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것
퍽, 모진 손길에 율의 고개가 돌아간다. 얌전히 머리를 들자 이번엔 반대편으로 얼굴이 꺾인다. 그리고 다시, 또다시. 연거푸 서너 번을 매질한 황제가 그러고도 분이 안 풀리는지 오만상을 찌푸렸다.
“물러가라, 더러운 것.”
“……예, 폐하.”
황실의 장자가 온 신하들이 도열한 곳에서 얻어맞는데 누구 하나 말리는 이 없었다. 하물며 그리 얻어맞은 죄라는 게, 황제가 황후와 후원 나들이를 하던 중 불시에 마주쳤다는 이유였다.
황제가 장자를 싫어하다 못해 혐오하는 날은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대외적으로는 율이 지나치게 무능력하고 못나서 부끄러운 까닭이라 하였으나, 조금만 눈치 박힌 이들이라면 죄다 알았다. 황제의 첫아들이 온전한 ‘아들’이 아니기 때문임을.
서룡국. 용이 깃든 나라.
용이 인간 모습으로 강림하여 나라를 세우고 후계를 이었을 때부터 서룡국 황실은 근친혼을 자행해 왔다. 철저히 유전으로만 전해지는 ‘용의 피’를 보존하고자 함이었다.
그 피의 근원이 용이란 걸 증명하듯, 실제로 나무와 바람, 비와 구름 등 신묘한 능력을 지닌 초월자가 짙은 혈맥 속에서 종종 등장하곤 했다. 그로 인해 서룡국 황실은 타국에 비해서도 근친혼의 역사가 깊고 길었다.
그러나 고인 피는 언제고 썩기 마련.
동복, 멀어야 이복 동기, 간혹 사촌 이내에서만 섞었던 피는 대를 거듭할수록 기이한 유전병을 낳았다. 신체 일부 중 떨어져야 할 게 붙어 있거나, 있어야 할 게 없거나. 여성기와 남성기가 공존하는 증상 역시 잘 알려진 부작용이었다.
요컨대 황제는 제 아들이 흠결을 가지고 태어난 사실이 못마땅한 것이었다. 그것도 일편단심 은애하는 정비와의 첫 아이가.
그러잖아도 손 귀한 황실에, 현 황제가 즉위한 지 십 년이 지나도록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던 차였다.
황제는 완벽하지 않은 아기에게 분노했다. 자신이 씨를 뿌린 밭이 이복 누이라는 점은 전혀 중요치 않았다. 그는 근친혼에 아무런 거리낌 없는 서룡국 핏줄이었고, 본인 또한 가까운 친족 간의 산물로서 멀쩡히 태어난 바 있었다.
그러니 이는 어미의 배 속에서 모자라게 빚어진 아이의 죄.
즉, 날 적부터 죄를 짊어지고 난 ‘더러운 것’이다.
그 당시 황실에 아이가 하나만 더 있었더라도 율은 일찌감치 죽은 목숨이리라.
“휴…….”
종종걸음으로 황제의 편전을 빠져나온 율은 괜스레 써늘한 목뒤를 매만졌다. 오늘따라 격하게 맞은 탓인지 꼭 죽다 살아난 기분이었다. 귀뺨만 쳐서 다행이지, 분을 못 이긴 황제가 황좌 뒤에 떡하니 걸린 거도를 빼 들어 기어이 제 목을 쳐 버릴까 봐 그 자리에서 지릴 뻔했다. 아니, 아주아주 조오금 지린 것도 같다.
‘한동안 꿈자리가 뒤숭숭하겠네.’
어릴 때부터 황제의 눈에 걸린 날이면 잠자리가 편치 못했다. 목이 뎅겅 썰려 흙바닥에 머리가 처박힌 채 위에서부터 서서히 무너지는 제 몸뚱이를 보는 꿈은 너무 숱하게 꿔서 지겨울 지경이었다.
이따위 환경에서 여태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건 절반이 운, 나머지 절반이 친모인 황후 덕분이었다. 천만다행히도 황후에겐 측은지심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모후 폐하께 가고 싶은데…… 들키면 경을 치겠지.’
터덜터덜, 갈 곳 없는 밥버러지가 향한 장소는 결국 제 거처의 뒤뜰이었다. 궁의 뒤꼍을 두르는 무성한 숲. 밤에는 산짐승도 심심찮게 나다니는 커다란 산의 초입이 황자만의 비밀 공간이었다. 율의 거처엔 가뜩이나 사람이 없었는데, 항시 그늘지고 으스스한 땅에 걸음 할 자가 있을 리 만무했다.
몸통 굵은 나무가 빼곡히 들어찬 숲은 대낮에도 묘하게 어둑하니 을씨년스러웠다. 두툼한 잎 사이로 햇살이 바늘처럼 잘게 쪼개져 들어오는 탓이다. 평소 같으면 근처 기둥 아무 데나 적당히 걸터앉았겠으나 오늘은 일부러 좀 더 걸었다. 빽빽한 숲길을 한차례 지나고 나면 땅이 옴폭 팬 곳이 나오는데, 그 중앙에 제법 큼직한 연못이 있었다.
