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토록 어수선한 가운데 그런 조직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아 그간 감천형을 너무 간단히 평가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호부 아래 견자가 없다는 거로군…….'

 어옹은 고개를 끄덕였다.

 '감천형은 지금 어디 있느냐?'

 '의창성 부근으로 이동해 있습니다.'

 '남해용왕 등의 뒤를 쫓고 있지 않단 말이냐?'

 '그렇습니다. 뭔가를 기다리는 듯이 사람을 모으고 있는데 명확하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중입니다.'

 "으음……."

 어옹은 나직이 신음을 흘렸다. 뭔가 깊은 생각에 잠긴 듯 밀짚 삿갓 아래의 눈빛이 깊이 가라앉는다.

 "용화의 영광은 이미 빛 바랜 옛날의 전설이니 더 무엇에 연연한단 말인가? 동양(한효월의 사부)이 너무 일을 어렵게 만들었군……. 그나저나 왜 하필이면 무산이란 말인가? 무산……?"

 문득 의미 모를 말을 내뱉으며 고개를 든 사람.

 허름한 밀짚 삿갓의 그늘 아래 자리한 그의 얼굴은 바로 개왕의 것이었다.

 고개를 든 그의 시선이 미치는 곳.

 세찬 물살로 흘러가는 이 강물이 조금만 더 달려가면 무협(巫峽)이 나오게 된다. 바로 무산인 것이다.

 그도 무산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까지 와 있었다. 그리고 그의 눈에 갑자기 기이한 빛이 일기 시작했다.

 오래전에 잃어버렸던 그 기억들이…….

*   *   *

 그때 감천형은 개왕이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이미 무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산은 무협과 함께 세상에 이름이 높은 산이다.

 무협은 장강삼협(長江三峽) 중에서도 험악하기로 이름 높다. 우구탄(牛口灘), 석문탄(石門灘) 등 무협의 그 길고 긴 80리 길들의 사방에 깎아지른 절벽을 올려다보면 어느새 무산을 보게 되니 이 무협이 또한 무산협이라 불림도 무리는 아니다.

 원숭이도 오르기 힘들어한다는 그 절벽을 넘어서면 무산이 있고 그 무산에는 오늘도 그 옛날처럼 구름이 드리운다.

 조운모우(朝雲暮雨)라 하여 전국시대 초나라의 대부(大夫)였던 송옥(宋玉)이 지은 고당부병서(高唐賦竝序)에서 나왔던 바로 그 무산의 구름이다.

 무산의 구름은 초의 초양왕이 송옥에게서 지난날 그 아버지인 초회왕이 무산에 당도하여 잠시 낮잠을 잤을 때 꿈에 나타난 미녀를 만나 즐긴 고사를 들었다는 데에서 나온 말이다. 그녀는 서왕모(西王母)의 23번째 딸로서 이름을 요희라 하고 운화부인(雲華夫人)이라 부른다 하였다. 잠에서 깨어난 초회왕은 그녀를 잊을 수 없어서 그 자리에 조운(朝雲)이라 이름하는 사당을 지었으니 오늘날 신녀묘는 바로 거기에서부터 비롯한다. 물론 남녀 사이의 화락을 뜻하는 운우지정(雲雨之情)이란 말의 출전이 그것임은 너무도 유명하다.

 구름에 잠긴 무산을 바라보는 감천형의 얼굴은 조금 굳은 듯 보였다.

 '사숙께선 저들의 발걸음을 잡으라 하셨는데 머물 것처럼 보였던 자들이 갑자기 이동하기 시작해서 잡을 수가 없었다. 결국 행보를 늦추는 것 정도가 최선이었는데…… 갑자기 이곳에서 멈춘 것은 무슨 의미라는 것일까?'

 그의 주변으로는 십여 명의 사람들이 늘어 서 있지만 아무런 기척도 느낄 수 없었다.

 "황 방주께선 어디까지 와 계시오?"

 "이미 무산으로 들어가신 걸로 압니다. 저들의 뒤를 바짝 따르고 있고 아마 그걸 남해용왕 등이 모를 리가 없겠지요……."

