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상한 것  (4/11)

이상한 것  ­

흐드러지게 핀 꽃이 하나둘 떨어질 무렵이다. 서룡국 전역에 우기를 알리는 비가 내렸다. 바닥 내리치는 소리 시원한 장대비였다.

“시작부터 장대비라니. 올해는 팔자 좀 피려나?”

황궁 구석, 요현궁.

화려한 비 손님이 당도하자 평소 두문불출하던 황자궁 아랫것들마저 모습을 드러내 재잘거렸다.

옆에 있던 궁녀가 갑자기 두 손을 딱 붙이곤 소원을 빌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제에발 복희 년보다 먼저 이 궁 벗어나게 해 주십시오. 이왕이면 태자궁으로요!”

“이게!”

너도나도 호들갑 떨며 소원 비는 이유, 딴 게 아니다.

용을 섬기는 나라답게 서룡국 백성이라면 누구나 비를 복으로 여겼다. 특히 우기 시작에 내리는 비는 용신이 직접 하늘을 열어 주셨다 하여 깊은 의미를 부여했다. 당연히 비가 크면 클수록 좋은 의미라 으레 한 해 운수 또한 대길로 점치는 것이었다.

팔을 내밀어 빗물 맞던 계복희가 입술을 비틀어 코웃음 친다.

“흥. 태자궁 가면 뭐 하니. 타지 떠난 용안 뵙지도 못하는데.”

“쯧쯔. 이래서 네가 뭘 모른다는 거야. 주인 없으니 당장 할 일 적을 것이고, 언젠가 환궁하시면 그런대로 용안 뵈올 수 있어 좋고. 그게 아니어도 뭔들 여기보단 아니 좋겠니?”

후자는 둘째 치고 전자라 하면 다소 어폐가 있다. 아무리 일 없다 한들 실상 버림받은 일황자궁만큼 한갓질까. 오죽하면 기강 잡을 상궁조차 없어 구박받는 날 또한 전무하다.

그 정도로 버려진 궁이었다. 그리하여 복희는 동기가 괜히 툴툴대며 지랄 떠는 것도 이해가 갔다. 결국 봐주는 이가 있어야 더 중요한 일도 배우고 유의미한 승진도 하는 법이다. 그게 아닌 이상 나이만 먹은 어중이떠중이가 될 따름이었다.

“태자 전하께선 궁 비워도 전장 가서 공이나 세우지, 우리 마마는…… 에휴.”

“으음…….”

그 말엔 복희도 안색을 흐렸다. 그들이 모시는 황자 전하, 해가 중천에 떴는데 여태 한밤중이시다.

“하여튼 사람이 참 밉살스러워. 용모가 고우면 뭘 하니. 사내가 계집보다 어여뻐서 뭐에 쓰려구. 난 울 전하 뵐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곤 한단다. 정녕 인간이 아니라 요물 같…….”

“얘, 입 조심해.”

복희의 지적에 금순이가 찔끔했다. 아차차, 너무 갔구나.

하지만 사실인 걸 어쩌누.

당장 늦잠 주무시는 것도 밉살스러운 이유 중 하나다. 그들이 모시는 주인은 결코 게으른 성격이 아니었다. 외려 쓸데없이 부지런하여 딱히 맡은 바 없어도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 바지런히 하루를 열곤 했다.

그런 사람이 딱 비만 오면 변한다. 뭇사람들처럼 길한 손님 즐겁게 맞이하긴커녕, 옛적부터 하늘 축축한 기미만 보이면 밤낮 구분을 못 하고 침상에 틀어박혔다. 그 점은 나이를 먹어도 같으니 이제는 날씨를 타나 보구나, 머리론 이해하지만 하릴없이 밉살스러운 것이다.

제국에 복이 되는 일은 애당초 못 받아들이는 몸인가 하여서.

영 반대인 건 잘만 달고 있는 주제에…….

그러니 더더욱 그 존재 자체가 재앙으로 보임 직하고, 천자의 핏줄인들 께름칙한 터였다.

“뭐어…… 계속 저러시진 않겠지. 황후궁 진희한테 들었는데 곧 국경이 정리되련가 보더라.”

“그게 정말이야?”

국경에는 태자가 있다. 궁인이라면 누구나 오매불망 기다려 마지않는 제국의 홍복.

갓 관례 치른 청년이 전장에 나선 지 꼬박 3년. 드디어 우리 임 돌아올 기미가 보이는가 보다.

“그렇대. 흉적들이 태자 전하 그림자만 비쳐도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간다더라.”

“당연하지. 태자 전하가 어떤 분이신데. 돌아오실 때 됐어. 아! 이럴 게 아니라 용 상궁마마님께 가야겠다.”

“태자궁엔 왜?”

복희가 갸웃거리자 금순이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퍽퍽 쳤다.

“으이그, 답답이. 답답이! 요현궁 쓸리기 전에 살길 마련해 놔야 할 거 아니니. 의무 마치고 환궁하신 태자마마 비할 데 없이 우뚝 서실 텐데 폐하께서 이곳 무사히 놔두실까?”

에그머니나, 용신이시여! 끔찍한 소리 아무렇지 않게 하는 동기가 두려워 복희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그녀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었다.

“어서 가자! 눈도장이라도 찍어 둬야지.”

“그, 그래.”

복희는 재촉하는 금순을 못 이기는 척 따라나섰다. 그래도 어찌 마음에 걸려 떠나온 곳 힐끔힐끔 돌아본다.

아름다운 황자마마 잠드신 곳. 구석에 박힌 궁이 오늘따라 유독 그늘져 보였다.

***

한편, 궁녀들이 뒷담하다 떠나간 그 시각.

율은 꿈을 꾸고 있었다.

“와아……!”

구불구불, 끝이 보이지 않는 기다란 몸체. 비늘 하나하나가 하얗게 빛나는 용의 머리에 앉아 창공을 날아다닌다.

단언컨대 살면서 용꿈을 꾸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그의 머리에 앉아 하늘을 나는 건 더욱더.

꿈이야 종종 꾼다지만 늘 악몽이었다. 대부분 아비에게 목이 베인다거나 허겁지겁 달아나는 내용의 꿈. 해서 꿈속에 웬 허연 벽이 나타났을 때 이게 무엇인고 싶었었다.

“여기가 어디지?”

순진하게도 손 짚은 벽이 용 몸체인지 몰랐던 율 전하. 문득 그 벽이 꿀렁꿀렁 움직이자 그제야 당황하여 꼭 쥔 주먹 가슴께로 거둬들였더랬다.

“히익!”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고.

정신 차려 보니 용 본체에 칭칭 감겨 어깨 아래론 꽉 잡힌 인질이었다.

물론 그때까지도 용인 줄 몰랐다. 움직이는 벽의 시작과 끝을 못 봤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을 똘똘 감은 그것이 마침내 ‘속았지!’ 놀리듯 기다란 주둥이 드러낸 다음에야 정체를 깨우쳤다.

용.

문서와 구전으로만 접했던 영물.

제 상상인지, 실제로 그러한 것인지 막상 마주한 영물은 아주 아름다웠고 조금 무서웠다.

비늘은 은빛으로 반짝이되, 쌍심지 켠 눈동자는 금빛이다. 다른 용은 몰라도 은빛 몸신에 금빛 눈을 한 용이면 머저리 황자도 딱 하나 아는 바가 있었다.

“서룡……?”

다름 아닌 자국의 수호신이자 태조인 용황제, 서룡.

사람 머리통에 비해 몇 배나 큰 주둥이가 율을 툭툭 건드렸다. 겁먹은 율이 목을 움츠렸더니, 이쪽을 봐 달라는 양 주둥이를 비비고 들이박는 둥 난리법석이다.

“아, 아파.”

맞은 곳이 아파서 율은 저도 모르게 팔을 비틀어 빼냈다. 그러곤 용의 주둥이를 붙잡자 난리 치던 짓 뚝 멈춘다. 다행히 정답인 모양이었다.

쓰담쓰담, 보기보다 매끄러운 비늘을 토닥인다. 진정시키려는 마음 반, 신기함 반이었다.

“말 잘 듣네…….”

보석 같은 눈동자가 형상을 달리한다. 율의 착각이 아니라면 히죽 웃는 느낌이었다. 꼭 율이 아는 누군가처럼.

“……금원후?”

느닷없이 그가 왜 떠오른단 말이냐.

‘그리 웃는 사람이 상놈뿐이라 그런 거겠지.’

생각나기에 떨떠름히 내뱉긴 하였다만, 상서로운 영물에 그놈을 갖다 붙인 게 곧 송구스러워졌다.

