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신혼  (11/11)

신혼  ­

서룡의 예고대로 ‘초야’는 꼬박 한 달간 이어졌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다.

색시 숨 막히도록 몰아붙인 색사는 다행히 초반에 몰려 있었다. 어느 정도 갈증을 해결한 용신은 너무 가쁘게 달리지 않되 율이 버틸 수 있는 최대한 진득하니 애무하는 쪽을 택했다.

가령 좆 세 개를 박았으면 정신없이 아기집 쑤셔야 하는데, 그리 내달리기보다 그저 아랫도리를 이은 채 몸을 쓰다듬거나 입 맞추는 형태였다.

어느 쪽이 더 좋은가 하면 율은 고를 수 없었다. 쾌락에 잠겨 이성이 눅진해지는 것도, 정신 말짱하게 서방의 애정과 숨결을 느끼는 것도 똑같이 소중했다.

중요한 건, 아직 초야가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끝났다고 한다면 그건 율이 인간의 관념으로 생각한 첫날밤이었다.

정정하겠다. ‘용의 초야’는 현재 진행 중이었다. 아름다운 신혼의 첫 발걸음이다.

“으응…….”

율은 문득 간지럽고 뜨거운 느낌에 현실로 끌려왔다. 일단 의식을 차리자 밑이 녹는 간지러움이 한결 생생하게 치달았다.

“하…… 룡아아…….”

우리 전하 맑고 고운 목청은 어디 갔나. 잔뜩 쉬고 갈라진 신음만이 끙끙 울린다.

어지간하면 목이 아파 말을 꺼내지도 않았을 테다. 그러나 가만히 놔두기 어려울 정도로 보지에 들어와 있는 게 신경 쓰였다. 허리는 진작 녹아 맘껏 움직일 수도 없는 처지였다.

설마 이 녀석이 또 일어나자마자 보지 빨고 있는 건 아니겠지?

걸신들린 듯이 빨아 대서 사람 잠 깨운 적이 어디 한두 번이어야지.

내심 이번에도 그렇겠거니, 짐작한 율은 뜨거운 숨을 애써 가다듬었다.

“그만 좀, 빨, 아아…….”

하여간 혼례 날부터 보지에 뭘 숨겨 놓은 사람처럼 매달려 있었으면 좀 질릴 때도 되지 않았니?

좆을 빼면 허전하다고 빨고, 쉬게 해 준다면서 또 빨고. 제 서방 된 작자라 욕하면 제 얼굴에 침 뱉기지만 이 용 놈은 진정 아내 보지에 미친 자식이었다.

다리를 계속 벌리고 있어 골반도 뻐근하고.

“아잇, 정말.”

애원도 해 보고 신경질도 부려 보지만 어째 서방에게선 답이 없다. 분명 신랑 위에 반듯이 엎드린 자세로 끌어안겨 잠들었건만 뒤집혀 있는 것 또한 이상했다.

“으으.”

율은 하는 수 없이 낑낑대며 상체를 들었다. 겨우 뒤돌아보았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자고 있잖아……!”

그럼 지금 구멍에 들어와 있는 건…… 이 망할 상놈이 설마 보지에 혀를 집어넣고 잠든 거야?!

“허……!”

죽지 않는 몸이 되어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기가 막혀 저승 간 인물이 될 뻔했다.

너무 어이가 없어도 맥이 탁 풀리는 법이다. 율은 눈앞이 암담해 풀썩 엎드렸다. 각인하여 서방 속내 종종 읽힌다고 좋아할 때가 아니었다. 상놈은 나날이 진화하여 더 큰 상놈이 되고 있었다.

말랑한 보지 감촉 좋다며 제 얼굴에 떡 올린 채 휴식 취할 때만 해도 몰랐지.

아직도 놀랄 일이 남았구나, 우리 상놈…….

본디 인간이 아니라 그런가. 율은 그간 서방과 동고동락하며 기상천외한 색사를 많이 겪었다. 자지를 넣고 잠드는 거야 허구한 날 당해 퍽 익숙해졌지만, 아예 밑구멍을 얼굴에 얹고 잠들거나 지금처럼 혀를 넣은 채 수마에 빠지는 건 평범한 인간의 머리론 도저히 떠올리지 못할 일이었다.

“으음…….”

츠읏, 쭙. 츄웁.

“하윽…….”

미친놈. 미친놈.

자는 중엔 그래도 넣는 걸로 끝날 줄 알았더니 오산이었다. 율의 서방은 눈 뜨기 전 가물가물한 상태에서도 아내 보지부터 빨아 먹는 작자였다.

율은 기겁한다지만 용신이라고 할 말이 없을까.

이거 봐라, 색시야? 색시는 상식을 벗어난 짓이래도 용은 어차피 인간처럼 코로 숨 쉬는 행위가 필요치 않은 존재거든?

하여 보지에 혀를 꽂든, 뒷구멍에 코를 박든 용신에겐 하등 문제가 없다 이 말이다.

외려 서룡은 아내가 잠들어도 그 몸을 마음껏 음미하고 싶은데, 밤새 구멍을 핥으면 이 예민한 인사가 힝힝 울며 깰까 봐 제 딴엔 타협한 것이었다. 얼굴에 보지를 얹고서 쉬는 걸로.

그러면 색시 기상에 맞춰 요 탱글탱글한 궁둥이가 움직일 때, 혀만 바로 내밀어 따먹을 수 있으니까.

“히윽……, 료, 룡아아…….”

율이 서방의 허리춤을 잡고서 부르르 떨었다. 몹시 간지럽고 짜릿한 쾌락이 밑구멍에서부터 다시금 시작되었다.

“으응, 흐으읏…….”

어떨 땐 이게 더 징글맞기도 하다. 삽입 없는 단순 애무라 잔잔하게 오래갔다.

이 잔잔함은 초야를 지내며 서방이 습득한 기술이었다. 정확히는 완급 조절의 도사가 됐다. 마냥 열락을 끌어내기 위한 애무가 아니라 길게 즐기려는 목적이어서, 사정할라치면 마지막 한 방을 막고, 또 흥분케 하며 사람을 피 말렸다.

굳이 나누자면 이성을 잃고 격렬했던 시기가 초야 첫 단계, 지금이 다음 단계라 할 수 있겠다.

시작과 끝이 불분명한 애무를 받으면서 율은 내심 초야 한 달은 허풍이라 생각했던 마음가짐을 고쳐먹었다. 서룡이라면 한 달이 뭐야, 일 년도 보낼 작자였다. 고작 며칠 새 애무 방식을 싹 바꾼 상놈이니.

아아…… 몸이 녹아 사라질 것만 같다. 공알을 후비고 보지 길을 제집처럼 드나드는 혀가 언젠가는 이 육신을 모조리 녹여 제 배 속에 집어넣을 성싶었다. 정신이 마모되고 이성이 사라지기까지 순식간이었다.

주르륵.

흥건히 흐르는 보짓물을 싹싹 핥아 먹은 서룡이 율의 등허리를 나른하게 쓰다듬었다.

“내 색시, 고운 꿈 꾸셨나?”

“앙, 응, 읏! 그, 그만. 그만해앳…….”

“흠? 아직 아침 쉬야도 안 했잖소? 그것만 마저 먹고 끝내 주리다.”

“이, 이…… 서룡!”

결국 빼액 소리를 지르고 만 율이 씩씩대며 앞으로 기었다. 전신이 온갖 요란한 비명을 지르든 말든 남편에게서 벗어나는 게 먼저였다.

반면 서룡은 통 모르겠다는 낯으로 팔짱을 꼈다. 입가가 율의 보짓물로 번들번들했다.

“잘만 쌌으면서, 왜?”

“그, 그걸 말이라고 해?”

“색시도 알겠지만 여긴 요강 같은 거 없소. 쓰게 할 뜻도 없고. 남편이 아내 몸에서 나오는 물 마시겠다는데 뭐가 저어되오?”

진심으로 궁금해서 묻는 표정이라 율은 아연해졌다. 숱한 경험상 여기서 부끄럽다, 더럽다 따위의 이유를 대 봤자 그를 더 부추길 따름이었다.

율은 구겨진 침대보를 끌어 하체를 가리며 말했다.

“……따……갑단 말야.”

아프다고 하면 좀 알아먹겠지.

실제로 얼얼했으므로 마냥 거짓말도 아니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 다리를 꼭 오므리고서 보지를 숨겼다. 그곳에도 자국이 남는다면 분명 신랑의 입술 자국으로 빼곡히 덮여 있을 터였다.

서룡이 턱주가리를 문지르며 되물었다.

“흐음…… 따갑다고?”

먹힌다!

율은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마구 고개를 끄덕였다.

“응! 따가워. 아주아주 따가워.”

눈을 가늘게 뜬 서룡이 율의 이불을 빼앗았다.

“어디 봅시다.”

“웅?”

이, 이게 아닌데.

갸웃대는 머리통이나 데구루루 구르는 눈알이나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행여나 그 속내 들킬세라 율은 재빨리 아픈 척, 슬픈 척 눈썹을 축 늘어뜨리며 확언을 요구했다.

“……빠, 빨면 안 돼.”

“상태 보고.”

대꾸하는 표정이 퍽 진지했다. 얼굴만 봐서는 정말 진찰하려는 것 같았다.

율은 바들바들 떨리는 팔을 뒤로 지탱해 무릎을 세웠다. 구멍을 보여 주려면 다릴 벌려야 하는데 하릴없이 불안했다.

그러는 동안 울 남편 전하, 아내 아랫도리 관찰하고자 침상에 넙죽 엎드려 태세를 갖춘다. 한 손에 잡히는 발목을 냅다 잡아끌지 않고 엄지로 살살 쓸었다.

“자아, 벌려야지?”

“으…….”

나쁜 놈. 안 빨겠단 소린 절대 안 하네.

“지, 진짜 보기만 해야 해?”

“색시 아프면 당연히 그러지.”

그제야 한시름 놓은 율이 주춤주춤 허벅지를 열었다. 반쯤 선 사내 자지며 얕게 숨 쉬는 아랫입이 자태를 드러냈다.

서룡의 입 안에 침이 고였다. 보기만 해도 부들부들, 몰캉 말랑한 보짓살. 조금 전까지 사내 혀를 타 촉촉하고 빨갛게 부어 있다. 그만큼 충분히 흐무러져 무엇이든 넣어 주면 쫄깃하게 조이겠지.

그는 괜히 음핵을 건드리며 입맛을 다셨다.

“쪼오끔 부었구먼.”

“쫌?”

좀이 아닐 텐데?

율이 반박하려는 순간, 서룡이 상체를 일으켜 색시를 덥석 안았다. 제 무릎에 재빨리 터억 앉히고는 율의 정수리에 턱을 괴었다.

“약조하오. 열감이 가실 때까진 입 대지 않으리다.”

“휴…….”

이놈이 무얼 하려는가 했다. 율은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헌데 색시야.”

“응?”

“울 색시 오줌 누는 건 어찌해?”

“아, 아, 안 눠엇!”

내 이놈의 서방을 그냥!

말은 바로 하랬다고, 오줌은 무슨 아침부터 퍽퍽 쑤셔 박아 맑게 지린 좆물 아닌가.

색시의 정기니 뭐니, 아무튼 그걸 꼭 먹어야 힘이 난다며 잠 덜 깬 아내 붙잡고 씹물 쥐어짜 마시는가 하면 율에게도 오줌 같은 씨물을 그득 뿌려 놓고 내장에 남김없이 흡수시켰다.

그래, 흡수시킨다.

율은 제 몸에서 또 하나 변한 점을 알아차렸다. 매우 느린 속도지만, 용의 체액을 받으면 내벽이 그것을 조물조물 삼키듯이 흡수했다. 서방 말로는 여의주가 용의 정기를 빨아 먹는 행위라는데, 그래서 기절을 안 하게 된 건가 싶었다.

심지어 입으로 마시면 미약 효과가 있어 용을 받아들이기 한결 수월해졌다. 이건 인간 시절에도 겪어 봤으므로 아는 바였다.

다만 용은 제 대물의 몸집을 의식해 율에게 좆을 빨아 달라고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편은 아니었다. 반대로 저가 빠는 것을 더 좋아하여 반려의 아랫도리에 매달려 있기 일쑤였다.

율은 차라리 그와 한 몸으로 이어져 있는 편이 훨씬 익숙했다. 아닌 게 아니라 조만간 맨정신으로 세 좆을 모시는 날도 오지 싶다.

“진짜 안 눠?”

서룡이 끈질기게 물었다. 율은 새빨개진 얼굴을 팩 돌렸다. ‘너랑 말 안 해, 흥!’ 하고 대화를 끊어 버린 것이었다. 잡을 말꼬리가 없다면 그만두겠지, 그런 순진한 생각이나 하면서.

