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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레벨 정복!
매장 밖으로 나오자 찬미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져 있었다.
“찬미야, 왜 그래?”
“오빠,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비싼 거 같아요. 카페가 잘 되기는 한데 그래도 저금을 하고 조금 싼 차를 사는 게 좋지 않을까요?”
처음 시황이 차를 산다고 하기에 경차나 일반 국내차를 살 줄 알았다. 그런데 갑자기 해외차 매장으로 가더니 2억이니 하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집보다 비싼 차를 단번에 사버렸다. 2억이면 30평은 안 되더라도 시내 근처의 괜찮은 아파트를 살 수 있는 돈인데 이걸 차로 사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아까웠다.
“찬미야, 내가 그냥 비싼 차를 사고 싶어서 저걸 산 게 아니야. 나중에 다 할 일이 있어서 그래.”
“할일이요?”
“그래. 찬미도 알겠지만 내가 나중에 비싼 화장품을 팔아야 하잖아. 그런데 경차를 타고 다니면 사람들이 나를 신용해줄까? 유명한 브랜드가 아니라 주문제작하는 화장품인 만큼 그런 보이는 부분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산거야.”
“아…….”
찬미는 시황의 말을 단번에 이해했다. 백화점 명품 매장에 갔는데 만약 옷이나 가방을 대충 시장 바닥에 있는 것처럼 전시해두면 사람들의 반응이 어떨까? 당연히 명품 같은 품격이 느껴지지 않아 제품의 질이 어떻든 간에 그 누구도 구입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여자의 심리를 이용하는 게 중요했고 2억이나 하는 차도 그런 이유라는 걸 깨달았다.
“찬미는 나보다 똑똑하니까 무슨 말인지 이해하겠지?”
“제가 똑똑하긴요……. 알겠어요. 오빠. 그래도 다음에는 저한테 말이라도 조금 해주셨으면 좋을 거 같아요.”
“응. 알았어.”
찬미와의 문제도 잘 해결됐다. 사실 찬미를 데려온 것도 이래서였다. 다른 여자들도 너무 비싼 차를 산 것에 대해 걱정을 하기는 하겠지만 찬미만큼은 아닐 게 분명했다. 그만큼 찬미는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해줬다.
그리고 그런 관심이 귀찮다거나 나쁘다기보다는 오히려 고마웠다. 옆에서 이렇게 자신을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이전에는 못 느꼈던 행복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시황이 부른 노래가 더욱 더 화제가 되었다. 원래라면 조작 논란으로 그냥 묻히는 게 맞았겠지만 시황이 뿌린 조미료가 강해도 너무 강했던 것이다.
하지만 덕분에 다른 논란이 생겨버렸다. 그건 시황이 가수 데뷔를 위해 이슈를 만들기 위해 일부러 조작 영상을 뿌린 게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조작 영상이 생긴 때에 은비와 소진이 노래 본좌인 시황과 만났다? 그리고 그 은비와 소진이 조작 논란을 해명하기 위해 글까지 썼다? 일부러 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수준의 일이었다.
시황은 카페의 테이블에 앉아 노트북으로 외로운 밤의 유투브 조회수를 확인했다.
[조회수 : 17,721,000]
어느덧 1700만이 넘었다. 보통의 한류 아이돌도 찍기 힘든 수치인데 시황은 불과 한 달도 안돼서 찍어버린 것이다. 당연히 한국인만 봐서는 이정도 찍기 힘들고 수많은 외국인, 동남아부터 동북아, 유럽, 미국까지 수많은 나라에서 감상했기 때문에 가능한 수치였다. 외국인이 듣더라도 그만큼 압도적인 노래 실력이었던 것이다.
시황은 네일트 팬에 올린 글에 달린 댓글을 훑었다. 엄청나게 많은 노래들이 적혀 있었다. 발라드, 락 발라드 등 대부분 가창력이 좋아야 부를 수 있는 노래들이었다.
“오빠 이러다 정말 가수 되는 거 아니에요?”
시황의 왼쪽에 앉은 은지가 노트북 화면을 보면서 말했다.
“내가 어떻게 가수를 하겠어. 얼굴도 별로인데. 하하.”
“앗, 오빠 얼굴이 별로라니요. 누가 그래요? 은지가 그래요? 절대 아니에요. 오빠.”
시황의 말에 오른쪽에 앉은 지숙이 살짝 흥분해서 말했다. 아이돌이나 연예인에 비하면 조금 못 미치는 건 맞았지만 시황도 충분히 잘 생긴 얼굴이었고, 이 얼굴을 넘어서는 매력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드르륵!
그때 저번에 등록한 BMW 영업사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잠시만.”
