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 제국기-137화 (134/318)

17.

지난 5월에 조선을 떠나 나가사끼로 돌아온 전준호는 막부 측에 양식보총탄 200만

발을 납품하고, 그동안 받지 못했던 상품대금으로 한 척의 증기선을 받았다. 비록

쥬신호보다는 작은 배였지만 이로써 쥬신상사는 동양인이 운영하는 상단(商團)

으로서는 처음으로 두 척의 증기선을 무역에 투입하는 최초의 상단이 되었다.

이렇게 보유한 증기선이 두 척으로 늘어나자 전준호는 그동안 시행을 미뤄두고

있었던 몇 가지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금ㆍ은 거래소(去來所)

의 설립이었다.

이미 금ㆍ은 거래소 설립에 대한 상공부와 재경부의 허락도 떨어졌고, 재경대신

김기현의 전폭적인 지원도 약속 받아놓은 상태였기에 쥬신상사의 나가사끼 금ㆍ은

거래소의 설립은 순조롭게 진행되어 갔다. 쥬신상사에서는 나가사끼 외에도 조선의

다른 세관이 있는 지역에도 금ㆍ은 거래소를 설립할 생각을 하였으나, 이미

조선은행에서 그와 비슷한 업무를 하고 있었기에 조선에 금ㆍ은 거래소를 설립하는

것은 잠시 유보하기로 했다.

쥬신상사가 설립한 금ㆍ은 거래소가 나가사끼의 새로운 명물로 등장한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이미 청국과의 대외무역이 활발했던 왜국의 상인들과 그동안 상품거래

대금으로 받은 금과 은을 멀리 홍콩의 금ㆍ은 거래소에까지 가져가 거래를 해야 했던

다른 외국의 상인들도 너도나도 쥬신상사의 금ㆍ은 거래소로 몰려들었기에 그 이익은

막대했다.

또 하나 쥬신상사의 금ㆍ은 거래소가 이렇게 단 시일 내에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던

데에는 내부적인 힘도 컸다. 쥬신상사에서는 봉황호라고 이름 붙인 막부에서

제공받은 새로운 증기선을 오로지 왜국과 청국과의 금은 무역에만 투입하였는데 그에

따른 이익은 고스란히 쥬신상사의 금ㆍ은 거래소를 단숨에 활기를 띠게 만드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그리고 이외에도 여러 가지의 일을 더 추진했는데, 이렇게 여러 방면에 손을

쓰다보니 전준호를 비롯한 쥬신상사의 직원들은 눈코뜰새 없이 바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특히 금ㆍ은 거래소를 비롯한 여러 사업에는 전준호가 지난번 조선에 갔을 때 스카웃

해온 여러 상인들의 활약이 만만치 않았는데, 이미 조선 굴지의 송상(松商)이나 만상(

灣商), 래상(來商) 등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해 온 상인들이었기에 일에 대한 적응도는

빨랐으며, 이런 조선의 상인들은 모처럼 통쾌하고 신명나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전준호는 지난번 서울을 방문했을 때 선우재덕을 비롯한 쥬신상사의 수뇌부들과

토마스에 대한 일도 상의를 했는데, 일단 토마스의 상재(商材)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주기 위해 토마스를 대리인으로 내세운 글로버 상회를

부활시키기로 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세워진 글로버 상회에게는 새로운 일을 맡길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것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는데, 일단 토마스가 조선 사람이 아닌

영국인이라는 점이었다. 수뇌부의 우려는 실컷 토마스를 키워졌는데, 나중에 배신을

하게되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었다.

