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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해서요. 여기 있는 아루는 물론이고 그 찬미라는 여자와 유미라는 여자가 시황 오빠를 많이 좋아하는 거 같던데 그렇다고 세명 다 결혼을 할 수는 없잖아요? 일부일처제를 해야 한다는 법이라는 규칙 때문에 말이에요.”
“그거야 그렇지.”
정곡을 찌르는 수란의 말에 시황이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그런데 자신이 가져다 준 책만 읽고 이렇게 빨리 전반적인 상황을 파악할 줄은 몰랐다. 확실히 톨레이만이 수란을 붙여준 이유가 느껴진다.
“그러면 그렇게 서로를 좋아하면서 결혼을 못한 채로 계속 지낸다는 건가요? 선뜻 이해가 가질 않네요.”
“나도 결혼을 하고야 싶지만 한국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니까 어쩔 수 없지.”
“그렇다면 결혼을 안 하시고 그렇게 서로 좋아하는 감정만 가진 채로 지내실 건가요?”
수란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시황에게 물었다. 시황이 가져다 준 책을 통해서 이 세계에 대해 전반적인 것들을 파악했다. 그 중에서 법이라는 건 로 하임 왕국에서 왕이 지정한 규율처럼 어기면 벌을 받게 되는 국민들의 규칙이었다.
그러한 법에서 일부일처제를 지정해 놓고 있었다. 그렇다는 말은 시황과 여자들이 서로를 그토록 좋아하면서도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건데……. 수란의 사고방식으로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다.
“일부다처제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가 몇 있으니까, 정 안 되면 그쪽 나라의 국적을 얻어서 결혼을 하면 되지.”
시황은 크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물론 말처럼 간단한 일은 절대 아니었지만 어찌됐든 현재로서는 이게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었다. 다만 시황이 아직 거기까지 생각할 단계도 아니었고 그런 일이 가능한지도 의문이었지만 구지 방법을 찾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다수의 여자들과 결혼하고 싶다고 대한민국 법을 바꾼다는 건 현재 시황이 가진 능력으로 불가능 했고, 만약 그런 능력이 있다고 해도 사회가 혼란스러워질 수 있으니 그런 법을 만들 생각도 없었다.
“아하, 모든 세계의 나라의 법이 같지는 않군요.”
수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예 답이 없는 문제는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시황이 곤란해 하는 표정을 보고 싶었는데 너무 쉽게 대답을 하자 수란은 약간 김이 빠진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 슬슬 자자.”
어느덧 1시가 넘었다. 옛날 대학생 때야 새벽 4시, 5시까지 놀다가 잤지만, 새벽에 일어나 규칙적으로 내공을 모으고 아침에 카페에 나가봐야 하는 지금은 그런 방탕한 생활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따윈 하나도 없지만.
“저, 전 여기서 잘게요.”
“소파에서? 불편할 텐데?”
시황의 말에 아침의 일이 기억난 수란은 당황해 하며 소파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시황은 약간 걱정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안 돼. 수란아. 잠은 침대에서 자는 거야.”
소파에서 잔다는 수란의 말에 아루가 나무라는 투로 수란에게 말했다. 침대에서 시황을 꼭 껴안고 자면 얼마나 기분 좋고 행복한데, 수란은 그걸 잘 모르는 거 같았다.
“괜찮아요. 정말.”
“음……. 아무리 그래도 톨레이만 님께 부탁받았는데 소파에 자게 하기는 조금 그런데……. 미안한데 오늘만 그 좁은 침대에서 자자. 내일은 내가 좀 더 큰 침대를 가져 오든가 할 테니까.”
“하아……. 그러죠.”
시황의 설득에 수란은 어쩔 수 없이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제 새벽에 시황이 자신의 가슴을 만진 일이라든가, 실수로 음부로 보여준 일이 있기는 했지만 어쨌든 강제로 한 행동이 아니라 그저 실수였을 뿐이니가. 오히려 자신의 성기를 적나라하게 봐놓고도 아무런 표정을 짓지도 않던 게 더 기분이 나빴다.
