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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노래 본좌 vs 졸승민 외로운 밤 노래 비교.swf]
시황은 글들을 읽다가 또 swf로 끝나는 제목을 클릭했다. 이거는 황승민이 예전에 노래 프로에서 부른 외로운 밤과 시황이 부른 외로운 밤을 비교하는 영상이었다. 황승민의 노래가 20여초 나오다 시황의 노래가 20여초 나오는 식이었는데, 노래에 노 자도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실력차이가 확연하다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노래 본좌 노래 듣다가 졸승민 노래 들으니까 귀 썩는다 진짜.]
[졸승민, 저게 뭐냨ㅋㅋ 저딴 실력으로 지적질한거?]
사람들은 황승민이 졸렬하게 시황을 비난했다고 해서 졸승민이라고 불렀다. 여자 위주의 사이트에서도 승민의 지나친 얘기에 심한 비판이 있기는 했지만 이런 식으로 대놓고 웃음거리로 만들지는 않았는데 남자 위주의 사이트에서는 영화 포스터에 합성도 하고, 비교 영상도 만들고 완전 신난 분위기였다.
[졸승민 트위터에 글 썼다 ㅋㅋㅋ 레알 개웃김.]
시황은 승민의 트위터를 확인했다.
[무식한 네티즌들이 무엇을 알까? 아무것도 모르고 악플이나 쓰는 한심함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인터넷에서 남 욕밖에 못하는 패배자들. 너희는 그렇게 살아라.]
이건 수류탄을 껴안고 적진으로 달려드는 꼴이었다. 아마도 인터넷에서 하도 욕을 먹으니 욱하는 마음에 글을 쓴 거 같은데, 10년차 베테랑 인터넷 폐인인 시황이 보기에는 참으로 무식한 행동이었다. 연예인이라는 건 이미지가 생명인데 이걸로 상당한 이미지 타격을 입을 게 보인다.
옛날 한 축구 감독이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라는 말을 했었는데, 모든 경우에 다 적용되지는 않지만 적어도 지금의 승민에게는 딱 어울리는 말이었다. 팬과 소통하기 위한 트위터가 정작 자신의 이미지를 갉아먹고 있다니,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다.
시황이 손을 쓸 필요도 없이 모든 게 끝이나버렸다. 이미지라는 게 쌓아올리기는 힘들어도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니까. 이건 마치 거센 폭풍우에도 끄떡없이 달리던 배가 느닷없이 암초에 부딪혀 좌초한 것과 비슷했다. 지금처럼 유명해지기까지 힘든 과정이 있었겠지만 말 한마디 잘못 놀렸다가 상당한 타격을 받게 생긴 것이다.
이정도면 자신의 앞가림하기에도 바쁠 테니 더 이상 소진에게 치근덕거리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훈훈한 해피엔딩이었다.
시황은 이쯤하고 누워서 자려고 컴퓨터를 껐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시야의 오른쪽 아래에 진한 노란색으로 6이라고 써져 있었다. 하루하루가 지나가면 지나갈수록 숫자가 하나씩 줄어드는 걸로 봐서는 톨레이만이 말한 격투게임 접속 시간을 나타내는 듯 했다.
간단히 말해서 6일 안에 격투게임에 접속을 해야 한다는 건데……. 어차피 한 달 안에 접속만 하면 되기 때문에 계속 미루고 있었는데 더 이상 미뤘다가는 좀 곤란한 일이 생길 거 같아 지금 끝내기로 했다.
시황은 케즈론의 성에 있는 서재로 건너간 뒤에 푹신한 의자에 앉아 접속기를 귀에 끼우고 격투게임을 실행시켰다.
잠시 몽롱해지는 기분과 함께 시야가 순간적으로 점멸됐다가 밝아졌다. 눈에 바로 들어온 것은 거대한 홀과 엄청난 수의 사람들, 그리고 천장에 걸린 대형 스크린이었다. 전에 왔던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시계를 보자 어느덧 새벽 2시가 넘어있었다. 최대한 빠르게 끝내고 가야할 듯 했다. 오른쪽 하단에 돋보기 모양으로 된 서치버튼을 클릭하자 돋보기가 움직이면서 대전 상대를 찾는다.
그리고 [대전 상대를 찾았습니다. 시작하시겠습니까?]라는 글이 시야에 커다랗게 떠올랐고 시황은 예를 선택했다. 게임에 접속할 때처럼 시야가 잠깐 어두워졌다 밝아졌고 주변이 순식간에 변해있었다.
전과 다르게 이번엔 평범한 실내 운동장 같은 느낌의 건물 안으로 이동해 있었다. 맞은편에는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애가 긴장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시야 가운데서 10초부터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자 시황은 마기를 전부 다 끌어올리며 자세를 취했다. 톨레이만이 자기 멋대로 현실과 완벽하게 동시화를 시켜뒀기 때문에 전처럼 절대 방심할 생각은 없었다. 만에 하나라는 게 있으니까 말이다.