 새로 정의맹에 합류한 청류산수(淸流散手) 곽주경이 말했다. 그는 지난날 무림맹 신기당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명민하여 정보 수집을 맡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따르고 있는 것 같소?"

 감천형의 말에 청류산수 곽주경은 난감한 빛이 되었다.

 "그걸 제대로 알아보자면 많은 인원이 필요한 데다 우리가 전면으로 드러나야 해서 명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대충이라도 원하신다면…… 적으면 백 명 정도일 것이고 아니라면 그 이상이겠지요."

 "백 명이 넘는다?"

 "사실 그들의 수하들을 생각한다면 천 명도 많은 숫자라고는 할 수가 없을 겁니다. 그간 잠잠하던 구대문파까지 사람을 보내온 것 같은데……."

 "구대문파도?"

 감천형이 뜻밖인 듯 그를 돌아보았다.

 "그 불인부도(不仁不道)한 자들이 왜 또 나타난단 말인가? 봉신지약에 대한 소문을 듣자 또다시 탐욕이 동한 것인가?"

 옆에서 한 사람이 분통을 터뜨렸다.

 황의에 흰 수염을 가슴까지 드리운 사람. 주토빛 얼굴에 선인의 풍채를 가진 그는 황산노인(黃山老人) 전담이라고 한다. 젊어서 황산일조룡(黃山一條龍)이라 불렸을 만큼 강한 무공과 성격을 가져 타협을 모르던 사람인데 새로 정의맹에 합류한 전대 고수였다.

 감천형은 이번 일이 전과는 달라 인원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고수의 숫자에 달려 있음을 잘 알기에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고수들을 끌어 모았고, 그들 모두를 이끌고 남해용왕의 뒤를 따랐다.

 "구대문파가 잘못을 저질렀지만 또다시 그런 우를 범하지는 않겠지요……."

 감천형이 중얼거렸다.

 "그런 인면수심의 개차반들이 그사이 무슨 깨달음을 얻었겠소? 절간에서는 술에 고기를 처먹으면서 불경을 외었을 것이고 도관에서는 계집질을 하면서 선악을 논쟁하지 않았겠소? 구대문파라는 이름은 이미 썩은 지 오래되었소!"

 옆에서 회의중년인이 못 참고 다시 내뱉었다.

 그 또한 무림맹의 고수 중 한 사람이다. 구대문파에 속하지 않았던 그는 화산대회전 이후 무림맹을 박차고 나온 사람이었다.

 "적은 너무 강합니다. 필요하다면, 그들에게 회개의 기회를 줘야 할런지도 모릅니다."

 감천형의 말에 황산노인 전담이 눈을 부릅떴다.

 "설마…… 그자들을 용서하고 받아들이기라도 하겠다는 게요?"

 "……."

 감천형은 대답 대신 담담히 미소를 짓고 말았다.

 "그만들두시오. 구대문파의 배신에 가장 치를 떨 사람은 바로 감 맹주가 아니겠소?"

 노인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동정어은이었다.

 그의 신분은 낮지 않은 데다가 그의 말 또한 사실이니 모든 사람들이 입을 다물었다.

 "무슨 소식이 있습니까?"

 "남해용왕 등이 무엇인가를 찾아 움직이는 것 같다고 하는데…… 뭔지는 알 수가 없소이다."

 바로 그때.

 푸드득-

 날갯짓 소리와 함께 흰빛 하나가 감천형에게로 날아들었다.

 전서구였다.

 구구거리며 감천형의 어깨에다 부리를 슥슥 닦는 전서구의 발목에 달린 작은 통에서 꺼낸 전서(傳書) 하나.

 작게 말린 그 전서를 펴자 거기에는 단 한 자가 쓰여 있었다.

 <종(終).>

 누가 봐도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다.

 무엇이 끝났다는 것일까?

 하지만 그것을 본 감천형의 얼굴에는 미미하게 격동의 빛이 일었다. 그리고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손에 있던 전서는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 흩어진다.

 아직 해가 떨어지려면 두어 시진은 남았다.

