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9 ------------------------------------------------------
LEVEL UP!
“가시려면 아까 받으신 언어 습득용 알약을 하나 사용하셔야 돼요. 안 그러면 언어가 안 통하니까요.”
“윽, 제길. 아까워.”
생각해보니까 노예를 사면 그 노예도 한글을 쓸 수 있게 언어 습득용 알약을 하나 먹여야 했다. 영어랑 일본어 익힐 때 쓰려고 했는데 이렇게 의미 없는 곳에 쓰는 거 같아 피눈물이 나왔다.
그래도 노예를 꼭 구하고 싶었던 시황은 아공간에서 언어 습득용 알약을 꺼내 바로 먹었다.
“로쉘 행성, 로망어를 선택하시면 돼요.”
딱히 뜨는 창은 없었지만 로쉘 행성, 로망어라고 생각하자 약간 찌릿한 느낌이 두뇌에 머리 쪽에 생겨났다 금세 사라졌다. 아마 강제적으로 언어를 주입한 거 같았다.
“참고로 먹일 때도 시황님이 어떤 언어를 습득하게 할 건지 생각하시고 먹이면 돼요.”
“그런데 나 혼자 가는 거야?”
“따라가긴 하는데 제가 갈 수 있는 곳에 한계가 있거든요. 전 관리자의 저택을 못 벗어나니까 그 쪽 행성 관리자에게 시황님의 안내를 부탁할 거에요. 그 정도면 충분히 하실 수 있지 않을까요?”
“그, 그럴까?”
떨렸다. 너무 떨려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였다. 콘즈가 옆에 붙어 있으면 모를까 그쪽 행성에 있는 사람을 붙여 준다니까 너무 긴장됐다. 보통 다른 나라에 여행만 가도 긴장될 텐데 이건 다른 나라가 아니라 다른 행성이었다. 안 떨리는 게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자! 가요!”
콘즈는 안 가려고 살짝 버티고 있는 시황을 끌고는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관리자는 무뚝뚝한 중년의 남성이었다. 콘즈가 관리자에게 노예를 살 수 있는 곳까지 안내를 부탁하자 마차와 안내인을 내어주었고 지금 시황은 해가 중천에 뜬 오후에 그 마차를 타고 로쉘 행성, 라문 제국 수도의 대로를 달리는 중이었다.
이 행성의 문명은 지구의 중세시대와 비슷했다. 쌓아 올라간 건물들의 구조와 양식도 그랬고 사람들이 입는 복식도 그랬다.
그래서 시황이 이 행성에 와서 제일 먼저 한 게 옷을 갈아입는 거였다. 지구에서 입던 옷은 너무 튈 테니 이곳의 복식으로 입은 것이다.
이 곳 사람들의 얼굴 생김새는 동양과 서양의 혼혈느낌이 났다. 백인이라기에는 황인종에 약간 가까웠고 머리색도 검은색이었다. 그냥 지구에 가져다 놓으면 혼혈아구나 하고 생각할 수준이라 노예를 사더라도 괴리감은 덜할 거 같았다.
“나리. 다 왔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차가 멈춰 섰고 시황의 안내를 맡은 50대의 노인이 정중하게 마차 문을 열었다.
시황이 마차에서 내리자 [루먼 노예 거래소]라고 커다랗게 적힌 건물이 있었다. 뭔가 사람을 사고판다는 게 약간 찝찝하긴 했지만 여기가 지구도 아니고 아예 다른 세상이라 그런지 그런 도덕적 관념에 약간 무감각해진 느낌이었다.
“아이고, 어서 오십시오. 저는 쿠만이라고 합니다. 제가 성심성의껏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시황이 건물로 들어가자 간사하게 생긴 40대의 남성이 응접실로 시황을 데리고 갔다.
“귀한 발걸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원하시는 노예의 종류가 어떻게 되십니까?”
의자에 앉기 무섭게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흠흠, 여자 노예요.”
시황은 이 짧은 말을 하는데 부끄러워 죽을 뻔했다.
“아! 성노예로 쓰실 노예를 구하시는군요. 아주 잘 찾아오셨습니다. 성노예하면 루먼 노예 거래소가 최고라고 칭송이 자자하지요.”
“그, 그렇군요.”
“어느 정도의 가격대를 생각하십니까?”