1이라는 숫자가 사라짐과 동시에 시황은 단번에 바닥을 박차고 소년에게 뛰어들었다. 30년의 마기를 모두 끌어올린 덕분에 전광석화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이렇게 빠를지 몰랐는지 소년은 당황해서 몸을 움찔거렸고 동시에 시황의 주먹이 소년의 얼굴을 그대로 가격했다. 틈틈이 권법의 식(式)을 보며 연습했기 때문에 완벽하진 않더라도 제법 그럴싸한 자세로 소년을 얼굴을 타격할 수 있었다.
퍽 하는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지며 짜릿한 타격감이 느껴졌다. 목각인형을 때릴 때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의 생생한 느낌!
완벽한 힘을 뿜어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30년이라는 마기의 양이라는 게 어마어마하다 보니 소년의 머리가 한순간 깡통처럼 찌그러짐과 동시에 몸 전체가 은빛의 알갱이로 변해 사라져버렸다.
“뭐, 뭐야.”
너무 쉽게 이겨버리자 시황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겨우 주먹 한 방만으로 끝이 나다니? 뭔가 싱겁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이건 시황이 뭘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여자와 섹스를 하면서 나름 편하고 빠르게 레벨을 올리다 보니 30년이라는 마기의 가치를 너무 우습게 본 것이다. 30년의 마기라면 이 격투 게임에서도 중수, 즉 레벨 4~5정도 수준의 유저들이나 가지고 있을만한 엄청난 양이었다. 그런 마기로 겨우 1년이 될까 말까한 내공을 가진 1레벨의 유저를 타격했으니 싱거울 정도로 쉽게 이기는 게 당연했다.
[승리]라는 글자가 시야에 커다랗게 뜸과 동시에 다시 로비로 이동했다. 꽤나 심플한 시스템이었지만 같은 인간이 대전 상대였기 때문에 특별한 콘텐츠 없이도 엄청난 재미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다.
시황도 얼떨떨하긴 해도 지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승리했다는 기쁨이 섞인 묘한 감정이 가슴을 채웠다. 이겨서 그런지 은근히 재미가 있다는 생각에 한번 더 서치를 돌려볼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지만 고개를 흔들고는 접속을 종료했다.
시야가 약간 점멸하더니 서재로 다시 돌아왔다. 격투게임에 접속을 해서 대전을 해서인지 시야의 아래에 있던 숫자가 사라져 있었다. 마치 얼마 남지 않은 예비군 날짜를 보는 거보다 1000배 정도 압박감이 있었는데 숫자가 사라지자 커다란 안도감이 생긴다. 사형선고라도 내려진 것처럼 숫자가 계속 거슬렸던 것이다.
이제 한달 동안 편하게 지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오피스텔로 돌아간 시황은 아루의 옆에 누워 눈을 감았다. 보통 때라면 바로 잠이 들 텐데 방금 싸움을 하고 나서 그런지 가슴이 두근거리며 아까 전에 느꼈던 짜릿했던 손맛이 계속 떠올랐다. 그리고 자신이 취했던 어색했던 포즈를 다시 한 번 면밀히 생각을 했다. 왠지 몸이 근질근질거렸지만 시황은 잠을 청했다.
시황이 본좌대 본좌에서 맹활약을 펼친 이후로 카페와 휴대폰에 전화가 엄청나게 왔다. 케이블 TV 섭외라든가, 잡지나 신문의 인터뷰, 심지어 방송 덕분에 카페까지 유명해져서 VJ가 간다! 라는 공중파 방송에서 카페를 촬영하러 오기도 했다.
“커피가 정말 맛있어요!”
“제가 먹어본 커피 중에서 최고에요!”
“의자가 엄청 편해요!”
“여기에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져서 공부도 잘 돼요!”
VJ가 카메라를 들고 카페에 있는 손님들의 모습을 찍으며 인터뷰를 했다. 보통 이런 방송을 찍을 때는 음식을 공짜로 주면서 맛있다고 해달라고 한다는데 시황의 카페는 그럴 필요조차 없었다. 워낙 손님이 많아 양해를 구하고 인터뷰만 해도 칭찬이 끊임없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손님에 대한 영상을 다 찍었는지 VJ는 현주가 커피 만드는 방법을 찍었고, 어떻게 그렇게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지에 대해서 인터뷰를 했다.
“저, 저희 카페 케즈론은 최고급 원두만을 사용해서 커피를 만들기 때문에 다른 카페보다 더욱 풍미가 좋고 맛있는 커피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어떤 원두를 사용하시는 거죠?”
“그건 저희 사장님만 알고 계셔서…….”
약간 더듬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깔끔하게 인터뷰를 마쳤다. 그리고 이어서 VJ가 은지에게 가서 인터뷰를 했다.
“유니폼이 상당히 예쁘시네요.”
“네. 저희 카페 케즈론은 사장님께서 특별히 제작, 주문한 유니폼과 구두를 주셨는데, 카페 분위기가 매우 잘 어울려 손님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은지는 녹화 전에 작가가 준 대본대로 인터뷰를 했다. 다만, 대본이라 해도 녹화 전에 시황과 얘기를 해서 적절하게 만들었던지라 별로 문제될 건 없었다.