전준호는 토마스와 몇 달을 생활하면서 그가 쥬신상사나 조선을 배신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기는 했어도, 쥬신상사의 수뇌부들을 설득하기에는 미흡한 면이

없잖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전준호와 쥬신상사 수뇌부의 고민을 일거에 해소한 인물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정운두였다. 정운두는 전준호와 같은 선편으로 나가사끼에 온 자신의

여동생을 토마스와 맺어줄 생각에서 나가사끼로 부른 것인데, 그런 정운두의 뜻에

전준호도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주었고, 결국 정운두의 여동생 정진숙과 토마스는

혼인을 하기에 이르니 그때가 바로 지난 10월이었다. 아직 조정에서 정식으로 외국에

대해서 문호(門戶)를 개방하지 않았기에 토마스의 귀화(歸化)는 허용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문호가 개방되기만 하면 토마스는 자의(自意)에 의해 조선에 귀화하는 첫

서양인으로 기록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이렇게 해서 토마스를 대리인으로 내세운 글로버 상회가 다시 나가사끼에

등장하게 되었다.

"두 분 어서 오세요."

"찾으셨습니까? 지점장님."

"안녕하십니까? 지점장님."

전준호는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온 정운두와 토마스에게 이렇게 인사를 하며 자리를

권했다. 정운두와 토마스는 전준호에게 정중히 머리를 숙이며 인사를 하는데, 이미

정운두의 여동생과 결혼한 토마스는 말투와 행동에서 조선사람과 다를 바 없었다.

그리고 지금 토마스가 입고 있는 옷도 전준호와 정운두가 입고 있는

생활한복이었으니, 금발의 파란 눈을 한 토마스에게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토마스는 요즘 깨가 쏟아진다면서요?"

"깨가 쏟아진다니요?"

토마스가 아무리 조선여자와 결혼을 하고 조선말에 익숙해져 있다고 해도 아직까지,

깨가 쏟아진다는 것과 같은 표현까지 통달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이렇게

되물었는데 정운두가 부연 설명을 한다.

"이 사람아, 신혼재미가 좋으냐고 묻는 말일세."

"아!..."

"말도 마십쇼, 지점장님. 요즘 집엘 가면 제 누이동생이 토마스를 지극 정성을

챙겨주는 모습에 아주 눈꼴시어서 못 봐줄 지경입니다. 이 오래비보다 지 서방을 더

챙기다니 그동안 제가 누이를 잘못 키웠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니까요?"

"그래요?"

"그렇구 말구요.

"하하하..."

전준호와 정운두의 너스레에 얼굴이 빨개지는 토마스였기에,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리고자 전준호에게 자신을 찾은 이유를 묻는다.

"그런데, 무슨 일로 저희들을 찾으셨습니까?"

"아... 몇 가지 물어볼 말이 있어서 이렇게 두 분을 찾았습니다."

"...?"

"...?"

"하지마섬의 다카지마 탄광의 채굴은 이상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까? 그리고 광부들의

생활도 불편한 점이 없겠죠?"

"하이고, 지점장님도... 제가 누굽니까? 이 정운두가 하는 일에 차질이 있겠습니까?

걱정하지 마십쇼. 역청탄(瀝靑炭)의 채굴도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광부들의

생활도 제가 꼼꼼히 살피고 있습니다. 단지 문제가 있다면 채굴되는 역청탄의 양은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그걸 운송할 수단이 없다는 것입니다. 하루빨리

주문한 기범선(機帆船)이 도착해야 운송을 할 수 있을 텐데 큰일입니다."

지금 쥬신상사가 보유하고 있는 기범선은 모두 두 척이었다.