 산중이라 할지라도 어느 정도의 여유가 있는 셈이다. 그러나 더 떨어진다면 산속에서 그들을 놓칠 우려도 있었다.

 너무 적은 숫자로 간다면 상대의 강대한 세력에 맥도 못 추고 쓰러질 것이니 천천히 일지라도 적의 종적을 놓치지 않는 것은 매우

 중요했다.

 더구나 황엽이 이미 앞장섰으니 너무 처질 수도 없었다.

 감천형은 뒤를 돌아보았다.

 "제가 먼저 출발할 테니 일각 정도 시간이 흐른 다음 뒤를 따라 오도록 하십시오. 그럼……."

 말과 함께 감천형의 신형이 쭉 늘어나는가 싶더니 이내 그 자리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감 맹주의 무공이 일취월장하여 이미 지난날과는 비교할 수가 없어진 것 같군……."

 그 경신술을 보고 황산노인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   *   *

 무산은 전기한 바와 같이 이름 높은 산이다.

 망하(望霞), 취병(翠屛), 조운(朝雲), 집선(集仙), 취학(翠鶴) 등의 연속된 무산십이봉은 구가견이삼부지(九可見而三不知)라는 말처럼 열둘 중 아홉은 보이지만 셋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조운모우라는 말처럼 아침에는 안개가 잦고 오후에는 비가 자주 내리기 때문이다. 지금도 곧 비라도 내릴 듯 날씨는 우중충하여 그리 좋은 날씨는 아니었다. 하지만 아직 비가 내리는 것은 아니었다.

 그 최고봉인 조운, 이 조운봉은 따로 신녀봉(神女峯)이라고도 불리는데 이 봉우리야말로 무산신녀의 전설을 낳은 곳이고 그 봉우리의 모습 자체도 사람의 형상이라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다.

 신녀봉 아래에는 신녀묘(神女廟)가 있지만 산 중턱으로 올라가면 또 하나의 신녀묘가 있다. 신녀봉의 중턱에 있는 선녀평(仙女坪), 깎아지른 절벽에 위치하는 이 선녀평은 오르기가 힘들지만 실제로는 제법 넓은 면적을 자랑할 뿐 아니라 그 규모도 작지 않았다.

 또 하나의 신녀묘는 바로 거기에 있었다. 작고 퇴락한 그 신녀묘는 어쩌다 기도하러 오르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출입이 너무 힘들어서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선녀평 주위에는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은밀히 움직이고 있었다. 무엇인가를 찾는 듯한 그들의 움직임은 적지 않은 숫자임에도 불구하고 그저 있는 듯 없는 듯했다.

 신녀묘 후전 쪽으로는 절벽이다.

 무산이 사방으로 둘러 보이는 절경.

 아직은 밤이 아니니 보이는 모든 것이 눈에 삼삼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그 경치를 감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남해용왕. 그리고 서역법왕을 비롯한 가마에 몸을 싣고 있는 만박노유와 노라마. 그 두 사람을 제외하고도 십여 명의 사람들이 그들의 주변에서 보인다.

 "제법 많은 놈들이 따라왔군……."

 남해용왕이 중얼거리자 서역법왕이 못마땅한 듯 말했다.

 "그러니 핵심 인원만 빨리 움직이자고 했지 않소? 무엇 때문에 이틀씩이나 지체를 하면서 그자들이 따라올 시간을 준 것이오?"

 남해용왕이 혀를 찼다.

 "저런, 말도 안 되는…… 우리만 가고 우리 세력은 버려두면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우릴 노릴 자들이 한둘이 아닌데 우리만으로 그들과 싸우자고? 어차피 아무리 빠르고 은밀히 움직인다 할지라도 모든 사람의 이목을 피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게 사실이니 그럴 바에야 차라리 모든 힘을 같이 움직여야 나은 게요."

 "호불호야 결과가 말할 것이니, 지금 어느 걸 따질 수 있겠소? 그나저나 이곳에서 봉신방을 찾을 수 있겠소?"

 "그거야 저들에게 달린 일이 아니오?"

 남해용왕이 가마에서 머리를 맞대고 있는 만박노유와 노라마를 슬쩍 건너다보았다.

