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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249화 (249/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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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여기 누워봐. 또 마사지 해줄게.”

“고, 고마워.”

시황의 말에 유진아는 순순히 드러누웠다. 아침의 그 손길이 생각나서인지 벌써부터 약간 흥분이 됐다.

“오늘도 고생했어. 따라 다니기 힘들지?”

“아니야. 괜찮아.”

원래의 유진아라면 자기를 고생시켰다고 쏘아붙였겠지만 지금의 유진아는 걱정하는 시황에게 항상 괜찮다고 대답을 했다. 조금 고통스럽고 힘들어도 괜히 징징거리기 보다는 시황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서였다.

정말 장족의 발전이었다.

“내가 보기엔 엄청 힘들어 하는 거 같던데?”

“그, 그게……. 조, 조금 힘들긴 한데 그 정도는 참을 수 있어.”

시황이 마사지를 위해 허벅지 깊숙한 곳을 만져주자 유진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부드럽게 몸을 만져주는 시황의 손길이 정말 너무나 기분이 좋다.

“에그, 귀여워라. 나 요즘 진아가 너무 좋은데 어떡하지?”

“그, 아, 으…….”

갑자기 시황이 볼을 가볍게 꼬집으며 고백과도 비슷한 시황의 말을 하자 유진아가 뭐라 대답조차 못하고 이상한 신음 비슷한 소리만 내뱉었다.

“키스해도 돼?”

“키, 키스라니…….”

마사지를 하다 말고 배 위에 올라탄 시황이 자신의 눈을 바라보며 말하자 유진아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그런데 머릿속에서는 어떤 대답을 해야 가장 좋을지 수많은 생각이 순식간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정말 좋은 기회인데 이 기회를 놓치면 시황의 성격상 다시는 키스도 못할지도 몰랐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바로 알겠다고 하면 천박한 여자로 볼까봐 걱정이 됐다.

“싫어? 싫으면 어쩔 수 없고.”

“아, 아니. 나 엄청 키스 하고 싶어.”

한참동안 대답이 없자 배 위에 올라탔던 시황이 실망한 표정으로 내려가려 했다. 그러자 유진아가 다급하게 시황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어떤 말을 할까 생각하던 와중인데 너무 급해서 자기도 모르게 본심 그대로를 말해버리고 말했다.

“정말? 억지로 하는 말인 거 같은데?”

“아, 아니야. 정말 하고 싶어.”

“진짠가? 왠지 싫어하는 표정인데…….”

방금 고민을 너무 오래해서인지 시황이 의심이 가득한 눈초리로 쳐다보며 말하자 유진아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이럴 때 어떤 말을 해야 되는지 알 수조차 없었다.

“저, 정말인데……. 정말 키스하고 싶은데…….”

시황이 믿어주지 않자 유진아는 눈물을 찔끔 흘리며 말했다. 정말 좋아하고 키스하고 싶은데 시황이 믿어주지 않아 답답함과 억울함에 저절로 눈물이 흘렀다.

“그러면 나 좋아해? 좋아하지도 않는데 키스해도 된다고 말하진 않을 거잖아?”

“으, 응. 조, 좋아해.”

“정말?”

“흑……. 정말 좋아하고 키스도 하고 싶단 말이야.”

계속 의심을 하는 시황의 말에 유진아는 결국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다. 방금 전엔 살짝 흐르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낮게 흐느끼기까지 했다.

“하하. 장난이야. 으이구, 귀여워라.”

시황은 유진아의 볼을 한번 꼬집어 주고는 옆에 누워서 끌어안은 뒤에 입을 맞추었다. 밤에 유진아가 몰래 입을 많이 맞춘 건 알지만 어쨌든 공식적으로는 처음 하는 키스였기 때문에 혀를 사용하지 않고 가볍게 입술만 맞추었다.

그러자 유진아가 눈물을 흘리면서도 시황의 목을 끌어안고 키스를 받아들였는데, 얼마나 억울했던지 한참동안 키스를 하며 도무지 목을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시황은 그런 유진아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입을 가볍게 움직여 키스에 미숙한 유진아를 리드했다.

이정도면 여기서 할 건 대충 다했다. 보통이라면 여자의 자존심을 생각해서 저런 말은 안 했겠지만 유진아에게는 일부러 의심하는 척 하며 좀 더 본심을 드러내게 만들었다. 이쯤이면 슬슬 현실로 돌아가도 주도권을 충분히 쥐고도 남았다.

“하아…….”