두 척 모두 막부에 판매한 무기대금 대신에 제공받은 것으로 이 두 척을 역청탄의

운송에 쓸 수는 없었다. 쥬신호는 조선에서 수출하는 여러 가지의 상품을 나가사끼로

실어오고, 다시 왜국에서 수입하는 감자를 비롯한 각종 곡류(穀類)를 실어

나르는데도 바빴으며, 봉황호는 오로지 금과 은의 무역에만 종사하였기에, 역청탄의

운송은 손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아직 해주만의 제철소가 완공되지 않았기에

역청탄의 수요가 없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역청탄을 노천에 야적(野積)해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이미 쥬신상사에서는 조정(朝廷)에 민간 수송선의 건조를 건의하여, 지금

남양조선소에서 각각 3000톤급 수송선 한 척과 5000톤급 수송선 한 척을 건조하고

있었지만, 아직 그들 수송선의 건조가 완료되려면 시간이 있어야 했다. 그리고

남양조선소에서는 하나 남은 3000톤급 선거(船渠)에서 우사함(雨師艦)의 건조도

병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수송선의 건조가 늦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쥬신상사에서는 역청탄의 운송과 글로버 상회에서 사용할 기범선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었다.

"서양에서 도입한 채굴기술에 우리 광부들이 적응하는데 어려움은 없나요?"

"그것도 걱정하지 마십쇼. 우리 조선사람들이 원래부터 머리가 있는 민족인데 그깟

채굴기술하나 습득하지 못하겠습니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지금 가장 급한 것은

운송에 필요한 기범선의 도착입니다."

정운두의 이런 볼멘 소리를 들은 전준호는 토마스에게 묻는다.

토마스가 이번에 도입하는 기범선의 구입을 책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글로버 상회에서 주문한 세 척의 기범선이 들어온다고 했지요?"

"그렇습니다. 지점장님. 청국의 상해를 출발한 것이 지난 11월 25일이라고 했으니,

이제 얼추 도착할 때가 됐습니다."

토마스는 전준호의 권유로 글로버 상회를 재건한 후에 가장 먼저 기범선의 도입을

추진했다. 청국의 상해에 지점을 둔 한 화란인(和蘭人) 상회에 주문한 기범선 두

척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한 척은 역청탄의 운송에 투입되고, 다른 한 척은 금ㆍ은

거래소의 금과 은을 수송하고, 나머지 한 척은 글로버 상회에 속하면서 여러 가지

일을 보게 될 것이다.

"잘됐습니다. 토마스는 글로버 상회의 일을 정운두씨에게 맡겨두고 그 기범선이

들어오면 남아프리카로 출발하세요."

"남아프리카라고라? 거기에 어디에 붙어 있는 동넵니까?"

"남아프리카요?"

"그렇습니다. 남아프리카요."

정운두는 전준호가 말하는 남아프리카가 어디에 붙어있는 동네인지 몰랐다. 그런데

토마스는 이름만 듣고도 아는 눈치가 아닌가? 괜히 소외된 느낌이 든 정운두는

이렇게 볼멘 소리를 한다.

"아니, 시방. 그 동네가 뭐 허는 동넨디 두 분만 알고 있는 것이다요? 이거야 원,

무식헌 놈은 이렇게 괄시받어도 되는 것이다요?"

"하하하... 정운두씨! 기분이 상했소?"

"아니... 뭐 기분이 상했다기 보다는... 뭐 그렇다는 거지요..."

정운두의 이런 말에 전준호와 토마스는 웃음을 터뜨렸고, 그런 정운두가 밉지 않은

전준호는 세계전도(世界全圖)를 펼쳐놓고 남아프리카에 대한 것을 일러주기 시작한다.

말라카 해협(海峽)을 지나, 인도를 거치고 인도양(印度洋)을 횡단해서

마다가스카르란 큰 섬을 지나면 닿을 수 있는 남아프리카는 정운두의 마음을 뺐고

말았다. 증기선을 타고 몇 달을 가야 닿을 수 있다는 말에 두려움도 없지 않았지만,

모험심과 호기심을 누를 수는 없었다.

정운두는 전준호의 말이 끝나자 사날 좋게 묻는다.

"지점장님, 헌데 그곳에는 왜 가는 겁니까? 그리고 저도 토마스와 같이 가면

안되겠습니까? 아무래도 그 험한 남아프리카에 토마스만 보낸다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데요..."

정운두는 전준호에게 이렇게 말하며 말꼬리를 살짝 흐렸다.

