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 제국기-267화 (267/318)

7.

천진 신 시가지의 외항과 가까운 한 서양식 3층 건물의 주변에는 얼룩무늬 전투복을

입은 일단의 조선군 병력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청국 주재 3국 공관과 거류민의

보호를 위한 파병 조선군' 총사령부가 들어선 서양식 3층 건물은 경비도 삼엄함

뿐더러 조선군 총사령관에게 인사를 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는 형편이었다.

김종완과 웨이드 경 일행은 사령관 실의 회의장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원형 탁자의

한 가운데는 이제는 이 건물의 주인이 된 김종완 총사령관과 인용복 지상군 사령관,

이원희 제 1왕립근위함대 부사령관과 오경석 북경 주재 조선 공사가 자리잡고 있었고,

그 반대편에는 웨이드 경과 벨로네 공사, 로우 전권공사가 앉아 있었다. 이들의

주변으로는 조선군 참모들과 조선 외교관들, 3국의 하급 외교관들이 삥 둘러 서

있었다. 이른바 '청국 주재 3국 공관과 거류민의 보호를 위한 파병 조선군' 수뇌부와

3국 공사의 공식적인 첫 만남이었다.

"우리 함대와 장병들을 보신 소감이 어떠십니까? 웨이드 경."

"귀국 함대의 위용은 아주 인상 깊었습니다. 그리고 장병들의 절도 있는 몸가짐도

보기에 썩 좋았습니다. 사령관각하."

"그렇게 봐주셨다니 다행입니다. 그럼, 우리 파병 조선군의 배치에 대한 협의를 먼저

했으면 좋겠는데요. 지금 현재 귀 3국 거류민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에

우선적으로 병력을 배치하고 싶습니다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세 분."

"바로 일을 시작해 주시겠다니 저희로써는 반갑기 그지없는 말씀입니다. 사령관각하."

쉰이 넘은 나이의 웨이드 경은 이제 겨우 마흔 안쪽으로 보이는 김종완에게 깍듯이

대했다. 상대가 아무리 젊다고 해도 일국의 해군성 장관과 같은 위치에 있는

인물이었기도 했지만 지난해 3국 연합함대를 물리친 조선 해군의 활약이 워낙 인상

깊었던 것도 작용하고 있었다. 김종완에게 사의를 표한 웨이드 경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지금 현재 우리 3국 거류민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곳은 크게 다섯 군데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곳 천진과 상해, 남경, 복주, 광주가 바로 그곳입니다.

사령관각하께서는 이 다섯 군데의 치안유지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요?"

"음... 저를 비롯한 우리 참모들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천진에 귀 3국의 영사관이

있고 또한 귀 3국 공사관이 있는 북경과 가까운 곳이기에 이곳에 사령부를 설치하고

1개 보병연대와 1개 기병연대를 주둔시켜 치안을 담당하게 할 생각입니다. 참고로

천진의 사령부에는 1개 포병대대가 같이 주둔합니다. 만일의 불상사를 대비하는

측면이지요. 그리고 상해와 남경에 1개 보병연대, 복주에 1개 보병연대, 광주에 1개

보병연대를 파견하여 치안을 담당하게 할 생각입니다.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되겠습니까?"

"각각의 도시에 1개 보병연대의 병력을 주둔시킨다면 우리 3국 거류민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상해와 남경에 1개 보병연대만 주둔시킨

다는 것은 좀..."

"너무 적은 것 아니냐 이 말씀이시죠?"

"그렇습니다. 사령관각하."

"우리도 그 점을 걱정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상해와 남경은 지극히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양자강의 뱃길을 통하면 하루만에 오고 갈 수 있는

곳이기에 따로 따로 1개 보병연대씩의 병력을 파견해야 하느냐 하는 의구심이

발생하더군요. 그리고 우리 함대에서 수시로 초계를 할 터이니 충분히 병력의 열세를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답니다. 실제 귀 3국의 병력도 그렇게 많이

주둔하던 곳이 아니질 않습니까?"

"그렇기는 하지요..."

