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 제국기-263화 (263/318)

3.

"이 상녀러 새끼들은 언제 온다는 거야."

"왜? 지루한가?"

"그럼, 행보관님은 안 지루하십니까?"

"조금만 기다려보게. 이제 올 때가 다 되가네..."

최순호는 박승인의 느긋함이 부러웠다. 천군 특수수색대 행정보급관과 대원이라는

특별한 인연으로 만나 지금까지 쭉 여러 일을 같이 해 와서 박승인 특유의 느긋한

성정을 잘 알고는 있었다. 어찌 보면 중국인들보다 더 느긋한 성정의 박승인이라고

할 수 있었다. 박승인과 최순호가 서 있는 배는 지난해 3국 연합함대를 무찌르고

나포한 수송선 중 하나였다. 그걸 일부는 민간에 불하하고 일부는 조정에서 인수하여

여러 목적에 쓸 수 있게 다시 개수한 상태였다. 일종의 공작선이라고나 할까?

미국에서 건조할 당시부터 내강항해를 목적으로 제작된 배라 양자강을 거슬러

올라오는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뿐더러 여기에 남양조선소에서 특수한 개수까지

거쳤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공작선이 된 상태였다. 지난 4월 말에 상해(上海)를

출발하여 무한(武漢)을 지나 동정호(洞庭湖) 변의 작은 마을 상덕(常德)에 도착한 게

어제였다. 오늘 동정호 변의 이름 모를 여울에서 접선하기로 되어 있는 상대는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행보관님."

"응?"

최순호는 박승인이 대정원 해외 1국(청국 담당)의 책임자라는 거창한 신분을 가지고

있음에도 특수수색대 시절부터 같이 생활했기 때문인지 아직도 행정보급관이라는

호칭을 주로 사용했다. 박승인 자신도 굳이 그런 호칭에 연연하지 않았기에 과거

특수수색대 출신 부하들은 박승인을 해외 1국장이라는 호칭보다는 행보관이라는

호칭을 더 애용하는 형편이었다.

"혹시 오지 않는 것은 아닐까요?

"왜 그런 생각을 하지?"

"아직까지 오지 않은 것으로 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안 오면 할 수 없지 않겠는가. 우리가 아쉬워서 저들에 무기를 공짜로 공급하는

것도 아니고 서로 필요에 의해서 사고 파는 것인데 안 오면 그뿐. 우리가 억지로

매달릴 이유는 없지."

"그래도 그렇죠. 이번 일에 투자한 시간이 아깝지 않습니까? 더구나 우리 배에 실린

이 많은 무기를 다시 싣고 가는 것도 문제고요."

"음..."

박승인은 말이 없었다. 일면 최순호의 말이 맞는 말 같기도 했다. 그러나 자신이

알고 있는 그 사람들은 약속을 함부로 파기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러했기에 아무

말 않고 가만히 있었다. 지난해 가을 조선을 침략한 3국 연합함대 지상군 병력이

보유하고 있던 각종 소총과 탄약, 야포와 포탄 등 장비일체를 획득한 조선은 이

무기를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골머리를 앓았었다. 2만 정이 넘는 소총과 수백만 발의

탄약, 수백 문이 넘는 야포와 수만 발의 포탄을 처리하는 일도 장난이 아니었다.

일각에서는 모든 소총과 야포를 녹여 조선군의 표준 무기로 재생하자는 의견도

있었고, 일각에서는 해외의(특히 청국) 반정부 세력에게 공급하여 반란을 획책하게끔

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리길 소총과 탄약의 전량을

청국의 반정부군에게 공급하는 것으로 하고 야포는 소구경 야포 위주로 공급하기로

결정하였다. 대구경 야포는 운반에도 문제가 있을뿐더러 자칫하면 호랑이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서 그냥 조선군에서 재활용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원래부터

대정원에서는 청국의 반정부 세력과 선이 닿아 있었기에 각지의 반정부 세력에게

무기를 공급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만, 이런 무기를 그냥 무상으로

공급하느냐 아니면 대금을 받고 판매하느냐 하는 것이 문제였는데 오만한 중국인의

특성상, 그리고 의심 많은 중국인의 특성상 무상으로 무기를 공급한다면 이쪽의

의도를 의심할 수도 있는지라 결국 대금을 받고 무기를 판매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되었다. 물론 판매 대금은 대정원의 공작금으로 쓰여지게 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 박승인 일행이 기다리고 있는 이들은 호남성의 가로회(哥老會) 사람들이었다.

