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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아래에서
“아…… 어…….”
너무나 충격적인 말에 은지와 지숙은 제대로 대답조차 하지 못하고 이상한 신음 비슷한 소리만 냈다.
“안 그래도 찬미 언니에게 마음이 기울고 있는데, 삼강그룹 대기업 회장인 유진아가 오빠한테 고백해서 지금 어떻게 해야 하나 엄청 고민 중인 거 같았어요. 제가 왜 이런 얘기를 하냐면 솔직히 같은 여자로서 좀 안타까워서 그래요. 이대로 그냥 있으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오빠에게 이별 통보를 받을지도 모르는데 그런 건 싫으시잖아요?”
“오, 오빠가…… 그, 그럴 리 없어.”
“말도 안 돼.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은지는 수란의 말에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목소리가 덜덜 떨리고 있었고 지숙은 멍한 눈으로 공허한 말만 내뱉을 뿐이었다.
“오빠랑 같이 카페 일 하면서 아시겠지만 오빠를 노리는 여자들이 한둘이 아니에요.”
“아! 맞다. 그러고 보니까 은비 있잖아. 연예인 정은비. 밤에 오빠가 몇 시간씩 전화해서 누구랑 하나 했더니 그게 정은비였지 뭐야. 보니까 정은비도 우리 오빠한테 은근 관심 있는 거 같던데. 우리 오빠 인기 좋긴 한가 봐?”
아루는 능청스럽게 시황의 친동생인양 연기했다. 아는 사람이 봐도 정말 아루가 시황의 친동생처럼 착각이 들 정도인데 패닉상태에 빠진데다 당연히 아루를 시황의 친동생으로 알고 있는 은지와 지숙은 깊은 좌절감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고려대에 다니는 찬미조차 상대하기 버거운데 삼강그룹 대기업 회장인 유진아와 최고 인기스타인 정은비까지 가세하니 도무지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조차 없었다. 학벌은 물론이고 돈, 미모 그 무엇 하나 내세울 게 없었다.
하지만 그런 쟁쟁한 경쟁자가 있다고 해서 시황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어쩌면 처음에는 단순히 시황을 좋아한다라는 정도로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지숙은 처음 시황의 얼굴을 보고 호감을 가져 대쉬하기도 했고 은지는 시황의 고백을 차버린 적도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지금까지 그 정도 마음은 어설픈 마음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었다. 은지나 지숙이나 부모님의 공장이 어려워지며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어 갈 때 구해준 게 바로 시황이니까.
처음 시작되었던 조그만 사랑은 이젠 사랑이라는 단어를 넘어 운명이 되어버렸다. 시황을 포기한다? 그건 절대 상상치도 못할 일이었다. 하지만 자신들이 상상도 못한다 해서 그런 일이 안 일어나는 게 아니었다. 수란과 아루의 말을 들어보니 이미 쏘아진 우주선마냥 더 이상 어떻게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거 같아 너무나 슬펐다.
“어떡해……. 흑…… 오빠…….”
“은지야 울지 마. 나까지 눈물 나잖아……. 흐윽…….”
아루의 말에 깊은 좌절감에 빠진 은지가 결국 눈물을 터트리자 옆에 멍하니 있던 지숙도 눈물을 흘리며 은지를 껴안았다. 평소엔 그렇게나 싸우더니 막상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서로를 부둥켜안고 우는 걸 보면 신기하다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아직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에요.”
“바, 방법?”
“흑……. 어떤 방법?”
수란의 말에 순식간에 은지와 지숙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아시다시피 시황 오빠가 세상 물정 모를 정도로 착하고 순진한 구석이 있잖아요.”
수란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말하기는 했지만 속으로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흑……. 오빠는 너무 착한 게 문제일 정도라니까.”
“맞아. 오빠가 아니고 다른 남자였으면 우리 집 공장 망했을 때 바로 헤어지자고 했을 걸. 오빠처럼 착한한 사람에 세상에 어디에도 없을 거야.”
수란의 말에 은지가 눈물을 닦으며 말했고 지숙이 바로 맞장구를 쳤다.
“그 오빠의 착하고 순진한 부분을 노리는 거에요. 일단 지금부터라도 언니들이 싸우는 모습 안 보여주고 괜히 유미나 찬미 언니 같이 다른 여자들을 견제를 안 하면 일단 특별한 일 없는 동안 관계가 무난히 지속되지 않을까요?”
“우리 오빠는 싸우는 거 엄청 싫어하기는 해요. 거기다 마음이 떠나버리면 누가 뭐래도 다시 용서해주고 받아주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좀 짜증날 때도 있다니까요.”