그곳에서 따끔한 얼굴도 적시고 해 저물 무렵까지 노닥거릴 요량이었다. 구멍 두 개 가진 괴물 황자가 아비에게 두들겨 맞았다는 소문이 지금쯤 황궁 안을 한 바퀴 짜하게 감았을 텐데. 지금 제 거처로 가 봐야 눈칫밥이나 한숨밖에 더 먹을까.
꼴에 비단신 신었다고 걸음걸이가 아장아장, 진정 모자란 놈처럼 걸을 때였다.
“앗!”
“읏차.”
나무뿌리인가, 사람의 발인가. 하여간 발목 한쪽이 제대로 걸려 앞으로 기우뚱 중심을 잃었다.
꼴사납게 넘어져 얼굴이 갈릴 바엔 차라리 뺨 싸대기가 낫지! 눈을 질끈 감은 율이 나자빠지기 직전, 옆에서 불쑥 튀어나온 팔 두 개가 율을 홀랑 잡아챘다.
“안녕, 전하.”
“너, 너어어……!”
“서방님한테 너라니. 혼나야겠구먼.”
한쪽 팔에 야무지게 율의 엉덩이를 받쳐 안고 남은 팔로는 허리를 움켜쥔 사내.
금원후가 장난스레 눈을 빛내며 씩 웃었다.
율은 안도하는 마음 반, 울컥 열받은 마음 반으로 목에 핏대를 세웠다.
“놀랐잖아!”
“그럼 놀라라고 발 걸지, 웃으라고 걸까?”
“다치면 어쩔 뻔했어.”
“못난 얼굴이 더 못나지겠지.”
아우, 저, 저……! 말이나 못 하면!
내가 다리 걸었소, 뻔뻔하게 지껄이는 작태로 모자라 능글맞게 사람 열을 채우니 율도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아비란 작자에게 얻어맞기 전부터 쌓인 울분이 일시에 왈칵 터져 나왔다.
“이딴 못난이 잡기는 왜 잡니? 콱 죽어져라 하지!”
씨익, 씨익. 홧김에 터뜨린 것까진 좋았으나 곧장 닥치는 감정이 서러움과 후회라, 율은 그만 코를 훌쩍이며 울고 말았다.
“힝…….”
“염병. 우는 거요, 지금?”
야단났네. 인상을 팍 쓴 금원후가 뜨끈한 뺨을 입술로 깨물었다. 부들부들한 감촉에 섞여 든 짠맛이 혀 돌기에 옮아 밴다. 그 은은한 맛이 은근 별미라. 그는 황자의 귀뺨이며 턱, 통통한 입술 할 것 없이 싹싹 핥아 먹고 입질했다.
“보지 먹는 거 같다…….”
“그, 그마, 읏! 아파!”
급기야 턱 아래 여린 살을 깨물린 율이 원후의 얼굴을 밀어냈다. 그랬더니 손가락마저 개처럼 물고 빠는 게 아닌가.
허리를 받쳤던 팔은 어느새 떨어져 옷고름을 풀어헤치고 있었다. 앗 하는 사이에 성큼성큼 가림막을 젖히고 기어이 맨살을 더듬는다.
여느 남성에겐 없는, 작지만 볼록한 젖이 사내의 손바닥에 짓뭉개졌다. 가칠한 살갗에 마찰되는 젖알이 저릿저릿해 율은 목울음을 삼켰다.
그 꼴을 목도한 금원후가 찬웃음을 흘렸다.
“하여튼 사내 후리는 데 도가 튼 년…….”
“아, 아흐, 응! 내, 내가 무슨, 앗!”
“내가 전에도 함부로 울지 말라 한 적 있소, 없소. 새빨갛고 즙 나오는 살 빨아 먹는 게 보지 생각난다, 울지 마라. 분명 그리 일렀을 텐데?”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워낙 입버릇 더러운 녀석이었다. 이래도 보지 생각난다 하고, 저래도 보지를 들먹이는 변태 놈이 하는 말 따위 누가 귀담아들을까 봐. 처음엔 뭐든 꾸닥꾸닥 그러마 했던 바보 황자도 놈의 말은 한 귀로 흘리게 된 지 오래였다.
율은 깨물린 볼을 감싸 문지르며 훌쩍였다. 무인의 입술은 압력도 다른지 물린 부분이 얼얼했다. 제 볼에 무슨 죄가 있다고, 오늘 여러모로 고생이다.
“흐윽……. 흑. 아파, 아파…….”
“하아…… 안 되겠소. 잠깐 얼굴만 보고 갈랬더니 이 허벌 보지로 또 누굴 후릴까 걱정돼서 갈 수가 있어야지.”
입매를 삐뚜름하게 비튼 그는 율을 들쳐 메고서 곧장 보이는 나무 위로 올라갔다.
“히, 히익!”