명조가 망하고 만주족이 세운 청조가 들어서면서 전국에서 반청복명(反淸復明)을

기치로 내건 비밀결사(秘密結社)가 속출하는데 가로회도 그러한 비밀결사 중

하나였다. 원래는 백련교 계통의 단순한 종교결사였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반청복명을 대의로 내세운 정치적 비밀결사가 되었다. 청조에 반하는 수많은

비밀결사가 있었지만 천지회(天地會)와 더불어 대표적인 반청복명의 비밀결사라고 할

수 있었다. 태평천국의 난에서는 가로회의 일부가 증국번의 상군에 투신하여 보수

반동의 선봉에 섰던 적도 있었지만 상군이 해산된 후에는 생계의 수단을 잃은

군사들과 일부 유민들이 가로회에 흡수되어 본격적인 세(勢) 불리기에 나선다.

천지회가 출범 초기부터 줄기차게 반청복명의 대업을 위해 싸워왔던 비밀결사라면

가로회는 반청복명의 대의보다는 약탈도적에 가까운 집단이었다. 주로 의롭지 못한

방법으로 치부를 한 부호들을 습격하여 재산을 약탈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의롭지

못한 방법으로 치부를 한 사람들 대부분이 관과 결탁하는 경우가 많았던 때문인지

가로회도 자연스럽게 반청복명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으로 세간에 인식되고 있었다.

그렇지만 아직은 천지회에 비하면 그런 분위기는 조금 미미하다고 할 수 있었다.

가로회는 특히 호남과 절강에서 가장 많이 번성했으며 양자강 일대가 그 세력권에

있었다.

"저기 오는구만."

"좆같은 새끼들 사람을 이렇게 기다리게 만들다니..."

한바탕 욕을 하는 최순호였다. 그렇지만 늦게라도 온 저들이 밉지는 않은지 얼굴에는

반가운 기색이 드러나고 있었다. 박승인과 최순호가 바라보는 곳에는 커다란 화선(

畵船) 한 척이 천천히 물살을 가르며 항주해 오고 있었다. 지붕이 씌워진 선실에는

중국 특유의 음악이 들리는 것이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기녀들을 끼고 한가롭게

유람하는 한량이 탄 배로 보였을 것이다. 화선의 갑판에는 건장한 청년 둘의 호위를

받으며 장년의 사내가 박승인 일행이 탄 공작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두 배가

가까워지고 잔교가 놓이더니 장년의 사내와 청년 둘이 박승인 일행의 공작선으로

건너왔다.

"어서 오십시오. 관(關) 노야(老爺)."

"아이구! 저희가 너무 늦었습니다. 박 노사(老士)."

관 노야라 불린 장년의 사내는 당금 호남성 가로회의 최고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관희명(關熙明)이었다. 가로회는 천지회와 마찬가지로 전국적인 총본부가 없었다.

그저 각 지역별로 회원들의 집단을 모모산(某某山)이라는 이름으로 불렀으며 전국에

수백 개가 있었다. 수백 개의 모모산 중에서 호남성 모모산은 가장 번창한 산으로

골수 회원만 수천에 달했고, 방계의 회원들까지 합하면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가로회는 통일된 총본부가 없다보니 각 산별로 오룡두(五龍頭)이란 수령이

모든 권한과 책임을 행사했다. 오룡두 밑에 부룡두라는 직책이 있었고 그 밑으로는

오당(五堂)이 있어 수령을 보좌하고 회원들을 관리했다. 관희명은 호남성에서 제일

큰산의 오룡두에 있는 인물이었다.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는 사람이었다. 박승인과

관희명은 이미 몇 차례 안면이 있는지 서로를 '노야'와 '노사'로 칭하며 반가이

인사를 나눴다. 박승인과 최순호는 지난 갑자년(甲子年 1866년), 외몽골에 다녀오는

임무를 수행한 이후로 줄곧 청국과 관련된 임무를 준비하고 수행했기에 청국말도

능통했다.