‘그게 귀여운 점이지만.’

울 색시야, 어리바리한 사람아. 네 서방을 그리 겪고도 모르니.

남편의 가슴에 등을 붙인 자세라 율은 서룡의 표정을 확인하지 못했다. 입꼬리가 귀까지 찢어져 음흉한 꿍꿍이 가득한 관상이로다.

“흠.”

상놈이 목소리를 착 깔고 고민하는 척했다. 거 참으로 뻔뻔스럽네, 뻔뻔스러워.

“그럼 색시라도 받아먹으소.”

으으응? 그 말에 용비마마가 자세 돌리려 할 땐 늦어도 너무 늦었다.

손끝으로 통통한 보짓살 만지작거리던 남편 씨, 검지와 중지로 속살 쫙 벌린다. 그러고는 가장 굵은 손가락 꼽아서 단숨에 돌진하니 아니나 다를까 뜨끈하고 쫀쫀한 내장이 그를 환영했다.

“하앗!”

사람 몸뚱이란 무척이나 신기하여 오래 반복하면 그대로 길이 든다.

율의 등줄기로 어김없이 전율이 일었다. 고작 손가락이라 할 수도 있겠으나 손가락 다음에 자지, 자지 다음엔 혀, 그다음에 또 손가락, 요래 박힌 습관이 당장 애무받는 감각뿐 아니라 몸과 뇌리에 입력된 쾌감까지 끌어왔다.

“으응, 응, 흐읏!”

서방님아, 내 몸 이상하오. 색시 몸뚱이가 정말 갈보가 되어 버린 거 같어.

빨지 말랬다고 손가락 쑤셔 넣는 서룡이나 차마 넣지 말란 소리까진 안 나오는 율이나 결국 한창 다디단 신혼 즐기는 부부였다.

불안해서 벌벌 떨리던 허벅지가 어느새 버젓이 열려 있었다. 누가 보지 샘까지 보든가 말든가 남편 손가락 죄어 물기 바빴다. 서룡에겐 말 못 한 비밀이지만, 원체 넣어 두는 시간이 길다 보니 율도 몸을 분리한 게 조금은 어색했다.

그의 숨결, 마음, 생각이 더 잘 전해지기도 하고.

“학!”

율을 돌려 서로의 가슴과 배가 맞닿게 자세를 바꾼 서룡이 오른쪽 좆을 잡아 보지에 대고 꾹 눌렀다. 낭창한 허리가 휘청거렸다.

“흐윽…….”

“자지 한 개는 손가락보다 수월하지?”

그게 사실이라 수치심이 들지도 않는다.

뿌리까지 꿀떡 삼킨 율이 서룡의 목을 자연스레 끌어안았다. 그러다 서방이 흡족하게 짓는 미소를 발견한다.

그가 원하는 대로 반응했구나. 깨달음이 닥치면서 그제야 귓불이 달아올랐다.

“자, 한 개 더 가오.”

이번엔 가운데 자지다. 기둥 불뚝한 놈이 향한 곳은 뒷보지였다. 한동안 셋이 뭉쳐 다니느라 좁은 곳에서 숨쉬기 팍팍했는데, 아이고, 혼자서 방 차지하니 여기가 극락이다.

마침 하늘 같은 색시가 보지 아프다 꾀병 부리는 참이기도 하고, 이때다 싶어 그는 가장 굵은 좆을 뒤 마개로 썼다.

자연히 남은 왼쪽 좆이 앞보지를 뚫었다.

“아흑!”

내장 나으리들 비키시오! 자지 삼인방이 돌아왔소이다.

굵기도 굵기인 데다 위치상 더 깊게 넣으려면 본디 가까이 붙은 좆끼리 한 구멍에 배치하는 게 나았다. 그러나 안쪽을 넓힐 땐 일부러 양옆에 달린 놈들을 넣어 보지 통로를 다지는 선택도 나쁘지 않았다.

색사의 도입부라면 율이 그 압박감을 한층 크게 느껴 남편에게 매달렸다. 입구도 넓히고, 색시 포옹도 받고. 서룡에겐 일석이조였으니 좆의 배치를 바꾸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흐으으…….”

“울지 말고. 서방 여기 있소.”

서룡은 아내가 좋아하는 낯짝을 들이밀었다. 예상대로 압박감에 훌쩍이다 서방 품에 머리를 툭 기대는 색시다. 그 상태로 그는 율의 엉덩이를 쥐고서 일어났다.

“하으응!”

“하아…… 허벌 보지 꼭 잠글 땐 먼저 얘기하라니까. 서방이 내궁 찢고 들어가다 아기집 건드리면 울 거면서.”

“흐우…… 네, 네가 갑자기 일어서니까…….”

“으응, 그래. 알았소. 서방이 미안하오. 자리 옮겨서 마저 좆 받읍시다.”

더러운 말본새로 능욕하면서도 율이 웅얼대면 언제 그랬냐는 양 온순한 남편으로 돌변하여 네 말이 다 맞다, 볼에 뽀뽀하는 전하시다.

그러면 율도 조용히 서룡의 허리에 종아리를 감으며 콩닥콩닥 뛰는 가슴을 다독였다. 마지막 입맞춤이 너무 다정해 앞에서 들은 말은 다 사라지고 그 입술의 감촉만 남았다. 그저 떨리고 설레어 애정이 충만해지는 것이다.

꽈악, 수축하는 두 보지 구멍에 서룡이 열띤 웃음을 흘렸다. 하여간 구멍으로 귀염 떠는 짓은 어디서 배웠는지.

성큼 걸음을 옮긴 그가 도착한 곳은 방 한쪽에 마련된 욕조였다.

손짓 한 번에 깨끗한 물이 그득 차오른다. 방을 나서면 이 공간만큼 너른 욕탕과 본체를 다 담글 정도로 커다란 못이 있었으나 그는 다소 좁다란 욕조로 만족했다. 일단 색시와 몸을 꼭 붙여 들어가야 하는 점이 그러했고, 동시에 아내 몸을 돌보기에도 좋았다.

“들어가오.”

“으응…….”

대답인지 신음인지 모호한 소릴 흘리며 율이 서룡의 품에 더욱 깊이 달라붙었다.

서룡은 한 팔로 율을 안은 채 욕조 안에 몸을 담갔다. 편히 등을 기대자 기분 좋은 소름이 전신을 저몄다.

“후우…….”

“아……! 커, 커졌, 앗!”

“거참. 토끼도 그대보단 얌전하겠다. 보지 터지는 일 없다고 내 몇 번을 말해? 그대가 본신을 원하기만 하면 된댔잖소. 그저 그거면 된다고.”

그래, 이래야 내 색시지. 귀엽기만 한 게 아니라 한 번씩 사람 속 긁어야 온전히 본신의 색시다.

본디 제멋대로 씨불이고 행동하는 서룡 전하, 짓궂은 성질머리가 간만에 슬금 고개를 든다.

그는 단숨에 방향을 바꿔 율을 욕조 벽에 기대게 했다. 수면이 일렁대는 선에 탐스런 빨통이 놓였다. 불그스름한 돌기는 일찌감치 일어나 서방의 혀를 기다렸다. 몰캉한 심지며 살성이 입 안 가득 물고 빨기에 적격이었다.

‘흠, 이참에 시도해 봐?’

율은 잊었을지 몰라도 서룡은 여전히 마음에 담아 둔 목표가 있다.

젖물 트기.

사실 첫날밤에 트일 줄 알았는데 율이 뜻밖에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마음 장벽은 허물었으나 세 좆 익숙해지도록 하는 데서 만족해야 했다.

“내 색시, 젖통 커졌다고 했던 말 기억하오?”

부드럽게 뭉개지는 젖을 주무르며 손장난 하던 서룡은 그대로 볼이 홀쭉해지도록 젖알을 흡입했다.

“흐웃, 응, 하으으.”

율이 욕조 안에서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다 물장구쳤다. 서방 좆 먹은 아랫입도 덩달아 구멍을 오므리며 자지를 씹는다.

흐름을 탄 서룡이 젖알뿐만 아니라 살덩이 곳곳을 물고 빨았다. 워낙 탱글탱글하여 절로 입질을 부르는 살결이었다.

“응? 색시야. 대뜸 젖이 부푼 이유가 무엇이겠어. 커진 통에 물 담으란 뜻 아니겠소.”

“바, 보 같, 은 소리―.”

내 젖에 허튼짓하려는 거 모를 줄 알구!

율이 헐떡대는 와중에도 질색하여 가슴을 가리려 했으나 외려 욕조에 팔을 눌렸다.

서룡이 소담한 젖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가 반문했다.

“바보 같은 소리라니? 본신은 진심이거든? 요 어여쁜 젖에 젖물 나오면 사랑스러울 것 같단 말이야. 내 색시, 서방에게 젖 주지 않으련?”

“으으응, 미, 미친놈…….”

아, 하악! 젖알을 보지만큼이나 느끼는 통에 율의 발버둥이 심해졌다. 뒤로 젖힌 목에 가느다란 핏대가 설 지경이었다.

서룡이 비죽 실소했다. 이번엔 사뭇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입과 몸이 영 반대인 행태 탓이 아니라 율의 욕지거리가 사내의 가슴에 와 박힌 것이다.

그냥 새삼스럽게 감동적이라 할까.

쌀밥 대신 눈칫밥 먹고 자란 내 색시 아니냐. 그런 사람이 눈치 보지 않고 욕지거리 툭툭 내뱉는 게 서방 영향이 아니고 무어야?

네 말버릇에조차 나를 입히고 싶다 하면 너무하다 할 테냐?

각인하기 전까지의 율이 저 홀로 자란 풀이라면 각인 이후의 율은 서룡이 하나하나 빚어 가는 존재였다. 한낱 들풀 시절에도 그를 사랑했던 장본인으로서, 서룡은 율과 진득이 얽혀 나타난 결과가 드문드문 비칠 때마다 각인이 강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은애한다, 혼인하자.

거듭 고백하고 싶은 기분이다.

서룡의 은발이 율의 가슴 위로 쏟아졌다. 정확히는 심장이다. 그곳에 귀를 댄 채 반려의 심장 소리를 듣는다.

쿵쿵쿵쿵…….

율이 돌연 흠칫했다.

“우으…….”

느껴서 흘리는 신음이라기엔 울먹임에 가까웠다. 갑자기 왜 그러나, 하였던 서룡은 이어진 손길에 우뚝 멈췄다.

율이 하나 남은 뿔을 조심히 건드렸다. 정작 서룡은 거의 잊고 있었던 부분이다.

제대로 잡지도 못하고 덜덜 떠는 손길. 아팠니, 어땠니. 감히 묻지 못한 색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서방을 아기인 양 꼭 끌어안는 것뿐.

그리고 입맞춤.

“읏…….”

서룡은 눈가를 찌푸리곤 율의 허리를 세게 움켜잡았다. 색시 입맞춤만 받으면 멋대로 싸지르는 버릇 좀 고쳐야 하는데 이것만은 통 제어가 안 된다.

“후욱, 흣.”

“서방, 아……!”

철퍽철퍽 박는 시늉조차 필요치 않았다. 서룡은 다만 이 씨앗이 밖으로 흘러나가지 못하도록 씹과 육좆을 단단히 맞추고서 세찬 물줄기를 터뜨렸다.

“하악!”

서방 놈 좆물이 색시 내장에 굽이굽이 들어간다. 일부는 색시 회복시키고, 또 일부는 아기 마마 양분되고, 대부분은 애정의 증거로 남는다.

「은애해, 내 색시.」

율은 심장으로 전해져 오는 고백을 들었다. 풋내기 청년처럼 제 사랑 감출 줄 모르는 자의 고백이다.

서룡이 율의 가슴에 수없이 입 맞췄다. 제 손아귀에 가득 채우기엔 모자란 젖을 주무르고 진한 분홍빛 알갱이도 쭉쭉 맛본다.

“맛있어……. 색시 젖통 참말 쫀득하오.”

은애하는 내 신부, 곱디고와라. 서방 사랑 잔뜩 받아 젖 피고 마음 피셨네. 남편 전하의 꽃이요, 행복이로다.

“하아, 흡…….”

“조그만 게 통통하여 귀여워. 젖물 터 달라 하였지만 본신은 그대에게 계집 유방 심고자 하는 뜻은 없어. 요래 심장 뛰는 소리도 잘 들리고, 봉긋 도독하니 솟은 모양새도 어여쁜걸.”

쪽쪽쪽. 진심으로 귀여워하는 입맞춤에 율의 허리가 튀었다. 흥분을 이기지 못한 육체가 절로 움직인 것이었다. 사정하는 줄도 모르고 씹물 지린 건 곁다리였다.

