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경복궁 중건현장을 빠져나온 김영훈 일행은 이번에는 경운궁(慶運宮 지금의 덕수궁)
쪽으로 방향을 잡고 말을 몰기 시작했다.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光化門) 앞의
대로를 따라 일직선으로 내려가면 나타나는 경운궁의 대안문(大安門)이 제일 먼저
김영훈 일행을 반겼다. 후대에 와서는 대한문(大韓門)으로 이름이 바뀌는 대안문은
사실 경운궁의 정문이 아닌 동문이었다. 정문은 지금은 없어진 인화문(仁化門)이라고
해서 대안문에서 좀 더 남쪽으로 내려가야 했다. 경운궁도 경복궁과 마찬가지로
중건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경복궁 중건사업이 조선 왕조의 정궁(正宮)을
중건하여 왕실의 위엄과 정통성을 세우는 것은 물론이고 민족 문화의 자긍심을 2천만
조선 백성들에게 심어주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면, 경운궁 중건사업은
앞으로 수립될 대한제국(大韓帝國)의 정통 황제(皇帝)가 기거할 수 있도록 보다
편리하고 현대적인 궁을 지을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었다. 지하 2층 지상
3층으로 지어지고 있는 경운궁의 정궁은 외부는 경복궁 근정전과 같은 모양이지만
내부는 여러 현대적인 시설을 갖추어 편리함을 추구하는 건축물이었다. 앞으로
대한제국이 선포된 후에는 경복궁과 창덕궁 등 일체의 모든 궁궐을 일반 백성들에게
관람이 가능하도록 개방할 생각이며 경운궁에서는 황제와 황실 가족들이 기거할
예정이었다. 이를테면 현대의 태국 왕실처럼 일반에게 개방하는 궁궐과 황실 전용의
궁궐이 따로 있는 셈이 되는 것이다. 당연히 외교 사절의 접견 등과 같은 국가적인
행사에는 경복궁이 이용될 것이다. 경운궁 중건사업은 천군 공병중대장 출신의
건교부 차관이 총 책임을 맡아 진행하고 있었는데 김영훈은 경복궁에 들른 김에
경운궁의 중건사업도 시찰할 생각이었다. 막 김영훈 일행이 대안문을 통과하고
있는데 뒤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이어서 누군가가 급히 뛰어왔다. 운현궁에서
온 전령이었다.
"섭정공 합하. 운현궁에 신헌 국방대신께옵서 와 계시옵니다."
"위당(威堂).대감께서?"
"그렇사옵니다. 합하."
전령의 말을 한상덕이 받았다.
"합하. 위당 대감께서 오셨다는 말은 합하께옵서 명하신 그 일의 시행 준비가 모든
끝났다는 보고를 드리기 위한 것 같사옵니다."
"그 일의? 아! 그렇군요."
"이렇게 계실 때가 아닌 것 같사옵니다. 어서 운현궁으로 가시지요."
"그럽시다. 운현궁으로 돌아가십시다."
신헌이 왔다는 소리에 김영훈 일행은 말머리를 다시 운현궁으로 돌렸다. 모처럼
경운궁 중건사업까지 보려고 했지만 지금은 신헌의 보고가 더 중요했다. 경복궁을
빠져 나와 경운궁으로 향할 때는 유람하는 듯 천천히 말을 몰았지만 운현궁으로
돌아갈 때는 그럴 여유를 부릴 수 없었다. 그렇다고 행인의 통행이 많은 대로에서
함부로 말을 몰 수도 없었다. 그저 조금 속도가 나는 정도로 말을 몰 수밖에 없었다.
대로 곳곳에서 지나다니는 행인들이 "섭정공 합하. 행차하십니다!" "섭정공 합하.
행차요!" 하는 소리에 분분히 길을 피하며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했다. 김영훈도
일일이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거나 목례를 했다. 덕분에 행차는 더욱 속도가
떨어지게 되었지만 한결 수월하게 말을 몰 수 있었다.
운현궁으로 돌아온 김영훈은 아재당으로 향했다. 아재당에는 신헌 뿐만 아니라
외무대신 박규수와 재경대신 김기현, 상공대신 엄기영이 자리를 함께 하고 있었다.
네 사람의 인사를 받은 김영훈과 한상덕이 자리에 앉았다.
"위당 대감. 어떻게 됐습니까? 잘 진행되고 있습니까?"
"예. 합하. 이미 북방군(北方軍)의 편성에 대한 준비는 모두 끝마쳤사옵니다. 이제
지휘관의 임명과 부대 이동만 있으면 되옵니다."
"잘 됐군요. 어떻게 하기로 했는지 어디 한번 들어보십시다."
"예. 합하. 먼저 북방군의 편성에 대해 말씀드리겠사옵니다. 북방군은 황해도와
평안도 간도에 진주해 있는 함경도 사단을 주축으로 하도록 편성했사옵니다. 여기에
삼남의 전라도와 경상도, 충청도의 각 사단에서 차출한 기병연대를 통합하여 1개
기병사단을 편성하여 사령관 직속으로 둘 생각이옵니다. 합하께옵서도 아시다시피
광활한 만주 벌판을 횡단하기 위해서는 기동력을 극대화시킬 필요성이 있는지라 그리
편성하였사옵니다."