"안녕하십니까? 권 노야."

"이게 누구신가. 최 선생도 계셨구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화선을 타고 오시다니요. 우리는 동정호에 유람 온

한량들이 오는 줄로 알았답니다."

"하하하... 그러셨군요. 박 노사까지 그렇게 생각하셨다면 우리의 위장이 그럭저럭

쓸만했다는 얘기군요."

"쓸만한 정도가 다 무엇입니까? 완벽했소이다. 완벽했어요. 우리는 관 노야께서

화선을 타고 위장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관 노야."

박승인은 호탕하게 웃는 관희명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원래 동정호는 중원

5대호에 들어갈 만큼 거대했고 주위의 풍광도 수려해 고래(古來)로부터 시인묵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당연히 동정호를 찾는 시인묵객들의 취향에 맞춰 여러

향락산업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화선놀이는 동정호에 온 시인묵객들이 즐기는

유희 중 하나였다. 각종 산해진미와 노래하고 시중드는 기녀들과 더불어 화선을 타고

동정호를 유람하는 것은 대단히 흥취있는 일로 동정호에 온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보고 싶은 유희였다. 넓디 너른 동정호에는 수많은 화선이 주야장창 떠서 인생을

즐겼으니 그런 화선으로 위장한다면 사람들의 이목을 피할 수 있음은 두 말하면

잔소리였다.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말씀들 나누시지요."

"그러십시다."

박승인과 최순호는 관희명 일행을 선장실로 안내했다. 선장실은 동정호가 한 눈에

보이는 동그란 창문이 여러 개 나있어서 전망이 좋았다. 창문이란 창문은 있는 대로

열어놨기에 시원한 바람이 무더운 초여름의 열기를 어느 정도 식혀주고 있었다.

"원로에 고생하셨습니다. 박 노사."

"고생이랄 게 무에 있겠습니까? 관 노야께 힘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당연히

해야지요."

박승인과 관희명이 덕담을 주고받는 사이 심부름하는 사람이 다과를 내놓고 사라졌다.

박승인이 관희명 일행에게 다과를 권했다.

"관 노야. 이것 좀 드셔보시지요. 조선 전통의 수정과라는 것인데 달고 시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관희명은 투명한 유리 그릇에 담겨져 있는 수정과를 쭈욱 들이켰다.

"오! 달고 맛있군요. 정말 시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별 것도 아닌 것을... 어떻습니까? 바로 물건을 보시겠습니까?"

"그럽시다. 보여주십시오."

박승인은 최순호에게 살짝 고갯짓을 했다. 박승인의 신호를 받은 최순호는 한쪽 벽에

매달려 있는 줄을 잡아 당겼다. 이어서 일단의 선원들이 커다란 궤짝을 떠메고

들어와 탁자 위에 올려놓고 나갔다. 최순호가 궤짝을 열었다. 궤짝 안에는 소총이

가득했다.

"오!"

"우와...!"

"어떻습니까? 보기 좋지요?"

관희명 일행의 탄성을 뒤로하고 박승인은 소총을 한 자루 들어 보였다. 바로 영국제

엔필드 스나이더 소총이었다. 조선이 개발한 양식보총(攘式步銃)과 같은 사양 같은

성능의 소총이 바로 엔필드 스나이더 후장식 소총이었다. 원래 영국에서 1866년에

개발하는 것을 조선에서는 1864년에 개발하였으니 영국이 조선에게 막대한

특허사용료를 지불해야만 하는 소총이 바로 이것이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조선과

영국이 수교를 하지 않았으니 그런 점이 하등 문제가 될 수 없었으니 이제는 얘기가

달랐다. 정식으로 수교한 마당에 조선보다 늦게 개발된 소총을 영국이 무료로

사용하게 만들 조선이 아니었다. 물론, 이런 것까지 박승인이 신경 쓸 문제는

아니었지만... 박승인은 소총을 관희명에게 건넸다.