율은 머리를 휘휘 저어 쓸데없는 상념을 날렸다. 어쨌든 저를 반기는 듯한 용이 더는 무섭지 않았다. 가만가만, 조심조심. 쓰다듬는 모양새를 달리하자 율의 몸이 투명한 막에 싸여 두둥실 떠올랐다.

처억, 안착한 곳은 용의 머리 꼭대기.

“히익……!”

어찌나 높은지 금원후가 데리고 올라가던 나무 위와는 느낌이 천양지차다.

별안간 온 구멍으로 식은땀이 뻘뻘 나며 눈앞이 아찔했다. 뭐라도 잡자니 뿔은 저 멀리 떨어져 있고, 아등바등 달려간다손 쳐도 진작 힘 빠진 다리로 속도가 나겠느냔 말이다. 용이 머리 한번 흔드는 결에 떨어져 죽는 편이 빠르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용이 너울너울 날아올랐다. 몽실한 뭉게구름 떼가 삽시간에 주변을 장악했다. 희뿌옇고 눈 시린 시야. 그러나 율이 아는 어떤 것보다 무해하고 신묘한 존재.

창천을 처음 누벼 보는 율의 입아귀가 멍하니 벌어지기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우와…….”

겁 많은 울보 황자에게도 푸르른 하늘을 누비는 경험은 마냥 진귀했다. 솔직히 구름 무리를 스칠 땐 앞이 뿌예서 눈을 감고 있는 것이나 진배없었는데 그 느낌마저 기꺼웠다.

언제 겁먹었냐는 듯, 혹은 시무룩했었냐는 듯 고운 얼굴에 웃음이 활짝 폈다.

어느새 풀어진 머리칼이 치렁치렁 휘날렸다. 보는 이 없어도 몸가짐에 신경 써 늘 단정히 묶고 다녔던 머리였다. 서룡국은 딱히 머리를 자르면 안 된다는 풍습이 없다. 그러나 색 귀한 모발 다룰 자격 되는 이가 몇 없는 데다 그들이 원체 저주 옮을까 두려워해 어영부영 길러 왔던 터였다.

“시원해…….”

자유롭다.

가슴이 뻥 뚫려 오롯이 후련한 기분. 이 느낌을 ‘자유롭다’고 표현하는 거겠지.

속엣것을 죄다 쏟아 낸, 율에게는 전례 없는 경험이었다. 율은 금세 용이 좋아졌다. 꿈에서나마 제 인생에도 볕 들 날이 있으려니 이런 기회가 주어지는가 싶다.

“고마워.”

토닥토닥. 율은 앉은 곳 근처를 쓰다듬었다. 끼유우― 용이 화답했다.

한참 비행한 영물이 멈춘 장소는 구름 위에 자리한 궁전이었다. 너무도 거대하여 감히 규모를 짐작조차 하기 어려운 궁. 다만 생김새가 묘하게 황궁과 비슷했다. 크기며 화려하기가 이곳이 원조이고 황실 쪽이 따라한 모형 같을 뿐.

용은 정확히 내실까지 들어와서야 멈추었다. 하도 빨라서 율에겐 그저 주변이 휙휙 변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디서 경험해 본 기시감이 느껴졌다.

더 신기한 것은, 궁 입구에선 용 머리에 있었는데 멈추고 나니 외간 사내의 팔에 안긴 채였다. 내실로 들어오면서 용이 외형을 바꾼 듯했다.

여전히 율에 비해 커다란 존재였지만 시선을 맞추긴 훨씬 수월했다. 어쩐지 그 눈길을 견디기 어려워 본의 아니게 피해 버렸지만 말이다.

‘곱다…….’

살다 살다 누군가의 외양에 대고 표현의 부침을 느끼게 될 줄이야.

단순히 곱다는 말로는 모자란 자였다. 생김새로만 따졌을 때 율이 아는 인간 중 가장 나은 이는 금원후였는데, 그도 용에 비하면 한낱 평범한 낯이었다.

가느다란 은사 같은 머리칼은 짧게 다듬어 율에겐 어색한 형태였으나 날카로운 턱선과 강인한 목, 섬세한 이목구비와의 조화가 완벽했다.

금빛 홍채는 또 어떠한가? 제 것은 물론 사랑하는 태자의 것과 비교해도 저쪽이 훨씬 고귀한 빛이었다. 저이의 눈동자만이 진짜 황금인 듯 농도와 광택, 윤기 등 모든 게 남달랐다. 거기에 세로로 긴 동공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신비함이었다.

요컨대 제 생애 두 번 없을 미남자가 저를 안고 있었다. 율은 새삼 그 부분이 의식되었다.

꿀꺽.

“흡……!”

뭐, 뭐야. 나 왜 이래?

무의식중에 침 삼킨 소리가 너무 컸다. 율은 양손으로 후다닥 입을 틀어막았다. 구태여 확인하지 않아도 얼굴이 달아오른 줄 알겠다.

“부끄러워하는군.”

톡.

용이 낮게 웃으며 율의 이마에 이마를 맞댔다. 그윽하고도 풍부한 저음이 황자 전하 귓가와 가슴을 동시에 간질였다.

이, 이러면 안 되는데……. 자칭 서방이란 작자가 이를 알면 사흘 밤낮으로 난리 칠 텐데…….

심히 경박하고 버릇 더러운 사내, 일단은 서방 삼았음이다. 그런데도 용을 목전에 두니 심장이 벌렁거렸다.

“저어……. 거, 거기는 누구십니까?”

“누구일 것 같으냐?”

저벅저벅. 고운 눈매 접어 웃은 용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아마도 인근의 침대. 붉은 비단에 금사로 수놓인 침대는 사방에 반투명한 천개가 달린 형식이었다.

율의 짐작은 반만 맞았다.

침대에 도착하긴 했으나 용은 율을 내려 주는 대신 품에 안은 채 그 자신이 몸을 내렸다. 미천한 인간에게 친히 허벅지를 내어 주고서 방석 노릇 자처한다.

황자 엉덩이에 깐 허벅지는 넓고 단단했다. 그 점만은 인간 서방과 같았다.

“답이 없구나.”

“…….”

“응?”

이 사내, 정녕 사람 홀리는 요물이다.

제 생김 어떠한지 천 번 만 번 아는 듯 눈꼬리를 요사스레 휘며 들이댄다. 그게 끝이 아니라 율의 흐트러진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살살 빗은 후, 귀 뒤로 넘겨 주기까지 한다.

율은 다른 것보다도 저와 같은 색으로 이루어진 이가 세상 누구보다 아름답다는 데 정신이 팔렸다. 허구한 날 요물 소리 듣던 색이었건만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이토록 고귀하게 비칠 수 있었다.

“틀려도 좋으니 답을 해 보렴. 본신은 지금 무척 기분이 좋거든. 열심히 보듬고 다듬은 것이 마침내 여기까지 도달하여서.”

“……본신?”

서룡. 율이 답하려던 이름은 그것이었다. 그런데 ‘본신’이란 지칭을 듣자 곧잘 그 말버릇을 일삼던 녀석이 뇌리를 스쳤다.

드문드문 들던 기시감이 강해졌다.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 된다고, 율은 찰나 말도 안 되는 가정을 완성했다.

설마 금원후가 서룡일까……?

그러면 그림자 주제에 여느 황가 핏줄보다 뛰어났던 능력이 설명된다. 잘 쳐 줘야 피 옅은 방계면서 금안을 갖고 있던 점도.

‘하지만 성격이 너무 다른데.’

금원후의 능청맞은 성깔을 고려하면 모든 것이 연기였다, 설명 못 할 바도 아니었다. 다만 인정하기 망설여지는 연유란 특유의 천박한 말버릇이 정녕 용이 맨정신으로 한 짓이라 믿고 싶지 않아서였다.

갈보 보지니, 사내 후리는 년이라느니…….

그저 눈빛만으로 사람 떨리게 할 수 있으면서 그리 천박하게 굴었어야 했나.

색사가 안 좋았다는 뜻은 아니다. 종국엔 사내 좆으로 보지 파내는 짓을 즐기게 되었으니. 허나 고귀한 생김답게 점잖고 예의 차린 색사였다면 어땠을까 싶어지는 것이었다.

“……모, 모르겠습니다.”

푸욱, 고개 숙인 율이 고른 대답은 모른 척이었다.

“흠. 모르겠다, 라…….”

“…….”

부드럽게 율의 턱을 쥐어 다시금 시선 맞추는 사내.

그 사내가 히죽 웃는다.

“답 알려 주면 보지 한번 빨게 해 주련?”

“이유를 말해 주면 보지 한번 빨게 해 주려오?”

금원후이자 서룡.

율의 고뇌가 무색하게 둘을 합친 서룡이 율을 침상에 쓰러뜨렸다.

“흣……!”

