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유산-91화 (9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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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케즈론

토요일 오후 12시 30분.

적막한 이 카페에 폭풍이 몰아닥치기까지 30분 남았다.

“오빠, 이거 엄청 맛있어요.”

테이블에 앉은 아루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현주와 함께 달달한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고 있었다. 농노였던 아루답게 못 먹는 게 없었다. 저런 샌드위치든 감자탕이든, 김치든 뭐든 전부 잘 먹었다.

오늘 여자들 다 오는 김에 아루도 소개할 생각이었다. 이젠 아루도 어느 정도 사람들하고 대화해도 괜찮은 수준이 됐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는데다 일단 아루를 소개해야 집에 여자들 데리고 오기가 편하니까.

시황도 아루의 옆에 앉아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걱정이라고는 전혀 없는 아루가 귀엽다.

딸랑.

“오빠, 저희 왔어요.”

제일 먼저 온 사람은 은지와 지숙이었다. 한눈에 봐도 은지와 지숙이 평소와 다르게 엄청 신경 써서 입고 왔다는 게 보였다. 특히 은지는 예전에 시황이 예쁘다한 귀여운 소녀 감성이 느껴지는 쉬폰 원피스와 작은 키를 커버할 10cm가 넘는 힐을 신었는데 지숙은 은지와 다르게 허벅지가 드러나는 도발적인 미니스커트와 녹색의 블라우스를 입었다. 그런데 저렇게 차려입은 것도 좋지만 역시 벗은 게 제일 예쁘다.

“왔어? 여기 앉아.”

은지와 지숙은 아루를 보고 경계심이 가득한 표정부터 지었다.

테이블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저 여자는 자신들로는 도저히 감당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아름다워 마음먹고 남자를 유혹한다면 그 어떤 남자도 버티질 못할 게 분명했다. 가슴이 싸하다. 시황이 아는 여자 중에 저렇게 예쁜 여자가 있을지 예상도 못했다.

“네. 오빠.”

“이분은 누구세요?”

시황의 말에 은지는 불안한 표정으로 지으며 군말없이 시황의 옆에 앉은 반면에 지숙은 아루의 정체부터 물어봤다. 생각대로 지숙과 지영이 문제일 거 같다.

“내 동생이야.”

“안녕하세요. 아루에요.”

아루가 귀엽게 웃으면서 지숙과 은지에게 인사를 했다. 여자가 봐도 감탄이 나올 만큼 아루의 미모는 압도적이었다.

“아……. 오빠 여동생…….”

“어머, 오빠 동생 엄청 예쁘시네요.”

그제야 은지와 지숙이 안심이 되는 표정을 지었다. 시황의 여동생이길 망정이지 저렇게 예쁜 여자가 경쟁자였다면 난리 날 뻔했다.

“시황 오빠 동생이라 그런지 엄청 예쁘세요.”

“고마워요. 언니. 말씀 편하게 하세요. 헤헤.”

지숙이 아루를 칭찬하자 아루가 웃으면서 말했다. 정말 말이 안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미소다. 동생이라는 걸 아는데도 왠지 모르게 불안한 느낌이 들 정도로 말이다.

“뭐 드시겠어요?”

“언니, 전 초코우유요.”

현주가 지숙과 은지에게 말했는데 정작 대답은 아루가 했다.

“응. 그래. 다른 분들은요?”

“저는 카라멜 마끼야또 주세요.

“전 아메리카노요.”

“네. 잠시 만요.”

현주가 지숙과 은지를 살짝 보고는 커피를 만들러 갔다. 저 두 여자는 시황에게 관심이 많이 있어 보이기는 했는데 딱히 사귀는 사이까지는 아닌 거 같았다. 약간 안심이 되는 기분이다.

“카페 어때? 괜찮아?”

“네. 오빠 엄청 예쁘고 좋아요. 돈 많이 드셨죠?”

“그다지 많이 안 들었어.”

감탄하며 말하는 은지에게 시황은 웃으며 말했다.

“아루는 몇 살이야?”

“19살이요.”

지숙은 은지와 다르게 아루에게 관심을 보였다. 시황을 공략하기 위해 미리 아루와 친해질 생각이었다.

“그래? 어디 학교 다녀?”

“그게…….”

“아루는 학교 안 다녀.”

아루가 뭐라 말하려고 하자 시황이 끊고 대신 대답했다.

“네? 왜요?”

“추근거리는 사람이 많아서. 집에서 그냥 검정고시 치려고.”

“아…….”

지숙이 이해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약간 평범하게 생긴 자신도 남자한테 몇 번이나 고백을 받아봤는데 연예인 이상의 미모를 가진 아루라면 어떨지 안 봐도 뻔했다. 저렇게 예뻐도 무조건 좋은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딸랑.