"잘 하셨습니다. 허면, 황해도 이북에 주둔하던 각 사단 소속의 기병여단은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기병사단에 그들까지 포함되는 겝니까?"
"그렇지는 않사옵니다. 합하. 황해 이북의 3개 사단 예하의 기병여단은 그대로
존속시키고 새로 1개 기병사단을 편성한 것이옵니다."
"음..."
북방군은 기존의 사단 편제만 있던 조선 최초의 통합군을 이르는 말이다. 애초에 제
1왕립근위함대와 친위천군을 파병하기로 결정한 후에 김영훈이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일이 다름 아닌 북벌이었다. 청국의 소요사태와 국경의 혼란을 틈타 만주를
차지하려면 지금이 가장 적기라는 생각에서 편성을 결정한 부대가 바로 북방군이었다.
간도에 진주한 1개 사단을 포함한 황해도 이북에 편성되어 있는 3개 완편 사단과
삼남의 각 사단에서 1개 기병연대를 차출하여 새롭게 편성한 1개 기병사단을 휘하에
두고, 거기에 1개 연대 병력의 외인부대까지 휘하에 두는 말 그대로 조선 최강의
무력집단이었다.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그저 지상군만의 부대 편성이라면 거창하게
통합군 사령부라는 이름을 붙일 이유가 없었다. 윤정우가 지휘하는 제
1왕립친위함대까지 휘하에 두는 막강한 편제가 바로 북방군이었다. 일시적으로
청국에 파병한 조선군의 지원을 담당하기 위해 출동한 윤정우의 제 1왕립친위함대는
원래 함흥을 모항으로 하고 북해도와 북양도를 지원하는 임무를 띠고 있는 함대였다.
제 1왕립친위함대가 배속되는 북방군이 만주로 진격할 경우에 러시아와의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불상사를 당연히 경계해야만 했다. 그럴 경우에 바다에서는 해군이
러시아를 압박하고 지상에서는 지상군이 러시아 영토인 연해주로 진격하기 위해
해군의 제 1왕립친위함대까지 북방군의 예하에 두기로 계획한 것이다. 러시아와의
분쟁이 없다면 더욱 좋을 것이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편성이었다. 청국에 파병한
조선군이 해군의 제 1왕립근위함대와 친위천군으로 이루어진 통합군이기는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임시로 편성된 통합군에 불과했다. 지금 편성이 논의되고 있는
북방군은 이를테면 조선 최초의 통합군인 셈이다. 21세기 한국에서도 논의만 되었지
실제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군개혁의 핵심이 바로 통합군 사령부(Unified Command)
의 편성이었다. 지역별로 하나의 관구를 정해놓고 그 안에 있는 육군과 해군, 공군을
가릴 것 없이 하나의 사령부로 집어넣어 일괄 지휘한다는 개념이 바로 통합군
사령부다. 군 통수권을 쥐고 있는 김영훈이 지휘하는 합참과 통합군 사령부, 각
사단급 부대로 이어지는 단일 지휘체계의 확립을 위한 개념이었다. 지금 시대야 아직
공군이 없었으니 당연히 공군은 배제되고 오로지 육군과 해군을 통합하여 하나의
단일 사령부에 묶어놓고 일괄 지휘하겠다는 생각에서 편성되는 것이 통합군 사령부,
즉 북방군이었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북방군에는 총 3개의 보병 사단과 1개의
기병사단, 1개 연대의 외인부대와 해군 1개 함대가 포함되는 막강한 전력이었다.
정말이지 단군이래 최강의 무력집단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좋군요. 그럼 북방군 사령관으로는 누가 좋겠습니까? 대감의 생각을 한번 말씀해
보세요."
"신이 생각건대 북방군 사령관은 그 막중한 자리에 걸맞은 연륜과 경력, 위엄과
능력이 고루 겸비된 자가 임명되어야만 할 줄로 사료되옵니다. 북방군 예하에 있는
각 사단장이나 함대 사령관의 계급이 겨우 중장에 불과한 것을 생각했을 때는 그들
중에 한 사람을 승진 임명한다는 것은 조금 어렵지 않을까 생각되옵니다."
"그럼 육군에서 서열이 가장 높은 장군으로는 누가 있습니까?"
"지금 우리 육군의 서열대로라면 합참차장으로 있는 이용희(李容熙) 대장이나
육사교장인 정기원(鄭岐源) 대장이 사령관 후보 일 순위에 있다고 할 것이나 두 장군
모두 나이가 만만치 않은 것이 흠이옵니다."
"음..."