 "봉신지약 하나 가지고 과연 봉신방을 찾을 수 있을지……."

 "해보는 데까지 해볼 수밖에 없는 게 아니오? 그간의 기다림은 너무 힘들었고, 우리를 억압하는 용화회의 횡포도 견디기 어려우니…… 할 수 있다면 무슨 수단이라도 다 써봐야지."

 그는 주변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석년(昔年: 지난날)에 용화회는 천하십성을 따라 모두 세 번 모였었는데 그 첫 번째가 태백산 집회였고, 두 번째가 곤륜산 집회, 세 번째…… 마지막 집회가 바로 이 무산 신녀평이었었소."

 그의 눈 깊은 곳에서 빛무리가 흔들렸다.

 "저들의 말대로라면 여기에 봉신방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소. 늘 모임 때마다 천하십성은 차례로 나타나곤 했었는데…… 이곳 마지막 집회에서는 거의 한꺼번에 나타났다고 하니…… 그 의미가 결코 간단히 보기 어려운 것이지……."

 "당신은 천하십성의 후손인데, 정말 아무것도 모른단 말이오? 선조가 후손들에게 아무것도 남겨두지 않았소?"

 서역법왕의 물음에 남해용왕은 냉소를 흘렸다.

 "그러는 당신은 왜 선대에게서 받은 것이 없소?"

 "불가의 전승(傳承)과 직계손에게 내려가는 것이 어찌 같을 수가 있단 말이오? 자신의 가문에 진전을 남기는 것은 중원에서 흔히 있는 일인데……."

 "갑자기 왜 그런 멍청한 소리를 하는 게요?"

 "멍청이라니……."

 서역법왕이 눈을 휩떴다.

 "그렇지 않고!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왜 봉신지약이 필요하고, 그 오랜 세월 동안 천하십성의 후예들이 천하를 헤맸으며 용화회가 그렇게 잠동(潛動)을 했단 말이오? 그걸 몰라서 그 따위 쓸데없는 소리를 지금 이 자리에서 하는 게요?"

 "움마니반메훔……."

 서역법왕은 길게 진언을 외우며 답하지 않았다.

 쑥스러운 건지 아니면 화를 참기 위해서인지 그 표정으로는 무엇도 추측하기 어려웠다.

 문득.

 "혹시나 했었지만……."

 가마에 몸을 싣고 있던 만박노유가 입을 열었다.

 "혹시나 했더니?"

 긴장된 표정으로 남해용왕이 그를 보았다.

 "으음…… 이곳은 역시 아닌 듯싶소. 용화회에서도 이곳을 비롯한 지난날 모임을 가졌던 세 곳을 샅샅이 조사를 해보았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질 못했었소."

 "그런…… 그런데, 왜 여길 오자고 하신 게요?"

 남해용왕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어차피 방법이 없지 않소? 봉신지약은 두 개가 하나가 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단 말이오."

 "하나만 있어도 알 수 있다고 하지 않으셨소?"

 "가능성을 말했었을 따름이니, 추궁하지 마시오. 천하십성이 어떤 사람들인데 하나로 될 일을 두 개로 만들어 세상에 남겨두었을 것 같소? 봉신지약이 가짜가 아니라면 하나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소. 우리가 가진 것에는 지도가 새겨져 있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보면 볼수록 모호하여 도저히 위치를 찾아낼 수가 없소. 아마 두 개가 합해져야만 하나의 지도가 완성이 될 수 있을 게요."

 "그럼 불가능하단 말씀이오?"

 "또 하나를 찾기 전에는."

 만박노유는 말을 잘랐다.

 "움추 추하우……."

 옆에서 노라마가 그렇다는 듯 머리를 끄덕인다.

 "지금 누굴 놀리자는 말씀이오? 노유께서 아무리 본왕의 선배라고는 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죽이겠소?"

 만박노유는 씨익, 웃었다.

 "죽는 게 겁날 나이는 이미 오래전에 지났소. 어차피 이곳은 확인을 위해서 한 번은 와봐야만 할 곳이오. 지형을 보건대, 봉신지약에 새겨진 곳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이번 발걸음은 충분할 게요."

