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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레벨 정복!
[와, 진심 쩌신다. 어떻게 이런 목소리가 나올까. 완전 꿀성대네.]
[나 완전 반하겠음 ㅜㅜㅜㅜㅜ]
여자가 많은 사이트라 그런지 이모티콘도 많고 감성적인 댓글이 상당했다. 대부분 멋있다니 잘부른다니 하는 호의에 가득한 댓글들뿐이었다.
“오빠 반응 완전 좋아요. 이러다 오빠 가수하시는 거 아니에요?”
“가수는 무슨……. 하하.”
시황이 기분 좋게 웃는 동안 유미가 다른 사이트도 돌아다니면서 시황의 동영상에 적힌 댓글을 확인했다. 찬미도 이제 조금 진정이 됐는지 유미의 뒤에 서서 댓글을 확인했다.
“아씨, 짜증나네. 알지도 못하면서.”
갑자기 유미가 화를 냈다.
“왜 그래 유미야?”
“아씨, 댓글에 자꾸 조작이라고 악플 달잖아요. 알지도 못하면서 짜증나네.”
갑자기 유미가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알지도 못하면서 악플 달지 마요. 제가 아는 오빠인데 진짜 노래 잘 부르는 거 맞아요. 그리고 소속사 같은 건 전혀 상관없는 일반인이구요.]
[알바냐? 딱 봐도 조작인 거 뻔히 보이는데? 일반인이 저렇게 노래를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딴 무식한 소리 하냐?]
[진짜 맞거든요?]
유미가 악플이 잔뜩 달린 게시판에 시황을 옹호하는 글을 썼는데 사람들이 유미보고 알바라고 욕을 하기 시작했다. 한두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 그러니까 유미가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개졌다.
“아씨, 짜증나. 아무것도 모르면서.”
“유미야, 진정해. 괜찮아.”
유미가 눈물을 글썽거리자 시황이 유미를 진정시키면서 머리를 굴렸다. 어째서인지 자신이 올린 영상에 조작논란이 불거지고 있었다. 전에 올린 영상에도 그런 악플이 있긴 했지만 이번에 올린 영상이 훨씬 더 논란이 심했다.
지금 가장 추천을 많이 받는 글은 어떤 소속사에서 신인을 데뷔시키기 전에 이슈를 끌어보려고 조작한 영상을 올린다는 거였다. 그 근거로 삼는 건 크게 3가지였는데, 첫 째가 배경이었다. 일반인이 저런 화려한 성 같은 곳에서 녹음하기란 불가능 하다는 점이었고 두 번째는 노래에 잡음이 하나도 없고 마치 스튜디오처럼 깔끔하게 녹음이 됐다는 것, 마지막으로는 조작을 하지 않고는 이렇게 노래를 잘 부를 수가 없다는 거였다.
이런 이슈가 생기다 보니까 조회수가 시간이 지날수록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었다. 벌써 30만이 넘었는데 이 상태면 얼마 지나지 않아 100만 정도는 쉽게 돌파할 기세였다.
“짜증나. 오빠 진짜 노래 잘하는 거 맞는데.”
“유미만 믿어주면 돼.”
시황이 만화에 나올법한 대사를 하고는 유미의 살짝 안아주었다.
“오, 오빠…….”
그러자 유미가 감동한 표정을 지은 반면 찬미는 눈이 살짝 떨렸다. 분명 유미와 시황의 사이를 인정한다고 마음먹었지만 시황이 유미를 살짝 안아주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몸이 움찔했던 것이다. 찬미는 마음속으로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이고야 진정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논란은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되겠는데.”
“네? 기회요?”
유미의 말에 시황은 씩 미소를 지었다. 이런 조작 논란이 거세지면 거세질수록 막대한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길 듯 했다. 벌써 머릿속에는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더욱 더 커다란 이슈를 만들 수 있을지 계획이 세워졌다.
“합격입니다.”
“감사합니다.”
도로주행 시험을 완료한 시황에게 점수판을 든 시험관이 합격했다는 말을 건네었다. 너무나 무난하고 깔끔하게 주행을 완료했기 때문에 시황은 당연히 합격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저 무덤덤한 표정만을 지었는데 시황의 뒤에 앉은 20대 초반의 남자는 시험에 떨어졌는지 울상을 짓고 있었다. 운전면허 시험에 떨어졌을 때의 그 비참함과 무력함은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운전면허증을 발급 받은 시황은 내일 칠 토익 시험을 위해 노트북과 문제지를 가지고 카페로 갔다. 시간이 오후 4시 30분 쯤 됐지만 토요일과 일요일은 찬미의 부모님이 일찍 오시거나 쉬시는 관계로 과외를 하는 날이 아니었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카페에는 사람이 북적북적했다. 테이크아웃을 해가려는 대학생과 근처 직장인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구석진 곳에 위치한 자신의 테이블에 노트북과 토익 문제지를 올려둔 시황은 바쁜 현주와 아르바이트생들을 위해서 카페 정리를 도와주었다.