시황이 전화를 받자 예상한대로 오늘 출고가 가능하니까 방문해달라는 말이었다. 차에 대해 그렇게 욕심은 없었는데 막상 사고 나니까 빨리 타보고 싶어 가슴이 두근두근했었다. 몇 만 원짜리 컴퓨터 부품을 주문해도 그런 느낌인데 2억 가까이 되는 차는 오죽하겠는가?
“은지야 지숙아 나 잠깐 나갔다 올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어디가세요?”
“앞에 일이 있어서. 금방 갔다 올게.”
궁금한 표정으로 묻는 은지에게 그저 웃음만 짓고는 BMW 매장으로 갔다.
매장의 앞 주차장에는 척 보기에도 비싼 티가 넘쳐나는 검은색의 차 한 대가 주차되어 있었다. 차에 대한 조예가 아직 부족해 엉덩이 부분에 M6이라고 적힌 걸 확인하고야 이게 자신의 차라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시황이 매장에 들어가자 저번에 만났던 영업사원이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맞이해주었다. 그리고 BMW의 마크가 달린 열쇠를 넘겨주면서 차에 대해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고는 M6에 같이 타서 확실하게 조작법을 가르쳐주었다. 운전면허를 딴 이후로 처음 운전을 해보는 거라 기능들을 확실히 숙지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시황은 집중을 해서 들었다.
“이정도면 충분할 거 같습니다. 즐거운 주행되세요.”
“네. 수고하세요.”
시황이 확실히 사용법을 익히자 영업사원은 인사를 하고 차에서 내렸다.
“후우…….”
이제 이 차로 운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떨렸다. 시황은 가볍게 호흡을 하면서 차를 둘러봤다.
330km까지 적혀져 있는 계기판부터 손에 감기는 휠, 고급스런 실내 디자인 등 가만히 앉아만 있는데도 가슴에서 뿌듯함이 생겨났다. 영업사원이 V8기통 트윈파워 터보엔진이니 뭐니 설명을 해줬지만 그렇게 자세한 건 모르겠고 그냥 이 고급스러움 자체가 마음에 들었다.
시동을 켜자 아름다운 엔진음이 들린다.
시황은 조심스럽게 운전해 카페로 차를 몰고 갔다. 운전면허를 딴 이후로 연습도 안하고 이런 비싼 차를 몬다는 생각에 조금 떨리기는 했지만 생각 외로 금방 적응해서 별 무리 없이 카페 앞까지 갈 수 있었다.
카페 앞에 차를 조심스럽게 세웠다. 간소화된 운전면허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주차에서 큰 어려움을 겪는데, 시황은 생각하는 대로 몸이 즉각 즉각 따라줘 별 무리 없이 주차할 수 있었다.
지능이 향상돼서 그런 건지, 운동능력이 향상돼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대로 몸이 너무 잘 움직여줬다.
시황의 차가 카페 앞에 멈추자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슬쩍 슬쩍 쳐다봤다. 이런 지방에서 보기 쉽지 않은 비싼 차였기 때문이다.
차에서 내린 시황이 카페로 들어가자 은지와 지숙이 커피를 마시면서 얘기를 하고 있었다.
“너 집에 안 내려가?”
“나중에 갈 건데. 너는?”
“나도 나중에 가려구.”
주변에서 보면 그냥 평범한 대화 같겠지만 나름 깊은 의미를 가지고 은지와 지숙이 신경전을 하는 중이었다. 그러니까 누군가 집에 내려가면 시황을 불러 단 둘이서 놀 생각이었다. 둘 다 같은 마음이다 보니 서로 먼저 내려가기만을 기다릴 뿐 절대 먼저 내려갈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차라리 같이 내려가고 말지.
“은지야, 지숙아. 뭐해?”
“그냥 얘기하고 있었어요.”
“그래? 오빠 차 샀는데 볼래?”
“차요?”
“갑자기 무슨 차가…….”
시황의 뜬금없는 말에 은지와 지숙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가자. 현주야, 너도 보려면 와.”
“아, 네.”
시황은 현주와 은지, 지숙을 데리고 카페 앞으로 나갔다.
“이, 이거 진짜 오빠 차에요?”
“와 BMW다. 이거 비싼 차 아니에요. 오빠?”
여자들이다 보니 브랜드만 대충 알뿐 이게 얼마짜리고 성능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뭐, 시황도 마찬가지였지만.
“응. 며칠 전에 샀어. 괜찮아?”
“네. 너무 예뻐요. 오빠 우리 이거 타고 드라이브해요.”
“야! 내가 먼저 탈거야!”
은지의 말에 지숙은 짜증을 냈고 현주는 그런 은지와 지숙을 쳐다만 볼 뿐이었다.
