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유산-199화 (199/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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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11월 8일 목요일 아침 7시.

고등학교 다녔을 때는 수능 날만 되면 너무 추워 몸이 오들오들 떨렸었는데 요즘엔 그렇게까지 춥지는 않았다. 평소처럼 운동을 갔다 온 시황은 아루, 수란과 함께 아침을 먹었다.

수능 당일임에도 그렇게 떨리진 않았다. 수능이 모든 것인 고3이나 재수, 삼수 등을 하는 사람과 다르게 시황은 수능을 못 친다고 해도 큰 의미가 있지 있는 건 아니었다. 다만 경험치도 그렇고 삼강그룹 회장의 딸인 유진아와 접점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긴장만 안 하고 있을 뿐이지 가벼운 마음으로 놀러가는 기분은 아니었다.

아침을 다 먹고 간편하게 옷을 입은 시황은 나갈 준비를 했다.

“오빠 시험 잘 치세요! 제가 집에서 열심히 응원할게요.”

“수능이라는 건 성년이 되지 못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시험인 만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 같네요. 사실 청소년들이 치는 시험에 26살이나 되는 시황 오빠가 칠 수 있는 시스템이 좀 신기하긴 하지만요.”

단순히 응원을 하는 아루와 다르게 수란은 수능이라는 제도에 대한 의아함이 약간 있는 거 같았다. 시황이야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지만 수란이 살던 세계에서는 당연한 게 아닐 수도 있으니 의아해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고마워. 그럼 이제 갈게.”

“다녀오세요.”

아루와 수란의 배웅을 받으며 시황은 시험을 치기위해 지정된 고등학교로 갔다. 옛날만큼 춥지는 않았지만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불어 코트를 여몄다.

그렇게 멀지 않은 고등학교로 배정을 받아 시황은 여유롭게 학교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학교 앞에는 수능을 치는 학생을 응원하기 위해서 학교 후배는 물론이고 선생까지 나와 있었다.

북적한 학교 앞을 지나 운동장으로 들어가자 휴대폰에 문자가 왔다.

[으, 엄청 떨림 ㅜㅜ 오빠 저 시험 열심히 칠게요! 파이팅.]

유미의 문자였다. 꼭 고득점을 받아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인지 유미가 많이 떨고 있는 듯 했다. 그래서 시황이 어제 유미에게 그런 마음을 진정시키고 머리를 맑게 해주는 차를 줬는데 마셨는지 모르겠다.

이후로도 은지, 찬미, 현주, 은비, 소진에게까지 응원 문자가 왔다. 흐뭇한 얼굴로 문자를 에 걸어두고 주변을 둘러봤다.읽으며 학교 건물로 들어간 시황은 지정된 반에 들어가서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가방을 옆

오자마자 책상에 엎드려 자는 학생부터 긴장한 표정으로 책을 읽는 학생까지 다양한 모습들이 보였다. 막상 자리에 앉고 나니 그다지 할 게 없어 시황은 가방에서 소설책을 꺼내서 읽었다.

책을 읽고 있으니 어느덧 언어영역 시험시간이 됐다. 선생이 들어와서 언어영역 시험지와 OMR 카드를 나눠주었고 시황은 듣기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갔다.

조금 헷갈리는 문제가 하나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어렵지 않아 시황은 시험을 금방 다 풀고 한 번 더 체크를 했다.

언어영역이 끝나고 조금 쉰 뒤에 바로 수리영역 시험으로 이어졌고 시황은 최대한 집중을 해서 문제를 풀었다. 올해 초부터 계속 공부를 해왔기 때문에 수월하게 문제가 풀렸다. 그런데 모의고사나 문제지와 다르게 수능이라 그런지 약간 난이도가 있다 싶은 문제들도 제법 있었지만 문제를 보는 순간 바로 식이 세워져서 푸는데 커다란 어려움은 없었다.

수리영역까지 끝내고 간단한 점심을 먹고 외국어영역을 쳤다. 그런데 영어는 언어나 수리와 비교도 안 되게 쉬웠기 때문에 아무런 어려움 없이 정말 빠르게 문제를 풀 수 있었다.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곤란할 정도로 말이다.

사회탐구까지 다 끝낸 시황은 가방을 챙겨서 찬미의 집으로 갔다. 근 1년 가까이 공부를 하며 준비했던 시험이라 그런지 마음이 홀가분하다.

찬미의 집에 가서 벨을 눌리자 초조한 표정을 지은 찬미가 문을 열어줬다.

“오빠 시험 어땠어요?”

“평소처럼 봤어.”

“안 어려웠어요?”

자신의 방으로 가며 찬미는 시황에게 계속해서 시험에 관해서 물었다. 시험 치는 시황보다 더 긴장한 모습이었다.

“수리가 조금 난이도 있어 보이는 문제들이 많던데. 무난했어.”