이런 식으로 카페 케즈론에 대해 VJ가 아주 상세하게 찍어갔다. 안 그래도 본좌대 본좌 방송 이후에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여자 손님이 몰려들었는데 이 방송이 나가면 또 얼마나 많은 손님이 몰려들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시황이 나름 유명세를 타면서 유명했던 카페 케즈론의 커피가 더 유명해졌고, 덕분에 이 커피를 마시려고 카페 밖에까지 줄을 서 있었다, 카페 케즈론의 커피가 제법 비싸기는 했지만 커피 맛이 일반 프렌차이즈와 차원이 다르다 보니 카페 케즈론의 아메리카노를 6000원에 주고 마시는 것에 다들 큰 부담을 느끼지는 않는 듯 했다.
심지어 국내에서 상당히 유명한 커피 전문가가 카페 케즈론에 와서 커피를 맛보고 감동한 나머지 인터넷에 아주 장문의 글을 썼고, 그게 또 나름의 이슈가 되어서 손님이 상당히 늘기도 했었다.
하여튼 이렇게 카페의 장사가 잘 되다보니 시황은 매달 6000만 원은 가볍게 넘을 정도의 엄청난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이렇게 카페를 운영하며 틈틈이 수능공부를 했고, 중간중간 잡지와 신문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내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흘렀고 중간에 토플과 JPT 시험을 쳐서 간단히 만점을 받기도 했다.
“오빠, 어때요? 내일 시험 잘 칠 수 있을 거 같아요?”
9월 모의고사를 하루 남기고 시황은 찬미의 방에서 이때까지 배운 것들을 가볍게 복습하고 있었다.
“당연하지. 누가 가르쳐 줬는데.”
시황이 웃으면서 찬미에게 말했다. 그런데 찬미가 잘 가르쳐 준 것도 있기는 했지만 시황의 지능이 상당히 올라간 것과 마법 도구의 활용이 미친 영향이 훨씬 컸다. 그래서 몇 번만 읽어도 내용이 순식간에 암기가 되는 건 물론이고 그것을 토대로 응용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 되었다. 과거의 시황이라면 꿈도 못 꿀 정도의 능력이었다.
“아신다니 다행이네요.”
시황의 말에 찬미가 웃으면서 농담을 했다. 찬미는 자신이 가르치기는 했지만 시황의 천재성에 그저 감탄밖에 안 나왔다. 처음 자신에게 배울 때는 분명 엉망진창인 수준이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수학이면 수학, 영어면 영어 등 어떤 과목이든 틀리는 문제가 거의 없을 정도가 된 것이다.
그것도 1년 내내 공부만 한 것도 아니고 카페 일과 병행하면서 잠깐잠깐 몇 달 동안 학습한 정도로 고등학교 수준의 공부를 거의 마스터해버린 것이다.
“만약에 말이야. 내일 시험에서 전부 다 만점 받으면 내가 원하는 부탁 하나 들어줄래?”
“부, 부탁이요?”
갑작스런 시황의 요구에 찬미가 당황해하며 말했다.
“응. 부담되면 거절해도 되고.”
“아니에요. 괜찮아요. 만점이 아니라 올 1등급만 받아도 오빠가 원하는 거 다 해줄게요.”
어차피 시황과 틈만 나면 섹스를 한데다 볼 거 못 볼 거 다 본 사이인지라 찬미는 별 거 있을까 하는 생각에 수락을 했다.
“고마워.”
“고맙긴요. 제가 고맙죠.”
찬미의 미소에 시황도 웃음을 지어주었다.
9월 모의고사 당일.
시황은 평소처럼 새벽에 일어나 음양공생공의 정기를 받으며 내공을 쌓았고 가벼운 운동을 한 뒤에 집으로 가서 샤워를 했다.
평소라면 카페로 향했겠지만 옷을 차려 입은 시황은 예전에 모의고사를 치기 위해 등록했던 학원으로 향했다. 수능을 치는 것도 아니다 보니 부담은 덜했지만 제대로 된 모의고사는 정말 오랜만에 쳐보는 거라 가슴이 살짝 떨렸다.
학원에 가서 배정된 자리에 앉은 시황은 주변을 둘러봤다. 자신처럼 나이가 많아 보이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대부분 재수, 삼수생들이라 아직까지는 상당히 앳된 모습들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1교시 시험을 알리는 종이 울렸고 학원 선생이 들어와 언어영역 시험지를 돌렸다. 간만에 만져보는 이 모의고사 종이의 느낌이 너무나 새롭다.
언어영역은 예전에도 그나마 잘했던 과목이라 그런지 별다른 어려움 없이 무난하게 끝을 냈고 이 기세로 2교시 수리, 3교시 외국어, 4교시 국사를 포함한 사회탐구까지 아주 가볍게 끝을 냈다. 각 과목마다 시간이 어찌나 많이 남는지 점수 체크를 위한 답안지를 다 체크하고 문제를 한 번 더 꼼꼼하게 훑어봐도 여유가 남을 정도였다.
4교시까지 시험을 다 끝낸 시황은 따로 마킹한 답안지를 가방에 넣고 찬미의 집으로 갔다. 교대 시간이 6시 30분이니 시험 체크를 하고 가도 충분히 여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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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