 "그럼 이젠?"

 남해용왕의 물음에 만박노유는 짐짓 눈을 끔벅였다.

 "음? 기다릴게 아니었소?"

 "기다리다니?"

 "어차피 하나가 없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면 이곳에서 나머지 하나를 기다려야 할 게 아니오? 그러기 위해서 여기에 자리를 잡고 수하들을 끌어 모은 게 아니었단 말이오?"

 "……!"

 그를 보는 남해용왕의 눈빛이 굳어졌다.

 그의 심중을 정곡으로 찔렀기 때문이다.

 "역시 만박노유라는 이름은 그냥 얻은 게 아니시군."

 남해용왕이 조금 싸늘한 음성으로 입을 열자 만박노유는 흘흘 웃음을 흘려냈다.

 "무슨 그런 금칠을……. 이 나이가 되면 모든 게 다 눈에 뵈는 법이오. 그럼에도 천하십성의 의중을 읽지 못하니…… 그게 궁금해서, 과연 그들이 무엇을 얻었는지, 어디로 가버렸는지, 그걸 찾고자 이렇게 자리를 떠나 설치고 다니는 게지만서두."

 그는 휘익, 불어온 바람에 춥다는 듯 어깨를 떨면서 옷깃을 여몄다. 낮지 않은 무공을 지니고 있었지만 무공보다는 아무래도 학문에 전념했던 그인지라 나이가 들면서 무공은 쇠퇴하여 추위를 느끼는 것이다.

 그때,

 "그렇다면 하나 물어보도록 합시다. 정말 나머지 봉신지약을 가진 자가 나타날 것으로 생각하시오?"

 "그때 봉신지약에 감응을 느꼈었다고 하지 않았소?"

 "그랬던…… 것 같았소."

 "그렇다면 나타나야겠지. 그간 살펴본 바에 따르면 봉신지약에는 기묘한 점이 있어서 두 개가 합쳐져야만 효능을 발휘할 수 있으며, 다른 무엇으로도 그걸 대체할 수는 없도록 만들어져 있소. 지도도 마찬가지라서 지세가 희미하게 드러나 있지만 누구도 그 지세를 알아볼 순 없어 가히 신의 솜씨라 할 만하지. 두 개가 합쳐져야만 선이 교차하면서 지세가 드러나고 뭔가 다른 의미가 모습을 드러내게 된 걸로 보이는데 우리 두 사람이 의논해 본 바로는 그게 어떤 진세(陣勢)의 통과 방법인 것 같소."

 "진세?"

 "봉신방이 그냥 존재한다면 용화회 회원들에게 발견되지 않았을 리가 없었겠지……. 아마도 이 세상에 존재한 적이 없었던 그런 진세가 그들이 남긴 유진(遺眞)을 감싸 보호하고 있을 게야.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그처럼 오랜 세월을 두고 천하를 헤매도 종적을 드러내지 않을 수가 있었겠소?"

 그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을 이었다.

 "다른 봉신지약을 가진 자가 나타났다면 그걸 문외한이 가졌을 리는 없을 테니, 그가 봉신지약을 버릴 생각이 아니라면 어쩔 수 없이 나타날 수밖에 없겠지. 그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을 테니까."

 "다른 방법이 없다……?"

 그 말을 되뇌이는 남해용왕의 눈이 침잠히 가라앉는다.

 "움마니반메후움……. 그렇다면 역시…… 그 소문은 우리를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란 말인가?"

 옆에서 듣고 있던 서역법왕이 중얼거렸다.

 "가진 자일 수도, 아닐 수도. 그저 단순히 우리의 발길을 잡아두기 위한 간계(奸計)였을 수도 있을 것이고…… 남은 아이들이 조사를 하고 있으니 곧 보고가 있겠지."

 남해용왕이 대꾸했다.

*   *   *

 감천형은 바람처럼 신형을 날렸다.

 그의 무공은 이미 일취월장하여 지난날 사부의 죽음 이후, 한효월을 처음 찾아갈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진보한 상태였다.