단일 부대로는 단군이래 최강의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북방군의 사령관을 임명하는
것은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었다. 이미 김영훈의 의중에 누가 들어가 있을 수도
있었기에 신헌은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서열대로 따져서 사령관을 임명한다고 해도
이용희가 1811년 생이고, 정기원이 1809년 생이니 두 사람 모두 나이가 예순이 넘은
상태였다. 이제는 집에 가서 손주들 재롱이나 보고 있어야할 나이였던 것이다.
"해군에서는 김종완 해군사령관이 유일한 삼성장군(三星將軍)이지요?"
"그러하옵니다. 합하."
"김종완 사령관은 지금 청국에 가 있으니 안 되고... 그리고 앞으로 창설될 남방군(
南方軍)을 맡아야 하니 안 되고..."
"그럼 근위천군의 김욱 중장은 어떻습니까?"
두 사람의 대화를 유심히 지켜보던 한상덕의 말이었다. 원래대로 하자면 천군
특수수색대의 선임 중대장이었던 한상덕이 당연히 우선 순위였을 것이나 이미
한상덕은 군문(軍門)을 떠난 몸이었다. 하여,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김욱을 추천한
것이다. 그리고 어차피 김욱 이외에는 믿고 맡길만한 사람도 없었다.
"김욱 중장을요?"
"그렇사옵니다. 합하. 어차피 같은 사단급 부대라고 해도 근위천군과 친위천군이
가장 막강한 전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 근위천군의 사단장을 사령관으로 임명한다면
다른 장군들도 불만이 없을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대정원장 대감의 의견이 옳은 듯 싶사옵니다. 합하."
"음... 좋습니다. 그럼 북방군 사령관에 김욱 중장을 대장으로 승진 임명하도록
하세요."
"알겠사옵니다. 합하."
김욱이 지휘하는 근위천군은 안용복의 친위천군과 함께 가장 강력한 사단급
부대이면서도 김영훈의 가장 측근에 있는 무력집단이라고 할 수 있었다. 친위천군이
청국에 파병한 상태에서는 오로지 근위천군만이 언제든지 동원할 수 있는 핵심
무력집단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조선 최초의 통합군 사령관에 아무나 앉힐
수는 없었다. 단군이래 가장 강력한 무력집단을 지휘하는 자는 누구보다도 임금과
김영훈에게 충성스러워야 했다. 김영훈의 지위가 어느 때보다 공고해 졌다고 해도
믿을 수 없는 자에게 사령관의 임무를 맡길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공석이 되는
근위천군 사단장에는 천군 출신 인사를 승진 발령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럼 사령관의 임명은 일단락 됐고, 부대의 이동에 대한 문제는 어떻습니까? 장마가
오기 전에 부대 이동을 끝마쳐야 할 것인데 말입니다."
"간도에 주둔 중인 함경도 사단을 제외한 북방군에 속한 모든 부대는 일단 평양으로
집결하도록 명한 상태이옵니다. 전라도와 경상도에, 충청도에서 올라오는 기병연대는
일단 친위천군이 주둔하던 남한산성에 집결하여 재편성을 마친 후에 다시 경평선
철도를 이용하여 평양으로 이동시킬 생각이옵니다."
"이럴 때 기차가 있어서 편리하군요."
"그러하옵니다. 합하. 만일 기차가 없었다면 부대의 이동에만 몇 달이 걸렸을지
모르는 일이옵니다."
"좋습니다. 일단 북방군은 만주 국경 근처에 주둔지를 정하고 명령이 떨어지면 즉시
월경을 해 만주를 접수하도록 하세요."
"명심하겠사옵니다. 합하."
"허나 굳이 북방군을 움직이지 않더라도 만주를 얻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닐 겝니다."
"신도 그리 생각하옵니다. 하오나 만주를 얻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북방군을 준비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요. 만반의 준비를 갖추도록 하겠사옵니다."
김영훈과 신헌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교환했다. 옆에 있던 한상덕도 이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고 있었다. 다만, 박규수와 김기현, 엄기영만이 무슨 얘긴지
알아듣지 못하고 있었다. 김영훈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아직 시간이 좀 있긴 하지만 북방군이 만주로 진격한 이후에 황해도 이북에 대한
방비도 미리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그 점도 생각하고 있사옵니다. 합하. 삼남에 주둔 중인 사단급 부대를 1개 연대만
주둔하는 것으로 하고 나머지 병력을 황해도 이북으로 재배치할 계획이옵니다. 합하."
"그것도 괜찮군요. 어차피 삼남에는 1개 연대의 병력만 주둔해도 충분하니까요.
해군의 잠수함들이 물샐틈없이 초계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 조선을 침략할 대상이
어디 있기나 합니까? 아니 그렇습니까?"
"그러하옵니다. 합하."
두 사람의 얘기를 유심히 듣고 있던 박규수가 김영훈에게 물었다. 어지간히 궁금한
모양이었다.
"합하. 방금 말씀하신 북방군이 움직이지 않아도 만주를 차지하는 게 어렵지 않다는
얘기는 무슨 뜻이옵니까? 신들이 알면 안 되는 얘기입니까?"
"아! 환재(踏齋) 대감. 궁금하십니까?"