거꾸로 떨어지면 대번에 목이 꺾여 뒈질 높이였다. 울보답게 겁이 많아 퍼렇게 질린 율이 허둥지둥 원후에게 매달렸다. 하도 놀라 눈물은 쏙 들어가고 딸꾹질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흐끅! 워, 원후야, 욱!”
“우리 갈보 형님, 아우가 그리 좋소.”
그래그래, 제게 매달리는 몸뚱이를 대충 두드리며 두툼한 가지에 그를 앉힌 원후가 느닷없이 율의 등을 아래로 떠밀었다.
“……!”
너무 놀라면 비명조차 안 나오는 법이다.
발밑이고 뭐고 디딜 받침 없이 훌러덩 낙하하는 제 모습이, 율은 거짓말 같았다. 마지막 순간이어서일까. 아니면 죽는 느낌이 원래 이런가. 낙하 속도가 무척 더딘 기분이었다.
그래, 오늘 내도록 재수 옴 붙었다 싶더니 내 명줄 다하는 날이었구나. 이왕 뒈질 거 즉사하게 해 주십시오.
허나 눈을 꼭 감고서 속으로 온갖 상념을 풀어내던 율에게 이내 닥친 감촉은 차가움과 축축함이었다.
“……아?”
팔락, 팔락.
“하하, 뒈지는 줄 알았소?”
떨어지는 것은 아침에 직접 주워 입었던 바지와 속곳 등 아랫도리 일체.
대못같이 두껍고 단단한 손이 허공에 거꾸로 매달린 하체를 움켜잡았다. 토실토실한 궁둥짝을 쫙 벌려 쥐더니 분홍빛 앞보지에서부터 뒷보지까지 냅다 일직선으로 핥는다.
율은 그 상태로 사내의 혀가 제 공알을 쫍쫍 물고, 보지 길을 사악사악 핥고, 야무지게 오므린 뒷구멍을 꾹꾹 짓누르는 걸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러다 꾸욱, 요망한 혀가 뒤쪽 육벽을 마침내 후벼 대자 서서히 상황을 파악했다.
“이, 이……!”
또 속았어!
금원후는 환장하게도 바람 술사였다. 그뿐만 아니라 물과 나무, 비와 구름 또한 척척 다루었다. 서룡국 천년 역사를 전부 통틀어도 그처럼 다재다능한 이는 드물리라. 정작 저 상놈은 그 귀한 능력을 남 놀리는 데 쓰지만 말이다.
극도로 긴장했다가 확 풀어진 몸체는 불행히 사내의 혓바닥을 평소보다 예민하게 받아들였다. 율은 뭐라도 잡고 싶어 팔을 허우적거렸다. 하지만 그럴수록 후장을 푹푹 쑤시는 혀 놀림만 거칠어질 뿐이었다.
이윽고 손가락 두어 개가 보지 구멍을 눌렀다. 찔걱, 찌걱, 쯥, 즈읏. 찐득찐득한 소리가 푹 퍼진 보지 상태를 알렸다.
금원후가 낄낄 웃다 혀를 찼다.
“이거 봐. 뒈지기 직전인데도 보짓물을 이따위로 지리는데 내가 어떻게 안심해? 아니 그렇소, 형님?”
“흐으으, 읏, 하아! 아!”
저릿저릿, 찌릿찌릿. 푹푹팍팍 쑤시는 손놀림에 원망이 한가득 쌓이고 있건만 신체의 반응은 심리와 반대로 논다. 등줄기가 사정없이 튀며 내벽을 자극당한 안쪽이 어서 해방감을 맞고 싶다 징징 울어 댔다.
“하으읏! 후으, 응!”
“싸고 싶으면 싸도 되는데 위치 잘 봐 가면서 지리시오.”
그게 뭔 말인가 되물을 필요는 없었다.
뚝, 뚝.
마찬가지로 땅을 향해 발기한 좆, 거기서 떨어진 물이 율의 얼굴과 가슴에 부닥쳤다. 뭘 싸든 일차 방벽은 제 몸뚱이인 것이다.
“후, 후야. 나, 나 좀―.”
“올려 줬으면 싶소?”
“으, 흐윽, 응! 제, 제발.”
“올려 주면 앙탈 안 부리겠다 약조하고?”
앙탈이라 함은, 하지 마라 그만해라 하는 습관적 비명이었다.
이만하면 저도 어지간히 나락으로 떨어졌다 확신한 율이었다. 헌데 저 변태 놈 하는 짓이 하도 상스러워 매번 상상을 초월하는 걸 어쩌나. 거기까진 정녕 안 되겠다 싶어 막은 것을, 저놈은 퍽 불만스레 여겼더랬다.
“싫으면 이대로 하고. 보짓살 풍경이 장하니 나는 만족하오.”
“아, 알았어! 너,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마지막 말은 도무지 뱉기 싫은 심정 끝에 비어져 나왔다. 하지만 그가 손을 뻗어 주며 순식간에 기댈 것이 생기자 그 마음은 안도의 한숨으로 쓸려 사라졌다.