토마스만 보내는 것에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었지만, 그보다는 더 중요한

이유가 있었는데, 행여 전준호가 자신의 그런 마음을 눈치챌까 저어하는 마음에서

말꼬리가 자연스럽게 들어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정운두의 내심을 눈치채지 못할 전준호가 아니었다.

"왜요? 남아프리카의 여인네들이 정운두씨를 부르는 소리라도 들었습니까?"

"예-에?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남아프리카의 여인네들이 저를 부르다니요?"

내심으로 뜨끔했지만 천연덕스럽게 대꾸하는 정운두를 보며 전준호는 다시 말한다.

"정운두씨. 남아프리카의 여인네들은 모두 피부가 새까맣습니다. 그래도

가시겠습니까?"

"피부가 새까맣다니요? 거기 사람들이 오귀자(烏鬼子)란 말입니까?"

보통 조선사람들은 동남아시아(東南亞世亞) 사람들을 피부가 까맣다고 해서 까마귀

새끼라는 비칭의 오귀자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정운두도 그런 뜻에서 오귀자라는

말을 사용하였는데 뒤이어 들려오는 전준호의 말을 듣고 기겁을 하게된다.

"오귀자보다도 피부가 더 새까맣답니다. 그래서 흑인(黑人)이라고 하지요."

"흑인요?"

"그래요, 흑인."

"이보게 토마스. 자네는 흑인이라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는가?"

정운두는 전준호의 말에 반신반의(半信半疑)하며 토마스에게 물었다. 아무래도

토마스는 서양에서 왔기에 흑인을 본적이 있는지도 몰랐다.

"예, 형님. 저는 이미 흑인을 여러 번 본바가 있습니다. 지점장님 말씀대로 그들의

피부는 시꺼멓기 그지없으며, 보통 머리카락은 곱슬곱슬하고, 코는 낮고, 입술은

두툼한 것이 일반적인 서양사람이나 동양사람들과는 생김새가 약간 다릅니다."

"에이... 그럼, 난 안 갈라네. 그렇게 생긴 인종의 여인네들이 생기면 얼마나

생겼겠는가? 난 그냥 여기 있을 테니 자네나 갔다오게."

정운두는 정나미가 떨어진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정운두는 토마스의 다음 말이 이어지자 다시 회가 동하는데...

"그러나 형님. 흑인들은 비록 피부가 시꺼멓기는 해도 그 피부의 감촉만은 비단결

같습니다. 그래서 일부 백인들은 그런 흑인 여인네들을 탐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는걸요. 잠자리에서 감촉이 끝내 준다나 어쨌다나 하면서 말입니다."

"으잉...? 그게 정말인가?"

"그렇지 안구요. 일부러 흑인 여자만 찾는 백인 남자들도 있습니다.

이러면 얘기가 달라진다.

여자라면 환장하는 정운두는 잠자리 얘기가 나오자 얼굴빛이 달라졌다. 하기야 돼지

얼굴보고 잡아먹는다더냐...? 인생 최대의 목표가 전 세계 모든 인종의 여인네들을

섭렵(涉獵)하는데 있는 정운다가 이런 생각을 하며 뭐라고 말을 하려고 하는데,

"정운두씨는 이곳에서 할 일이 많이 있는데 어디를 갑니까? 남아프리카에는 토마스

혼자 가는 겁니다."

정운두의 기대와는 달리 전준호의 말은 단호했다.

"토마스."

"예, 지점장님."

"자네는 남아프리카로 가서 따로 할 일이 있네,"

"...?"

"그것은 바로 광상(鑛床)을 개발하는 일일세."

"광상요?"

정운두는 그렇지 않아도 흑마(黑馬)를 탈 생각에 온통 마음이 뺏긴 판에 전준호가

광상을 개발하라는 말을 하자 역시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이렇게 나서는데, 그런

정운두를 아랑곳하지 않고 전준호의 말은 계속된다.