"궁금하기가 이를 데 없사옵니다. 합하."
"하하하하. 궁금하셔도 조금 참으십시오. 아마 올해가 가기 전에 저와 위당 대감이
얘기한 내용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겝니다. 너무 많을 것을 알면 재미없어 집니다."
김영훈의 말에 박규수와 김기현, 엄기영의 애가 닳았다. 도저히 궁금한 것을 참기
어려운 모양이었다. 막 박규수가 무어라 말하려는 찰라 김영훈이 다시 말했다.
"헌데, 오늘 이렇게 세 분이 오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 예."
박규수는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도무지 그 이유를 알고 싶어서 좀이 쑤셨다.
하지만 김영훈이 한번 입을 다물면 천하없어도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 애가 닳았지만
일단 참을 수밖에 없었다.
"저희 외무부에 함경감사 이재화의 전문이 도착했사온데. 아라사 조정의 위임을 받은
시베리아 총독이라는 자가 수교협상과 영토교환협정을 재개하자는 뜻을 전달했다고
하옵니다. 하여. 어찌하면 좋겠는지 조정의 뜻을 묻기에 달려온 것이옵니다."
"아! 그 일이었군요. 그 일이라면 지난해에 이미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까?
수교협상은 환재 대감이 외무부의 다른 관리들과 잘 상의하여 결정하도록 하시고,
영토교환협정은 일단 저들의 요구를 들어보고 신중하게 결정하면 될 겝니다. 우리는
아쉬울 것이 없습니다. 그저 장단이나 맞춰주면서 최대한의 이익을 얻으면 될 겝니다.
"
"알겠사옵니다. 합하."
"헌데, 재경대신 대감과 상공대신 대감께서는 어인 일로 오셨습니까?"
러시아와의 수교협상과 영토교환협정에 대한 간단한 답을 내놓은 김영훈이 이번에는
김기현과 엄기영을 바라봤다. 김기현이 대표로 답했다.
"합하. 제물포에 주재하는 영국과 미국 공사가 지난해 있었던 전쟁에 대한 배상금
일부를 지불해 왔사옵니다. 또한 앞으로의 배상금 지불에 대한 회신도 함께 왔기에...
"
"그래요? 그래 얼마나 지불했습니까? 한꺼번에 3천만 파운드라는 거금을 지불했을
리는 없고..."
"일차로 각각 1천만 파운드의 배상금을 지불해 왔사옵니다."
"각각 1천만 파운드라면 도합 2천만 파운드가 들어왔다는 얘기이군요. 정말
잘됐습니다. 정말 좋은 소식입니다. 허면 나머지 금액은 언제 지불한다고 합디까?"
"일단 1천만 파운드를 먼저 지불하고 나머지 2천만 파운드에 대해서는 올해가 가기
전에 완납하겠다고 약속을 하였사옵니다. 하온데..."
"왜요?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말끝을 흐리는 김기현에게 김영훈이 물었다. 김기현은 그런 김영훈의 눈빛을
뒤로하고 엄기영을 바라봤다. 조선은행장 출신의 엄기영이 통화관리에는 더욱
적격이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이미 두 사람 사이에 모종의 의견교환이나 역할분담이
있었는지도 몰랐다. 김기현의 눈빛을 받은 엄기영이 대답했다.
"합하. 이미 독일로부터 잠수함 판매대금으로 받은 금액이 차관 1천만 파운드를
상환하고도 2천만 파운드나 고스란히 있는 마당에 다시 2천만 파운드의 금액이
들어왔고, 올해가 가기 전에 다시 각각의 나라로부터 2천만 파운드가 더 들어올
예정이옵니다. 더구나 법국으로부터 들어올 1천만 파운드의 배상금이 남아있는데 이
돈을 어찌 관리해야 하올지...?"
"아! 그렇군요. 한꺼번에 어마어마한 금액이 시중에 풀린다면 화폐가치가 하락하여
물가가 전반적이고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겠군요. 물론 그 돈을
한꺼번에 풀지도 않겠지만 그렇다고 은행에 묶어둘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음... 제
2차 경제사회개발 5개년 계획에 들어가는 금액이 모자라지도 않고... 이 문제를
어찌한다...?"
"자칫하면 물가의 안정이 흐트러지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 조선의 원화가치가
엄청나게 하락할 수가 있사옵니다. 합하. 그렇게되면 우리 경제에 엄청난 타격으로
작용할 것은 자명한 이치이옵니다."
한꺼번에 거의 1억 파운드에 가까운 엄청난 돈이 조선으로 유입되는 실정에서 경제
전반에 있어서 공전의 호황을 맞이하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공전의 호황과 더불어 초 인플레이션이 닥치면서 통화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할 수도
있었다. 조선으로서는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닌 것이다. 더구나 그 돈을 관리하는
관리들의 부정부패가 만연할 소지도 다분했다. 이래저래 김기현과 엄기영의 머리가
아플 것은 틀림없었다.