지금 시황이 가진 돈은 5만 루쉬였다. 지구 돈으로 대충 500만 원이었는데 이정도면 상품의 노예를 구할 거라면서 콘즈가 환전해 주었다.
“5만 루쉬정도요.”
“오오! 그 정도의 가격이면 아직 처녀에다 미색이 제법 괜찮은 상품의 노예를 구하실 수 있습니다. 자, 이쪽으로 오시지요.”
5만 루쉬라는 돈이 꽤나 큰돈인지 눈을 번쩍인 쿠만은 거침없이 시황을 데리고 갔다. 그리고는 [특상급]이라고 적힌 방문을 열었는데 거기엔 목에 리본을 한 여자 6명이 알몸으로 대기하고 있었다.
“집합! 너희들의 새 주인이 되실 지도 모르는 분께서 오셨다!”
쿠만이 시황을 데리고 방 가운데 있는 의자에 앉히자 6명의 여자들은 시황의 앞에 나란히 섰다.
“자, 골라보시지요. 참고로 만져 보시는 건 괜찮지만 질에 손을 넣으시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만지다가 처녀막이 파괴되면 노예 가격의 3배를 보상하셔야 합니다.”
쿠만은 한 번씩 너무 거칠게 노예를 주무르다 처녀막이 훼손되는 경우가 있어 주의를 준거지만 시황은 감히 가슴도 쉽게 못 만지고 쩔쩔매고 있었다.
“이 애는 어떠십니까?”
시황이 머뭇거리자 쿠만이 한 여자를 시황의 앞에 데리고 와서 다리를 벌리게 하고는 음부를 적나라하게 노출했다.
“음순이 생긴 게 참으로 괜찮지 않습니까? 이렇게 소음순이 균형 잡히고 예쁜 아이도 흔치 않습니다.
쿠만은 말하면서 소음순을 잘 보이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평소라면 눈앞에서 펼쳐지는 스트립쇼같은 모습에 시황은 크게 흥분해 거친 숨소리를 냈겠지만 지금은 그저 발기만 해버렸다. 6명의 여자가 긴장과 두려움이 가득한 눈으로 시황만 쳐다보고 있는데다 쿠만도 어떻냐는 표정으로 시황을 지긋이 응시하고 있는데 변태 아닌 이상 흥분하는 게 이상한 거다.
시황은 다들 너무 적나라하게 행동하자 여기서는 다 이렇게 행동한다는 그런 분위기에 조금씩 동화되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여전히 부끄럽긴 했지만 처음처럼 엄청 민망하지는 않았다.
분위기도 그렇겠다 약간 용기가 생기자 여자들 하나하나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제일 먼저 본 게 얼굴이었는데 안타깝게도 6명 전부 시황이 별로 좋아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사실 여기 있는 6명 전부 팔과 다리가 길고 얼굴이 상당히 서구형인데데다 가슴은 무식하게 컸다. 이런 건 시황이 좋아하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었다.
“글쎄요.”
“이 애들은 별로이신가 보군요. 그럼 다른 방으로 가봅시다.”
노예장사만 십수 년한 사람답게 쿠만은 시황이 여기 있는 노예들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걸 바로 알아차리고 다른 방으로 안내해 여자들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전부 여자들이 비슷비슷한 느낌이라 썩 별로였다.
혹자는 그냥 아무 노예나 사서 섹스나 하면 되는 거지 뭐 그리 민감하게 고르냐고 하겠지만 우리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예가 근처에 있다. 바로 일본이나 서양의 어덜트 비디오, 즉 AV이다.
우리는 마음에 드는 AV배우를 찾는다. 얼굴이나 몸매가 마음에 들어도 연기나 콘셉트가 별로면 또 다른 배우를 찾거나 다른 작품을 원한다. 이것과 마찬가지였다. 야동 보고 딸이나 칠 거 아무 야동이나 보면 되지 라고 말하면 그 누구도 수긍하지 못할 것이다.
하여튼 그런 이유로 시황은 나름 꼼꼼하게 노예들을 살폈지만 다른 행성에 사는 인간들이라 그런지 시황의 마음에 딱 드는 노예는 보이지 않았다.
몇 개의 방을 봐도 시황이 만족을 못하자 쿠만은 시황의 취향을 제대로 알기 위해 다시 응접실로 가고 있었다.