다짜고짜 입술 따먹힌 각시, 나름 학습한 교훈이 있어 괜히 버티지 않고 팔이며 다리며 하잔 대로 열어 준다. 가슴 떨리도록 신묘한 사내를 그저 제 서방인 양 다리 사이에 가두려니 신기하게도 어찌 적응되는 것도 같았다.

“그래. 네 힘닿는 한 본신을 꼬옥 붙들고 있거라. 네가 비로소 본신의 기운에 적응하여 본체도 견딜 수 있게 된 바, 오늘에야말로 작정하고 굴 다져 놓을 것이니.”

그 몸에 씨 뿌릴 때부터 오늘 같은 날을 염두에 둔 서룡이다. 이날을 위해 그간 꼬박 본신의 씨를 직접 묻혀야 했고, 제 육신 그대로 머물기 위해 계약자의 외양을 얼추 흉내 낼 뿐 빙의하지 않았다. 기실 계약할 당시엔 다소 가벼운 생각으로 둔갑을 택한 것이었지만, 천만 잘한 선택이었다.

“하으…….”

그런 비화를 전연 알 길 없는 전하, 두 눈 질끈 감고서 모습 변한 서방님 입술을 받기 바쁘다. 외양 달라진들 알맹이는 같은 터라 입 보지 따먹는 버릇도 익숙해 마음이 점점 놓였다.

내 알게 모르게 녀석한테 의지하고 있었구나.

이참에 깨우친 율은 살그머니 그 어깨에 손을 올렸다. 바로 목을 둘러 안자니 아직 낯을 가리고, 조금은 신기한 심리도 있었다.

세상 으뜸으로 귀한 사내가 어찌 이깟 것에게 입 맞추고 있을까?

분명 꿈속일진대 그가 주는 모든 감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점도 신통방통하다.

서룡의 혀, 타액, 입술을 물고 비비는 마찰감, 침의 아래로 불쑥 들어와 젖통을 주무르는 손.

“아앗……!”

“눈 떠. 두 눈 똑바로 뜨고 본신이 그댈 어떻게 안는지 봐.”

그대는 그래야 할 의무가 있어.

용이 영문 모를 소릴 하며 율의 옷고름을 풀었다. 하얀 눈밭 같은 젖……이 아니라, 사내 손자국 얼룩덜룩 매단 쌍알이 본신의 눈앞에 펼쳐졌다.

“아……!”

율은 의식도 못 한 채 양팔로 가슴을 가렸다. 스스로 놀라 이내 슬그머니 팔을 풀긴 하였으나 정인의 고운 이마 못마땅히 구겨진 지 오래다.

“흐음……. 그래, 좋다.”

딱.

서룡이 문득 손가락을 부딪쳤다. 그러자 뒤에서 율을 일으키는 사내.

“내 색시, 나 기다렸소?”

능글맞게 웃은 금원후가 율을 품에 안으며 가슴을 주물렀다.

앞은 서룡, 뒤는 금원후. 똑같되 다른 사내들.

허나 내 신랑이 맞다. 인식한 율은 갑자기 배 속이 홧홧해졌다.

“으…….”

“하여튼 사내 밝히는 년이라니까.”

말캉한 젖꼭지 가지고 놀던 금원후가 입매를 비틀었다. 아내 무릎 야무지게 잡아 벌려 보지 상태 확인토록 한다.

서룡이 우선 계집 구멍에 중지를 처넣어 빙글 돌렸다.

“아앙…….”

“대체…… 뭘 했다고 젖었지.”

황당하도다. 애액으로 미끈하게 젖어 나온 중지를, 서룡이 쪽 빨았다.

늘 당하던 일인데 눈 돌아갈 미남자가 헛웃음을 흘리자 율은 눈시울을 붉혔다. 밑구멍이 칠칠찮긴 한 모양이었다. 다리를 오므리려는데 아차, 잡혀 있지.

어미 뒤에 숨는 아해처럼 율도 금원후의 가슴에 등을 깊이 묻었다.

금원후의 속삭임이 귓가를 적신 건 그때였다.

“이 쌍년, 잘난 사내 낯짝 그 눈깔에 심은 것만으로 질질 쌌구나.”

“흐으읏!”

사실이었기에 공알을 꼬집혀도 부정할 입 없었다. 그렇다고 아예 할 말까지 없는 건 아니다.

‘무, 무슨 사내가 저리 곱냔 말얏……!’

저더러 요물 같다 하는 이들은 정녕 뭘 모르는 작자들이다. 실상 금원후의 면상도 율의 구미에 맞아 두 번 화낼 것 한 번으로 줄인 날이 적잖았다.

서룡이 눈썹을 휘며 제 턱주가리를 쓸었다.

“이 얼굴이 마음에 든 게로구나. 네가 썩 낯을 밝힌다 싶긴 하였지.”

“…….”

“그래, 그럼 본신을 네 아랫도리로 더럽혀 보렴. 그리하면 좀 친근해지지 않겠느냐.”

“아, 아……!”

“어쨌든 본신은 본 모습으로 내 계집을 열어야겠거든.”

오직 그 목적을 위해 서룡은 인간인 율더러 기꺼이 짐승 되길 종용했다. 분뇨로 영역 표시하는 짐승처럼 보짓물이든 자짓물이든 싸 발기라 하는 것이다.

용이 금원후에게서 다리 한 짝을 넘겨받았다. 그러곤 남은 손으로 살그머니 아래를 헤집는다.

“하앗, 아……!”

율이 허리를 비틀며 헐떡였다. 내벽을 더듬는 지문이 보드랍다 못해 간지러웠다. 일단 넣었다 하면 푹푹팍팍 쑤시던 금원후와 달리 서룡은 흡사 벽을 파내듯 문질러 긁었다. 지독히 느린 움직임이었다.

배 속이 바르르, 부르르 떨린다. 보지는 발씬 흥분해 손가락을 잡아채려 한다.

“아느냐. 본래 용은 양물 셋에서 잉태된다. 그리하여 천지조화를 이룩할 사명 부여받고 이 땅에 나게 되지. 충분히 자라 마땅히 의무 다하거든 그 또한 반려 맞아 계승자를 잉태시킬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단다.”

정확히는 용과 여의주의 각인이다. 그러나 율에겐 인간의 방식으로 알려 주는 게 좋을 듯해 서룡은 표현을 달리했다. 어차피 율이 직접 겪을 과정이니 거짓말도 아니었다.

되다 만 여의주가 용의 기운을 영구토록 품는 방법.

그것은 각인할 용에게서 비롯된 아기, 즉 ‘완전한 용’을 잉태해 용 담는 그릇으로 거듭나는 것이었다. 그러면 아이가 빠져나가더라도 완성된 그릇으로서 용의 기운을 머금고 있는 형태가 가능했다.

그리고 새끼 용을 임신하려거든 반드시 양물 셋을 동시에 받아들여야 한다.

“얼른 얼른 적응하거라. 이 사내가 네 것임을 받아들이거라. 무엇이 모자라더냐? 무엇을 걱정하느냐? 모다 본신에게 털어놓고 그 좁은 속엔 네 사내만 들여놓으렴.”

서룡의 주문은 노랫가락처럼 들렸다. 흥얼대는 음성과 찰박거리는 보짓물 소리가 기묘하게 어우러졌다.

율은 그보다도 다른 이가 저를 만지는데 얌전한 금원후가 어색했다.

그 모습 마치 금원후가 뿌려 대던 분신들 같지 않은가.

아침마다 여러 손과 입이 제 몸 어루만지지만 어쩐지 제 서방으로 봄 직한 생기가 느껴지지 않아 진짜를 알아채기 쉬웠었다.

지금도 만지는 손은 두 쌍이되, 진짜가 어느 쪽인지는 자명했다.

율은 애써 신음을 참곤 물었다.

“……후, 후야가 아니면…… 내 서방을 무엇으로 칭하옵니까?”

한 발짝.

율이 마음으로 다가선 거리다.

율은 서룡이 주먹 쥐었음을 미처 알아채지 못했다. 실상 그 진실은 장본인도 늦게 깨달았음이다.

소심한 울보가 제 발로 찔끔 내디딘 것이 이리 가슴 조일 일이냐.

서룡은 율의 보지 액이 묻은 손가락으로 얇은 뱃가죽에 글자를 썼다. 중간 중간 보짓물을 반복해서 떠 획을 이어 그었음은 비밀이 아니다.

상서로운 용(瑞龍).

“서룡. 상제가 본신에게 내린 사명이자 존재 의미지.”

율은 멍하니 입을 벌렸다. 용신이 스스로 호명하는 순간 그의 모습이 한 차례 더 변화했다. 외양 전체가 달라지진 않았으나 못 보던 뿔이 생겼다.

