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3 ------------------------------------------------------
서울로
은비와 돌아다니면서 본, 마음에 드는 카페 위치를 며칠 뒤에 계약하기로 하고 시황은 서울을 벗어났다. 마음에 드는 곳을 바로 계약하기로 한 거라 자세한 사항은 다시 만나서 확인을 해봐야 했다. 처음이라면 긴장이 많이 됐을 테지만 예전에 한 번 경험을 해봐서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
부동산에서 얘기를 한다고 시간이 좀 늦기는 했지만 은비가 나오는 시상식 전에는 충분히 도착할 수 있었다.
한창 집으로 가는 중에 은비에게서 사진 한 장이 날아온다. 모든 세팅을 완료하고 찍은 사진. 운전 중이라 살짝만 봤는데도 그 얼굴과 드레스, 액세서리의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어제 밤 섹스를 하고 은비와 함께 누워서 혹시나 기자들이 드레스와 보석을 어디서 협찬 받았냐고 물으면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시황은 운전을 하며 해가지는 창밖을 바라봤다. 은은하게 물든 노을을 보니 괜히 이것저것 어수선하게 일을 벌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카페부터 화장품, 명품 매장까지 자신의 능력으로 감당이 가능할까 싶다. 불과 몇 달 전만해도 인터넷에서 찌질거리던 평범한 소시민이었는데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드래곤의 유산을 받고 여러 가지 경험을 하고 일을 겪으니 그만한 포부와 배포, 자신감을 가진 것 같기도 하다.
이미 자신은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버스에 올라탔다. 모 웹툰처럼 청와대로 돌진하는 게 아니라 성공을 위해 끝없이 나아가야 했다. 굳이 남자로 태어나서라고 말할 필요 없이 남자든 여자든 누구나 돈에 대한 욕망과 사회적 지위,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황도 드래곤의 유산이 아니었다면 적당히 대학을 졸업하고 적당히 취직해서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드래곤의 유산을 후원으로 업고 있는 지금은 선망하는 위치에 오르고 더 나아가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존재가 되고 싶었다. 뭐, 자신이 그만한 배포가 있는 인물인지는 현재로선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커다란 포부를 가슴에 지니는 사이 어느새 집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집에 들어갔는데 불이 다 꺼져있고 조용하다.
평소라면 아루와 수란이 반겨주는데 집에 아무도 없으니 이때까지 느끼지 못한 이상한 기분이 든다. 약간은 외롭고 쓸쓸한 느낌?
시황은 바로 아루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아루야, 어디야?]
[수란 언니랑 오빠 카페에서 놀고 있어요. 오빠는 집이에요?]
주변에 수란이랑 찬미, 유미가 있는지 시끌시끌한 소리가 들린다.
[응. 집이야. 그러면 카페에서 놀고 있어. 오빠가 나중에 데리러 갈게.]
[웅……. 지금 보고 싶은데. 알겠어요. 그러면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게요. 나중에 봐요. 오빠.]
[그래. 재밌게 놀아.]
아쉬워하는 아루를 뒤로하고 시황은 전화를 끊었다. 자신을 놔두고 카페에서 놀고 있었다니 시원섭섭하면서도 대견한 마음이 든다. 아루가 노예였다 보니 처음에는 밖에 나가고 싶어 하지도 않았고 얼굴이 예뻐도 너무 예뻐서 시황도 밖에 내보내기가 꺼려졌었다. 아는 사람도 없었고. 그런데 이제는 찬미, 유미와 친해지고 수란이라는 보호자까지 생겨서 제법 잘 놀러 다니는데다 수 진의 백금 팔찌를 선물한 덕분에 나가 놀아도 크게 걱정되지가 않았다. 딱히 아루를 노예라 생각해본 적이 없는 시황으로선 아주 긍정적인 변화였다.
가볍게 샤워를 하고 추리닝을 입은 시황은 컴퓨터를 켰다. 아직 시상식이 시작하려면 시간이 조금 남았지만 혹시 은비의 사진이 올라온 게 있나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응?”
[정은비, 청순한 순백의 드레스 ‘여신강림’]
포털 사이트를 들어가자마자 메인페이지에 조그만 사진으로 은비의 기사가 떠있다. 바로 클릭해 들어가자 자신이 준 드레스를 입은 은비가 포토월에 서서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메이크업을 안 한 생얼에 드레스를 입었을 때도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웠는데 제대로 된 메이크업을 하고 머리를 치장하니 그 어떤 아름답다는 표현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청순하고 아름다운 은비의 얼굴과 적절하게 조화된 베룬의 드레스, 다리를 길고 아름다워 보이게 하는 하이힐, 그리고 화룡점정을 찍을 레드 다이아몬드로 된 목걸이와 반지. 뉴스 타이틀대로 인세에 나타난 여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뿜어내고 있었다.
바로 은비의 사진을 저장한 시황은 자주 가는 야구 관련 사이트에 접속을 했다. 평소 여자 연예인 가지고 누가 예쁜지 VS 대결을 붙이는 사이트답게 벌써 은비의 사진으로 게시판이 도배되다시피 했다.
