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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264화 (264/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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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아래에서

“괜찮으세요?”

바로 루에게 달려간 시황은 루의 상태를 확인했다.

“아고, 배가 좀 아프긴 하네요.”

땅바닥에 쓰러졌던 루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흙바닥을 뒹굴어서인지 루의 몸, 여기저기에 흙과 나뭇잎이 묻어있었고 시황에게 얻어맞은 부근의 옷은 너덜너덜하게 찢겨나가 루의 살결이 드러났다. 그런데 그 찢겨나간 부위가 제법 커서 가슴이 보이겠다 싶은 정도였는데 게임이라 그런지 어떤 각도로 확인해도 가슴이 전혀 드러나지가 않았다.

“죄송해요. 제가 너무 강하게 때렸네요.”

“으엑……. 전이랑 다르게 엄청 강하시네요. 깜짝 놀랐어요.”

옷에 묻은 흙들을 털어내며 루는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전에 싸웠을 때는 나름 공방이 오고가서 대련을 신청했던 건데 얼마 안 되는 시간에 차이가 벌어져도 엄청나게 벌어져버렸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제가 약한 걸요. 그런데 못 본 사이에 엄청 강해지셨네요. 특별한 수련이라도 하시는 거예요? 이정도면 4레벨 이상이실 거 같은데. 진짜 대단하세요.”

“그런가요? 아, 뒤에도 흙이랑 나뭇잎이 묻었네요.”

시황은 루의 등에 묻은 흙과 나뭇잎을 털어주었다.

“헤헷. 감사합니다. 일단 홀로 다시 돌아가요.”

“그렇게 하죠.”

시황은 승리라 떠오른 버튼 밑에 돌아가기라는 버튼을 클릭해 처음 왔던 홀로 돌아왔다.

그래도 몇 번의 공방이 오갈 줄 알았는데 생각 외로 너무 쉽게 이겨서 오히려 얼떨떨할 정도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연습하는 느낌으로 했어야 하나 싶었는데, 그나마 루가 간단히 진 거에 대해 크게 분해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오늘 잘 배웠습니다. 혹시 다음번에 접속하시면 한 번 더 대련해 주세요! 고수 분이랑 싸울 기회가 흔치 않거든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접속을 좀 뜸하게 하니 혹시 접속하게 되면 제가 먼저 연락을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아까 쓴 기술 이름 좀 가르쳐 주실 수 있으세요? 제 자세가 무너졌을 때 카운터로 들어오는 그 펀치, 정말 대단했어요! 저도 항상 이렇게 이렇게 해서 공격을 해야지 라고 생각은 하는데 막상 싸우게 되면 그게 잘 안 되거든요.”

“기술명이요? 특별한 이름은 아직 없습니다.”

뜬금없는 루의 질문에 시황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레슬링이나 권투 같은 거에도 나름의 기술명이 붙어 있기는 한데 딱히 그런 걸 생각하고 수련을 한 건 아니라서 뭐라 대답할 말이 마땅치 않았다. 그리고 거기다 마기만 채워서 단순히 주먹질만 한 거 가지고 이름 붙이는 것도 좀 유치한 느낌이었다.

“잉, 아쉽네요. 그거 엄청 멋있었는데. 혹시 제가 이름 붙여도 괜찮을까요? 개인적으로 저는 초극마살법(超極魔殺法), 제1식 초극마나선격(超極魔螺線格) 정도로 이름을 붙였으면 좋겠는데. 어떠세요?”

루는 기대감이 가득한 얼굴로 시황을 쳐다보며 말했다.

“제가 그렇게 나쁜 놈은 아니라서 좀……. 하하.”

16살의 감성이 느껴지는 상당히 유치하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이름에 시황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거절했다. 정말 죽었다 깨어나도 저런 기술명을 붙이고 싶지는 않았다.

“이잉, 아쉽다. 그러면 제가 다른 이름을 생각해볼게요. 잠시…… 앗!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죄송한데 이름은 다음에 생각해 올게요. 제가 갈 곳이 있어서요. 오늘 대련 즐거웠어요. 다음에 봐요.”

“아, 네. 다음에 봐요.”

시황에게 손을 흔든 루는 어디론가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다.

“휴,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었다. 아무래도 될 때까지 이름 지어줄 기세던데 한두 번은 거절해도 세네 번 거절하기는 독한 마음을 먹지 않는 이상 정말 힘들었다. 시황이 성격이 그렇게 모진 것도 아니고 분명 세네 번째쯤에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아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을 확률이 상당히 높았다.

“그래도 의외로 재밌는데?”

방금 전에 느낀 그 타격감 때문인지 시황은 의외의 흥미를 느꼈다. 아공간에 치료약도 많이 들어 있으니 한 번 더 다른 사람과 싸워보기로 했다.

시야에 나와 있는 대전 상대 검색 버튼을 클릭하자 말자 화면에 대전을 할 건지 확인하는 글자가 떠올랐다. 시황은 망설이지 않고 바로 예를 눌렀다.

