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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빨리 눕기나 해요. 저 내일 아침에 녹화 있어서 빨리 자야 돼요. 벌써 3시가 넘었어요.”
시황이 재촉하자 은비가 주춤거리면서 시황의 옆에 누웠다. 푹신한 침대의 느낌과 부드러운 이불의 느낌은 고급 호텔인 만큼 상당히 좋았지만 은비는 그런 것도 제대로 느끼지 못할 정도로 긴장하고 있었다.
“침대 편하죠?”
시황이 은비를 향해 누워서는 말을 걸었다. 침대가 제법 크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 침대에 누워있다는 사실이 변하는 건 아니었다. 방금 샤워를 해서인지 향긋한 바디 클렌저와 샴푸 향기가 풍긴다.
“모, 몰라요.”
“긴장 안 해도 괜찮아요.”
시황은 자연스럽게 은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까 해놓은 스킨십이 있어서인지 머리를 만져도 크게 거부하지는 않았지만 시황이 바로 자신을 만져서인지 약간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뭐, 뭐하시는 거에요.”
“긴장하시는 거 같아서요.”
“긴장 하나도 안 했거든요! 흥.”
시황은 까칠한 은비의 말에 피식 웃었다. 처음 봤을 때는 그저 가식적이고 성격이 나쁘다고만 생각했는데 의외로 하는 행동이 상당히 귀엽다.
“은비 씨, 가만 보니까 엄청 귀엽네요.”
“뭐, 뭐에요. 그런 말 해봐야 소용없어요.”
귀엽다, 예쁘다는 매일 듣는 너무나 익숙하고 평범한 말인데 시황이 말해주니 어쩐지 그 느낌이 색달랐다. 시황의 옆에 누워 살내음을 맡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울렁거려 죽겠는데 귀엽다는 말을 듣는 순간 심장이 쿵하고 떨어지는 줄 알았다.
왠지 모르게 너무 부끄러워 이불을 코까지 끌어올렸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이렇게 시황의 팬티와 옷을 입고 같이 침대에 누워있으니 마치 연인이라도 된 듯한 묘한 기분이 든다.
한참동안 자신의 머리를 만져주던 시황의 손길이 멈추자 은비는 혹시 시황이 잠든 건가 싶어 옆을 살짝 바라봤다.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시황과 눈이 마주친다. 촉촉하게 젖은 듯한 시황의 눈을 보자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깊은 매력이 느껴진다. 은비는 뭐에 홀린 듯 멍하니 시황을 쳐다봤다. 분위기가 그랬다.
잠시 은비를 응시하던 시황이 자연스럽게 은비의 얼굴을 손으로 살며시 부여잡고 천천히 얼굴을 갖다 대었다. 키스를 하겠다는 노골적인 행동이었지만 은비는 어째서인지 시황을 거부하지 못했다. 아니, 거부하지 않았다는 게 더 올바른 말이다. 가슴의 터질 듯이 두근거리고 울렁울렁한다.
시황의 입술이 자신의 입술에 닿는 순간 은비는 몸을 떨었다. 이때까지 남자 연예인과 했던 키스와는 전혀 다른, 너무나 부드러우면서 달콤한 느낌에 몸이 붕 뜨는 것 같았다.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가슴에서 휘몰아쳤다.
잠시 동안 입술을 맞대고 있던 시황이 입술을 떼자 은비가 자기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입술을 살짝 만지작거렸다. 시황보다 더 멋진 남자 연예인과 입을 맞췄을 때 전혀 느끼지 못했던 이 미묘한 감정이 자꾸만 신경 쓰인다.
“은비 씨는 입술도 부드럽네요.”
“제, 제가 몸에 손대지 말라고 했잖아요!”
웃으면서 말하는 시황을 보고 은비가 버럭 소리를 쳤다. 화가 난 게 아니라 너무 부끄러웠다. 왜 이렇게 부끄러운지 알 수가 없다.
“계속 손대면 어떻게 하실 건데요.”
“화, 화낼 거에요.”
“그런가요? 그러면 조심해야겠네요.”
시황의 말에 은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까부터 자꾸 가슴이 떨려 죽을 것만 같다. 그런데 얌전히 있을 줄 알았던 시황이 이번에는 아까와 다르게 자신의 목을 끌어당겨 몸을 밀착하더니 다시 키스를 한다.
하지만 방금 화낼 거라는 말과 다르게 은비는 묘한 기대감을 느끼며 눈을 감아버리고 말았다. 말과 행동이 따로 논다.
말랑말랑하고 감미로운 시황의 입술이 닿자 은비는 마치 몸이 굳어진 것처럼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뻣뻣하게 키스만 받아 들였다.