"음... 그래 재경부와 상공부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대책이 있습니까?"
"달리 뾰족한 대책이랄 것은 없지만 그 돈의 일부를 해외에 투자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옵니다."
"돈의 일부를 해외에 재투자한다?"
"그러하옵니다. 어차피 그 돈을 함부로 시중에 풀 수도 없고 그렇다고 조선은행에
묶어 두기에는 아까운 일이니 해외에 투자하여 더 많은 이득을 창출하는 것이 마땅한
일일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합하."
"요컨대 재테크를 하겠다는 말씀인데 어디 좋은 투자대상이라도 있습니까?"
"아직 투자대상을 찾은 것은 아니옵니다. 하지만 찾으려고 하면 못 찾을 것은 없을
것으로 생각하옵니다. 합하."
"알겠습니다. 그 문제는 두 분이 잘 협의해서 진행하도록 하세요. 다만 관리들의
부정부패에 대한 관리와 감독은 철저하게 하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각 부처에
배당하는 예산에 대한 관리도 소홀해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아시겠습니까?"
"명심하겠사옵니다. 합하."
간단하다면 간단한 일이었지만 실상 그렇게 간단하지 않은 문제가 바로 돈 관리였다.
물경 1억 파운드에 달하는 엄청난 돈을 제대로 관리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비록 일부를 해외에 재투자하기로 결정했지만 적당한 투자대상을 물색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김영훈은 김기현과 엄기영이 안쓰럽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자신이야 그저 이래라 저래라 명령만 내리면 그만이지만 두 사람은 그 돈을 최대한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는 것이다. 경제에 문외한(
門外漢)인 김영훈이 생각해도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이때, 가만히 듣고만 있던
한상덕이 말했다.
"합하. 신에게 좋은 투자대상이 있사옵니다."
"그래요? 어딥니까? 그곳이."
"합하. 혹시 이스마일 파샤라는 사람을 들어보셨사옵니까?"
"가만있자. 이스마일 파샤라. 이스마일 파샤... 앗! 혹시?"
"아!"
"오!"
김영훈이 이스마일 파샤를 생각한 것과 동시에 김기현과 엄기영의 입에서도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수에즈 운하의 주식을 사들이자는 말씀이군요."
"그렇사옵니다. 합하."
"절묘합니다. 아주 절묘해요."
"정말 좋은 의견입니다. 한 대감. 정말 좋은 의견이에요."
"여태 그 생각을 못하다니... 정말 기발한 착상입니다."
김영훈과 김기현, 엄기영 등이 제각기 감탄사를 터뜨리자 의아해하는 이는 신헌과
박규수였다. 오직 두 사람만이 이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아듣지 못하고 있었다.
역시 궁금증을 참지 못한 박규수가 입을 열었다. 약간 퉁명스러운 목소리였다.
"이보시오. 한 대감. 도대체 무슨 말씀을 나누시기에 우리 같은 늙은이들을 쏙 빼
놓는 겝니까? 어디 말씀 좀 해보시구려. 만주를 차지하는 방법에 대한 것도
따돌리더니만 이번에까지 따돌려서야 되겠소이까! 어-흠!"
김영훈이 알려주지 않은 만주 문제까지 박규수가 걸고 검어가자 정작 당황한 것은
한상덕이었다. 실상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생각에서 짐짓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말한 박규수였는데 한상덕은 이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한상덕은 내가
무슨 죄가 있다고 나를 이렇게 몰아붙이나 하는 표정이었다. 한상덕은 최대한
미안해하는 표정을 담아서 말했다. 박규수가 도량이 좁은 사람도 아닌데 이 정도
비유를 못 맞출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대감, 노여움을 푸시지요. 제가 어디 대감을 따돌리려는 생각에서 그랬습니까? 그저
좋은 투자대상을 생각한 나머지 말한 것뿐인데 대감께서 이러시면 제가 더
죄송스럽습니다."
"그렇습니다. 대감. 부디 고정하시지요."
"험! 험!"
평소 친분이 두터운 엄기영까지 나서자 박규수는 무안해졌다. 무안한 나머지 괜스레
헛기침만 연발할 수밖에 없었다. 한상덕이 계속 말했다.
"대감. 제가 수에즈 운하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 드리겠습니다."