쿠만은 약간 난처해했다. 보통은 방 몇 개만 봐도 금방 마음에 드는 노예를 사갔는데 시황은 너무 까다로웠던 것이다.
“이거 참 어쩌지요? 쟤네들까지가 5만 루쉬이고 그 이상은 최고급 노예들이라 10만 루쉬 이상은 주셔야 합니다.”
500만 원도 노예를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시황이 눈물을 머금고 정말 과감히 투자한 건데 1000만 원은 지나치게 비쌌다. 이럴 거면 그냥 안사는 게 나을 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쳇, 더럽게 못생긴 년들 뿐이구만.”
그 때 마침 하급이라 적힌 방문을 열고 한 청년이 찌푸린 표정으로 나왔다.
별 생각 없이 방문을 들여다본 시황은 깜짝 놀랐다. 방금 청년이 못생겼다 말한 애들 중에 시황이 완전 좋아하는 타입인 애가 한 명 있었는데 프로필에 처녀라고 적혀 있었다.
은지를 보면 시황의 취향을 대충이나마 짐작하겠지만 시황이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건 가슴도 아니었고 늘씬한 몸매도 아니었다. 얼굴이 귀엽게 생기고 자신의 몸에 쏙 들어 올만큼 체구가 작은 여자를 좋아했다. 그렇다고 지영처럼 늘씬하고 키 큰 여자를 싫어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런 여자를 보면 본능적으로 움츠려 들었기 때문에 나약해 보이는 작은 여자를 좋아는 게 아닌가 하고 스스로 분석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애 중 한 명이 하급이라 써진 방에 존재했다.
“저기 한 번 들어가 봐도 될까요?”
“하급 말이십니까?”
쿠만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진다. 저기는 별로일 텐데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한 가지 주의하실 건 하급 노예들은 농노의 딸이나 노예의 딸 중에 대충 갖다 모아둔 거라 처녀와 비처녀가 섞여 있습니다. 혹시 처녀가 아닌 노예를 사 가셔도 환불은 안 됩니다.”
“알겠습니다.”
처녀 구분하기 대회라도 있으면 가볍게 우승할 시황인지라 바로 방 안에 들어가 가운데 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아까처럼 알몸인 여자 7명이 일렬로 시황 앞에 늘어섰다.
시황은 프로필을 살폈다. 7명 중 2명이 처녀였는데 그 중 한 명이 시황이 눈여겨 봐둔 애였다. 제대로 씻지를 못해 조금 꼬질꼬질하게 보이긴 했는데 러시아와 한국인의 혼혈 같은 독특한 매력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특히 한국인에 가까우면서 살짝 가미된 혼혈이라는 느낌이 최고였다. 그리고 동그라면서 커다란 눈은 성형수술을 안했음에도 연예인과 비슷한 크기였고 코도 오뚝한데다 고양이 입술이라 매력이 철철 넘쳤다. 연예계에 데뷔해도 될 거 같은 이런 인재가 겨우 하급방에서 썩고 있는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루]
[나이 : 19세]
[키 : 151.1cm]
[몸무게 : 38kg]
[가슴 사이즈 : 65AA]
[섹스 횟수 : 없음]
[임신 여부 : 안함]
[주요 성감대 : 겨드랑이]
프로필에 새로운 정보가 하나 더 추가 되었다. 2레벨이 되면서 변한 거 같은데 이전에는 없던 주요 성감대란이 생겨났다. 시황이 눈여겨보고 있는 아루의 성감대는 겨드랑이였는데 음핵이나 유두가 없는 걸로 봐서는 그런 당연한 부분은 제외하는 듯 했다.
“이 애는 어떠십니까? 그나마 여기에서 미색이 제일 뛰어납니다.”
쿠만이 또 이상하게 생긴 애를 데려왔다.
“아뇨. 전 이쪽에 있는 애가 마음에 듭니다.”
시황은 맨 오른쪽에서 있는 아루를 가리켰다. 시황이 가리키는 순간 아루는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짓다가 이내 손과 다리를 벌벌 떨면서 고개를 푹 숙였다.
“아, 그렇습니까?”