“하아, 아, 흐윽.”

색에 미친 것 같다.

색에 미치면 원래 이리 숨 가쁜가. 몸이 주인의 말을 듣지 않고 내처 달려 당신 가는 곳마다 따라붙는다.

그런 색시의 상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서룡이 본격적으로 쌍알을 구기고 살덩이끼리 비볐다. 가운데로 힘껏 모은 두 젖알을 날름날름 번갈아 핥는다.

“내 색시, 후일 아기 마마 탄생하거든 젖 먹여 키우겠지?”

당연히 그러하리란 투였다.

“흑…… 으응.”

그럼 젖먹이를 젖 먹여 키우지 뭘로 키우남? 율은 훌쩍대면서도 당신 말이 맞노라 머리를 주억였다.

신랑 놈 입이 그의 맘속에서 함지박만 하게 벌어졌다. 자연스레 일어날 일인 양 물었으나 실상 순진한 아내 속여 먹은 공갈이다.

‘역시나 속는구먼.’

인간과 용은 다르다고 늘상 말해도 둔치 아내는 인간처럼 생각하고 만다. ‘용이니까 태생은 아니겠지?’까지는 왔으려나.

그게 잘못됐다는 뜻은 아니다. 인간으로 나서 평생 인간답게 사고하고 자랐으니 응당 그럴만했다. 이제나저제나 색시 발라먹을 속내뿐인 상놈으로선 일이 쉽게 풀려 좋기도 하고.

율이 모르는 진실은 대강 이러하다.

태연자약하게 물은 바와 달리, 용에겐 모체의 젖이 필요치 않았다. 그들은 본디 알로 태어나 자연의 정기를 먹고 자라는 신체(神體)였다. 이슬과 흙, 바람과 구름 등 자연 속에 놓아두면 스스로 필요한 것을 찾아 취했다. 그러다 자라고 싶을 때 알아서 자라고, 부화하고 싶을 때 부화했다.

‘색시가 그걸 알면 오롯이 ‘아기’라고 칭할 순 없을걸.’

멀리 갈 것 없이 서룡조차 진심으로 이것을 갓난아기라 여기지 않으니 말이다.

아기 마마 타령은 율에게 장단을 맞춰 주는 말일 뿐, 그는 내심 ‘이것’에게 유년기가 없을 가능성마저 고려하고 있었다. 저 자신이 완전체로 부화한 장본인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나자마자 지금 같은 성체는 아니었다. 구렁이보다 크되 이무기보단 작은 몸집이었는데, 머지않아 완전히 성장했다. 인간으로 치면 관례 치르기 전의 소년기 모습 정도로 태어나 단시일 내에 성인이 된 셈이었다.

그게 가능한 까닭은 태초에 용이 잉태된 근본적인 연유와 맞닿아 있다.

옥황상제께서 당신의 손발 대신하여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란 사명 쥐여 주고자 생성하신 게 바로 용이다. 그 사명 받들게 할 강력한 의식을 먼저 빚고 영체에 입힌 다음 육신을 만들었기에, 용은 자연히 모체 배 속에 들어앉은 순간부터 제법 또렷한 의식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제 의지로 자라는 속도며 밖으로 나갈 시기를 결정했다. 말인즉 어미 배 속에서 나가야 할 이유, 알에서 탈출할 필요성을 언제 깨우치느냐에 따라 임신 기간, 부화 기간, 성장 기간이 모두 달라졌다.

“나도 어지간히 오래 있었지…….”

혼잣말로 중얼거린 그가 피식 웃었다. 그러곤 다디단 젖알의 맛을 마저 음미한다.

울 여보는 짐작도 못 하시겠지? 제 서방이 얼마 만에 세상 빛을 보았는지.

서룡은 최소 수백 년간 알 신세였다. 굳이 알을 깨고 나갈 필요를 못 느낀 탓이었다. 마찬가지로 보금자리를 벗어난 것도 알에 있어 봤자 계속 심심할 성싶어서였다.

너무 오래 버틴 반동일까. 막상 세상에 나온 그는 사소한 점도 참지 못하는 성미가 되었다. 평화롭기만 한 것은 지루했고, 점점 극도의 재미를 추구하는 성향을 띠었다. 이 구역, 저 구역 넘나들며 장난질 치는 건 예사였다.

‘막내’가 괴팍한 성미라는 사실은 삽시간에 하늘 전체로 퍼졌다. 급기야 옥황상제가 구박하다 못해 땅으로 내려 보내기에 이르렀다. 말이야 지엄한 사명 이룰 때가 되었다지만 모두가 알았다.

그럴듯한 사명 속에 감추어진 격리의 의지를.

결과적으론 무척 잘된 일이었다. 하늘은 조용해졌고, 서룡은 무엇보다 흥미로운 존재를 제 손아귀에 넣었으니.

“그대 분명 아기 마마 젖 먹여 키운다고 했겠다. 그럼 미리 젖 물리는 연습 해야 하지 않겠소?”

“아흐……. 으응, 흑!”

유두 살을 쪽쪽 빨다가 혀로 날름날름 핥아 대고 잇새로 사악 긁어 주니 보지가 울렁울렁 파도쳤다.

서룡은 느슨히 살랑이던 허릿짓을 멈추고 율의 가슴에 집중했다. 손등으로 간간이 아내의 아랫배를 문지르기도 했다.

“이제 와 거짓이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아, 아니잇, 그게 아니구……!”

물기에 젖은 율의 속눈썹과 눈동자가 유독 촉촉했다. 진심을 의심받아 당황한 낌새였다.

색시 놀리는 맛에 중독된 서룡이 양쪽 젖알을 꽉 잡아당겼다.

“흐으으읏!”

“여기 봐. 색시 젖통, 젖알 죄다 부푼 거. 회임하여서 시시각각 신체 변하고 있는 거 알겠소?”

“흐읍, 흑. 내 몸이…….”

“그래. 만삭되면 덩실하니 배부르고 젖통은 더 부풀 테지. 앞서 자식 얻은 형제자매들 경험 듣자 하니 임신 중에 돌연 젖부리가 뭉쳐 찌르르, 우릿우릿 매우 고통스럽다더라? 그때 가서 왜 진작 안 빨아 주었냐고 신랑 원망하지 마오.”

서룡은 낯빛 하나 바꾸지 않고 속살거렸다. 딱히 거짓말은 아니었다. 그러한 알도 배 속에 품은 자식이랍시고 다들 임부 반응을 보였으므로.

“헉! 아, 아프대?”

고통에 약한 비마마,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파악도 않고 그저 아프다는 말에 벌벌 떤다.

옳거니, 걸렸다.

서룡이 율의 가슴골에서 숨죽여 킬킬댔다. 그러다 낯짝 들어 보일 땐 세상 누구보다 진지한 척 웃음기를 쫙 빼고 묵직하게 머리를 주억였다.

“어떡―, 아프면 어떡해.”

“걱정 마오, 내 색시. 설마 당신 서방이 색시 아프게 둘까. 꾸준히 신랑 손길 받아 젖 뭉치지 않게 주물러 주고 젖도 빨아내고 하믄 고통일랑 못 느낄 것이다 하였어.”

“아…….”

“그러니까 그때 가서 괜히 당황하지 말고 미리 연습 삼아 해 보자 이 말이지.”

계속 듣다 보니 묘하게 일리가 있다.

율은 떨리는 눈초리로 제 젖통을 내려다보았다. 불그죽죽한 손자국, 잇자국들을 전부 차치하더라도 윤곽이 어렴풋 변한 느낌이 들었다.

‘정말 젖이 커졌나……?’

저도 모르게 젖 한쪽을 쥐어 본다. 신랑 각시 둘 모두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각시 당사자는 자그만 손아귀에 가득 차는 부피 때문에. 서방은 아내가 제 젖 스스로 주무르는 광경에.

서룡의 눈깔이 딱 돌아가기 직전, 율은 가히 충격을 받아 머릿속이 하얘졌다.

‘언제 이리 커졌어?!’

본래는 서룡이 허구한 날 작다 하던 제 손아귀에도 약간은 여유가 생길 정도였었다.

헌데 방금 쥐었을 땐 손가락 사이로 볼록 올라오는 살집이 있었다. 지아비에게 쉴 새 없이 물고 빨려 부었다기엔 명백한 변화였다.

“우윽…….”

지금까지와는 다른 의미로 율의 눈동자가 젖었다. 정작 변한 몸을 확인하니 임신을 실감하는 한편 덜컥 겁도 났다. 기쁜 동시에 기묘한 두려움이 차올라 저도 모르게 눈물이 솟았다.

율은 버릇대로 서방을 끌어안고 너른 품에 숨었다.

“나, 나 어떡해? 네 말대로 젖이 커졌나 봐. 나중에 많이 아프면 어쩌…….”

“내 울보, 이제까지 뭘 들었소?”

불시에 자궁 통로를 긁은 좆이 속집 끝까지 들쑤셨다.

“하응!”

퍽!

“전부 본신께 맡기면 돼.”

퍽, 퍽, 퍽!

“두려운 것, 기쁜 것, 무서운 것, 환희하는 것. 모조리 시시콜콜 서방 귓가에 지저귀고 요구해. 내 어디든 못 아껴 드릴까? 아픈 곳은 핥아 주고 두려운 것은 가려 주리다. 그대는 그저―.”

말끝을 확고히 맺지 않은 그가 허리를 힘주어 휘둘렀다. 보지를 푹푹 헤집는 움직임이 대놓고 거칠었다.

“……본신을 원하면 돼.”

하아아아―.

극심한 흥분에 휩싸인 율이 상체를 뒤로 기울였다. 첫 교접 때만큼이나 구멍이 바짝 수축했다. 날씬한 종아리도 허공으로 쭉 뻗어 사정의 전조를 알렸다. 물이 기어코 욕조 밖으로 튀었는데도 신경 쓰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율은 그보다 젖알이 떨어져 나갈 듯만 싶었다. 가슴에서 피어나는 열감이 상당했다. 젖은 이리 빠는 것이다, 알려 주듯 서방이 부드러운 살을 마음껏 뭉개며 혀를 놀렸다. 젖꼭지 주변의 살갗 역시 놓치지 않고 간간이 입질한다. 내심 그곳을 더 좋아했던 율로서는 천상 위의 천상을 노니는 기분이었다.

“하아! 앗, 아! 으으응!”

젖 빨리며 내장 비비는 짓거리가 우째 이리 기꺼운고.

당신이 아껴 주어 좋은가, 아니면 당신을 은애하여 좋은가. 이 감정 없이, 당신이 그저 색사를 잘하기만 하는 존재였다면 보지는 좋다 하여도 심장에 열락이 펑펑 터지는 느낌은 아니었으리라.

“잘 빨아 줄게. 서방 믿어 보소.”

좆 파는 창부 같은 언사를 아무렇지 않게 주워섬긴 서룡이 이내 자궁 깊은 곳에 씨물을 퍼부었다. 아직은 손톱만 할 아기 용이 아비 정기 쪽쪽 흡입하고 숨풍숨풍 자라날 테다.

“실은 지상에 있을 적, 내 다짐하였거든.”

“윽, 읏, 아, 학!”

그러면서 그는 단단한 가슴팍에 율의 젖통이 뭉개지도록 바투 안았다.

“색시 회임하시면 품에서 떨어뜨리지 않고, 바닥에 발 닿지 않게 하리라고.”

“흐읏! 서, 설마 그래서……!”

내 보지에 자지 쑤셔 넣고 걷는 거냐?!

한두 번이면 말을 안 한다. 욕조까지 왔던 아까처럼 서룡은 잠시 걷는 순간에도 밑을 맞춘 채 이동했다. 심지어 밥을 떠먹여 줄 때도, 지쳐서 잠들 때마저.

초야에 접어든 이후 각자 떨어져 있기보다 좆을 품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 그가 싸지른 좆물이 안에 담겨 출렁거렸다.

때로 그런 착각이 든다. 배 속에 아이가 아닌 좆물이 뭉쳐 똬리를 튼 게 아닐까 하고. 그게 아이 행세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남들처럼 입덧을 겪는다거나 여타 임신 반응이 왔으면 의심하지 않았을지 모르나 그러기엔 시기가 너무 일렀다.

‘그러다가 젖물이 나온다면…….’

그걸 서방이 빨아 주고 젖 뭉치지 않게 매일 쓰다듬어 준다면, 확실히 제 몸에 아기 품었노라 체감하겠다.