수에즈 운하는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대단히 유명한 운하이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두 대륙의 경계를 이루는 수에즈 지협에 굴착된 운하가 바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세계최대의 수에즈운하이다. 원래 수에즈 지협에 운하를 팔 생각은 고대부터
이어졌고 실제로 홍해와 나일강을 잇는 운하가 개통되기도 했다. 허나 가장 중요한
수에즈 지협을 굴착하여 홍해와 지중해,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운하가 개통된 것은
지난 1869년 11월 17일의 일이다. 이집트 정부는 프랑스인 페르디낭 드 레셉스(
Ferdinand de Lesseps)에게 운하 개착 특허권과 수에즈 지협 조차권(租借權)을
주었고, 1856년에는 이집트의 종주국(宗主國)이던 터키도 이를 승인했다. 레셉스는
1858년 "만국 수에즈 해양운하회사"를 이집트 법인(法人)으로서 설립하였으며, 2억
프랑(800만 파운드)의 자본금에 주식(株式)을 국제적으로 공개하였다. 주식은 1주
500프랑이었으며, 프랑스인이 20만 7000주를 소화하고, 이집트 태수가 17만 7000주를
인수하였다. 이리하여 공사는 1859년 4월부터 시작되었으나, 고대의 운하를 개수(
改修)하여 음료수의 공급과 수송로가 확보된 단계에서 영국이 수만 명의 이집트인을
강제 노동에 동원했다는 점과 6만 ha에 이르는 농경지 조차를 이유로 들어 이집트
정부에 항의했기 때문에 운하의 개착 공사가 일시적으로 중지되었다. 그 후 이집트
태수 사이드 파샤(Said Pasha)가 사망하고, 1863년 1월 이스마일 파샤(Ismail Pasha)
가 즉위하자 그의 열렬한 희망에 따라 영국과 터키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공사는
재개되었으며, 드디어 1869년 11월 17일에 수에즈 운하가 개통되었다. 이 개통으로
런던∼싱가포르 항로는 케이프타운 경유로 2만 4500km인 것이 1만 5027km로 줄어들고,
런던∼봄베이는 2만 1400km인 것이 1만 1472km로 단축되었다.(*1)
"그런데 그 수에즈 운하와 엄 대감께서 말씀하신 해외에 투자한다는 말씀하고는 무슨
관계가 있다는 말씀이오이까?"
어느새 박규수는 한상덕의 말에 빠져들고 말았다. 언제 자신이 화를 냈는지 잊은
모양이었다. 박규수의 말에 한상덕이 빙긋이 웃었다.
"대감께서도 주식회사라는 것을 아시지요?"
"그렇소이다. 나도 알아요. 쥬신상사도 주식회사가 아닙니까?"
"그렇지요. 지금 애급(埃及 이집트) 태수 이스마일 파샤는 극도로 재정이 궁핍한
상태입니다. 무리한 해외원정과 사치스러운 궁정생활로 나라의 재정이 말도 못하게
어렵습니다. 이럴 때 우리가 이스마일 파샤가 소유하고 있는 주식을 매입한다면
엄청난 경제적 이득을 볼 수 있다는 말이지요. 어떻습니까? 이제 이해하시겠습니까?"
"아! 그럼 그 주식이라는 것을 매입하며 저절로 회사를 손에 넣을 수 있다는
말씀이오이까?"
"일테면 그렇지요. 법국인 소유의 지분이 5할6푼 정도 되고 애급 태수란 자가 가지고
있는 지분이 4할4푼 정도 되니 그걸 우리가 매입한다고 해서 수에즈 운하의 소유권을
가진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렇게 함으로써 일정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고
더 나아가서는 그 지역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지요.
"
"음... 헌데 말입니다. 그 애급 태수라는 자가 주식을 팔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겠소이까?"
"팔게되어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그 수에즈 운하의 주식을 노리는 이들이
우리뿐만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아마도 영국도 거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원래 이스마일 파샤는 극도의 재정 악화로 인해 수에즈 운하의 주식 44%를 400만
파운드라는 거금을 받고 영국의 보수당 정부에 매각해 버리는 때가 1875년이었으니
아직은 시간이 조금 남아있었다.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따라 매입하고
못하고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었다. 아직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남은 만큼 충분히
사전 공작을 하면 매입이 가능하다는 것이 한상덕의 생각이었다. 아니 굳이 매입을
하지 않더라도 이집트 태수 이스마일 파샤를 도움으로써 그 지역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영국의 입김을 차단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어떻습니까? 대정원장 대감의 의견이 타당할 것 같습니까? 제가 생각하기에 별로
어려운 문제는 아닐 것으로 여겨지는데요."
"신들의 생각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리라는 생각이옵니다. 합하."
"좋습니다. 그럼 대정원에서는 이 문제를 적극 추진하여 수에즈 운하의 남은 지분을
우리가 차지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 주세요."
"걱정하지 마시옵소서. 반드시 우리가 차지하도록 하겠사옵니다. 합하."
자본의 해외투자라는 단순한 발상에서 나온 수에즈 운하의 남은 지분에 대한 매입이
향후 세계사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이 자리에 있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이 일로 인하여 조선의 영향력과 위상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김영훈의 명을 들은 박규수가 다시 말했다. 아까와는 전혀 다른 사근사근한
말투였다.
"합하."
"말씀하세요. 환재 대감."
"그... 머시냐... 만주를 손쉽게 차지할 수 있다는 말씀은 어떤 것을 이르는 것인
지요?"
"그것이 그리도 궁금하셨습니까?"
"그렇사옵니다. 합하. 만주를 손쉽게 차지할 수 있다는 합하의 말씀에 눈 앞 탁
트이는 듯 하고 가슴이 벌렁벌렁 뛰는 것이 그 일의 전말을 알지 못하고서는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을 것 같사옵니다. 합하. 부디 노신(老臣)의 이러한 심정을
헤아리시고 그 일의 전말을 신에게도 알려주시옵소서."
