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연대! 돌겨어어억!"
"우와! 죽여라! 왜놈들을 죽여라!!!"
[투두둥! 퉁! 투둥! 퉁! 퉁! 퉁! 투둥둥!]
[빵! 빵! 빵! 빠바방! 빵! 빠방! 빵! 빠바방!]
[타타타타타탕! 타타타타타탕! 타타타타타타타탕!]
마군연대 2개 대대의 마군이 일제히 한식보총을 방포한 후 적을 향해 돌격을
개시하자 앞쪽에 대가하고 있던 수색대대의 군사들도 일제히 한식보총과 K-3
분대지원화기를 방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뒤에 따로 남겨졌던 K-4 고속
유탄발사기도 불을 뿜었다. 적을 사살하겠다는 의미의 방포가 아니라 마군연대의
돌격을 엄호하겠다는 의미의 방포였다. 순간적으로 엄청난 화력이 자신들에게
집중되자 왜놈들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장대비가 퍼붓듯이 쏟아지는
총포탄의 세례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이, 마군연대 선두를 이끌고 있는 1대대
1중대장 최진호의 눈에 띄었다. 최진호는 잠시후면 왜놈들의 대갈통을 바숴버릴 수
있다는 생각에 온몸에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온 몸의
근육이란 근육은 팽팽히 긴장되어 있었고, 말의 질주에 맞춰 등자( 子)에 꿰인 발과
안장에 앉아 있던 엉덩이가 저절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양손에 나누어서 들고
있는 마편곤은 듣기에도 섬뜩한 파공음을 내뿜으며 돌아가고 있었다. 정말이지
마군에 지원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최진호가 할 정도로 엄청난 모습이었다.
"이야호! 달려라! 왜놈들을 죽이자!"
"우와와와와아! 죽이자!!!"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부웅! 붕! 붕! 부웅! 붕! 붕! 부웅! 붕!]
최진호만 그런 희열에 몸을 떨고 있던 게 아니었다. 최진호의 1중대 군사들 대부분이
그런 희열에 저절로 소리가 나왔다. 하얀 김을 내뿜으며 주인의 독려에 죽을 힘을
다해 질주하는 말들도 절로 힘이 나는 것처럼 보였다. 수많은 전장(戰場)을 누비던
조상들의 피를 고스란히 이어받은 몽골 전마(戰馬)의 기세가 유감 없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때 최진호의 눈에 일단의 왜놈들이 고개를 내밀고 총을 겨냥하는 것이
보였다. 이어서 하얀 연기와 함께 엄청난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뻥! 뻥! 뻥! 뻥! 뻥! 뻥!]
[씨이잉! 씨이이이잉!]
[크윽! 컥! 으윽!]
왜놈들의 방포는 수준급이었다. 벌써 몇 명의 군사들이 왜놈들이 쏘는 양식보총탄에
맞아 쓰러졌는지 몰랐다. 왜놈들이 웅크리고 있던 논두렁에 마군연대 선두가 가까이
접근하기 시작하자 뒤에서 마군연대를 엄호하던 수색대대 군사들과 K-4 고속
유탄발사기의 방포가 뚝 끊어져 버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왜놈들이 일제 방포를
한 것이다. 최진호는 이를 부드득 갈았다. 자신이 그토록 애지중지하며 양성했던
중대원들이, 자신의 소중한 부하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는 모습이 눈에 보이자 눈에서
불통이 튀었다. 불과 1Km에 불과한 거리가 왜 이리도 멀게 느껴지는 것인지 몰랐다.
불과 1분이면 내 달릴 수 있는 거리가, 이렇게도 길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그러나
1분이라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 드디어 왜놈들이 웅크리고 있던 논두렁이 불과
몇 미터 앞으로 다가왔다. 최진호는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왜놈의 얼굴을 쳐다봤다.
고단한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얼굴이었다. 최진호는 마편곤을 뒤로 쭉 뺐다.
마치 아이스하키 선수가 퍽(puck)을 내지르는 모양처럼 뒤로 쭉 뺀 마편곤을 그대로
놈의 얼굴로 날려버렸다.
"이야앗!"
[부웅!]
[빠각! 켁!]
