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유산-4화 (4/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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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우주적 행운아

콘즈는 호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타블렛을 꺼내주었다. 7.8인치의 타블렛은 시황의 손에 딱 알맞게 들어왔다.

“오오! 이건 요즘 유행하는 최신 타블렛이잖아? 내가 엄청 가지고 싶었는데 여기서라도 만져보는구나.”

시황이 전원 버튼을 눌려서 켜자 TV 광고에서 본 것과 똑같은 화면이 나왔다. 여러 아이콘이 늘어서 있었는데 그 중에 퀘스트라는 항목이 눈에 띄었다.

“퀘스트 아이콘을 눌러보세요.”

별 생각 없이 콘즈의 말대로 퀘스트를 눌리자 목차가 주르륵 나열되었다.

[무학]

[마법]

[지식]

[육체]

[자연]

[사회성]…….

뭐가 뭔지 이해가 가질 않아 무학을 눌리자 다시 목차가 뜬다.

[검술]

[권술]…….

검술을 눌린다.

[목검을 잡아보세요. 경험치 10.]

[최하급 무공서를 읽어보세요. 경험치 10.]…….

이런 식으로 퀘스트가 끝없이 적혀 있었다.

“대충 아시겠죠?”

“여기 경험치는 뭐야? 쌓으면 뭐가 좋은데?”

시황은 설마 게임처럼 레벨이라도 오르나 싶어 물었다.

“그 경험치가 일정 수준이상 쌓이면 제약이 점점 풀리게 되어 있어요. 간단히 말하자면 게임에서 퀘스트를 하고 경험치를 쌓아 레벨이 오르면 더욱 강력한 무기를 끼고 마법을 배울 수 있잖아요? 똑같아요. 시황님이 퀘스트를 통해 경험치를 쌓으면 레벨이 오르게 되고 유산을 더 많이 물려받게 되는 거죠.”

“그래? 신기하네.”

시황은 퀘스트 목록을 이것저것 눌러보다가 사회성 부분을 눌렀는데 여자, 남자로 구분되어 나왔고 별 생각 없이 여자를 눌렀다.

[여자에게 말을 거세요. 경험치 10.]

[여자의 전화번호를 등록하세요. 경험치 20.]

[헌팅을 하세요. 경험치 30.]

[섹스를 하세요. 경험치 300.]

“으악, 뭐야 이건.”

섹스를 하라는 부분에서 깜짝 놀란 시황이 크게 소리쳤다.

“종류가 엄청 많죠?”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것도 많은데…….”

“아니에요. 불가능한 건 없어요. 다 가능한 일들이에요. 그런데 무턱대고 한, 두 종류의 퀘스트만 하면 안돼요. 검술에 있는 퀘스트를 모두 다 해봤자 얻을 수 있는 경험치의 양이 한정되어 있어서 일정 레벨 이상은 못 올리거든요. 고루고루 퀘스트를 해야 레벨을 손쉽게 올릴 수 있어요.”

“레벨은 몇까지인데?”

“10레벨이요. 모든 항목을 10레벨로 마무리 하게 되면 이 행성에 있는 모든 유산을 물려받게 돼요.”

“그렇구나. 10레벨 찍기 힘들겠네.”

“당연하죠. 5레벨만 찍어도 막강한 권력과 힘을 가지게 되는걸요.”

시황은 콘즈의 말을 대충 들으면서 퀘스트 목록을 계속 훑어봤다. 경험치가 낮은 퀘스트는 지금 당장이라도 할 수 있을 만큼 간단했지만 밑으로 쭉쭉 내리자 대기업의 회장이 되라는 거나 맨 주먹으로 차를 두 동강 내라는 등의 말도 안 되는 헛소리만 있었다.

“밑으로 내릴수록 말도 안 되는 거뿐이네. 내가 슈펴맨인가.”

“오늘은 이쯤 하도록 해요. 시황님은 내일 학교도 가야하잖아요.”

“그러지 뭐.”

시황은 콘즈의 말에 타블렛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타블렛하고 라민차는 제가 시황님 고시원으로 직접 보낼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응?”

