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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140화 (14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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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 목소리였다.

“하아…….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찬미는 옷을 제대로 입었는지 빠르게 체크했다. 다행스럽게 옷은 제대로 다 입고 있었다.

당연하다는 듯 유미가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유미야, 안녕.”

시황이 찬미의 침대에서 일어나며 반갑게 인사를 했다.

“오빠!”

유미가 얼굴 가득 기쁜 표정을 짓더니 침대위에 있는 시황을 끌어안았다. 요즘 시황이 바빠서 며칠 못 봤더니 이렇게 만난 것만으로도 너무 기뻤던 것이다.

“유미야, 너 오늘 늦게 온다고 하지 않았어?”

“친구가 오늘은 밥 먹으러 간다고 해서 일찍 헤어졌어.”

“그래?”

“응.”

유미는 찬미를 쳐다보지도 않고 시황의 머리며 얼굴이며 쓰다듬어줬다. 이렇게 만지고 쓰다듬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

“어? 이거 뭐야? 언니?”

시황에게 자신의 애정을 표현하던 유미는 시황을 자신의 무릎에 눕히려다가 침대의 한쪽에 있는 낯선 옷을 발견하고 말했다.

“그, 그게…….”

찬미는 잔뜩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유미는 그런 찬미를 의아해하며 쳐다보다가 옷을 집어 들었다. 그런데 검은색의 추리닝만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사이에서 남자가 입는 사각팬티가 툭하고 떨어진다.

“어? 팬티? 설마…….”

유미의 눈이 가늘어진다.

“그, 그게…….”

찬미는 제대로 대답도 못하고 얼굴만 붉혔다. 도저히 뭐라고 변명해야할지 생각이 나지가 않았다. 옷도 그렇지만 그 사이에서 나온 팬티는 시황과 자신이 단 둘이만 있을 때 음란한 행위를 했다고 유추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를 가진 증거였다.

“나 없을 때 오빠랑 뭐한 거야!”

유미는 시황이 아니라 찬미에게 소리를 쳤다. 눈에는 이미 찬미를 의심하는 기색이 가득했다. 시황 말고는 남자를 혐오하는 찬미의 방에서 남자의 옷과 팬티가 나왔다? 그러면 당연히 그게 시황의 옷과 팬티라는 말이었다. 자연스럽게 둘이서 무슨 짓을 했는지 상상이 되자 유미는 얼굴을 붉어졌다. 생각만 해도 민망했기 때문이다.

“아, 아무것도 안 했어.”

방금 욕실에서 한 행동이 있어서인지 찬미는 유미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눈을 피했다.

“아씨, 그러면 이 팬티는 뭐야? 이게 여기에 왜 있는데.”

유미가 소리쳤지만 찬미는 뭐라고 변명을 할 수가 없었다.

“그거 찬미가 빨아준다고 해서 내가 갖다 놓은 거야.”

찬미가 너무 곤란해 하자 시황이 끼어들어서 유미에게 말했다.

“네? 오빠가요?”

“응. 아까 땀을 많이 흘려서 집에 가서 씻으려다가, 찬미가 집에 아무도 없다고 해서 여기서 씻었거든.”

“여, 여기 서요? 왜, 왜요?”

여기서 씻었다는 시황의 말에 유미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찬미도 도대체 어쩌려고 저렇게 다 말하는지 걱정스러움이 가득한 눈으로 시황을 쳐다봤다.

“집까지 갔다가 찬미 데리고 오려면 늦을 거 같아서 그랬어. 사실 내가 어제 괜찮은 자전거를 하나 구해서 오늘 찬미를 태워주기로 했거든.”

“정말요?”

“응.”

“그냥 샤워만 했다는 거죠?”

“응.”

자신의 눈을 보면서 말하는 시황의 진실 되고 순진한 표정에 유미는 일단 시황의 말을 믿어주기로 했다. 찬미의 방에서 나온 시황의 팬티라는 결정적인 증거를 포착하기는 했는데, 이런 식으로 나름 논리에 맞게 설명을 하니까 또 긴가민가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벽하게 의심이 사라진 건 아니었기 때문에 유미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찬미를 쳐다봤다. 그러자 찬미가 눈을 슬쩍 피한다. 분명 모든 정황이 너무나 의심스러운데 확실한 증거가 없으니 뭐라 추궁을 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자전거요? 언니만요? 저는요?”

팬티 건이 넘어가자 자전거가 문제였다. 찬미를 태워준다는 시황의 말에 유미가 약간 질투 섞인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자전거는 자신이 먼저 타야하는데 자신에게 말도 하지 않고 찬미를 먼저 태워준다는 시황의 말이 약간 속상했던 것이다.