 고수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보면서 심한 자괴감에 시달리던 그는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 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조차

 아끼면서 무공에 매달렸다.

 거기에 그의 진도에 맞춘 한효월의 지도가 간간이 이어지면서 기초가 탄탄했던 그의 무공은 정말 단시간 내에 믿기 힘들도록

 진보한 상태라 그의 신형은 세찬 바람을 일으키면서 숲을 가로지르고 바위를 날아 건넜다.

 그의 행보는 너무 눈에 띄는 것이고, 다른 사람의 눈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행동에 다름이 아니었다.

 평소의 그라면 생각하기 힘든 모습이다.

 '감 맹주!'

 달리는 그의 귀로 전음지성이 파고들었다.

 이처럼 달리는 그의 귓전에다 대고 말하듯 전음을 보낼 수 있는 사람의 무공은 물론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가 달리고 있는 숲 왼쪽에서 회백색 인영이 어늘거린다.

 감천형을 따라 달리고 있는 것은 바로 황엽이었다. 그는 숲의 지형지물을 이용하여 신형을 숨기면서 그를 따라오고 있었다.

 "황 방주님."

 급하게 손짓해서 감천형을 숲으로 불러들인 황엽은 굳은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오?"

 "별다른 일은 아닙니다."

 감천형의 말에 황엽은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물었다.

 "별다른 일이 아니라니? 그런데도 그렇게 날 보라는 듯이 내놓고 마구 달린 거란 말씀이오?"

 미미한 웃음이 감천형의 얼굴에 피어났다.

 "그럴런지도 모르겠군요."

 감천형은 금방 말을 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바로 방주님을 찾지 않았습니까?"

 "나? 나를 찾기 위해서 그렇게 달렸단 말씀이오?"

 "그런 셈입니다."

 아무리 들어보아도 요령부득이다.

 두 사람은 이미 긴밀한 연락 체계를 갖춘 다음이고 이미 수시로 서로의 동정을 알 수 있어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상대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자신을 찾아서 저런 말도 안 되는 일을…….

 "지금 무산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는지 아시오?"

 "많겠지요. 하수라면 아예 따라오지도 못했을 테니…… 몰려든 자들은 모두가 고수일 것이고. 그중 천하십왕의 숫자도 적지는 않을 겁니다."

 "그걸 알면서 이런 식으로 모습을 드러내다니, 왜 이런……?"

 필유곡절이다.

 감천형 같은 사람이 공연히 그런 일을 했을 리는 없다.

 "사숙의 부탁을 받았습니다."

 "사숙의 부탁이라면, 한 공자가 그렇게…… 했단 말이오?"

 "그렇습니다."

 "왜……?"

 "이목을 끌기 위해서라고 들었습니다. 이목을 끌기 위해서는 사실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지요. 저 바람에 황 방주까지 노출이

 되셔서 죄송합니다만……."

 "한 공자는 지금 어디 있소?"

 황엽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곧 도착할 걸로 압니다만, 저도 어디 계신지는 모릅니다. 떠나시기 전부터 좀 다른 사람처럼 행동을 하셔서요.

 지금부터 제가 하는 일은 사숙께서 미리 일러주고 가신 대로 하는 거지요. 순간적인 판단은 제가 해야겠지만……."

 말끝을 흐린 그는 황엽에게 물었다.

 "지금 저들은 어디 있습니까?"

 "저쪽 위 선녀평에 진을 치고 있는데 뭔가를 찾는 것 같소. 적지 않은 인원이 동원되어 움직이고 있는 중이오."

 "저랑 같이 가시겠습니까?"

 "같이?"

 어리둥절했던 황엽은 순간, 미간을 찡그렸다.

 "설마 남해용왕 등을 지금, 찾아가겠다는 말은……?"

 "맞습니다. 그들을 찾아가려고 합니다."

 "그런……!"

 황엽의 입이 마침내 벌어지고 말았다.

 대체 이게 무슨 말도 되지 않는 일이란 말인가.

*   *   *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낮지만 날카로운 음성에는 날이 서 있었다.