쿠만이 별 말은 안 했지만 시황의 취향이 참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아루의 가슴이 매우 작은데다 얼굴이 심하게 못생겨서 쿠만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줘도 안 먹는다고 할정도로 별로였던 것이다. 그런 아루가 그나마 하급에라도 있을 수 있는 이유는 처녀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서로의 미인관이 다른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시대가 달라져도 미인관이 변하는 마당에 삶, 환경, 행성 자체가 다른 곳인지라 서로 상이한 미인관을 가진 건 당연했다.
“구입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됩니까?”
“계약서를 작성하시고 노예증서를 가져가시면 됩니다. 응접실로 가실까요? 너도 옷을 입고 따라오거라.”
쿠만의 말에 아루는 겁에 잔뜩 질린 채로 옷장에서 누더기 같은 옷을 입고는 허겁지겁 시황과 쿠만을 따라갔다.
아까 그 응접실로 돌아온 시황은 계약서에 사인을 한 뒤에 5000 루쉬를 지불하고 아루의 노예증서를 받았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계약이 끝나고 쿠만은 건물의 입구까지 시황을 안내했다. 비록 5000 루쉬 밖에 지불하지 않은 손님이지만 5만 루쉬이상을 지불할 수 있는 재력가의 냄새가 물씬 난만큼 정성스럽게 대접한 것이다.
“타. 이제 집으로 가자.”
“네. 주, 주인님.”
아루는 얼마나 시황을 두려워하는지 감히 눈도 못 마주치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가 시황의 말에 깜짝 놀라 대답하고는 바로 마차에 올라탔다.
시황은 주인님이라는 말에 항문에 힘이 들어갈 정도로 기분이 짜릿했다. 은지한테 처음으로 오빠라는 말을 들은 것과 비슷한 쾌감이 일 정도였다.
“큭큭.”
참으려고 했지만 너무 좋아 웃음이 새어나왔다. 만면에 미소를 지은 시황까지 타자 마차가 출발했다.
시황은 아루의 맞은편에 앉아 아루를 다시 한 번 꼼꼼히 살폈다.
19살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작은 체구를 지니고 있었는데 삶의 질이 떨어져 영양공급을 충분히 받을 수 없는 환경에서 자라 당연한 일 중 하나가 아닌가 싶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100년 전 평균 남성의 신장이 163이었다.
지금은 비록 제대로 씻지 못해 얼굴이 더럽고 머리가 지저분하긴 했지만 보면 볼수록 말도 안 되게 귀여웠다. 겨우 50만원으로 이런 예쁜 애가 완벽한 자신의 소유가 되자 시황은 너무 감격스러웠다. 이제 아루로 자신이 생각한 온갖 이런 짓, 저런 짓을 다해볼 수 있었다.
그런데 아루에게서 냄새가 좀 많이 났다.
“이거 좀 차야겠다.”
시황은 아공간에서 악취 제거용 목걸이를 꺼내 아루의 목에 걸어주었는데 아루는 시황이 몸에 손을 대자 감히 움직이지도 못하고 얼음이라도 된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목걸이의 효과가 얼마나 대단한지 그 지독하던 악취가 순식간에 거의 다 사라졌다. 비록 마차 내부에 잔존 악취가 있긴 했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
아루는 시황이 도망을 못 가게 목에 밧줄이라도 묶는지 알고 두려움에 오줌을 찔끔 쌀 뻔했지만 이내 그게 아름다운 녹색의 목걸이라는 걸 알자 도대체 시황이 무슨 의도로 자신 같은 하급노예에게 이런 호의를 베푸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아루는 어릴 때부터 주변에서 못생겨도 너무 못생겼다는 놀림을 항상 받아왔었다. 그래서 농노들의 주인에게서조차 버림받아 노예로 팔렸고 하급 노예가 되었다. 하급 노예는 1년이 지나도록 팔리지 않게 되면 전쟁이 일어나는 곳에 가 온갖 잡일을 다하는 화살받이로 팔리거나 아니면 하루 종일 광산을 파는 노역장에 팔리게 된다.
