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유산-60화 (60/629)

0060 ------------------------------------------------------

라롤린

토요일 오전 9시. 시황은 예정대로 리콘드라 행성에서 라롤린을 구하기 위해 케즈론의 성으로 왔다.

“긴장하지 마세요. 시황 님.”

리콘드라 행성으로 이동할 수 있는 워프 게이트가 서재 가운데서 일렁거리고 있었다.

긴장을 안 하려고 했지만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가슴이 두근두근거린다.

“후……. 가자.”

"약은 드셨어요?"

"아! 맞다."

콘즈가 아니었으면 깜빡하고 언어 습득도 안하고 그냥 게이트를 통과할 뻔했다.

"리콘드라 행성의 폴트린 어를 익히시면 돼요."

"응."

시황은 아공간에서 알약을 꺼내 바로 삼켰다.

리콘드라 행성, 폴트린 어. 두뇌가 약간 찌릿하다.

"이제 가요!"

"그래. 가자."

가볍게 숨을 내쉰 시황은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눈을 깜빡이니 주위 환경이 변한 느낌이었다. 게이트에 들어오는 아주 짧은 시간동안 시야가 점멸됐고 곧바로 변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어머, 이게 누구야? 콘즈잖아.”

고풍스러운 방이었다. 오리엔탈적인 가구가 방안에 가득했고 따사로운 햇살이 큰 창문을 통해 들어왔다.

방 가운데 있는 고급스러운 탁자에서 차를 마시던 여인이 시황과 콘즈를 보더니 반갑게 웃으며 다가왔다.

그녀는 검은 머리가 엉덩이까지 내려왔는데 그 미모가 아루와 비견해도 결코 밀리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커다란 눈에 반짝이는 검은 눈동자가 유독 아름다운 그녀는 아루와 다르게 커다란 가슴을 가지고 있었다. 완벽한 얼굴, 완벽한 몸매 밸런스. 그야말로 미의 극치라 표현해도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아이린 님 안녕하세요. 여기는 케즈론 님의 유산을 이어받으신 시황 님이세요.”

“안녕하세요.”

콘즈가 소개하자 시황은 꾸벅 인사를 했다.

“반가워. 아이린이야. 근데 너 귀엽게 생겼다.”

아이린은 시황이 마음에 들었는지 볼을 만졌다. 상큼한 향기가 풍긴다. 그녀는 귀엽다기 보다는 아름다웠고 청순하다기 보다는 색기가 흘렀다.

“어머, 몸도 좋네.”

보통 여자와 다르게 스킨십에 거침이 없었다. 처음 만난 사이가 분명한데 어느새 아이린의 손이 시황의 가슴을 더듬었다.

“라롤린을 구하려고 왔거든요.”

당황한 시황이 살짝 뒤로 물러서면서 말했다. 이대로 더 있다가는 바지가 불룩해질 정도로 발기할 거 같았다.

“라롤린? 흐음, 일단 여기에 앉아.”

아이린은 시황과 콘즈를 고풍스러운 의자에 앉히고는 차를 따라줬다.

“여기서 못 구하나요?”

“폴슈암에서 못 구하는 물건은 그 어딜 가도 없어. 그런데 문제가 있어.”

아이린은 말을 하다 말고 차를 마셨다.

“문제는요?”

“라롤린은 나라에서 특별히 관리하는 품종이기 때문에 아무나 얻을 수가 없어.”

우아한 손짓을 하며 말하는 아이린은 넋을 일을 정도로 아름다웠지만 시황은 거기에 눈이 팔리지는 않았다. 아루를 많이 봐서인지 저렇게 아름다운 미녀를 봐도 약간 면역이 생긴 거 같았다.

어쨌든 문제는 라롤린이 나라에서 관리하는 품종이라면 합법적으로 얻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거나 다름없었다.

“방법이 없을까요?”

리콘드라 행성의 관리자이니 어떻게 좀 도와달라는 표현이었다.

“내가 관리자이긴 하지만 그런 일에 손을 쓸 수는 없어.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내가 그런 균형을 깨트리는 짓을 할 수는 없잖아?”

“돈으로 어떻게 안 될까요?”

“글쎄다. 넌 이 세계에 처음 와서 모르겠지만 그런 관리가 필요한 물품은 대부분 리제롬이라는 종이 맡고 있거든. 리제롬은 신용과 정의의 상징이지. 단순히 돈 몇 푼에 쥐어준다고 쉬스티콜드처럼 물건을 팔아먹지는 않아.”

그저 물건 사듯이 쉽게 구입할 수 있을지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러면 사기 불가능한가요?”

“아니, 그렇지는 않아. 폴슈암을 관리하는 제독에게 인정을 받는다면 너도 합법적으로 라롤린을 사거나 키울 수 있어.”

그건 못산다는 말과 똑같았다. 무슨 수로 인정을 받는단 말인가?

“방법이 없을까요?”

포기할 수 없었다. 라롤린! 라롤린이 반드시 필요했다!