"토마스 자네는 내가 일러주는 곳의 광상이나 땅을 매입하여 다이아몬드를

채굴하도록 하게."

"다이아몬드를요?"

"그렇네."

토마스는 전준호의 느닷없는 다이아몬드를 채굴하라는 말에 어이가 없었다.

가끔씩 아프리카에서 다이아몬드가 나오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그 양은 미미하기

이를데 없었고, 지금까지 대대로 서양에서 사용되는 다이아몬드라면 인도의 골콘다

지방에서 많이 생산되고 있었기에,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전준호는 지난번에 서울을 방문하였을 때 이미 세계 모든 지역의 금광이나

다이아몬드광, 또는 여러 가지 광물질이 다량으로 채굴되는 광상에 대한 정보를

대정원으로부터 입수했다.

일단 남아프리카의 다이아몬드 광상을 개발한 후에는 보츠와나(Botswana)와 나미비아(

Namibia)의 그리고 호주(濠洲), 러시아의 다이아몬드 광상을 선점(先占)하여 개발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남아프리카의 다이아몬드 광상은 아주 중요했다.

우리가 역사 속에서 알고 있는 다이아몬드는 3,000여 년 전 인도의 콜곤다에서

최초로 발견되었다.

많은 양이 산출되지는 않았으나 인도의 콜곤다 지역은 2,000년 이상 세계 유일의

다이아몬드 주산지였다. 그러다 18세기에 브라질에서 다이아몬드가 발견됨으로써

다이아몬드의 주산지는 브라질로 넘어갔다. 그러나 정작 본격적인 다이아몬드의

시대를 열게 된 것은 1866년 남아프리카 발 강 근처에서 유레카(Eureka)’라는 약

21캐럿 짜리 다이아몬드 원석(原石)이 발견되었을 때부터이다. 이어서 1866년에서

1869년까지 호프타운 근처에서도 많은 다이아몬드가 발견되었다. 그리고 1869년

‘아프리카의 별(Star of Africa, 83.5 캐럿 원석)’이 오렌지 강 근처에서 다시

발견되면서 본격적인 다이아몬드 러쉬가 일어나게 된다. 그러나 그것이 이제는

쥬신상사의 손에 의해서 바뀌어지게 된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 최대의 다이아몬드는 대부분 남아프리카에서

생산되었으며, 보츠와나나 나미비아의 다이아몬드는 그 품질이 우수하여, 보석용으로

사용되는 비율이 아주 높았다. 그리고 호주의 다이아몬드는 비록 보석용으로

사용되기보다는 공업용으로 사용되는 비율이 높았지만 공업용 다이아몬드도 무시할

수 없는 가치가 있었다.

전준호는 쥬신상사의 이름으로 다이아몬드를 선점하여, 우리가 역사 속에 알고 있는

영국의 다이아몬드 신디케이트를 능가하는 부를 이루고, 그렇게 함으로써 조선에

이바지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이아몬드뿐만 아니라 주요 지하자원의 선점과 개발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조선사람이 그 일을 하는 것보다는 스코틀랜드 출신 영국인인 토마스를 앞세운다면

한결 수월할 것이 분명했기에 이렇게 토마스를 남아프리카로 보낼 생각을 한 것이다.

그리고 글로버 상회의 설립목적에는 토마스의 머세슨 상회에 대한 복수를 위한 것도

있었지만, 이와 같이 조선사람이 할 수 없는 이런 여러 가지 일을 할 목적도

포함되어 있었다.

"토마스 자네는 일단 남아프리카로 건너가서 내가 말하는 곳의 땅을 매입하고 거기에

쥬신상사의 다이아몬드 회사를 설립하여 다이아몬드 광상을 개발하도록 하게."

"하지만, 지점장님. 그곳에 다이아몬드가 매장되어 있는 줄 어떻게 장담합니까?

