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유산-234화 (234/629)

0234 ------------------------------------------------------

서울로

“모, 못하게 해야지.”

커플이라는 말에 얼굴을 붉힌 은비가 약간은 더듬거리며 말했다. 아까 전에 튼 히터 덕분에 카페가 훈훈해지기도 했지만 시황이 뒤에서 끌어 안아주니 몸이 달아올라 추위가 느껴지지 않는다.

“밖에선 뭐하는지 잘 모르는걸요.”

시황은 그러면서 은비의 패팅을 벗겼다. 지퍼가 내려가며 안에 입은 니트가 드러난다. 보통 패팅을 벗는다고 해서 그게 음란하거나 야한 행동은 전혀 아닌데 타인의 손, 그것도 시황의 손에 의해 은비의 패딩이 벗겨지게 되니 상당히 자극적인 모습이 되었다.

시황의 손이 은비의 열려진 패딩 안으로 파고든다. 부드러운 캐시미어 질감이 상당히 좋다. 겨울이다 보니 은비의 몸이 옷으로 꽁꽁 싸매져 있었지만 이것도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 벗기는 맛이 있다고 할까?

“아, 안 돼.”

시황의 손이 가슴으로 다가오자 은비가 손을 밀어 낸다. 주변이 칸막이로 막혀 있어 완전히 개방된 공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런데서 진한 스킨십을 하기엔 여전히 부끄러웠다.

“안 돼요?”

“변태.”

다시 시황의 손이 가슴으로 오자 은비가 포기한 듯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시황의 손이 부드럽게 가슴을 매만져주자 저번에 시황의 집에서 했던 섹스가 생각이 났다. 그땐 부끄럽기도 했지만 몸이 녹아내릴 거 같은 쾌감에 정신없이 시황을 받아들였는데 섹스가 끝나고 며칠이 지나자 자신의 몸에 생긴 변화를 알 게 되었다.

부끄럽고 짜증나던 질염이 완전히 나은 것이다. 전에 시황이 준 약을 바랐을 때는 많이 좋아지긴 했어도 완치는 안 됐었는데 시황과 섹스하고 난 뒤로 정말 말끔히 나아버렸다. 거기다 쌓인 피로와 노곤함이 풀려 요새는 상당히 컨디션이 좋은 상태로 방송을 할 수 있었다. 마사지 샵에 가도 안 풀리던 피로가 섹스를 해서 풀린 데다 질염까지 나은 거 보면 정액에 뭐 좋은 효능이라도 있나 하는 생각에 이래서 다들 섹스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옷 위로 은비의 가슴을 만지던 시황은 손을 내려 니트 안으로 집어넣어 배를 슬금슬금 만지면서 등산을 하듯 천천히 가슴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시상식 끝나고 반응 보셨어요?”

은비를 뒤에서 껴안은 시황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봐, 봤어.”

“다들 은비 씨 예쁘다고 난리던데요. 김소희, 한나은보다 예뻐서 앞으로 은비 씨 팬 할 거라는 글도 봤어요.”

어느새 은비의 가슴 바로 아래까지 올라온 시황의 손이 브래지어 안으로 파고들었다. 톡 튀어나온 유두와 기분 좋은 부드러움을 가진 가슴의 지방이 손에 잡힌다. 사람들이 그토록 보고 싶고 만지고 싶어 하는 은비의 가슴이다.

“내, 내가 예쁜 거 이제 알았어? 바보야.”

“진작부터 알고 있었죠. 그런데 전 사실 시상식 때 은비 씨보다 지금 저랑 있는 은비 씨가 더 좋아요.”

“읏…….”

말을 끝낸 시황이 갑자기 귓불을 살짝 깨물자 은비가 몸을 움츠리며 얕은 신음을 토했다. 유두를 자극할 때마다 찌릿찌릿한 쾌감에 몸이 달아오르고 있었는데 입술로 귓불을 깨물어 주자 진득한 쾌감에 발가락이 오그라들고 손으로는 시황의 다리를 꽉 붙잡았다. 비록 아무도 없는 카페이기는 해도 밖에서 이런 행위를 한 다는 사실 때문에 평소보다 몸이 더 민감해진 거 같았다.

오른손으로는 은비의 야들야들한 가슴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입으로는 은비의 혀를 할짝거리던 시황은 왼손으로 은비의 바지의 단추를 하나씩 풀어내고 있었다.

“아, 안 돼. 여기서는 벗기 부끄럽단 말이야. 변태야.”