율은 문득 이 공간이 완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삼스럽지만, 창문 없는 방의 효과를 톡톡히 깨달았다. 처음에는 그저 날 지나는 줄 모르게 하려는 효과인가 하였는데, 몸 안팎 어디에나 자리한 서방의 존재감을 극대화하는 게 진정한 목적인 듯했다.

세상에 오직 그대와 나뿐.

내 비루한 속 알맹이를 보고도 나를 원하고, 더 원한다 속삭이는 정인.

나는 그런 사람과 혼인한 것이다.

“아아앙……!”

율의 눈동자가 전에 없이 환한 금색으로 빛났다. 어둠 속을 밝힐 만큼 기이하고 영롱한 빛이었다.

서룡은 즉시 움직임을 멈춘 뒤 율을 품에 꼭꼭 숨겼다.

율이, 반려가 제 서방을 원하고 있었다.

“하아…… 룡아.”

사정한 지 얼마 안 된 좆이 금세 터질 것처럼 부풀었다. 아내 보지에서 어떤 씨도 새 나오지 못하도록 입구를 단단히 막는다.

본체의 긴 몸통으로 둘둘 휘감듯이 서룡은 사지를 이용해 율을 보듬었다.

당신을 원해.

율이 바라는 바가 마음으로 맞닿았다.

서룡은 전신을 붉히며 헉헉댔다. 심장에서 미친 듯이 열기가 올라와 숨이 턱턱 막혔다.

내 서방, 당신이 나를 사랑해 주길 원해.

몸 안팎으로 아껴 주며 존재하는 사람. 그이가 평생 곁에 있을 노릇이면 무엇이든 허락하겠노라.

율이 바라고, 그러므로 여의주가 용에게 명했다.

너는 평생 나를 사랑하고 아끼며 원 없이 이 몸을 품으라고.

서룡이 바라는 건―.

율의 눈동자 겉 테두리를 둘러싸고 있던 황금빛이 서서히 사그라졌다.

“흐윽…….”

그러자마자 율은 가슴이 땅기는 통증에 신음했다. 그를 너무 사랑하는 나머지 심장이 아픈 건가 하였는데 아니었다. 통증이 점점 가슴 선단으로 몰렸다. 꼭 젖부리가 뭉친 것처럼 얼얼하고 아릿했다.

그를 알아차린 서룡이 율의 눈가와 입술, 콧잔등에 얼른 입맞춤을 뿌렸다. 진분홍빛 젖꼭지를 빙글빙글 어루만지다 젖통을 움켜쥔 순간.

“아, 아……!”

똑.

토독.

도독하게 세운 심지 끝에서 희멀건 물기가 방울져 낙하했다.

“……하하.”

내 아내, 내 신부. 종내 서방의 뜻대로 몸을 바꿔 버린 내 반려.

젖물이 트였다. 서룡이 예고한 대로였다.

그는 혀만 내밀어 묽은 젖을 먼저 맛보았다. 약간 비릿한 풋내가 풍겼다.

가느다란 몸뚱이에 볼록 솟은 젖과 순전히 신랑을 위해 여린 젖물 흘리는 색시라…….

영원히 발기가 풀리지 않는 병에 걸린 것 같다.

그리고 그 좆이 잠자고 숨 쉬며 살아가는 데가 바로 아내의 속집이었다.

“비야 비야 어서 오소, 우리 아내 젖물 지리는 것 아무도 못 보게 해 주소…….”

서룡은 무의식중에 흥얼거리며 사랑스러운 젖을 빨았다.

“하앙!”

율이 자지러졌다. 뭉친 젖이 아픈 동시에 남편의 입질이 좋아 머릿속이 진탕 녹은 것이다.

색시가 발버둥 치거나 말거나 서룡은 제게만 허락된 가슴을 정신없이 애무했다. 쭉쭉 쪽쪽, 남은 젖 서운하지 않게 양쪽을 사이좋게 쥐고서 농락한다.

“하아…… 별미다, 별미야. 어느 여보가 서방 위해 젖물 흘릴꼬? 훌륭한 젖통이로다. 서방님 냠냠 잡수시라 젖물 낸 것이니 앞으로 시간마다 먹게 해 줄 테지?”

“으응, 읏, 흐!”

몽글몽글 탱탱한 젖알의 감촉. 입술로 짓이기는 촉감이 실로 재미지다. 아무렇게나 꼭꼭 눌러 비비고, 또 볼이 홀쭉해지도록 흡입하면서 젖통이 젖통 노릇하게 만드는 보람도 있고.

“흐윽…… 허어엉.”

감당키 어려운 쾌감에 율이 울음을 터뜨렸다. 팔을 겹쳐 가슴을 가린다. 오동통한 살덩이가 눌려 젖물이 질질 새는 줄도 모르고 울음질이다.

서룡이 대놓고 비웃으며 가슴 위 살을 콕 눌렀다.

“요망한 아내야, 이걸 왜 숨겨.”

“앗!”

아이고, 감질난다.

막 젖물 텄는데 서방더러 하지 말라 막는 것도 너무하지 않니?

율의 팔목을 손쉽게 떼어 낸 서룡이 젖통을 쫒았다. 알갱이가 빨갛게 부어 더욱 먹음직스러웠다.

“아, 아파아!”

“어어, 조금만…… 좀만 더 먹게 해 주어. 목마르단 말이야.”

“흑…… 아기도 아니면서…….”

“아기면 되오? 그러면 돼? 어머니, 젖 주시오. 아기 마마가 심히 갈증 나오.”

아우웃! 이 뻔뻔한 상놈이!

젖 내놓아라, 싫다. 난잡한 사랑놀음에 조금씩 덜컹덜컹 흔들리던 욕조가 기어코 옆으로 넘어졌다.

“아아앗!”

촤아아― 쏟아지는 물과 함께 바닥으로 미끄러진 서룡이 율을 품에 안고 굴렀다. 그러나 자빠졌다는 인식도 없이 이내 허벅지에 색시를 앉혀 보지를 푹푹 콱콱 찧는다. 마주 앉은 자세로 젖 씹으려니 키 차이가 딱 맞았다.

“으응, 응, 하으!”

젖 뭉친 흔적은 그새 어디로 가 버렸나.

율은 오롯한 쾌감만 느끼며 서방의 좆질에 동조했다. 하아앙, 흐아앙 우는 입은 따로 놀게 두고 보지를 짓누르거나 빙글빙글 돌리기 바빴다.

“흐으…… 흐으으으……!”

퍽!

가장 깊은 굴까지 뚫고 들어간 자지가 맑은 오줌을 먹이던 그때.

율이 여러 줄기로 씹물을 뿜으며 쓰러졌다. 그러고서도 잔감이 남아 육신은 여전히 발발 떨렸고, 보지는 서방을 쫀쫀하게 감싼 채 경련했다.

체액으로 뒤범벅된 꼴이 엉망진창이었다.

가례 날 번듯했던 모습은 도무지 찾아보기가 힘들 지경이다. 어쩌면 이처럼 더러운 몰골만 계속 갱신하게 될지도 몰랐다.

그래도 사랑스러웠다. 만족스러웠다. 더욱더 추잡한 나락으로 끌어들이고 싶었다.

오래도록 떨어져 있던 입술이 겹쳤다.

율은 반쯤 졸며 반려가 건네주는 숨을 받았다. 가물가물한 의식에도 하나는 감이 왔다.

그건 단순한 입맞춤이 아니었다. 서방의 진심이 오롯이 담긴 숨.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호흡이자, 결속을 강화하는 힘이었다.

그대를 원해.

그대의 모든 것. 자그만 숨 한 톨까지도 바라여 죄다 갈취하고픈 내 마음을 들여다보렴?

언젠가 경쟁하듯 입술을 맞대며 엎치락뒤치락하던 양상과 같았다. 율은 당신 덕에 내가 산다 하여 그의 이마와 허전한 관자놀이를 어루만졌고, 서룡은 화살이 박혔던 쪽 가슴을 집착스레 더듬었다.

그러다 종내.

“그대를 사모해…….”

쌓이기만 하던 연심을 털어놓고야 마는 것이었다.

율이 포스스 웃었다.

“응…… 일어나서 다시 사랑하자.”

다시, 사랑.

자게 해 달라는 말이었지만 서룡은 색시의 표현이 흡족했다. 해서 착한 아이처럼 얌전히 턱을 당겼다.

「이따 다시 만나.」

「응.」

다음번의 사랑을 위하여.

***

그렇게 비슷비슷 흘러간 초야 신혼. 반려의 품에서 눈을 떠 다시 그에게 안긴 채 잠드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여보.”

어느 평온한 한때, 서룡이 율을 깨웠다. 그들은 현재 의자에 눕다시피 몸을 기댄 채 오수를 즐기고 있었다.

정확히는 율이 서방의 가슴에 엎드려 졸던 참이었다. 규칙적으로 오르내리는 흉곽과 낮게 흥얼거리는 음성이 율을 나른한 수마의 세계로 이끌었다.

“이제 슬슬 나갈까?”

“으응……?”

쪽.

잠에 취해 웅얼거리는 율이 귀여워 서룡은 그의 이마에 냅다 입을 박았다.

“한 달쯤 하였으니 초야 신방 접고 나머지는 밖에서 신혼 즐겨도 될 것 같아서.”

한 달? 한 달이라고?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든 비마마시다. 한 달이라니. 벌써 그리 흘렀단 말이냐?

도중에 날짜 감각을 잊고 지냈더니 시간이 제법 빠르게 느껴졌다. 정말 버텼구나 싶은 한편 다가올 미래에 하릴없이 설레기도 했다.

율의 등허리를 쓰다듬던 서룡이 하체만 움직여 아내 보지에 좆 머리를 맞췄다. 귀두가 부드럽게 모습을 감추며 이내 기둥마저 사라졌다.

“하악, 아…….”

율이 눈꺼풀을 바르르 떨었다. 새된 신음이 서룡의 가슴으로 쏟아졌다.

갑자기 씹구멍을 들쳤지만, 서룡은 색사를 하고자 함이 아니었다. 허릿짓을 하는 대신 율의 눈가에 입 맞춘다.

“보지도 처음부터 잘 열리고.”

당장 넣은 게 하나일 뿐 율의 구멍은 세 개를 동시에 욱여넣어도 조물조물 잘 받아먹는 씹으로 거듭났다. 부부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노력하여 달성한 쾌거였다.

“젖물도 퍽 여물었어.”

이번엔 율의 어깨를 잡아 살짝 든다. 아니나 다를까 상판에 색시의 젖물이 찔끔 묻어 있었다. 단단한 곳에 무른 젖이 눌리며 배어 나온 것이다.

훈련받은 개처럼 침이 고인다. 서룡은 율의 등을 토닥였다. 아무 짓도 안 할 테니 안심하라는 뜻이었다. 아랫도리도 곧바로 분리했다.

“흐잇.”

“하하, 그새 몸이 달았소. 허벌 보지가 근지러워?”

“이익……! 너 때문이잖앗!”

아주 얕게 남은 잠기운마저 싹 날린 율이 신경질을 냈다. 으레 또 하겠거니 짐작한 터라 금세 좆을 거둔 행동에 좀 놀랐지만, 말마따나 보지가 벌름거리는 건 율의 잘못이 아니었다.

초야 내내 집요하게 그곳을 벌려 댄 저놈 탓이지.

서룡이 율을 부둥켜안고서 입술 세례를 퍼부었다.

“맞아. 그대 서방이 변화시킨 몸이지. 본신 탓이야. 색시는 부디 울지 마오. 본신에게 딱 맞춘 갈보 보지가 그대 말고 또 어디 있어?”

내가 파낸 내 보지. 서룡이 인식하고 있는지 모호했으나 그는 종종 입버릇처럼 읊조리곤 했다.

‘울 서방은 혼자 중얼거리는 언사조차 저리 천박한 거야.’

색시 된 입장에서 아무 우려도 들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버릇 나쁜 입부리, 좆부리 덕에 지상에서 겪었던 나쁜 일 돌이켜 볼 겨를 없었던 건 다행이다만.

그때가 어떠하였더라…….

단 한 달 만에, 율은 평생 받았던 설움이 먼 과거처럼 느껴졌다. 반면 몰래 만나 색사 치르고 꿈속을 오가며 배 맞췄던 나날은 생생해졌다. 그날에 비해 몸이 조금씩, 꾸준히 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날을 위해 색시께 드릴 선물을 준비했소.”

“선물?”

선물 싫어하는 이 뉘가 있더냐. 율이 기대에 찬 얼굴로 갸웃거렸다.

금세 화냈다가, 또 금방 웃었다가. 율의 자연스런 감정 변화가 귀여워 서룡은 자기도 모르게 자꾸 입술을 가져다 댔다.

“구경시켜 드리지.”

“으응.”