원후는 애액으로 젖은 손을 쪽 빨았다. 폭신폭신한 보지 질감이 느껴지는 맛이다. 이리 적셔도 원후의 대물을 맘대로 쑤셔 넣기엔 좁은 집이었다.
‘이거 원, 대물로 확장 공사를 시켜 주면 뭐 하나. 또 좁아지는데.’
큰 방을 줘도 자긴 여기 구석이 좋다며 구질구질하게 돌아가는 성미랑 어째 일맥상통하는 것 같기도 하고.
“자아, 안아 줄 테니 겁먹지 말고.”
원후는 바들바들 떠는 율의 등짝을 제 가슴팍에 붙였다. 품에 폭 들어와 여러모로 안기 좋은 몸이었다. 허벅지를 못 닫도록 종아리를 무릎에 걸어 벌리자 떨어질 것 같았는지 팔을 꼬옥 잡는다. 귀여워서 심장이 다 간지러웠다.
그는 아까 만지다 만 젖을 움켜쥐었다.
“아응, 히윽!”
“내 손에 낙낙하게 차기엔 젖이 한참 작소. 애를 배야 더 커지려나…….”
“으으응, 아, 안―.”
“안, 뭐? 젖물 놀이 당하고 싶다고?”
“흐끅!”
안 된다고 하려던 율이 제 입 구멍을 틀어막았다. 차라리 보지가 쑤셔지는 게 낫지, 좆으로 가슴을 농락당해 젖꼭지에서 정액 우유를 뚝뚝 떨어뜨리는 꼴은 사양이었다.
“읏차.”
만지다 보니 진짜 빨고 싶어진 원후는 율을 제 무릎에 옆으로 앉혔다. 앵두같이 통통한 젖부리가 사내의 입을 기다리며 심지를 세우고 있었다.
“후으응, 아!”
진작 사내 손을 타 불그스름한 젖꼭지가 원후의 잇새에 걸렸다. 몽글몽글하면서도 단단한 살덩이를 질근질근 씹으며 원후는 보짓살을 벌렸다. 아까부터 아프게 발기한 용체가 더는 못 기다리겠다고 성화였다.
푸욱, 푹.
“하앙!”
“큿…….”
좁디좁은 방구들. 입구가 터져 나가도록 거대한 양물이 육벽을 짓이겼다. 율의 얄팍한 뱃가죽이 살짝 융기하여 좆의 위치를 적나라하게 비쳤다.
워낙 자그만 체구였다. 그 몸에 달린 보지는 더더욱 작고 속이 좁아 매번 원후의 속을 썩였다.
그는 삽입한 채로 율의 몸을 돌려 나무 기둥을 잡게 했다. 율이 훌쩍훌쩍 울며 기둥을 부둥켜안자, 기다렸다는 듯 허리를 쭉 뺐다가 끝까지 들이쳤다.
“하아! 학, 아으응, 히익!”
퍽, 퍽, 퍽. 퉁퉁 부은 음핵을 세게 비비고 꼬집고 손끝으로 긁으며 푹푹, 콱콱 찧어 댄다.
주인을 알아본 내벽이 물기 찹찹한 상태로 원후를 꼭 죄었다. 오물오물 씹어 먹듯이 삼켜 종국엔 뿌리까지 받아 내는 굴이다. 굳이 따지자면 용굴일까. 좁은 듯하여도 깊고 길어서 용신이 충분히 용체를 뉠 수 있는 그런 굴.
원후는 저가 직접 길들이고 파낸 용굴에 선선히 몸을 묻었다. 귀두구에서 질질 흐르는 물도 거리낌 없이 처발랐다. 찹찹, 착, 짝. 접합부가 달라붙었다 떨어지는 소리가 점점 요란해졌다. 그러다 우지끈, 두 명분의 몸무게를 받친 나뭇가지가 위험 신호를 보내왔다.
“후으, 흑, 으으. 나, 나무우―.”
“뭐? 나무랑 씹질하고 싶어?”
“악! 앗, 아아!”
별안간 화딱지가 난 상놈이 율의 가는 발목을 뒤로 확 잡아챘다. 바람으로 받쳐 주지 않아 두 다리가 가랑이에 낀 나무를 두고 덜렁거렸다. 원후는 색사 중에 다른 곳으로 정신 팔린 율이 괘씸했다.
“좆 먹으면서 다른 좆을 생각하다니 얼마나 헤픈 갈보가 돼야 정신 차리려오.”
“아! 앗, 원, 후! 이, 이거 싫…….”
“싫긴 뭐가 싫어? 딴 데 정신 판 주제에.”
가볍게 벌줄 요량으로 보지 구멍에서 좆을 빼 버렸다. 그러곤 얄쌍한 허리를 잡아 음핵이 있는 곳을 가지에 슥슥 비볐다. 기묘한 쾌감이 이는 게 눈에 훤한데 느끼지 않으려 입술을 꼭 깨문 표정이 볼만했다.
“흐윽…… 허어엉, 원후야아…….”
“하…… 이 요망한 년을 대체 어째야 하지.”