“자, 옷 갈아입어. 난 씻고 잘 준비 해야겠다.”
“아, 네. 그런데 여기선 속옷 같은 건 안 입나요?”
시황이 옷장에스 슬립을 건네주자 받아든 수란이 말했다. 로 하임 제국에서도 잘 때를 제외하면 평상시에 속옷을 입었고 아까 분명 아루가 속옷을 입고 있는 걸 확인했기 때문에 속옷을 달라고 살짝 우회해서 말한 것이다.
“응? 속옷? 그거 보통 나갈 때만 입지. 집에서는 잘 안 입어.”
“그, 그런가요?”
시황이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데 사실을 말하는 건지 거짓말을 하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응. 그렇긴 한데 속옷 필요하면 줄게. 잘 때 입으면 많이 불편하기는 하지만 자신의 생활 방식이 있는 거니까.”
시황은 선심 쓰듯 수란에게 말했다.
“그, 그럼 속옷 주세요. 전 입고 자는 게 편해서요.”
“알았어. 잠시만.”
시황은 옷장에서 평범한 흰색의 속옷을 꺼내서 수란에게 건네주었다. 그제야 수란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시황의 말과 같이 자신도 원래는 잘 때 속옷을 입고 자지 않았다. 그래서 적응이 되지 않아 좀 불편하기는 하겠지만 아침에 일어났을 때 당혹스러운 것보다는 나았다.
“그러면 나는 씻고 잘게. 아루랑 수란이는 옷 갈아 입고 먼저 가서 자고 있어.”
“네. 오빠.”
시황의 말에 아루는 옷과 속옷을 벗고 빨래통을 집에 넣은 뒤에 어제 시황이 준 캐미솔을 입었다. 너무 당연하다는 듯 속옷을 전혀 안 입는 아루의 모습에 수란은 속옷에 대한 시황의 말이 사실이라는 걸 느꼈지만 어쨌든 부끄러우니까 속옷을 입고 자기로 했다.
수란은 옷을 갈아입으려고 했는데 시황이 있어서 씻으러 가면 갈아입으려고 했다. 그런데 시황이 어제처럼 당연하다는 듯 자신이 보고 있는데도 옷과 속옷을 거리낌 없이 전부 다 벗었다. 단번에 우람한 성기가 드러나자 수란은 당황해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시황은 수란을 전혀 신경조차 쓰지 않고 샤워실로 들어갔다.
그런 시황의 모습을 본 수란은 너무 혼란스러웠다. 오늘 낮에 본 찬미와 유미라는 여자도 가슴과 성기가 보이지 않게 옷을 단정하게 입고 있었다. 그 말은 이 세계도 성기를 보이면 부끄럽기 때문에 가렸다는 건데 어째서 시황은 너무나 당당하게, 그것도 자신이 보고 있음에도 성기를 적나라하게 보이는 건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뭔가 자신이 큰 오류를 범하고 있는 걸까?
“수란아 옷 안 갈아입어? 나 잠 와.”
아루가 하품을 하면서 말했다. 짧은 캐미솔을 걸치고 팬티를 입지 않아, 가만히 서서 하품을 하는데도 아루의 꼬불꼬불한 음모가 그대로 보였다.
저 아루도 시황처럼 가슴과 성기를 보이는데 전혀 주저함이 없다는 점이 자신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단 둘만 있을 때야 저렇게 스스럼없이 벌거벗는 거야 이해하지만 이방인인 자신이 있는데도 둘 다 저렇게 당당한 거 보면 그러한 행동 양식이 이 세계에 존재 한다는 말이거나 시황과 아루가 독특한 사고방식을 가졌거나, 둘 중 하나였다.
“그, 그래.”