수란과 아루가 탁구처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은연중에 지숙과 은지가 할 수 있는 생각의 한계를 만들어버렸다.
이 대화는 단순히 은지와 지숙이 싸우지 않게 만드는 것뿐만이 아니라 일종의 서열을 만들고 그걸 인지시키는 과정이었다.
동물 간에도 서열이 있듯 인간에게도 그러한 서열은 태초 이래 꾸준히 존재해왔다. 서열이 정리되지 않으면 은지와 지숙, 유미가 싸우듯 끊임없는 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서열을 정하기는 해야 했다.
그 결과 생각이 깊은 찬미에게는 언제든 다른 여자들이 시황을 가로챌 수 있다는 위기감을 주어 은연중 최고로 높은 서열을 부여했고, 분쟁을 일으킬 소지가 많은데다 여러 가지 여건상 다른 여자들에게 밀릴 수밖에 없는 지숙과 은지에게는 그 밑의 서열을 정해주었다.
“그, 그럼 우리가 안 싸우고 다른 여자들이랑 잘 지내면 오빠가 우리랑 헤어지진 않는 거지?”
“아마도요?”
은지의 물음에 수란이 두루뭉술하게 대답했다. 이 상황에서 확언을 하든 두루뭉술하게 말하든 어차피 결과는 하나였으니까.
“은지야, 이때까지 내가 미안했어. 우리 앞으로 절대로 싸우지 말자.”
“아니야, 내가 더 미안했어. 흑…….”
겨우 울음이 멈췄나 했더니 지숙과 은지는 서로에게 사과하며 다시 한 번 울며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수란은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스럽게 어느 정도 문제가 잘 해결된 거 같았다. 이 정도라면 같은 집에서 지내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듯 했다. 섹스에 관한 문제가 남기는 했지만 첫 바늘을 잘 꿰었기 때문에 그 부분도 어떻게 잘 할 수 있으리라.
뭐, 어찌됐든 섹스에 관한 건 나중에 생각할 일이고 그보다 도대체 어떻게 여자들을 구워삶았기에 이렇게 시황 아니면 안 되는지 신기했다. 물론 시황에게 매력이 있고 성기까지 크다는 건 알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여자들이 시황에게만 매달릴 수 있나 싶을 정도였다.
시황에 대한 의문이 겹겹이 쌓여가자 수란은 고개를 휘저으며 생각을 떨치고 폰으로 이제 들어와도 된다고 코코아톡을 보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역시나 능청스러운 표정을 한 시황이 거실로 들어왔다.
“지숙이랑 은지 왜 울어? 설마 나 없을 때 또 둘이 싸운 거야?”
“아, 아, 아니에요. 오빠. 우리가 언제 싸웠다고요.”
“그, 그럼요. 저랑 은지랑 얼마나 친한데요. 에이, 우리가 어릴 때부터 친한 거 아시면서.”
시황이 거실에 앉으며 말하자 화들짝 놀란 지숙과 은지가 절대 안 싸웠다고 허겁지겁 부인했다.
“으흠? 뭔가 좀 이상한데? 수란이 너 지숙이랑 은지한테 뭐라고 했어?”
“아니요. 그냥 만화 얘기만 했어요.”
약간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시황의 말에 수란은 은지와 지숙에게 살짝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아무리 봐도 이상한데…….”
“대충 만화 평가도 다 들었으니까 저흰 이제 집에 슬슬 돌아갈게요. 오빠는 좀 더 얘기하다 오세요. 아루야, 가자.”
“응. 수란아. 오빠 일찍 들어와야 해.”
마지막에 한 아루의 말은 연기가 아니라 진심이었다.
아루와 수란이 나가자 약간은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안 그랬는데 수란의 말 이후로 조금 조심하게 됐다고나 할까?
“만화는 어땠어?”
“재미……. 읏!”
“엄청……. 앗!”
시황의 말에 동시에 대답한 은지와 지숙이 깜짝 놀라며 서로를 쳐다봤다.
“먼저 말해. 지숙아.”
“아니야. 너부터 말해…….”
불과 집에 들어올 때만 해도 시황에게 서로 안기겠다고 싸우던 은지와 지숙이 이제는 서로 양보를 하고 있었다. 그만큼 수란이 한 말을 듣고 위기감이 컸던 것이다.
“너희 평소랑 다르게 엄청 어색한데? 나한테 장난치는 거야? 에이, 그런 거에 안 속거든.”
