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 제국기-32화 (30/318)

27.

"딱 한 잔만, 응! 딱 한 잔만 하고 가자니까."

선우재덕은 어떻게든 도다리 회에 한 잔 걸치고 싶은 모양이다.

그러나 매정한 전준호는 그런 선우재덕의 소리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말만

몰뿐이다.

두 사람이 이런 실랑이를 하는 동안 말은 어느새 소의문을 지나 마포나루에 다다른다.

두 사람이 나루에 매여 있는 한 조운선(漕運船)에 다가가자, 경기수영(京畿水營)의

군관 하나가,

"어느 분이 전준호씨 이시오이까?"

하며 묻는다.

"내가 전준호 올씨다."

"아- 그렇습니까. 어서 배에 오르시지요."

이렇게 인사를 나누며 배에 오를 것을 전준호에게 청하는데 전준호는,

"잠시만요."

하며, 뒤로 돌아서서 멍하니 서있는 선우재덕에게,

"기장님, 다녀오겠습니다."

"이런...씨, 그래, 고생해라. 행여나 나가사끼에서 왜년하고 바람이라도 났다가는 니

제수씨한테 다 꼰지를테니 알아서 해! 응!"

"하이고, 기장님은 참...그럼 가보겠습니다. 충성!"

"충성, 고생해라. 자리 잡히면 제수씨는 내가 알아서 보낼테니 너무 염려말고."

원래는 선우재덕이 나가사끼에 갈 예정이었으나 지난해 여름에 혼인한 안사람이 벌써

배가 불러오기 시작해 한양을 떠나기가 어려웠다. 두 사람 모두 신혼이었으나

선우재덕은 아무래도 임신한 아내를 두고 떠날 수 없었기에 전준호가 대신 가게

되었다.

전준호와 그를 수행하는 하인 몇이 선우재덕에게 인사를 하고 조운선에 몸을 싣자,

조운선의 잔교(棧橋)가 올라가고 배가 소리도 없이 미끄러지기 시작한다.

오랫동안 치누크의 기장과 부기장으로 호흡을 맞추었던 전준호가 이렇게 떠나자

괜시리 울적해진 선우재덕이 결국 돌아서며 한마디 뱉는다.

"에이...씨팔...좃 같네, 참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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