가슴이 벌렁벌렁 뛰는 것이 어디 박규수 한 사람뿐이겠는가. 섭정공 김영훈이나
국방대신 신헌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지난 병인년(丙寅年 1866년)부터
줄기차게 고토 회복을 부르짖던 신헌의 감격은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김영훈의 명만 없었다면 종로 네 거리에 나가 고래고래 소리라도 치고 싶은 심정의
신헌이었다. 신헌이 김영훈을 쳐다봤다. 알려줘도 괜찮지 않겠냐는 의사의
표현이었다. 한상덕도 김영훈에게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의 시선을 받은
김영훈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알려드리지요. 허나, 이 자리에 계신 분들만 알고 있어야 합니다. 행여
이 일을 다를 사람에게 퍼트리면 절대 아니 됩니다. 아직은 좀 더 시간이 있어야
하는 일이니까요. 아시겠습니까?"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이옵니다. 합하."
"맹세하겠사옵니다. 합하. 이 자리에 있는 누구도 합하의 명을 거역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그렇사옵니다. 합하."
박규수와 김기현, 엄기영 등이 결연한 표정으로 답을 하자 김영훈이 신헌을 불렀다.
"좋습니다. 위당 대감."
"예. 합하."
"대감께서 설명해 주세요."
"알겠사옵니다. 합하."
김영훈의 명을 받은 신헌은 세 사람을 주시했다. 그리고는 그동안 준비해온 일에
대해 조근조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신헌의 입을 주시하던 세 사람의 표정이 일순간에
변하기 시작했다. 입에서는 절로 감탄사가 튀어나왔고 저도 모르게 주먹을 쥐며 몸을
부르르 떨기까지 했다. 신헌의 말이 한참을 계속되다가 그치자 그때서야 긴장이
풀어졌는지 긴 한숨을 토해내는 세 사람이었다.
"어떻습니까? 이대로만 된다면 큰 피해 없이 만주 땅을 차지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참으로 묘책(妙策)이옵니다. 합하. 대단한 계책이옵니다. 단순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계책이야말로 우리 장병들의 피를 조금이라도 덜 흘리고 우리의 고토를
회복하는 절묘한 계책이옵니다."
"세 분은 절대 비밀을 엄수해 주십시오. 아직은 시간이 좀 더 있어야 하는
일이니까요. 아시겠습니까?"
"명심하겠사옵니다. 합하."
"걱정하지 마시옵소서."
*이 글의 저작권은 저자 yskevin에게 있으며, 이 글은 오로지 유조아의 소설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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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네이버 백과사전에서 발췌.
케빈입니다. 설정 변경이 있습니다. 독일에 판매한 한-1급 잠수함의 척당 가격을
1천만 파운드에서 5백만 파운드로 하향 조정하였습니다. 잠수함이 아무리 첨단
무기라도 1천만 파운드는 너무 과하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좋은 의견 주신
다음카페 데프콘 포레버러브의 windlord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오늘
연재의 소제도 windlord님께서 제공해 주셨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__) 감사합니다.^^
6권이 나왔는데 지난 회에 실시한 6권 증정 이벤트에 참여하신 독자의 수가 참으로
저조하더군요. 좀 더 많은 독자들에게 작가의 사인이 들어있는 증정본을 드리고
싶어서 실시한 이벤트인데 참여가 저조해서 좀 실망했습니다. 어차피 제가 가지고
있다가 그동안 신세진 분들에게 드려도 되는 것이기에 손해날 게 없는데 좀
그렇더군요.^^;; 이벤트 신청 마감은 다음 연재까지 하겠습니다. 그럼 많은 참여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쯤해서 그냥 지나갔으면 좋겠는데 지난 회 연재에 대해 잠시 한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 회 연재를 보고 올라온 악플이 몇 개 있더군요. 어이가
없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한마디 하렵니다. [=^^=사랑고팡]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사람의 리플입니다.
=^^=사랑고팡 : 몇편전 부터 쓸데없는 민속 풀이가 많이 나오는 군요. 페이지 늘리기
같아 보입니다. 처음부터 그런식으로 글을 쓰셨으면 모르겠는데 몇편전부터 갑자기
백과사전에서 찾은 걸 억지로 대화체로 질문하게 해 백과사전에서 찾은걸 쫘악
올리는 일...좋은 모습이 아닌거 같습니다. 주석식으로 다는게 더 낳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총리가 공사진척도만 알아보는것도 스케줄이 빡빡할텐데..작가가
열심히 자료를 찾아 좋은 자료를 써 먹어 보고 싶은걸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별 필요없는 부분을 집어넣어서 까지 써먹어 보는건 좋은 글이 아닌것 같습니다
이 글을 보고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자가 작가의 의도를 모두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자기의 입맛에 맞지 않는 글이 올라왔다고 해서 이런 식의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大韓帝國記는 대체역사소설입니다.