이번에는 해가 져서인지 약간은 어두침침한 어느 번화가의 사거리로 이동했다. 주변에 전등들이 있어 사물을 분간하기에는 어렵지 않아 싸우는데 전혀 지장이 없을 거 같았다.

시황은 주변을 둘러보며 대전 상대를 찾았다.

생전 처음 보는 낯선 디자인의 가로등 밑에 날카로운 눈을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귀엽게 생긴 루와는 전혀 다르게 키도 제법 크고 전문적으로 싸움을 해본 듯 날카로운 검과 같은 느낌이 드는 남자라 시황은 제법 긴장되기 시작했다.

주먹을 꽉 진 손이 약간 축축해졌다.

잠깐 남자를 살펴봤을 뿐인데 벌써 대기 시간이 끝이 나고 시작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덤벼라!”

호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남자가 여유로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시황에게 소리쳤다. 강자의 여유인 것인가?

잠깐 고민하던 시황은 잔뜩 마기를 끌어올려 단번에 박차고 뛰어갔다.

선수필승!

어려운 싸움을 해야 할지도 몰랐기 때문에 주도권을 내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콰득!

그런데 시황은 마기를 얼마나 많이 끌어올렸는지 한번 발을 디딜 때마다 단단한 바닥이 움푹 패여 들어갔다. 가히 폭발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속도! 마치 돌진하는 미사일처럼 순식간에 남자의 앞에 도착한 시황은 그 추진력 그대로 주먹을 내질렀다.

남자의 반격을 대비해서 바로 방어를 할지 공격을 할지 판단하려는 순간, 시황의 주먹이 그대로 남자의 얼굴을 타격하며 응축되었던 근육과 마기에서 거대한 에너지가 터져 나왔다.

쾅!

분명 주먹으로 때렸는데 폭탄이 터지는 듯한 굉음이 들리더니 시황이 쇄도한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남자가 튕겨져 나갔다. 그 속도가 가히 쏘아진 총알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퍽!

“끄엑!”

제법 높게 올라가 있는 빌딩에 부딪힌 남자는 기괴한 신음을 내며 다시 튕겨져 나와 땅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시황의 시야에 승리라는 커다란 글자가 생겨나며 노래가 울려 퍼졌다.

“뭐지?”

처음 여유로운 남자의 태도를 보고 약간 긴장했었는데 너무 쉽게 이겨버리자 시황은 왠지 열심히 한 게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헐……. 님, 개 쎄네요.”

땅에서 일어난 남자가 코에서 코피를 줄줄 흘리며 말했다. 그나마 1~2레벨 정도의 레벨이었기 때문에 고통도 별로 없고 페널티도 없어서 저 정도였지, 만약 현실이었다면 최소 머리가 으스러지며 즉사했을 것이다.

“아, 네. 그럼, 이만.”

시황은 적당히 대답하고 홀로 돌아간 뒤에 접속을 종료했다.

시야가 점멸하며 이내 익숙한 서재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재밌는데?”

두 번 다 이겨서 그런지 의외로 상당히 재미있었다. 때렸을 때의 타격감은 소름끼칠 정도로 좋기도 했고, 그 반응도 완벽할 정도로 물리 법칙을 따르다 보니 가상현실 게임인데도 어색하다는 느낌이 하나도 없었다.

괜히 몇 천만 명이나 플레이하는 게임이 아닌 듯 했다.

“흠, 앞으로 좀 조심해서 마기를 써야겠다.”

루나 그 약한 남자가 지구의 일반인 보다 약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처음 루와 싸웠을 때 지기까지 했으니까. 그럼에도 마기를 끌어올린 주먹질이 그 정도의 파괴력을 가진 걸 생각하면 현실에서는 정말 조심해서 사용해야 했다. 아니, 그냥 사용 안 하는 게 나았다. 괜히 때렸다 죽기라도 하면 정말 곤란해지니까.

어찌됐든 톨레이만이 걸어둔 제약대로 격투 게임을 했으니까 이제 또 한 달간 마음 편히 지낼 수 있었다.

시황은 접속기를 대충 아공간에 던져놓고 문을 소환해서 집으로 건너갔다. 겨우 2판밖에 안했기 때문에 아직 6시가 채 되지 않았다.

방에 딸린 욕실에 들어가 가볍게 샤워를 한 뒤에 간편한 옷을 꺼내 입었다. 그리고는 2층에 있는 유미와 찬미의 방에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어두컴컴하기는 했지만 시황은 찬미가 자고 있는 침대에 정확하게 찾아갈 수 있었다.

어두컴컴하기는 했지만 희미하게 찬미의 얼굴이 시황의 눈에 들어왔다. 두 눈을 감고 고요히 자고 있는 모습이 볼을 살짝 꼬집어 주고 싶을 정도로 예뻤다. 시황은 침대 끝에 살짝 걸터앉아 찬미의 볼과 머리를 만지며 가슴 속에 있는 욕망을 충족시켰다.

“우웅……. 오, 오빠?”

그런데 시황의 손길에 찬미가 잠에서 깼는지 얼굴을 찡그리며 눈을 떴다.

“미안. 깼어?”

