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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42화 (42/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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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시황이 나중에 쇼핑을 하러 갈거라는 말에 아루는 아침부터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하루 종일 오피스텔에 있는 건 꽤나 답답한 일이다. 과거의 시황처럼 나가기 싫어하는 방구석폐인이라면 모를까 호기심이 가득한 아루는 저번에 나갔을 때 느꼈던 그 신비롭고 아름답던 거리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명했다.

“아루야, 나가서 오빠한테 뽀뽀한다고 달려들면 안 된다. 알겠지?”

“네. 오빠.”

놀이공원을 가는 어린애처럼 기대감이 어린 얼굴로 시황에게 대답했다.

문을 열어 은지가 있는지 살짝 밖을 살핀 시황은 아루의 손을 잡고 오피스텔을 나갔다.

비록 키가 171cm밖에 안 되나 교정으로 꽤나 잘생겨진 시황과 그 옆에 스키니진 청바지와 니트를 입은 아루가 같이 걸어가자 쳐다보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대다수의 남자들이 아루의 미모에 감탄하며 노골적으로 쳐다봤다. 매일 보는 시황도 아루의 미모에 깜짝깜짝 놀라는데 처음 보는 남자들은 오죽하겠는가?

그래서 시황은 일부러 아루에게 몸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청바지와 니트를 입혔다. 다른 남자들에게 아루의 속살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어서오…….세요.”

휴대폰 매장에 들어가자 무심결에 인사하던 남자 직원이 아루를 보더니 깜짝 놀라 말을 흐렸다.

“최신 스마트폰 사고 싶은데요.”

“어느 분이 쓰실 건가요?”

“저희 둘 다요. 전 번호이동하고 여자 친구는 제 명의로 신규개통할 거에요.”

시황이 여자 친구라고 말하자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남자 직원은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최신 스마트 폰 몇 개를 꺼내주었다.

“아루는 뭐가 마음에 들어?”

“음……. 이거요.”

시황의 말에 아루가 스마트 폰을 유심히 보다가 한 개를 손으로 가리켰다. 아루가 아는 건 없었지만 TV에서 광고를 많이 봐 낯이 익어서 고른 거였다.

“이거 2개 할게요.”

시황이 휴대폰을 개통하는 동안 아루는 휴대폰 매장을 돌아다니면서 신기한 듯 구경을 했는데 매장 직원들의 눈에 계속 아루를 따라다녔다.

“아루야, 이리와.”

“네. 오빠.”

그걸 느낀 시황은 아루를 불러 자신의 품에 안았다. 작은 체구의 아루가 품에 쏙 들어온다. 원래라면 이렇게 안는 순간 아루의 입술이 시황을 덮쳤겠지만 나오기 전에 밖에서는 뽀뽀하면 안 된다고 말을 했기 때문에 집에서처럼 달려들지는 않았다.

“개통 완료 됐습니다.”

직원이 건네주는 2대의 스마트폰 중에 하나를 아루에게 주었다.

그러자 아루가 신기한 듯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더니 귀에 대어본다. TV에서 쓰는 걸 봤기 때문에 어떤 기계인지는 대충 아는 듯 했다.

“감사합니다.”

휴대폰 매장을 나온 시황은 제모를 전문으로 해주는 병원으로 갔다. 아루의 겨드랑이와 팔, 다리털을 완전히 제거해줄 생각이었다.

일부러 인터넷을 검색해 남자가 아닌 여자가 시술해주는 병원을 찾아 놨다. 아루의 몸을 다른 남자가 만진다는 건 생각만 해도 끔찍했으니까.

의사와 얘기를 해보니 생각과 다르게 제모는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5번 정도는 해야 영구제모가 된다고 하였다.

아루의 팔과 다리 전체를 5회 제모 하는데 60만원이었다. 한 번 시술하는데 40~50분 걸리고 6주 동안 5번의 시술을 받으면 된다.

그러니까 한 달만 더 있으면 아루의 성감대라는 겨드랑이를 마음껏 핥을 수 있었다. 겨드랑이를 핥을 때 아루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아루야 아팠어?”

시술을 받고 나오는 아루에게 물었다.

“아니요. 안 아팠어요.”

아루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시황의 손을 잡았다. 손잡고 걷는 게 상당히 마음에 든듯했다.

병원에서 나온 시황은 아루를 데리고 명함을 제작해주는 인쇄소에 갔다. 평범한 종이 명함부터 수입지 명함까지 다 훑어보다가 고급스러운 느낌의 은색 펄이 들어간 카드 명함을 발견했다.

화장품의 느낌과 잘 맞아는 거 같아 200개를 주문했다.

특별한 문양 같은 건 없이 최대한 고급스러우면서 깔끔한 디자인과 글자체를 선택했다. 시황은 원래부터 단순하면서도 세련미가 느껴지는 것을 좋아했다. 복잡하고 화려한 건 시황이 제일 싫어하는 스타일이었다.