"관 노야께서 직접 보시지요."

"예."

관희명은 엔필드 스나이더 소총을 들고는 요모조모 살펴보기 시작했다. 한 달 전

박승인이 자신에게 선보였던 그 소총이었다. 영국 보병들이 얼마나 공을 들여

관리했는지 반짝반짝 윤이 나는 게 새것과 진배없었다.

"좋군요. 보관 상태도 양호한 것 같고."

"이르다 뿐이겠습니까. 관 노야께 파는 물건이라 특별히 상태가 양호한 걸로

가져왔습니다."

"감사합니다. 박 노야와 같이 신의 있는 분과 거래를 할 수 있어서 저도 기쁩니다."

"별 말씀을요... 어떻습니까? 바로 거래를 할까요?"

"좋습니다. 바로 거래를 하시지요."

박승인과 관희명이 거래에 합의하자 관희명을 따라 온 두 청년이 밖으로 나갔다.

최순호도 그들을 따라갔다. 이미 지난 번 방문 때 거래 금액과 수량에 합의를

하였기에 실무자들이 나서서 물건을 옮기고 대금만 받으면 끝나는 일만 남았기에

박승인과 관희명은 선장실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관희명이 말했다.

"박 노사."

"말씀하시지요. 관 노야."

"솔직히 묻겠습니다. 대답해 주실 수 있겠는지요?"

관희명은 신중하게 물었다. 그동안 가슴속에 품고 있던 의문을 이 자리를 빌어 풀고

싶은 모양이었다. 관희명의 신중한 물음에 박승인이 자세를 고쳐 앉았다.

"무엇이든 물어보십시오. 관 노야. 제가 아는 것은 성심껏 답해 드리겠습니다."

"그럼 내 박 노사를 믿고 묻겠습니다."

잠시 말을 끊은 관희명은 거침없이 그동안 품고 있던 의문을 묻기 시작했다.

"제일 궁금한 것은 귀국 조선에서 어찌 우리에게 이런 호의를 베푸는 가 하는

것입니다. 박 노사께서도 아시겠지만 박 노사가 판매하는 소총의 가격은 귀국이

청조에 판매했던 소총의 가격보다 훨씬 싼 가격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지요. 원래 우리 조정에서 청조에 스나이더 소총과 같은 사양인 양식보총을

정당 30냥에 팔았으니, 제가 권 노야께 제공하는 금액인 20냥은 정말 싼 가격이라고

할 수 있지요. 더구나 그 20냥에 총탄 100발씩 끼워주는 조건이라면 말도 못하게 싼

가격이지요. 그래 그것이 궁금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같은 가격에 팔아도 막대한 이득이 남을 텐데 왜 귀국 조정에서는 우리

같은 반역의 무리들에게 훨씬 싼 가격에 소총을 판매하느냐 그것이 궁금했습니다."

"예..."

관희명이 그런 의구심을 가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지금 박승인이 관희명에게

판매하는 소총은 총 5천 정에 이른다. 5천 정의 소총에 소총 한 정당 100발의 총탄을

끼워 판다면 총탄은 무려 50만 발에 달하는 분량이다. 나가사키의 행정관이

쥬신상사의 전준호에게 거액을 주고 양식보총의 총탄을 구입한 것에 비하면 말

그대로 거저 파는 것이나 다름없는 가격이었다. 관희명은 박승인이 지난번에 와서

영국제 최신식 후장총을 판매한다고 하고 시범을 보이고 난 후에 여러 경로를 통해서

가격을 알아봤다. 그래서 이와 같은 질문을 한 것이다. 박승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관희명의 의구심이 이해가 간다는 뜻이었다. 잠시 망설이던 박승인이 입을 열었다.