양쪽 관자놀이에서 시작된 뿔은 뿌리 하나에 짧은 잔가지가 여러 방향으로 뻗어 사슴뿔이나 산호초를 연상케 하는 생김새였다. 뿌리와 가지는 전체적으로 은색이었는데 뭉툭한 끄트머리가 간간이 금빛으로 반짝였다.

서룡은 그때까지 복장을 전부 갖추고 있었다. 율은 그가 침대 밖에 서서 천천히 알몸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스륵, 스르륵. 장신구를 비롯한 옷가지가 한자리에 쌓인다. 장포 속에 덧입은 가짓수가 적어 느린 움직임에도 벗는 시간은 짧았다.

“아…….”

그리하여 밝혀진 속살.

기괴함과 역겨움. 놀람과 신비함. 충격과 각인 등 세상의 온갖 괴랄함을 모아 놓은 듯한 중심이다.

거대한 불알 하나. 그곳에 이어진 좆 줄기가 셋이라.

머리 셋 괴물도 아니고, 구멍 두 개 달린 황자보다 이상한 생물이 여기 있었구나.

난생 듣도 보도 못한 광경에 율은 넋을 놓았다. 상식과 지나치게 동떨어져도 속이 메슥거린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사람들이 제게 느끼는 감정도 이러한 종류일까. 그럼 무작정 억울하다 징징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

서룡이 벗은 무릎을 침상에 댔다. 그러곤 율의 발목을 잡아당겨 보지 구멍 훤히 드러나도록 눕힌다.

“네 서방의 진실을 목도한 심정이 어떠하냐?”

툭.

질문과 함께 묵직한 생식기가 율의 가랑이를 덮었다. 각기 벌겋게 달아올라 고개 든 양물들이 앞다투어 꺼떡였다.

그중 가운데 붙은 자지. 기둥뿌리가 유독 불룩한 좆을 서룡이 아무렇게나 쥐어 보지 입구에 눌렀다.

“아, 안 돼! 흐윽!”

놀랐다. 정말이지 깜짝 놀랐다! 저 무식한 걸 그대로 집어넣으려고?

율은 경기 일으키듯 팔을 허우적거렸다. 그러다 서룡에게 양 손목을 잡혔다. 의지 밖의 전개에 두려움과 긴장이 엄습했다.

“무서우냐?”

“아, 아……! 안, 너, 너무 크―.”

아래가 벌어진다. 막으려던 노력이 무색한 결과였다. 귀두가 작은 샘을 누르자 밑구멍이 두려울 정도로 확장되며 율에게 현실적인 공포를 안겼다.

“아, 안 돼애! 찢, 찢어져. 찢어질 거야……!”

“설마 본신이 그러도록 놔두겠느냐.”

서룡이 잠시 몸을 물리곤 픽 실소했다. 하여간 엄살쟁이 우리 마노라, 겁 많은 건 알아주어야 하지.

첫 관계 때 처녀 혈 터진 것 외엔 수없이 반복된 색사 동안 구멍 찢어지긴커녕 피 한 방울 흘린 적 없다. 딴 사람과 살 섞은 게 아니라면 율도 뻔히 아는 사실일 텐데 매번 지치지도 않고 앙탈이었다.

막상 꽂아 주면 좋다고 핥아 대면서.

“걱정 붙들어 매거라. 색시 보지 무사하도록 수를 써 두었느니.”

“어, 어떻게? 어떻게 믿어? 아프단 말야!”

무섭단 말야…….

시무룩하니 울상 지은 낯빛이 진심으로 겁먹은 표정이었다. 서룡이 아예 진입을 그만두자 그제야 안심하였다가 도로 목 졸린 안색이 된다.

‘하…… 이것 봐라.’

도록도록 눈알 굴리는 품새가 금원후에게 하듯 실컷 앙탈 부렸다가 뒤늦게 상대 의식한 낌새다.

서룡은 이참에 버릇 고쳐 놓기로 했다. 이대로 보내면 섭하지. 어째서 꿈속까지 불러왔는데? 심리 장벽을 낮추려던 목적이 아니었나.

이곳은 엄밀히 현실과 유리된 공간이었다. 그렇기에 사실 좆 세 개를 욱여 처넣고 겁간하듯이 범해도 율은 고통 한 점 느끼지 않을 터였다.

“무섭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

“히끅!”

“단…… 네가 자초한 일이다?”

눈을 가늘게 좁혀 뜬 서룡이 무언가를 예고했다.

이게 잘한 선택인가.

괜히 불안해진 율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

“하으으으! 아앙, 흐윽, 으으응……!”

광활한 침상의 중간.

츕, 추웁. 후루룩, 쯔읏. 앞보지가 닳도록 물을 빨아 먹는 사내와 철썩철썩, 불알로 궁둥이 매우 치며 뒷보지 따먹는 사내.

각기 서룡과 금원후다.

“흐, 이 쌍년……. 까져 가지고. 어디 꼽아 보시오. 용 서방이 빨아 주는 앞보지가 좋소, 인간 서방이 박아 주는 뒷보지가 좋소?”

“아앗! 읏, 헤윽, 후으.”

안 들린다, 안 들려.

율은 벌써 여러 번째 허리를 비틀며 그들을 피하려 했다. 아니, 솔직한 심정으론 침상에 궁둥이 대고 앉기만 해 줘도 나을 성싶었다.

“아! 아아아……! 아, 안 돼, 비, 켜어……!”

이유인즉, 남의 얼굴에 보지 대고 엎드려 앙앙 우는 꼴을 더는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흐읍!”

“어허. 참으면 쓰나. 몸도 안 좋은 사람이. 싸고 싶으면 참지 말고 시원하게 지리시오.”

“히익……!”

능청맞게 약 올린 금원후가 완벽한 노림수로 뿌리까지 처넣었다. 율의 뒷구멍도 익숙한 대물이랍시고 서방 좆 고기 냠냠 씹어 먹는다.

그저 앞뒤로 왔다 갔다 하기만 해도 색시 발 동동 굴리는 지점 능히 비비건만, 원후 놈 뭐가 비틀렸는지 뱃가죽이 튀어나오도록 쑤셔 대고 난리질이었다.

“우흑…… 허어엉, 아아앙!”

주르륵.

한계에 달한 보지 주머니에서 또 한 차례 맑은 물이 흘렀다. 투명하고 끈적한 애액은 잘나디잘난 용 서방 낯짝을 펄펄 적시며 길게도 이어졌다.

츱, 츳. 쯔읏. 말랑하고 길쭉한 혀가 보짓물 지리는 상태도 아랑곳 않고 여린 샘을 후볐다. 얼빠진 전하, 제 딴에는 서방 입술 피한답시고 허리 돌렸더랬지만 결국 서방 혀 물고서 요분질한 셈인 줄 알기나 할까.

“하악, 하아…….”

율이 보지 대고 엎드린 곳은 정확히 서룡의 입술 위다. 덕분에 서룡은 얼굴을 비롯해 목덜미까지 아내 보짓물로 흥건히 젖은 채였다.

‘체구는 자그마한 주제에 어디서 물을 그리 끌어오는 겐지…….’

서룡의 각시, 물 많은 데다 빨리 지려서 이러다 금세 웅덩이 하나 만들겠다.

순간 좀 혹했으나 그러잖아도 허접한 심신, 허무하게 기절해 버릴까 봐 서룡은 아쉽게 입맛을 다셨다.

“어이 차, 여기 보소. 금율 황자가 만든 보짓물 연못이오. 새 연못 생겼으니 배 띄워 보아야지.”

“흐아앗!”

……분명 이성은 얌전히 구멍 늘리는 데 집중하기로 하였는데.

용의 분신이 율의 허벅지를 덥석 잡아 허공으로 띄웠다. 뒷구멍은 여전히 연결된 채였다.

금원후는 서룡을 밀어내고 축축이 젖은 곳에 등을 대 누웠다. 색시와 같은 방향 바라보고 누워 색시 젖을 노 삼아 잡는다.

철퍽! 금원후가 하체를 띄웠다 내리며 율동했다.

“자아, 색시 연못에 서방 자지 배 띄웠소. 어떠해? 안락하오?”

“하아, 아!”

찍. 찌잇. 보지에 일부 남았던 물이 실금하듯 찍찍 튀었다. 좆물도 싸 대는 것 같은데 여기도 저기도 묽어서 의미 없는 구분이었다.

“나, 나아, 금방― 흐, 금방 쌌, 잖아, 흐윽!”

율이 엉엉 울며 금원후의 허리를 파닥파닥 때렸다. 그럴수록 뒷구멍 파는 힘이 좋아진다곤 까맣게 모르는 눈치였다.

“흐으, 씹…….”

이럴 때 귀여운 젖 빨아 주어야 하는데.