그는 율을 가볍게 들어 안고서 자박자박 걸음을 옮겼다. 멀지 않은 침상에 앉혀 하얀 천을 휘휘 감는다. 솜씨 좋은 손놀림 아래 순식간에 옷의 형태가 갖춰졌다.

그 천은 아침상과 함께 들어온 서룡의 옷이었다. 한 달이나 초야 보낸 참에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지만, 서룡은 초야 신방에서 벗어나는 날 반드시 제 옷을 입혀 내보내리라 오래전에 결심했다.

어쩌면 집착에 가까운 욕심.

이 사람 내 거니까 눈독 들이지 말라. 방방곡곡 소문내고 싶은 게지.

여의주와 각인한 용의 집착은 다양한 방면에서 상식을 벗어났다. 한때는 반려를 잃고 미친 용을 바라보며 ‘저는 안 그럴 것이다’ 생각하기도 했었으나 율을 얻고 보니 저도 그냥 뻔하디뻔한 용이었다. 반려를 은애하여 미칠 준비가 된 용.

이따금 의문이 들었다. 행여나 서룡대제 시절에 율을 만났더라면 과연 부여받은 과업을 온전히 달성할 수 있었을까? 확신하기 어렵다는 게 본신이 무던하지 않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후움, 이거 너무 큰데. 룡이 네 옷이야?”

한 치의 어둠 없이 반려를 신뢰하고 자연스레 저를 맡기는 몸짓.

이제는 덥석덥석 끌어안고 서방이 몸을 안아 올릴라치면 포옥 기댄 채 활짝 웃는 얼굴이, 서룡은 황홀하게 좋았다.

정직한 마음이 훤하게 보여 더 그렇다.

제 여의주로 삼았으매 앞으로 줄곧 변하지 않고 볼 수 있는 얼굴. 그러나 서룡은 또한 그가 힘겨운 삶에 치여 울던 모습을 잊지 못하기에 조그만 변화도 늘 새로이 느끼곤 했다.

“……그래. 본신 옷이야. 시종들이 날개옷 입혀 줄 때까진 서방 옷으로 둥지 삼어.”

“둥지?”

“본신과 각인하였으니 본신의 옷이나 물건을 지니고 있으면 마음이 안정되고 한결 나을 것이오. 마침 아기 마마도 품고 계시니까. 해서 여기 나가서는 항시 자나 깨나 서방 날개옷 두르게 될 거야.”

“그렇구나……. 난 좋아. 아, 혹시 이게 선물이야?”

“그럴 리가.”

둘러 준 옷을 선물로 아는 율이 귀엽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했다.

서룡은 저도 대충 옷을 주워 입고 결계를 거두었다. 주인이 신방 결계를 해제했으므로 머지않아 아랫것들이 달려올 터였다.

“그대 선물은 서 관리가 들고 올 거야. 내 미리 일러두었거든.”

“엇, 언제 그랬대?”

아내 보지 따먹느라 헐떡헐떡 정신없던 작자가…….

이윽고 신방 입구가 개방되며 시종 무리가 열을 지어 들어왔다. 가장 앞에는 당연하게도 엄씨 부인이 자리했다.

그녀가 깍듯이 묵례했다.

“초야 무사히 마치심을 감축드리옵니다.”

“어어, 잘 있었나들? ―거기.”

서룡이 턱으로 서 관리를 가리켰다. 율의 측근 시녀였다.

엄씨 부인의 뒷줄에서 상체를 숙이고 있던 그녀가 기다렸다는 듯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품에는 손바닥 두 개를 합친 크기만 한 나무 함을 안은 채였다.

“분부하신 귀물이옵나이다.”

함을 받아 든 서룡이 뚜껑을 슬쩍 열어 혼자만 보았다. 그러더니 물건 상태가 흡족한지 씩 웃으며 함 통째로 율에게 넘긴다.

“이거 이따가 열어 보시오.”

“이게 뭔데?”

뭔가 구구절절 설명하고 생색 팍팍 낼 줄 알았던 터라 율은 내심 당황했다.

서룡의 눈웃음이 깊어졌다.

“보면 아오. 내 색시, 예쁘게 단장하고 궁 밖에서 만납시다. 후원 나들이하고 낮것상 받게.”

“으응…….”

“흠. 대답이 시원찮은데? 서방이 직접 씻겨 주오?”

“아, 아니! 이따 만나. ……응, 잠시 후에 보자.”

율은 복합적인 심정을 누른 뒤 손을 흔들었다. 이걸 대체 뭐라고 정의해야 할까?

징글맞은 서방이 드디어 떨어져서 후련한 감정. 동시에 피부처럼 가깝던 사람이 멀어지자 섭섭하고 두려운 감정. 한편으로, ‘다시 만나자’ 하는 인사가 새롭고 반가운 마음.

잠시 후에 다시 만나자.

율은 이 인사가 마음에 쏙 들었다. 시원섭섭함, 반가움과 기대를 함께 품고 있는 오묘한 기분이 서룡에게서 느끼는 근본적인 감정과도 비슷했다.

사뭇 어울리지 않는 것이 복합적으로 섞여 나타나는 게.

그 모든 걸 합쳐 우리는 사랑이라 부르기로 했다지.

그러니 이 짧은 이별에서 서운함과 기대를 동시에 느끼는 것일 테지.

율은 좀처럼 먼저 돌아서지 않는 서방을 슬며시 잡았다. 한 달 내내 저를 놓지 않았던 손.

손등을 미끄러지듯 스치고 끝을 살짝 눌렀다가 놓았다. 서방의 눈가가 희미하게 꿈틀했다. 그 눈가에 어린 열기를, 이제는 율도 안다.

“……궁 앞에서 봐.”

짜릿했다.

바닥에 질질 끌리는 옷자락을 밟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움직이며 율이 앞서 나갔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전하.”

뒤따라온 서 관리가 부리나케 길 앞을 차지한 찰나, 율은 그만 참을 수 없는 충동으로 뒤돌아보고 말았다.

“어…….”

서룡이…….

천하에 뻔뻔하고 당당한 서방이 한 손으로 입가를 가리고 있었다.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도 새빨갛게 달아오른 귓가며 목덜미가 눈에 띄었다. 그는 방금 전까지 율이 섰던 자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쳤다.

율은 서둘러 고개를 바로 했다. 보고도 못 본 척, 알아도 모르는 척. 흡사 쫓기는 사람처럼 바삐 그 공간을 벗어났다. 그래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전하!”

얼마나 뛰었을까. 반사적으로 힘껏 달려 도망친 율이 어느 결에 주르륵 미끄러져 앉았다.

“허억, 헉…….”

호흡이 가쁘다. 금방이라도 폐가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다.

하지만 정말 숨이 찬 까닭은…….

홀로 두고 온 그 사람이 눈에 밟혀서. 은애의 형상을 바로 코앞에서 본 듯하여서…….

그 사람은 나를 사랑한다.

나도 그를 사랑해.

율은 심장이 터져 죽을 것 같았다.

행복해서. 마침내 쟁취한 행복의 형상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율이 용비의 거처로 들어선 건 한참 나중이었다. 본의 아니게 도망친 곳에서 길을 잃은 탓이었다. 서 관리가 찾으러 와 주었다지만 꽤나 오래 기다려야 했다.

알고 봤더니 율이 도망친 장소는 침전 구역에서 벗어난 내궁이었다. 넓기도 넓은 데다 길을 모르니 서 관리는 제가 멀리 가지 않았으리라 추측한 모양이었다. 허나 그녀가 침전 구역 위주로 살피는 동안 율이 계속해서 움직여 엇갈리고 만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궁에서 율은 모처럼 사심 없는 시중을 받았다. 사내 입술 자국으로 얼룩덜룩한 몸뚱이를 내보였을 땐 쥐구멍에 숨고 싶었지만 말이다.

기나긴 머리채까지 관리한 다음, 의장을 걸칠 차례였다. 그때 서 관리가 서룡에게서 건네받았던 함을 대령했다.

“으응? 이게 왜?”

“전하께서 반드시 착용하라 명하셨사옵니다.”

“반드시 입어야 한다구?”

선물이 옷인가?

옷 한 벌이 들어 있다기엔 다소 조그만 함이었다. 내용물을 전혀 짐작지 못했던 이유다.

율은 함을 앞에 놓고서 눈을 반짝였다. 기대감에 가슴이 부풀었다.

함을 열어 대망의 내용물을 꺼냈다.

“이게…… 뭐지?”

요상하게 생긴 천 쪼가리. 기대 막심했던 선물의 정체였다.

그는 좀체 알 수 없는 물건을 집어 올렸다. 삼각형 모양의 작은 천 주변으로 끈 여러 개가 연결되어 있었는데, 아무리 궁리해도 무엇에 쓰이는지 추측이 불가했다.

“그대는 아는가?”

서 관리가 머리를 조아렸다.

“예, 마마. 속곳이옵니다.”

“속곳?”

듣고 보니 맨살 가장 안쪽에 닿는 옷가지와 얼추 비슷한 모양 같기도 했다.

그런데 대강 훑어도 천이 너무 모자라지 않나……. 이걸 입으라고?

심지어 서룡은 미리 준비했다는 듯 말했었다. 그것이 뜻하는 바가 무엇이겠나.

‘처음부터 이럴 작정이었구나……!’

으으! 그래도 그렇지, 손바닥만 한 천 쪼가리를 어떻게 입는담? 그나마 가리는 부위도 사내 자지뿐, 구멍 두 개는 얄짤없이 끈 신세다. 가랑이에 천이 아니라 끈이 지나간단 말이다!

“앞으로 속곳은 서룡 전하께옵서 매일 지정해 주기로 하셨사옵니다. 그럼 단장을 시작하여도 되겠습니까?”

“으, 으엉?”

“의대 지시하겠나이다.”

율이 당황해서 입술 뻐끔대는 사이 하급 시종 무리가 들어왔다. 용비마마 귀체에 남아 있는 물기를 말끔히 거두고 용신 전하께옵서 지정하신 속곳을 기어코 입힌다. 그런 다음 천상에 올라올 적 갖추었던 날개옷을 속의대 삼아 간편히 속 차림새 마무리하였다.

겉치장도 크게 다를 바 없었다. 하늘하늘하고 기다란 면직물을 요래조래 두르자 순식간에 아래위가 붙은 옷이 뚝딱 완성되었다. 율로서는 생전 처음 마주한 복식이었다. 여기에 화려한 허리띠와 장신구를 달자 치장이 끝났다.

서 관리가 곱게 빗은 머리에 용비의 관을 얹었다.

“다 되었사옵니다, 마마.”

“고, 고맙네…….”

솔직히 가례 날 이후 깜빡 잊고 있던 관이다. 겸연쩍기도 하고, 야릇한 속곳이 신경 쓰여 율은 볼을 붉혔다.

미미하게 보일 듯 말 듯 한 미소를 띤 여인이 입구를 향해 비켜섰다.

“소인이 부군 계신 곳으로 안내하겠나이다.”

“으응, 부탁해.”

또 길을 잃고 싶진 않았던 터라 율은 유순히 수긍했다. 거기까진 평화로웠다.

이상 징후는 걷기 시작할 무렵 나타났다.

‘으으음……?’

아랫도리 느낌이…… 미묘하다?

몇 발짝 못 가 율이 걸음을 멈췄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마마, 어디가 불편하시옵니까.”

“아니, 그으…….”

속곳 끈이 보지를 비빈다고 어떻게 말해.

서방 놈이 준 천 쪼가리는 앞 자지만 가린 삼각 천 아래 얇실한 새끼줄이 길게 난 형태였다. 그것을 구멍 두 개에 딱 붙도록 연결한 뒤, 볼기를 지나 허리춤에서 매듭을 짓는 방식이었다. 양쪽 골반을 가로지르는 허리끈 두 개와 볼기 끈 하나로 어찌 매듭을 지었는지는 율도 확인하지 못해 그러려니 넘겼다.

그게 문제였나. 아니, 요 속곳이 근본적인 문제가 맞을 테다. 양 볼기와 보지를 훤히 내놓은 채 걷는 걸로 모자라 발을 옮길 때마다 새끼줄이 보짓살과 음핵을 자극하니 말이다.

“하아, 이…….”

“예?”

“아, 아니, 아무것도― 아잇, 정말! 어서…… 어서 가자꾸나.”

속은 부글부글 끓는데 얼굴은 열이 올라 발긋했다. 율은 홧홧한 귀를 덮고선 마저 걸음을 재촉했다.

사악, 사악…….

‘의식되지 않는다. 나는 평범한 속곳을 입었다. 가랑이가 젖는 일 따윈 없다…….’

하여간 수치를 모르는 놈 같으니라고.