울지 마라, 울면 보지 생각난다, 노래를 불러도 도통 말을 처들어 먹질 않는다. 실은 물기에 함빡 젖어 뜨끈뜨끈, 흐물떡한 피부며 말캉한 살맛이 어찌나 사내를 동하게 하는지 죄다 눈치 깠으렷다?
괘씸하다, 괘씸해.
원후는 보지에 비해 빡빡한 뒷구멍을 귀두로 쿡쿡 눌렀다. 다신 다른 생각 못 하게 매를 쳐야겠다.
“아! 아, 파아……!”
“아프긴 한갑소? 난 또 나무랑 씹질하느라 정신없는 줄 알았지.”
푸욱! 주먹만 한 귀두가 주름을 깔끔히 펴며 내장을 쭉쭉 밀었다. 야들야들한 맛으로는 앞보지만 못해도 뒷구멍은 매번 처녀를 따먹는 것처럼 조이는 맛이 있었다.
‘이 크기를 문제없이 삼키는 데서 이미 보지가 다 됐지만.’
“아아……!”
이 봐라, 좆 넣었다고 바로 싸는 것 좀 보라지.
“나무가 그리 좋소. 원, 섭섭해서야.”
토라진 척 부루퉁하게 말하자 율이 굵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아, 아니. 아니야아―. 흑…… 허어엉.”
“형님…… 너 진짜 죽고 싶지.”
울지 말라니까 왜 말을 안 들어.
세 번째 울음은 원후도 도무지 참기 어려웠다. 그는 양손을 앞으로 불쑥 뻗어 율의 젖을 손잡이처럼 잡았다. 때마침 우지끈, 또 한 차례 울린 소리가 좆질의 신호탄이 되었다.
“앙! 아, 하아, 앗! 후으, 흣.”
“씹…….”
앞보지에 자궁이 있다면 뒷보지엔 결장이 있다. 암컷 내장을 후비는 데 도가 튼 좆이 좁고 말캉한 안을 들쑤셨다.
“아아아!”
핏, 픽. 보지인지 자지인지 혹은 양쪽 다인지, 율이 씹물을 지렸다. 그 물이 뒷구멍까지 흘러와 자연스레 대못을 적신다. 원후는 달큼한 씹물과 쫀득한 내장이 저를 쥐어짜는 걸 느끼며 입맛을 다셨다.
여기서 젖물만 나오면 완벽한데.
금율처럼 씹보지가 사람 꼴을 한 종자는 원후로서도 처음이었다. 그런 만큼 계속 씨를 뿌리다 보면 언젠가 가능할 것 같다는 기분도 착각은 아니리라.
쩌억, 쩍, 즈읏, 쪽……. 살집 탱탱한 엉덩이와 합이 좋은 좆이 만나니 접합부에서 입맞춤과 비슷한 소리가 났다. 그 소리가 퍽 기분 좋아 원후는 이쯤에서 이 발칙한 년을 봐줄까 싶었다. 아래위로 실컷 지렸으니 허접한 체력에 더 견디지도 못할 테고.
우지끈!
결국 부러져 쓰임을 다한 가지 또한 원후더러 다음을 기약하도록 했다.
“아악!”
몸이 이어진 채 나무에서 떨어진 율이 공포감에 벌벌 떨었다.
“후야, 후야!”
꽈아악, 온몸을 수축하는 압박감.
원후의 동공이 순간 세로로 길어졌다. 그는 뒤통수가 저릿한 기분을 맛보며 땅에 닿기 직전 앙큼한 놈을 팔 안에 턱 가두어 잡았다. 팔에 양 오금을 건, 아이 오줌 뉘는 자세였다.
천상이 따로 있더냐? 말캉한 구멍에 좆 꽂은 감촉이 다름 아닌 천상의 맛이다.
그는 더 이상 저어하지 않고 맛 좋은 보지 가득 귀한 용정을 담아 주었다. 세로로 가늘어졌던 동공도 그걸로 만족했다는 듯 사람 꼴로 복귀해 왔다.
뷰릇, 뷰르릇. 질펀하게 싼 정액이 구멍 틈새로 비직비직 흘러내리던 때.
“하아아…….”
졸졸졸……. 뒤늦게 안심한 율에게서 뜨끈한 생의 증거가 힘 잃은 분수 줄기처럼 쏘아져 나왔다. 원후가 말랑한 좆을 함부로 만졌다.
“쉬이이…… 잘도 싸네, 우리 형님.”
“아흑! 흐윽…….”
“내 보지답소. 이왕 지리는 거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는 점이.”
“너, 너어― 진짜…….”
뭐라 말하려던 율은 그만 입을 닫고 사내의 가슴에 온몸을 맡겼다. 완전히 힘을 풀고서 축 늘어지기 무섭게 끈 떨어진 인형처럼 새근새근, 죽음 같은 수마에 빠졌다. 혼신의 힘으로 끌어모은 체력까지 죄다 빨렸음이라.
