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 제국기-223화 (223/318)

4.

"그나저나 서양 제국(諸國)의 움직임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잘 확인되고 있겠지요?"

"영국과 미국이 우리 조선에 침략해 올 것은 확실한데, 문제는 법국입니다.

합하께서도 아시다시피 법국은 현재 해외에 대규모의 원정군을 파견할 여건이

안됩니다. 지난번 독일과의 전쟁에서 패해 5억 프랑이라는 막대한 전쟁 배상금을

물어야 했던 법국은 더불어서 알사스ㆍ로렌 지방까지 독일에 할양하지 않았습니까?

이런 상태에서 과연 저들이 영국, 미국 등과 보조를 맞출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법국은 이곳 동양으로 눈을 돌릴 여력이 되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 계획대로 하기 위해서는 저들이 이번 침략에 동참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굳이

동참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전단(戰端)이라는 것은 만들기 나름 아닙니까.

"

"그렇기는 하지요. 하온데, 합하. 만약 서양연합함대가 우리 조선과의 전쟁에서

패한다고 했을 때 동아시아 국제관계에 있어서 심각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그래요? 구체적으로 어떤 의견 말입니까?"

"지금 동아시아 국제정세를 살펴보면, 영국이 주도가 되고 법국이 그 뒤를 받치면서

청국을 뜯어먹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실상 지금 시대의 미국은 유럽

열강에 뒤쳐져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지요. 그리고 동아시아에 마땅한 거점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미국은 이번에 우리 조선을 침략과 동시에

동아시아에서의 거점 확보라는 차원에서 대규모의 원정군을 파견할 공산이 큽니다.

그리고 영국은 그런 미국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라도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구요.

그런데 동아시아에서 청국을 가장 확실하게 견제하고 있는 영국이 우리 조선과의

전쟁에서 패한다면 자칫 청국이 영국의 그늘에서 벗어나든지, 아니면 영국의

영향력이 감소하여, 우리 조선이 직접 청국을 상대해야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어차피 앞으로 있을 사대 청산, 그리고 우리 영토인 간도의 효율적인 관리와 맞물려

청국과는 언제고 한 번 붙어야 하겠지만, 아직은 청국이 좀 더 정신 없이 다른

열강의 손아귀에 휘둘려야 좋지 않겠습니까? 그것은 법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법국은

아직 코친차이나 전 지역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만일 법국이 참전하여

우리 조선에게 패퇴한다면 법국은 코친차이나에서의 영향력에 대해서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월남에 대한 종주권을 주장하는 청국이 다시 개입할

우려가 있지 않겠습니까? 대정원과 외무부 일각에서는 이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한상덕은 정확한 동아시아의 국제관계를 집어내고 있었다. 어차피 미국은

제너럴 셔먼호 사건이나, 플라잉 클라우드호 사건이 아니더라도, 동아시아의 거점

확보라는 측면에서 무슨 이유를 들고 와서라도 조선을 침략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영국은 미국의 두 상선이 자국 상사에 용선 계약되어있음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자국

선원의 피해를 거론하며 미국과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었다. 문제는 법국이었다.

법국의 형편상 영국과 미국 주도의 조선 침챡에 있어서 대규모의 함대나 군대를

파병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국은 지난 병인년(丙寅年 1866년)의 수모를

어떻게든 갚고 싶어했다. 하여, 대정원이나 외무부에서는 만일 법국이 참전한다면 그

규모는 소수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서양연합함대가 조선에

무참하게 패했을 경우에 그동안 동아시아의 강국인 청국을 확실히 견제하고 있던

영국이나 법국의 영향력이 감소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고, 그렇게 되면 청국은 힘을

기르면서 조선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컸다. 가뜩이나 독일과의 비밀수교로 인해

조선을 보는 시각이 곱지 않은 청국이었기에, 그것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대정원이나 외무부의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겨우 코친차이나의

남부를 장악한 법국이 또 다시 조선에게 참패한다면, 무력으로 원주민들을 억압하고

있는 남부 코친차이나에서 다시 한 번 원주민의 봉기를 촉발할 수도 있었고,

코친차이나 전 지역의 장악은 요원하게 될 것이 틀림없었다.