어떻게 팬티 문제가 해결되고 화제가 단번에 자전거로 변하자 찬미는 약간 안도했다. 계속 팬티가지고 물고 늘어졌으면 큰일 날 뻔 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유미도 태워줘야지. 그러면 오빠가 월요일에 유미 학교 마칠 때쯤에 데리러 갈까?”

“정말요?”

시황이 말에 유미의 표정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응. 만난 김에 우리 유미 밥도 사주고 오빠가 선물도 줄게.”

유미의 의심을 피하기 위한 당근책이었다. 시황도 아직까진 유미에게 찬미와의 관계를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건 수능을 끝내고 유미가 20살이 될 때를 위해 준비해둔 이벤트니까.

“우와, 정말요? 오빠 진짜 최고에요.”

“차로 데리러 갈까? 자전거로 데리러 갈까? 유미 원하는 걸로 해줄게.”

“아! 맞다. 오빠 엄청 비싼 차 샀다고 했죠? 저 차 타고 싶어요.”

유미는 월요일에 시황과 드라이브할 생각에 급격히 기분이 좋아져서 얼굴 가득 웃음이 피어났다.

“알았어. 월요일에 데리러 갈게.”

시황은 씩 웃으며 말했다.

일이 잘 풀리자 찬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동시에 자신의 신세가 처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유미에게 시황과 자신의 사이를 숨겨야 하는 현실이 너무 애처로웠던 것이다. 이러다 정말 나중에는 유미와 시황이 사귀게 되고 자신은 그런 유미의 눈을 피해 몰래 시황과 만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물론 유미를 위해 시황을 놓아주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겠지만 이제는 시황 없이 산다는 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이미 시황은 자신의 마음에서 너무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으니까.

“아, 그리고 오빠, 이거 제가 빨아서 드릴게요. 언니 괜찮지?”

“그, 그래. 그렇게 해.”

유미의 말에 찬미가 어쩔 수 없이 허락했다. 자신이 빨아주고 싶었는데……. 티는 안 냈지만 속으로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유미에게 사실대로 고백하고 같이 시황하고 사귀면 어떠냐고 말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어머, 벌써 6시 20분이 넘었어요. 오빠. 빨리 가요.”

벽에 걸린 시계를 본 찬미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조금만 더 지체했다가는 정말 교대 시간에 늦을지도 모른다. 아니, 지금 뛰어가도 제 시간에 도착하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거기다 미리 10분 전쯤에 도착해서 인수인계를 받고 교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이 늦는 만큼 현주의 퇴근 시간이 늦어지게 된다.

“응. 알았어. 이제 가자. 유미야, 오빠 갈게. 월요일에 보자.”

“네. 오빠!”

현관까지 배웅해주는 유미를 뒤로하고 찬미와 함께 집을 나왔다.

“이거야. 예쁘지?”

시황은 골목길에 세워져 있는 케즈론의 자전거를 찬미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보통의 자전거와 다르게 짙은 황금빛을 내는 고급스러운 재질과 미려한 디자인은 자전거를 일반 공산품이 아닌 예술품의 경지로 올려놓고 있었다. 이 아름다운 자전거의 몸에 찬미는 넋을 놓고 쳐다보게 될 정도였다.

“어머, 예뻐라. 그런데 오빠, 이거 비싼 거 아니에요?”

자전거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던 찬미는 바로 가격에 대한 걱정이 생겨났다. 얼마 전에 시황이 자동차를 엄청나게 비싸게 주고 샀기 때문에 돈에 약간 민감해져 있었다.

“아는 사람한테 받은 거야.”

“아, 그래요?”

공짜로 받았다고 하자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가자. 뒤에 타.”

“네.”

시황이 자전거에 타며 말했고 찬미는 뒷좌석에 올라타 시황의 허리를 부여잡았다. 방금 샤워를 해서인지 살에서 은은한 바디 클렌저 향기가 감미롭게 풍겨난다. 살냄새가 달콤하다.

“출발한다.”

천천히 자전거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속도가 붙을수록 주변의 풍경이 빠르게 스쳐지나간다. 찬미는 항상 보던 풍경이지만 이렇게 시황과 같이 자전거를 같이 타고나서 바라보니 이전에 몰랐던 아름다움에 눈이 부실정도였다. 방금 전 유미의 일로 무거웠던 마음이 약간이나마 가벼워진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은 시황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찬미는 시황을 놓아주기 싫다는 듯 허리를 더 꽉 끌어안았다.

카페를 마치고 집으로 온 시황은 샤워를 하고 아루와 함께 케즈론의 성에 있는 연공실로 갔다. 공청석유를 마시고 마기를 늘리기 위해서였다.

한 번에 다 마실 생각은 없었고 대략 1ml씩 마시면서 기간을 두고 천천히 내공을 증가시킬 계획이었다. 물론 생각같아서야 공청석유 8ml와 소환단 3개를 혼합해서 한번에 꿀꺽 먹고 단숨에 78년 치에 해당하는 내공을 얻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가 않았다.