웨이드 경은 막상 대답을 하기는 했지만 조선군이 왜 굳이 천진에 2개 연대를

주둔시키는 지에 대한 의구심은 풀리지 않고 있었다. 김종완이 열거한 이유를 백 번

양보해서 이해한다 치더라도 기병연대가 포함된 2개 연대의 병력이 천진에 주둔하는

이유를 납득하기는 어려웠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2개 연대나 되는 병력을 이곳에 주둔한단 말인가? 순수

보병연대가 아닌 기병연대와 포병대대가 포함된 부대를... 혹시 이것들이...?'

머리 속을 스치는 다른 생각이 있었지만 그것을 쉽게 내 뱉을 수는 없었다. 워낙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였기에 청국에서 외교관 생활의 전부를 보냈다고 할 수 있는

그라도 함부로 말할 수는 없었다. 이번에 청국에 파병한 친위천군의 편제는 4각

편제로 구성되어 있다. 3개의 보병연대와 1개의 기병연대, 그리고 1개 포병연대와

각종 지원병력으로 이루어진 완편 사단이 바로 친위천군이다. 원래는 3개 중대가 3개

대대를 이루고 3개 대대가 다시 3개 연대를 이루는 전형적인 3·3·3 편제의

친위천군과 근위천군은 지난 병인년(1866년)을 기점으로 4·4·4 편제로 개편되기에

이르게 되었다. 병인년(1866년) 이후에 청국으로부터 만주 호마(胡馬)의 수입이

원활해지고 견인식 야포의 개발까지 완료되었기에 자연스럽게 부대가 확대

개편되기에 이른 것이다. 더구나 독립된 포병부대가 없었던 친위천군과 근위천군은

120mm 야포와 75mm 야포가 배치되면서 포병연대가 새롭게 창설되었다. 이번 청국에

파병된 친위천군의 포병대대는 일부러 12mm 야포를 가져오지 않았다. 시가지에서

주둔하는 이번 파병의 특성상 굳이 무거운 120mm 야포까지 가져올 필요가 없었다.

다만, 혹시 있을지 모르는 불상사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75mm 야포를 운용하는 1개

포병대대가 합류한 상태였다. 120mm 야포를 운용하는 완편 포병연대까지 올 경우에는

파병의 순수한 의도를 의심할 소지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우리 해군은 이곳 천진을 모항으로 하고 수시로 청국 각지를 초계하면서 귀 3국

거류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지상군을 지원할 것입니다. 더불어서 귀 3국 상선의

보호에도 만전을 기할 예정입니다."

"감사한 말씀입니다. 사령관각하."

"그래서 이곳 천진에는 2개 연대 병력만 상륙시키고 나머지 연대는 각각의 도시로

이동시킬 생각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귀 3국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말씀만 하십시오. 무엇이든 도와드리겠습니다. 사령관각하."

"일단 귀 3국의 외교관들이 우리 함대와 동승하여 각각의 도시로 바로 이동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주십시오. 세 분도 이미 아시겠지만 우리 조선군이 각각의

도시에서 제대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귀 3국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혹시 있을지 모르는 청국 관헌들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귀 3국의

도움은 중요합니다."

"예. 그 점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미 그에 대한 준비는 해 놓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급품의 하역을 위해 청국인 노동자들이 필요한데 동원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것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미 부두에 우리 3국의 상인들이 청국인 노동자들을

소집해 두었습니다."

김종완의 말에 웨이드 경이 대답을 하자 이번에는 지상군 사령관인 안용복 친위천군

사단장이 나섰다. 안용복도 천군 출신답게 영어는 매끄러웠다.

"이곳 천진과 각각의 도시에 대한 정밀 지도도 좀 구해주십시오. 상황에 맞게 적절한

부대의 배치를 위해서 필요한 일입니다."

"알겠습니다. 더 필요한 것은 없습니까?"

"그리고 신 시가지의 주요 건물 옥상에 우리 장병들이 기관총 진지를 구축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그 외에는 없습니까?"

"음... 우리 장병들이 편히 쉴 수 있는 주둔지만 있으면 됩니다. 다른 것은 없습니다.

"

"그것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미 깨끗한 공지를 수배해 두었습니다. 만족하실

겁니다."