짧은 키스지만 가슴에서 뜨거운 열기가 피어났다. 이때까지 쌓여있던 억울함이 순식간에 녹아내리면서 유진아는 자기가 얼마나 시황을 좋아하는지 확실히 깨달았다. 겨우 일주일밖에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온종일 달라붙어서 오줌 눌 때도 옆에 두며 지내다 보니 이젠 시황이 없는 생활은 상상조차 안 갈 지경이 되었다.

“미안. 그냥 진아 마음이 어떤지 궁금해서 그랬던 거야.”

“…….”

시황은 아직까지 눈 주변에 묻어있는 눈물을 닦아주며 말하자 유진아가 훌쩍거리며 시황을 쳐다봤다. 팔과 다리가 뒤엉키고 몸이 밀착 돼 있어 은은한 체취와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다.

“그런데 어쩌지?”

“뭐, 뭐가?”

이쯤이면 보통 남자 쪽에서 좋아한다고 말을 해야 하고 이후에 사귀게 되는 타이밍이라는 건 연애를 한 번도 안 해본 유진아도 느낄 정도였는데 시황의 대답이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달라 순간적으로 가슴이 철렁했다.

“날 좋아하는 여자들이 한둘이 아니라서 말이야.”

시황은 유진아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 유진아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기는 했지만 나중에 일어날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는 게 더 중요했다. 안 그래도 은지나 찬미, 은비 등 때문에 골치가 아픈데 여기에 유진아가 끼이게 되면 더 곤란해질 게 분명했다. 지금은 유진아가 얌전하고도 말도 잘 듣지만 혹시나 치정싸움이라도 생기면 힘과 권력을 이용해 무슨 짓을 할지 몰랐기 때문에 미리 확답을 받아둬야 했다.

“그, 그런……. 설마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건…….”

“오빠라고 해야지.”

시황은 유진아의 말 중간에 끼어들어 다시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 처음 만났을 때 어쩌다 보니 호칭이 이상하게 돼서 아직도 너라고 하는 사이였지만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하나하나 바꿔줘야 했다.

“오, 오빠가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 거야?”

“글쎄? 아직까진 잘 모르겠는데.”

시황의 말에 유진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시황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거랑 시황이 누군가를 좋아하는 거랑은 그 의미가 완벽하게 달랐다. 시황이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만 없다면 다른 여자들을 제치고 시황의 마음을 얻을 자신감이 조금은 있었다.

“그, 그럼 내, 내가 노력하면 나랑 사, 사귀어 줄 거야?”

유진아는 말을 하면서도 너무 부끄러워 몇 번이나 말을 더듬었다. 살면서 이렇게 부끄러운 말을 자기 입으로 할 거라는 생각도 못했다. 당연히 남자 쪽에서 고백하고 자기를 위해 헌신해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정작 사랑에 빠진 남자는 스스로가 헌신하지 않으면 저 멀리 있는 별처럼 볼 수는 있어도 닿을 수는 없는 존재였다.

“물론 노력하면 고려는 해보겠지만, 다른 사람한테는 몰라도 나한테 도도하고 거만하게 구는 여자는 좀 별론데…….”

“아, 아니야. 난 안 그래. 내가 얼마나 애교 많고 순종적인 여자인데…….”

직설적인 시황의 말에 유진아가 다급하게 대답했다. 처음 만났을 때 이미지가 워낙 안 좋아서인지 시황은 도통 자신을 믿지 못하는 거 같았다. 뭐, 사실 그런 성격이 맞기도 했지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시황한테는 방금 한 말처럼 할 자신이 있었다.

“애교? 이때동안 한 번도 못 봤는데. 어떻게 애교 부리는지 궁금한데 보여줄 수 있어?”

시황과 유진아는 관계는 완벽하게 갑과 을의 구도가 되어버렸다. 시황이 대놓고 애교를 부려보라고 해도 유진아는 버럭 화를 내는 게 아니라 당황한 얼굴로 어떤 애교를 해야 할지 고민을 하느라 눈동자가 살짝 떨리고 있었다. 살면서 남자 말대로 따르는 여자나 남자에게 애교 부리는 여자를 자존심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사고방식이 시황 때문에 점점 변화하고 있었다.

“오, 오빠, 키스 해주세요.”

유진아가 어디서 봤는지 주먹을 쥔 양손을 각각의 볼에 갖다 대어 살짝 비틀며 앙증맞은 목소리 시황을 보며 말했다. 비록 어둠 때문에 완벽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시황은 그 귀여운 애교를 뼛속까지 느낄 수 있었다.