 "막지 마. 한 번만 더 내 일에 간섭한다면 아무리 너라도 그냥 두지 않겠다!"

 부해교는 이를 갈며 앞을 쏘아보았다.

 "그냥 안 두면 날 베기라도 할 참이란 거야?"

 "못 믿겠나?"

 냉엄한 부해교의 말에 그의 앞을 가로막은 홍의여인, 운중연 부해옥은 흠칫, 그를 바라보았다. 너무 뜻밖의 말이었기에.

 자신을 쏘아보는 부해교의 눈빛이 이글이글 끓고 있었다.

 "왜지? 무엇 때문에 할아버지의 명을 어기고까지 여길 빠져나가려는 거야?"

 "명을 어기는 게 아냐. 누가 봉신지약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볼 생각일 뿐이다. 여기 이대로 하릴없이 기다리는 것보다는 그게 훨씬

 나아. 이 산골에 틀어박혀서 바깥의 정보를 놓치면 자칫 큰 실수를 하게 될런지도 몰라. 비켜!"

 부해교가 싸늘히 억눌러왔다.

 부해옥은 살기를 느끼고는 미간을 찡그렸다.

 "그런 일이라면 왜 할아버지의 허락을 받지 않고 가려는 거지? 설마 할아버지께서 네가 생각한 걸 생각하지 못한다고 하진 않겠지?"

 "이 계집애가 끝까지……."

 부해교는 수중의 만보풍운선을 움켜쥐면서 한 걸음 성큼 나섰다. 삼엄한 기세가 살기를 품고 일었다.

 하지만 부해옥은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흥, 내가 네 헛소리 뒤에 숨은 진짜 이유를 모르리라고 생각해?"

 "진짜 이유라니?"

 "한효월."

 그녀의 말에 부해교의 얼굴이 굳어졌다.

 "호호호…… 거봐? 맞지? 넌 지금 한효월을 찾아보려는 거야. 거기에 더해 미처 요리를 만들지 못한 독고경을 찾아볼 생각까지……

 멍청하긴! 지금 그게 가당키나 해? 한효월이나 경매는 현재의 네가 넘볼 수가 없는 존재란 말이야. 그걸……!"

 부해옥의 안색이 급변했다.

 부해교의 만보풍운선이 사납게 그녀를 쳐오고 있었던 것이다. 막거나 피하지 않는다면 정말 큰일 날 기세로서.

 "날 죽일 셈이야?"

 그녀가 빙글 몸을 돌려 옆으로 황급히 물러나면서 소리쳤다.

 "한 번만 더 막는다면!"

 부해교가 물러난 그녀를 통과하면서 말했다.

 "미쳤군. 네 맘대로 간다면……."

 말하던 그녀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앞으로 걸음을 떼어놓던 부해교도 걸음을 멈추었다.

 "남해용왕 선배께 안내해 줄 수 있겠나?"

 난데없이 들려온 소리.

 그들이 있던 곳은 선녀평의 입구 좁은 길. 그 길의 한쪽은 절벽에다 바윗덩이들이 제멋대로 이리저리 부비고 서 있고 다른 한쪽은

 짙은 숲이라 사람이 다니기조차 어렵다.

 하지만 그 길을 조금 벗어나 숲에서 다투고 있던 두 사람은 한 사람이 겨우 걸을 수 있는 그 길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오고 있는

 사람 하나를 볼 수 있었다.

 그가 누구인지 두 사람은 알고 있다.

 '패도 감천형…….'

 그를 발견한 부해교의 얼굴이 싸늘히 식었다.

 "혼자 여기까지 오다니, 간이 부었군……."

 그의 중얼거림에 어느새 그들의 앞에 당도한 감천형은 미소를 지었다.

 "혼자 오면 안 된단 말인가?"

 "건방진…… 누구에게 하대를!"

 부해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남해용왕 부 선배와 내 사부님이신 건곤무적께선 동배이셨다. 그래도 왜 하대를 받는지 모르겠단 말이냐?"

 "같은 반열로 일컬어졌을 뿐이지, 어떻게 해서 동배란 말이냐!"

 "하하…… 억지를 쓸 참이냐?"