색시에게 이상한 속곳 입혔다고 소문 다 퍼졌을 거야.

어디 내놔도 부끄러운 상놈 때문에 율은 고개를 못 들 지경이었다. 은애하는 마음과는 별개였다. 사랑은 사랑이되, 하는 짓은 여전히 상스럽고 추잡하여 뒷골이 심히 땅겼다.

상제 폐하께선 점잖은 호인으로 봄 직하였는데 당최 저 경악스러운 취향은 어디서 만들어졌냔 말야?

게다가 엄밀히 말해, 아직 아랫도리에서 열감이 완전히 가시지도 않은 시기였다.

서룡의 몸에 기대 휴식을 취하기 전까지만 해도 율은 장장 이레간 쉼 없이 사내 좆 또는 보지 마개로 구멍을 막고 있었다.

‘일곱 번 자고 일어났으니 대략 칠 일 맞겠지?’

신방 접기 전 일주일간은 반려 용의 정수를 머금고 있어야 한다나.

진실인지 아닌지는 차치하고, 덕분에 구멍이 말랑말랑 헤벌어진 건 사실이었다. 이대로 닫히지 않는 줄 알고 어찌나 식겁했던가.

서방이란 작자는 그 모든 걸 알면서 태연하게 이딴 천 쪼가리를 선물이랍시고 보낸 것이다.

이런 듣도 보도 못한 물건은 또 어디서 구했는지.

‘누군가는 이걸 속엣것으로 착용하기에 이놈도 그런 줄 알고 들고 온 거겠지?’

급기야 율은 서방의 더러운 취향에 이유를 갖다 붙이기 시작했다. 그게 아니라면 숭한 것이 자꾸 상놈 전하의 시야에 띄어서, 자신은 그의 각시 된 죄로 괜히 봉변을 당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거참…….”

너무 황당하면 도리어 웃음이 난다. 율은 헛웃음을 터뜨리며 여인의 뒤를 따랐다. 지상에서든 천계에서든 이러나저러나 파렴치한이구나 싶어 그 부분은 감탄스럽기까지 했다.

이리 한결같기도 퍽 어려울 텐데.

이 일만 아니라면 기분은 최고조였다. 일단 오랜만에 제 다리로 걸어 상쾌했다. 물론 누군가 신겨 주는 신을 신고, 좋은 옷을 걸치고, 몸이 가꾸어지는 기분도 좋았지만.

그는 애써 주변으로 관심을 돌렸다. 하얀 복도와 기둥들이 시야를 가득 메웠다. 구름 궁전이란 명칭에 걸맞은 아름다움과 웅장함이었다. 복도의 층고가 하도 높아 거대한 자연 앞에 맨몸으로 선 경이로움마저 느껴졌다.

주위를 둘러보던 시야는 자연히 한 점으로 좁아졌다.

몇 걸음 앞서 걷는 여인. 율이 혼례를 준비할 적부터 곁에서 시중들 것이오, 했던 서 관리다.

이제야 털어놓지만, 율은 처음 대면했을 때 그녀가 좀 무서웠다. 깐깐한 인상과 머리카락을 동그랗게 말아 올려 묶은 모습이 저를 홀대했던 상궁들을 연상케 했기 때문이다. 서룡이 그런 인물을 제게 붙여 줄 리가 없음을 알면서도.

혼자만의 서먹한 낯가림은 시중을 받으며 차츰 해결되었다. 지금도 그녀는 상전의 몸 상태를 고려하여 걸음을 늦춰 움직이고 있었다. 혹은 율이 궁 내부를 충분히 구경하도록 배려한 것일 수도 있고.

어쨌든 엄한 외관과 달리 그녀는 대놓고 챙기는 편이었다. 무엄한 아랫것들을 떠올리며 멀리하기엔 아까운 인재였다.

‘이름이…… 서정임이라 했던가?’

그간 부를 일이 없어 이름은 가물가물한데, 성씨와 직급은 또렷이 기억난다. 그녀는 이름과 함께 궁의 이급 관리인이라 저를 소개했었다.

‘그러고 보니 꽤나 특이한 계급제야.’

하늘에서는 상궁, 내관 등의 호칭을 사용하지 않았다. 시종은 남녀노소 구분 없이 일괄 등급제로 나뉘어 그 등급에 해당하는 일터로 배치되었다. 어느 특정한 시대의 호칭을 차용하기엔 애매하다나.

그럴 법도 했다. 하늘의 수많은 용이 지상에 내려간 시기가 비슷할 리 없을뿐더러 지위도 일률적이지 않을 터였다. 무엇보다 인간이 정한 규칙을 구태여 끌어올 필요가 있을까. 하늘에는 하늘의 법이 있는데.

때마침 서 관리가 좌우를 눈짓했다.

“여기서부터는 운의궁 본관입니다.”

“운의궁?”

“예, 마마. 아까 길을 잃으셨던 곳이 본관으로 가는 길목이었나이다.”

“아앗…….”

갑자기 부끄러운 곳을 찌르네.

정임이 풀어서 설명했다.

“내궁 교육 시에 잠깐 들으셨겠지만, 세상에 기거하는 용신은 모두 저마다의 궁전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서룡 전하의 구름 궁전은 운의궁이라 칭합니다.”

“오…… 운의궁이 궁 전체를 일컫는 명칭이었구나.”

“그러하옵니다. 운의궁은 침전인 교령전을 중심으로 사방에 전각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전하께옵선 거추장스러운 것을 꺼리시고 용체로 기거하시는 빈도가 잦아, 전각의 밀도는 낮되 각 전각 사이의 거리가 먼 것이 운의궁의 특징입니다.”

“으응.”

진지한 설명이 이어지는 와중, 율은 잠깐 딴생각에 잠겼다.

‘장난꾸러기 내 서방, 본체로 변하여 또 엄한 사람 놀리고 다닌 거 아니냐?’

그럴싸한 추측이었다. 그간 율에게 한 행태를 돌이켜 보면 어지간히 장난질 좋아하던 서방 놈이었으므로.

그 외에도 율은 각 전각의 위치 및 특징과 재미난 비화를 들었다. 이를테면 용비의 거처를 정하기 위해 서룡이 고집 세운 이야기였다. 어떻게든 침전 가까이에 두고 싶어 난리를 쳤다나. 본래는 전각을 따로 두는 게 도리라고 했다.

‘거처를 분리하여 지내는 건 인간과 같네.’

황제, 황후가 매일 만나더라도 보금자리는 다르듯이.

정임은 웃음기 하나 없이도 이야기를 제법 맛깔나게 할 줄 알았다. 율은 신기하고 유쾌한 기분에 사로잡혀 짓궂은 신랑 혼내 주려던 다짐을 이내 까먹었다.

그렇게 오순도순 걷던 중이었다.

둥실둥실, 뭉게구름이 날아와 무리 앞에 멈췄다. 정임이 아는 체했다.

“구름 가마군요. 전하께서 보내셨나 봅니다.”

그녀는 율이 오를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그러자 구름이 한 술 더 떠 율의 발치까지 높이를 낮추었다.

“으응? 이, 이게…… 가마?”

그냥 덩그러니 떼어 낸 구름 같은데. 이리 말하면 실례인가.

“오르시지요. 구름이 부군 곁으로 데려가 드릴 겁니다.”

“그럼 서 관리는…….”

“제 역할은 마마를 전하께 모셔다드리는 것입니다. 이 구름은 저의 몫이 아니니 오르시면 됩니다. 어서요.”

정임의 재촉에 율은 쫓기듯 구름 위로 올랐다. 푹 꺼지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의외로 발밑이 딴딴했다.

“와아―.”

구름 위에 올라선 기분을 직접 느껴 볼 줄이야.

율이 편하게 앉지 못하고 엉거주춤 자리를 잡자 구름이 크게 출렁였다.

“으앗!”

주둥이 긴 어떤 분이 색시 툭툭 쳐 넘어뜨렸던 것처럼 율의 몸뚱이가 기우뚱 기울어 벌러덩 넘어갔다.

눕다시피 한 몸을 바로 세울 겨를도 없었다. 구름이 쌩하니 복도를 지났다. 이마저도 서방을 닮은 짓이라 율은 황당해졌다.

뒤에서 바람이 불었다. 옷자락을 펄럭이며 구름이 바쁘게 내달렸다. 색시야, 내 색시야. 어서 오거라. 서방님 기다리신다. 흥얼대는 서룡의 음성이 들리는 듯했다.

이윽고 환한 햇살이 쏟아졌다. 외부로 나온 것이다.

“우와……!”

거인의 집인 양 거대한 궁전.

천장이 또렷하게 보이지 않을 정도로 층고가 높고, 집 수십 채를 합친 것처럼 커다랬던 방 넓이가 이해되는 규모였다.

구름이 본격적으로 날기 시작했다. 사방을 구경하느라 넋을 놓았던 율은 갑작스런 속도에 놀라 구름 모퉁이를 답싹 쥐었다.

“으아아아!”

휘익, 구름이 율을 허공으로 튕겼다. 모퉁이를 붙잡았던 게 무색한 짓이었다.

그때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이 율을 감싸 안았다.

천천히 낙하한 율이 안착한 곳은 서방의 두 팔 안이었다.

“왔구먼, 내 색시.”

“너, 너어……!”

잠깐 잊고 있었다. 제 서방이 몹시 능력 출중한 용신임을. 그 능력으로 허구한 날 아내 놀리고 보지 따먹던 놈이다 보니 종종 그런 결과가 발생했다.

구름과 바람을 이용하여 비마마 모셔 온 서룡이 아내의 뺨에 얼굴을 붙여 비볐다. 보들보들한 살결이 서룡을 흥분케 했다.

그가 율의 궁둥이 한쪽을 움켜쥐고 속삭였다.

“내가 준 선물은 어땠소?”

“그, 그걸 말이라고 해?”

얼굴이 달아오른 걸로 터질 수 있다면 거하게 폭발할 붉기였다.

율은 상식 모자란 상놈이 혹시나 이 자리에서 가림막 없는 보지를 건들까 봐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다.

서룡이 만족스레 웃었다.

“마음에 들어 할 줄 알았소. 내 아내 허벌 보지 함부로 못 내밀도록―.”

“그만! 미쳤, 미쳤어? 누가 들으면 어쩌려구.”

“들으면 들으라지? 여보시오! 서룡의 아내 밑구―.”

“야아!”

아이고, 잘못 건드렸구나.

혼비백산한 율이 서둘러 남편의 입을 막았다. 두 손으로 꼭꼭 겹쳐 틀어막는 몸짓이 불안으로 달달 떨렸다.

불행히도 서룡에겐 저를 더욱 자극하는 반응일 따름이었다.

서룡은 가볍게 율의 손을 털어 내곤 물기 촉촉한 입술을 훔쳤다. 말캉한 혀를 쪽쪽 빨고 숨결을 모조리 삼키자 절로 만족스런 탄성이 흘렀다.

율의 입가에서도 다른 의미의 탄식이 샜다.

‘또 속았네, 또 속았어. 이게 목적인 줄도 모르고.’

매번 당하는 자신이 참으로 어리석었다. 그런데 도무지 당하기 전에는 알아차릴 수가 없다. 서방 놈 음흉한 속내 따라가려면 천년은 걸릴 성싶다.

아무튼 입맞춤은 달콤했다.

율은 습관 든 대로 서룡의 목을 둘러 안았다. 쾌감을 허할 때면 목이나 어깨를 껴안도록 자연스레 길이 들었다. 그 상태로 서방 품에 들려 구름을 타는 것도 썩 나쁘지 않았다.

서룡이 올라타자, 구름이 서행했다. 율을 태웠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태도였다.

‘아까 막 달렸던 걔 맞아?’

주인이나 구름이나…… 어이가 없다, 어이가 없어.

농탕질 치던 혀를 거둔 서방이 연이어 색시의 귀를 더듬었다.

“귀여워……. 하하, 잠깐 떨어져 보니 어땠소. 본신이 구석구석 씻겨 주고 어루만져 줄 적보다 좋더이까?”

‘응’이라고 하면 온갖 트집 잡아 지랄을 떨 테고, ‘아니’라고 하면 여기서 만지작댈 거 같고…….

“……아, 아니.”

결정은 빨랐다. 망설임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속도였다. 조금만 대답을 늦춰도 난장 치는 제 서방의 성미를 몸소 체험한 덕분이었다.

‘그것도 그렇지만.’

저 모르게 귀여운 부분도 있었고…….

귀와 목덜미를 벌겋게 물들이던 남편을 떠올리자니 겨우 가라앉았던 속이 다시금 홧홧해졌다.

서방이 색시의 코끝을 콕 누르곤 살살 비볐다.

“무슨 상상을 했기에 부끄러워하오?”