[오늘 정은비 완전 미쳤네요. ㄷㄷ]
은비에 관한 글이 많지만 그 중에서 댓글이 많이 달린 글을 하나 클릭했다.
[세상에 사람이 이렇게 예쁠 수가 있나요? 솔직히 전 정은비가 얼굴은 A+급에 몸매는 B급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시상식 사진을 보고 전혀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ㄷㄷ. 제가 S급이라 생각했던 김소희, 한나인 안드로메다로 보내는 얼굴에 가슴은 비록 작지만 완벽한 다리 길이와 완벽한 골반, 희고 눈부신 피부까지!!! 드레스 자체도 말도 안 되게 아름다운데 그걸 완벽하게 소화하는 거 보니 이제 김소희가 아니라 정은비가 연예인 원탑이라 해도 아무런 반박을 못하겠네요. 김소희는 이제 보내주고 정은비 팬이나 하렵니다. 세상에 인간이 저렇게 예쁠 수가!!!! 정은비 그냥 완전 미쳤네요. 아주.]
마치 전문가라도 되는냥 얼굴, 몸매에 따라서 등급을 매기고 평가하는 심도 깊은 글이었는데 정은비가 김소희를 제치고 연예인 원탑이 됐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그런데 보통 때라면 연예인 원탑이라면서 김소희보다 예쁘다 하면 수많은 반박 댓글이 달리는데 지금은 김소희보다 예쁜 게 맞다는 댓글이 잔뜩 달려있었다.
하지만 저들은 알까? 은비의 저 모습도 아름답지만 특유의 새침함이 더 매력적이라는 걸? 자신이 칭찬받은 것도 아닌데 시황은 괜히 뿌듯해졌다.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흐뭇함 웃음이 절로 생겨난다.
그런데 확실히 남자 위주의 사이트라서 드레스나 액세서리에 관한 얘기보단 은비의 다리나 쇄골, 얼굴 등에 관한 얘기가 대부분이었다. 아무래도 남자다 보니 그런 쪽에 더 관심이 있는 건 본능상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시황은 바로 여자들이 많이 가는 사이트도 접속했다. 거기도 은비의 얘기로 한창이었는데 예쁘다는 글 말고 시황이 원하는 반응도 상당히 많았다.
[언니들, 정은비 드레스 어디 제품이야? 내가 사지도 못하는 브랜드겠지만 너무 예쁘다 ㅜㅜ]
[정은비가 낀 반지랑 목걸이 진짜 레드 다이아몬드인가? 저거 말도 안 되게 비싼 보석인데 어디서 협찬한 거지? 혹시 정은비 스폰 받나? 저거 아무리 연예인이라도 대기업 회장급 아니면 절대 못 낄 반지랑 목걸인데.]
드레스와 액세서리가 예쁘다는 글이 많았는데 그 중 뭔가 아는 듯한 여자 유저 중 하나가 스폰 운운하는 글을 올렸다.
[그렇게 비싼 거야 언니? 저거 무슨 제품인데?]
[내가 알기로는 저거 레드 다이아몬드라고 일반 다이아몬드보다 훨씬 비싼 거임. 1캐럿 당 10 억 넘게 하는데 저 정도 크기면 얼마나 비쌀지 정말 상상도 안 가네.]
[헐 대박이다. 저 정도 크기면 반지랑 목걸이 합해서 10캐럿은 넘어 보이는데 못해도 100억은 넘는다는 거네? 헐헐 미쳤다. 정말.]
[그래도 혹시 짜가일 수도 있음. 아직 모르는 거.]
[에이, 설마 정은비같은 연예인이 짜가 다이아몬를 낄까. 그래도 알아주는 연예인인데.]
시황이 예상했던 대로 대기업 회장의 스폰을 받았니 마니 하는 유언비어와 은비가 낀 액세서리가 100억이 넘는다는 글이 우후죽순으로 올라온다. 거기다 여자들이 다니는 사이트 중 제법 큰 규모이다 보니 이 글은 벌써 캡처가 돼서 각종 사이트에 퍼지기 시작했다.
처음 은비의 아름다움에서 이제는 은비가 낀 보석의 가격으로 엄청난 이슈몰이가 되는 와중에 연기대상이 시작했다.
시황은 TV를 틀었다. 연기대상에 수많은 연예인들이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그 중 마치 은비에게 조명이라도 비추기라도 하는 듯 어두운 홀에 고고하게 빛이 나고 있었다. 실제로 베룬의 드레스에서 아주 옅은 순백색의 은은하게 피어나는 거였지만 사람들은 그걸 모르고 은비가 빛이 나도록 아름답다고 생각할 게 분명했다.
인터넷에는 또다시 은비의 시상식 사진이 캡처가 돼서 돌아다니고 보석에 관한 글도 끊임없이 올라온다. 그 어느 사이트를 가도 은비의 얘기로 정신이 없을 정도다.
그 와중에 은비의 보석에 관한 반응을 잽싸게 기사화 시킨 기자도 있었다.
[여신 정은비가 낀 보석의 가격이 100억?]