 "강호에서 필요한 것은 힘이지, 입이 아니다!"

 부해교가 다짜고짜 감천형에게 만보풍운선을 쳐냈다.

 만보풍운선이 무서운 기세를 일으키면서 벼락처럼 반 장가량의 거리에 있던 감천형을 찔러갔다.

 번개처럼 번뜩인 그 한 수는 찰나간에 감천형의 가슴을 찔렀다.

 하지만 일은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감천형은 손에 들었던 패도를 뽑지도 않았다. 그저 칼집째 들어 올리는 동시에 조금 몸을 비틀었을 따름이다.

 그 묘한 동작에 패도의 칼집에 부딪치며 만보풍운선은 튕겨져 나가야 했고 부해교 가슴의 허(虛)가 여지없이 드러날 판.

 부해교의 입에서 냉소가 터져 나왔다.

 슬쩍 섭선을 거둬들이는가 싶더니 이내 촤악, 소리와 함께 펴든 섭선을 비틀어 경력을 뿜어내면서 패도를 쥔 손을 잘라갔다.

 그 초식의 변화는 눈부신 바 있어 과연 명가의 솜씨.

 그런데 그때 감천형은 오히려 한 걸음을 앞으로 성큼 나섰다. 동시에 내밀었던 패도를 조금 더 치켜 올렸다.

 그렇게 되자 패도는 손잡이째로 만보풍운선을 쳐 올리게 되었다.

 그의 변초 또한 너무 빨라 쭉 밀어낸 만보풍운선을 그냥 쳐 올린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팡!

 둔탁한 소리와 함께 만보풍운선을 튕겨낸 감천형은 낭패한 기색인 부해교를 향해 냉정한 음성으로 말했다.

 "재롱은 집에 가서 부리도록. 네 할아버지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면 넌 죽었다."

 그의 말에 부해교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즉각 반발을 하면서 재차 공격을 시도해야 했지만 만보풍운선이 위로 튕겨져 나가는 순간에 가공할 살기가 감천형에게서 뿜어져

 나왔던 것이다. 그것은 무서운 예기로서 부해교를 짓눌렀고 감히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미 선기를 잃어버린 채로 상대에게 제압을 당한 것이다.

 여기서 벗어나려면 강렬한 투기(鬪氣)를 뿜어내어 상대에게 대항하면서 재차 공격을 감행해야 하는데 감천형은 그런 여지를 전혀

 주지 않았다. 그가 움직이려고 한다면 그 순간 감천형은 살수를 발동할 것이었기 때문이다.

 '마, 말도 안 돼…….'

 부해교의 얼굴이 참혹하게 일그러졌다.

 그의 무공으로, 어떻게 싸워보지도 못하고 상대에게 제압을 당한단 말인가?

 그 놀라운 할아버지와 맞서도 백 초는 충분히 버틸 수 있다고 자부했던 자신의 무공이었는데…….

 그렇다면 감천형의 무공이 이미 남해용왕을 넘어섰단 말인가?

 그 광경에 부해옥의 얼굴도 굳어졌다.

 그녀도 이런 결과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물러나요!"

 창!

 그녀가 등 뒤에 멘 쌍검을 뽑으면서 소리쳤다.

 부해교는 밉든 곱든, 그녀의 형제인 것이다. 팔이야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다.

 "싸우자고 온 게 아니니 검을 거두시오."

 감천형은 무거운 음성으로 말하면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부해교는 그 무서운 기세의 짓눌림에서 벗어나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다음 순간에 급급히 뒤로 물러나 자세를 가다듬었다.

 그는 자신의 이 창피를 도저히 인정할 수가 없었다.

 감천형의 무공 수위는 이미 세상에 알려진 바다. 절대로 자신의 위가 아닐 것이다. 그런데 그 무공에 일초라니?

 일그러진 얼굴로 그가 만보풍운선을 움켜쥘 때였다.

 "교아, 그를 데리고 오너라."

 냉정한 음성이 들려왔다.

 그것이 누구의 것인지 잘 아는 부해교는 일그러진 얼굴로 횅하니 신형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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