콘즈가 말을 흐리자 시황은 콘즈를 쳐다봤고 콘즈는 작고 앙증맞은 손을 총처럼 접어 시황의 머리 쪽을 겨냥했다.

“빵!”

시황이 뭐야 라고 말하기도 전에 콘즈는 입에서 총소리를 냈고 손가락에서 흐릿한 무언가가 튀어나와 자신의 이마를 관통했다고 느낀 순간 시황은 정신을 잃어갔다.

“왠지 시황님은 여길 또 오기 꺼려할 거 같으니까…….”

콘즈가 말하는 목소리가 희미해지면서 시황의 시야는 어둠으로 물들었다.

눈이 번쩍 뜨였다.

시황은 침대에서 허겁지겁 일어났다. 평소라면 일어나기 싫어 침대에서 한참을 비비적거리다가 안 떠지는 눈꺼풀을 억지로 끌어올리고 아무런 노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뻐근한 몸 때문에 힘겨워해야 했는데 어째서인지 오늘 아침은 36시간은 푹 잔 것처럼 지나치게 개운했다.

하지만 너무나 생생한 꿈이 눈을 뜸과 동시에 생각이 나버려 송골송골 피어나는 식은땀을 닦는다고 그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정말 실감나는 꿈이었어.”

시황은 시계를 쳐다보고 11시 강의까지 아직 약간의 여유가 있어 컴퓨터를 켰다. 1시간이라도 여유가 있다면 컴퓨터를 하는 게 시황으로는 배고프면 밥을 먹는 거만큼이나 당연한 일이었다.

눈에 붙은 눈곱을 대충 떼고 의자에 쭈그려 앉아 포털 사이트의 뉴스부터 확인했다.

[국민 아이돌 보라, 동거 사실 발각?]

[보라, 남자 아이돌 태성과 동거?]

IT에 관심이 많은 시황은 신제품이나 새로 개발된 기술이 있나 싶어 하루의 일과를 뉴스로 시작하는데 뜬금없이 국민 아이돌 보라의 얘기로 도배되자 별 생각 없이 뉴스를 클릭했다.

딱히 아이돌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좋아해봤자 가질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연예인들에 큰 흥미는 없었고 당연히 국민 아이돌이라는 보라의 얼굴도 제대로 생각나지 않았다.

[보라와 태성이 소파에서 키스를 하고 있는 사진이 유출되었다. 네티즌들은 가벼운 옷만 입은 채로 소파에 앉아 키스를 하는 사진을 보고 동거 중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이 사진들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기사를 쭉 읽으면서 스크롤을 내리자 사진이 하나 나왔다. 보라로 추정되는 여자와 태성인가 뭔가 하는 남자가 서로의 목을 팔로 감고 키스하는 사진이었다. 저렇게 예쁜 여자랑 키스하는 태성이 부럽기만 하다.

“어? 뭐, 뭐야?”

그런데 사진만 있는 게 아니라 그 옆에 의문의 프로필이 같이 떠 있었다.

[남보라]

[나이 : 20세]

[생일 : 5월 12일]

[키 : 160.5cm]

[몸무게 : 46kg]

[가슴 사이즈 : 70A]

[섹스 횟수 : 72회]

[임신 여부 : 안함]

시황은 당황해서 눈을 계속 비볐지만 다시 확인해도 그대로였다. 사진에 박아 넣은 프로필이라 하기에는 사진과 상관없는 영역까지 글이 적힌 것도 모자라 가슴 크기, 섹스 횟수, 임신 여부까지 적혀 있었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시황은 남보라의 다른 사진을 봤지만 똑같은 프로필이 모든 사진에 다 나와 있었다.

며칠 전에는 유령 문이 따라다니질 않나 어제는 별 말도 안 되는 해괴한 꿈을 꾸더니 이제는 여자 사진을 보면 섹스 횟수가 적힌 프로필까지 뜬다.

“내가 미친 건가?”

============================ 작품 후기 ============================

처음에는 모 연예인을 연상하고 쓴 부분인데 섹스 횟수라는 노골적인 부분이 들어가 수정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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