제 분신이므로 단연 뇌리 공유하는 서룡, 금원후가 벌이는 행각에 기막힌 계획 떠올렸음이다.

‘좆 세 개 달린 몸뚱이라서 무섭다? 그럼 따로 적응시키면 될 것 아니냐.’

어차피 분신 놀음은 줄곧 해 왔으므로 이건 이제 와 적응할 일도 아니었다. 그 상태에서 나아가 두 개, 세 개 받아들이는 법을 익히면 완벽하다.

서룡은 들뜬 눈으로 하체를 갈무리했다. 인간 분신처럼 두툼한 좆 하나만 달고서 나머지 좆은 어느 놈으로 꺼낼지 고민했다.

평소였으면 망설임 없이 똑같은 얼굴로 통일했을 터다. 허나 작금 나와 있는 것이 공교롭게 다른 면상이어서 나머지도 달리 두는 게 어울릴 듯했다.

“옳거니. 결정했다.”

빙긋 호를 그린 입술이 휘파람을 불었다. 휘익, 가느다란 소리가 잦아들자 율의 머리맡에 그림자가 졌다.

흑단 같은 머리칼, 훌쩍 큰 체구이나 얼굴 곳곳에 덜 여문 소년미가 남아 있는 청년.

“……후, 후야?”

아들인 양 키운 동생, 금후 태자마마.

“이, 이게 어찌…….”

제정신 아닌 와중에도 율은 제가 키운 아이의 얼굴만은 알아보았다.

“형님…….”

맙소사.

익숙한 울림. 목소리마저 너무도 귀에 익다.

“자, 잠깐. 잠깐만…… 아! 놔, 놔줘. 후야, 아니 너 말고― 서방! 흐읏, 서방아 나 잠시만…….”

퍼뜩 제 꼴을 자각한 율이 공황에 빠져 허둥거렸다. 동생이 나타났는데 아래에 사내 좆 물고, 도통 그냥 보일 꼴이 아니었다. 갑자기 등장한 것이면 용의 수작질이라 여길 법하건만 몹시 당황한 율은 거기까지 판단할 여유를 잃었다.

“형님, 저 여기가…… 아파요.”

처연하게 눈시울 붉힌 아이는 벗은 몸이었다. 불그스름한 양물을 세워 율의 입가 근처에 붙는다. 갓 성년이 된 녀석에게선 진한 풋내가 났다.

율은 당황하여 어쩔 줄 몰랐다.

‘어, 어쩌지?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지?’

그 틈에 율의 다리 사이로 기어들어 온 서룡. 그가 제 아내 살 냄새를 깊이 들이마시며 귓가에 속삭였다.

“자아, 눈 크게 뜨고 자세히 보렴.”

용의 명령은 절대적이었다.

율은 홀린 듯 청년의 눈가를 살폈다. 그랬더니 돌연 태자의 황금안이 세로로 길게 찢어진다.

“흡……!”

아니야. 이건…… 이 아이는……!

“닮았지?”

“웁! 우응, 으으.”

무슨 짓이냐고 따질 틈 없이 입 안이 사내 양물로 가득 찼다. 진상 드러난 청년의 정체, 다름 아니라 금원후의 어린 시절이었다.

딱 관례 치를 즈음인 듯한 청년은 자칫 태자와 분간이 어려울 정도로 닮은 얼굴이었다. 과연, 깐깐한 황제가 대리 목숨 삼을 만했다. 더욱이 대리 역할의 목적이 목적이다 보니 주인의 몸가짐뿐 아니라 사소한 버릇마저 베껴 익힌 낌새였다.

율이 금원후와 처음 맞닥뜨렸을 땐 동생과 얼핏 닮았나 할 정도였지, 헷갈릴 만큼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비뚜름한 입꼬리, 만면에 띤 표정이나 분위기가 영 달라 동생의 분신이라 여기려 해도 불가능했다.

“우븝, 콜록!”

“하아…… 형님 입 보지 말랑말랑해애―. 아우 자지는 어떻소? 야들야들해서 먹을 만하지?”

그래…… 이놈 말본새 보니 알겠다.

금원후다, 금원후야.

뻔뻔하게 웃는 음성 들으면 들을수록 판단이 똑바로 섰다. 목구멍을 치는 좆 머리 때문에 율이 인상을 찌푸리자, 어린놈은 그저 싱글벙글 신이 나 자지를 푹푹 박았다.

“으읍, 흡!”

“그러지 말고 목구멍 좀 열어 주오. 형님 입 속 너무 좁고 뜨거워 금세 싸겠소. 좆물 먹여도 되오? 아니, 사랑하는 아우 것이니 기껍게 마셔 주겠지?”

면상만 어리지 손은 진작 다 자라 지금의 원후처럼 큼직했다. 아예 율의 머리를 붙잡고 제 불알로 형님 턱주가리를 퍽퍽 친다.

“으브흡! 우욱!”

“거 촐싹대는 어린놈, 시끄럽기도 하지.”

큰 원후가 여태 참은 것을 보상받으려는 듯 자지 배를 가동했다. 심지 곧은 젖알을 심술궂게 꼬집으며 내심 제 좆이 제일이노라, 허리 휘둘렀다.

이로써 좆 두 개가 율의 내장을 차지했다. 서룡의 예상대로 분리해 놓으니 다소간 정신 사나울 뿐 그럭저럭 잘 적응하는 듯했다.

거기까지 확인한 서룡은 뿌듯했다. 겁 많은 아내 달랜답시고 일부러 차곡차곡 순서 밟아 가는 이 누가 또 있을까.

훗날 각성한 율이 제 서방 했던 노력 알고 감동할 표정, 벌써 기대돼 죽을 참이다. 그이가 구슬 같은 눈물 뚝뚝 떨어뜨리면 품에 꼬옥 안아 주면서 내 나름 순정 가득하였다오, 답해 주어야지.

오늘은 그 결말을 위한 첫 단계다.

서룡은 빈 보지에 스윽스윽, 자지를 문댔다. 가벼운 인사였다. 마침내 본모습으로 아내 만나 반가워하는 인사.

“본신은 참말 이때를 기다렸거든…….”

혀 닳도록 빨아 준 보람 있게 아직 구멍 닫히지도 않았고.

손가락 네 개를 쑤셔 넣어 안쪽 상태 살핀 서룡이 흡족하게 귀두를 맞췄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율은 다른 데 정신이 팔려 가장 장대한 대물 알짱거리는 건 신경도 안 썼다.

“콜록!”

때마침 촐싹이 막내가 첫 정을 쏟아 냈다. 율이 기침하는 동안 풋내 나는 정액이 코와 입 밖으로 튀었다. 대부분은 목구멍으로 넘어갔는지 뱉은 양이 많지는 않았다.

서룡은 율의 상태를 유심히 살폈다. 호흡하는 걸 따라 뻐끔대는 구멍이 미약하게 열리는 시점, 바로 그때가 허리 밀어 넣을 때다.

꾸욱.

“아……?”

갑자기 보지가 확 벌어진다.

본능적으로 긴장한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헤 풀어져 자지 받던 이가 감히 숨조차 함부로 내쉬지 못하고 경악한다.

서룡은 아래를 확인하려는 얼굴을 잡아 제게 고정했다. 가녀린 목덜미와 두 뺨 감싸고서 입을 맞췄다.

“적응해야 한다.”

우으으, 어린 짐승처럼 바르작거리던 움직임이 거대한 벽에 막혔다.

서룡이 미끄러져 들어간 것과 금원후가 힘껏 허리 쳐올린 건 거의 동시였다.

“……아!”

쑤우욱.

짐승 대물이 단숨에 속집을 뚫었다. 저도 모르게 숨 참았던 용 서방, 밭은 웃음을 흘린다.

“하, 하하…….”

이런 느낌이었군.

둔갑한 인간의 몸도 제 것이라곤 하나 가피를 걸친 상태와 맨몸인 건 엄연히 다르다.

“하아, 학! 아아!”

“이런 맛이었구나. 이런 맛이었어…….”

오물오물한 통로가 빈틈없이 맞물려 제 서방을 죽어라 쥐어짠다. 빈 자궁에 아기씨 담고자 재촉하는 것이리라.

서방 이름 새겼던 아랫배가 자지 모신 흔적으로 볼록했다. 용의 눈이 기이한 빛으로 번들거렸다.

“히, 힘들, 으으응! 흐윽.”

요 어여쁜 것.

내 것.

“힘든데 서방 두고 뭐 하느냐. 붙들어야지.”

“으우, 히윽!”

“목에 팔 두르거라, 어서. 착하지…….”

담 작은 아내 달래랴, 서룡의 음성이 오직 본능에 따라 속삭이듯이 변했다.