"관 노야."

"예. 박 노사."

"제가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관 노야께서도 아시겠지만 우리 조선은 과거에

청태종 홍타시에게 씻을 수 없는 치욕을 당했었습니다. 그걸 우리는 병자호란(

丙子胡亂)이라고 부릅니다. 벌써 200년도 더 지난 일이지요. 그리고 우리 조선은

청국의 속국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비록 명(明)에 비하면 손색이 있을지 몰라도

나름대로 문명국을 자부하던 우리 조선에게는 엄청나게 치욕적인 일이지요. 우리

조선은 그 치욕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니, 잊을 수가 없지요. 그래서 여러 번

청국에 대항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다가 이제야 그 준비를 어느

정도 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청국은 아직 조선이 넘보기에는 너무 거대합니다.

우리 조선이 지난해 가을 영·법·미 3국 연합함대를 무찔렀다고는 하지만 조선의

힘이 청국을 넘볼 정도로 강대해진 것은 아닙니다. 우리 조선이 청국의 속국에서

벗어나 치욕의 역사를 씻을 수 있으려면, 청국 내부에서 청조에 반하는 움직임이

있어야 청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진정한 자주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지요. 말하자면 청국이 혼란한 틈을 타겠다는 생각이지요."

"음..."

박승인은 괜한 소리를 했나 싶었다. 예상대로 관희명의 안색은 눈에 띄게 경직되었다.

박승인을 바라보는 그의 눈도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부릅떠진 것이 금방이라도

무슨 일을 저지를 사람으로 보였다. 한참이 지났다. 관희명은 서서히 원래의 안색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

"박 노사."

"예. 관 노야. 말씀하시지요."

"솔직히 대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만약 박 노사의 입에서 반청복명을 이루려는 우리

가로회를 지원하기 위해서 소총을 싸게 판다는 말이 나왔다면 이 육혈포로 박 노사를

쏠려고 했습니다."

관희명은 여기까지 말하고는 품속에서 육혈포 한 자루를 꺼내 탁자 위에 '탕!'

소리가 나게 올려놓았다.

"솔직히 본인도 반청복명의 대업이라는 것이 시대착오적인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미 주씨(朱氏)의 명조(明朝)가 망한 지 200년이 넘었는데 무슨 청조를

전복시키고 명조를 다시 세운단 말입니까? 그저 우리 한족이 오랑캐라고 멸시하던

만주족이 세운 청조가 꼴 보기 싫어서 벌이는 일종의 자기위안과도 같은 일에 지나지

않는 일이 바로 반청복명의 대업 아닌 대업이지요. 만약 청조가 만주족이 세운

왕조가 아닌 한족이 세운 왕조라면 그와 같은 일이 가당키나 하겠습니까? 전조에

대한 부흥을 논한다면 마땅히 명조 이전의 송조(宋朝)나 송조 이전의 당조(唐朝)도

당연히 부흥을 시켜야지요. 아니 그렇습니까?"

"그건 그렇지요..."

"우리가 반청복명을 부르짖는 이유는 그저 핏줄 속에 내재되어 있는 이민족의 지배를

받을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에 불과한 것이라고 본인은 생각합니다."

"그럼 관 노야께서는 이 일을 후회하고 계시는 겁니까? 그리고 만약 청조가

무너진다면 명조를 부흥시키지 않을 생각이십니까?"

"음... 솔직히 말씀드린다면 본인도 청조를 무너뜨리고 싶습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청조를 반드시 무너뜨리겠습니다. 이 일은

후회하고 안하고를 떠나서 한족이라면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지요. 그러나, 청조를

무너뜨리고 다시 명조를 세운다는 것은 찬성할 수 없습니다."

"그럼...?"

"누가 이 나라의 주인이 되는 게 무슨 상관입니까? 한족이라면 누구나 황제가 될 수

있고 새로운 나라를 창업할 수 있습니다. 누가 된들 어떻습니까? 우리 한족만의

나라를 세운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 걸요."