그런데 지금 키스는 아까와 다르게 입술과 입술이 맞닿기만 하는 게 아니라 시황이 혀로 자신의 입술이나 치아를 훑어주기도 하고 입술로 자신의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어 주기도 했다. 드라마에선 그저 입술만 맞댄 걸로 끝이었던지라 이런 식으로 시황이 키스를 할지 몰랐다. 가슴이 터질 듯이 뛴다.
그렇게 진하진 않은 소프트한 키스였지만 은비는 이때까지 느꼈던 그 어떤 행위보다 황홀한 기분을 느꼈다. 너무나 달콤한 키스인지라 은비는 입술을 떼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였다.
“아…….”
영원토록 이어질 것만 같은 키스였는데 시황이 입술을 떼버리자 은비가 자기도 모르게 안타까움에 가득 찬 소리를 냈다. 평소에 은비를 아는 사람이었다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색다른 반응이었다.
“제 키스 괜찮죠?”
“헐, 완전 별로였거든요?”
은비는 조금 더 그 감미로운 여운을 느끼고 싶었는데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시황이 무식하게 자기 키스 잘하지 않냐는 말에 은비는 어이가 없기도 했고 너무 부끄럽기도 해서 속마음과 전혀 다른 대답을 해버렸다.
“응? 그래요? 이거 안 되겠는데…….”
시황은 은비가 들을 만한 소리로 중얼 거리더니 이젠 아예 대놓고 은비를 껴안고 입을 맞췄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연인끼리 키스를 하고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가까이 밀착을 한데다 은비가 저항은커녕 오히려 입을 살짝 벌려 호응을 해주고 있었다.
“하아…….”
아까보다 조금 더 진해진 키스가 끝나자 은비는 낮게 헐떡이는 소리를 냈다. 어찌된 게 이 시황과 하는 키스는 엄청난 중독성이 있었다. 너무나 기분이 좋아 계속 하고 싶을 정도다. 처음에는 자신이 왜 시황과 함께 침대에 누워야 하는지, 왜 키스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지만 이제는 그런 의문은 저 멀리 날아가 버리고 어떻게 하면 계속 시황과 키스를 할까 하는 생각만 들었다.
“이번엔 제법 괜찮지 않았어요?”
“하아……. 전혀 아닌데요. 영화보고 흉내 내는 것처럼 엄청 어리숙하던데요.”
키스로 얼굴이 잔뜩 상기된 은비가 낮게 숨을 내쉬면서 시황에게 말했다. 그런데 표정과 말의 내용이 너무 달라 시황은 순간 크게 웃음을 터트릴 뻔 했다. 음양공생공의 영향인지 허들이 상당히 높을 거라 생각했던 은비와 생각보다 쉽게 키스를 할 수 있었다. 이대로 진행된다면 섹스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미 은비와의 키스만으로 성기는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만큼 발기해있어 언제든 삽입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러면 좋다고 하실 때까지 계속 할 겁니다.”
“흐, 흥. 오늘 잠자기는 글렀네요.”
시황의 말에 은비는 잔뜩 기대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코웃음 치며 입에서는 예의 그 까칠하면서도 새침한 말이 튀어나왔다. 말과 표정이 전혀 매치가 안 된다.
다시 시황이 자신을 껴안고 키스를 하자 그 황홀함에 자기도 모르게 시황을 꽉 끌어안았다. 시황에게서 나는 숨소리와 가슴을 울렁이게 만드는 향긋한 내음, 부드러운 살결 등 너무나 기분이 좋아 죽을 거 같았다. 정말 좋다. 완전 좋다.
1시간이 넘도록 키스를 하며 중간중간 실랑이를 벌이다 보니 어느덧 새벽 4시가 넘어 버렸다.
“포기요. 포기. 제가 미숙해서 그런지 아직 은비 씨를 만족시키기에는 좀 무리인 거 같네요.”
“흥, 내가 안 될 거라고 했지?”
그런데 키스를 하다 보니 언제부터인지 은비는 시황에게 말을 놓고 있었다. 정작 나이가 많은 시황은 은비에게 존댓말을 하는데 은비가 반말을 하는 묘한 모습이다.
“이제 자죠. 벌써 4시에요.”
시황은 은비를 끌어안다 시피해서는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만약 평범하게 은비를 만났다면 절대로 이런 상황이 일어날 수가 없었겠지만,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차와 반지를 잃어버리는 해프닝, 음양합일공의 효능과 여러 가지 상황이 겹쳐 어쩌다보니 생각 이상의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오빠 때문에 너무 늦게 자잖아. 이렇게 늦게 자면 뾰루지 나서 피부에 안 좋은데.”
“어쩌겠어요. 키스하느라 시간 가는지 몰랐는데.”