“흑…….”

율이 훌쩍이면서 팔을 움찔댔다.

“옳지, 착하다.”

그것으로 제 말을 들어준 양 사내가 율의 상체를 크게 안았다. 품에 쏙 들어오는 어깨를 아래로 꾹꾹 내리며 본격적으로 자궁 짓이긴다.

“하악! 아아아!”

“하아……. 내 아내 맛난 보지, 그냥 구멍이 아니라 보물단지였구나.”

“이제 아셨소.”

금원후가 비웃음과 함께 끼어들며 박자를 맞췄다. 서룡이 들어가면 뒤로 물리고, 본신이 나가면 자궁 통로 뚫을 듯 쿵짝쿵짝 육벽을 때린다.

“흐……! 헤윽!”

“나도 형님 보지 먹고 싶은데…….”

막내가 아쉬운 투로 서룡에게서 율을 빼앗았다. 물론 상체뿐으로, 금원후의 가슴에 등 붙인 형님 입술 빠는 게 고작이다.

“입맞춤이 좋으냐.”

아내 보지 맛 음미하던 서룡이 통통한 볼기를 가볍게 쥐었다. 좁은 속집이 바르르 떨리다 간혹 주먹 쥐듯 자지를 움켜잡았다. 그 안이 얼마나 좁은지 알기에 서룡은 놀릴 마음도 들지 않고 그저 율이 기특했다.

거기다 아까부터 뱃가죽 안에서 자지 움직이는 모양을 보자니 더더욱 궁금해졌다. 요 암팡진 년이 제 새끼 배어 배부른 모습이.

체구가 작으니 뒤뚱거리다 철푸덕 자빠져 아앙 울겠지. 그러면 색시야, 울지 마라. 손도 발도 낭군 입에 넣고서 명령만 하렴. 무엇이든 못 해 줄까. 둥개둥개 달래며 안고 다닐 테다.

“흐으으으……!”

“큿…….”

보지와 자지에서 동시에 씹물이 터졌다.

온몸으로 저를 욱죄는 조임에 서룡은 너그러이 사정했다. 본신의 정액은 미약 효과가 있어 굳이 참을 이유도 없었다.

“아아……!”

아니나 다를까 율의 눈이 게게 풀렸다. 아래로 받아들인 미약이 퍼지는 것이다.

그쯤 되자 서룡은 분신들이 거추장스러웠다. 손짓 한 번에 죄다 날려 버리고 본신이 직접 두 번째 양물을 뒷구멍에 맞추었다.

“으응…….”

“하아. 이리 온.”

용의 간드러진 속삭임. 제 색시 향한 다정함이 황금색 꿀처럼 녹아내린다.

율은 그 품에 안겨 가냘프게 신음했다. 고양이처럼 높고 가늘게 울거나 으응 응, 목을 울리며 자지러졌다.

서룡은 율이 어찌 신음하든 가슴과 배를 딱 붙인 채 떨어뜨리지 않았다. 아내가 지나치게 느끼면 보지 풀리도록 맷돌을 돌리고, 나아졌다 하면 허리만 움직여 들쑤셨다.

“하앗……!”

핏. 피잇. 율이 또 사정했다. 간격이 대놓고 빨라졌다. 까닭인즉, 본신의 자지에 선 비늘 때문이다.

본체의 좆에는 아주 얇게 비늘이 서 있어 들어갈 땐 미끄럽고 빠져나올 땐 벽을 긁었다. 그렇게 굴 벽을 파고서 좆물 발라 두면 쫀쫀하면서도 넓은 용굴이 완성된다.

“앞서 천일을 파내도 여전히 좁디좁아 어느 세월에 본신 받고 아기 잉태할꼬. 응?”

애당초 서방에게 따먹히려 타고난 조갯살 아니더냐. 그런 주제에 여태 좆 머리 무는 것도 버거워해서야 원, 서방 속이 말이 아니다.

“매일 연습하자꾸나. 널 위해 비 내리겠다. 서방 품에 잠겨 어서어서 속집 늘려다오.”

뷰릇. 푸욱, 푹. 기존에 들어찬 씨물과 새 씨물이 섞였다. 미약 효과로 넋 나간 와중에도 황자 전하, 제 처지 서러워 얼굴 퉁퉁 붓도록 울어 버린다.

“흐윽, 흐으으. 우흑, 배, 배 아파.”

이 미친놈의 용 서방, 정녕 색시 배 터뜨릴 작정인가.

배불러 죽겠는데 계속 싸고. 도통 쉬게 해 줄 생각도 안 하고!

정액받이로 배부른 적 처음은 아니나, 배 속이 온통 좆물로 출렁이는 기분은 전혀 익숙해지지 않았다.

하물며 오늘은 울지 말란 얘기는커녕 오히려 더 울릴 요량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악!”

이거 봐라. 지금도 죄 없는 볼따구 깨물렸다.

“아아앙……. 아프, 아프다니까아! 허어엉, 나쁜 놈. 나, 나쁜 놈! 하앗!”

“참나……. 언젠 곱다더니 서방 잡네.”

암팡진 주먹 처맞고도 서룡이 좋다고 웃었다. 그 주먹 거두어다 손가락에 쪽쪽 입 맞춘다.

그는 율의 기나긴 머리 타래에 입술을 묻었다. 하릴없이 정액 내가 밴 머리카락마저 기꺼웠다.

서룡의 가슴팍에서 잉잉 울던 율이 부들부들 떨리는 팔을 올려 서방을 안았다. 목은 너무 높아 등이 고작이지만 딴에는 힘낸 것이었다.

“흑……. 오, 오늘은 이만하면 안, 돼?”

두근.

아내의 두 구멍을 차지한 좆이 별안간 크게 맥박 쳤다. 서룡은 순간 얼이 빠져 율을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이 요망한 것이 지금 대체 무엇을…….

그간 한두 번 박았다 하면 냅다 기절해 버렸던 허접 황자다. 색사의 말미에 이리 대화하며 후희를 즐기는 건 서룡으로서도 드문 경험이었다.

“……아, 안 돼?”

답 없는 서룡이 불안했는지 율이 그의 어깨를 잡았다. 서룡은 저도 모르게 퍼뜩 고개를 숙여 주었다. 어쩐지 그걸 원하는 듯했다.

쪽.

입술에 꽃이 내려앉았다. 지독히 연하여 흔적 옅고 실제론 소리 없는 입맞춤이었다.

“그, 그마……, 내일 하자…… 응?”

그만두자 하면 엇질이 성질로 발광할까 봐 율이 말을 바꿨다. 꿈속 효과로 기절은 하지 않았으되, 두 눈에 잠기운이 그렁그렁했다.

서룡은 홀린 듯 각시를 안았다. 자칫 부서질까 힘 싣지 못하고 꽃송이를 만질 때처럼 보드랍게.

두근. 두근.

따뜻한 굴에서 좆이 맥박 치는데 움직일 수 없는 이 기분은 뭐지.

대신 속이 한없이 간지러워 배를 갈라 내장을 벅벅 긁고 싶었다.

율이 서룡의 목덜미에 유순히 머리를 기대며 말했다.

“오늘 그……, 하늘…… 고마웠어. ……내일 봐.”

하암―.

긴 하품이 마지막이었다. 쌔액쌔액, 곤한 숨소리와 함께 율의 몸뚱이가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꿈이 닫히려는 신호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서룡의 품이 비었다. 그럼에도 서룡은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율이 안겨 있던 곳을 응시했다.

“고마워.”

“내일 봐.”

꼭 저같이 무르고 연한 인사. 그 틈에 보인 미소가…….

뷰릇. 뷰르릇.

“씹…….”

흉측하게 부푼 좆이 저 홀로 사정했다.

서룡은 씹물이 흥건한 자리에 털썩 누웠다. 그러나 한 손만은 입가를 가린 채였다.

실룩이는 입가.

차게 웃거나 삐뚜름한 미소 외엔 퍽 어색한 입가가 꼴사납게 경련한다. 생각해 보니 서룡으로서 율을 대했던 잠시간, 내도록 저답지 않았던 것도 같았다.

‘생각 이상으로 만족스러워 그랬던 거겠지.’

율이 기특하고 귀여워서 그랬을 수도 있고.

어쩐지 변명하듯 중얼거린 서룡, 그도 누군가와 사랑놀음하는 감정엔 동정이나 진배없다. 동정남답게 제 계집의 엷은 미소 한 자락이 얼마나 큰 자극이었는지 또한 놓치고 만다.

잠시 후, 아무렇지 않은 척 일어난 서룡이 공간을 닫았다.

두 귀가 타는 듯이 붉었다.

***

쏴아아아―.