잠시 욕실을 쳐다 본 수란은 시황이 안 본다는 걸 확인하고 티와 바지를 벗었다. 그러자 C컵의 풍만하면서도 매력적인 가슴과 금발의 음모를 가진 음부가 드러난다. 시황이 나올까 싶어 수란은 재빠르게 팬티와 슬립을 입었다. 그제야 약간 안도가 된다.
“이제 가자. 수란아.”
아루의 말에 수란은 함께 2층으로 올라가서 침대에 누웠다.
“아루야, 가운데 누울래?”
“거긴 오빠 자리야.”
수란이 오른쪽 끝에 눕자 아루가 당연하다는 듯 왼쪽 끝에 누웠다. 괜히 또 가운데 시황이 누우면 불상사가 생길까봐 아루에게 말한 건데 단호하게 대답한다.
“그, 그래?”
“응. 이제 자자. 나 졸려.”
너무 단호한 아루의 말에 수란은 더 이상 가운데 누우라고 권하지 못한 채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냥 잠을 청하기 위해 눈을 감았는데 어제 제대로 못자서인지 눈을 감자마자 빨려 들어가듯 곯아떨어져버렸다.
“아흥……. 오빠…….”
“헉헉…….”
익숙한 신음소리에 수란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눈을 뜨자 어느새 날이 밝았는지 방 안이 환해져 있었다. 옆에서 신음소리가 들리고 침대가 삐걱거렸지만 수란은 이제 막 깨서인지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옆을 직접 쳐다봤다.
자신의 옆에는 발가벗은 시황이 발가벗은 아루의 위에 올라타 끊임없이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마치 몽둥이 같이 커다란 시황의 성기가 아루의 질 속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데 아루는 기분 좋은지 연신 쾌감에 가득한 신음을 흘려댔다.
너무나 외설적인 장면에 화들짝 놀라 눈이 동그래진 수란은 재빨리 뒤돌아 누웠다. 혹시 자신이 일어난 게 들켰을까봐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어제 아침에도 성행위를 하더니 오늘 아침에도 여지없이 성행위를 한다. 이럴 줄 알고 소파에서 잔다고 한 건데…….
“하윽……. 오빠……. 너무 좋아요…….”
“안 아파?”
“아응……. 저……. 전혀 안 아파요……. 기분만 너무 좋은 걸요…….”
아루는 정말 기분이 좋은지 쾌감에 찬 신음을 흘리면서 시황과 얘기를 했다.
그 음란한 대화와 신음, 그리고 조금씩 흔들거리는 침대의 진동을 느끼며 수란은 방금 전에 본 성행위 장면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저렇게 커다란 몽둥이 같은 성기가 조그만 자신의 구멍으로 들어오는 게 그렇게 기분이 좋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났다.
그렇다고 시황과 섹스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들었고 그저 순수한 호기심일 뿐이었다.
“싼다.”
“오빠…….”
한참을 허리를 흔들던 시황이 마지막 절정감이 왔는지 싼다 라는 말을 했다. 성행위를 해본 적도 없고 본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수란은 시황이 정액을 배출하기 위해 그러한 말을 했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아…….”
“아흑…….”
흔들리던 침대가 멈추고 거칠고 낮은 신음 소리만 나더니 이내 쪽쪽거리는 소리가 이어서 들렸다. 그 장면을 보지 않고 눈을 감고 있었지만 수란의 머릿속에는 지금 어떤 행위를 하고 있는지 생생하게 그려졌다. 그런데 자신은 전혀 흥분했다고 생각하지 않았음에도 시황과 아루의 성행위 소리만 듣고도 애액이 조금 흘러 팬티가 살짝 젖어버렸다. 이게 인류를 번식케 만든 인간의 본능인가 싶다.
쪽쪽거리는 소리부터 쩝쩝거리는 소리, 그리고 서로 사랑을 속삭이는 소리까지 한참동안 듣고 나서야 성행위가 마무리 됐는지 시황이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룰루…….”