“흐, 흥.”
시황의 노골적인 말에 은비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한 시간 동안 키스를 했는데도 아쉬움이 든다.
시황이 침대에서 일어나 불을 끄고는 다시 재빠르게 침대에 드러누웠다. 그리고 은비를 껴안았는데 전혀 거부를 하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방금 전까지 키스를 했는데 이제 와서 껴안았다고 거부 하는 것도 이상하기는 하다.
“잘 자요.”
“…….”
시황의 상냥한 말에 은비는 얼굴을 붉히고는 시황의 품에 파고들었다. 이 향긋한 살내음을 맡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어둠에 잠긴 호텔 방, 한 침대에 누운 시황과 은비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잠에 빠져들었다.
새벽 4시가 넘어서 잤음에도 시황은 7시가 되기 전에 잠에서 깼다. 해가 뜨자 얼마 자지 않았음에도 저절로 눈이 떠진 것이다. 3시간을 채 자지 못했지만 시황의 표정에는 피곤함 따윈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눈을 뜨고 옆을 바라보자 한국에서 알아주는 톱스타인 은비가 얕은 숨소리를 내면서 자고 있었다. 시황은 머리를 괴고 누워 은비를 바라봤다. 자신이 꾸민 일이기는 했지만 막상 은비가 자신의 옆에 누워 자고 있다는 게 왠지 현실감이 없었다.
얼굴이야 아루보다 조금 덜 예쁘기는 했지만 유명인이라는 사실이 가져다주는 영향이 그만큼 큰 것이다. 남자들이 클럽에서 여자를 만나 원나잇을 하는 건 얼굴이나 여러 가지 요소에 따라 그 확률이 변하기는 해도 불가능한 건 아니다. 하지만 일반 남성이 어쩌다보니 연예인, 그것도 드라마 주연을 맡고 있는 톱스타와 한 침대에서 누워서 자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어차피 은비도 여자일 뿐인데 뭔가 특별함이 있었다. 이건 한국에 있는 수많은 남성들이 은비와 만나 얘기만이라도 해보고 싶어 하는데, 자신은 그런 선망의 대상인 은비를 껴안고 한참 동안 키스를 했다는데서 오는 일종의 정복감과 비슷한 느낌인 듯 했다. 그 짜릿한 정복감이라는 감정 덕분에 섹스를 하지 않았음에도 상당히 만족스러워 웃음이 저절로 지어졌다.
시황은 침대에 누운 채로 아공간에서 타블렛을 꺼내 포털 사이트에 들어갔다. 그리고 정은비, 섹스라고 검색을 했다. 그러자 웹문서 검색란에 그 두 단어를 포함하는 외설적인 글이 제법 보인다.
[진심, 레알 정은비랑 섹스하고 싶다.]
너무 노골적인 글에 시황은 피식 웃으며 그 글을 클릭했다.
[정은비랑 섹스할 수 있으면 진짜 뭐든지 다 할 수 있다. 근데 난 불가능하겠지. 하아……. 정은비랑 섹스하는 놈은 얼마나 좋을까. 진심 부럽다.]
정은비랑 섹스를 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우러나오는 글이었다. 그냥 보고 있기만 해도 웃겨서 웃음이 나오는 글들이다.
[은비는 섹스해 봤을까? 내 생각에는 정은비가 남자 엄청 밝힐 거 같음. 그래서 이미 고딩 때 섹스 해봤을 게 분명함. 즉, 정은비는 아다 아님.]
[사실 내가 정은비랑 섹스해서 처녀막 찢었음. ㅎㅎㅎㅎ]
[정은비 유두 핑크색임? 섹스하려고 브래지어 벗겼는데 검두 나오면 개깜놀할 듯.]
별에 별 글들이 다 있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이런 노골적인 글은 전부 익명성을 보장하는 어떤 한 사이트에서만 나온 다는 점이었다. 익명성이라는 가면이 있다보니 평소 생각으로만 하던 음험하면서도 야하고, 노골적인 글도 쉽게 올릴 수 있는 듯 했다.
은비가 보면 충격을 받겠지만 시황은 남자들의 속마음을 알기 때문에 글들을 보며 피식 웃고는 자신의 옆에 누워 곤히 자고 있는 은비의 볼을 어루만졌다. 프로필 상에 멀쩡히 처녀라고 나오는데 남자를 밝히니 처녀막을 찢어니 하는 글을 보니 그저 실소만 나온다. 정작 그들이 그토록 염원하는 은비는 자신의 옆에서 자고 있는데 말이다.
일단 녹화를 하러 오전 11시까지는 JLBC에 가야했다. 애초에 이 호텔을 잡은 것 자체가 바로 옆에 방송국이 있었던 것인지라 급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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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