불쌍한 농민 출신 죠슈군 기병대(奇兵隊) 군사는 제대로 된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머리가 깨지면서 즉사했다. 말이 달려오는 운동에너지에 마편곤을 휘두르는 최진호의
힘이 더해져 엄청난 충격이 머리를 그대로 터뜨려 버렸다. 사실 논두렁에 의지하여
머리만 내밀고 있던 상대를 논두렁을 타 넘으며 타격을 가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지만 최진호는 절묘하게 그 순간을 포착하여 마편곤을 휘두른 것이다.
1대대장 최현필도 흥분해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소중한 부하들이 벌써 몇 십
명 목숨을 잃었는지 몰랐다. 선두에 섰던 1중대 군사들이 낙엽 떨어지듯 쓰러지는
것을 시발로 해서 삽시간에 총탄에 맞아 쓰러지거나, 말에서 떨어지는 군사들이
속출했다. 비록 방탄복을 입고 있다고는 하지만 말까지 방탄복을 입은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방탄복을 착용한 부위에 총탄이 명중하더라도 그 충격으로 말고삐를 놓치는
군사가 속출하고 있었다. 그렇게 쓰러진 군사들은 목이 부러져 죽거나 아군의
말발굽에 채여 죽어가고 있었다. 최현필은 이를 악물었다. 의외로 적은 훈련이 잘
되어 있었다. 의외였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어느새 죠슈군
군사들이 웅크리고 있던 논두렁이 손에 잡힐 듯 다가왔다.
"죽어라!"
[부우웅!]
[퍽! 크억!]
막 한 놈을 죽이고 다른 대상을 물색하고 있는 최현필의 말이 갑자기 히히히힝 하는
비명을 내지르며 앞발을 치켜들었다. 누군가 방포한 총탄에 말이 맞은 것이다.
그리고 털썩 하는 소리와 함께 쓰러졌다. 몸이 날렵한 최현필은 재빨리 말에서 뛰어
내려 별다른 부상은 입지 않았다.
[뻥!]
"으윽! 우이씨! 뭐야!"
뒤에서 뭔가가 방포되는 소리가 들리더니 등짝에 큰 충격이 전달되었다.
양식보총탄에 맞은 것이다. 그러나 최현필은 방탄복을 입고 있었다. 비록 큰 충격을
받기는 했지만 방탄복을 뚫지는 못했다. 최현필은 그대로 뒤로 돌았다. 왜놈 하나가
양식보총을 꼬나들고 있었다.
"우와와아!"
[부부부붕!]
[딱! 크아악!]
괴물 같은 고함을 지르며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최현필은 그대로 마편곤을 휘둘렀다.
그리고 묵직한 느낌이 양손에 전달되면서 상대는 그대로 머리가 터지며 죽고 말았다.
혼전(混戰)에서는 휘두르는 무기인 마편곤이 불편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최현필은
마편곤을 버리고 권총을 뽑아 들었다. 한국군이 제식권총으로 사용하는 K-5 권총의
복제품인 한식권총은 총 11발이 들어가는 탄창을 사용하는데, 약실에 넣을 수 있는
한 발을 더해 총 12발을 장탄할 수 있었다.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으악! 크악! 컥! 켁! 크윽! 으윽!]
순식간에 탄창 하나를 비운 최현필은 익숙한 솜씨로 탄창을 교환했다. 그리고 다시
한식권총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총소리와 함께 비명 소리도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동료들이, 부하들이 쓰러진 원을 갚기 위한 마군연대
군사들의 움직임은 악에 받쳐 있었다. 그러나 기병대(騎兵隊)가 몰살당한 뒤 기병대(
奇兵隊)만으로 방어하던 죠슈군 군사들도 물러서지 않았다. 여기저기에서 피가 튀고
살이 저며졌으며 대가리가 깨졌다. 난전(亂廛)이었다. 그리고 광란(狂亂)이었다.
어느 누구도 물러서거나 도망치거나 항복하지 않았다. 오로지 적을 죽이는 것이
존재의 이유인 것처럼 죽고 죽이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나 끝나지 않는 잔치는
없는 법, 이렇게 끊임없이 조선군을 괴롭히던 죠슈군의 기병대(奇兵隊)도 수색대대
군사들이 다시 들이닥치자 무너지기 시작했다. 화력과 병력의 열세를 극복하기에는
조선군이 너무 막강했고, 기병대(騎兵隊)가 몰살당한 공백이 너무도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