“사, 사사, 상상은 무슨.”

“남편이 속살 빨아 주는 상상이라도 하였나?”

“허참. 아니거든?”

원체 숭하고 색사 즐기는 놈이긴 했으나 혼례 치르고서는 숫제 걸신들린 놈 같았다. 이이에게도 전생이라는 게 있다면 그 짓 못 해서 죽었나 싶을 정도였다.

“그래그래. 이따 진지 잡숫고 꽃구경 합시다. 아기도 가지셨는데 잘 챙기셔야지.”

서룡이 평평한 배를 토닥토닥 쓸었다. 그럭저럭 한 달 반가량 되었는데 배 모양은 조금도 변화가 없었다.

율은 문득 의문을 표했다.

“그런데 아가는 언제 나와?”

“흐음. 언제 나왔으면 좋겠소. 빨리 나왔으면 해?”

그가 외려 되물었다. 율은 남편의 품에서 갸웃했다.

“빨리 나왔으면 좋겠냐구? 글쎄, 궁금하긴 한데…… 서, 설마 용은 임신 기간이 더 길어?”

어쩌다 보니 반려가 용이 되었을 뿐, 율이 용에 대해 잘 알고서 결혼한 건 아니었다. 이 부분은 ‘교육’ 시에도 자세히 못 들었다.

용이 어떻게 태어나서 어떤 방식으로 자라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유아기이며 청년기인지.

서룡은 한쪽 팔로 율의 등을 받치고 다른 손으론 자그만 엉덩이를 주무르며 말했다.

“안타깝게도 그건 색시께 달린 일이라 본신은 알 수가 없다네.”

“으응? 그게 무슨 얘기야.”

“말 그대로. 임신 기간은 몇 달에서 몇 년 걸리기도 하고, 까딱 재수 없으면 수십 년 가기도 한다지. 본신이 알기로 가장 짧은 기간은 반년 언저리였소. 그것도 사내 신부였군.”

율은 경악했다.

“수, 수십 녀언?!”

그럼 그 시간 동안 배불러 있어야 한다는 거야?

더럭 겁이 났다. 눈앞이 캄캄해지며 암담했다. 은애하는 반려와의 결실이라지만 과연 자신이 몇 년, 많게는 수십 년이나 배 속에 아이를 품은 채 견딜 수 있을까.

그런 그를 안심시키려는 듯 서룡이 율의 허리춤에서 골반까지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중요한 건 그대의 의지야. 아기 마마 빨리 영접하고 싶다면 마음 깊이 바라면 돼. 어미의 배 속에 잉태되는 형식이어도 용은 본디 완성체. 지상의 생물처럼 온전한 형상을 갖추기까지 반드시 정해진 시간을 버텨야 하는 게 아니라오.”

“그러니까…… 룡이 네 말은, 아이와 대화하라는 거야?”

“그렇게 표현할 수도 있겠군. 모체인 그대가 원하는 바를 강하게 염원하면 아이의 의식체가 그에 공명할 거거든.”

“아…….”

평생 인간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인간의 상식을 가진 율에겐 너무나 생소한 개념이었다.

가만 보니 서룡도 어떻게든 쉽게 설명해 주려 고심하는 기색이었다.

“아기 마마는 난생이되, 저 나오고 싶을 때 나오시지. 해서 임신 기간도 천차만별인 데다 설령 어미에게서 일찍 분리되었다 한들 알에서 수백 년 지내는 경우도 비일비재해. 그 또한 아기 마마의 뜻인 거야. 그걸 채근할 수 있는 사람이 오직 한 분 어미인 그대이고.”

율은 서룡이 조곤조곤 일러 주는 이야기를 경청했다.

그리하여 알아 낸 사실이란.

‘뭐 이리 대중없담?’

한마디로 전부 제멋대로였다.

앞서 서룡은 알이 제 맘대로 태어나며 부화하는 시기도 멋대로라 했다.

그에 따라 알이 클 수도, 작을 수도 있다는 얘기까진 이해했다. 그 알이 일단 세상에 나서 오래 묵으면 그만큼 자라서 나오기 때문에 성장기가 짧고, 반대의 경우엔 유년기가 길다는 것도.

“아기가 일찍 태어난다는 건 어미와의 유대가 깊다는 의미지. 용은 심히 고고하여 남의 손을 타기 꺼리거든. 헌데 비늘도 덜 여문 몰골로 나온다는 게 무슨 뜻이겠소. 편히 숨 쉴 때까정 부모 보살핌받겠다는 의지가 아니고 무어야?”

“그, 그렇구나.”

율은 얼떨떨한 눈초리로 제 배를 응시했다. 서룡의 말이 이해될 듯 말 듯 알쏭달쏭했다.

요컨대 모체인 저와 아기 용의 교감에 따라 아기 마마가 빨리 나올 수도 있고 늦게 나올 수도 있다는 거지?

그렇다면…….

“난…… 빨리 만나고 싶어.”

율이 눈동자를 데록데록 굴리며 말했다.

이슬 일일이 떠다 주고, 원하는 보살핌 뭐든 내려 줄 테니 내 아기 얼른 보고 싶소.

입 밖으로 내뱉자 욕망이 한층 강해졌다. 율은 사내의 품에 몸을 깊이 묻었다. 자동 반사로 닥쳐오는 입맞춤을 받으며 반려와 교감한다.

서룡이 율의 관자놀이에 뺨을 붙이곤 나직한 웃음을 흘렸다.

“아기가 지렁이만 해도?”

“지렁이…… 비유도 참……. 응, 지렁이만 해도. 이 아이에겐 처음부터 부모에게 사랑받는 기분이 어떤지 알려 주고 싶거든.”

그리고 율 스스로가 그렇게 사랑을 쏟아 주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가능한 아이가 어릴 때부터. 훗날 다 자란 녀석이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사랑받고…… 또 사랑하는 감정이 얼마나 행복한지 알아 버렸으니까.”

높다란 지위에도 궁핍하기만 했던 감정을, 몸소 알려 준 이가 있다.

이 남자였다. 서룡, 누구보다 고귀하고 사랑스러운 사내.

아이는 반려와 이룩한 행복의 증거였고 각인의 인장이었다.

그러니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지 않겠나. 아이를 어릴 적부터 차근차근 사랑을 주어 키워 내면 설움받고 지냈던 제 어린 시절도 치유되리라는.

대리 만족이라면 대리 만족이었다. 의도가 불순하여 아기 마마께옵서 심통 내실 수도 있겠다만.

“그냥…… 내 뜻은 그렇다구.”

꿋꿋하게 제 할 말 다 풀어 놓은 율이 겸연쩍은 낯으로 시선을 피했다.

딴에는 줄곧 감추고 있던 깊은 본심이었다. 아이는커녕 결혼이 가능키나 할까 싶었던 율에겐 감히 바라기도 불가능했던 소망.

묵묵히 듣던 서룡이 수긍했다.

“그대가 원한다면 일찍 나올 거요. 그나저나 아쉽구먼. 본신은 색시와 오붓한 신혼을 좀 더 즐기고 싶었는데.”

은근슬쩍 손을 올린 그가 율의 젖통을 쥐었다.

“앗. 료, 룡아. 여기 밖이야…….”

“새삼?”

반문하며 홑겹 의대의 앞섶 사이로 불쑥 손을 집어넣는다. 대각선으로 교차하는 형태의 상체 복식은 입히기 쉬웠던 만큼 벗기기도 수월했다. 심지어 옷을 채 벗기지 않고 손만 넣어 속살을 더듬을 수도 있었다.

“아!”

그럼 그렇지. 그냥 넘어가면 상놈 전하가 아니지.

손아귀 가득 젖 주무르고 젖알 뭉개던 사내가 대뜸 손등으로 옷감을 젖혔다. 서룡의 손에 인질 잡힌 젖통이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하앗! 아……!”

개중에서 붉고 통통한 젖망울만은 사내의 입술로 자취를 감추었다.

율은 배 속이 꾹 조여드는 쾌감에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강약을 조절하여 처음엔 아플 만치 세게 물었다가 곧바로 살살 간질이는 애무였다.

겨우 멎나 했던 젖이 샘솟는다. 모조리 서방 입 구멍으로 빨려 들어가는 젖물이다.

“흐윽…….”

“내 미리 일러두지. 아기 마마 사랑 주고 아끼는 것 전부 좋은데, 이 젖물만은 서방 것이오.”

“흣, 으응, 하악!”

“분명 경고했어. 아무리 아기 마마라도 함부로 젖통 내돌리기만 해 봐라. 응? 이 젖 어찌 될는지 퍽 기대돼?”

철썩!

“하앙!”

등허리가 튀도록 매를 맞은 곳은 애먼 보지였다. 옷 위로 때리긴 했으나 정확히 가랑이 사이라 율은 깜짝 놀랐다.

탐스런 젖통을 다소 우릿하게 움켜쥔 서룡이 요번엔 치맛자락을 들췄다. 그러곤 한 번에 색시 보지 있는 곳을 누른다.

“어여쁜 내 색시, 정녕 바보가 아니라면 이 매질 기억나지? 이걸 젖통에다 맞고 싶소?”

따갑겠다…….

율의 눈썹이 시무룩하게 쳐졌다.

하지만 이내 떠올리고 말았다. 흠씬 처맞고 난 직후 닥치던 찌릿함. 퉁퉁 부었는데도 그 속에 존재하던 저릿한 쾌감.

반려의 눈동자에 어린 그 희미한 열망을, 서룡은 모르지 않았다.

“……하.”

“아!”

꽈아악. 손가락 사이로 젖살이 비어져 나올 만큼 서룡의 손에 순간 힘이 들어갔다.

세로로 가늘게 수축한 동공이 기이한 빛으로 번들거렸다.

“이 쌍년, 매질당하고 싶구나.”

***

철썩!

“흐우우…….”

“문어 빨판인 양 허벌 보지로 서방 쫙쫙 씹어 먹을 때 알아챘어야 했지, 응? 때려 주지 않아 서러웠겠어?”

매질 몇 번에 곱게 단장한 차림새가 엉망이 됐다. 상체는 뽀얀 젖을 버젓이 내놓은 데다 아래쪽 사정도 그리 다르지 않다.

철썩!

“하아앙!”

그래, 옷이야 다시 입으면 되지. 율은 그보다도 젖과 보지에 닥치는 매질이 힘겨웠다. 젖꼭지나 음핵을 진득하게 괴롭히다 불시에 어느 한쪽을 패는 것이다.

금번엔 젖이었다. 방금 매질에 참고 참았던 씹물이 찌잇 튀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허벅지가 바들바들 경련하며 허리가 절로 굼실댔다.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

이상한 일이지. 당신에게 옮았나. 어렴풋 짐작하던 일이 벌어지자 묘하게 안심이 된다.

그리하여 우리 비마마, 마침내 후원 도착할 즈음엔 허연 가슴에 반듯한 의복 대신 사내 손자국 얼룩덜룩 매단 차림이셨다. 젖부리며 가슴살이 퉁퉁 부어 벌겠다.

“흐윽…….”

본심은 즐긴다 하여도 제법 맵차게 얻어터지는 행위이니, 울보 전하께서 어찌 아니 우나. 눈물 펑펑 터뜨리고 앙탈 부리다 젖꼭지 잘못 물어 뜯겨 숫제 눈물바다였다.

서룡이 쯧쯧 혀를 찼다.

“너도 참 난 년이다. 이 지경이 되고서도 끝까지 앙탈이지.”

각인 이후 어느 정도 속내 읽히면서 능욕의 강도가 알게 모르게 올라간 건 인정하겠다. 진실로 싫은지 좋은지 판가름하기가 전보다 수월해진 탓이다.

지금은 분명 ‘좋다’였다.

좋다기에 젖통 쫙쫙 빨아 모유 훔쳐 먹고 굴곡진 젖살에 주둥이 묻어 아내 살 냄새 즐겼다. 그러다 보니 입술 자국 좀 넉넉하게 남은 거고.

“아, 아니야아.”

“아니긴 뭐가 아니야? 젖이랑 보지 맞고 물 지린 거 그대 눈으로 직접 봐.”

“아앙…….”

서룡이 젖물 뚝뚝 흐르는 양쪽 젖꼭지를 세게 쥐어 비틀었다. 부쩍 여문 젖물이 여러 방향으로 찍찍 튀었다.

그에 율이 상체를 비틀며 남편 손아귀를 벗어나려 했다. 다만 색사에서만큼은 하도 거짓부렁당한 바가 깊어 서룡에겐 그마저 요분질로 보였다.

“어지간히 밝히면서 아닌 척 남편 속여 먹는 게 쌍년 짓이지, 응? 다른 게 쌍년 짓이야? 서방 속이는 데 성공하면 뉘 꼬시려 그러시는가?”