서룡의 예고대로 우기 내내 비가 내렸다. 하늘이 시커메 보일 정도로 짙은 비 손님이었다. 연일 컴컴한 먹구름에 세찬 비가 쏟아지니 뭇 백성들도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 헛갈리곤 했다.

“으응…….”

물론 요현궁 마마에 댈 데는 아니지만 말이다.

그러잖아도 황궁의 음지에 자리한 황자궁은 줄곧 이어지는 비 때문에 숫제 폐궁 같았다. 유달리 고요한 궁이 어둠에 잠겨 실로 음산했다.

여기에 이제 벼락 한번 내려 주면 삿된 것 나올 법한 귀신 소굴 완성이지…….

아랫것들이 제 궁 무서워 틀어박힌 줄 모르는 전하, 서방 품에 갇혀 뜨거운 숨 내쉬느라 바쁘다.

“하아, 흣…….”

“쉬이…….”

거추장스러운 천 조각 다 내던지고 맨몸뚱이 상태로 머문 지 며칠이나 지났더라.

꿈에서 서룡과 만난 이후 줄곧 벌거숭이인 건 기억난다. 다만 주변이 컴컴해 밤낮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아예 감이 안 왔다. 수많은 시간이 지난 것 같기도 했고, 그저 긴 하룻밤 같기도 했다.

“……하앗!”

사내에게 먹힌 젖알이 방금 따끔했다. 뒤따르는 아찔함에 등허리를 휘었으나 진작 허리 붙들려 맞춘 배가 떨어질 기미는 없었다. 심지어 사내가 한쪽 다리를 제게 올리도록 한 까닭에 이어진 몸이 더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율이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촉촉하게 젖은 금안이 반질반질하게 빛났다.

가슴 할딱이며 눈뜨자마자 젖통 빨던 사내와 딱 마주쳤다. 검은 머리칼에 금빛 눈동자, 금원후다.

‘현실이구나.’

“고운 꿈 꾸셨소.”

“……너어…….”

끄응. 쉬어 빠져 칼칼한 목을 주무르며 율이 가쁜 숨을 내쉬었다.

“잘 땐 빼라고 했잖아…….”

한 이불 덮어 가린 하체, 하나로 이어져 있음이다. 그것도 앞쪽 구멍만이 아니라 뒷구멍까지 야무지게 좆 마개로 막아 두었다.

금원후가 율의 가슴에 입맞춤을 뿌렸다.

“흐음? 기억 안 나시오? 빼려 하니 색시 아랫입이 낭군 붙들지 않았소. 명색이 서방인데 각시가 혼자 있기 싫다는 걸 어찌 외면할 수 있겠소.”

“하아…… 진짜.”

내 평생 말로 이놈 이겨 볼 거란 생각 하지도 않았지만, 이놈이 말문 막히는 꼴 보면 속이 시원하겠다.

“거 빼라는 사람치곤 서방 살 베개 베고서 잘도 자더마는. 꿈도 장히 좋은 꿈 꾸지 않았소?”

그건…… 그렇지.

율의 콧잔등이 발긋하게 물들었다. 좋은 꿈이라 함은, 서룡을 만난 일이다.

과연 지난번 만남은 시작일 뿐이었다.

맡은 일 없어 밥버러지로서 터벅터벅 주변 배회하던 시절이 언제더냐? 서룡이 꿈을 열어 주고부터는 잠이 들면 그를 만나고, 깨면 원후와 어울렸다. 본질은 같으니 결국 눈 떠서 감을 때까지 제 서방 품에 갇혀 있는 셈이었다.

쪽. 쪽쪽.

“흐읏…….”

율은 거듭되는 입맞춤을 가쁘게 받았다. 꿈과 현실을 오가며 서방 사랑 잔뜩 받은 터, 스스로 느끼기에도 신체가 몹시 예민해졌다. 이런 부슬비 같은 입맞춤 따위에 금세 숨이 차는 몸뚱이가 된 것이다.

변하는 속도가 조금은 무서울 지경이었다. 꿈속의 궁전과 현실을 오가며 시도 때도 없이 안기니 그대로인 게 이상한 일이겠지만.

“아……!”

옆으로 누운 자세였던 금원후가 갑자기 몸을 굴렀다. 율을 바로 눕히더니 정자세로 허릿심을 싣는다.

“흐으…….”

색시 무거울라, 팔로 제 무게 지탱한 채 율에겐 진득한 뽀뽀만 해 댄다. 윗입, 아랫입 할 것 없이 고루고루 제 내장 묻어 두고 입을 닫지 못하게 했다.

한 마디쯤 남은 뿌리가 완전히 파묻혔다. 아내 입술 빨던 사내가 낮게 웃었다.

“느껴지오? 속집이 꽤 열렸어. 계속 넣어 두니 입구는 이제 수월하게 본신 받아들이고 뿌리까지도 곧잘 먹소.”

율은 대답 대신 사내의 목에 팔을 감았다. 이 또한 본신이 집착하여 생긴 버릇이다. 율에겐 배가 빵빵해 무섭다 혹은 버겁다는 뜻이었는데, 이러면 양물이 더 커지는 걸로 보아 필시 이 작자는 좋다는 뜻으로 이해했음이 분명했다.

‘뭐, 나도 싫은 건 아니니까…….’

사내는 그 상태로 허리를 빙글빙글 뭉개거나 입맞춤을 반복할 뿐, 거친 색사로 이어 가진 않았다. 예전처럼 마냥 제 욕심 채우고자 하는 목적이 아니란 증거다.

‘예전 같으면 벌써 분신들 들이닥쳤어야 했는데.’

새벽녘에 과한 애무를 받으며 깨던 것이 불과 얼마 전이었다. 다소 요란한 아침 행각이 이젠 아예 좆을 넣은 채 붙어 자는 꼴로 바뀌어 율은 새 습관에 적응해야 했다.

어느 게 좋으냐 하면 역시―.

“……그, 그래서…… 좋아?”

나는 지금이 좋아.

“내 소, 속집이 열려서…… 좋으니?”

네가 나를 밤새 안아 주잖아. 진실로 서방과 각시처럼 한 침상에서 살을 맞대고.

더는 분신을 불러내지 않아 조용한 아침도, 자고 일어난 사내의 한층 낮아진 음성도 좋다. 특히나 수면 직후 나른한 표정은 몹시 귀해 마주할 때면 길 가다 우연히 예쁜 꽃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요컨대 율은 그를 더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자지 받는 좆집이어도 안겨 있는 동안은 평범하게 아낌받는 이가 된 것 같았다. 매번 몸만 취하고 갔던 사람이라 더더욱 이 변화가 기꺼웠다.

“…….”

금원후가 조용하다. 간혹 살랑살랑 움직이던 허리도 멈췄다.

그리 고민해야 할 질문인가. 율은 조금 의기소침해졌다.

‘……이, 잉태 얘기도 했었으면서.’

잉태라는 건 이 몸에 아기를 심는다는 뜻.

당연히 그 말 그대로 믿지는 않는다. 서룡이 얼마나 고귀한 이인데 굳이 이 저주받은 밭에서 자식 보려 하겠는가. 저 놀리는 게 인생의 낙인 금원후만 보더라도 젖이 커졌으면 한다는 이유로 임신 운운했었다.

그렇지만 습관을 바꿀 정도로 제 속집 늘리기에 집착하는 건 뭔가 의미가 있다고 보여서…….

힐끔, 율이 고개 숙인 녀석의 표정을 살폈다. 어두운 방 안과 앞으로 쏠린 머리칼 때문에 표정이 잘 안 보였다.

“어, 어어……?”

“흣…….”

푸확! 쏴아아―.

대뜸 내벽을 때리며 콸콸 쏟아지는 씨물. 그저 사정액이라기엔 지나치게 양이 많아 오줌을 맞는 듯했다.

심지어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하앗!”

처억, 척. 즈읏. 쪽. 금원후가 마구잡이로 허리를 쳐올리는데 그 움직임이 평소처럼 능청맞게 통제하는 류가 아니라 통제 밖에서 멋대로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그를 반증하듯 수려한 미간이 전에 없이 구겨져 있고, 눈은 질끈 감긴 채였다.

텅, 텅! 좆물로 찰박이는 아랫도리에 율이 신음을 삼켰다. 말마따나 들어오는 깊이가 달랐다.

뭐든 적응하기 마련이라고, 처음엔 구멍이 벌어지기만 해도 압박감 때문에 숨쉬기가 힘들더니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그가 들어오면 ‘아, 이만큼 벌어지는구나’ 하고 몸과 머리가 자연히 받아들였다.

“아, 아!”

용의 미친 짓에 적응해 가는 몸이 무섭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추후 혼자 남게 될 때가 두렵기도 했다.