“에그, 귀여워라.”

처음 해보는 애교에 너무 부끄러워 얼굴은 터질 듯 붉어지고 몸은 부들부들 떨렸지만 생각보다 좋은 시황의 반응에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 치솟았다. 뿌듯함이라고 해야 할까? 기쁨이라 해야 할까? 뭐라고 한 단어로 정의하기 힘든 그 감정이었지만 기분이 한껏 좋아진 것만은 확실했다.

“그런데 진아는 키스 엄청 좋아하는구나?”

“으, 응. 좋아해.”

언제 키스해줄까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시황이 부끄러운 질문을 하자 유진아는 엉겁결에 본심을 말하고 말았다. 이미 부끄러운 짓을 너무 많이 해서 더 부끄러울 게 있겠냐 싶을 정도였는데 지금 한 말도 너무 부끄러워 또다시 얼굴이 화끈화끈한다.

“그래. 우리 진아. 키스해 줘야지.”

시황의 말에 유진아는 눈을 감고 기다렸다. 얼마 안 되는 시간이지만 가슴은 터질 듯이 두근두근거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윽고 시황의 입술이 닿는 게 느껴졌다. 며칠 전부터 시황이 잘 때면 숱하게 키스를 했었는데 어째서인지 지금은 너무 긴장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한,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정신없이 시황의 입술을 탐닉했다. 그저 입술과 입술이 닿기만 하는 건데도 가슴 속에서 불타오르는 흥분감에 애액이 조금씩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어땠어? 난 좋았는데.”

“나, 나도 좋았어.”

키스를 끝내고 자신을 바라보며 직설적으로 키스에 대한 감상을 묻자 유진아는 눈을 살짝 피하며 대답했다.

약간의 정적이 이어지자 시황이 부드럽게 머릿결을 만져주기 시작했다. 별거 아닌 행동이지만 너무 기분이 좋아 시황을 꼭 끌어안았다. 방금 전의 키스 때문인지 단단하게 발기한 성기가 배에 닿았다.

이제는 차라리 이대로 집에 돌아가지 않고 무인도에 시황과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 어떤 물질보다 그저 이렇게 시황과 있는 게 더욱 더 행복했다.

“나 부탁이 있는데. 들어줄 수 있어?”

“부탁? 어떤 거? 당연히 들어주지.”

갑작스런 시황의 말에 유진아가 반색을 하며 대답했다.

“가슴 만지면서 자도 돼? 나 가슴 만지고 싶은데.”

“가, 가슴?”

“안 돼?”

“아니, 아니. 괜찮아. 언제든지 원하는 대로 마음껏 만져.”

약간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유진아는 빠르게 시황에게 말했다. 요즘 밤마다 시황 몰래 자위를 하긴 했어도 이렇게 정신이 멀쩡한 상태로 가슴을 만져진다는 건 정말 부끄러웠지만 시황의 부탁이었기 때문에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 그저 부끄러워서 민망하다는 생각만 들뿐. 시황의 손이 금세 가슴에 닿자 방금 키스를 했을 때처럼 가슴이 터질 듯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진아 가슴 만지니까 기분 좋다.”

“부, 부끄러…….”

시황은 손으로 가슴을 주무르며 유진아의 귀에 속삭였다. 수술하지 않은 B컵의 밸런스 있는 가슴은 말랑하면서도 쫀득해서 계속 만지고 싶은 중독감이 있었다. 아프지 않게 가슴을 마구마구 주무르며 유진아를 쳐다봤는데 유진아는 부끄러운지 눈을 감고 있었다.

“읏…….”

가슴을 주무르다 유두를 꼬집자 유진아가 몸을 움찔하면서 떨었다. 여자의 몸을 만질 때는 항상 마력 회로를 가동시켜 약간의 치유력을 사용했기 때문에 아픔이 아니라 쾌감을 느꼈을 게 분명했다.

“난 이제 잘게. 잘 자라고 키스해줘.”

“으, 응. 잘 자.”

시황의 말에 유진아는 바로 시황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마지막 확인도 완료.

이정도면 이제 얼추 마무리가 됐다. 그 도도하고 거만하던 유진아가 애교도 부리고 시키는 대로 키스도 할 정도면 이제 98%는 끝났다고 봐도 무방했다. 이제 내일 남은 2%를 채우기 위해 약간의 연극만이 필요할 뿐.

시황은 유진아의 가슴을 주무르며 어떤 식으로 마무리를 할지 계획을 확실하게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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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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