시황은 찬미의 침대에 앉아 가방에서 답지를 꺼내며 말했다. 시간이 많이 남아 답을 전부 체크할 수 있었다.

“빨리 맞춰 봐요. 오빠.”

“그러자.”

찬미가 미리 컴퓨터에 답안지를 다운 받아서 놔서 바로 언어영역부터 채점에 들어갔다. 긴장한 표정으로 답을 매기던 찬미는 언어 시험이 다 맞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서 수리, 영어, 사탐까지 빠르게 답을 체크했는데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오, 오빠. 만점이에요.”

“그래? 뭐, 난이도가 무난하더라고.”

너무나도 기쁜 표정을 짓고 있는 찬미에게 시황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시험을 칠 때부터 대충 만점일거라 예상을 하기는 했지만 직접 결과를 확인하니 그래도 조금 기쁘긴 하다.

“오빠. 뉴스를 보니까 언어랑 사회탐구 영역은 난이도가 작년보다 조금 어려운 정도였는데 수리하고 외국어 영역이 엄청 어려웠데요.”

“음, 영어는 모르겠는데 수리는 확실히 어려워 보일 거 같은 문제가 조금 있긴 하더라.”

찬미는 컴퓨터 책상에 앉아서 수능에 관한 뉴스를 끊임없이 살펴봤다. 시황이 만점을 받았다는 생각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수능 만점 받은 사람 오빠밖에 없는 거 아니에요? 오빠 정말 대단해요.”

“설마. 그렇게 어려운 거 같지는 않던데.”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는 찬미를 보며 시황은 옅은 웃음을 지었다. 고등학생에게는 수능이 끝일지 모르나 자신에게는 시작점에 불과했다. 이제 서울에 올라가서 집도 구해야 하고 카페도 차려야한다. 수능이 끝나서 마음 편하게 노는 애들과 다르게 이전보다 더 바빠지는 것이다.

찬미와 한창 대화를 하고 있는데 현관문이 열리면서 유미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언니, 오빠. 나 시험 엄청 잘 본 거 같아.”

방문을 열자말자 유미가 소리쳤다.

“정말?”

“빨리 답 매겨보자.”

유미는 가방에서 적어온 답지를 찬미에게 건넸고 찬미는 빠르게 점수를 체크했다.

언어 93점, 수리 78점, 외국어 89점 등 시황에 비해 많이 미흡하기는 해도 전체적으로 꽤나 높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기가스터디 같은 학원에서 점수별 등급을 확인해보니 전체적으로 1~2등급으로 서울에 있는 대학은 충분히 갈만한 점수가 나왔다.

“유미 시험 잘 쳤네?”

“완전 대박이죠? 오빠? 아침에 엄청 떨리고 긴장돼서 죽을 거 같았는데 오빠가 준 차를 마시니까 마음도 차분해지고 머리도 팽팽 돌아서 점수를 잘 받은 거 같아요. 오빠 진짜 고마워요.”

“하하. 유미가 공부를 열심히 한 거지.”

“오빠는 몇 점이에요?”

유미는 아직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얼굴로 시황에게 물었다.

“시황 오빠는 만점이야. 유미야.”

“진짜? 완전 대박. 오빠 정말 만점이에요?”

찬미의 말에 유미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시황에게 물었다. 순수하게 감탄하는 모습이었다.

“응. 그런 거 같아.”

“오빠 진짜 대단하다. 그럼 오빠는 서울대 가겠네요?”

“원서는 넣어보려고.”

“그럼 전 서울대 근처에 있는 곳으로 갈래요.”

“하하. 그건 좀 더 고민해보고 결정하자. 유미야.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네. 헤헷. 오빠랑 같이 서울에서 대학 다닐 생각하니까 진짜 행복해요.”

유미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의 실력보다 더 뛰어난 점수를 받은 것도 기분이 좋았고 그 덕분에 시황과 같이 서울에 지낼 수 있다는 너무나 기뻤다.

“오빠, 전 이제 슬슬 준비할게요.”

“응. 그래.”

카페 교대시간이 다가오자 찬미는 옷을 갈아입으러 유미의 방으로 갔다. 유미만 없다면 스스럼없이 시황의 앞에서 옷을 갈아입었겠지만 유미가 있다 보니 그럴 수가 없었다.

“오빠, 오늘 수능 끝났으니까 저도 오빠 카페 가서 놀래요.”

찬미가 방을 나가자마자 유미가 시황을 껴안으며 말했다. 시황과 같이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겠다는 일념 하에 너무 열심히 공부해서 그동안 시황과 제대로 만나지도 못했다. 이렇게 시황의 체온을 느끼는 게 정말 오랜만인 거 같다.

“수능도 끝났으니까 이제 유미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찬미가 뭐라고 안 하겠네.”

“당연하죠. 아무리 언니가 악독해도 수능 끝났는데 그런 짓은 안하겠죠.”