"예..."

관희명의 생각은 상당히 위험한 생각이었다. 지금 반청복명을 부르짖는 천지회를

비롯한 여러 비밀결사에서 누구도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 반청복명 운동을 벌이는 게

아니었다. 그저 청조를 무너뜨리고 명조를 다시 세운다는 일념으로 벌이는 일이었다.

그러나 관희명은 달랐다. 명조가 송조를 계승한 것도 아니고 송조가 당조를 계승한

것도 아닌 것처럼 새로 세우는 나라는 전혀 새로운 나라로 거듭나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골수 천지회원이 듣는다면 당장 요절이 날 생각이었지만 관희명은

이민족의 지배를 받는 나라가 아닌 자신들 한족이 다스리는 나라면 아무래도

괜찮다는 생각이었다. 박승인은 놀랐다. 반청복명을 지원하는 뜻에서 무기를 싸게

판다고 말했다면 자신을 쐈을 것이라는데 놀랐고, 굳이 명조를 다시 세울 필요가

없다는 말에 또 한 번 놀랐다. 관희명의 말이 다시 들렸다.

"박 노사."

"예."

"박 노사께서 진심을 가지고 이 사람의 질문에 답해 주신 점, 정말 감사 드립니다.

그저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닌 진실로 의도하는 바를 답해주신 점, 감사 드립니다. 박

노사께서 마음을 열고 대해주셨으니 이 사람도 박 노사를 이제 친구로써

예우하겠습니다."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저도 관 노야가 하시는 일이 꼭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원하겠습니다."

"하하하하! 오늘 진정한 친구를 얻은 기념으로 이 사람이 거하게 한 잔 사겠습니다.

나가시지요. 대충 모든 일이 끝난 듯 하니 오늘은 코가 삐뚤어지도록 마셔보십시다."

"하하하하! 좋습니다. 오늘은 관 노야의 신세를 톡톡히 지도록 하지요."

기분좋은 웃음을 터뜨린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새 친구를 얻은 기념으로

동정호의 풍류를 마음껏 즐길 생각이었다. 적어도 오늘만큼은 만사를 제쳐두고 마실

생각이었다.

*이 글의 저작권은 저자 yskevin에게 있으며, 이 글은 오로지 유조아의 소설란과

다음카페(데프콘 포레버러브, 흉겔의 소설나라)에서만 연재되고 있습니다.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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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진행에 반영할 수도 있습니다.

케빈입니다. 이렇게 오늘도 한 편을 올렸습니다.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까 한참 글을 쓰고 있었는데 출판사에서 메일이 왔습니다. 지난주에 제가 보낸 6권

원고의 교정본을 보냈더군요. 그리고는 6권의 최종 교정을 빨리 보고 다시

보내달라고 하데요. ㅠ.ㅠ... 그래서 오늘밤을 포함한 며칠 밤은 밤을 새서 원고

교정을 봐야한답니다. 그래야 다음주에 6권이 나온다네요. 에구 내 팔자야... 그래서

내일 연재는 없습니다. 아마 아무리 빨리 올려도 모레쯤 찾아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저는 이제 원고 최종 교정작업 하러 가겠습니다. 그럼, 이만...

P.S : 이주원(사신령)님. 아까 님께 보낸 증정본이 되돌아 왔습니다. [이 우편물은

주소지 우편수취함에 배달되었으나 다시 반송함에 넣어져 있으므로 반송합니다.]라는

청주 우체국 물류과의 소인이 찍혀 있네요. 어찌된 일인지... 다시 주소와 전번을

적어서 메일 보내주십시오. 다음에는 정확히 받을 수 있기 바랍니다.^^

대한제국기(大韓帝國記)-119 폭풍 속으로...3

설정 변경이 있습니다. 지난 회 연재에서 나온 양식보총의 특허권 문제는 여러

가지로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하여, 그 문제는 없었던 일로

하겠습니다. 그렇게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좋은 의견을 주신 Clampshade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__) 그럼, 갈까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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