"저들의 움직임으로 봤을 때 언제쯤 우리 조선을 침략할 것으로 보십니까?"

"대정원 청국 담당 부서와 왜국 담당 부서의 모든 요원들이 보내온 정보를 검토해본

결과 지난 병인년(1866년)에 법국이 우리 조선을 침략했을 때와 비슷한 시기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럼, 가을쯤 되겠군요."

"그렇습니다. 합하."

"가을이라... 가을..."

김영훈은 서양연합함대의 조선 침략 이후의 동아시아 국제관계의 변화나 힘의 추가

어디로 이동하느냐 하는 것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는 듯이 서양연합함대의 조선 침략

시기에 대한 것을 물었다. 그것은 한상덕도 마찬가지였다. 막상 국제관계의 변화에

대해서 말을 꺼낸 것은 한상덕 자신이었으나, 그도 그다지 걱정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지는 짐작하기 어려웠으나,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는

눈치였다.

"청국에서의 공작(工作)은 언제쯤이면 모든 준비가 완료될 것 같습니까?"

"지금 청국에 파견되어 있는 모든 대정원 요원들이 공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니,

머지 않은 장래에 모든 준비가 완료될 것 같습니다."

"좋군요. 그 공작이 성공한다면 앞으로 청국의 혼란은 가중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아울러 청국의 눈이 우리 조선으로 쏠리는 것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겝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합하. 모든 준비가 완료되는 대로 바로 공작에 들어갈까요?"

"아닙니다. 올해는 이대로 놔두고 내년 초에 본격적인 공작에 들어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지금 공작에 들어간다면 자칫 서양 제국의 이목과 힘이 그리로 쏠릴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우리 조선으로 그 이목과 힘이 쏠리게 해야할 시기입니다."

"알겠습니다. 내년 초에 본격적인 공작에 들어갈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차질 없이

진행시키도록 하겠습니다."

한상덕은 자신 있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지금 청국에 파견되어 있는 대정원의

요원들은 물경 이백을 헤아리고 있었다. 일부 요원들이 청국과 청국에 진출해 있는

다른 외국의 동정을 살피고 정보를 긁어모으는 일을 하는 반면에 대부분의 요원들은

이번 공작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공작을 위해 준비한 기간만 5년이

넘었고, 공작에 투입된 요원들은 대정원에서도 알아주는 일급요원들이었다. 절대

실패라는 것을 용납할 요원들이 아니었다. 김영훈도 한상덕과 똑같은 생각이었다.

우수한 대정원 요원들의 준비된 공작을 청국에서 막을 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임금의 친정이 이미 거론된 이상 어떻게든 그 문제를

마무리지어야만 내년의 공작도 실행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년부터

시행되는 제 2차 경제사회개발 5개년 계획의 진행도 차질이 없을 것이었다. 여기까지

생각하자 김영훈은 다시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그 문제는 도저히 자신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였다. 막상 임금의 친정을 기정 사실로 여기고 그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한 김영훈이었지만, 나라와 민족의 장래를 생각하면 그처럼 쉽게 넘길

수 없는 문제였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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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입니다. 오늘도 분량이 조금 적습니다. 이상하게 이번 챕터의 진행이 조금

더디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더욱 글 쓰기가 어려운지도 모르겠구요. 아무튼

이번 챕터는 조정에서 5년 동안 이루었던 것에 대한 점검과 앞으로의 진행 방향,

그리고 임금의 친정을 둘러싼 갈등을 조금 표현할 생각인데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음 회에는 이전의 분량을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대한제국기(大韓帝國記)-101 밝음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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