월요일에 주문하면 목요일에 완성된다 하니 아쉽지만 내일은 명함을 못 쓸 듯 했다.

인쇄소를 나와서 백화점으로 갔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잠시 만요.”

“네?”

아루의 손을 잡고 백화점으로 가는데 어떤 중년의 남성이 나타나 시황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아진 엔터테이먼트의 김병호 사장이라고 합니다. 그쪽 여성분이 눈에 띄어서 그러는데 혹시 연예인 해보실 생각 없으세요?”

시황이 슬쩍 아루를 자신의 품안으로 잡아 당겼다. 인상자체는 선한 사람으로 보이는데 길거리 캐스팅에 관한 사기 얘기를 워낙 많이 들어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관심 없는데요.”

시황의 말에 김병호 사장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혹시 사기일까봐 의심하실 수도 있는데 여기 제 명함부터 받으세요. 인터넷에 아진 엔터테이먼트 검색하시면 건실한 회사라는 걸 분명 아시게 될 겁니다.”

“죄송합니다. 제 여자 친구는 그런 거에 관심 없어서요.”

물론 아루는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전혀 몰랐지만 시황이 여자 친구라고 말해주자 너무 기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남자 친구 분도 아시겠지만 여자 친구 분은 이때까지 제가 본 그 어떤 연예인보다 예쁩니다. 연기 수업을 받고 노력만 하면 한국에서 제일가는 스타가 될지도 모르는데 그 앞길을 막기에는 너무 아쉽지 않습니까?”

아쉬워도 어쩔 수가 없다. 아루는 지금 아는 것도 없고 사회생활도 전혀 못하는 애다. 오랫동안 농노로 생활을 했기 때문에 배운 게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19살이 가져야 하는 지식수준에 크게 못 미쳤다. 가르쳐 주는 걸 바로바로 이해하는 걸 보면 머리가 나쁜 건 아니고 그저 살아온 환경이 나빴을 뿐이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현재 아루는 그 어떤 나라의 국적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 연예인이 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생각해보니 꼭 연예인 문제가 아니더라도 아루가 한국 국적을 가져야 할 텐데 어떤 식으로 국적을 취득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었다.

“죄송합니다. 아루야 가자.”

“그러면 나중에 마음이 변하시면 그 명함으로 전화주세요. 꼭 부탁드립니다.”

시황이 한 번 더 거절을 가버리자 남자가 외친다. 왠지 모르게 애절한 목소리였다.

그런데 보통 이런 길거리 캐스팅은 사장이 아니라 캐스팅 매니저 같은 사람이 하지 않나 싶었지만 어차피 연예계 쪽은 관심이 없는지라 바로 관심을 끊고 시황은 아루를 데리고 백화점으로 갔다.

캐주얼이 아닌 괜찮은 정장을 한 벌 살 생각이었다. 물건의 가치라는 게 단순히 물건의 질로만 판별되지는 않는다. 그것을 돋보이게 만드는 주변의 장치가 어떻냐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시황 자신이 케즈론이라는 명품 화장품을 팔만한 가치가 있어 보이는 사람이 되어야했다. 단순히 허세를 부리고 싶어서 명품 정장을 사는 게 아니다. 여자들이 가지고 있는 허영심을 이끌어내기 위한 도구로써 필요한 것이다.

혜진이야 지영과 친하니 자신의 꾸질꾸질한 모습을 보고도 그냥 넘어갔지만 나중에 만날 사람들은 시황의 이미지, 그 자체를 볼 것이다. 만약 처음 봤을 때 약간이라도 허접한 냄새를 풍긴다면 자신들의 격과 안 맞는다고 생각할 게 분명했다. 그 격이라는 게 겨우 사람의 외형과 돈으로 나눈 사람들이 많다는 현실이 참으로 슬프지만 말이다.

이 모든 건 시황이 몇 년 동안 하루 종일 인터넷을 하면서 여성들이 어떤 경향과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게 된 것이다.

인터넷에 매일 된장녀니 허세니 하면서 여자들을 비난하는 글과 사진이 올라오는데 모를 수가 없었다. 단순히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던 인터넷 서핑이 상당한 도움이 된 경우이니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다.

1층을 둘러보자 휘황찬란한 명품 매장들이 몇 개 보였는데 시황이 아는 유명한 명품 매장은 하나밖에 없었다. 이왕 살 거면 여러 군데 돌아다녀 보고 제대로 어울리는 정장을 사고 싶었는데 말이다. 이때까지 평생 지방에 살면서 느껴본 적 없는 불편함을 명품 때문에 불편함을 느낄 줄은 몰랐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면서 아루를 쳐다보자 잠깐 고민하던 시황은 빠르게 명품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고객님. 찾으시는 거 있으세요?”

