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중대장님. 3소대 담당 구역에서 전투가 종결된 것으로 보여집니다."
"예. 저도 들었습니다. 3소대로부터의 보고는 없습니까?"
"아직 없습니다. 중대장님."
"음...
정경진은 이수현의 얼굴이 떠올랐다. 1소대가 방어하고 있는 외곽 방어진지에 적의
주공으로 보이는 부대가 출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3소대 방면에서 들려오던
격렬했던 소음이 사라졌다. 남쪽으로부터 적의 공격이 없는 것으로 봐서는 3소대가
효과적으로 막아낸 것으로 여겨졌다. 과연 얼마나 살아남았을까? 정경진의 걱정이
그것이었다.
"1소대 쪽은 어떻습니까?"
"1소대도 적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고 있답니다. 적은 전위부대와 후위부대로 나눠서
진격했는데 전위부대의 전열이 붕괴되면서 뒤따라오던 후위부대까지 진격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좋은 소식이군요."
"1소대장의 보고로는 적의 전위부대와 후위부대가 전혀 별개의 부대로 보여진다고
합니다. 전위부대는 거의 오합지졸에 가까운 부대인 반면, 후위부대는 상당히 정연한
군기를 보여주고 있다고 합니다."
"음..."
"이것으로 봤을 때 적은 최소 두 개 번이 연합한 형태가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일리 있는 말씀입니다. 제가 볼 때 후위부대는 사쓰마군으로 보여지고, 전위부대는..
. 음... 휴가번의 군사들이 아닌가 싶군요."
"저도 그렇게 생각됩니다. 중대장님."
아직 3중대는 적의 정확한 정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인근에 있는
유력한 번이 휴가번인 것으로 미루어봤을 때 휴가번의 지원병력이 사쓰마군의
잔당들과 연합한 형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뿐이었다.
"2소대 방면으로 진출한 적은 없답니까?"
"그런 보고는 없었습니다."
"그럼 2소대로 전령을 보내 명령을 하달하세요. 1개 분대를 차출하여 3소대를
지원하라고 하고! 만일 3소대의 전투가 모두 끝났으면 그 1개 분대로 하여금 적
포병대를 섬멸하라고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중대장님."
"2소대의 나머지 병력은 즉시 1소대를 지원하라고 하세요. 그리고 화기소대에도
명령해서 모든 중화기를 총동원하여 적 주공을 공격하라고 하세요. 이제는 적의
숨통을 확실히 끊어놔야 할 때입니다."
"알겠습니다. 중대장님."
정경진은 지금이야말로 적을 확실히 섬멸할 때라고 생각했다. 그는 양수연이 밖으로
나가자 중대 지휘소 안을 서성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3소대 덕분이다. 3소대 덕분이야..."
만일 3소대가 적의 조공을 막아내지 못했다면?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이 생각이 든 정경진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정말이지 3소대가 뚫렸다면
어떻게 됐을까? 우리 중대가 적의 대규모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사실이었다. 3소대가 적의 조공을 맞아 분전한 덕분에 한결 수월하게
적의 주공을 감당할 수 있었다. 적 조공의 물불을 안 가리는 옥쇄(玉碎)작전을
3소대가 효과적으로 방어해준 덕분에 중대 전체가 살아남을 수 있었고, 적의 주공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오늘 승전한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3소대의
공이 틀림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