철썩, 철썩!

“하아앙……!”

날 서린 추궁과 매질 중에서 뭐가 더 얼얼한지 구분도 안 될 지경이었다.

율은 답답했다.

아닌데, 그런 거 정말 아닌데. 이 몸뚱이가 세상 갈보처럼 구는 이유를 내가 어찌 아냔 말얏……!

철썩!

“하악! 히끅‥… 흑, 허어엉.”

한 대, 두 대, 야금야금 쌓인 매질이 어느새 두 자릿수를 훌쩍 넘겼다.

부풀어 오른 곳이 아프기로, 서러운 울음이 터지는 건 당연지사였다. 젖물 흐르는 가슴을 훤히 내놓고서 구슬피 우는 얼굴이 무척 애처로웠다.

‘이 울먹이는 얼굴에 마음 약해지는 나도 참 어지간하지 않느냐.’

이럴 때마다 혀를 차거나 입꼬리를 비틀던 서룡에게서 드물게 한숨이 샜다. 제 손으로 매질한 젖을 살살 주물러 준다. 그건 또 좋다고 색시 목울음에 신음이 섞였다.

그는 신방을 거둔 후 줄곧 생각하던 바를 꺼냈다.

“그러잖아도 내심 그대 혼자 두면 안 되겠다 싶긴 하였거든. 내 작금의 일로 의지 굳혔소. 당신 거처 따로 배치하면 아니 되겠노라고.”

“…….”

“그랬다가 본신이 무슨 꼴을 볼라구? 요 어여쁜 머리통엔 서방 골리는 요물 짓만 가득 들었을 텐데. 곁에 딱 붙여 두고 지켜보아야겠소. 그런 참에 끼니때마다 신랑 젖 물리고 보지 활짝 벌려 주는 아내로 교육시키면 딱 좋을 참이야.”

“우으…….”

아무리 은애하는 서방이어도 기이한 빛으로 눈깔 번뜩이면 무섭지 않니?

서방 눈빛에 겁먹은 율이 어깨를 움츠렸다.

“쯧, 다람쥐 같은 게……. 거기 가지 말고 이리 와. 서방 품에 얌전히 안겨 있으소. 그대도 기대되지 않아?”

서방만을 위한 암컷으로 거듭나는 나날이.

율에게만 들리도록 귓가에 속삭인 서룡이 자그만 몸뚱이를 바투 안았다.

신방 접은 지 하루가 지났나, 이틀이 지났나. 당장 얼마 전까지 색시 품고서 진진한 맛매 즐겼었지. 오직 어여쁘다 아끼고 매질 한 번 없이 곱게 다루었던 초야였다.

꿀 같은 시간이었다.

또다시 돌아가도 그리할 것이다. 다만 하릴없이 인정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다. 씹보지를 얻어맞고 우는 율에게 반응하는 욕망을.

뼈째 발라 먹고 싶다. 배 속에 전부 집어넣어 진정한 한 몸이 되고 싶다.

“흑, 흐윽.”

“골라 보소. 씹이요, 젖이요.”

“흐윽, 머, 뭐?”

훌쩍훌쩍 흐느끼는데 정신 팔린 율은 질문의 요지 자체를 못 알아들은 낌새였다.

서룡은 대꾸하는 대신 허리에서부터 길게 늘어진 옷자락을 완전히 옆으로 치웠다. 곧고 가는 다리가 활짝 벌어져 야릇한 광경을 드러냈다. 삼각천이 자지를 겨우 가린 모양새 말이다.

“아앗!”

“하, 씹…….”

축축하게 젖은 보지에선 진작 투명한 씹물이 펑펑 솟아 끈이며 천 자락이며 남김없이 적셨다.

서룡은 보지 정중앙을 가르는 끈을 옆으로 치웠다. 우선 중지를 구멍에 대고 누르자, 흐무러진 보짓살이 손가락을 뿌리까지 쑥 머금었다. 울렁거리는 내벽이 저 알아서 달라붙었다.

이럴 거라 예상했다만…….

“흑!”

“어지간히도 쌌다.”

한 번 먹을까? 너무 오래 못 빨았는데.

원하는 대로 했다. 손가락과 자리 바꾼 혀로 내벽을 후비니 밑동이 확연히 요동쳤다.

신방에서는 대개 이런 반응이었다. 교접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씹이었다. 달리 말하면, 서룡도 그 몸이 없어선 안 될 만큼 중독된 상태였다.

한 달 웬종일 붙어 있다 잠깐 떨어졌을 뿐인데 이 쫄깃한 내장이 그리워 속이 탄다.

그 한 달 동안 경험한 결과, 서룡은 율의 보지에 혀를 수년간 꽂고 있으래도 가능할 듯했다. 그 정도로 제게 꼭 맞춘 맛 좋은 보지였다.

‘본체로 결합할 수 있으면 딱 좋으련만…….’

또다시 고개를 드는 기괴한 상상.

처음엔 스쳐 지나간 상념이었는데 점점 빈도가 높아졌다.

‘본체를 최대한 작게 줄여도 불가한가?’

거대한 몸체를 한계까지 줄인들 인간보다는 크다. 반면 율은 평균보다 작은 인간이니, 본신의 생식기를 들이밀었다간 몸이 터질지도 몰랐다.

‘단 한 개라도…….’

좆 한 개만 넣어도 좋으니 날것의 상태로 율과 결합해 보고 싶다. 따지자면 그것이 진정한 교합이었다. 본신의 좆을 모두 받는 데 익숙해졌으니 하나쯤은 들어갈 만도 해 미련이 남았다.

“흐음.”

“아, 아아! 서, 서방아, 흑! 자, 잘못했어어…….”

잠깐 딴생각을 한 사이에 손속이 너무 거칠어졌다. 서룡은 푹푹 팍팍 보지 파내던 손짓을 뚝 멈췄다.

갑자기 멈춘 통에 율이 하체를 허공으로 털며 핏, 피잇 씹물을 쏘아 댔다. 자극에 지나치게 약해진 몸뚱이는 보지 좀 세게 쑤셨다고 음핵과 좆을 부풀리며 물을 줄줄 지렸다.

“흑, 흐윽…… 히잉…….”

“이제 뚝. 그리 울고 또 울게 남았소.”

이번만큼은 서룡도 찔렸다. 그는 율을 안고 둥개둥개 얼렀다. 색시가 좋아하는 가슴 주물러 주고 뽀뽀도 해 주었다. 하다 보니 눈꺼풀을 쫍쫍 빨며 눈물 먹는 걸로 모자라 눈알까지 핥으려 들었다.

“읏, 그만해애!”

참을 만큼 참은 율이 서룡을 밀어내곤 씩씩댔다.

‘하여간 적당히 하는 법이 없지!’

예쁘게 차려입고 룡이와 나들이 즐기려 했는데 또 이렇게 됐다, 또! 엉망이 된 제 꼴 살피니 나오는 게 한숨이요, 쌓이는 게 서러움이라.

말마따나 천박한 제 몸이 문제인가? 장소 가리지 않고 탐하는 서방 놈 잘못이라고만 할 수 있나?

룡이 바보.

색시 맘도 모르는 바보.

“엉, 망이 됐잖아……. 흑, 내 신랑이랑 나들이 즐기고 싶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율은 울면서도 따박따박 제 할 말을 다 했다.

그것이 일 번. 어여쁜 각시가 훌쩍이는 얼굴이 이 번. 심장을 심히 간질거리는 내용이 삼 번.

서룡은 사지가 붙들린 듯 멈칫했다.

“이…….”

요물이 서방 홀리려고 작정을 했나.

예고 없이 얻어맞아 어안이 벙벙한 기분이었다.

그저 본능이 시키는 대로, 서룡은 율을 보듬었다. 착하게, 얌전히 등을 토닥인다. 농탕질 치던 중에 이런 식으로 멈춘 적이 또 있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잔뜩 뿔난 색시를 가슴에 기대게 하여 토닥토닥, 어린애 달래듯 하니 기다렸다는 것처럼 색시의 말문이 터졌다.

“오늘, 흡, 초, 초야 끝내고 나온 날이잖아. 만날 벗고서 흉하게 우는 모습만 보여 줬는데…… 예, 예쁜 모습 좀 보이고 싶은 게 어때서, 흑…….”

입이 두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서룡은 잠자코 듣기만 했다. 감히 쩝, 입맛을 다시지도 못했다.

이제 완벽히 저 믿을 곳이다 하여 따지는 율이 사랑스러워서. 하물며 서방님께 어여쁘게 보이고 싶은 걸 망쳐 놨다는 투정인 바에야.

내 잘못했소, 퍽 쉬워진 사과를 하려던 참이었다.

서룡은 난데없이 폭소했다.

“……풋, 아하하!”

그는 제 어깨 부분을 가리켰다. 그곳에 율의 눈 코 입 모양으로 자국이 새겨져 있었다.

“색시야, 귀여운 내 색시. 이거 봐. 서방 옷에 이런 거 찍어 놓으면 어찌해?”

일부러 잔망스런 짓 하라고 해도 이리는 못 하겠다.

“흑…… 노, 놀리지 마아!”

요 조그만 것이 어지간히 열받긴 한 모양이다. 암팡진 주먹 쥐고 남편 패네.

그렇게 투닥투닥 때리고선 슬그머니 눈치 보며 가슴에 안기는 것까지 서룡의 눈을 홱 돌게 하는 짓거리였다.

“읍!”

고운 색시 자그만 얼굴 감싸 주둥이부터 들이대는 용 서방이다.

내 색시 뭘 먹고 자랐기에 잊을 만하면 서방 가슴 때려 부수는가. 서방 패던 주먹 살그머니 펴 어깨 잡아당기면 다 되는 줄 아는 네 이년, 너를 어쩌면 좋지?

살포시 눈 감고서 신랑 혓바닥 기다리는 사람.

……너무 예뻐.

서룡은 율의 콧망울과 콧잔등, 이마와 눈가에 뽀뽀하며 눈매를 휘었다. 사람이 심장 아리도록 어여쁘면 입맞춤조차 함부로 할 수 없음을, 그는 율을 은애하며 알았다.

당신께는 지극히 순수한 마음과 애정만을 드리고 싶기에.

“색시야. 내 임자, 세상에서 본신 눈에 가장 어여쁜 임이 그대인 것을.”

사랑한다. 은애한다. 어여쁘다.

소중하기에 욕망을 멈추고, 그저 가만히 안아 마음 교류하는 법을 익힌 서룡이다. 아직은 좀 어색하지만 그는 다소 낯선 방식이 퍽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진심으로 고백하면 발긋하게 얼굴을 붉히는 율이 사랑스러웠다.

“부끄럽소?”

쪽. 아내 콧잔등은 참으로 입 맞추기 좋게 생긴 모양이다.

“응? 서방을 보면 가슴이 떨려 죽겠소?”

동그랗게 튀어나온 이마도 넓어서 입술 찍기 편하다.

쿵쿵쿵쿵…….

그리고 심장.

서룡과 율은 동시에 서로의 심박을 느꼈다. 서로를 향해 힘차게 자맥질하는 박동. 그것이 곧 마음이고 사랑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먼저 움직인 이는 율이었다.

느릿느릿, 시선을 떼지 않고서 양손바닥에 서방의 볼을 가둔다. 따뜻하고 기분 좋은 온도. 내 서방의 온도.

그러고는 서룡이 먼저 입술을 들이박기 전, 성큼 다가가 표면을 꾹 눌렀다.

내 아까부터 이러고 싶었다지.

당신이 나를 어여뻐하며 찰나 호흡을 멈추었을 때. 쿵쾅대는 마음이 이 몸까지 전해져 새로운 열기가 샘솟았을 때.

나도 당신을 귀엽구나, 사랑스럽구나, 해 주고 싶었다지.

율의 예상대로 멍하니 굳은 신랑 녀석이다. 율은 딱딱한 어깨에 뺨을 비볐다.

“……우리 룡이, 어여쁜 내 신랑.”

당신이 나를 설레게 해.

아마 영원토록 그러하겠지. 당신이 내게 선물한 생명만큼.

……그렇네. 룡이가 준 진정한 선물은 생명이네. 살아서, 사랑받는 느낌을 가르쳐 주었잖아.

그렇다면 나는 당신의 이름을 가슴에 묻을게. 당신이 살려서 뿌리내리도록 한 나무이니 응당 그리하여야지.

율은 배시시 웃었다. 허겁지겁 제 어깨에 이마를 기대 오는 사내를 힘껏 끌어안았다.

모든 틈을 메꾸듯이.

―<대리 황자> 외전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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