몸을 이리 바꿔 놓으면 나 혼자 어찌 살라고.

너 보고 싶어서, 이 몸뚱이가 너 없인 외롭다 하여서…….

“크윽!”

앞보지와 뒷보지가 나란히 사내를 물었다. 너무 벌어져 배가 묵직하고 골반 전체가 뻐근했다. 그러나 제 서방의 앓는 소리가 그 고통을 모두 마비시킨다.

“조, 좋은 거지?”

물은 직후 율은 자각했다.

나는 네게 좋다는 말이 듣고 싶구나.

그런 거였어…….

서룡이 그랬다.

“본신은 항시 네 곁에 있을 터이나 본 모습으로는 지상에 내려설 수 없다. 어떤 이의 사명을 짊어진 계약을 해 버렸기 때문이지.”

어리석은 짓을 했어. 쯧, 혀를 찬 그가 중얼거렸었다. 그런 그에게 안겨 율은 괜찮다고 답했다. 실제로 괜찮았다. 금원후는 금원후인 대로 익숙했으므로.

아무리 둘이 같은 인물이라곤 하나 말투도 외양도 달랐다. 게다가 둘만 있을 때 서룡은 금원후를 불러내긴커녕 그 모습으로 변하지도 않아 율은 적응기 동안 기묘한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다.

이를테면 서방을 두고 상간을 저지르는 듯한……. 진짜 서방이 누구요? 물으면 이제 우물쭈물하게 되는.

“흐……. 언제 먹어도 맛 좋은 몸이야. 본신은 널 선택한 걸 후회하지 않는다. 그러니 본신을 진정 서방으로 받아들여다오. 그리되면 조만간 몸이 전부 열릴 테니.”

어리석은 짓. 맛 좋은 몸. 서방.

날 선택한 걸 후회하지 않는.

율은 태어나 줄곧 누구의 선택도 받지 못했다. 그러도록 설계된 운명이리라 오랫동안 믿었다. 팔자려니 해야 덜 슬프니까.

그런데 용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이가 그런 저를 선택하고 후회하지 않는다 했다. 네 곁에 본 모습으로 설 수 없어 못마땅하다 했다. 맛 좋은 몸 가졌으니 네 할 일은 그저 서방맞이하면 되는 것뿐이라 했다.

그걸로…… 단지 그거면 사랑받을 수 있어?

나 같은 것도?

서룡은 다정한 이였다. 자주 웃었고, 그러잖아도 고운 이가 눈에 꿀을 담고 있었다. 율은 남의 얼굴을 똑바로 보는 게 심히 어색했는데도 그 눈이 보고 싶어 답지 않게 고개를 들곤 했다. 그러고는 이래서 용에게 홀리는 걸까, 홀로 의문을 품고 납득했다.

괜찮으면…… 네가 한 말이 틀림없는 진실이라면 나도 네 신부가 되고 싶어.

좋다는 말을 듣고 싶어.

몸만 취해도 좋아. 부끄러운 말을 해도 좋아. 네가 바라는 대로 되어서 좋다고…… 딱 한 마디만 해 줘.

그럼 나는 네 계집이야.

“아……!”

결심을 마친 율이 멍하니 입을 벌렸다. 몸이……, 몸이 이상했다. 배 속이 무작정 근지럽고 자궁을 짓누른 자지의 맥박이 하나하나 느껴져 곤혹스러웠다.

“속이…… 열렸군.”

주르륵, 간만에 두 자지가 빠져나갔다. 율은 상체를 둥글게 말아 웅크렸다. 배가 너무 간지러웠다. 뜨겁기도 하고 건드리지도 않은 좆에서 핏, 피잇 맑은 분수가 터졌다.

“하악!”

“하하……. 속집이 열렸어. 기특하다, 기특해. 안아 줄 테니 보지 활짝 열어 서방 맞으시오.”

금원후가 율의 한쪽 다리를 어깨에 걸었다. 통통하게 부은 보지가 살짝 벌어져 있었다. 몇 시진 내내 욱여넣은 정액이 그제야 출구를 찾아 앞다투어 빠져나왔다.

그는 귀두로 엉덩이 골의 씨물을 훔치곤 자지 하나를 그대로 보지에 삽입했다.

“흐읏.”

“이 정도는 수월하지?”

그것으로도 구멍이 크게 벌어진 행색이었다. 시커먼 좆이 발긋발긋한 속살에 푹 꽂힌 광경은 남이 봤으면 기괴하다 할 법했다.

그리고 커다란 불알의 왼편. 금원후가 보이지 않게 갈무리해 두었던 마지막 자지가 묵직이 늘어졌다.

다른 양물과 다르게 그것은 물기 없이 반듯했다. 몇 번 용두질하자 뻣뻣이 고개를 들었지만, 아직 좆물도 씹물도 묻히지 않은 깨끗한 것이었다.

새로운 시도이니 새 좆을 담가야지.

“오늘은 두 개만. 다 넣지 않을 테니 새 서방에게 여보 보지 맛매 좀 보여 주오.”

“웃……!”

꾸우욱. 먼젓번에 들어간 좆을 벽으로 밀며 새 좆이 틈새를 비집기 시작한다.

배가 터질 듯한 압박감. 겨우 익숙해졌나 싶었던 감각이 다시금 율을 덮쳤다.

“하, 하악! 아!”

쪼록. 쪼로록. 보짓물인지 오줌인지 모를 것을 지렸다.

율이 눈을 커다랗게 뜨고서 서방에게 매달렸다. 허겁지겁 목을 끌어안아 두려움을 피력했다.

“서, 서방아, 후야.”

“쉬이. 잘하고 있소. 내 색시, 본신에게 좀 더 붙으시오.”

하……, 씹. 너무 조여. 웬일로 점잖게 달랜다 싶더니 거친 숨 몰아쉬는 용신이다.

금원후의 동공이 세로로 갈라졌다. 관자놀이에 힘줄과 비늘이 일부 곤두서며 인외종의 특징이 발현했다.

그는 어깨에 매단 율의 다리를 내리곤 벌벌 떠는 몸을 끌어안았다. 뒤늦게 입맞춤을 좋아했던 점이 떠올라 친히 입술을 겹치고 혀도 빨아 주었다.

“히윽, 우. 흐읍.”

오물오물. 윗입과 아랫입이 연동된 듯 동시에 꿈틀거렸다. 자지를 잘라먹을 듯하던 조임도 눈에 띄게 풀렸다.

맛만 보기는 무슨, 금원후가 허리를 푹푹 쑤셔 대놓고 용굴을 벌렸다. 만족감 어린 눈동자 주변에 금가루가 떠다녔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소. 본신이 이 보짓살 먹고 마시면서 씹보지가 사람 된 꼴은 난생처음이다, 하였었지.”

“윽, 흣.”

“어찌 이리 맛나오? 나를 위해 태어났나? 응? 용 자지 두 개 물고 씹물 질질 지릴 요량이면 이 몸 먹어라, 하여 태어난 게 아니고 무어야?”

희열에 차 번뜩이는 눈빛은 평범한 색사 상대를 향한 야림이 아니었다. 본신의 긴 몸통으로 율을 똘똘 말았던 그 집착이 한층 강해졌다.

몸을 열수록 율만 마음이 깊어지는 게 아니었다. 용도 한 번에 삽입한 양물 개수가 늘어날 때마다 제 암컷에 대한 집착과 소유욕이 껑충 상승했다. 점점 더 각인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후욱!”

“하앙!”

율이 저를 받아들였다는 진실이 너무도 만족스러워 금원후는 빈 자궁에 얼른 씨를 묻혔다. 그리 쌌는데도 정액과 선액이 줄줄 샜다. 본신이 느끼기에도 좆이 고장 난 것 같았다.

그는 긴 주둥이로 툭툭 치듯 율의 뺨에 쪽쪽 뽀뽀했다.

“그래서 좋아?”

“내 속집이 열려서 좋으니?”

금원후는 딴엔 멋진 대답을 하고 싶었다. 씹보지니 뭐니 지껄이다 이러는 게 좀 어색하지만…….

“색시에게 뿔을 드리지.”

용 뿔이 뭔지 아오? 그걸 꺾어 준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소?

내 반려 되라는 뜻이오.

영혼을 묶어 같이 살자는 뜻이라오…….

쏴아아아―.

세찬 비가 내린다. 비는 낮을 가리고 소리를 가려 부쩍 가까워진 말발굽 떼의 흔적을 묻었다.

“멈춰라.”

황궁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몸체 큰 흑마에 올라 선두를 지키던 이가 거센 비에도 아랑곳 않고 모습 가렸던 우비를 젖혔다.

드러나는 것은 건장한 장신의 사내.

그 사내 눈동자, 빗속에서도 바래지 않는 금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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