“왜? 왜 네가 먼저 타는데? 오빠는 너보다 나랑 먼저 타고 싶을 걸?”
“흥, 네가 세, 아, 아니. 하여튼 요즘 좀 기고만장해 있는데 조만간이야. 내가 콧대를 눌러 줄테니까. 기다리고 있으라고.”
“풉.”
“웃어?”
기세등등한 지숙의 말에 은지가 가볍게 비웃었다. 전에 겨뤘던 여성 상위 체위에서 자신에게 완벽하게 져놓고도 아직 수준차이를 깨닫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셋이서 가위바위보 해봐. 이기는 사람한테 먼저 태워줄게.”
“현주 씨도요?”
“응. 현주도.”
시황의 말에 은지와 지숙이 현주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현주를 쳐다봤다. 매일 같이 일하는 시황과 친해지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여자의 감으로 느끼기에는 뭔가 그 이상이 분명히 있었다. 아무런 증거도 없었지만 본능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괘, 괜찮아요. 오빠…….”
좋아하는 시황과 같이 드라이브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기는 했지만 은지와 지숙의 시선이 너무 부담스러워 현주는 얼굴을 붉히며 시황에게 말했다.
“내가 안 괜찮아. 현주도 드라이브 해봐야지. 빨리. 좀 있으면 손님 몰려서 드라이브도 못하겠다.”
“칫, 알겠어요. 빨리해요. 현주 씨도요.”
지숙이 말하면서 슬쩍 은지에게 눈치를 주었다. 둘 중에 한 명이 먼저 타더라도 적어도 현주가 먼저 타지는 못하게 하자는 그런 눈빛이었다.
“가위바위보!”
은지 묵, 지숙 묵, 현주 빠.
서로 눈치를 줘놓고도 같은 걸 내서 현주가 이겨버렸다. 은지와 지숙이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현주가 제일 먼저네. 그럼 두 번째는 누가 탈지 정해. 현주 먼저 잠깐 태워주고 올게.”
시황이 현주와 같이 차를 타고 시동을 걸었다.
“바보야. 거기서 왜 묵을 내.”
“내가 너보고 찌 내라고 했잖아. 아, 답답하게 진짜.”
은지와 지숙은 서로 잘잘못을 가리며 싸우는 사이에 BMW M6는 부드럽게 움직여 좁은 길을 빠져나갔다.
“어때 현주야?”
“조, 좋아요. 오빠.”
“현주가 좋다니 나도 좋네.”
시황은 웃으면서 차를 운전했다. 다른 사람과 다르게 처음임에도 너무나 능숙하게 운전을 해지만 아직까지는 운전 초보인지라 조심해서 운전을 해야 했다.
현주는 진지한 표정으로 운전하는 시황을 쳐다봤다. 이런 비싼 차에 자신을 태워줬다는 것보다 은지와 지숙이 있는데도 자신에게도 신경을 써줬다는 게 더 감동적이었다. 혹시 시황이 자신을 좋아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자 순식간에 얼굴이 홍무처럼 변해버렸다.
드라이브라고 해서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경치가 아름다운 해안가를 달리는 건 아니었고 약간 느릿한 속도로 시내를 한 바퀴 돌았지만 나름 분위기가 괜찮았다.
고급스러운 외제차에 현주처럼 예쁘고 매력적인 여자를 태우는 건 남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로망 중에 하나니까.
간단한 드라이브를 마치고 카페로 돌아온 시황은 은지와 지숙도 태워주었다. 처음 운전을 할 때는 약간 어색하고 떨리더니 몇 번 연습을 하고나니 마치 오래 운전을 한 것처럼 점점 능숙해지고 익숙해졌다. 공부만이 아니라 이런 육체적 학습 능력도 상당히 빨라진 듯했다.
은지와 지숙, 현주에게 드라이브를 다 해주고 카페에 돌아온 시황은 테이블에 앉아 타블렛을 확인했다.
[1억 원 이상의 차를 구입하세요.][완료][경험치 1000]
차를 사고 1000의 경험치를 얻어서 이제 남은 경험치 량이 4000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유투브 조회수가 5000만 정도 된다면 4레벨을 찍고도 남을 듯 했다.
이제 삼일 뒤에 자신이 부른 노래가 얼마나 흥하느냐만 남았다. 5000만이라는 조회수를 위해서는 외국 네티즌들의 힘이 필요했고, 그래서 시황은 다음 노래로 팝송을 부를 생각이었다.
방송까지 이제 3일. 슬슬 마무리를 할 때이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창궁무한님의 의견을 받아들여 히로인 인기투표 시작했습니다
누가 1위를 하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