테이블에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또 누군가가 카페에 들어왔다. 시황은 물론이고 지숙과 은지도 바로 문을 쳐다봤다.

찬미와 유미였다. 찬미야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지만 유미는 은지와 지숙처럼 잘 차려 입으려고 했다는 게 느껴졌다. 짧은 치마와 블라우스를 입어 시황에게 어필하고 싶었나 본데 그래봤자 고등학생이라는 느낌만 물씬났다.

“오빠 안녕하세요.”

“아! 찬미랑 유미 왔어? 잠시만 자리 만들어줄게.”

시황이 자리에서 일어나 옆에 있는 테이블을 붙이는 사이에 지숙과 은지가 또 경계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찬미와 유미를 살폈다.

그런데 슬쩍 쳐다만 본 은지와 다르게 지숙은 찬미와 유미를 꼼꼼하게 훑었다. 여드름이 가득한 여자애는 전혀 문제가 안 됐는데 키 크고 볼륨감 있는 몸매를 가진 저 여자가 문제였다.

얼굴도 희고 예쁜데다 짜증이 날 정도로 몸매가 좋았다. 모태솔로인 시황이라 아는 여자라고는 자신과 은지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시황의 매력에 끌린 여자가 한 둘이 아닌 거 같았다. 애초에 시황 같이 순진한 남자가 여자를 꼬실 리가 없었으니까.

“자, 앉아.”

“네.”

테이블을 다 붙인 시황인 말하자 찬미와 유미가 조심스레 앉았다. 유미는 슬쩍 주변을 훑었다. 엄청 예쁜 애가 단번에 눈에 띈다. 처음엔 연예인인지 알았다.

“오빠, 카페 엄청 예뻐요.”

상황을 대충 파악한 유미가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시황에게 말했다. 유미는 아루보다는 지숙과 은지가 상당히 신경 쓰였다. 여자의 감으로 보는 순간 경쟁자라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괜찮지? 자주 놀러와. 오빠가 유미랑 찬미한테는 커피 공짜로 줄게.”

“정말요? 그럼 저 학교 마치고 매일 와서 여기 있는 거 다 먹고 갈거에요.”

“그래. 알았어. 다 먹어. 하하.”

시황이 웃으면서 유미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 주자 유미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면서 지숙과 은지를 살짝 쳐다봤다. 서로 눈이 마주치자 지숙과 은지의 표정이 찡그러졌다. 몸매 좋고 예쁜 여자에게만 신경을 썼는데 이제 보니 저 고등학생 여자애가 여우였다. 시황한테 관심을 받으려고 저러는 게 눈에 훤히 보였다. 쉽지 않은 상대였다.

“그런데 이 카페 열면 공부하시기 조금 힘드시지 않겠어요?”

시황에게 그냥 호감정도만 있는 찬미는 유미와 지숙, 은지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을 전혀 모르는지 공부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이런 거 보면 찬미도 눈치가 참 없다 싶다.

“그러면 한 2시쯤에 너희 집에 가도 될까? 그 정도에는 그나마 시간이 날 거 같은데.”

“전 상관없어요.”

“그래. 고마워.”

시황의 말에 은지와 지숙은 걱정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저 여자 집에 간다는 말인가? 단 둘이 있는 건 아니겠지? 등의 온갖 불안한 생각이 다 들었다. 시황은 너무 순진해서 여자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몰랐다. 둘이 공부를 하다가 저 여자가 아무것도 모르는 시황을 유혹해서 덮치기라도 하면 어쩐단 말인가?

“오빠 그러면 이제 저랑 같이 공부 못해요?

유미가 시황의 팔을 달라붙으면서 말했다. 시황이 자신의 발을 핥아주고 가슴을 만진 이후로 스킨십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진데다 은지와 지숙 보라고 일부러 그런거기도 했다.

“카페 때문에 어쩔 수가 없네. 심심하면 오빠 집에 놀러와. 저기 여자애 보이지? 쟤가 내 동생인데 너랑 동갑이거든.”

“아……. 오빠 동생이요.”

유미의 느낌대로 저 연예인 보다 더 예쁜 여자애는 경쟁자가 아니었다.

“오빠, 저도 오빠 집에 놀러가도 돼요?”

“저도요.”

지숙과 은지가 단번에 끼어든다.

“물론이지. 언제든지 놀러와.”

이러려고 아루를 데리고 나온 거라 시황은 부담 없이 대답했다.

“저 오늘 오빠 집에서 자고 가도 괜찮아요?”

“응?”

지숙과 은지의 말에 유미가 도발이라도 하듯 시황에게 말했다. 시황은 약간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아는 유미는 저런 애가 아니었는데 갑자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유미야, 오빠, 귀찮게 하면 어떡해. 안 그래도 카페 일 때문에 바쁘실 텐데.”