시황이 내려간 걸 실눈으로 확인한 수란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눈을 떴다. 침대에는 아루가 기분이 좋은지 알몸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침대를 정리하고 있었다.
“아, 수란아. 일어났어?”
그런데 묘하게 아루의 얼굴에 생기가 넘쳐흐른다. 자고 일어났음에도 얼굴에 전혀 푸석함 없이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게 신기하기까지 하다.
“안 힘들어?”
“응? 뭐가?”
“아, 아니야.”
너무나 활기 넘치는 아루의 표정에 궁금증이 생겨 자기도 모르게 물어봤는데 다행스럽게 아루는 뭘 말하는지 눈치를 못 챈 거 같았다. 이틀같이 지내면서 느꼈지만 아루는 말도 안 되게 착하고 순수했는데 그만큼 눈치가 매우 느렸다. 아니, 눈치라는 게 있나 싶을 정도였다. 뭐, 그런 점이 아루의 매력이지만.
“수란아 일어났어?”
“아, 네.”
언제 왔는지 시황이 올라와서 말을 걸자 수란이 본능적으로 시황을 쳐다보며 대답했다. 그리고 거기에는 시황이 당연하다는 듯 알몸으로 서서는 수건으로 머리를 닦고 있었다. 방금 내려간 게 씻으러 간 거 인듯 했다.
“하아…….”
그저 한숨만 나온다. 아니,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시황은 전혀 부끄러워 하지 않는데 자신이 부끄러워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거기다 겨우 남자의 성기 따위나 보고 부끄러워할 이유가 뭐가 있는가? 어차피 신체에 달린 부위 중 하나일 뿐인데.
“왜? 무슨 걱정 있어?”
“아니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밥이나 먹죠. 배고픈데.”
수란은 시황이 다가오자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이전처럼 성기를 보지 않기 위해 고개를 돌리지도 않았다. 그저 평소의 시황을 대하듯 자연스럽게 행동하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자꾸 시선이 시황의 성기 쪽으로 향하려고 했다.
“그러자. 아루야 밥 먹으러 가자.”
“네!”
1층으로 내려간 시황은 옷장에서 옷을 꺼내 입었다. 그러자 아루도 따라서 편한 티와 바지를 입는다. 혹시나 싶어 수란은 아루를 쳐다봤는데 시황의 말대로 전혀 속옷을 안 입고 티와 바지만 입었다.
아무래도 어제 시황이 말한 게 사실인 거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당연하다는 듯이 행동하기는 힘드니까. 수란은 이 세계의 행동 양식을 이해하기로 노력했다. 로 하임 제국과 다르게 엄청나게 진보한 곳임에도 성적으로는 더 개방적이라니, 참으로 신기하다.
옷을 다 입은 아루가 거실에 식판을 펼치고 케즈론의 성으로 향하는 문으로 들어가서 음식들을 가져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침에 먹기 버거울 정도로 많은 음식이 식탁 위에 가득 올려졌다.
“잘먹겠습니다.”
시황, 수란과 함께 식탁에 앉은 아루가 귀엽게 외치고는 먼저 음식을 먹었다. 아루의 입에서 연신 맛있다 라는 귀여운 중얼거림이 흘러나온다.
“수란이도 얼른 먹어.”
“네.”
수란이는 식탁에 차려진 음식을 집어 먹었다. 항상 고급스러운 음식만 먹은 자신이 먹기에도 상당히 맛있다는 생각이 든다.
“수란아, 내가 그림을 그릴 생각이거든.”
밥을 먹던 중에 시황이 말을 꺼냈다.
“그림이요?”
“응. 그런데 네가 생각하는 그런 풍경화 같은 건 아니고 만화라고 우리 세계에 특화된 그림 같은 걸 그릴거야.”
“만화요? 처음 들어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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