“하하.”

유미의 말에 시황이 가볍게 웃었고 그런 시황의 눈치를 살짝 보던 유미가 입을 맞췄다. 간만에 하는 입맞춤이라 그런지 입술과 입술이 닿는 정도임에도 유미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하지만 부끄러움은 잠시. 그 맛을 느낀 유미가 시황을 끌어안아 강하게 입을 맞췄다.

공부를 하며 시황과 키스를 하고 싶을 때마다 허벅지를 꼬집으며 참았다. 그래서인지 시황과 키스를 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기분이 좋아 몸이 녹아내리는 거 같았다.

한참을 끈적끈적하고 농밀한 키스를 하던 유미는 찬미가 걸어오는 소리에 어쩔 수 없이 시황에게서 떨어졌다. 정말 시간만 충분했으면 하루 종일 시황을 껴안고 키스를 했을 텐데 너무 아깝다.

“언니, 나 오빠 카페에서 놀 건데 괜찮지?”

“그래. 수능도 끝났는데 하고 싶은 거 해.”

“아싸.”

찬미의 허락을 받은 유미는 기쁨에 찬 환호성을 질렀다. 수능이 쳤다는 것의 위력은 정말 대단했다. 평소라면 공부하라고 윽박을 질렀을 찬미가 이렇게 간단히 허락해주다니!

유미는 찬미, 시황과 함께 카페에 갔다. 그리고는 시황의 맞은편에 앉아서 커피를 홀짝이며 연신 시황과 대화를 나눴다. 너무나 평범한 행위지만 수능 공부를 하는 동안 시황을 보고 싶어 정말 견디기가 힘들었다. 앞으로는 매일 카페에 찾아올 거다.

한참 유미와 대화를 하던 시황은 수능도 쳤으니 슬슬 부모님께 서울로 올라갈 거라는 얘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 발표가 나고 말하면 너무 뜬금없는 느낌이라 지금이 제일 나은 거 같았다.

“유미야, 잠깐만 오빠 전화 좀 하고 올게.”

“네. 오빠.”

카페 밖으로 나간 시황은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어서 카페 앞에서 전화를 한다고 특별이 눈에 띄지는 않았다.

[여보세요. 시황이니?]

[응. 엄마. 뭐해?]

[이제 저녁 먹으려고 밥 차리는 중이야. 우리 아들 무슨 일 있어? 갑자기 엄마한테 전화도 하고.]

엄마의 감이 날카로웠다. 연륜이 있다 보니 직감적으로 눈치를 챈 듯 하다.

[별 일은 아닌데……. 사실 나 오늘 수능 쳤어.]

[수능? 갑자기 수능은 왜?]

[서울에 있는 대학 가려고.]

[서울에? 그러면 지금 하는 카페는 어쩌고 서울에 간다는 거니?]

갑작스런 시황의 말에 엄마가 깜짝 놀라서 말했다. 한 달에 수천만 원을 버는 그 좋은 카페를 놔두고 갑자기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겠다니? 시황의 나이도 있는데 카페 일을 좀 더 해서 돈을 모은 뒤에 아루랑 결혼해서 애 낳고 잘 살면 될 텐데 갑자기 대학에 왜 가겠다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카페는 서울에서 새로 하나 차릴 거고. 지금 하는 카페는 다른 사람한테 넘길까 고민 중이야.]

[시황아, 네 마음은 잘 알겠는데. 그래도 서울에 가는 거보다 지금 카페일 열심히 하는 게 어떠니? 네가 대학 잘 나온다고 해도 지금만큼 돈을 벌기도 어려울지도 모르고……. 엄마는 그냥 계속 카페일 했으면 좋겠구나.]

[엄마. 서울에 가서 대학만 다니는 게 아니라 거기서도 카페를 차릴 거야.]

[시황아. 서울은 거기랑 다르게 경쟁이 엄청 치열해서 성공하기도 어렵고……. 어머.]

시황의 엄마는 시황이 서울로 못 가게 계속 설득을 했다. 그런데 한창 얘기를 하던 중에 누군가 전화기를 뺏어드는 소리가 들렸다.

[시황아. 수능은 잘 쳤냐?]

아빠였다.

[응. 잘 쳤어.]

[그러면 어느 대학까지 갈 수 있을 거 같으냐? 정말 서울에 있는 대학에 합격할 수 있겠냐?]

시황의 아빠는 카페 일을 하는 것보단 시황이 더 좋은 대학에 가는 걸 원하는 거 같았다.

[성적이 나와 봐야 확실히 알겠지만 서울대에 합격할 수 있을 거 같아.]

[서, 서울대 말이냐? 정말이냐?]

시황의 말에 시황의 아빠가 깜짝 놀라 말을 더듬었다. 서울대라니? 정말 믿기지 않는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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