내용은 아까 올라왔던 루머와 비슷하다. 은비가 낀 목걸이와 반지를 클로즈업 해놓고 레드 다이아몬드라면 100억이 넘을 거라는 기사였다.
상상이상으로 엄청난 반응.
얼마 전 시구 한번으로 무명에서 스타가 된 연예인도 있었는데 그만큼 이슈화라는 건 대단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분명 은비도 이 일만 잘 마무리 된다면 평범한 스타가 아닌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로 발돋움하는 건 물론이고 케즈론도 단번에 최고의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연기대상에서 은비는 요즘 한창 있기 있는 드라마의 주연이라 우수 여자 연기상을 받았다. 그런데 보통 연기자들이 상을 받을 때와 다르게 은비가 상을 받을 때는 연예인을 포함한 관객들이 숨을 죽이고 지켜보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은비가 상을 받는 것까지 확인한 시황은 차를 가지고 카페로 갔다. 안 그래도 카페가 문을 닫을 시간이라 적당히 마무리를 하고 수란과 아루를 집으로 데리고 왔다.
“오빠. 외로웠어요.”
집에 들어와서 소파에 앉자마자 아루가 시황을 와락 껴안고 키스를 한다. 겨우 하루 외박을 했을 뿐인데 아루가 붙어서 떨어지지를 않는다.
“전 좀 씻을게요. 피곤하네요.”
아루가 시황에게 달라붙어 입술과 몸을 부비적부비적하든 말든 수란은 피곤한 표정으로 말했다.
“피곤해? 내가 나중에 안마라도 해줄까?”
“안마요? 나쁘진 않네요. 사실 예전 성에서 살 때는 매일 자기 전에 시녀들한테 마사지를 받았었거든요.”
“내가 시녀처럼 매일은 못해줘도 자기 전에 한 번씩 해줄게.”
“고마워요. 여기 온지 몇 달은 된 거 같은데 마사지 받는 건 처음이네요.”
수란은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지만 머릿속에는 시황이 매일 아루와 하는 스킨십이 자동적으로 떠올랐다. 시황이 아루의 몸을 만져줄 때마다 아루가 쾌감어린 신음을 내뱉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짐승처럼 헐떡이며 교미를 했었다. 설마 자신에게도 그런 짓을 할 속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침이 꿀꺽 넘어간다. 처음에는 시황과 아루의 섹스에 당황스럽고 기분 나쁘다고 생각했지만 매일 보다 보니 얼마나 기분이 좋으면 아루가 저렇게 좋아할까라는 생각에 묘한 호기심과 기대심이 생겨난 상태였다. 하지만 속마음이 그렇다고 해서 그걸 표정으로 내보이는 건 하수 중의 하수나 하는 일이다.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속마음을 나타내지 않는 표정과 눈빛이 중요하다.
수란이 샤워를 하러 욕실에 들어가고 시황은 아루와 키스를 하느라 인터넷으로 은비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가 없었다.
처음 아루를 샀을 때는 동정이었던 자신의 욕망을 정신없이 아루에게 풀어내었는데 언제부터인지 역으로 아루의 욕구를 자신이 풀어주게 되었다. 지금도 사실 키스보단 은비에 대한 여론과 뉴스 기사를 확인하고 싶었는데 자신을 만나서 이렇게 좋아하는 아루를 보니 차마 나중에 키스하자는 말은 할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여복이 흘러넘쳐도 지나치게 흘러넘치고 있었다.
“헤헤, 오빠랑 뽀뽀하니까 좋다.”
이제는 적당히 부풀어 오른 아루의 가슴과 유두를 만지며 키스하던 시황은 아루가 만족한 듯 입술을 떼어내고는 웃으며 말하자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 주고는 컴퓨터에 책상에 앉아 은비에 대한 것들을 살펴봤다.
연기대상이 끝나서인지 은비에 대한 인터뷰 기사도 슬슬 올라오기 시작했다. 시황은 당부한대로 은비가 잘 말했는지 기사를 살펴보려고 했는데 아루는 그 잠시를 못 참고 또 달라붙는다. 이번엔 입술이 아니라 몸 여기저기에 키스를 하더니 반바지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성기를 꺼낸다.
“오빠 이거 냠냠해도 돼요?”
어디서 또 이상한 단어를 배웠는지 아루는 바닥에 꿇어앉은 채로 성기를 부여잡고 귀여운 표정으로 시황을 바라봤다.
“냠냠? 그래. 아루 하고 싶은 대로 해.”
시황의 허락에 아루가 기쁜 표정으로 성기를 입으로 냠하고 문다. 마치 사탕을 먹는 귀여운 여자애 같은 모습인데 구강성교 테크닉이 어찌나 대단한지 몸에 전기가 이는 듯 찌릿찌릿한 쾌감이 강렬하게 느껴진다.
“휴…….”
얕게 숨을 몰아쉰 시황은 이래서 집중이 되려나 라고 생각하며 뉴스 기사들을 살폈는데 은비의 인터뷰 기사 중 눈에 띄는 제목이 하나 보인다.
[100억이 넘는 보석과 최고의 패션으로 찬사 받은 드레스를 협찬한 케즈론의 정체는?]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