픽, 실소한 원후는 한 팔로 가볍게 황자를 들어 좆을 빼냈다. 주욱 빠지던 좆이 마침내 입구를 벗어나자 율의 배 속을 잠식했던 씨물이 앞다투어 하강했다. 물론 그 와중에 새지 않고 자리를 튼 놈도 있다. 썩 근성 있는 녀석으로 봄 직해 그는 구태여 나오라 재촉하지 않았다.
저러다 애가 될 것이면 계속 머무르고 아니면 나오겠지. 그는 늘 바라던 일은 뭐든 이뤄 온 자였다. 그러니 제 뜻을 담은 용정 또한 주인의 뜻을 따르리라.
남자치곤 작달막한 몸을 안고서 잠시 걸었다. 주변 풍경이 빠르게 바뀌며 연못가가 나타났다. 율이 애초에 가고자 했던 목적지였다. 원후는 안고 있던 사내를 연못에 그대로 빠뜨렸다.
이것 참 기이한 일이다.
보통이라면 물보라가 일며 장히 마찰을 빚었어야 할 물이 율을 부드럽게 받아 삼켰다. 정작 율은 자신이 물속에 들어온 줄도 모르고 쌕쌕 곤한 잠을 잤다.
이윽고 원후가 서 있던 자리엔 비단 옷가지뿐, 연못이 기묘한 흰빛으로 일렁거렸다. 구불구불 똬리를 튼 몸집이 연못을 가득 메워 마치 연못 물이 새하얀 듯 보였다.
대충 자리 잡은 물속에서 세 발가락을 쫙 핀 ‘그것’은 어느새 율을 아우르고 있는 동그란 구체를 움켜쥐었다. 그 모양이 꼭 용이 여의주를 잡은 행색과 비슷했다.
톡, 기다란 주둥이가 뽀뽀하듯 구체를 툭툭 친다.
울보 황자가 깨어 있을 땐 하지 못한 말.
「흥…… 못난이 좋아하네.」
“이딴 못난이 잡기는 왜 잡니? 콱 죽어져라 하지!”
못된 소리를 하고 곧장 힝힝 울지 않았다면 지금쯤 어떻게 됐을까?
모를 일이다. 어쨌든 이 울보가 울 만한 일이 일어나긴 했겠지.
살랑살랑, 좁아터진 곳에서 겨우 꼬리를 흔든 그는 저 또한 늦은 휴식을 취할 요량으로 눈을 감았다. 아직은 누구도 모르는 비밀 속, 한가로운 한때였다.
***
금원후는 저녁상을 받기 전 율을 침전으로 옮겨 놓았다. 곤히 잠든 꼴을 보아하니 누가 업어 가도 모를 지경이었다.
속 편하게 잠든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얄밉기도 하고…….
뽀얀 볼을 칵 깨물면 아앙 우는 소리를 내겠지. 그것도 좋겠지만 쌔액쌔액 숨을 내쉴 때마다 하늘하늘한 속눈썹이 팔락이는 모양하며, 제 몸 맡긴 이를 믿는다는 듯 답삭 기댄 분위기가 마음 쓰여 끝내 쩝, 입맛만 다시고 마는 것이었다.
“전하, 저녁상 들었사옵니다.”
마침 시비가 끼니때를 알렸다. 그는 얼른 안개로 분해 병풍 뒤에 모습을 숨겼다. 궁 어디든 제집처럼 노니는 금원후지만, 실상 그의 존재를 누구에게도 보여선 안 되었다. 들키면 그자의 입을 목숨으로 막되 그러지 못할 경우 반드시 윗선이라는 곳에 보고해야 했다.
‘인간 놀이도 여간 귀찮은 게 아니구먼.’
주인의 대답이 없음에도 궁녀 두엇이 그대로 들어와 작은 상을 놓고 나갔다. 율을 깨우긴커녕 밥은 줬으니 먹든가 말든가 알아서 하라는 태도였다. 음식이 식을 것도 저들 알 바는 아닐 테다.
오만방자한 작태에 원후가 혀를 찼다.
“거참, 버르장머리하곤.”
시비들마저 율을 무시하는 게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황제부터 아들을 외면하니 율이 철들기 전부터 이미 천것들 발에 채는 공이었음이라.
귀한 몸더러 ‘그리 귀하면 손수 네 몸 챙기지 그러니’ 하고 하나둘 툭툭 차기 시작한 게 어느새 여기까지 다다랐다. 그마저도 종놈 하나가 황후에게 된통 걸려 사지가 찢긴 탓에 돌보아 주는 시늉이나마 하게 된 터였다.
금원후는 조금 전에 나간 이들의 면상을 기억해 두었다. 곱게 살지는 못하리라.
천것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헤헤 웃는 이놈도 이놈이다. 실상 그 점이 제일 속 터진다.
그는 더 생각하지 않고 세차게 손을 내저었다. 계속 생각했다간 끝내 이놈을 쥐어짜든가 잡것들 목을 비틀든가 둘 중 하나는 이룰 참이었다.