지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마기가 대략 12년 정도였는데 여기에 갑자기 78년 치의 내공이 들어온다고 다 흡수를 할 수 있겠냐 하면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전에 소환단 하나 먹고 거의 죽을 뻔 했던 경험을 한 마당에 그런 모험을 할 생각 따위는 전혀 없었다.

천천히 한다고 누가 잡아가는 것도 아닌데 조급한 마음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콘즈야, 네가 도움을 줄 수는 없다고 했지?”

아루와 함께 연공실에 온 시황이 콘즈에게 물었다.

“네. 시황 님께서 다치거나 목숨의 위기가 오셔도 제가 직접적으로 간섭을 할 수는 없어요.”

그랬다. 이때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콘즈는 자신에게 그 어떤 직접적인 간섭을 할 수가 없었다. 아이템을 준다든지, 사용법을 알려주는 등의 접근은 가능했지만 콘즈에게 완전 회복 물약을 맡기고 자신이 위험할 때 써달라는 등의 행위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신체 변형을 할 때 엄청나게 고통스러워해도 콘즈가 옆에서 힘내라고 응원을 하는 게 다였던 것이다. 다만, 아루를 불러온다든가, 지금이 상당히 위험한 순간이라는 등의 조언은 가능했기 때문에 아루와 함께 연공실로 온 것이다.

“그러면 혹시라도 내가 위험해지면 아루에게 말해줘. 알겠지?”

“네. 알겠습니다.”

시황의 말에 콘즈가 대답했다.

“아루야, 이 물약 가지고 있다가 콘즈가 먹이라고 하면 내 입으로 먹여주면 돼 알겠지?”

“네. 오빠. 걱정 마세요.”

시황은 아공간에서 완전 회복 물약 하나를 꺼내서 아루에게 건네주었다. 완전 회복 물약은 일반적인 유리병이 아닌 신비한 빛을 뿜어내는 아름다운 보석에 담겨 있었다. 물약을 담아두기 위한 병이라고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고급스러움이 넘쳐났다.

[완전 회복 물약. 태초의 나무에서 열리는 열매로 만든 물약. 심장이 터지고 모든 장기가 파열되더라도 24시간 안에만 마시면 완벽하게 회복 되는 기적을 일으킨다. 단, 이 물약은 마셔야만 생명을 얻기 때문에 목이 잘리거나 파괴되면 물약을 뿌려 완벽하게 복구한 상태에서 물약을 마셔야 한다. 잘린 목에 그냥 물약을 마시게 하면 아무런 효과 없으니 주의하도록 하자.]

다시 한번 아루에게 당부를 한 시황은 복잡한 회로도가 그려진 검은색의 평평한 돌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전에 한번 큰 고역을 겪어서인지 벌서부터 가슴이 터질 듯이 뛰기 시작했다. 아공간에서 공청석유가 담긴 병을 꺼냈다. 긴장감이 극도로 상승해서 이마에서 식음 땀이 흐른다. 공청석유가 일반 유리병과 다르게 처음 보는 고급스러운 재질의 병에 들어있었지만 그런 걸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침을 한번 꿀꺽 삼킨 시황은 병을 따고 공청석유를 입에 댔다. 지금 마실 양은 대략 1ml정도이다. 물방울로 치자면 대략 20방울 정도. 이것만 마셔도 6년이라는 어마어마한 내공을 얻게 된다.

자신의 목숨과 달려 있는 일이니 시황은 극도로 주의하면서 공청석유 1ml를 마셨다. 그런데 막상 먹고 나니 1ml를 마신 게 맞는지 느낌이 전혀 없었다. 혹시 입만 대고 정작 마시지는 않은 건가 싶어 아주 살짝 조금 더 마셨음에도 여전히 영 긴가민가했다. 분명 안에 들어 있는 공청석유를 마시면 입안에 물기가 감돈다든가, 청아하든가, 시원하든가 하는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었던 것이다.

시황은 입에 댄 공청석유의 병을 조금 더 높이 들었다.

“시황님, 공청석유는 몸에 단번에 흡수가 되기 때문에 마셨다는 느낌이 별로 없을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주의해서 드셔야 해요!”

“뭐?”

시황은 콘즈의 말에 깜짝 놀라 공청석유가 담긴 조그만 병을 입에서 바로 뗐다. 뭔가 불길한 느낌에 심장이 폭발적으로 뛰기 시작한다.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은 시황이 병 안을 들여다봤다. 없었다. 아까와 다르게 공청석유가 한 방울도 남아 있지 않았다.

시황의 얼굴이 단번에 파랗게 변해버렸다.

============================ 작품 후기 ============================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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