무모하면서도 위험한 생각입니다."

토마스는 전준호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대체 어떤 근거로 저렇게 장담하는 지 알 수 없었으나, 이대로 생돈을 날리는 일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기에 이렇게 반대의 뜻을 분명히 나타냈다.

그동안 쥬신상사가 왜국 상인이나, 서양의 여러 상인들과 거래하면서 이룩한 부(富)

를 하루아침에 날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었기에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

토마스는 헛된 투자로 생돈을 날리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보다는, 비록 한 번도

가보지는 못했지만 자신에게 제 2의 조국이나 마찬가지인 조선이라는 나라와

친형제와도 같은 정(情)을 나누어온 따뜻한 성품의 조선사람들에게 손해를 보게 할

수는 없다 라는 생각이 더 작용을 했다.

본디 토마스는 서양에서 나고 자라서 서양식의 합리적인 사고가 정신을 지배하는

전형적인 서양인이었지만, 조선인 상사(商社)에서 근무하면서, 조선인 아내를 얻고,

그들을 통해 조선인들의 선량한 마음씨를 배웠고, 그러므로 그런 조선인의 성품을

누구보다도 닮고 싶었던 토마스였기에 이런 생각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전준호는 21세기의 모든 지식기반에 근거한 자료를 토대로 배팅을 하는

것이었기에 성공을 자신하고 있었다. 아니 성공할 수밖에 없었다. 허나 이런 점을

토마스나 정운두에게 설명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토마스는 일단 내가 시키는 대로 하게. 절대로 우리 쥬신상사와 글로버 상회가

손해를 볼 일은 없을 걸세."

"음... 알겠습니다. 시키는 대로 하지요."

이렇게 대답을 하기는 했지만 마음이 무거운 토마스였다.

그런 토마스에게 전준호는 다시 말한다.

"그리고, 스코틀랜드의 자네 고향에 어머니와 형제들이 있다고 했지?"

"... 그런데요...?"

"그분들에게 편지를 보내 이곳이나 남아프리카로 오시도록 하게. 자네 어머님과

형제들이 고생하고 있는데, 자네가 그분들을 찾지 않는다는 것은 도리에 어긋나는

오후 7:11 2007-09-25일일 것이네."

"그래도 되겠습니까? 지점장님?"

"그럼. 어차피 자네와 자네 부인이 같이 가겠지만 이곳의 일을 위해서라도 그곳에

믿을 만한 사람을 심어놓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 그렇게 하도록 하게."

"감사합니다. 지점장님."

토마스도 언젠가는 자신의 어머니와 형제들을 불러와서 같이 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직은 여러 가지로 할 일이 많았기에 망설이고 있었지만, 언젠가는 그리 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전준호가 이렇게 먼저 얘기를 하자 토마스는 감격했다.

사실 전준호는 토마스를 남아프리카에만 박아둘 생각은 없었다.

일단 남아프리카에 쥬신상사의 다이아몬드 회사를 설립한 후에는 다시 나가사끼로

불러들여서 다른 일을 맡길 생각이었다. 그리고 글로버 상회가 어느 정도 본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토마스를 도와줄 여러 사람들이 필요했기 때문에 그의 어머니와

형제들을 불러들이는 일은 중요했다.

"그리고 자네 친구들 중에서 믿을만한 친구들도 있으면 불러도 되네."

"알겠습니다. 지점장님.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세계적으로 스코틀랜드인들은 중국인, 유태인, 인도인과 더불어 상재가 뛰어나기로

유명했다. 그래서 지금도 세계 경제를 주름잡고 있는 인물 중에 스코틀랜드인들이

상당수 있었는데,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전준호는 토마스를 통해 그들의 상재를

이용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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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기(大韓帝國記)-69 도약(跳躍)의 첫걸음...1

번호:5088  글쓴이:  yskevin

조회:198  날짜:2003/12/15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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