시황이 웃으며 말하자 은지와 지숙의 표정이 약간은 밝아졌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자신들이 싸울 때의 시황은 저런 웃음이 아니라 항상 찡그린 표정이었던 거 같았다.
“아니에요. 사실 저희 이제 화해해서 이젠 다신 안 싸우기로 했어요. 맞지 지숙아?”
“네. 오빠. 정말이에요. 만약 저희가 또 싸우면 엉덩이라도 때려주세요.”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사실 그동안 너희들이 싸우는 거 보면서 마음이 좀 불편했었거든. 괜히 나 때문에 싸우나 싶어서 말이야. 그런데 이제라도 화해했다니 정말 다행이다.”
시황이 흡족한 웃음을 지으며 말하자 은지와 지숙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시황이 저렇게 말할 정도니 수란이 안 가르쳐줬으면 정말 모르는 사이에 시황과 영영 헤어질 뻔했다.
“꺅!”
“오, 오빠.”
“그래. 앞으로는 싸우지 마.”
시황이 은지와 지숙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럼 난 이제 슬슬 집에 갈게. 좀 피곤하기도 하고.”
용건이 끝난 시황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것저것 할 일이 있기도 하고 이쯤에서 퇴장해줘야 은지나 지숙이나 좀 더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으니까. 물론 그 생각의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뻔히 안다만.
“오, 오빠! 잠시만요.”
시황이 돌아가려는 듯 일어나자 은지도 벌떡 일어나며 외쳤고 엉겁결에 지숙도 일어나서 은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궁금한 표정으로 응시했다.
“응? 왜?”
“아직 샤워 안 하셨죠?”
“응. 집에 가서 하려고.”
“그, 그러면 저희가 씻겨드릴게요.”
“씻겨준다고? 하하. 그런 건 좀 부끄러운데.”
상당히 끌리는 은지의 말에 시황이 웃으며 말했다. 좀 더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은지 말대로 저희가 잘 씻겨드릴게요. 오빠. 걱정 말고 이리 오세요.”
빠르게 맞장구를 친 지숙이 시황의 손을 잡고 욕실 앞으로 이끌고 갔다.
“그래도 될까?”
“그럼요. 제가 옷 벗겨 드릴게요.”
민망하다는 듯 시황이 웃음을 짓고 있자 은지가 시황이 입은 니트와 티를 벗겨내려고 했고 지숙도 바로 시황의 바지를 벗겨주려고 했다.
그런데 한 번도 남자 옷을 벗긴 적이 없다 보니 은지나 지숙이나 어색한 손놀림으로 옷을 벗겨 시간이 약간 걸렸다.
“은지랑 지숙이가 옷 벗겨주니까 괜히 부끄럽네. 그럼 이번엔 내가 벗겨줄 차례인가? 누구 먼저 해줄까?”
완벽하게 알몸이 된 시황은 승천이라도 할 듯 거대하게 발기한 성기를 스스럼없이 보여주며 은지와 지숙이게 물었다. 이건 일종의 시험이기도 했다. 평소라면 당연히 서로 먼저 벗기게 해달라고 싸웠을 텐데 지금은 어떨지 정말 궁금해졌다.
“괘, 괜찮은데……. 그럼 오빠 지숙이 먼저 벗겨주세요. 전 기다리고 있을게요.”
“아니, 은지 먼저……. 아니다. 저 먼저 벗겨주세요.”
이제는 서로 거부하려다 지숙은 이러면 또 곤란해질 거 같아 나중에 은지에겐 다른 걸 양보하기로 하고 먼저 옷을 벗겨지는 혜택을 누리기로 했다. 이렇게 서로 양보하면서 지내면 되는 걸 이때까지 왜 그렇게 싸웠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오, 이젠 정말 안 싸우네. 좋아. 그러면 지숙이 먼저 벗겨줄게.”
시황은 옷을 벗기기 위해 지숙에게 다가가서 허리 부근을 살며시 부여잡았다. 원래 지숙의 몸매가 제법 괜찮았는데 시황의 노력 덕에 모델이라 해도 될 만큼 지숙의 몸매가 워낙 좋아져서 캐주얼한 H라인의 스커트가 정말 잘 어울렸다.
손을 더듬더듬 옮겨 옆에 있는 스커트의 지퍼를 잡고 아래로 내렸다. 지퍼가 열릴 때 나는 특유의 소리가 들리고 시황이 약간 힘을 줘서 스커트를 끌어내리자, 이내 바닥으로 툭하고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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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