대충 정리가 되자 테이블에 앉아 타블렛으로 퀘스트를 확인했다.
[운전면허를 획득하세요.][완료][경험치 100]
5일 만에 간단하게 완료한 퀘스트라 그런지 경험치가 100밖에 되지 않았다. 퀘스트들을 조금 더 살펴보다가 노트북을 켜서 동영상 조회수를 확인했다.
[조회수 : 928,422]
어제 유미가 확인했을 때보다 조회수가 엄청나게 증가해있었다. 유투브 댓글도 상당히 많았는데 조작이니 아니니로 엄청나게 싸우고 있었다. 과거 테일러라는 한국인 가수의 하버드 대 졸업 사실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을 펼치던 모습과 비슷했다.
이 모든 건 시황이 마력 기관을 통해서 기존의 가수들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뛰어난 가창력을 보여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마 평범하게 일반 가수 수준으로 잘 불렀다면 크게 이슈화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저, 사장님.”
한창 댓글들을 읽고 있는데 현주가 조심스럽게 다가와서는 말을 걸었다.
“네?”
“그게……. 모레 사장님 집에 몇 시쯤 가면 될까해서요…….”
현주가 볼을 발그레하게 만들며 말했다.
“아, 내일 저희 집에서 점심 먹게 11시쯤 오시면 될 거 같아요. 괜찮으세요?”
“네! 11시에 꼭 가겠습니다.”
현주가 기대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런 현주를 보면서 시황은 세워둔 계획을 점검했다. 이건 음탕하기 그지없는 현주의 본성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한 계획이었다.
“그리고 현주 씨, 내일은 제가 토익 시험을 쳐야 해서 그러는데 내일 아침에는 현주 씨가 가게 문 좀 열어주세요.”
“토익이요?”
시황의 말에 현주가 궁금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한 달에 수천만 원을 버는 카페 주인인 시황이 뭐 때문에 토익을 치려는지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네. 토익시험이요. 영어는 해두면 좋잖아요.”
“아, 네.”
꼭 무슨 이유가 있기 보다는 그냥 미래 대비용으로 해두는 거 같았다. 현주는 대충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고 그런 현주를 보면서 시황은 미소를 지었다.
일요일 아침 9시 10분.
시황은 얼마 전에 자퇴를 한 자신의 대학교 인문관으로 토익시험을 치기 위해 왔다. 강의실에 들어와 책상에 앉자 은근히 긴장이 된다.
사실 시황은 옛날부터 이런 시험을 쳐서 좋은 점수를 받은 적이 없었다. 중간고사든 기말고사든 항상 반의 중, 하위권을 맴돌았고 모의고사나 수능도 2등급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후우…….”
가볍게 심호흡을 했다. 무조건 토익 만점을 받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가슴을 짓눌렀지만 이전에 없던 자신감이 전신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것은 자신에 대한 믿음이었다.
10시가 지나 시험이 시작했고 시황은 정신을 집중해서 시험을 쳤다. 듣기부터 독해, 문법까지 어렵다 싶은 부분은 하나도 없었고 시간도 제법 넉넉하게 남기고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혹시 실수라도 했을까 싶어 다시 한번 빠르게 문제를 검토했다.
“시험지 걷겠습니다.”
12시가 지나고 토익 시험이 끝이 났다. 길지 않은 시험 시간이었지만 이렇게 알차게 시험을 쳐본 적도 처음이었다. 제법 느낌이 괜찮은 게 충분히 만점을 받을 수 있을 거 같았다. 이제 남은 건 토플과 JPT 시험이었다. 이것들만 다 만점을 받는다면 4레벨에 그만큼 가까워지리라.
“찬미야, 고마워.”
“아니에요. 오빠.”
일요일 오전 10시. 시황은 아루를 데리고 찬미의 집 앞으로 왔다. 현주가 집에 오는 동안 잠시 찬미 집에 아루를 맡겨둘 생각이었다. 현주가 와서 아루를 찬미의 집에 보내는 건 맞지만 동시에 아루의 사회성도 키워줄 생각이었다. 매일 집에만 있어서는 사회성을 키우기 어려웠으니까. 그리고 찬미와 유미는 아루와 만난 적도 있는데다 상냥하기 때문에 아루가 사회성을 키우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게 분명했다.