미소를 지은 직원이 정중하게 인사한다.

“정장을 보고 싶은데요.”

“이쪽에 있습니다.”

직원이 가리킨 곳에는 다양한 스타일의 옷이 많이 잔뜩 걸려있었다.

아루가 신기해하면서 매장을 두리번거리는 동안 옷들을 쭉 훑었지만 뭐가 괜찮은지 알 수 없었다.

“너무 격식 차린 거 말고 캐주얼한 느낌의 정장은 없을까요?”

“잠시 만요.”

직원이 옷을 찾더니 검은색의 팬츠와 버튼 2개가 달린 블레이저, 옅은 색의 티를 꺼냈다.

“이건 어떠세요? 요즘 이런 스타일의 세련된 정장을 찾으시는 젊은 분들이 많거든요. 너무 포멀하지 않아서 청바지나 캐주얼한 재킷에 코디해도 잘 어울려요.”

“입어볼 수 있을까요?”

“네. 저쪽에 탈의실에서 입으시면 됩니다.”

봐도 잘 모르는 거 일단 입고 판단하기로 했다.

“아루야, 잠깐 옷 갈아입고 올 테니까 여기서 구경하고 있어. 알겠지?”

“네. 오빠.”

아루는 눈을 반짝이며 매장에 있는 가방과 옷을 구경했다.

뭘 알고 보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흐뭇한 미소를 짓고는 시황은 탈의실에 들어가 빠르게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탈의실에 들어간 잠깐의 순간동안 아루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명품 매장 안이다 보니 밖에서 아예 아루를 대놓고 쳐다보는 남자들 몇 무리가 있었지만 헌팅을 시도하는 사람은 없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시황이 전신 거울에 가서 옷이 어울리나 살폈다.

“어머, 정말 잘 어울리세요.”

시황의 생각도 여자 직원과 같았다.

대충 옷을 입었을 때와 비교도 안 되게 세련되어 보였다. 시황의 몸에 딱 맞게 떨어지는 팬츠와 블레이저는 시황을 꽤나 잘나가는 젊은 사업가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이런 세미 정장을 잘 못 입으면 양아치처럼 보일 수도 있었지만 시황의 매끈한 피부와 부드러운 입매를 가진 얼굴, 싸구려가 아닌 명품 정장만이 가진 품격 있는 디자인 때문에 너무나 고급스러워 보였다.

마음에 들었다.

“이걸로 주세요.”

“감사합니다. 고객님. 가격은 329만원입니다.”

“329만원이요?”

명품인지라 100만 원 이상 나올 거라 생각은 했는데 300만원은 정말 예상치도 못했기 때문에 카드를 꺼내던 시황은 자기도 모르게 되물어버렸다. 원래라면 가격을 묻지도 않고 자신감 넘치게 계산하려고 했는데 말이다.

“네. 고객님. 이 정장은 기본 라인이 아닌 고급 라인이라서 가격이 약간 더 나갑니다.”

너무 비싼 가격이라 잠깐 놀랐을 뿐, 옷을 내려 놓을 생각은 없었다. 단순히 자신의 허영을 채우기 위해서라면 절대로 이런 명품매장에 오지도 않고 사는 일도 없었을 테지만 이건 더 큰 돈을 벌기 위한 투자이자 준비였다.

카드를 건네 일시불로 긁은 시황은 명품 매장에서 나와 2층에 있는 여성복 매장에 갔다. 자기 옷을 샀으니 아루에게 어울리는 옷을 사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옷들은 아루의 취향대로 고르는 게 아니라 시황이 좋아하는 높은 굽의 하이힐부터 원피스, 핫팬츠, 팬티를 안 입으면 음부의 균열이 들어나는 짧은 트레이닝복까지 마음에 드는 건 다 구입해버렸다.

시황이 옷을 고르는 동안 아루가 원피스를 입은 마네킹을 유심히 쳐다본다.

“왜 아루야?”

혹시 저 옷이 사고 싶어 그러나 싶어 물었다.

“이걸로 오빠 만지고 싶어요.”

아루가 마네킹이 신고 있는 스타킹을 가리키면서 말하자 시황의 얼굴이 붉어졌다.

시황은 스타킹에 대한 굉장한 성적 만족감이 있어서 아루에게 스타킹을 신기고 섹스를 한다든가 스타킹 신은 아루의 발이 자신의 성기를 만져주는 걸 좋아했다. 이런 걸 별로 변태 짓이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아루가 이런 공개된 장소에서 말하니 너무 부끄러웠다.

그렇게 크지도 않은 아루의 말을 어떻게 들었는지 주변에 있는 여자들이 시황을 슬쩍슬쩍 쳐다본다.

============================ 작품 후기 ============================

추천, 선작, 코멘트, 쿠폰 정말 감사합니다~

분량이 약간 애매하네요~

아침에 한편 더 올리도록 할게요.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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