웨이드 경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안용복이라는 지상군 사령관은 별로 어렵지 않은

주문을 했다. 그 점이 웨이드 경의 마음을 흡족하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파병

조선군의 출발은 순조로워 보였다. 잠시 벨로네 공사와 로우 전권공사 등과 무언가를

얘기하던 웨이드 경이 김종완을 쳐다봤다.

"사령관각하."

"말씀하세요. 웨이드 경."

"오늘 사령관각하를 환영하는 환영식이 무산되어 우리들뿐만 아니라 우리 3국의

거류민들이 많이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며칠 후에라도 환영 만찬을 준비할까 하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환영 만찬요?"

"그렇습니다."

김종완은 잠시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는 주변의 안용복과 이원희 등을

쳐다보았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로 썩 내키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이때 오경석이

나섰다.

"사령관 대감. 저들이 그래도 성의를 가지고 우리 조선군을 대하는데 어지간하시면

받아들이시지요. 과공(過恭)은 비례(非禮)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럴까요?"

"그렇습니다. 사령관 대감."

오경석까지 나서서 환영 만찬을 받아들이라는 청원을 하자 김종완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귀 3국의 성의를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참석하도록 하겠습니다.

일정을 잡아서 추후에 통보해 주십시오."

김종완의 대답에 웨이드 경을 비롯한 세 사람의 얼굴색이 밝아졌다. 어찌됐든

자신들을 도우려고 파병한 조선군 총사령관이 자신들의 성의를 받아들였기에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어쩌면 엄청난 전력의 조선 해군을 경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

작용했는지도 몰랐다. 세 사람은 조선 파병군 참모들 일부와 물자하역 문제를

점검하기 위해서 다시 부두로 향했다. 그들을 배웅하기 위해서 오경석도 일어나려고

하는데 김종완이 그를 불렀다.

"오경석 영감."

"예. 사령관 대감."

"잠시 저 좀 보십시다."

오경석은 의아한 표정으로 김종완에게 다가갔다. 김종완은 잔뜩 소리를 죽이며

말했다.

"우리 함대에 귀한 손님들 몇 분이 같이 오셨습니다."

"귀한 손님요?"

"그래요. 영감께서도 보시면 아실만한 분입니다."

"헌데...?"

"영감께서는 그 분들이 원하는 일을 불편 없이 처리할 수 있도록 길잡이를 물색해

주시면 됩니다. 믿을만한 청국 사람도 좋고 대정원 소속의 요원도 괜찮습니다. 다만,

청국 사정에 밝은 사람이라야만 됩니다. 특별한 일을 할 분들이니까요."

"청국 사정에 밝은 대정원 요원들이라면 있긴 합니다만..."

"일단 영감께서 그분들을 뵙고 그 사람들을 붙여 주세요. 그러시면 됩니다.

영감께서도 아시다시피 저는 이번에 청국이 처음이라... 그리고 청국 말도 모르고요.

그래서 영감께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제가 그분들을 뵙고 처리하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오경석은 이상하기 그지없는 김종완의 말에 싫다는 표정도 없이 순순히 대답했다.

그리고는 한 사관의 안내를 받으며 문제의 그분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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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입니다. 약속대로 오늘도 한 편 올렸습니다. 모쪼록 재미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6권에 대한 최종 마무리 교정의 후유증 때문인지 아직도 피곤하네요. 어제 하루

종일 쉬었는데도 아직 피곤이 풀리지 않았습니다. 이제 죽을 때가 다 됐나 보네요...^

^;; 참고로 6권은 오늘 조판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내일이 일요일이고 모레는

말일이라서리, 다음주 수요일이나 목요일에 배본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번 6권의

이벤트를 할까 하는 생각을 하는데 이벤트의 방법을 어떻게 할까 하는 것을 아직

정하지 못했습니다. 독후감도 해봤고, 걍 선착순도 해봤고,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생각이 나질 않네요. 그냥 이벤트를 건너뛰기도 그렇고. 좋은 의견 있으신 분들은

의견 보내주십시오. 그리고 사신령(이주원)님 제가 님의 5권 보관중입니다. 어여

다시 전번과 주소 적은 메일 보내주십시오. 얼른요...^^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갑니다. 다음주에 뵙겠습니다.(__)

대한제국기(大韓帝國記)-121 폭풍 속으로...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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