“아루야, 나중에 데리러 올 테니까 찬미랑 유미랑 놀고 있어.”
“네. 오빠. 걱정 안하셔도 괜찮아요!”
아루가 활짝 웃으면서 시황에게 말했다. 시황과 떨어지는 건 아쉽지만 전에 만났던 유미와 다시 논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래. 재밌게 놀아. 난 갈게.”
“네. 오빠 다녀오세요.”
시황이 가자 아루가 손을 흔들면서 인사를 했다. 앞으로도 종종 이렇게 찬미와 유미에게 아루를 맡길 생각이었다. 이미 찬미에게 아루가 친구가 없어서 사람들하고 대화를 많이 못해봤다는 식으로 얘기를 해뒀기 때문에 몇 가지 어색한 부분은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가 줄 것이다.
“무슨 일 있으면 전화로 연락할게요. 오빠.”
“응. 알았어.”
시황은 아루와 찬미를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11시쯤에 현주가 올 것이기 때문에 준비가 조금 필요했다.
일단 입고 있던 옷부터 가벼운 반팔티와 반바지로 갈아입은 뒤에 옷장을 열어서 가볍게 입을 수 있는 반바지와 팬티를 전부 케즈론의 성에 갖다 놓았다. 그리고는 그 중에서 흰색의 짧은 반바지만 찾기 쉽게 옷장 안에 넣어두었다.
준비를 완료하고 소파에 앉아 잠깐 기다리자 11시가 되기 10분 전에 벨이 울렸다.
시황이 빠르게 거실 문을 열어주자 현주가 살짝 상기된 얼굴로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특별한 날인지라 현주는 평소보다 조금 더 신경을 써서 조금 더 노출 있는 옷을 입었다.
얇은 가디건을 입어서 안보이긴 했지만 가디건의 안에는 브래지어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시스루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검은색의 이 시스루 원피스는 야해도 너무 야해서 입기까지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다. 시황이 아니었다면 절대 이런 원피스는 입지 않았을 것이다.
“아, 안녕하세요. 사장님.”
“들어오세요. 현주 씨.”
“네, 네.”
현주가 조심스럽게 시황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예전에 왔을 때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는데 지금은 어째서인지 가슴이 너무 떨려 터질 거 같았다.
“아루는 없네요?”
“네. 잠깐 놀러갔어요.”
“아…….”
시황과 단 둘이라는 생각이 들자 현주는 갑자기 호흡이 조금 거칠어지는 걸 느꼈다. 그와 동시에 말로 꺼내기 불가능할 정도로 야릇한 상상이 머릿속을 가득채웠다.
“소파에 앉으세요. 밥은 뭐로 먹을까요?”
“저, 전 아무거나 괜찮아요.”
“시켜 먹을까 생각 중인데 별로면 나가서 먹을까요?”
“아, 아니요. 괘, 괜찮아요.”
어떻게 잡은 기회인데 나가서 먹는단 말인가. 현주는 절대로 밖에 나가서 먹을 생각따윈 없었다.
“그러면 간단하게 돈가스 먹고 저녁에 맛있는 거 먹어요.”
“네.”
시황이 돈k가스 집에 전화하는 동안 현주는 가디건을 벗어서 소파위에 올려두었다. 등이 가득파인데다 브래지어가 너무나 노골적으로 보이는 민망할 정도의 원피스였다. 그나마 하의 부분은 시스루가 아니라 팬티가 비치지는 않았는데 대신에 길이가 매우 짧아 조금만 방심해도 팬티가 드러날 거 같았다.
“어? 현주 시 원피스 엄청 예쁘네요.”
주문을 다했는지 현주 옆에 앉은 시황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가, 감사합니다.”
시황의 칭찬에 현주는 볼을 붉히면서도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요즘 가게 너무 바쁘죠?”
“야, 약간 바쁘긴 한데 괜찮은 거 같아요.”
“알바 한 명 더 뽑을까요?”
“괜찮아요. 사장님. 한 명 더 뽑아도 지금 워낙 분담이 잘돼있어서 별로 효율성이 없을 거 같아요.”
“그렇군요.”
이렇게 소소한 얘기를 나누는 중에 돈가스가 배달돼 왔다. 시황은 슬슬 기회가 왔다는 걸 느꼈다. 돈가스를 먹고 싶어서 시킨 게 아니라 일부러 개인당 하나씩 우동 국물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시킨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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