“저기, 다 큰 여자가 남자 집에 자고 가는 건 조금 아닌 거 같아요.”

찬미의 말에 지숙도 거들었다.

“전 그냥 오빠 동생이랑 친해지고 싶어서 그런 건데…….”

“아, 그래? 안 그래도 아루 친구가 없어서 걱정이었는데, 잘 됐네. 어차피 내일 일요일이니까 놀러와도 상관없어.”

시황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하면서 허락했다.

그러자 지숙이 유미를 노려봤다. 저 여우같은 게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눈에 훤하게 보였다.

“그러면 저랑 은지도 같이 놀아요. 오늘 오빠 집에서 고기 파티 하는 건 어때요?”

시황을 저 여우같은 꼬마랑 같이 놔둘 순 없어 아예 파티로 만들어 버릴 작정이었다.

분위기가 흥미롭게 흘러갔다. 지영과 지숙이 대립을 할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유미도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아마도 유미의 가슴을 만지면서 많이 가까워진 게 그 이유인 거 같았다.

“와, 고기 파티 재밌겠다. 오빠 해요. 우리 고기 파티해요.”

옆에서 아루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오늘 카페 오픈하는 기념으로 우리 집에서 고기 파티 하자. 고기는 내가 사줄게.”

시황이 말하자 유미는 아깝다는 표정을 지었고 지숙과 은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 여우같은 꼬맹이가 은근히 만만치 않았다.

“커피 드세요.”

현주가 커피를 가져와 은지와 지숙, 아루에게 건네주었다.

“현주 씨 오늘 우리집에서 고기 파티 할 건데 같이 가실래요?”

“네? 고기 파티요. 거기 제가 가도 될지…….”

현주가 주변을 살짝 둘러봤는데 유미와 지숙, 은지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게 보였다. 왠지 간다고 말했다가는 큰일이라도 날 거 같은 분위기다.

“저, 전 그냥…….”

“오세요. 이제 현주 씨도 저희 식구니까요. 알겠죠?”

“아, 네……. 알겠습니다.”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는가?

현주의 대답에 지숙이 인상을 썼다. 순진한 시황은 지금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저 저 여자들하고 친하니까 잘 대해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정작 여자들은 어떻게 하면 시황을 따먹을지 고민하고 있는 게 뻔히 보였다. 그 중에서 특히 여 고등학생 꼬맹이가 제일 문제였다.

“너희는 커피 뭐 먹을래? 차랑 빵도 있으니까 마음껏 시켜.”

“음…….”

딸랑.

유미와 찬미가 커피를 고르는 와중에 지영이 카페에 들어왔다.

“시황아, 누나왔어.”

지영은 나이도 그렇고 남자 경험도 많은 만큼 가슴골이 드러나는 야한 티에 엄청나게 짧은 미니스커트를 당연하다는 듯 입고 있었다. 여기에 킬힐까지 신으니 모델같은 포스가 풍긴다.

“안녕하세요. 누나.”

“어? 이 분들은 누구셔?”

지영은 테이블을 가득 채우고 있는 여자들을 보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물었는데, 마치 맹수의 제왕 같은 눈초리를 하고 있었다.

“아, 저쪽은 은지하고 지숙이라 하고 제 대학교 친구들이에요. 여기는 찬미하고 유미. 저랑 같이 공부하는 애들이고 저쪽에 금발 머리를 하신 분은 저희 카페 바리스타인 현주 씨, 여기 귀엽고 예쁜 애는 제 여동생인 아루에요.”

시황은 순진하게 웃으면서 일일이 다 설명했다.

이제 모든 건 여자들에게 달렸다. 자신이 이때동안 밀어왔던 여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순진한 모태솔로라는 컨셉이 빛을 발하는 시기가 된 것이다. 전부 다 알겠지만 여기 있는 여자들은 자신이 꼬셨거나 앞으로 꼬실 예정인 여자들이었다. 하지만 모태솔로라는 점과 여자에 대해 전혀 모르는 순진하다는 컨셉이 여자들을 꼬신 게 아니라 여자들이 자신을 유혹하고 있는 상황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니까 이렇게 전부를 대면시켰다고 해서 비난의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유미와 지숙, 은지처럼 자신을 가지기 위해 은근한 경쟁을 할 게 분명했다. 이제 자신은 그걸 보면서 떡이나 먹으면 된다.

============================ 작품 후기 ============================

추천, 선작, 코멘트, 그리고 쿠폰 주신 분들 정말 감사드려요.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더이상 쓰기 힘든 관계로 다음 편은 자고 일어나서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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