무언의 명에 따라 사위는 곧 희뿌연 연기로 뒤덮였다. 연기의 정체는 저 먼 하늘에 둥둥 떠 있어야 할 구름이다. 구름에서 일부가 똑 떨어져 나와 저들끼리 뭉쳐서 그릇 덮개가 되고, 나머지는 문과 벽 틈새에 스며 아교처럼 달라붙었다. 이 연기가 머무는 한 누구도 쉬이 드나들지 못하고 내실의 소리도 새어 나가지 않을 것이다.
대강 처리를 마친 사내가 율의 곁에 걸터앉았다. 곤히 잠든 이를 내려다보며 묻는다.
“없애 주랴?”
잠든 자는 말이 없고.
“말해 보아라. 네 아비며 형제며, 젊고 늙은 것 구분 없이 널 핍박했던 이들 모두 눈앞에서 치우고 싶지 않느냐.”
그는 요사스레 붉은 입술을 살며시 머금었다. 촉촉한 보지를 맛볼 때처럼 달고 맛있었다.
우응……. 율이 잠결에 반응하며 서방의 혀를 빨았다. 오물오물, 정확히 빨았다고 하기에도 민망한 그 몸짓이 아차, 서방 눈깔 돌게 한 불씨였네.
“하…….”
이쯤 되면 원후도 궁금해졌다. 제 입술 빼앗기는 줄도 모르고 잠든 멍청한 년이 무에 이리 어여쁜 것인지. 입술 좀 빨린 걸로 자면서도 질질 흘리는 년을 어찌하면 좋을지.
‘처음부터 참 요상타 싶긴 했지.’
뭐 이리 요물처럼 생긴 게 있나 싶어서.
소문은 익히 들어 봤었다. 궁에 천자와 황후의 배를 빌어 태어난 요물이 산다고.
사내이되 사내가 아니고 계집이되 계집이 아닌, 구멍 두 개 달린 황자. 당시 사내아이가 하나만 더 있었으면 그 아해는 황자가 아니라 황녀로 자랐으리라, 뭇사람들이 지껄이던 얘기였다.
“구멍 두 개 달린 건 같은 피가 섞인 까닭이지.”
그들이 하는 말을 들을 때만 해도 그저 덤덤히 이유를 따져 대던 금원후였다. 그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요물 황자에 대해 입방아를 찧어 대는지 근본적으로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러다 소문의 요괴를 목전에 두고서야 소문의 이유를 납득했다.
‘은발에 금안?’
기묘하도다.
검은 머리, 검은 눈투성이인 서룡국에서 저 홀로 튀는 색목인이라니. 다만 그 색이라는 게 어지간한 혈맥으론 나올 리 만무한 배합이었다.
화려하게 반짝이는 저것들은 모두 용의 색이었다. 서룡국 시조인 ‘서룡’은 은빛 몸체에 금안을 가진 용이라 익히 알려져 있다. 심지어 황제의 신임을 듬뿍 받는 태자도 똑같은 정궁의 태이되, 금안만 지닌 반쪽짜리였다.
듣자 하니 벌써 스물은 넘긴 어른이시라는데 체구도 자그마하고 외모가 가히 탱글탱글, 번쩍번쩍하니 도저히 성인으로 보이지 않았다. 눈망울은 왜 또 그리 촉촉하고 입술은 붉디붉은지. 군침이 싹 돌며 그 자리에서 아랫구멍 두 개가 어찌 생겼나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게다가 요것 봐라.
요물이 몰래 훔쳐보고 있는 건 다름 아닌 태자 아우였다. 멍하니 넋을 뺀 꼴로 보아 뭔 생각하는지 훤했다. 저를 잡숴 달라 하려던 게지.
“이 쌍년…… 내가 안 나섰으면 어쩔 뻔했어. 털도 안 난 보지 들이밀며 동복동생 씨로 자궁 채웠을 테지?”
그 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눈알을 물에 씻어 다시 끼우고 싶더랬다. 그래, 저건 내가 먹자. 그가 율을 제 보지 삼기로 한 전말이다.
어차피 금원후도 ‘금원후’로 사는 이상 당분간은 조용히 숨죽이고 지내야 할 형편이었다. 위치로 따지면 율과 다르지 않다. 그건 심지어 율과 만나기 전에 결정된 사항이었다.
“이곳에 진정 서룡대제께서 좌정하셨다면 부디 연씨 자손의 원을 들어주십시오. 소인의 뼈와 살을 남김없이 바치니 이 목숨 취하시고 연씨 자손의 몸주가 되어 주시길 비나이다.”
저를 연씨 자손이라 밝힌 남아가 제 몸뚱이를 제물로 소원을 빌었던 그때.
얼추 십여 년은 됐을 것이다. 그가 아직 용으로 존재할 무렵, 연씨 핏덩이가 서룡대제의 묘를 찾은 적이 있었다. 당시 서룡은 대제로서의 역할을 마치고 긴 동면에 빠진 상태였다. 분명 잠들기 전 본신을 깨울 방법을 알려 줬는데, 어째 찾는 이가 없어 잠이나 실컷 잔 터였다.