이번에도 시황의 손을 붙잡은 은비가 앙탈을 부리면서 거부했다. 가슴까지는 괜찮다 쳐도 이런데서 바지를 벗어 음부까지 내보이고 싶진 않았다.

“그러면 나중에 제가 해달라는 거 해주세요.”

“알았으니까. 손 빼라고.”

은비가 손쉽게 허락하자 바지 안에 손을 집어넣어 음모를 쓰다듬던 손과 가슴을 주물럭거리던 손을 빼냈다. 아직까지 은비의 그 부드럽던 살결이 손끝에 남아 있다.

“혹시 다른 연예인들이 드레스랑 장신구에 대해 묻지 않았어요?”

시황은 다시 은비를 뒤에서 껴안고 물었다. 방금처럼 야한 짓을 한 건 아니고 그저 은비를 안고 싶었다.

“많이 묻던데. 기자들도 엄청 묻고 언니들도 케즈론이 어디냐고 얼마나 묻는지 완전 곤란했다니까. 아, 맞다. 전에 삼강그룹 딸인가 하는 사람한테도 전화 왔어. 그런 보석 오디서 구했는지 물어보더라. 근데 그거 팔라고 할까봐 일부러 잘 모른다고 하고 말 안 해줬지.”

은비가 나 잘했지 라는 표정으로 시황을 보면서 말했다.

“잘했어요. 근데 아무리 삼강그룹 딸이라도 그런 비싼 보석 살 능력이 있나 모르겠네요.”

시황은 은비의 배를 만지면서 말했다. 홍보효과를 기대하고 드레스와 레드 다이아몬드를 은비에게 입혀서 보낸 건데 생각 이상의 월척을 낚아버렸다. 혹시나 라는 생각조차도 안 했는데 이런 식으로 유진아와 연결 될지는 몰랐다.

“언니들이 한번만 껴 봐도 되냐고 그러던데 내가 혹시 잃어버릴까봐 절대 안 된다고 했어. 그러니까 언니들도 오빠 소개 시켜 달라고 나한테 막 부탁하는 거야.”

은비는 그때 있었던 일을 눈을 빛내면서 시황에게 얘기했다. 평소엔 안 그랬는데 시황이 준 드레스를 입고 간 그 시상식은 누가 봐도 자신이 주인공이었다. 비록 대상은 못 탔지만 인터넷과 기사 전부 자신에 대한 것뿐이었다.

시황은 익숙한 듯 은비의 얘기를 하나하나 들어주었다. 중간에 궁금한 점 몇 가지 묻기도 하자 은비가 신이 나서 설명한다.

“그 삼강그룹 딸 전화번호 좀 주세요.”

“응? 왜?”

얘기가 끝날 때쯤에 시황이 유진아의 전화번호를 달라고 하자 은비의 눈이 좁아진다. 무슨 이유로 달라고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질 않았기 때문이다.

“사업 얘기 좀 해보려고요. 삼강그룹 딸이면 제가 하는 사업이랑 관계가 많거든요.”

“진짜 그거뿐이지?”

은비가 여전히 약간은 의심스럽다는 듯 물었다.

“그거 말고 뭐 있나요?”

“아니, 아님 말고. 알았어. 전화번호 줄게.”

“설마 제가 그 분이랑 눈이라도 맞을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죠?”

“그, 그 사람이 네가 눈에 차겠어? 바보.”

속마음을 들키자 은비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꺄악! 뭐하는 거야.”

“은비 씨가 귀여워서요.”

시황은 은비를 와락 껴안고 목덜미며 볼이며 여기저기 뽀뽀를 했다. 벌써부터 그런 걱정을 하는 은비가 귀여웠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생각지도 않게 은비가 좋은 정보를 가져다 줬다.

은비와 키스를 하는 시황의 눈에서 빛이 난다.

**

다음날 은비에게 전화번호를 받고 집으로 돌아온 시황은 며칠 전부터 올리기 시작한 수란의 만화에 대한 반응을 살펴봤다. 올린 지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일주일 가까이 됐기 때문에 슬슬 반응이 올 시간이 됐다.

“만화 잘 되고 있어?”

“네. 생각보다 반응이 훨씬 좋아요.”

만화를 올린 뒤부터 아예 컴퓨터에 붙어서 살다시피 하는 수란의 말에 시황은 고개를 끄덕이며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 바로 수란이 만화를 올린 사이트를 둘러봤다. 여자가 많은 사이트와 남자가 많은 사이트, 총 2군데에 올렸기 때문에 여자와 남자의 시각에서 만화에 대한 감상평을 들을 수 있었다.