역사소설이라는 게 무엇입니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정치·경제·사회·문화를
포괄적으로 다루면서 그 시대를 살아가는 민중들의 모습까지도 담아내는 게
역사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大韓帝國記가 비록 허구에 불과할 지라도 당시를
살아가는 민중들의 삶의 모습이나 조선의 민속 또는 풍습에 대해서 나름대로 선보인
장면은 많습니다. 이미 전에 나왔던 탈곡하는 장면이나 그 장면에서 쌀 미(米) 자를
파자하는 모습, 격렬비열도에서의 조기잡이 모습, 고로쇠 약수를 채취하는 모습,
보리의 수확과 보리 그스름을 해 먹는 모습 등은 모두 이런 범주에 들어가는
내용입니다. 지난 회 연재도 그럼 맥락에서 쓰여진 것입니다. 우리 민족의 풍습을
다룬 글이 처음 나온 것도 아닌데 처음 쓰는 것인양 매도하면서 쓸데없이 분량만
늘인다고 하는 글을 쓴 사람의 생각이 과연 건전한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네요.
대체역사소설이 어디 전쟁소설도 아니도 허구헛날 치고 부수고 싸우는 모습만 나와야
합니까? 쓸데없이 분량 늘리기나 하는 저급한 글로 매도하는 사람이 있다니 어이가
없습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보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괜히 쓸데없이 분량만 늘이는
소설을 보면서 열 받을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가서 입맛에 맞는, 허구헛날 전쟁만
하는 대체전쟁소설이나 열심히 찾아보라고 권하겠습니다. 작가에게 건전한 비판을 할
수는 있지만 작가의 집필의도까지 간섭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사랑고팡//제발 부탁인데 쓸데없이 분량만 늘이는 大韓帝國記라는 소설 더 이상
보지말고 그만 접어주세요. 그게 나나 귀하를 위해 좋은 일입니다. 귀하는 쓸데없이
분량만 늘이는 소설 안 봐서 좋고 나는 귀하같이 작가의 집필의도까지 간섭하려는
허접한 사람 안 봐서 좋고, 그게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일입니다.
어떤 분들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쓸데없는 딴지에는 신경도 쓰지 말아라.
쓸데없는 딴지로 튀어볼려는 인간들은 어디에고 있는 법이다. 그냥 모르는 척
넘어가라. 괜히 섣불리 대응했다가 독자만 떨어진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그런 식의
딴지는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지요.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왜 그렇게 하지
않느냐? 간단합니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그런 딴지에 무반응으로 대응했기에 저런
허접한 사람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고 생각합니다. 딴지를 위한 딴지, 태클을 위한
태클에는 단호히 맞서서 추방해야 합니다. 글을 올리는 작가라는 신분이라는 이유로
왜 맨날 당해야만 합니까? 작가는 사람이 아닙니까? 작가도 사람입니다. 울고 웃고
먹고 마시는 똑같은 사람입니다. 이런 똑같은 입장에 있는 사람이 단지 글을
공개한다는 이유만으로 왜! 공격을 당해야 합니까? 작가가 이런 행동을 해서 독자가
떨어져도 상관없습니다. 감수하지요. 어차피 건전한 독자는 작가의 의도를 잘 알고
계십니다. 글을 쓰는 작가는 글로써 모든 것을 말하는 법이니까요. 그리고 글을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이나 결국은 같은 입장에 있습니다. 내가 글을 쓴다고 해서
독자의 위에 있는 존재도 아니고 글을 읽는 독자라고 해서 작가의 머리를 밟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서로 보완하는 수평적 관계에 지나지 않습니다. 작가는 작가의
선을 독자는 독자의 선을 지켜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누누이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말입니다.
다음 카페에도 大韓帝國記를 올리는데 어떤 허접한 인간이 또 이런 협박을
남겼더군요.
『ⓢⓗⓔⓘⓛ』: 오 수고 하셧음~! 책도 나오는 것을 배껴서 올리시다니~! 대단한
배짱! 그럼이만... 아! 그리고 저작권 침해로 님 경찰서에 끌려가서 어떻게 되는줄
아시겠죠? [2004/06/03]
정말 겁나서 글 못 쓰겠네요. 경찰서에 끌려갈 생각을 하니 오금이 저려오네요. 이런
악의적인 리플을 다는 인간은 똑같이 해주겠습니다. 성주풀이나 근정전의 고주 얘기,
또는 금강송에 관한 내용이 어떻게 해서 베꼈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그래서 정당한 근거나 명확한 증거제시, 혹은 공식적인 사과가 없을 시에는 경찰에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의 혐의로 정식으로 고발할 생각입니다.
『ⓢⓗⓔⓘⓛ』// 어디 한 번 귀하가 경찰서에 가보시죠. 악의적인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가 얼마나 큰 죄가 되는지 가서 직접 경험해 보시죠.
대한제국기(大韓帝國記)-125 동트는 새벽...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