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서장 (9/11)

서장  ­

자, 아랫것들 물러갔으니 다시 이야기해 보십시다.

앞서 서룡 전하께서 내리신 비 펄펄 맞으며 혼례 구경한 신들. 구름 궁전에 몰려들어 술판, 떡판, 난장판 부리고 그 일정 족히 일주야는 이어질 예정이라 하오.

그러는 동안 우리 전하와 새색시 무얼 하느냐.

무얼 하겠습니까? 당연히 신혼 초야 보내야지요.

무겁디무거운 가례복 벗고서 편한 차림으로 얼굴 맞대면 속이 시원하겠습니다마는, 옷 갈아입을 새도 없이 한껏 위엄 뽐내는 예복 그대로 신방 듭시었다는 말 아니겠습니까.

그나마 새색시 눈앞 가리던 면사 걷혀 앞은 잘 보이는구먼.

이제 어엿한 용비마마 되신 분 눈가를 지그시 관찰해 보니, 평소 반짝이던 금안이 유달리 맑으시고 신랑 된 자의 것과 똑같이 금빛 가루 살랑살랑 날아다니오. 동공 모양새는 여전히 인간의 것이되, 둘러쓴 안광이 기묘한 터라 뭇사람들이 보면 제법 희한타 하겠소.

하이고, 울 서방님. 그 모습 심히 만족스러우시오! 안달복달 못 하고 난리가 났다.

우리가 이해합시다. 각시 눈빛 유독 맑아진 까닭인즉 각인이 성공한 이유 외에 또 있을까. 은애하는 비마마가 온전히 제 사람 되었는데 기쁘지 그럼.

순진하고 단순한 새색시, 그런 서방 모습도 좋다고 배싯배싯 웃네. 귀뺨이 발긋한 꼴로 보아 염병 천병 떨고 싶어 애단 눈치로다. 허허…….

어쩔 수 없구먼. 저들 편히 즐기도록 이만 빠져 줍시다. 뭐어― 그 전에 문틈 살짝 엿보는 건 저들도 봐주겠지.

자자, 숨을 분들 어서 숨고 너무 다닥다닥 붙으면 안 되오. 들키지 않게 열 맞춰 앉고 소리 내지 말도록 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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