자는 동안 세월이 얼마나 지났는지, 실상 본신을 부르려 얼마나 많은 이가 피를 흘렸는지 용은 모르는 일이다. 하여간 오랜만에 깨어 보니 웬 꼬마애가 넙죽 엎드려 있더랬다.
용은 비몽사몽간에 아이를 빤히 들여다보았다. 잘 봐 줘야 열서넛, 어리게 보면 열 살 남짓한 아기였다.
살날이 한참 남은 핏덩이가 우째서 대신 살아 달란 원을 비느뇨? 희한타. 사연이나 듣고 보자, 하였더니 남아가 밝히기를,
“소인, 서룡국 태자의 대리 목숨이옵니다.”
대리 목숨? 그것참 흥미롭구먼.
서룡은 잠이 좀 가신 눈으로 아이의 등을 내려다보았다. 세로로 길게 찢어진 신묘한 눈동자에 아이의 내력이 줄줄 읽혔다. 정확히는 그가 바친 피의 내력이었다.
연씨 자손이라…… 구름의 가계인가.
서룡대제로서 나라를 세운 뒤 서룡은 저를 따르던 가신들에게 힘 일부를 하사했었다. 그들이 각기 비와 구름, 나무와 바람이라. 그들은 각자 성씨를 짓고 씨족을 만들었는데, 구름이 일군 일가가 바로 연씨족이었다.
아이의 이름은 금원후. 나기로는 서룡국 재상댁 막내 도령으로 천한 혈통은 아니나 어릴 적부터 ‘너는 태자의 대리 목숨이다’ 소리 들으며 자랐단다. 하여 연씨 주제에 이름조차 태자의 것을 따 ‘금원후’였다. 태자의 존함은 가운데 자를 뺀 ‘금후’라 한다.
집안의 그늘진 곳에 처박혀 누구도 모르게 태자의 그림자로 존재하는 것. 혹여나 태자가 변고를 당할 때를 대비하여 태자의 모든 점을 베껴 제 위로 덮어쓰는 것. 그리하여 종국엔 태자를 위해 그 목숨을 저버리는 것. 그게 ‘금원후’의 유일한 존재 가치이자 일생일대의 사명이었다.
‘내 너무 오래 잠들어 있었군.’
피조물이 알아서 잘 살도록 울타리를 쳐 주고 자생하게끔 두면 될 줄 알았더니만 그새 이딴 걸 만들어서……. 에잉, 쯧.
용의 눈엔 이 같잖은 사명이 어찌하여 생겨났는지 대강 보였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피가 혼탁해져 선명하게 읽히진 않았으나 인과를 유추할 수준은 되었다. 그리고 그 인과는, 어느 정도는 용의 탓이었다.
「연씨 자손아, 대제께서 잿밥을 몇 해나 드셨느냐?」
“일천 하고 열두 해이옵니다.”
천 년 역사라……. 맡은 바 의무를 이행했으니 예정대로라면 여의주가 생성됐을 터.
애초에 본신이 땅에 내려온 까닭은 의무 때문이었다. 상제의 권속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피조물을 돌볼 책임이 생기는데, 역할을 충분히 다했다면 약속된 시기에 하늘로 복귀할 방도가 생겼다. 용의 경우 천 년에 한 번 나타나는 여의주가 그 방법이었다.
다만 그게 어디 있는지, 어떤 모양인지는 용도 몰랐다. 자신이 만든 영토 내의 피조물. 그것만이 유일한 단서였다.
용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일단 찾아 나서서 맞닥뜨리기만 하면 알아볼 것이다.
묘한 확신이 닥쳤다. 앞선 용들이 죄다 쉽게 찾기도 했고 상제의 의도도 용이 헤매는 것과는 관련 없는 듯했기에.
상제의 뜻이란 결국 하늘로 돌아오기 전 제 피조물의 시작과 가장 번영한 모습을 보고 오라는 것이었다. 본신이 복귀한 후 다른 용이 내려가 터를 다지면 자연히 주변국, 즉 서룡국도 쇠퇴할 운명이므로.
결정했다.
‘여의주를 찾는 김에 사명도 바로잡고 가면 되겠지.’
요컨대 마지막 유희다.
“바라옵건대 어린 목숨 가엾게 여기시어 이 사명을 거두어 주옵소서.”
「가납한다.」
서룡은 기꺼이 그 사명을 뒤집어썼다.
대제의 묘를 벗어난 용은 ‘금원후’로서 숨 쉬고, 옷을 입고, 밥을 먹고, 황궁까지 왔다. 십여 년이 순식간에 흘렀다.
그리고 쏜살같이 지나간 시간에는…….
“으우…….”
꼬물꼬물, 본능적으로 서방의 손길을 느끼며 칭얼대는 갈보 금씨.
“원, 후으…….”
“내참……. 무슨 꿈을 꾸기에 이놈을 또 그렇게 부르시오.”
용의 여의주,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것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