애초에 농노로 태어난 거 자체가 죽을 때까지 빠듯한 노동을 해야 하고 개, 돼지만도 못한 취급을 받지만 그래도 집에서 잠을 잘 수 있고 먹을 걸 먹을 수는 있다. 하지만 하급 노예로 팔려나가지 못하고 전쟁에 끌려가기로도 한다면 한시라도 빨리 죽기를 바랄 정도로 비참한 존재가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아루는 사실 포기하고 있었다. 자신이 못생겼다는 건 스스로가 너무 잘 알고 있었고 가슴도 작아 남자를 홀릴 매력이 전혀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 어떤 사람도 5000 루쉬나 지급하고 자신을 사갈 리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50 루쉬가 일반 평민이 한 달 노동하고 버는 돈인 걸 감안하면 그 100배인 5000 루쉬는 일반 평민이나 농노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돈인 것이다. 그런데 하급노예가 된지 9개월 만에 자신의 주인이 나타난 것이다.
아까 시황이 자신을 지정하는 순간 너무 기뻐 순간 울음이 나올 뻔했지만 혹시라도 눈물을 흘리면 자신을 사지 않고 가버릴까봐 있는 힘을 다해 꾹 참았었다.
“이름이 뭐야?”
시황은 의젓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신의 노예라 생각하니 왠지 근엄하게 보여야 될 거 같아 그랬다. 물론 목소리만 그렇고 눈은 끊임없이 아루의 전신을 훑고 있었다.
“아, 아루입니다. 주인님.”
아루는 두렵고 긴장되어 목소리가 매우 떨렸다.
“예쁜 이름이구나. 후후.”
시황은 은지나 지영 앞에서는 이렇게 말을 하지도 못하면서 약자인 아루 앞에서만 강한 모습을 보였다.
“조금만 참아. 다와 가니까.”
시황은 은근슬쩍 아루의 옆자리에 앉아 어깨를 쓰다듬었다.
“아, 아닙니다. 주인님. 전 괜찮습니다.”
아루는 불안했다. 자신 같이 못생긴 노예에게 이렇게 잘 대해주니까 기쁜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불안해진 것이다.
시황은 아루의 어깨를 감싸고는 다 떨어져가는 누더기 같은 옷에 은근히 손을 집어넣었다. 조그만 가슴위로 앙증맞은 유두가 중지에 닿자 시황은 조심스럽게 간질이면서 아루의 얼굴을 살폈다.
혹시 싫어할까 걱정했는데 아루는 여전히 긴장된 표정으로 떨고 있을 뿐 가슴을 만져서 싫다거나 혐오스럽다는 표정은 전혀 없었다.
아루의 가슴은 작았다. 프로필 창에 65AA라고 적혀있는데 이건 밑가슴의 둘레가 65이라는 말이었고 AA는 유두를 포함한 윗가슴에서 가슴을 포함하지 않은 밑가슴을 뺐을 때 약 7.5cm차이가 나면 AA라고 한다. 12.5cm가 넘으면 B컵, 15cm가 넘으면 C컵이다. 그러니까 요약하면 60, 65, 70 이런 숫자가 작을수록 말랐다는 말이고 80, 90 이런 식이면 점점 뚱뚱해진다는 말이다.
시황은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가슴을 만지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아예 노골적으로 가슴을 쓰다듬었다. 한손에 잡히는 풍만한 느낌은 전혀 없었지만 조그만 가슴도 나름의 매력은 있었다. 특히 아루의 유두가 은지나 지영보다 약간 크고 도드라져서 만지는 재미가 있었다.
“나리, 다 왔습니다.”
“험험, 나가자.”
한참 재미보고 있는데 마차 문이 열리자 화들짝 놀란 시황은 바로 손을 빼고 괜히 헛기침을 했다.
입이 떡 벌어진다는 식상한 표현을 써야할 만큼 커다란 저택이었다. 시황이야 자기가 가진 케즈론이 성이 이거보다 훨씬 더 컸고 지구에서는 비교도 안 되게 큰 빌딩도 넘쳐흘렀기 때문에 별 감흥이 없었지만 아루는 예전 자신의 주인이던 대농장의 주인집보다 몇 배는 더 큰 저택에 더욱 몸이 움츠려 들었다.
노인이 관리자의 방으로 안내했고 시황과 아루가 들어가자 무뚝뚝한 관리자와 콘즈가 있었다.
“이제 돌아가요!”
시황이 들어오자 콘즈가 밝은 미소로 말했다.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세나.”
시황의 인사에 관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간단히 대답했다.
관리자랑 아루가 있어서 옷 갈아입는데 약간 부끄럽긴 했지만 재빠르게 갈아입은 시황은 콘즈가 열어준 게이트로 얼어 있는 아루의 손을 잡고 들어갔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