“하암, 괜찮아요. 원래 슬슬 일어날 시간이에요.”

기지개를 켠 찬미는 고개를 흔들고 정신을 차린 뒤에 침대에서 일어났다. 집에서 가져온 듯한 평범한 잠옷이었는데 찬미가 입고 있으니 그 모습조차 매력적이다.

“그래? 그러면 잠깐 거실에 가서 얘기 좀 할까?”

“얘기요? 알겠어요. 오빠.”

시황과 찬미는 거실로 내려가서 소파에 앉았다. 찬미는 갑자기 얘기를 하자는 시황을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응시했다.

“찬미가 알지 모르겠는데 내가 가장 믿고 의지하는 사람이 찬미거든. 그래서 약간 얘기하고 싶은 문제가 있어서 말이야.”

“아……. 그, 그렇군요. 어떤 문제요?”

다른 여자들을 다 놔두고 자신을 가장 믿고 의지한다고 하자 찬미의 볼이 발그레 지며 입술이 부드럽게 휘어져 올라갔다. 시황에게 인정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정말 기분이 좋아졌다.

“별 건 아닌데 이제 다들 같이 사니까 누군가 밥은 차려야 하잖아? 그런데 가정부를 좀 부르긴 그렇고 해서 할 일 없는 아루를 시켜서 좀 하고 싶은데 찬미 생각은 어때?”

예전 오피스텔에 살 때 아루가 하루 종일 하는 일이라고는 시황을 기다리며 만화와 TV보기, 시황이 오면 키스하고 섹스하고 잠자는 것과 틈틈이 간단한 빨래, 설거지 정도였기 때문에 아예 전반적인 가사를 맡기고 싶었다.

“아루가 혼자 하면 힘들지 않을까요? 그리고 아루가 나이도 어린데 그런 가사를 다 맡기면 많이 귀찮고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아요. 한두명 정도의 양이 아니니까요.”

“응? 그런가?”

역시 찬미를 불러서 얘기한 게 맞았다. 한가지 얘기를 해주자 찬미는 단번에 이해하고 여러 가지 부분에서 문제점을 파악했다.

이제 막 일어나서 볼에 눌린 자국이 빨갛게 그려져 있었지만 이상하게 그 모습이 엄청 매력적으로 보였다.

시황은 단번에 찬미의 옆에 갔다. 그리고는 찬미의 바지에 손을 넣고 배와 배꼽, 그 밑에 부드러운 둔덕을 쓰다듬었다. 음모가 전혀 나지 않은 부들부들한 찬미의 피부가 느껴지니 제법 기분이 좋다.

“오, 오빠. 다른 사람이 봐요.”

“집에 아루랑 유미뿐인데, 뭐. 괜찮아. 그리고 유미 있으면 이렇게 찬미랑 놀지도 못하는 걸. 지금이라도 찬미를 이렇게 만져둬야 오늘도 힘이 생긴단 말이야.”

“아이참.”

시황의 말에 찬미는 부끄러워하면서도 가볍게 웃을 뿐, 제지하거나 싫은 기색은 전혀 없었다.

“하여튼 찬미 생각엔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제 생각에는 공평하게 정해서 가사를 했으면 좋겠어요. 일주일분으로 나눠서 하되, 평일이랑 주말은 또 따로 계산해서 주말에 연속으로 일하지 않게 하는 것도 괜찮을 거 같고요.”

“역시 찬미는 믿음직하단 말이야.”

“아니에요. 오늘은 제가 일찍 일어나기도 했고 아직 방학 중이니까 아침은 제가 준비할 게요.”

“고마워. 찬미야.”

“오빠, 배고프죠? 이제 밥 준비할까요?”

시황의 손길이 어느새 찬미의 둔덕을 넘어 좀 더 깊숙하고 은밀한 곳에 접어들었다. 이제 막 일어나서 그런지 꼭 다물고 있는 음순을 형태를 하나하나 천천히 확인하는 듯 신중하게 만지작거리자 찬미의 얼굴이 빨개졌다.

“오, 오빠…….”

“그냥 만져보고 싶었어. 그럼 우리 키스만 하고 밥 준비하자. 나도 도와줄게.”

“네. 오빠. 고마워요.”

“내가 더 고맙지.”

찬미의 바지에서 손을 뺀 시황은 찬미를 가볍게 들다시피해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렸다. 거의 틈하나 없이 완벽하게 서로의 몸이 밀착하자 찬미의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별 다른 말은 안 했지만 시황과의 키스를 엄청나게 기대를 하고 있는 듯 했다.

시황이 찬미를 끌어당겨 입을 맞추자 찬미도 시황을 끌어안고 키스를 했다. 간만에 찬미와 하는 키스라 그런지 찬미가 제법 열정적으로 혀를 움직였다.

탁!

“오빠…….”

그런데 한창 시황과 찬미가 키스를 하고 있는데, 시황의 방에서 문이 열리며 완벽한 알몸인 상태의 아루가 눈을 비비며 거실로 나왔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고 보니 찬미한테 털이 없는데 털이 있다고 써버렸네요; 죄송합니다. 깜빡했어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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