“방법이라. 어쩌면 네 능력덕분에 쉽게 해결 가능할 거 같은걸?”

아이린이 웃으면서 말하자 시황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 능력이라니?

아이린은 시황에게 어떤식으로 제독에게 인정 받을지 가르쳐 주었고, 2시간 쯤 지나자 아이린의 말대로 한 명의 여자가 찾아왔다.

“아이린 님, 제발 부탁드립니다.”

고양이 귀를 가진 여자였다. 얼굴은 사람과 똑같이 생겼는데 귀가 옆에 달려있지 않고 머리 위에 달려있었다. 그것도 고양이 귀랑 똑같이 생겨서 말이다. 거기다 엉덩이에는 얇고 긴 꼬리까지 달려있었다. 설마 저 여자가 변태라서 항문에 꼬리라도 끼운 건가라고 잠시 생각했지만 가당치도 않은 말이었다.

여자는 무릎을 꿇고 아이린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로쉘린, 미안하지만 난 그 어떤 문제에도 끼어들 생각이 없어. 아파서 죽는 것도 다 운명이잖아?”

아이린이 로쉘린에게 매몰차게 거절했지만 로쉘린은 여전히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아이린 님 부탁드립니다. 제 경험이 일천하여 어머니의 뒤를 이를 능력이 되지 않습니다. 만약 지금 어머니께서 돌아가신다면 폴슈암에 큰 위기가 닥쳐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을 것입니다.”

시황은 이 심각한 분위기 속에서도 로쉘린의 엉덩이에 달린 금빛의 아름다운 꼬리에 자꾸 눈이 갔다. 어떤 느낌일지 한번 만져보고 싶다.

“하아, 너도 참 지극정성이다. 벌써 며칠째 이러는 거야?”

아이린이 고개를 내젓더니 시황에게 턱짓을 했다. 아까 가르쳐준 대로 하라는 신호였다.

“아이린 님, 저 아이가 너무 딱해 보이는군요. 도와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시황은 아이린이 가르쳐준 대로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안 되는 거 너도 알잖아.”

왠지 아이린과 친분이 있어 보이는 존재가 말해주자 로쉘린의 얼굴에 희망이 생겼다가 아이린의 말에 다시 어두워졌다.

“그러면 제가 나서는 건 괜찮습니까?”

“네가? 그건 상관없기는 한데…….”

“제발, 제발 부탁드리겠습니다.”

로쉘린은 시황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며 부탁했다.

불과 1주일 전, 폴슈암의 제독이자 로쉘린의 어머니인 로즈린이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수많은 치료사와 의사가 로즈린을 치료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전부 부질없는 짓이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찾은 곳이 아이린의 저택.

로쉘린도 아이린이 도와주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급박하고 위태로운 상황이었으니까.

“그러면 제가 한번 가보겠습니다.”

“알았어. 로쉘린, 너 운 좋은지 알아. 시황이가 오늘 나 만나러 왔다가 도와주는 거니까.”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시황이 도와준다고 하자 감동한 로쉘린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이제 가도록 합시다. 시간이 없으니.”

“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아이린 님 감사합니다.”

로쉘린은 아이린에게 인사를 하고 시황과 함께 저택을 빠져나왔다.

가면서 폴슈암 구경이나 해야겠다는 시황의 생각과 다르게 저택 앞에 서있는 마차를 타고 어디론가 한참을 달려갔다. 유리로 된 창문이 아니라 밖이 전혀 보이지 않아 폴슈암이 어떤 곳인지 확인조차 할 수 없었지만 로쉘린과 단 둘이 있다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시황은 로쉘린을 훑어봤다.

고양이 귀와 꼬리를 제외하면 특별하게 사람하고 다른 건 없었다. 선이 가늘고 입술이 매력적으로 생겨 꽤나 예쁘긴 했지만 아이린이나 아루에 비하면 한두 단계 아래의 미모였다.

얼굴은 예쁜장한 게 괜찮았는데 옷을 몸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걸로 입고 있는 게 문제였다. 살짝 조이는 긴 바지와 몇 겹이나 덧입은 상의는 로쉘린의 미모를 상당히 감소시켰다.

날도 따스한데 저렇게 입고 덥지 않을까 궁금하다.

잠깐 로쉘린을 쳐다보던 시황은 일단 통성명이라도 하기로 했다.

“시황입니다.”

“전 로쉘린 론 디온이라고 합니다.”

정중하게 말하는 로쉘린의 소개에 시황은 고개를 끄덕였다. 더 말하면 이 세계에 대한 무지가 탄로날까봐 일부러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앞으로의 계획을 생각했다.

일단 라롤린 자체를 얻기보다는 씨를 받아갈 생각이었다. 시황이 원하는 건 자체적으로 라롤린을 수급하는 거니까.