[앜ㅋㅋㅋㅋ 루스 넘 귀여웤ㅋㅋㅋㅋㅋ]

[언니 진짜 그림 잘 그린다. 완전 반할 거 같아.]

[이거 만화책으로 나오나요? 출판 되면 바로 구입할게요]

[루스 하는 거 봨ㅋㅋㅋ 진짜 루스 볼 꼬집고 싶닼ㅋㅋㅋㅋㅋㅋㅋ]

댓글이 한 두 개도 아니고 만화 올린 편마다 댓글 50개가 넘게 달려있었다. 여자들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악플보단 전부 수란의 그림을 칭찬하거나 주인공인 루스가 귀엽다든가, 사서 보겠다는 글이 대부분이었다. 여기 댓글만 보면 당장 만화책 내면 수십만 부는 팔릴 기세다.

“반응 괜찮죠?”

“상당히 좋은데. 일단 여자 독자층한테는 반응이 좋은데 남자들한테도 좋으려나?”

인터넷이 모든 건 아니지만 인터넷에서 시작돼서 오프라인으로까지 그 열풍이 이어지는 경우가 제법 많았다. 그리고 지금 그걸 노리고 인터넷에 조금씩 올리는 중이기도 하고.

남자들이 많은 사이트에 가서 댓글을 읽었다. 무턱대고 악플이 달리거나 반말을 하는 사이트가 아니라 좀 더 예의를 갖춘 데다 평소 만화를 많이 읽는 사람들이 있는 비디오 게임 사이트에 올렸는데 여기에도 댓글이 상당히 많이 달렸다.

[만화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처음엔 그림체에 놀랐는데 읽어보니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압권이군요! 아마추어 실력은 아니신 거 같은데 프로로 데뷔하셔도 좋은 성적을 내실 것 같습니다!]

[오! 처음엔 또 일본에서 쩌는 만화가 나온 지 알았는데 의외로!!! 우리나라 작가 분의 만화였네요. 사실 한국 만화는 시장이 열악하다 보니 그림체도 좀 별로고 인기 있다 싶으면 스토리 늘어지는 경우가 엄청 많거든요. 그래서 전 일본 만화만 보는데 이정도면 일본만화랑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거 같네요.]

[잘 그리시긴 했는데 히로인이 좀 별로네요. 자고로 히로인이라 하면 가슴이 출렁일 정도로 커야 하는데 저건 너무 작아요. 그리고 요즘 트렌드가 하렘물인 건 아시죠? 뽕빨물은 좀 별로고 츤데레 나오는 하렘물로 그리시면 인기 좀 끄실 거 같네요. 츤데레를 그리실 땐 로리한 애들로 부탁합니다. 제가 그쪽을 좋아해서(띵동, 경찰입니다).]

[아직 아마추어시라 전문가의 선이 느껴지는 그림체가 아니네요. 그림 실력 좀 더 키우셔야 할 듯.]

정중한 의견부터 이래라 저래라 하는 댓글까지 별에 별 댓글이 다 있었다. 특히 아마추어라 선이 이상하다는 글은 기가 막힐 지경. 그럼에도 다양한 의견이 많아 상당히 댓글을 읽는 재미가 있었다.

거기다 댓글의 중간 이후부터는 한국과 일본의 만화 사업 가지고 이 만화 출판해봐야 돈이 되니 안 되니로 싸우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도 허락을 맡고 다른 사이트에 그림을 퍼가는 사람도 있는 거 보면 예상대로 나름 인기를 끌고 있는 거 같았다. 인터넷에서 인기 끌기란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다. 단지 압도적인 실력이 있든, 재미가 있든 사람들의 흥미를 채울 수 있어야 하는 게 어려운 건데 시황과 수란이 그린 그림은 그런 흥미를 채우고도 남을 수준이 있었다.

“이정도면 괜찮네. 인터넷 반응도 나쁘지 않고 하니까 서울에 올라가거든 출판사 쪽에 가보자.”

“네. 전 어떻게 하든 상관없어요. 이걸로도 재미있는 걸요.”

시황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수란이 다시 의자에 앉으며 댓글을 읽는다. 옛날 시황이 딱 저렇게 하루 종일 인터넷만 했는데 이제는 수란이 저러는 걸 보니 약간은 신기한 느낌이다.

오후 5시. 크게 늦지 않은 시간이다. 시황은 소파에 앉아 어제 은비에게 받은 삼강그룹의 유진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소파에 앉아 전화를 걸자 옆에 앉아 있던 아루가 살금살금 다가온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