그런데 문제는 화장품 공장을 짓거나 사기에는 돈이 많이 부족했다. 뭐, 이거야 소규모로 해서 작은 호모믹서기나 교반기등을 구입하면 어떻게 될 수도 있는데, 더 큰 문제는 그렇게 만들더라도 화장품에 대한 인지도가 전혀 없어 팔기가 버겁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시황은 약간 순서를 바꿀 생각이었다. 일단 2억 원이라는 자본금이 있으니 찻집을 먼저 열어 돈부터 모으면서 그와 동시에 화장품 마케팅을 할 생각이었다. 허가 없이 화장품을 만들어 파는 건 불법이지만 개인이 만들어 쓰는 건 전혀 문제가 없다는 걸 노릴 작정이었다. 물론 케즈론이라는 화장품을 전면에 내세울 생각은 전혀 없었다. 얼굴 없는 가수와 비슷한 실체 없는 화장품 마케팅이라고나 할까?

“다 왔습니다. 시황 님.”

이제 얼마 뒤에 시작할 본격적인 사업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로쉘린이 시황에게 말했다.

시황은 고개를 끄덕이고 마차에서 내렸다.

주변을 둘러봤는데 집이라고는 눈앞에 있는 2층짜리 목조 건물뿐이었고, 나무와 풀만 가득했다. 해양무역도시라더니 정작 바다는 전혀 보이지도 않는다.

집 앞에는 건장한 체격의 여성 둘이 창을 들고 서있었는데 키는 시황보다 머리통 하나가 더 있었고 팔뚝과 다리는 웬만한 남자의 2배 이상은 돼보였다.

“시황 님 들어오세요.”

로쉘린은 그녀들 사이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서 시황을 불렀다.

시황은 로쉘린을 뒤따라갔는데 생각했던 거처럼 2층으로 향하는 게 아니라 방 안쪽에 숨겨져 있는 은밀한 계단을 통해 지하로 내려갔다.

벽에 빛을 내는 신비한 돌들이 잔뜩 박혀 있어 어둡지는 않았다.

조금 내려가자 방이 하나 있었고 그 안에 2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런데 그 여성의 안색이 매우 창백한 게 상태가 많이 안 좋아보였다.

바로 프로필부터 살폈다.

[로즈린 론 디온]

[나이 : 152세]

[키 : 170.3cm]

[몸무게 : 55kg]

[가슴 사이즈 : 75C]

[섹스 횟수 : 12회]

[임신 여부 : 안함]

[상태 : 미콘드 독에 중독]

[성감대 : 꼬리]

분명 생긴 건 20대 초반이었는데 나이는 152세였다. 더 충격적인 건 152세인데 섹스를 총 12번 밖에 안했다는 거였다. 시황의 상식으로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로즈린의 얼굴은 귀여운 편이었다. 전체적으로 로쉘린과 비슷한 얼굴의 생김새였는데 특히 입술 모양이 완전히 똑같았다. 로즈린 역시 아루나 아이린 보다 못했지만 꽤나 상등급에 속하는 미모를 가지고 있었다.

다만 로쉘린은 성숙한 20대중반의 느낌이었다면 로즈린은 귀엽게 생겨 로쉘린의 동생으로 보일정도였다.

어쨌든 중요한 건 외모가 아니라 치료였다. 다행스럽게도 프로필의 상태란에는 지금 어떤 병에 걸렸는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 대략적으로 나와 뭔가 아는 척은 할 수 있었다.

“독에 중독이 됐군요.”

“독이라니…….”

시황의 말에 로쉘린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미콘드 독입니다.”

“미, 미콘드! 어, 어떻게 미콘드 독이…….”

로쉘린은 큰 충격을 받았는지 몸을 휘청거렸다. 시황이 깜짝 놀라 몸을 부축해줬다.

그걸 보고 치료하기 힘든 독인 걸 안 시황은 약간 걱정이 됐다. 아이린이 분명 치료할 수 있을 거라고 보내긴 했지만 아직까지 자신의 치료 능력에 자신감이 생기진 않았다.

“치료하기 어렵겠는걸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제발.”

자신감 없는 시황의 말에 로쉘린이 눈물을 흘리면서 부탁했다.

“흠……. 노력해 보겠습니다.”

크게 자신은 없었지만 반드시 성공해야했다. 그래야 라롤린은 얻을 수 있으니까.

시황은 로즈린에게 다가갔다.

흰 가운을 입은 그녀의 호흡은 매우 미약해서 언제 호흡이 끊겨도 이상하지 않았다. 바로 마력 회로를 가동시킬까 했는데, 로즈린이 입고 있는 흰 가운이 계속 눈에 밟혔다. 왠지 찝찝했다.

“옷을 벗겨야 되는데 괜찮습니까?”

“아! 그럼요. 제가 벗기겠습니다.”

잔뜩 걱정된 표정으로 쳐다보던 로쉘린이 시황의 말에 바로 로즈린의 가운을 조심스럽게 벗겼다.

시황이 여자를 좋아하긴 했지만 환자의 속살까지 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정말 저 가운 때문에 혹시라도 잘못될까봐 그런 거였다. 겨우 알몸을 보는 걸 걱정해 치료를 그르칠 수는 없는 노릇아닌가?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